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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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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환상이 죽은 세계
글쓴이: 무존(無存)
작성일: 12-02-15 23:56 조회: 5,934 추천: 0 비추천: 0

환상이 죽은 세계

1장 라이트노벨부?!

01
“하아아아아암.”
봄날의 햇살이 따스하게 비치는 오후, 그것도 점심식사가 막 끝나 포만감과 따뜻함의 연계로 자기도 모르게 꾸벅꾸벅하게 될 정도로 평화로운 날이었다.
그래, 갑자기 나보다 1살이 많은 선배가 들이닥치기 전까지는.
“오늘부터 우리 부의 이름은 라이트노벨부로 개명하겠습니다!!!”
그 말에 나는 마시고 있던 녹차를 분수처럼 내뿜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겁니까!”
푸른 하늘에 치는 벼락과도 같은 말이었다.
원래 부의 이름은······ 없었다.
부라는 형식을 빌어서 부실까지 차지하고는 있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부.
학교에 미스테리 연구부도 있는데 거기서도 여길 연구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아, 그건 그렇고 이 이름도 없는 부에는 나와 저 선배밖에 없다.
이 부에 들어가게 된 때를 회상하자면 이렇다.

~두 달 전~
점심을 먹고 노곤함을 떨치기 위해 산책에 나섰다.
보통은 점심을 먹자마자 자서 5교시 시작 때쯤이나 5교시를 스킵하는 경우가 일상이다.
5교시는 왜인지는 몰라도 담당교사가 일이 생겨 전교를 통틀어 무서운 선생님 BEST5 중의 1이 들어오게 되어 필사적으로 잠을 자는 것을 막기로 했다.
나와서 얼마나 걸었을까.
내가 다니는 학교의 건물은 총 4개.
하나는 교실이 있는 본관, 다른 하나는 강당의 기능을 겸하는 체육관, 나머지 하나는 실험장 및 실습장과 부활동을 위한 부실이 있는 건물.
그 중 본관의 구조는 더 복잡한데 쉽게 말하면 1층은 1학년과 행정실, 컴퓨터실이 있고 2층은 2학년과 교무실과 휴게실, 3층은 3학년과 양호실, 4층은 과학실 및 이동수업에 사용하는 교실들, 5층은 옥상.
설명은 복잡했지만 난 산책을 하다가 옥상까지 올라갔다.
하늘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높은 곳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기지개를 피며 넓은 하늘을 보면서 호연지기를 느끼고 있었는데 갑자기 의식이 끊어졌다.
정신을 들었을 때는 주위가 제법 어둑해져있었다.
시야가 회복되자마자 주변을 살폈지만 평범한 교실과 같은 풍경뿐이었다.
대강 5분 정도가 지났을 때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범인이 들어오는 소리였다.
일어나서 불평을 하고 싶었지만 양손에 수갑이 채워진 관계로 의자에서 일어나는 일은 불가능했다.
“어머, 일어났어?”
남자의 목소리는 아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금발에 푸른 눈, 게다가 몸매까지 완벽해서 미소녀라고 불려도 좋을 소녀가 서있었다.
입가에는 사악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2학년 선배인 것 같은데 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무슨 말이야? 난 기절해있는 널 여기까지 옮긴 것뿐이야.”
“옮겨준 건 고맙지만 수갑까지 채울 필요는 없을 텐데요. 그것도 오래 차면 손목이 버티지도 못할 수갑을. 어쨌든 빨리 풀어주세요.”
“기절한 널 옮겨준 은인에게 너무 한 거 아니야?”
“······.”
심호흡 대신 한숨을.
“애초에 범인이 선배면서 은인이라고 하는 건 이상하지 않나요?”
“후후후, 제법 날카로운 추리였어. 다만, 증거가 있을 때의 이야기겠지만.”
추리소설의 해결부 부분의 범인이 주로 하는 대사.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말하죠, 범인은 선배가 맞아요. 그 바닥에 있는 흉기부터 치우시죠.”
사실 깨어나자마자 후두부가 아파왔다.
갑자기 의식이 끊어진 건 후두부에 강한 일격을 맞았기 때문, 사람을 기절시키기는 의외로 힘든데 잘도 해냈다.
“선배를 보니 무기를 휘두르면서 싸우는 것 같지도 않고 아가씨 같은데 용케 절 기절시키셨네요, 그것도 일격에.”
“응? 해본 적도 없고 기술도 없는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네? 그럼······.”
“좀처럼 기절을 하지 않는 것 같아서 한 20방.
“사람 죽일 일 있습니까!”
“안 죽었잖아, 뭐 어때.”
머리가 아파온다.
“그건 됐으니 이 수갑이나 풀어주세요.”
“음, 그게 열쇠를 잃어버렸어.”“······.”
당신, 뭐하는 사람이야?“그럼 어쩔 수 없죠.”
몸에 힘을 가볍게 모으고.
손목을 뒤틀었다.
