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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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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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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과 용(가제)글 G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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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나, 검은 로브, 양주원.
17-02-24 20:45
 
 

나는 꿈을 꾸었다. 마을이 불타고, 적색 로브를 걸친 자들이 여자들을 죽이고 겁탈하고, 남자들의 시체가죽을 벗기고서 탐욕스러운 눈초리로 어린아이들에게 족쇄를 채우고 끌고 갔다. 나는 로브를 걸친 자들의 손을 뿌리쳐 도망칠 수 있었다.

어떻게 뿌리쳤는지, 내게 무슨 능력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누가 나를 구원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일단 그 자들의 손을 겨우 뿌리쳐 도망칠 수 있다는 환희만 넘쳐날 뿐이었다. 나는 마을의 입구를 걸치지 않고 곧바로 마을 뒷산으로 달렸다. 수풀 사이를 지나갈 때마다 나뭇가지에 긁힌 상처조차도 잊을 정도로 숨이 가빠왔다. 다리가 아파왔고, 맨발로 다니니 발이 따가웠고, 잠시 넘어져서 발을 살펴보니 발 가죽이 찢겨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숨을 한 번 몰아쉬고 달렸다.

이내 나는 대나무 군락으로 들어왔다. 대나무 군락 사이로 이번엔 검은 로브를 걸친 자들이 눈을 번뜩여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자들은 내게 말을 하였지만, 나는 그 자들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망치는 것만 생각해서 완전히 내가 미쳐버린 건지, 아니면 그 자들의 언어가 인간의 발성기관으로는 낼 수 없는 소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아는 건, 그들은 날카로운 검을 들고서 대나무를 손수 베어가며 내게로 다가와 나를 잡아간다는 사실 뿐이었다.

나는 대나무 군락을 겨우 빠져나갔다.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달려서 빠져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산의 정상으로 향했다. 비교적 높은 산이었다. 정상에는 초여름까지 눈이 녹지 않을 정도로 춥다. 나는 떨리는 몸을 억지로 이끌고서 산 가운데 호수로 향했다. 그리고 검은 로브를 입은 자들도 나타났다. 나는 죽을 생각을 하였다. 저들에게 잡혀 노예로 사느니, 차라리 죽어버리는 선택도 나름대로 그 당시엔 합리적이었다. 그리고 나는 물에 빠졌다. 숨을 쉬려고 할 때마다 코에 물이 들어갔고, 이내 눈앞에 컴컴해졌다. 그리고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

“어이쿠, 잠버릇도 요란하셔라.”

높은 톤에 비꼬는 듯한 투로 말하는 여자가 나를 바라보았다. 푸른색 눈에, 금발의 여성이었다. 귀족의 여식인지, 화려한 레이스가 달린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이미 성인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해 보였다.

“이제 잠에서 깨는 게 어때? 양~주원~씨?”

“내 이름을 그런 말로 부르지마.”

나는 눈을 떴다. 새가 지저귀고 있었고, 그리고 나는…, 침대 바닥에 자고 있었다. 머리가 욱신거렸는데, 아마도 나는 침대에 떨어진 모양이었다. 나는 눈앞에서 나를 노려보는 소녀를 보았다.

“뭐냐, 메르세데스였어?”

“무슨 말이야, 아직 잠에서 덜 깼어?”

“아니, 농담이야. 메르시였나?”

내가 말을 끝내마자 구두가 내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젖혀 피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바닥과 부딪혔다. 부딪힌 곳은 아까 전부터 욱신거리던 머리였다.

“제길, 농담도 못해? 리아나.”

나는 리아나를 노려보았다. 리아나는 허리춤에 손을 얹고서 말했다.

“잠탱아, 언제까지 잘 거야. 지금 정오라고. 일 좀 하고 살지?”

“늦잠 자는 백수폐인의 엄마의 잔소리 같은 말 안 하면 좋겠다만?”

리아나는 다릴 움직였다. 그리고 내게로 달려들 기세를 보이자, 나는 곧바로 자리에 벌떡 일어섰다.

“뭐야, 일어났네.”

리아나는 아쉬워하는 투로 말했다.

“안면을 부술 기회였는데.”

그런 살벌한 이야기는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하얀색 드레스에 금발, 가슴 큰 미소녀가 여기 딱! 하고 나타날 줄 알았는데 겨우 너 같은 녀석이냐.”

나는 이어서 리아나의 가슴을 삿대질하며 말했다.

