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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공상이론(空想理論)
15-02-25 15:00
 
 

 

  [ 198937.. ]

 

  생명은 태어나고 곧 이어 죽는다.

  고귀한 생명, 누구에게도 존중받아야할 마땅한 존재.

  하지만 그들은 또 다른 무언가의 생명을 뺏는다.

 

  죽는다.

 

  단 한 번의 손짓만으로도 생명은 이처럼 간단히 죽는다.

  그런 당연하면서도 비현실적인 생각.

  삶과 죽음의 아슬아슬한 경계면을 가르며 한가지의 의문이 스친다.

 

  그들은 대체 어디에서 왔던 것일까. 그리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어수룩하게 어둠이 내려앉은 인적이 드문 강변 도로 밑, 넓게 퍼진 붉은 선혈 위로 한 소년이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그런 소년의 앞으로 한쪽 다리가 잘려나가 세차게 뿜어져 나오는 피를 두 손으로 막고 있던 중년으로 보이는 남성이, 이미 고통 따위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며 소년을 올려다보고 있다.

  이 남성의 것이라고 생각되어지는 잘려나간 오른쪽 다리는 소년의 작은 손에 쥐어진 조그마한 양날 검의 동작에 맞추어 마치 춤을 추듯 떨어져나가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짝이 맞지 않는 팔, , 머리가 이리저리 뒤섞이며 널브러져 있다.

  그런 그를 앞에 두고 한참을 생각하던 소년은 만족하는 대답을 찾지 못했는지 이미 텅 비어버린 깊고 어두운 두 눈동자를 남성에게 향하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저기넌 어디로 가는 거야?"

  "살려줘"

 

  하지만 대답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언제나 소년이 원하는 대답을 내주질 않았다.

  매번 돌아오는 말은 살려달라는 말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없다. 소년은 답답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어 점점 생기를 잃어가는 남성에게 때를 쓰듯 재촉하였다.

 

  "어째서야? 너는 분명 알고 있을 텐데 왜 말해주지 않는 거야?"

  "살려줘, 죽고 싶지 않아."

  "산다는 건 어떤 거야? 죽는다는 건 또 어떤 거야? ? 대답해봐."

 

  소년이 칼을 들이밀자 극도의 고통과 공포감과 결국은 사고가 마비되어 버린 남성은 그저 살고 싶다는 본능만이 남게 되었다. 그는 잘려진 다리를 거친 바닥위로 질질 끌며 있는 힘을 다해 소년에게서 멀어지려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고작 2m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거리에서 풀썩 쓰러지고 말았고 점차 정신이 아득해져가며 눈앞이 흐려졌다.

  그간 살아온 인생이 한편의 영화가 되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옅고 가는 실을 따라 한 없이 달리며 얼마 길지도 않았던 영화의 끝을 바라보았을 때. 그의 옆으로 살며시 다가온 소년이 쭈그려 앉은 자세로 서서히 식어가는 남성에게 자신의 얼굴을 가깝게 들이밀며 속삭였다.

 

  "뭐가 좀 보여? 그건 도대체 어떤 거야?"

  ""

 

  하지만 더 이상 대답이 없다. 남성의 눈은 겉보기에는 같지만 소년과는 또 다른 의미로 텅 비어버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끝내 참지 못한 소년은 두 눈을 번쩍였다.

  두 눈동자 속으로 오오라를 연상시키는 푸르고 때로는 붉은, 자줏빛의 불꽃이 타올랐다. 소년은 자신의 시선으로 보이는 사선을 따라 오른손을 가볍게 휘둘러 남성의 왼팔을 아래에서 위로 잘라내었다. 서걱하는 절단면이 잘려나가는 소리가 나며 공중으로 사람의 손 하나가 공중제비를 돌며 날아갔다.

  그러더니 중력에 이끌려 철퍽거리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피가 흩어진 바닥으로 떨어졌다.

 

  "지금은 어때? 좀 알 것 같아?"

  ""

  "지금은지금은 어때? 지금은?"

 

  소년은 연신 같은 질문을 하며 끊임없이 오른손을 휘둘렀고 그것이 이미 사람으로써의 형체를 잃어버릴 때가 되어서야 손을 높이 치켜든 상태로 동작을 멈추었다. 소년은 천천히 자신의 팔을 내려놓았다.

  눈앞의 남성아니 남성이었던 그것은 더 이상 사람으로써의 형체를 유지하지 못해 이제는 18등분의 고기가 되어버렸다. 소년은 살벌한 그 관경을 나이에 맞지 않는 침착함으로 일관하며 자신의 텅 빈 눈동자 속에 담아 넣었다.

    

  "저기어디로 가버린 거야? 거긴 대체 어디야?"

 

  또 다시 침묵. 그렇다. 사람의 기척이, 심지어 공포감마저도 이미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결국 소년은 끝내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체념하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커멓게, 그저 그 자리에 떠 있는 하늘. 그 관경은 마치 타오르는 소년의 눈동자와 같았다.

  그러나 소년의 텅 빈, 아무것도 없는 공허함과는 달리 밤하늘은 보석을 흩뿌린 듯 수백만 개의 별이 가득 차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미처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별,

 

  '그들은 그곳으로 떠나버린 것일까?'

 

  소년은 또 다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다시금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 주위로 무겁게 내려앉은 죽음이라는 침묵이 소년의 숨소리에 따라 유유히 흘러갔다.

 

  "히익!"

 

  누군가 그 광경을 방해라고 하고 싶었던 것인지고요한 적막을 깨부수며 숨죽인 비명소리가 들렸다. 길을 지나치던 중 우연히 소년을 발견한 여고생이 무차별적으로 분해된 시체를 보고는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제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던 것이다.

  그녀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소년은 감고 있던 눈을 떴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 교차하며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잠시 동안 겁에 질린 그녀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던 소년이 살며시 고개를 기울더니 조금 전 남성에게 보였던 희미한 미소를 수면위로 띄웠다.

 

  "저기넌 혹시 알고 있어?"

 

 

 
+ 작가의 말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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