“이거 평범한 수갑이네요.”“아무 처리도 되어있지 않은 거야. 겨우 이런 일에 비싼 처리를 해서 열쇠조차 필요 없고 어지간한 공격을 다 막아내는 수갑을 쓸 일은 없잖아?”처리된 것이었다면 부수지도 못했겠지.
요즘 기술을 이용하면 사람의 힘을 이용해서 자체의 강도를 강화시키거나 열쇠 없이 의지만으로 열고 잠그는 수갑도 있으니까.
“그런데 무슨 용무가 있기에 제 오후 수업을 가져가신 건지 궁금한데요.”그러자 그 선배는 날 향해 검지를 내밀며 큰소리로 말했다.
“너, 내가 만든 부에 들어와!”“네?”“부를 유지하려면 부장 이외에 다른 부원이 필요하단 말이야. 네가 그 역할을 해줘.”“전 그런 귀찮은 일은 안 합니다.”“이름만 있는 부라 부활동비를 받으면 우리 둘이서 나눠서 가질 수도 있어.”이 때 단호하게 거절했다면 미래가 바뀌었겠지만······.
“제 이름은 이시현이라고 합니다.”“후후, 난 김수진. 잘 부탁해.”여기까지가 회상장면.
그 후 두 달 정도가 지난 후가 현재다.
“갑자기 무슨 말이냐고요. 부활동비를 얻기 위해서 부를 만든 건데 갑자기 개명이라니.”“그게 말이야, 유령부를 만들어서 부활동비를 횡령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켰어.”“에엑!”“이대로라면 지금까지 쓴 부활동비를 횡령한 죄를 뒤집어쓰게 되어버려.”“큰일이잖아요! 그렇게 느긋하게 있을 상황도 아니고!”“그러니까 제대로 된 부를 만들어서 실적을 올리거나 부활동비를 올바른 곳에 쓰고 있다는 인상을 줘야해.”“여기서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요?”“뭔데?”“그런 일이 있으면 실적을 올리기도 쉽고 사람을 모으기 쉬운 부로 바꿔야죠. 라이트노벨부요? 라이트노벨이 뭔지는 알아요?”“교칙 상으로 이미 있는 부의 설립은 금지야. 찾아봐도 겹치지 않는 부가 없고 처음에 부를 등록할 때 겹치지 말라고 대충 지어서 냈거든.”그래서 그런 요상한 부의 탄생인가······.
“어떤 식으로 실적을 올릴 생각인지 듣고 싶은데요. 이젠 10대들에게 잊혀버린 라이트노벨이라는 구닥다리 유물로.”밝히는 건 서장에서 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깜박했다.
뭐, 말은 안 했어도 이상함을 느끼는 사람은 있겠지.
일단 소개를 하자면 지금은 서기 2050년.
그리고 마법과 초능력이 일반화된 시대.
만약 이때까지 내가 한 말을 듣고 위화감을 느낀 사람이 있다면 칭찬해주겠다.
내가 지껄이는 말들은 마치 경험도 없고 필력도 떨어지고 재능이 없는 소설가가 남을 따라하거나 어설프게 묘사를 하는 꼴이니까.
“구닥다리 유물이라니! 아직 죽지 않았고 출판사도 건재하거든?”“에, 제가 저번에 읽었던 책에 따르면 라이트노벨이라는 장르는 그 때의 일을 계기로 인기가 급속도로 하락, 결국 적자로 망했다고 하던데요.”“그 책 어디 있어! 찢어서 불태워버릴 테다!”“어쨌든 라이트노벨부의 실적을 올리는 법은 글로 공모전에 응시해서 상을 타거나 출판을 하는 방법이 있는데 전 그런 거 못해요. 그리고 이런 부에 누가 들어와요?”마법과 초능력이 소재의 3분의 1 이상, 소재가 아니더라도 마법과 초능력은 거의 필수적으로 등장하던 장르였는데 그게 일반화되니 인기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 일의 이후로는 소설이라는 장르 자체가 타격이 컸었어요. 결정적인 타격을 받은 건 라이트노벨 뿐이지만요. 이 이상의 공모전도, 아니 출판사도 없을 텐데······.”“라이트노벨이 빛을 발했던 건 그 일이 있기 전까지야. 그 때까진 우리나라만 해도 출판사가 몇 십 개는 되었으니 고향인 일본은 두 말할 필요도 없었겠지.”“그러니 큰 타격을 받았어도 멸종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말이죠?”“그래, 타격을 받아서 와해되긴 했지만 소멸은 하지 않았어. 마법과 초능력을 메인으로 하지 않는 러브코미디나 광선검의 시초가 된 그 영화 같은 SF계열에서 부활을 노리는 중이야.”재기를 노리는 걸까나.
현재 2050년.
마법과 초능력이 드러나 일상화 된지는 대략 20년.
그 일이라는 것은 신석기의 농업혁명, 근대의 산업혁명, 그리고 20세기 후, 21세기 초의 정보혁명과 더불어 교과서에 4대 혁명으로 실리게 된 일명 환상혁명.
마법과 초능력이 단체로 이면에서 밖으로 들어나게 된 일을 말한다.
