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엔진에서 정발된 '주전포수 시노하라 씨' 1권을 이제서야 완독했는데, 그럭저럭 재미있긴 하지만 내용이 기대했던 것과는 상당히 달라서 반쯤 낚였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게, 언뜻 표지만 봐서는 야구를 아주 좋아하는 소녀가 여자라는 사실을 숨기고서 야구부의 주전포수를 맡아 고시엔구장을 목표로 활약(?)을 하는 이야기로 생각하고 샀었거든요.(...)

하지만 실제 내용은 야구소녀의 열혈 스포츠물도 러브코메디도 아니고 그냥 4컷만화와 유사한 패턴이 계속 반복되는 개그물이었더군요. 대략 2페이지 정도가 에피소드 한 개에 해당되고, 그러한 짤막한 에피소드들이 수십개 모여서 각각 1막씩 총 3막을 구성하는 패턴입니다. 그래선지 정말로 4컷만화를 소설로 풀어쓴 듯한 느낌이더군요.

이 작품의 내용은 남주인공이자 주전포수인 시노하라가 각각 개성이 뚜렷한 야구부원들과 야구초보의 여교사, 여동생 안즈 등과 함께 만담 비슷한 대화를 주고 받는 개그물입니다. 그런 까닭에 연애 요소도 거의 없을 뿐더러 실제로 야구를 하는 장면도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게다가 일부 대화는 시모네타에 가까운 수준이더군요. 하지만 학교와 야구부를 배경으로 각각 내용이 다른 에피소드가 많이 나왔던 덕분에 그다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에 제일 드는 캐릭터가 하나 있는데, 저는 작중의 유일한 남장여자인 아야사카 마코토가 제일 좋더군요. 야구가 좋아서 여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자신의 오빠인 아야사카 아스카의 행세를 하면서까지 야구부 활동을 계속해왔었지만 당연하게도 라노베의 정석 그대로 주인공인 시노하라에게 여자란 사실을 들키게 되지요.
여기서 시노하라와 아야사카 마코토 사이에 연애플래그가 발생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었는데, 아쉽게도 1권이 거의 끝날 무렵에 정체가 밝혀졌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의 연애플래그 발생 여부는 2권 이후에야 확인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물론 작품 자체가 4컷만화풍의 개그물이라서 러브코메디 요소를 넣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데이트 에피소드나 풀장 에피소드가 한두번 나오더라도 어색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로선 오히려 그쪽 루트를 기대하고 싶군요. ^^;;

또한 오빠를 좋아하는 모양인지 은근히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면서 야구부에 들어오려는 야구 초보자 안즈, 역시 야구 초보자인 신참 고문 료코 선생님도 웃음 유발하는 재미있는 캐릭터였습니다. 특히 료코 선생님은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의 아사히나 미쿠루(대)를 생각나게 만들더군요. 교사일 때는 진지하지만 야구부의 고문일 때는 온갖 실수 연발 때문에 후에에... ^^;;

내용이 처음에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지만, 각 캐릭터들의 개성이 풍부하고 야구부의 일상을 재미있게 각색한 개그 에피소드들 덕분에 후속권인 2권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어서 빨리 정발되었으면 좋겠군요. 'ㅂ'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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