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소나기가 쏟아져 내린다. 함께 하교할 예정이었던 자세연과 함께 나는 학교 처마 밑에서 그녀와 나란히 서서 꾸물거리는 하늘만, 멍하니 무기력한 모습으로 바라본다.

완전하교 시간에 하교하는 아이들은 애시당초 적기도 하고, 나에게 살갑게 '우산좀 빌려주지 않을래?' 라며 말을 붙일 만큼의 친분이 있는 교우관계는 자세연 정도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간단하게 내 자기소개를 해볼까.

진자로 (14세, 학생) 즉 경제적 무능력자이다. 신분적으로는 대한민국에서는 태어나 중학교에 재학중인 학생 신분이다. 학생이니 하는 얘기지만 평범한 중학생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런 우민들과 내가 동일선상에 비교 되는것 자체가 실례니까. 그 덕에 동급생들에겐 빈축을 사 교우관계는 보다시피 이 모양이다.

자세연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살폿 '하암-'하는 작게 한숨을 내쉰다. 묘하게 불만스러운 표정의 자세연은, 팬더 열쇠고리가 데롱데롱 매달려있는 그녀의 가방을 '지익' 하는 지퍼소리와 함께 열어 페이퍼백 구성의 작은 책을 꺼낸다. 아마 비가 그칠때까지 책이라도 읽고 있을 생각인가보다. 나는 빗속으로 손을 뻗는다. 차가움과 피부를 간질이는 빗방울의 타격감.

이내 그 손을 거두고는 나도 무언가 무료함을 달래볼 요량으로 mp3를 꺼낸다. 그녀의 옆얼굴을 살짝 흘겨보니, 평소의 순진하고 귀여운, 하지만 백옥처럼 영롱히 아름다운, 미동도 없는 그녀의 얼굴이 있다. 그녀의 눈만이 활자를 쫓아 움직인다.

"저기"

독서를 방해받은 자세연이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빨리 해명해야 할 테지.

"비 그치면 집까지 바래다 줄까?"

착각하지는 마, 한번 예의상으로 물었다고요. 아마 자세연은 '진자로, 오랜만에 왠 바람이야?'하고 살갑게 응수해오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세연은 잠시 가만히 내 눈을 들여다보더니 뜬금없이 그대로 얼굴을 가리며 후다닥 학교 정문을 내달리며 빠져나갔다. 나는 멍하니 달려가는 자세연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입꼬리가 찰나동안 미묘하게 올라갔었던 장면을 본것 같은것은 착각이 아니었을까.

나는 여전히 처마밑에서 서있었다. 나와 구름은, 함께 음악소리와 지면을 때리는 소나기 소리를 공유한다.

전혀 비가 그칠 기색이 없는 하늘은 여전히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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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금을 넣고 싶어서 자게에 올려봅니다.

 

중학생때의 자세연은 데레하고 감정 표현을 잘 못했다는 설정으로 한번 적어보았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