혼란이 예상되었지만 마법 측과 초능력 측의 조화, 적극적인 양보로 별 파동 없이 일상으로 정착되었다.
마법과 초능력은 석유 같은 화석에너지를 필요하지 않는 거의 천연의 에너지.
초능력의 경우엔 과학의 성질도 어느 정도 갖고 있어 과학 기술의 발전, 덤으로 마법과의 결합.
이래저래 살기 편해졌지만 피해를 본 사람들도 많았다.
그 중 타격이 큰 사람이 환상을 주제로 하는 소설가.
소설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적지 않아서 타격이 와야 했지만 마법과 초능력의 힘으로 무효.
지금은 나락의 함정 속으로 빠지고 있는 중이다.
체인하지 않으면 묘지가 아니라 제외될 위기.
“그래서 죽어가는 그 장르의 글을 이 부에서 쓰게 하시겠다는 말인 것 같은데 일단 부원부터 구해야하지 않을까요.”“그건 일단 제쳐두고 목표부터 정했어.”“······. 부의 존속부터 가능하게 하고 목표를 정하라고요.”“목표는 출판. 지금은 소설공모전이라는 게 거의 소멸해서 시에서 지원하거나 하는 건 없어.”“그럼 어떻게 할 생각인데요?”“당연한 걸 왜 물어. 당연히 출판사에 투고를 해서 출판을 해야지.”“살아있는 출판사가 있긴 있나요?”“원래 한국 라이트노벨의 본류, 3대 산맥이라고 불리는 출판사들 아래 많은 출판사들이 있었어. 실질적으로는 귀족, 씨앗이라고 불리는 출판사가 양대산맥이었지.”“과거형인 걸 보면 결국 다 없어졌다는 말이잖아요.”“라이트노벨의 본토인 일본은 수익도 내기 힘들고 인기도 식어버린 라이트노벨에서 손을 놓았어.”그런데 본토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는 건가······.
“대부분은 전멸했지만 귀족이라고 불리던 출판사의 잔재와 다른 출판사들의 잔해가 모여서 다시 하나의 출판사로 태어났어.”“그래서 결론은요?”“방법은 하나, 그 마지막 출판사에 다이렉트로 어택하는 방법뿐이야. 그 출판사에서 라이트노벨의 사활을 걸 마지막 공모전이 열려.”호오, 공모전이라······ 마지막 발악인가.
“다른 사람들을 쳐부수고 1등이 목표!”“무리에요, 그건. 그럴 바엔 그냥 평범한 문학으로 가는 게 낫겠네요.”“안 돼! 이미 정해놓은 걸 바꿀 수 없어! 그리고 그런 부는 벌써 있단 말이야.”본심은 두 번째로군.
“그래서 공모전에 투고해서 1등해 출판을 해서 실적을 올리겠다는 말인데 그냥 적당히 부원이나 모아서 하는 시늉만 해도 되잖아요.”“대충은 하지 않아!”음, 이번엔 뭔가 패기가 느껴지는데.
그것도 패왕색의.
가만히만 있어도 몸이 떨려온다.
“무조건 이번 귀족 출판사의 공모전에 1등을 하는 게 목표, 그리고 출판해서 부를 유지한다!”“딸랑 2명이서요? 아까도 말했지만 전 글을 쓰는 일에는 재능이 없어요. 할 일도 없이 노는 니트거든요. 부원을 더 모으고 제대로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 부활동비도 끝이라고요. 차라리 그냥 부를 없애는 편이 나을걸요.”“이때까지 쓴 부활동비는?”“제가 받은 건 하나도 안 쓰고 놔뒀어요. 선배 몫은 선배가······. 쿠억.”정권이 명치에 꽂혔다.
“케엑, 처음 만났을 때도 그렇고 하라는 마법은 안 하고 격투기를 배워요?”맞은 명치를 부여잡고 말했지만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복잡한 일이 많으니 내일까지 쓸 만한 소재와 부원들을 모집할 방법을 생각해서 오도록!”일방적인 통보만 하고서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내가 있는 부실은 4층, 생각 같아선 뛰어내려버리고 싶다.
어쩌다 이런 꼴이······.

02
부실의 문을 열었다.
“어때, 좋은 생각은?”역시 나보다 먼저 와있다.
그건 그렇고 역시 꿈이 아니구나.
갑자기 라이트노벨부로 개명해서 실적을 올린다느니 해서 꿈이라고 믿고 싶었건만.
들어오기 전에 곳곳에 있는 라이트노벨부라고 적힌 종이가 붙은 것을 봐서 현실을 깨달았지만 생물이라면 누구나 피하고 싶은 본능이겠지.
“없어요. 하루만에는 무리에요, 무리.”“부원을 모을 방법은?”“갑자기 부원모집은 힘들걸요. 대부분의 학생은 이미 부를 들어가 있을 것 같고 이 학교에서 부를 옮기려면 상당히 귀찮은 일을 치러야하니까. 정 부원이 필요하다면 포스터라도 만들어서 붙이면 되겠죠.”“포스터?”“모집공고라는 거죠, 효과가 더 좋은 방법이 있긴 하지만 그건 직접 나서서 해야 하는 일이라······.”“포스터를 만들어 붙이면 부원이 올 거라는 말이지? 그럼 당장 만들자!”“포스터용 종이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데 무슨 수로요?”“일단 원본을 만들 거야.”이거 너무 열심인데, 불안해진다.
