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저는 조금 일찍 도착해서 고대가서 책 빌린거 반납하...려다가 주말에는 도서관 안한다는 말을 듣고 다시 돌아갔어요.

한달 넘게 다녔으면서 주말에 도서관을 여는지 안여는지도 몰랐네요. 나는 정말 바보.

어쨌든 남는 시간동안 북새통에 있었어요. 홍대입구역 8번출구에서 만나기로 했거든요.

문 앞의 탁자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다보니 제 옆에 어떤 남자분이 앉으셨어요. 피쳐폰이시더라고요. 순간 제 머리속에는 '아직도 스마트폰이 아니라 피쳐폰을 쓰고있다. 고대인의 의지란 나를 위해 만들어진 말이다'라고 하신 류세린씨의 멘션이 떠오르더라고요.

때마침 '북새 도착'이라는 문자도 왔어요.

설마 저분이 류세린씨?

하지만 전 조심스러운 성격이라 그냥 눈치만 살피고 있었는데, 계속 그분을 쳐다보는 제 어깨를 누군가 두드렸어요.

"혹시 배도필?" 이라고 묻는 그분은 여자셨어요. 머리카락은 좀 짧은데, 고등학생들이 흔히 하는 버섯머리 말고 좀 삐죽삐죽? 내추럴한 느낌? 의 단발이셨어요. 키는 저보다 작았고요. 옷은 후드티를 입으셨더라고요. 지금와서 말하는건데 여자시면서도 옷 센스는 좀... 어험, 어험.

그리고는 서로 인사를 나누고는 바로 밥을 먹으러 갔어요. 그런데 맛있는곳을 안다고 류세린 누나가 자신있게 발걸음을 내딛은 곳이 때마침 정기휴일... 할수없이 점심먹을 곳을 찾으러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결국 돈부리집에 들어갔어요. 저는 카라아게동, 누나는 에비동이었어요.

돈부리는 하루 먹으라면 먹을만한데, 이걸 매일 먹으라고 하면 메뉴를 바꿔도 못먹을거 같더라고요. 다 똑같은 맛이에요.

밥을 먹고 바로 피시방에 갔어요. 뭘 기대했나요. 그런거 없어요. 그냥 피시방이에요. 롤을 했어요.

세린누나는 바니걸 리븐이 예쁘다고 계속 리븐만 하셨어요. 의외로 밝히는 누나에요.

롤 전적은 그저 그랬어요. 처음엔 부캐로 들어가서 베이가 이외의 캐릭터들을 했는데 계속 졌어요. 그래서 그냥 본캐로 베이가를 했는데 그때부턴 캐리를 했죠. 중간에 모베씨를 데리고 온다고 그레이브즈를 픽했던 세린누나가 잠시 afk를 했지만 5대 4의 상황에서도 저희는 가뿐히 이겼어요.

그리고 모베씨의 등장. 앉자마자 바로 롤을 켰어요. 중간에 다른 아는분도 들어와서 같이 했어요.

그리고 롤을 3시간에서 4시간정도 하고, 피시방을 나와서 치맥을 먹으러 갔어요. 모베씨는 수술때문에 못마셨고, 저랑 세린누나 둘이서만 마셨어요.

술마시면서는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 하고, 라이트노벨 이야기 하고, 세린누나 모베씨 다음권 이야기 하고, 기타등등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맥주다 보니까 취중진담이나 술주정은 아쉽게도 못들었네요. 정말 아쉬워요.

그리고나서는 북새통에 다시 가서 책 사고 엔이세 1.5권에 사인받고 뭐 그랬어요.

이렇게요.

그런데 누나... 세상에 베씨가 어디있어요... 베지터도 아니고 베도필이 아니라 배도필이에요 배도필! 제가 베이가만 하긴 하지만 베씨는 아니라고요!

...그리고 늦은 기차를 타고 기숙사에 돌아가, 기숙사에 문이 잠긴것을 알고는 친구에게 부탁해 좁은 창틈으로 이불만을 건네받은 채 밖에서 노숙했습니다. 바깥은 추워요. 여러분 장난으로라도 야외취침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