“너 말이야, 너 정도 되는 집안에다가, 마력도 평범 이상인데, 왜 그 부분만 빈약하기 그지없냐.”

그리고 나는 기절했다. 내가 기억하는 건, 리아나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내 얼굴을 향해 마력을 실은 주먹을 날린 장면이었다. 내가 깨어난 시각은, 1시였다.

***

내가 이곳에 처음 올 때 나는 이 마을이 사나운 마녀들의 소굴인 줄 알았다. 사람들이 억세고, 뒤쪽 광산의 철광석마냥 단단하고, 미노타우루스의 뿔처럼 거칠었다. 그 까닭에 나는 어릴 적 리아나가 준 음식만 먹었고, 리아나의 아버지…, 그러니까 이곳의 영주님이 주신 자재들로 마을의 외곽에 집을 지었다. 지금이야, 악마가 마녀와 관계를 맺다거나, 마법사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이야기가 그저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일이라는 이야기인줄 알고 있고, 더불어 이 마을의 주민들이 억센 까닭은 이곳이 과거 폐허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려려니, 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네가 여기로 오고서 꽤나 많이 변했어.”

리아나는 말했다.

“네가 이곳에 온지 10년(…아니, 12년.) 어쨌든 꽤나 지났으니까. 난 아직도 이 마을이 논밭도 없었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어. 감자로 먹고 살려고 해도 기근이 들어서 음식을 못 먹던 주민들도 기억나고 말이야.”

리아나는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테이블에서 빵과 스프를 먹던 나를 보던 시선을 거두고 창밖을 보았다. 나도 역시 창문을 바라보았다.

새가 지저귀고 있었고, 이내 지저귀는 새에게 수수한 털색의 암컷 새가 날아왔다. 새는 암컷 새에게 지저귀는 소릴 높였다. 이내 암컷 새도 지저귀었다.

나는 음식을 다 먹고서, 식기를 부엌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리아나에게로 돌아가 리아나를 바라보았다. 리아나는 얼굴을 붉히며 왜 바라보냐며 말했다.

“뭐라고 묻은 거야?”

“아니, 오늘은 왜 옷을 차려입었는지, 싶어서.”

내가 말했다.

“파티 말이야, 파티.”

파티? 나는 리아나에게 파티가 뭐냐고 묻자, 리아나는 그것도 모르겠냐, 라고 타박하고서 미간을 손에 얹었다.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고, 춤을 추고, 웃으며 즐겁게 지내는 게 파티라는 말이야.”

“난 또, 겨우 그런 거야?”

리아나는 나를 보고서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번에 아저씨가 가르쳐주지 않았어?”

나는 아저씨가 가르쳐 주었던 단어들을 떠올렸다. 그러나 떠오르지 않았다. 애초에 아저씨는 파티라는 단어를 가르쳐 주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리아나를 바라보고 고갤 저었다. 나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파티라는 단어는 내가 살아오면서 쓸 일이 없다고 여겼으니까. 그러나 리아나는 아저씨를 보고서 돈만 축낸다고 욕을 해대었다.

“그래도 말이야, 일단 이곳에 살 정도로 단어는 알고 있으니까, 딱히 파티라던가, 그런 단어를 알 필요는 없잖아?”

“지금 쓰잖아. 파티라는 단어.”

리아나는 그리 말하고서 부엌에 들어가서는 잔을 가져왔다. 그리고 테이블에 놓인 주전자를 집어 들고 잔에 물을 채웠다. 그리고 단숨에 들이켰다.

“이제야 화가 풀리네.”

“그런 행동으로 화가 풀리냐?”

“당연히 풀리지.”

리아나는 당연하지 않아, 라는 태도로 말했다.

“화를 참는 건 몸에 안 좋으니까.”

“그런 문제가 아닌 거 같다만.”

확실히. 그런 문제는 아닌 듯싶다.

리아나는 그러고서 잠시 허공을 쳐다보다가, 이제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참. 파티에 가기 전에, 너도 슈트를 입어야지.”

“슈트? 내가 그걸 왜? 그건 높으신 분들만 입는 옷 아니야?”

“그건 누가 가르쳐줬어?”

리아나는 나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나는 슈트라는 단어를 아저씨에게 배우지 않았다. 주민들에게서 배웠다. 사과를 사러갈 무렵, 이상한 옷차림의 남자를 두들겨 팬 적이 있었다. 그리고 주민들은 그 남자들을 높으신 분이라고 말했고, 입고 있던 옷은 슈트라고 하였다.