다른 감은 몰라도 불행에 대한 감은 놀랄 정도로 잘 맞는 편이라 더 불안하다.
집중이라는 걸 보여준 적이 없는 저 사람이 집중하고 있다.
“다른 부에서도 포스터는 주기적으로 붙이고 있어요. 부원이 1명이라도 많으면 활동비가 더 나오기 때문이겠지만 그것 때문에 우리 포스터를 붙여도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은데요.”“하기도 전에 포기하면 안 돼!”“이런 명언도 있잖아요. ‘포기하면 편해··· 하지 마.’라는.”“포기 따위 하지 않아!”“이게 소설이었으면 선배 대사 끝마다 느낌표가 붙어있을걸요. 조금 진정하세요.”
“일단 포스터 제작이다!”의욕 넘치는 건 좋은데 일의 앞뒤가 없구만.
결국에 고생하는 건 나일 테고.
“최대한 화려하게 해도 가능성은 10%미만이라고 생각하는데요.”“다른 포스터들이 다 화려하다면 우리 포스터는 수수하게 만들면 돼. 화려해야 눈에 띄는 게 정석이지만 전부 정석을 따른다면 그 정석을 엎어야 눈에 띄기 쉬워.”이른바 역발상이라는 말이군.
“그림 같은 걸 그릴 재주는 없으니 글로 때워야겠네요.”“그렇네. 뭔가 좋은 거 없어?”“스스로 좀 생각하세요.”
“으음, 그럼 이런 건 어떨까?”연습장의 페이지에 무언가를 휙 휘갈기더니 그 페이지를 찢어서 내 앞에 내밀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라이트노벨부 소신 표명!
저희 라이트노벨부는 이 세상의 라이트노벨을 널리 모집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라이트노벨을 읽어본 적이 있거나 써본 적이 있는 사람!
현재 라이트노벨에 관련한 문제에 직면한 사람!
머지않아 라이트노벨을 쓸 예정인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우리에게 상당하면 됩니다!
당장 해결해드립니다!단 어지간한 라이트노벨에 대한 의지로는 안 됩니다!우리가 놀랄 정도의 라이트노벨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주의해주세요!
“에······. 이거······.”“어때? 좋지?”“표절 같은데요.”“그럴 리가! 이건 순전히 내 머릿속에서 나온 아이디어고 생각이야!”저기 아이디어나 생각이나 지금 선배가 말하는 의미는 같은데요?
“이걸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부원으로 받아들일······. 너 어떻게 알았어?!”아차, 실수.
“그냥 저런 개성적인 거라면 어디 애니메이션에 나온 줄 알겠죠. 저 애니메이션은 제법 좋아한다고요.”“요즘은 아니지만 예전엔 라이트노벨의 애니화도 많았으니까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거지!”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런 낯간지러운 말을 적은 포스터를 제작, 학교에 살포한다니 그건 결사반대다.
“절 반대에요, 반대! 절대로!”“왜? 좋지 않아?”좋긴 무슨.
솔직히 말하자면 난 평범하지 않다.
그래서 구닥다리 유물에도 능통하고 또 거짓말은 할 수 없다.
구닥다리 유물, 라이트노벨에 대해서도 잘 안다는 사실을 들켰다간 끝이 나겠지?게다가 너무 낯간지러워!알아보는 사람은 없겠지만 보는 내가 부끄러울 정도다.
아아, 솔직히 말하자면 표절이라 보고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내게 무슨 힘이 있겠는가.
결국 막지 못하고 다음 날 포스터는 대량으로 생산되어 학교 게시판마다 몇 장씩 붙여지고 선배는 교문에 서서 하루 종일 전단지를 뿌렸다.
이 일이 그녀의 종말로 알리는 종이 울렸다는 것을 그 때 나는 알고 있었다.

03
일주일이 지났다.
“아, 진짜! 왜 아무도 오지 않는 거야!!!”“글쎄요.”아까 뽑은 캔의 뚜껑을 열고 벌컥 들이켰다.
짜릿한 느낌.
역시 음료수는 탄산이 최고다.
“느긋하게 음료수나 마시고 있지 마!”“전 노력했다구요. 포스터 제작 때도 전 일일이 수필이었고.”마법을 쓰는 일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별 수 없었다.난 이 학교에 애착이나 자긍심 따위는 없지만 상당히 이름을 날리는 곳으로 마법은 물론 초능력까지도 가르치고 있는 명문이라고 한다.
유감이지만 난 그런 일에는 흥미도 없고 관심도 없어서 성적은 높지 않다.
마법에 좀 더 애착이 있었다면 포스터를 쓸 때도 수기를 하진 않았겠지.
이건 제쳐두고 문제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것.
포스터를 눈에 띄는 곳마다 붙이고 직접 전단지까지 나누어주었는데도(난 안 했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도 오지 않는다.
