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이 들었다. 대체 내가 왜 이곳에 있는가. 내가 무슨 죄를 지어 어두컴컴한 밀실속에 갇혀있는가. 그리고 수갑은 무슨 연유로 채워져 있는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떠오르는 이유는 티끌만큼도 없었다. 단지 내 지식이 맞다면 나는 지금 감금되어 있다. 누군가에게 강제로 끌려 이곳에 갖혀있는게 분명했다.

납치, 감금, TV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나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대체 어쩔셈이지? 나를 어떻게 해서 금전을 요구할 것인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고민에 빠져있는 사이에 나를 가두고 있던 밀실로 한줄기 빛이 들어왔다. 유일하게 사람이 드나들수 있는 문이 열리면서 들어온 빛이었다.

"……."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내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소녀였다.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깼어?"

평소와 똑같은 목소리, 하지만 느낌은 달랐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소름이 돋아본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깼어?'라는 말은 나를 구해주러 온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왜 말이 없어?"

넓지 않은 공간으로 들어와 문을 잠그는 그녀의 행동에 침을 삼켰다.

대체 어떻게 된 걸까. 무슨 이유에서 이런 행동을 보이는 걸까.

내가 온갖 생각에빠져 허우적거리는 동안 그녀는 들고 있던 종이가방을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앉아 종이가방 속으로 손을 넣어 안에 든 내용물을 꺼내들었다.

평범한 플라스틱 그릇이었다. 그 속에는 갖가지 음식들이 색색깔을 뽐내며 들어있었다.

"네가 배고플까 봐 가져왔어."

내 앞에 그릇들을 내려놓고 뚜껑을 여는 그녀의 모습이 마치 자신이 키우는 애완동물에게 사료를 내어놓는 모습같았다.

"어때, 맛있어보여?"

겉보기엔 먹음직스러운 반찬들과 건강을 위해 만든 잡곡밥이 내앞에 펼쳐져있었다. 하지만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께름칙한 느낌이 드는 반찬들을 보고 있는 사이, 그녀는 수저를 들어 밥을 한숟갈을 들어 내게 내밀었다.

"먹어 봐."

나는 거부할까 생각했다. 그랬다간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입을 벌립고 넙죽 받아먹었다. 맛은 평범했다. 다른 무언가를 넣은 것 같진 않았다.

이번에는 양념으로 버무려진 고기를 내게 내밀었다. 이번에도 입을 벌려 받아먹었다.

순종적으로 쉴새없이 움직이는 입과 달리 머리속은 눈앞의 그녀가 왜 이러는 것일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없어?"

그녀의 질문에 고개를 흔들었다. 맛이 없는건 아니었다. 단지 께름칙한 기분이 드는건 어쩔수 없었다. 그 후로 담아온 밥을 다 먹을때까지 나는 그녀가 내민 숟가락을 입에 넣었다.

식사가 끝나고 그녀는 그릇을 정리해 다시 가방속에 집어넣었다.

"또 올게."

자리에서 일어선 그녀는 나를 뒤로 하고 바깥과 단절시키고 있는 문을 열었다.

"고마워, 혜영이를 먹어줘서."

마지막으로 그녀가 밖으로 나가면서 내게 남긴 한마디.

나는 그 말을 듣고 식은땀을 흘렀다.

께름칙한 기분이 위장 속부터 올라왔다. 결국 참다 못해 앞에 먹었던 모든 내용물을 게워냈다.

토악질이 끝나고 정신이 흐릿해진 내 앞으로 펼쳐진 고기 조각들. 그리고 나는 또 다시 정신을 잃었다.

맛간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