“저번에, 마을 사람들이.”

나는 그리 말했다.

리아나는 잠시 턱을 손에 가져다 대다가, 이내 고갤 끄덕였다.

“뭐, 마을 사람들이니까.”

리아나는 말했다.

“그 분들은 고등교육을 받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학교라면 있잖아.”

그러자 리아나는 “그건 달라.” 라고 말하였다.

“그 학교는 초등교육기관. 간단한 계산이나 단어 정도 쓰는 게 전부야.”

그러고서 리아나는 내게 돈다발을 건네었다. 내가 이걸 뭐에 쓰냐고 묻자, “천을 사야지, 천.” 이라고 말하였다.

“슈트 제작비는 마을 사람들이 해주시겠지만, 재료까지 마을 사람들의 손을 빌릴 순 없는 노릇이잖아?”

그리 말하고서 리아나는 한 쪽을 깜빡였다.

“눈에 뭐 들어갔어?”

“윙크야!”

리아나는 그리 말하면서 다릴 내게 겨누었다. 나는 순간 움찔했다. 여자의 발차기가 무서운 적은 리아나가 처음이었다. 리아나 덕분에 나는 여자라는 사람에 대해 두려움을 느껴 일단 여자를 만나면 웃으며 대해주게 되었다.

“어쨌든, 마을 사람들이 전부 친절한 사람은 아니잖아? 거기다가 넌 아직 아저씨에게 공부중이고, 단어도 아는 것도 없고,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말도 쓰기도 하잖아?”

“예를 들어서?”

“백수폐인이 뭔지 아직도 모르겠는 걸?”

리아나는 말했다. 잠만, 백수폐인이 뭔지 모른다는 말이야?

“어쨌든 백수폐인이 뭐건, 백수가 어쨌건, 폐인이 뭐건! 귀족의 여식인 내가 네게로 직접 행차하신 건…”

“그러고 보니 시중 하던 라일라는?”

나는 말했다.

“라일라. 라일라 너 시종이잖아?”

리아나는 침묵했다. 나는 이내 리아나가 몰래 뛰쳐나갔음을 깨달았다.

“너 그러다가 블루투스에게 걸리면!”

“브루투스야! 블루투스가 아니라!”

거기에 태클이냐!

“어쨌든 말이야. 나는 네가 슈트 사는 걸 돕기 위해 온 거라고?”

리아나는 말했다.

“뭐, 그런 부분이라면 부탁해.”

그리고 나는 웃었다. 리아나는 질렸다는 듯, 고갤 젓다가, 나와 같이 웃었다.

그리고 우리는 마을 시장으로 향했다.

***

이곳은 용들의 왕국이라고 불렸던 거대한 마을이었다, 라고 리아나에게 들었다. 그래서 이 마을 이름도, 드래곤의 성지답게, 아주 거대한다, 라고 리아나가 말했다.

“마을, 티아마트. 자칭, 타칭, 티아마트는 용들의 어머니라고. 내가 거기다가, 아주 옅다곤 해도, 용의 피를 가진 아이가 있으니까!”

“아아, 그래그래. 그 아이, 참으로 딱하네. 이런 변방에 와서 무슨 삽질이나 하고 있으려나?”

이내 리아나의 발길질이 날아오자, 나는 몸을 뒤로 젖혀 피했다. 리아나의 발차기를 피하는 동작은 어렵다. 아무래도 어렵다. 마력을 실은 발차기를 처음부터 피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무슨 괴물이냐, 그거. 트롤이냐, 오크냐?

“이게 피해!”

리아나는 다시금 내게 발길질을 먹이려고 했으나, 나는 오른손으로 리아나의 왼발을 막았다.

“돌려차기….”

“돌려차기? 뭐야, 난 아무런 기술도 쓰지 않았다고?”

“아무런 기술이 아니라, 그냥 이름만 들어도 돌려서 차는 거잖아.”

“아, 이렇게?”

직후, 리아나의 발차기가 내 뒤통수를 가격했다. 그리고 나는 악 소리를 내며 바닥과 접촉했다. 그 덕분에 옷에 흙이 묻었고, 입에도 흙이 들어갔다.

“죽고 싶냐? 아주 그냥, 마을 어귀에서 죽고 싶지, 그냥.”

“그러게, 누가 죽고 싶을까? 마력도 없는 평민 따위가!”