나라도 안 오겠지만 1명도 안 오는 것은 조금 심하려나.
전교생이 2000명인데.
“그렇게 소리쳐봐야 아무도 안 옵니다만?”“시끄러! 그럼 모으러 갈 거야!”“지금요?”정말 활동력이 좋네.
지금은 5시.
하교 시간으로부터 벌써 1시간이나 지났는데 누굴 모으러 가는 걸까.
애초에 문예부가 따로 존재하는데 라이트노벨부라니.
따지면 문예 밑에 라이트노벨이 있는데, 아니 애초에 이런 부를 왜 허가를 해준 걸까나.
“자, 가자!”“네? 저도요?”“너도 부원이잖아! 그러니까 부장을 도와야지!”난 가입한다고 말한 적 없는데······.
벌써 부원 취급당하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억지로 끌려 나와서
“당장 학교를 돌아보며 부원이 될 만한 사람을 최소 1명은 찾아와! 못 찾으면 사형!”이런 일방적인 통보만 던지고 가버렸다.
진짜 사형시킬지 안 시킬지는 몰라도 나름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사회성 제로에 대인관계가 최악이라 변변찮은 친구 하나 없는 녀석에게는 너무나도 어려운 과제였다.
그렇게 수업이 파하고도 1시간이 지난 시점부터 학교의 문을 강제로 닫는 10시까지 사람도 없는 학교를 돌아다녔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온 다음 날은 토요일.
4교시 수업을 마치고 좀 더 쉬려고 했더니 전화가 왔다.
발신인은 물론 그 선배다.
1교시 시작 전부터 알게 된 일인데 이 사람이 10시가 되기도 전에 탐색을 시작한지 30분도 되지 않아 질려서 가버렸다는 것이다.
난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고······.
따져봐야 본전도 못 찾을 것이 분명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엔 쓴소리를 들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부실 구석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소녀가 있었다.
“저 애 누구에요?”검은색에 어깨까지 오는 단발에 안경을 쓰지 않고 이마에 걸치고 있었고 손에 작은 책을 들고 읽고 있었다.
“새 부원이야.”“네? 부원이라굽쇼?”“응, 어제 찾은 부원.”
아, 최소 1명을 찾아서 먼저 간 건가?선배를 제쳐두고 새 부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너, 이런 부에 들고 후회를 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책을 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았는데 내 말에 반응해 고개를 들자 얼굴이 보였다.
“넌!”“아, 넌 그 때의 그 사람이잖아.”알고 보니 제법 유명인이었네.
“문예부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어째서 여기에?”
“너, 소식 못 들었어? 문예부는 없어졌어. 산산조각나서 다른 부에 흡수되어버렸단 말이야.”“아아, 들었던 것 같군. 그 일의 중심엔 네가 있었다는 말도.”“활동비 부족에 부원들의 의욕 부족 때문이야.”글쎄, 내가 듣기론 부장이라는 사람이 너무 무리를 해서 컴퓨터가 사양에 맞지 않는 게임을 돌리듯이 부원들이 망가져서가 이유라고 하던데.
“설마하니 혹시 네가 부장은 아니겠지?”“맞는데?”“역시 너냐······.”어째서 사회성 제로에 대인관계 최악인 내가 이런 소녀와 알고 있냐고 묻는다면 단 한 낱말.
구면.
서점에서 주인과 다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부원으로 보이는 학생도 여러 명이 있었는데 뭔가를 가지고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기에 그 자리에 끼어들어 중재를 한 적이 몇 번 있다.
마지막으로 중재한 것이 바로 엊그제.
잠깐, 1학년주제에 부장이었나?“어이, 너 1학년인데 부장이었냐?”“이 부의 부장은 2학년인데 1학년이 부장하지 말라는 법 있어? 위의 선배가 나가면서 맡긴 거야.”그 위의 선배라는 사람에게 애도를.
당신이 아꼈던 문예부는 소멸했습니다, 아멘.
“문예부가 없어져도 뭐, 상관없어. 그보다 내 목적에 가까운 부가 생겼으니 부원이 되더라도 괜찮아.”“설마 네 목적이 라이트노벨에 있는 거냐?”“물론! 잘 됐어. 내 이상을 반영한 부를 찾았으니까♬ 그렇죠, 부장?”어느 새 녀석의 앞에 다가온 선배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즐거운 듯이 말했다.
난 하나도 안 즐겁다고.
“부의 존속을 위해선 2명이 더 필요한데. 전 문예부 부장이니 아는 사람이나 전 부원을 빼올 수는 없어? 선배는 다른 사람 없어요?”“흥, 문예부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관심 없었어. 다 날 따라오지도 않았고.”
“그러는 너나 다른 사람을 데리고 와!”단칼에 반격이다.
“아, 정말 남자이면서 정말 무능하단 말이야. 부원 모집은 내가 할 테니 넌 차나 마시고 있어!”남자라고 무슨 만능인가, 게다가 처음부터 그랬으면 됐잖아.
