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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에 인어아가씨] link-0글 이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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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04 02:13
 
 
생각해보면 나도 참으로 잉여잉여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부모님이 맞벌이셔서 그런지 집에 돈이 부족할일이 없어 나름대로 풍족한 생활을 했었고

다른 집들과는 다르게 친가나 외가쪽 분들도 사이가 좋으셔서 그쪽 방면의 갈등은 없었다.

집안의 유일한 남자아이라 그랬던지 나는 집안의 어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고

또 생각보다 머리가 좋았던건지 그냥저냥 대충 공부를해도 보통이상은 나오는 성적에 딱히 학업방면의 스트레스는 없었다.

부모님이 그런데에 신경안쓰시기도 했지만.

아무튼 행복하게, 잉여잉여하게, 고민 없이 대충대충 살았던 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아무리 제가 인생을 대충대충 살았거니와, 갑자기 이런곳으로 끌고오시면 어떡합니까."

"하지만 너도 동의했잖니? 문제는 없을 것 같아서 데려왔다만?"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급전개입니다만...


지금 일어난 일을 해명하려면 잠시 요약을 해야할 듯 싶다.

1. 난 분명 어제, 내 방에서, 침대에서 잠들었다.

2. 누군가가 내 몸을 툭툭 치길래 반사적으로 일어났다.

3. 일어나보니 방은 온데간데없고 사방이 하얀색 천지다.


뭐냐, 이 소설같은 전개는.

그리고 내 눈앞에서 웃으며 말하는 당신은 도대체 왜 여기있는겁니까.


"아니, 그보다 당신은 게임속에 있었던 인물 아니었나요. 음...납작이? 아연이 어머니? 아주머니?"

"아주머니라 부르렴."


그래요 아주머니.

당신은 게임속의 허구의 인물이 아니었나요.


"그래도 네 앞에 있잖니? 내가 허구의 인물이라면 지금의 너도 허구의 인물이어야 하는데?"


아니, 그보다 남의 생각 읽지말아주세요.

솔직히 조금 무서워지려고 하네요.

하지만 지금 중요한건 이게 아니지.


"그나저나 제가 동의했다는건 무슨 말인가요. 전 제 지장을 사용한적이 없는데요."

"꿈에서, 기억안나니?"

"예?"


꿈? 꿈이요?

내가 뭔 꿈을 꿨더라.

생각해보자 김윤휘. 이대로 사기계약에 당할 순 없어. 

한쪽만 알고있는 사기계약 따위에 내 인생을 잡힐 순 없단 말이다.

.
.
.
.

"아...젠장."


기억났다.


꿈속에서의 나는 어떤 산을 헤메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밤중인지 엄청나게 어두컴컴한, 으슬으슬한 분위기마저 느껴지던 산에서 나는 무언가에 홀린듯이, 미친듯이 뛰고있었다.
 
심장이 터질듯이 두근거리는 것을 가슴을 움켜쥐고 참으며 마지막으로 도달했던 곳은,

분명히, 어제 플레이했던 [방구석의 인어아가씨]에서 나오는 그 폭포였다.

그것도 스토리가 마지막으로 치닫는, 명아연이 폭포에서 사라져버리는, 배드엔딩루트의 장면이었다.


꽤나 헉헉거리며 그곳에 도착했음에도 나란 존재는 느낄 수 없었던건지 명아연은 묵묵히 폭포속으로 향하고 있었다.


백치미의 분위기, 윤기있는 긴 검은 머리, 현대에서는 찾아보기힘든 한복차림, 그것들보다 더 눈에 띄는 하반신의 인어꼬리는

틀림없는 명아연, 그녀의 것 이었다. 
 
초점이 흐릿한 그녀의 선홍색 눈동자는 멍한 그녀의 표정과 함께 왠지모르게 섬뜩한 소리를 내는 폭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무엇인가를 주저하는 듯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꽤나 시간이 흘렀을까, 대충 짐작컨데 한시간은 족히 지난 것 같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폭포를 향해 얼마 거리를 두고 움직이지 않던 그녀는 한숨을 쉬고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시리듯 푸른 하늘은 왠지모르게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고, 난 무엇인가에 홀린듯 손가락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비록 나는 사라지겠지만."


정적을 깬 그녀의 한마디였다.

원작 게임에서의 그녀의 대사가 저것이 맞았는지의 여부는 애초에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이제 떨리지 않았다.


"...내가 사라짐으로써 너는 살아갈 수 있겠지."


평소라면 중2병이니 뭐니 하며 온몸을 베베 꼬아댔겠지만 게임의 스토리를 알고있는 나는 그녀를 비웃을 수 없었다.

이곳은 그녀에게는 게임 속 세상이 아닌 엄연한 현실이었고, 그 현실속에서 그녀는 지금 자신의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려하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자신의 존재를 세상 자체에서 지움으로서.

자신의 생각따위는 하지 않는, 남겨진 이는 신경쓰지 않는 바보같은 희생이었다.


"너는 지금처럼 따스한 하늘 아래 있어줘."


그 한마디 말과 함께 전신이 전기에 감전된듯 꿈틀거렸다.

간신히 진정됬던 심장이 미칠듯이 뛰고있었다.

나의 일이 아니었음에도, 이것은 현실이 아닌 게임이라고 한가닥의 이성이 소리를 쳤음에도

이것이 마치 현실이라는 듯, 심장과 내 감정은 미친듯이 요동쳤다.


그리고 그 마지막 한마디와 함께 그녀는 폭포속으로 몸을 묻었다.


"다만 날 기억해주길."


그 말을 마침과 함께 그녀는 빛의 입자들로 변해 마치 환영이었던 것처럼 사라져버렸다.

마지막에 애처로이 흐른 그녀의 눈물마저도.

그녀가 사라짐과 함께 잃어버렸던 몸의 통제권이 돌아왔다.


"이건...너무하잖아."


정리되지 않아 혼란스러운 내 심정이 한마디말로 변해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성은 이것은 심각한 게임중독 현상이라면서 제정신으로 돌아올것을 요구하고 있었지만

몸으로 느껴지는 이 느낌은 이것이 현실이라고, 네가 본 것은 현실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도대체, 내게 원하는게 뭔데 이것을 보여주는거지?"

"나한테 도대체 뭘 원하길래 이러는건데..."


괴로웠다.

전혀 상관없는 세상의, 저 명아연이 사는 세상과는 눈꼽만큼의 연결점도 없는 나였지만 미친듯이, 너무나 괴로웠다.


"원하는건 모두 들어줄테니까 날 빨리 깨워줘!"


지금은 그저 이 고통을 피하고 싶었다.

그리고 난 정신을 잃었다.

.
.
.
.

그렇다.

그 꿈은 저 사악하게 미소짓고있는 아줌마의 사기계약의 첫단계였던 것이다.


"아주머니라고 해야지?"


넵...

아, 거 진짜. 속마음좀 읽지 말라니깐...
 
+ 작가의 말 :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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