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떨어진다. 창밖에 내리는 비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무심하게 창밖을 바라보던 세한은 바닥을 두드리며 연주하는 빗소리를 감상하고 있었다.

창밖에는 비가 내리는 건 아니었다. 수업이 끝난 시간이어서 인지 우산을 펼친 학생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창문 너머를 바라보던 세한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가방을 들었다. 교과서는 미리 가방속에 챙겨두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뒷문을 통해 교실을 빠져나왔다.

복도는 시끌벅쩍했다. 집으로 향하는 학생들로 북적대는 복도엔 쉬는시간과는 다른 활기가 넘쳐 흘렀다.

하지만 세한에겐 시끄러운 광경이었다. 더 머물고 있다간 혼이 나갈듯한 소란스럼움을 견디지 못하고 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학교 건물 중앙 현관에 도착한 그는 밖으로 나가기 보단 앞으로 뻗어나온 처마 끝에서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봤다.

절대 우산이 없어서 밖으로 나가지 않는게 아니다. 단지 오랜만에 내리는 비를 감상하고 싶은 생각에서 멍하니 위를 올려다 봤다.

"아하핫!"

웃음소리? 난데없이 들려온 웃음소리에 세한은 자연스레 시선이 옮겨졌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그는 한쪽 구석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후후훗!"

뭐하고 있는 것일까. 평범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세한의 시야에 잡힌 여학생은 뭐가 우스운지 몸을 숙인 채 작게 웃으며 물웅덩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은 우산에 가려 어떻게 생겼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아래로 드러는 라인은 상당히 슬림한 축에 속했다.

몸매로는 모델급에 속한 그녀가 보고 있던 것은 작은 청개구리였다. 학교 내 연못에 살던 것으로 보이는 개구리는 비오는 습한 날을 틈타 교내 순회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런 와중에 저런 소녀에게 걸렸으니 참으로 불쌍하게 생각됐다.

어, 일어섰다.

개구리에게 용무가 끝난 것일까, 자리에서 일어선 여학생은 개구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상한 녀석이 다 있네.

신기하게 바라봤다. 그 시선을 개구리에게 인사하던 소녀가 뒤로 돌아보면서 마주쳤다.

그 모습에 세한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고개를 돌릴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머리를 양갈래로 묶어 내린 소녀는 상당히 귀여운 외모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며 자신을 바라보던 세한을 보며 갸웃거렸다. 그리고 검지를 살짝 턱끝에 가져가는 행동으로 귀여움이 더해졌다.

그 사이 세한은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돌리고, 세차게 내리는 비를 보며 헛기침을 내뱉었다.

이제는 갔겠지 하고 눈을 흘깃 옆으로 돌렸다.

"히힛!"

소녀는 어느샌가 세한의 옆에 서서 미소 띤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안녕?"

"…으, 응. 안녕."

장마가 시작되는 날, 세한은 소녀와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