별로 기재 같은 것이 없던 부실이었는데 어느 새 차를 우려내는 기계라거나 보온병에 티겁이 돌아다닌다.
빈 책장에는 먼지가 쌓여있어야 하는데 깔끔하다.
거기엔 이런 말이 적힌 쪽지가 올려져있다.
언젠가 이 책장을 라이트노벨과 그 관련 상품으로 가득 채우자!꿈도 크셔라.
“어이, 너. 전 문예부원이라면 책 같은 건 꽤 많이 있지 않아?”
“있긴 있지만 책은 읽는 것만이 진정한 가치는 아니야, 보관, 소장하는 것에도 가치가 있는 법! 특히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로얄티가······.”이 녀석 문학을 추구하는 건 맞을까.
“그런데 넌 왜 여기에 있어? 나야 분명한 목적이 있어서 있지만 넌 아무런 관계도 없어보이는걸.”“나도 싫어. 휘말렸을 뿐이야. 난 트러블에 잘 휘말리거든.”“헤에, 그 트러블에 발을 디밀어 넣는 게 취미라서 그런 건 아니고?”“말 함부로 하지 마. 전 세계의 불행한 소년들을 매도하는 거냐. 난 불행해도 일을 잠재울 힘도 없고 오른손으로 마법을 지우는 일도 못한다고.”“제법하잖아, 너? 이매진 브레이커를 알고 있어? 빈틈이 많아 보이지만 너무나도 방대하고 세세한 세계관을 가져서 딴죽은 꿈에 못 꾼다는 그 명작을! 현대에도 겹치는 부분이 많을 정도로 상상력이 대단하다고 칭찬을 받는 그 작품을!”어라, 말실수를 했나.
“전단지를 봤을 때부터 느낌이 왔지만 여긴 부장뿐만이 아니라 부원까지 보통이 아니구나.”난 평범한데.
“아, 몇 번 봤었는데 인사가 늦었네. 난 1학년 10반의 박지혜라고 해. 앞으로 잘 부탁해~”
“난 1학년 5반의 이시현.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거기에 내가 발을 집어넣으려고 하면 사력으로 막아줬으면 좋겠다.”
“노력해볼게.”그렇게 통성명이 끝나고 대화가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우, 우왓!”거칠게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뒤로 엎어지는 모습이 보여 반사적으로 넘어지려는 사람을 붙잡았다.
“자자, 새로운 부원이야!”균형을 잡은 것을 보고 뒤로 물러나 들어온 사람을 살폈다.
허리까지 오는 연한 갈색머리에 갈색 눈동자.
뭣보다 선배보다 몸매가 훨씬 좋았다.
키는 조금 작지만 나보다는 선배인 듯하다.
이런, 새로 들어온 사람의 몸매라던가, 그런 걸 설명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뭡니까.”“말했잖아, 새 부원이야!”눈물을 글썽인 채로 울음이 터져 나오려는 걸 억지로 막고 있는 것 같은 얼굴이다.
뭔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좀처럼 입을 열지 못한다.
이런, 하필이면 왜 저런 사람 눈에 들어서.
“선배가 말한 조건과는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데요.”
“가슴도 크고 귀엽게 생겼잖아. 아직 모에라는 건 불타오르고 있는 시대니까. 로리틱한 거유라면 인기가 좋아. 마스코트로 쓰자!”헤에, 이것도 어디서 본 장면인 것 같다.
그러니까 저 구석에 앉은 문예부 소녀는 우주인 비슷한 거고 방금 들어온 저 불쌍한 선배는 미래인이냐.
다음에 데리고 오는 사람은 특정한 공간에서 초능력을 쓰는 초능력자고 부장인 선배는 신에 필적하는 존재겠구만.
초능력자는 흔하니 설정이 영 안 맞는걸.
그 때 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며 1명의 소년이 등장했다.
나와는 다르게 모범적인 복장에 깔끔하게 정리된 머리카락.
딱히 난 불량학생은 아니지만 방금 들어온 저 녀석의 곁에 서면 불량학생으로 보일 것 같다.
싱글싱글 웃는 모습으로 문을 연 걸 보면 선배가 끌고 온 건 아닌 듯.
“이 부에 입부를 희망합니다. 제 이름은 이상운. 1학년 9반의 반장입니다.”어라?왜 저렇게 제대로 된 녀석이 이런 곳에 왔지?“입부희망자? 라이트노벨에 대해서 알고 있겠지?”“예, 라이트노벨이라는 것은 2030년 환상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인기를 끌던 소설의 한 장르로 일본에서 시작되어 세계로 퍼져나갔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역수출을 할 정도의 작품도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라이트노벨은 말 그대로 가벼운 소설로 언제든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오호, 사전에 적혀있는 것 같은 설명이다.
그런데 왠지 저 녀석 낯이 익은데.
아까의 전 문예부 부장과는 다른 느낌으로.
“그래, 이상운. 입학 때 친 시험에서 당당하게 1등. 이번 중간고사, 기말고사에서 1등을 차지했다던······.”“이거 저같이 미천한 종자를 알아주시니 영광입니다.”겸손하네.
