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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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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1
19-02-22 19:11
 
 

살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라곤 없었다.

매일을 갇혀 사는 인생이었다.

끌려 다니고 함부로 대해지고 결국엔 버려지는 것이 인생의 전부였다.

사람들이 자신을 부르는 호칭은 노예.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몸으로 온갖 수모를 경험했기에 얼마나 천대받는 호칭인지 안다.

어쩌다 노예가 되었는지는 모른다.

어렴풋이 날 법 한 기억의 조각조차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매질을 받았고 주인님께 봉사하는 법을 배웠다.

최소한의 공용어는 배웠기에 다양한 국적의 주인님의 명령을 수행할 수 있었다.

말을 알아듣는그러나 그 외엔 재주가 없는 게 바로 나였다.

주변이 소란스럽다.

잡념은 잠시 그만두었다.

눈앞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간덩이가 배 밖으로 나왔어감히 샤로텐 영주님의 첩을 건드리다니.”

그냥 생각이 없는 거지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아무 여자한테 집적거리는 거부터 글러먹은 놈이었어.”

근데 저 꼬마는 죽은 놈의 노예인가.”

몰라영주님이 알아서 처리하겠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내 시선도 함께 따라갔다.

따라간 시선이 모인 곳은 추하게 죽은 누군가의 시신.

방금 전까지 멀쩡히 살아 있던 내 주인의 시체였다.

지금 막 내 주인이 죽었다.

이제는 전 주인이라고 불러야 할 그의 최후는 추잡했다.

전 주인은 길에서 만난 여성에게 수작을 부렸지만그 여성은 그 지역 영주가 아끼는 첩이었다.

영주는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매정한 경호원이 즉시 주인의 목을 베었고 주인의 목은 땅바닥을 뒹굴고 있다.

전 주인은 그 자리에서 즉시 처형당했다.

쓰레기 같은 주인이지만아쉬움도 쾌감도 느껴지지도 않는다.

처음 보는 죽음도 아니기에 무섭지도 않다.

주인을 죽이게 한 영주는 한 점 감정이 섞이지 않은 차가운 눈으로 날 응시했다.

영주의 시선을 따라 경호원들도 날 노려본다.

성질 급한 경호원 한 명이 내게 칼을 들이댔다.

스릉.

영주님 명령만 내려주십쇼이놈의 목까지 치겠습니다.”

…….”

검 끝은 이미 내 목을 긁고 있다.

목 사이로 흐르는 피가 검을 흘러 타고 내린다.

나마저 죽이려는 건가.

삶에 딱히 회한은 없다.

아니 애초에 회한 같은 걸 가질 삶이 아니다.

그저 노예시키는 대로 일하고 사는 인생을 살았다.

목적이나 꿈 따윈 없다.

여기서 죽어도 상관없다.

영주는 빤히 보더니 손을 내저었다.

동정하는 기색 하나 없이 영주는 말했다.

내게 하인은 시에나 뿐나머지는 필요 없다시장에다 되팔아라.”

죽이지는 않지만그렇다고 해방이라는 자비를 베풀지도 않았다.

시장에다 되팔라는 말난 이 말을 잘 알고 있다.

다시 노예 시장으로 보내진다는 뜻이다.

본래부터 평화롭지 않던 세계다.

그런 세계에 균열이 생기고 싸움은 잦아졌다.

무수한 싸움과 약탈로 많은 이들이 자신의 터전을 잃고 노예가 되었다.

노예시장에는 무수한 노예들이 있다.

이 많은 노예들 중 풀려나는 이들은 극소수.

대부분 지금의 나처럼 주인을 바꾸면서 살거나 혹은 그전에 주인에게 죽거나 둘 중 하나다.

힘겹게 눈을 떠보았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굳이 주위를 둘러볼 필요도 없다.

노예 시장 지하 감옥 철창 안이겠지.

몇 번 와봤더니 이젠 익숙하다.

내 주변에는 다른 노예들로 가득했다.

생기 하나 없는 눈빛을 한 노예들은 철창 너머 밖으로 나가는 문을 응시하고 있다.

노예들은 힘없는 목소리로 문을 응시한 채 중얼거렸다.