“네 캐릭터에 안 맞아!”

“그냥 장난 좀 쳐본 거잖아.”

리아나는 퉁명스레 받아치며 입술을 내밀었다. 나는 여러 번 리아나가 삐칠 때 입술을 내미는 광경을 많이 보았다. 그런 까닭일까, 처음에 리아나에게 느꼈던, 도도하고, 강인한 느낌이 어느 순간 없어졌다. 내가 아는 지금의 리아나는, 내게 장난도 걸고 굳건하기만 한 신분제 상황에서도 자기 신분을 망각하는 일도 많이 저질렀다.

“귀족, 평민, 천민…그리고 마도.”

마을 어귀를 지나, 마을의 입구에 다다르면서 농부들이 리아나를 보고서 고갤 까닥거리면 인사하는 광경이 많았다. 리아나는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신분제라는 존재 이유조차도 모르겠어.”

“신분제…. 적어도 세상을 편히 살기 위해 만들었을지도 몰라.”

…그 당시엔.

“하지만 지금은 신분제 때문에 사람들의 자유가 없잖아?”

“그렇지. 적어도 폐지되어야할, 악습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나는 말했다.

“하지만 리아나. 악습은 슬라임의 점액과도 같아. 계속해서 잘라내려고 해도, 잘라지지 않지. 그럴 땐 침착한 태세를 유지하며, 뒤로 한 발 물러나서 마법을 쓰는 거야. 악습을 없애려면 처음엔 없어지지 않겠지. 하지만 한 발 물러서서, 주변을 둘러보고, 자신부터 의지를 관철하면 언젠간 평화가 찾아오고, 언젠간 악습이 폐지될 거야.”

이내 마을의 시장으로 들어섰다.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과일을 파는 사람들이 활기를 띄웠고, 시장을 종횡무진 뛰놀던 아이들의 모습이 밝았다. 나는 리아나를 바라보고 말했다.

“이제 왔네, 자, 그럼 갈까…?”

리아나는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왜 이러는 걸까. 리아나는 내 얼굴을 뚫어져라 보았다. 얼굴을 뚫리지 않겠지만, 귀족이 나 같은 고아와 계속해서 눈을 마주친다면, 처형일지도 모른다.

“내가 뭔 죄를 저질렀니?”

리아나는 고갤 저었다.

“내가 네게 뭔 잘못을 했니?”

리아나는 다시금 고갤 저었다.

“그럼 뭔데!”

리아나는 나의 손을 잡고 말했다.

“네가 그런 말 할 줄은 또 몰랐네.”

그러고서 리아나는 웃고는, 혀를 내밀었다.

“가자, 천하고 사야지. 그리고 네가 먹을 음식도 말이야.”

…참으로 가지가지 하는 아가씨다. 나는 시장으로 들어섰고, 리아나도 시장으로 들어갔다. 리아나는 시장으로 들어가자마자, 내 오른팔을 양손으로 잡았다.

“왜?”

“이유 없어.”

있어야 할 듯싶었으나, 나는 길게 생각하지 않는 타입이었다. 아니, 지금은 생각을 지워야 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리아나의 봉긋한 가슴이 내 팔을 지긋이 눌렀다. 나는 더더욱 생각을 지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길, 빈약한데 생각보다 느낌이 있다? 아니, 아니지. 생각을 지우자. 생각을 지워….

무념무상(無念無想). 욕망에 사로잡히지말자….

“야야야야, 이거이거, 봐봐봐봐봐!”

“무슨 지거리냐.”

리아나가 내 팔을 잡아당겼다. 나는 리아나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다. 리아나가 가리키는 방향은 과일 진열대였고, 과일 진열대의 맨 위에는 금색으로 칠해진 사과가 있었다. 그렇다. ‘칠해진’이다. 다시 말해 짝퉁이다. 모조품이다.

“겨우 가짜잖아. 그거 가지고 무슨 호들갑을…”

나는 고갤 돌려 리아나를 보았다. 리아나의 눈빛이 빛났다. 리아나를 나를 끌고 가려고 하자, 나는 리아나의 손을 뿌리치고서,

“모조품이잖아, 그냥 가자…!”

라고 말했다. 그러나 리아나는 내 발을 발로 짓밟고서, 나를 끌고 갔다. 그리고 과일 진열대 앞으로 날 끌고 갔다. 그리고 진열대 앞에 서 있는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리아나를 보고서 말했다.