“좋아, 너도 부원으로 받아줄게. 일단 난 먼저 가서 부를 제대로 등록하고 올 테니까 오늘은 해산해도 좋아.”기쁜 표정을 짓고는 나가버렸다.
뭔지 모르겠지만 부원이 5명.
정식으로 부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해산하라고 했지만 구석에는 책을 읽고 있는 소녀 문 쪽에는 주저앉아서 흐느끼는 선배, 그리고 내가 앉아있는 의자 바로 앞에는 온화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동급생.
일단 내 앞에 앉은 동급생은 무시.
“저기, 괜찮으세요?”“흐윽, 훌쩍.”끌고 와서는 버리고 볼일을 보러 간 건 너무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훌쩍이고만 있으면 그것도 곤란.
“네, 저, 전 괜찮아요······.”전혀 안 괜찮아 보인다고······.
“어차피 저 선배가 억지로 끌고 온 건데 싫으면 그냥 나가시면 돼요.”“괘, 괜찮아요······. 혼자 일어날 수 있어요.”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억지로 일어나는 모습이 안쓰럽다.
게다가 상당히 미인인데.
지켜주고 싶은 계열의.
“저 선배하고는 아는 사이예요?”“으, 응. 같은 반 친구······.”마음속으로 성호를 그었다.
“내, 내 이름은······. 김지혜라고 해······.”“네, 제 이름은 이시현이라고 합니다.”“응, 잘 부탁해 시현 군······.”그냥 나가면 될 것을 친구라는 정에 얽매여서 못 빠져나가는 걸까나.
몇 가지가 어긋나긴 했어도 저 선배는 한 라이트노벨을 흉내 내고 있는데 그 소설에선 저 포지션과 내가 있는 포지션은 개고생을 하는 내용이 잔뜩 실려 있는데······.
“그냥 거절해버리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괜찮겠어요? 저 선배 친구라면 잘 아실 텐데.”“그래도 내가 없으면 부가 없어진다고 해서······. 그리고 활기차지만 나쁜 짓을 하는 애는 아니니까······.”이 사람 성인인가!“하핫, 당신은 이 부의 2인자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부를 붕괴시킬 권유를 해도 되는 건가요? 그리고 저에게는 하지 않다니, 섭섭합니다.”“누구 맘대로 2인자야, 그리고 넌 자진해서 들어온 거잖아. 그런데 전교 1등이라는 지위를 갖고도 무슨 생각으로 이 부에 들어온 거냐.”“글쎄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일까요?”“뭐가 재밌냐.”“처음 이 부를 봤을 땐 불량서클인줄 알았습니다.”“뭐?”“지금 시대는 염색을 해도 머리를 기르고 귀걸이를 차도 아무런 제재도 없는 시대입니다만, 복장 같은 건 엄격하죠. 그런데 당신과 부장은 복장이 단정하질 못해서 말입니다.”뭐, 두발은 제한이 없고 귀걸이나 목걸이는 마력을 증폭하기 위해서 필요하니까.
그 때문인지 복장에 대한 제재 업그레이드.
“금발에 푸른 눈이라는 건 이제 흔하지만 복장은 교칙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짧은 치마라거나. 당신은 겉만 교복을 걸쳤고 안에는 회색의 티셔츠, 손목에는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 쇠사슬 모양의 은팔찌, 역시 별다른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 삼각형의 목걸이, 그리고 미약한 마력이 느껴지는 평범한 귀걸이를 하고 있으니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죠.”보통 내 모습이나 주변 사람 묘사는 내가 해야 하는데 대신 해줘서 정말 고맙네.
덤으로 스포츠라고 깎았는데 앞머리는 붕 떠서 지구 중력10배의 행성에서 날아온 외계원숭이가 1단 변신을 한 꼴이고 덥수룩하다.이 장비를 안 차고 다닐 수는 없어서 안타까울 뿐.
“불량서클이었다면 학생회에 건의를 할 생각이었지만 지켜보니 유령회사 같이 존재만 하고 부활동비를 얻어쓰는 부라고 하더군요. 구성원도 다 특이하고.”“어떻게 그 사실을······.”“제가 처음 알아내서 학생회에 건의했으니까요.”결국 한 주제에 안 했다는 비쥬얼로 말하지 마!
“그런데 뭔가 제대로 된 이름으로 개명하기에 들어온 겁니다. 이제까지 썼던 부활동비는 없는 걸로 해뒀습니다.”“그건 고맙네.”“개인적으로 흥미가 있는 사람이 있어서이기도 합니다.”이런 식의 느낌으로 대화를 1시간.
해산해서 집으로 귀가했다.
잠이 들기 전, 내일을 맞이하기 전에 난 어렴풋이 느꼈다.
평화로운 일상은 여기까지라고.

04
일요일이지만 전화가 와서 학교로 호출되었다.
그 소설에선 일요일에서 학교로 불려 나오진 않았는데 말이야······.
시대가 바뀌니 원.
“지각이야, 지각! 벌금!”“헉.”등 중간까지 오던 긴 금발이 어깨까지 오는 단발이 되었다.