제발여기서만 나갈 수 있다면 뭐든 할 거야.”

엄마아빠보고 싶어요.”

흐윽어쩌다 여기로 끌려온 거야.”

모두들 각자의 이유로 노예가 되어 이곳에 왔다.

그들에게 있어 유일한 희망은 이곳을 빠져나가는 거겠지.

잡혀 온지 얼마 안 된 노예인 게 분명하다.

여길 나가는 것 보다 차라리 여기가 편하다는 걸.

굳이 그 사실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내 말을 들을 리도 없을뿐더러 말할 이유 또한 없다

감옥 앞을 지키는 간수가 서슬 퍼런 목소리로 외쳤다.

곧 네놈들을 살 주인님들이 오시니 허튼 수작 부리지 말고 얌전히 있어라그리고 오늘은 특히나 중요하신 분이 오니 

그 말이 있고서 얼마 안 되어 비싼 옷을 차려 입은 이들이 이곳을 찾아왔다.

노예들을 사러온 자들이다.

지하 감옥의 냄새에 그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냄새 한번 역하군.”

누가 죽기라도 했나시체 냄새 같은데.”

젠장싼 노예 사겠다고 이런 데까지 와야 한다니.”

어쩌겠나장소는 구려도 그나마 싸게 살 수 있는 데니깐.”

살로 뒤룩 뒤룩 찐 이들은 간수의 안내를 받으며 감옥을 둘러보았다.

같은 사람을 보는 눈빛이 아니다.

짐승을 보는 눈빛이다.

파란 로브를 입은 금발의 남자가 감옥 안에 있던 여성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탐욕스러운 시선으로 여성을 훑어보곤 말했다.

저 거 하나.”

그 말에 간수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친구는 어제 막 들어온 물건입니다만괜찮으십니까?”

큭큭그럴수록 난 더 좋아!”

알겠습니다.”

광기로 가득 찬 남자의 외침에 간수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갇혀 있던 여성은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여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평생 갇혀 있을 줄 알았는데 드디어 빠져나왔다.

여성의 시선이 자신을 산 남자를 향했다.

여성이 감사인사를 전했다.

흐윽누군지는 몰라도고마워요정말로요.”

고마워정말로?”

남자는 웃긴 농담을 들은 양 미친 듯이 웃었다.

!

남자는 경고도 없이 여성의 뺨을 쳤다.

한 번 두 번 열 번.

남자의 손이 움직일 때 마다 남자의 로브가 펄럭이고 머리칼이 흔들린다.

여성은 비명을 지르며 외쳤다.

꺄야약왜 그러세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남자는 혀를 찼다.

남자의 시선이 옆에 있던 간수에게 향했다.

눈치를 챈 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각인은 새겨놓았습니다명령어만 입력하면 무슨 명령이든 따를 겁니다다만 아직 교육이 안 되어 있는 노예이니 심한 명령은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

좋아각인이 되어있단 말이지.”

남자의 입가가 찢어질 듯이 벌어졌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여성의 찢어지는 비명이 감옥 안을 뒤흔들었다.

꺄아아아악!”

큭큭이제 사태 파악이 되나?”

죄송합니다주인님.”

그래이제 좀 말을 듣는 군.”

여성은 두 눈이 풀린 채 남자에게 복종했다.

무슨 짓을 한 건지 다른 노예들은 알지 못한다.

그저 저 여성의 모습이 자신들이 곧 처할 상황이라는 것을 직감할 뿐이다.

여성을 산 남성이 나가고 다음 구매자들 또한 노예들을 골라갔다.

다른 노예들도 마찬가지다.

한번 저항을 해도 곧 비명을 지르며 순종하게 된다.

어느덧 감옥 안의 노예들의 수가 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동안 나에게 눈길을 주는 이는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몰래 감옥 뒤편으로 빠져 구매자들의 시선을 피했다.

간수에게 걸리면 혼쭐이 나겠지만간수의 눈을 피해 숨어있는 법을 터득한 나다.

저들에게 끌려가서 좋은 꼴을 보지 못한다.

차라리 이곳에 있는 게 낫지.

끌려가는 다른 노예들의 사정은 알바 아니야.’

내 밥그릇 챙기기 힘든 판국에 남 사정 신경 쓸 여력은 없다.