“어이구, 우리 리아나 아가씨잖습니까.”

그는 나보다 체격이 컸고, 머리숱이 없었다.

“저 황금사과, 저거 어떻게 하면 주는 겁니까?”

“으음, 글쎄요. 저 황금사과, 모조품이잖습니까.”

“모조품이라도 상관없어요!”

그러고서 리아나는 내 팔을 더욱 끌어 당겼다.

‘너도 좀 거들어!’

라고 말하는 느낌이었으나, 내가 알 바는 아니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리아나가 황금사과에 연연한다는 사실은 색달랐다. 귀족 아가씨가, 겨우 모조품 하나에 저리 매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지, 주원이, 너 도박 좋아하냐?”

“네? 도박이요?”

도박이라…. 인간세상의 만악이 도박이라는 말이 있다.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진적은 드물다. 나는 운이 좋다, 라기 보단, 사기를 잘 치는 타입이었다. 사기라고 해보았자, 들키지만 않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나, 완전 쓰레기잖아? 일단 물어나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도박이요?”

그러고서 아저씨는 바로 물컵을 내게 건넸다. 그리고 물컵에 물을 아슬아슬할 정도로 찰 때까지 부었다. 그리고 그 옆엔 철화 10닢을 건네었다.

“무게가 일정한 주화야. 뭐라고 해도, 제국의 동전이니까 말이지.”

나는 아저씨가 건네주는 철화를 무심코 받았고, 아저씨 역시 철화 10닢을 손에 쥐었다.

“물이 아슬아슬할 정도로 찬 물컵에다가, 동전을 집어넣는 거지. 동전을 집어넣는 개수는 무한대. 물이 넘치지만 않으면 되는 간단한 승부야.”

아저씨는 말했다.

“이기면 철화 20닢에다가 더해서 모조품 황금사과! 어때, 마음이 동했나?”

동했다긴 보단…. 그렇다. 리아나가 나를 잡아먹듯이 쳐보았다. 리아나는 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내 팔을 꽉 쥐었다.

“어때? 할, 거, 야?”

끊어서 말하지마, 무서워. 이윽고 아저씨가 내게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귀를 빌려달라는 동작인 거 같아, 나는 아저씨에게 귀를 내밀었다.

“이겨서 여인에게 황금사과를 선물해봐. 이기면 말이지. 이기면.”

“아저씨, 난 여인도 아닌데…”

“어머, 우리 주원이! 어때, 할, 거야?”

…해야만 했다.

아저씨와 나는 한 테이블에 앉았다. 리아나는 일어서서 심판역을 자처했다. 넘칠 정도로 따른 물컵. 그리고 일정한 무게의 철화 동전 10닢. 이기면 20닢, 지면 내가 20닢을 내야만 했다. 20닢이면 책이 한 권인데….

“좋아, 일단 주원, 너부터 하지 그래?”

아저씨가 말하자, 나는 고갤 끄덕였다. 나는 곧바로 동전을 짚었다. 그리고 동전의 밑면엔, 내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찢은 옷의 조각을 넣었다. 나는 비스듬히 동전을 물컵에 넣었다. 그리고 동전은 수면과 맞닿는 동시에, 파문을 일으키며 들었다. 그리고 나는 옷 조각에 물이 들어참을 손으로 만져 확인했다.

“좋아, 좋군. 그럼 내 차롄가?”

아저씨는 그리 말하고서 능숙한 손놀림으로 동전 3닢을 집어 그대로 물컵 안에 밀어 넣었다. 동전이 수면에 들어갔음에도, 파문은커녕 물결조차도 치지 않았다.

…이래봬도, 저 아저씨 대단한 사람이다.

나는 동전을 집었다. 그리고 밑면엔 역시 물을 머금은 옷 조각을 넣었다. 그리고 나는 동전을 넣음과 동시에 옷 조각을 쥐어짰다. 일순, 물컵에 물이 찼다. 그리고 비스듬히 넣어, 동전을 넣었다. 이내 물컵의 물이 붕 떠올랐다. 넘칠 듯, 말 듯 한 상황이었다.

아저씨는 물컵을 노려보다가, 이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야, 이번에도 내 승리구만.”

“네?”

아저씨는 곧바로 동전 2닢을 집어 물컵 안으로 넣었다. 그리고 물컵은, 넘치지 않았다.

“이…무슨.”

