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학술명 - 모베가 걸작을 썼다는 소문이 있다.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른 사람들의 평이 다른 상황을 나타내는 데는 어떤 표현이 적절할까. ‘진가를 알아봤다?’ 하지만 이건 너무 건방지다. 100% 동의하진 않지만, 소설이 수용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면, 적절하지 않다. ‘취향이 다르다?’ 어디에서나 통용될 만한 무난한 표현이다. 하지만 너무 무난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뭐가 좋을까. 그러다 마침 <소문의 학술명>의 목차를 읽다가 좋은 표현이 생각났다. ‘다른 소문을 만들어냈다.’

감평을 쓴다는 목적에는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있겠지만,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읽히고 널리 퍼뜨리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감평은 어쩌면 ‘소문을 내는’ 행위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잡설은 이쯤에서 끝내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문의 학술명은 좋은 라노베입니다. 매력적이고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을 가지고 있으며, 재미있는 만담도 있고, 흥미로운 설정에 적절한 떡밥까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안은 귀엽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하고 싶은 건 서술 방식이다. 이 소설의 서술 방식은 솔직히 말해서 대담하다. 차근차근히 설명하는 것보다는 생략하는 부분이 많은데, 어떤 특성은 지나치게 강조해서 거의 이질적으로 보인다. 게다가 책의 시작부터 보이는 형식 파괴까지, 안정적인 것과는 여러모로 거리가 좀 멀다. 물론 그것은 책의 두께를 적당히 유지해야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그것보단 오히려 작품의 의도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쯤부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챕터 2의 송장미의 대사 중에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다. “부장이 특정 부분을 데포르메해서 누군가를 연출하는 거요.” 나는 이 말을 소설 전체를 읽어내는 중요한 힌트라고 생각했다.

소문의 학술명 1챕터에 나오는 학교의 모습은 굉장히 이상하다. 하군은 학교를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길을 잃는다. 그러다 이상할 정도로 남을 과장해서 칭찬하는 어릴 적 소꿉친구를 만나더니 다시 길을 잃는다. 도저히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는 상황이다. 어떻게 앞쪽으로 계속 달리는데 똑같은 곳을 또 지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다 의문의 사람에게서 의문의 전화를 받고, 그러다 창밖으로 몸을 내미니 어둠이 보인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학교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어느 정도 규모가 큰 고등학교라 해도, 이런 모습의 고등학교는 상상하기 힘들다. 물론 후반에 그에 합당한 이유가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당황스럽다. 게다가 클라이막스에는 훌륭한 귀신 들린 집으로 변하기까지 한다.

학교를 배경으로 내세우는 라노베가 많지만, 사실 그 자체로써의 학교는 별로 좋은 배경이 아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라노베에서는 학교라는 소재의 특정 부분을 강조하거나, 변형해서 그 모습을 보인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에서는 동아리 활동을 강조하고, 학생회의 일존에서는 학생회실이라는 배경을 강조한다. 변형의 예는 요괴학교, 이능학교 등 수없이 많은 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소문의 학술명의 학교는 조금 다르다. 물론 부활동이 존재하며, 학교의 스케일이 조금 크며, 비현실적 요소가 끼어있긴 하지만, 사실 소재 면에서는 큰 변모가 없다. 학교는 학교 자체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재미없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재미있게 만들 방법이 무엇일까? 그건 소설 전체적으로 서술에 데포르메를 적용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길을 잃는 다소 뻔한 상황을 ‘허시’를 이용해 미로찾기로 만들어 버리고, 만나는 캐릭터들의 특성을 과장해 단순히 병약인 인물을 거의 죽었다 살아나게 만들며, 단순히 강한 인물을 거의 닌텐도급의 전투력을 가진 인물로 만들어버린다. 그렇게 평범한 학교를 재미있는 곳으로 연출해내는 곳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독자들은 당연히 눈치 채야 한다.

다시 한 번 가져와 보자. “부장이 특정 부분을 데포르메해서 누군가를 연출하는 거요.” 여기서 이것은 누군가 뿐 아니라 이 글의 서술자가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 소설의 서술자는 조안이 되어야 한다. 위에서 말한 이 소설의 특징들이야말로 조안이 가장 잘 하는 일이 아닌가?

그러기에 나는 이 소설이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의 스타일을 단순히 멋 내기나 재미를 위한 용도를 넘어서 치밀한 구성으로 글의 스토리와 함께 엮어냈기 때문이다. 단순히, 실험적으로 글을 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귀여니를 필두로 한 이모티콘 소설도 실험적인 서술 아닌가.

하지만 그 실험성을 이야기와 완벽하게 조화시키는 건 아무나 하지 못한다. 그러기에 나는, 과장을 좀 덧붙여서라도, 소문의 학술명이 걸작이라고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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