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감상] 야자를 째자!
작성일: 12-04-14 20:21
조회: 2,639
추천: 0
비추천: 0
※ 이 감상글은 시드노벨 편집부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
편집자를 역으로 통조림 시켜버리는 위엄의 작가, 토돌님의 신작 야자를 째자! 입니다.
토돌님 작품은 시드노벨 초창기 소년 연금술사 이후로 처음이네요.
솔직히, 작품 초중반까지는 주인공이 눈에 밟히고 공감하기 힘들어서 이야기에 몰입하기 힘들었어요.
그에 대해서 얘기해보자면...
우선 책을 펴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단순하다못해 철부지로까지 느껴지는 바보주인공.
나가서 놀거야! 취업? 미래? 몰라몰라 그런거 시졍! 나 하고시픈대로 하고 사꼬야!
라고 말하는 초딩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여서
우와아- 이게 뭐야.. OTL 하고 좌절했었죠.. -_-;
이런 느낌은 주인공 옆에 자리잡은 '지혜'라는 히로인 때문에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주인공을 위해서, 주인공의 미래를 생각해서, 걱정하니까,
어머니의 마음으로 쓴 소리도 하는 그 애절한 마음이란...! /ㅁ/
게다가, 그 마음에 대한 연출이 굉장히 농밀하고 잘 되있어서
읽다보면 저절로 지혜 입장에 서서 '주인공 이 멍청한 녀석아! 엄마지혜 말 좀 들어라!'
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지혜가 옆에 있었기에,
주인공의 단순열혈이라는 속성이 더욱 강조되고, 철부지로까지 보였던 것 같네요.
가령 예를들면,
어느 한 중학생이 친구들과 하하호호 웃으면서 축구하는 모습'만' 있다면
야- 청춘이구나- 애들이 순수해 보이네- 그래, 저 때가 참 순진할 때지, 때도 안타고-
같은 생각도 들고 훈훈하게 웃으면서 바라볼 수 있겠지만..
근데 거기에 학교 수업은 제대로 따라가는지, 변변찮은 학원도 못보내줘서 미안하고,
요새 취업이 힘들다는데 애가 커서 고생안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함께 그려진다면?
..장면의 분위기가 180도 전환.. orz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초중반까지는
주인공에 대한 답답함 때문에 작품에 몰입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중반 넘어가고 세라가 탈출하려는 이유가 나오면서부터
분위기가 확 바뀌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선, 드디어 남자주인공에게 쟁취해야할 목표와, 그래야만하는 '이유'가 생겼어요!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의 단순하고도 올곧은 태도는 누군가를 지키려고 할 때 불타오른다고!
'현실'이 누를 수 없는, 눌러서는 안되는,
눌리지 않았으면 하고 응원하게 되는 '꿈'이 드디어 등장하면서
주인공의 단순하면서도 올곧은 열혈은 존재 의의를 찾을 수 있었고,
이후 전개는 정말 몰입해서 재밌게 볼 수 있었습니다.
중반까지는 주인공의 캐릭터가 눈에 많이 밟히기도 했지만,
이쯤되니 자연스럽게 주인공에게 몰입하게 되고, 함께 불타오르게 되더군요.
현실이 힘들지라도 거기에 굴하지 않고 꿈을 향해 달려간다.
다른 사람의 소중한 것을 지켜주기 위해 싸운다.
너무나 정석적이면서도, 그렇기에 막을 수 없는 '감동'을 가지고 있는 이 두 가지에
주인공의 단순한 올곧음이 더해지면서
후반부의 전개는 그야말로 '소년만화'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모든 것의 정점을 찍어줄 클라이맥스 또한
전투씬 연출이나 대사, 전개 등이 좋아서 더욱 이런 '열혈'을 살려줬습니다.
주인공에서부터 클라이맥스 연출에 이르기까지 만화 '원피스'가 많이 떠올랐어요.
에필로그의 마지막에 나오는 주인공의 내면묘사 또한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마지막에 나온
'나도 자유를 찾겠어! 그래서 실컷 놀 테다!'라고 외친 후에 느끼는 공허함.
이루고 싶은 분명한 꿈이 있고, 그 꿈을 향해 한발짝씩 걸어가는 사람의 '빛'을 보면서
주인공이 느꼈을 자기 꿈의 부재(不在)를 상징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거든요.
사실 초반에 주인공에게 몰입하기 힘들었고 철부지로 보였던 것은
주인공에게는 꿈이 없고 방향성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기껏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없는 '현실'에 맞서면서
내미는 '이상'이란게 '자유롭게 놀거야!'라니..
웃어줄 수는 있을지언정, 거기에 감동받을 수는 없다구요 절대..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에필로그는 정말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유롭게 놀거다!'는 것만 외치던 주인공이,
드디어 자신의 그 말에서 공허함을 느꼈고, 자기 꿈이 무엇인지 생각할여지가 생긴거니까요.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성장'이라고 생각하고,
이 작품은 소년만화 같은 열혈물이면서도 훌륭한 '성장물'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1권은 주인공이 싸워야할 이유가 외부에서만 왔지만,
앞으로는 주인공 스스로도 싸워나갈 이유를, 꿈을 찾았으면 좋겠네요.
너무 주인공 얘기만 해버렸네 (..)
그 외에도 작품의 재밌는 요소가 많았는데, 여기서 정리해보자면..
지혜와 세라의 소소한 신경전이 재밌었습니다.
세라의 경우는 감정 표현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특정 장면에서의 특정한 태도를 통해
'아, 여기서 주인공에게 감동받았구나.' '점점 빠지고있구나' 를 느낄 수 있어서 인상깊었어요.
뭐랄까, 작품에 몰입해서 읽고있다보면
어느샌가 세라가 주인공에게 빠져있는걸 납득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군요.
다른 러브코메디에 비해서 히로인이 주인공에게 빠지는 과정에 대한 전개의 자연스러움이
'공기처럼, 있는 듯 없는 듯' 한 레벨이라서 신기했습니다.
세라와 달리 지혜는 주인공을 향한 마음에 대한 연출을 꾸준히 깊게 해주는 방식.
그래서 이 둘에게서 느낄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부분이 완전히 달랐고,
그렇게 다른 둘이 부딪히는 장면이 상당히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챕터 사이에 등장하는 퀴즈 방식의 연출 또한 좋았어요.
물론 대놓고(..) 바시소를 따라했다는 인상을 떨치기는 힘들었지만,
이런 퀴즈 방식의 보너스 페이지를 통해서 작품의 이능력에 대한 '설정' 등을 설명하는 점이
상당히 괜찮아보였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작품 내에서 구구절절 설명하거나 했어야할텐데,
이런 식이라면 재밌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서도 작품 전개에는 티끌만큼도 영향을 주지 않으니까요.
바시소의 그것과 닮은건 닮은거고, 기발하고 괜찮은 연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주인공과 히로인 뿐만 아니라 조연급 캐릭터들도 매력적이었고
결코 오버하지않고 작품의 '양념' 역할을 잘 수행해준 이능력 설정 또한 흥미로워서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가 기대되는 소년만화,
야자를 째자! 였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