노블엔진 팝 제 1회 공모전 대상 수상작.
여우 요괴 리아梨兒와 수수께끼의 인물 화사의 여행기이다.
기담奇談(호러/미스터리, 또한 설화의 한 갈래인 전설)이라는 장르에 맞춰 기이한 사건 발생 - 초인超人인 화술사의 해결 - 후일담(사건의 속사정)이라는 구조를 띤다. 한 편의 옛날이야기를 보는 느낌으로, 어린 시절 본 한국 애니메이션 <옛날옛적에>가 떠오르기도 한다.
또한 라이트 노벨 <키노의 여행>, <사신의 발라드> 등과 같은 옴니버스 구조로, 각 에피소드가 독립적인 주제를 가진다. 앞으로도 여행이 쭉 이어질 리아의 동기, 사라진 엄마를 찾는 것은, 인트로(「그믐달」)와 각 에피소드에서 리아가 조금씩 언급할 뿐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다. 아직까지는 모든 것이 미스터리로 앞으로 유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장르에 걸맞게 고풍스러운 어휘 선정과, 옛날이야기를 하듯 생동감 있는 문체, 리아를 놀리는 화사의 재치있는 만담이 어우러져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인외人外 종족, 귀신과 무속 신앙 즐비한 동양풍의 세계관은 이질적이면서도 색다르다.
인간의 욕심을 담은 「여의상자」,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웃는 모란화」, 인간을 사랑한 인외의 고민이 남겨진 「월궁선녀」,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마음이 서린 「목각인형」
생소하지만 익숙한 소재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냈다. 다만 다소 전형적인 이야기들이기에 긴장감이 떨어지기도 한다.(흔한 소재인 「여의상자」는 물론이요 「목각인형」 또한 읽는 중간에 결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화사의 그림은 사건 해결에 있어 진실을 끌어내는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같은 동양풍 판타지 네이버 웹툰 <새와 같이>처럼 그림이라는 소재에는 특별한 매력이 있는 것도 같다.
리아는 작중 사냥꾼의 발언과도 같이 귀여운 여자아이다. 화사가 매번 리아를 놀려먹는 것 또한 반응이 귀엽고 재미 있어서일 것이다.
다만 어머니가 건네주었다는 검은 단순한 악세사리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 아쉽다. 자세는 좋다지만 정작 그것으로 활약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다니. 어린아이답지 않다는 갭 모에를 노린 것이라면 아쉬운 선택이다.
총체적으로 신선하면서도 무난한 글이다.
개인적으로 100% 취향에 들어맞는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흔한 전설이란 소재로 이런 흥미로운 글을 쓴 정연 작가님께 경의를 표하며, 부디 리아와 화사의 여정이 그들이 바라던 대로 끝나기를 바라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