“캐릭터에 자기를 너무 몰입하는 거 아닌가요, 그거······.”“뭐가?”
이 사람 모르는 건가?게다가 오른쪽 팔에는 부장(副長)이라고 적은 완장.
그런데 그건 원래 團長이라고 적혀있어야 하고 저 부장은 원래 적혀야할 부장이 아니다.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머리가 아프다.
“이 라이트노벨부의 목적은 무언가 실적을 올려서 부를 인정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 마지막으로 남은 라이트노벨 출판사에서 여는 공모전이 있습니다. 그 공모전에서 1등을 해 출판하는 것이 목표!!”이미 들어서 갑작스럽지도 않다.
앉아있는 다른 사람들도 당황스러워하지 않는 것 같고.
“남은 기간은 최대 6개월, 최소로 3개월. 한 사람당 낼 수 있는 원고는 1개.”“설마하니 우린 5명이니 5개를 낸다는 말은 안 하겠죠?”뜨끔이란 효과음이 들려왔다.
“다, 당연하잖아! 질도 중요하지만 양도 중요하니까.”“하아~ 지혜 선배, 그리고 나머지 둘도 뭔가 말 좀 해봐. 말이 안 되잖아.”“재미있겠군요, 3달이면 적어도 하나는 쓸 수 있을지도 모르니 공부를 해둬야겠군요.”1학년 최고 우등생씨의 대답.
“날 뭘로 봐? 전 문예부라고. 글을 읽는 것도 많이 했지만 많이 써봤단 말이야.”이건 전 문예부 부장의 대답.
“저기, 전······. 죄송해요, 전 글 같은 건······.”뭐, 이쪽 대답은 됐어.
“사람이 무슨 글을 찍어내는 기계도 아니잖아요. 아무리 분량을 적게 해도 라이트노벨은 최소 몇 만자인데다 공모전 조건을 글자 수로 환산하면 11만자라고요!”“하면 돼! 그건 제쳐두고 일단 소재 5개를 구하기 위해 모인 거야, 오늘은.”소재라······.
이제까지 있었던 것들은 저작권이 어떻게 돼지?“난 이런 걸 생각해봤어. 친구를 사귀면 인간강도가 떨어진다고 헛소리를 하는 남고생이 야한 책을 사러 갔다가 길에서 죽어가는 흡혈귀를 보고 자신의 피를 주고 살려냈는데 인간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 흡혈귀를 죽이려는 사냥꾼과 싸워서 이겨내지만 결국 그 흡혈귀와 싸우다가 이기려는 와중에 진실을 알게 되어서 힘을 빼앗아 둘 다 살아남는 엔딩!”“······.”“그리고 뒷이야기도 있어. 스테이플러로 입안을 공격하는 여친이라거나 고양이 반장.”“······.”“아니면 엄청난 불행을 자랑하는 소년, 그 대신 오른손에는 환상을 지우는 힘이 있는데 한 소녀를 구하려다가 기억을 잃었지만 계속 해서 싸워가는 이야기!”“전 벨트를 써서 곤충머리를 한 괴인으로 변신하는, 오토바이를 제대로 안 타는 라이더가 좋을 것 같은데요.”“안 돼, 너무 유명하잖아!”“아니면 카드게임을 하는데 어둠의 게임이라면서 사람이 죽고 마음이 붕괴하고 지면 세계가 멸망하는 게임을 계속 하는 건요?”“기각!”선배가 제시한 것도 만만하진 않은데.
뭐, 내가 말한 건 아직까지 현역이니까.
가만히 듣고 있던 전교1등의 우등생이 입을 열었다.
“좋은 소재가 하나있습니다. 어릴 적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울대에 들어가려다 삼수생이 된 소년이 집을 나와 할머니에 여관에 갔는데 그 여관이 여학생 기숙사로 바뀌어있고 그곳에서 살게 되면서 일어나는 러브코미디.”“좋아!”이 이상 지켜보면 딴죽이 폭발할지도.
“전 이만 가렵니다. 전 아는 게 없으니 빼고 하세요.”“안 돼! 부원이라면 착석해!”무시하고 문을 열었다.
“매정하잖아!”“전 하드보일드하니까요.”“뭐? 완숙이라고? 너 계란이야?”졌다.
폼 잡고 퇴장도 허락 안 하는 매정한 부장이네.
뭐냐고 이딴 전개.
난 포기하고 싶지 않은데 몸이 저절로 움직여.
만약 이런 내용이 소설이 있다면 불태워버릴 테다!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회의는 아무 소득도 없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은 더 바싹할 테니 각오들 해!”
“네에~”늘어지게 대답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자, 우리 목표는 1등, 출판!!!”엄청난 기합이다.
저 자신감, 하늘을 뚫을 자신감이다!어쨌든 라이트노벨부의 결성, 및 목표 결정.
공모전 1등 및 출판.
처음부터 조각배에 수십 톤의 화물을 실은 꼴로 출발.
목표를 성취할 수 있을까?앞으로의 행보는 어떻게 될 것인가!다음 편을 기대하지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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