그리고 나는 긴장했다. 도박이 통하지 않았다. 어째서? 그리고 나는 곧바로 물컵의 밑면을 보았다. 그리고 물컵의 밑면엔, 굳은 설탕이 녹고 있었다. 나는 이내 패배를 인정했다. 모든 부분에서 패배했다. 더 이상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아, 이걸 지냐.”

리아나는 그리 말하고서 토라져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천을 고르는 상점까지 가서도, 리아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상점을 나와서, 나는 말했다.

“야, 왜 그런 걸로 화를 내니. 어차피 넌 귀족이라서 더 좋은 것도 얻으면서 말이다.”

“귀족이라서…?”

“그래, 귀족이라서.”

황금사과가 대수냐. 황금도 많이 벌면서, 라고 말하려고 하였으나, 이내 리아나는 눈물을 글썽였다. 얼굴까지 붉게 상기되었고, 나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려, 내 명치를 주먹으로 갈겼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았다. 그리고 리아나는 나를 보지도 않고 곧바로 달려갔다. 나에게서 멀어지려는 것처럼.

“제길….”

나는 그리 말하면서, 리아나를 찾으려고 걸어갔다. 대략 10분 정도를 걸었을까, 무슨 날인지 날씨가 흐리기 시작했다. 습기가 내 몸에 달라붙자, 좋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황금사과가 있는 아저씨의 가게로 갔다. 이유는 모른다. 그저, 리아나가 황금사과를 좋아하니까, 라고 생각해서였다.

“아, 아가씨라면 검은 로브를 입은 사람들 사이를 미행하더라.”

“네? 검은 로브?”

뭐냐, 마치 중급 마법학교 2학년을 다닐 듯한 옷차림은. 리아나는 왜 그런 자들을 미행하려는 건데. 나를 보고서 그리 화냈건만.

“아, 그렇지, 꽤나 화가난 얼굴이더라고.”

“네, 당연하겠죠.”

나는 그리 대꾸하면서, 골목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혹시 저기로 갔어요?”

로브를 입은 남자들은 마력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아마도 골목길을 통해 신분을 감추려고하겠지.

“사실은, 좀 점에 말이다. 화를 내면서 걸어가고 있었는데, 검은 로브를 입은 사람들을 보니까,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는 거 있지.”

“저 골목길로요?”

아저씨는 고갤 끄덕였다. 그리고 내가 가리킨 골목은, 옷가게와 책가게 사이를 대략 세명이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다. 일명, ‘아이들이 다니지 않는 골목길’이라고 불리지…. 골목을 누비며 술래잡기라도 해야할 아이들이, 골목길을 돌아다니지 않는 이유는 아직까지도 존재하는 용의 마나 때문이었다.

“아, 젠장. 저기로 가면 찾기 귀찮은데….”

나는 고갤 돌려 아저씨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려고 하자, 아저씨가 내 어깰 잡았다. 그러고서 황금사과를 건네었다.

“아까 전, 내가 사기쳐서 미안하다.”

“아, 네? 저야말로…”

“사실, 네가 사기를 친 걸 봤거든. 그 전에는 내가 져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젊을 적의 생각이 나더라고!”

아저씨는 내게 그리 말하면서 황금사과를 내 손에 쥐어주었고, 철화 20닢도 내 손에 쥐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아저씨에게 건넸으나, 아저씨는 웃으면서 내 등을 쳤다. 아저씨의 두툼한 손인 덕분인지, 호쾌한 소리였으나 꽤나 아팠다.

“아가씨가 그리 싫은 건 아니잖아? 몸매도 나름 좋지, 얼굴도 예쁘지, 나름 성격 좋지. 그리고 널 좋아하는 감정이 분출하고 있다고?”

“네? 리아나가 절 좋아해요?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아저씨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이해했다는 눈초리로 내 등을 다시 쳤다.

“다시 아가씨를 만나면, 황금사과가 어떤 말을 뜻하는지 물어봐라.”

그리고서 아저씨는 웃으며 가게로 돌아갔다.

나는 골목길을 바라보았다. 용의 마력…. 골목길로 가면 아주 다른 장소로 나온다. 어릴 적 나도 이곳에 갔다가 기사 아저씨에게 혼난 기억이 있다. 그리고 리아나에게로 죽도록 맞았다.

…그런 리아나가 검은 로브를 미행하러 일부러 저곳에 갔다? 나는 수상함을 느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철화 동전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골목길로 들어갔다.

 
+ 작가의 말 : 안녕하세요.

수인덕후 17-07-05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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