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 겸, 기분 전환 삼아 써본 간단한 단편입니다. 단편연재란은 아직 글을 못 올리네요.
그날은 바람이 많이 불어 얼마 남지 않은 벚꽃 잎이 모두 바닥에 어지럽게 떨어져 봄의 막바지임을 알려주는 날이었다. 담임선생님의 명령(?)으로 은영과 나는 2-3반 담당 구역에 떨어진 벚꽃 잎을 쓸어 모으고 있었다. 내가 혼자 열심히 하얀 이파리들을 쓸어 모으고 있을 때 은영은 벤치에 앉아 있었다.
나: 쪙. 너도 좀 돕지 그래?
은영: ...
뭐라 한마디 해줄까 해서 가까이 갔더니 은영은 지저분하게 바닥에 떨어진 꽃잎을 보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봄의 끝에서 마지막으로 떨어진 벚꽃 잎에 시니컬한 기분이 들어서일까? 가끔 은영은 알 수 없는 행동을 보일 때가 있었다. 측은한 기분에 다그칠 기운도 없어졌다.
나: 걱정마. 내년에도 또 벚꽃이 가득 필거니까.
은영: 내년에도 벚꽃을 볼 수 있을까?
뭐지. 시한부 환자 같은 대사는. 괜히 깊게 물어봤다간 나도 우울해질 것 같았다.
나: 그럼! 그때는 기념사진도 찍고 머리위에 눈처럼 마구 뿌려주지!
은영: 약속이다?
나: 여기 손가락 걸어도 돼!
나와 은영은 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하였다. 내 손가락 끝에 닿는 은영의 피부는 너무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일부러라도 몇 가지 더 약속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은영: 만약 너한테서 다섯 명의 신사임당이 떠나서 돌아오지 않는 다면 어떤 기분일까?
나: 에? 뭐? 뜬금없이 또 무슨 소리야? 은영은 맨날 엉뚱한 소리만 하네? ㅋ
은영: 바보.
나: 뭐가 바보냐? 왕 바보가.
은영: 메롱~ 바보~
신사임당이 갑자기 세포 분열을 해서 페미니즘을 전파하기 위하고 조선시대의 남존여비로부터 맞서 싸울 5인 전대라도 만들었나보다. 이번에도 은영이가 하는 말은 정말 엉뚱하다. 그런데 갑자기 ‘7인의 나나’라는 애니메이션이 떠올랐다. 갑자기 보고 싶어지네. 그거 재미있나?
나: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얼른 청소하고 올라가자. 쌤이 화내겠다.
은영: 응!
우리 노처녀 담임은 인생에서 제일 후회되는 일이 남녀공학에 부임한 거라고 했다. 자기는 여중 여고 여대 나와서 남자랑 재대로 손도 못 잡아봤는데, 새 파란 애들이 같이 청춘 드라마 찍고 있는 꼴을 보면 질투가 생겨서 못 참는다고. 나 참. 그럼 얼른 시집가세요. 선생님!
나: 내일은 토요일인데 어디 같이 갈까?
은영: 음. 내일은 곤란해.
나: 음 그럼 모레는?
은영: 모레는 나 엄마 아빠랑 성당 가야되잖아.
나: 아. 그렇지. 참. 그럼 월요일날 보자.
은영:...
은영이 내 인사에 대답하는 것을 망설이는 게 잠깐 신경 쓰였지만 별일 없겠지. 남은 토, 일요일은 하루 종일 집에서 게임을 하면서 보냈다. 아직 날도 별로 덥지 않아서 은영이랑 같이 놀이동산에 가보고 싶었는데.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할 것 같다.
월요일 -
나는 월요일이 되어서 교실에 도착해서야 은영이 전학을 갔다는 것을 알았다.
텅 빈 은영이의 자리에는 주인을 잃은 빈 책상과 의자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제 은영이가 눈물을 흘린 것은 벚꽃이 아니라 이제 나랑 더이상 만날 수 없어서 그런 것일까?
이제야 은영이 헤어질 때 아무 말 하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뒤 늦게 다섯 신사임당과 나를 향해 바보 멍청이라고 한 의미도...
나: 아 ◯◯! 내 25만원.
그렇다. 난 은영에게 빌려준 25만원을 아직 받질 못했다.
P.s 25만원은 좀 과한 금액이긴 한데, 5명의 심사임당이라는 라임을 살리기 위해 다소 설정 파괴를 하였습니다. 양해를... --)_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