아직까진 아무도 날 신경 쓰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다음 구매자들이 올 때 까진 이곳에서 편히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때였다.

구매자들 중 지금껏 한명의 노예도 사지 않았던 이와 나와의 눈이 마주쳤다.

살로 뒤룩 뒤룩 찐 중년의 남성이다.

다른 구매자들처럼 노예를 사러 온 게 분명하다.

하지만 보는 눈빛이 다르다.

최소한 노예로 보는 다른 구매자들과는 다르게 이 자는 여기 있는 노예를 물건 이하 소모품으로 보고 있다.

내가 가장 피하려 했던 자다.

피하려 했지만늦었다.

살로 뒤룩 뒤룩 찐 중년의 남성은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저기 잔머리 굴리는 새끼 데리고 와 봐.”

누굴 말씀하시는 건지.”

저기짱 박혀 숨어있는 고약한 꼬마.”

간수는 어리둥절해하다 날 보고 화들짝 놀랐다.

간수는 급히 나를 끌고 나왔다.

날 찾아낸 중년의 남성은 손가락을 내 턱에 짚으며 중얼거렸다.

흑발의 흑안의 남자아이라나이는 어리지만갖고 노는 맛은 있겠어.”

…….”

클클무슨 뜻인지 알겠느냐꼬마야?”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번 주인은 잘못 걸려도 제대로 잘못 걸렸다.

이미 걸린 이상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하다.

당장 여기서 해코지를 당할 수도 있다.

여러 주인들을 모시며 쌓아온 경험이 말한다.

이럴 땐 아무 말도 안하고 고개를 숙이는 게 제일이다.

난 고개를 푹 숙인 채 벌벌 떨었다.

모릅니다무슨 말씀인지집에 가고 싶어요.”

싸구려 연기지만보여주기 식으론 충분하다.

주변 노예들은 물론 간수 조차 날 측은하게 지켜본다.

하지만 이 남자에겐 통하지 않았다.

.

주먹이 내 복부를 강타했다.

난 헛구역질을 하며 무릎을 꿇었다.

클클아까부터 계속 잔머리를 굴리는 데내가 만만하게 보이더냐?”

아닙니다그런 게 아니라.”

큭큭아니긴 뭐가 아니야!”

!

강한 충격이 내 머리를 뒤흔들었다.

남성이 사정없이 내 머리를 발로 찬 것이다.

남성은 망설임 없이 나를 차며 외쳤다.

사람을 보면서 장난질을 쳐야지감히 내 앞에서 연기를 해?”

커억.”

어리다고 봐줄 줄 알았냐어린 놈은 회복력도 좋다던데 머리가 깨져도 사는 지 보자고!”

흐어헉.”

다섯 번째 발길질부터 정신이 아득해진다.

더 맞다간 정말로 머리가 깨져버릴 것이다.

충격적인 남자의 폭력행위에 함께 온 구매자들은 입을 벌린 채 놀랐다.

자기들도 말을 안 듣는 노예들을 때리긴 했지만사춘기도 안 온 어린 놈을 죽일 듯이 때리지는 않았다.

사지도 않은 노예를 죽일 생각인가.”

저 사람 누군지 몰라이 지역 세력가 하랄드야자기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들은 전부 노예 취급한다는.”

괜히 잘못 건드렸다간 우리만 손해야어서 가자.”

구매자들조차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자다.

구매자들은 서둘러 산 노예들을 데리고 빠져나갔다.

보다 못한 간수가 하랄드라 불린 남자의 옷자락을 잡으며 말렸다.

진정 하십쇼고객님그러다 죽기라도 하면.”

!

하랄드의 주먹이 이번엔 간수에게 꽂혔다.

간수는 뒤로 엎어진 채 일어나지를 못했다.

하랄드는 코웃음을 치며 쓰러진 간수에게 외쳤다.

벌레만도 못한 새끼가 내 옷자락을 잡아?”

하랄드는 그대로 간수를 밟기 시작했다.

간수는 비명도 못 지른 채 얻어맞기만 했다.






 
+ 작가의 말 : 별거 없는 그냥 그런 판타지 소설입니다. 모쪼록 재밌게 봐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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