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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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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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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히어로들은 버릇이 없다글 러블리케이트
라이트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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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6-12-16 18:02
 
 
6.


“리우 아저씨, 일어나 얼른! 해가 중천이야 중천!”
“야이씨, 지금이 몇 신데 벌써부터...”


 어디서 구해왔는지, 키아는 리우의 방에 쳐들어와선 뎅뎅뎅, 하고 꽹과리를 요란스럽게 울리며 리우의 수면을 적극적으로 내쫓고 있었다. 저번에 데려온 이구아나 ‘테미’도, 갑작스런 굉음에 놀랐는지 잠에서 깨곤 눈을 희번득거렸다. 


“에이, 아직 여섯 시도 안 됐잖아...”


 리우는 졸린 눈을 비비며 STI 단말로 시간을 확인하곤, 다시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 꿈나라로 떠나려 했다. 그러나 이를 가만히 내버려 둘 키아가 아니었다.


“누나 말 들어야지! 얼른 일어나!”
“누가 누나야!”


 짜증스럽게 맞받아쳤으나, 키아는 들은 척도 안 하고 억지로 리우의 이불을 붙잡아 벗겨냈다. 


“자, 아저씨. 오늘 하루도 보람차게 꽉 채워서 보내야지. 안 그래?”


 득의양양한 웃음을 환하게 지으며, 키아는 꽹과리를 다시 한 번 요란하게 울린다. 층간 소음 때문에 옆집에서 쫓아오겠다, 이 녀석아. 리우는 투덜거리면서 크게 하품을 하곤 마지못해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 E 구역의 괴수 토벌로부터 2주가 지났다. 두 사람이 고전했던 그 오염물질 괴수는, 연구원들이 오염물질을 흡수 및 정화하는 생물을 만들려 했던 실험이 실패해 탄생했다고 한다. 실험체가 오염물질에 대한 면역을 지니게 된 것 까지는 좋았으나, 오염물질의 정화 작업에서 제어가 실패했다. 그 부작용으로, 실험체가 오염물질을 자기 몸처럼 두를 수 있게 되면서 그런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처음 인식되었을 때는 감마 급이라고 했었지만, 위험성이나 성장성까지 고려해보면 감마 플러스 급이라고 봐야하네요. 점점 더 덩치를 키웠더라면 아마 금세 베타 급으로 지정됐을 거예요.”
“요즘 분석 팀 일 똑바로 안 하나, 진짜. 사람 실적 저평가하는 것도 모자라서, 괴수의 위험성까지 저평가해서야 다들 목숨이 남아나겠냐고.”
“괴수의 급수를 있는 그대로 높게 설정하면, 시민에게 공포감이 조성되고 치안이 불안하다 느끼니까요. 결과적으로 히어로 협회에 화살이 돌아오니까 억지로 급수를 낮춰서라도 위험이 적다고 안심시키는 거죠.”
“결국 자기네들 밥그릇 걱정이지. 정작 저평가된 위험 괴수들을 처리하면서 죽어나가는 건 히어로들인데. 에잉, 쯧쯧.”


 세니엘과 리우는 아침식사 대신으로 커피를 마시면서 이전 있던 일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제나처럼 결론은 히어로 협회에 대한 불평불만이었다.


“에이씨, 생각할수록 화딱지가 나네. 그 때 그놈들이 날치기만 안 했으면, 단번에 4급 이상으로 진급할 수 있는 건데.”


 키아는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안 풀린다는 듯 이를 갈았다. 


“요 2주간 하루도 빠짐없이 풀타임으로 뛰어다니면서 임무 수행했잖아? 잡무긴 해도 그 만큼 쌓였으면 4급 정도는 무난하게 승급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첫날의 델타 급 도마뱀 괴수 처리 건이나, 2주 전의 그 일도 협력자 처리되긴 했지만 그 정도 성과들이라면...”
“4급에 만족하면 안 된단 말이야!”


 키아는 입을 비쭉 내밀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그 년놈들 밑에 있는 건 자존심상해서 못 참아. 반드시 이길 거야. 반드시!”
“어....음.”


 리우는 마시던 커피를 입에서 줄줄 흘리며, 키아의 집념에 찬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옆에서 티슈로 리우의 입을 닦아주던 세니엘도, 평소와의 미소 대신 이상하다는 듯 눈썹을 찡그리고 있었다.


“키아가 왜 저럴까요?”
“말했었잖아. 같은 고등학교 출신의 상급 히어로 두명이 숟가락만 얹고 실적을 낼름 해간 것 때문이라고.”
“근데 그게 다는 아닌 것 같은데요. 뭔가 좀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까...”
“자, 세니 언니, 리우 아저씨! 오늘도 열심히 하루 일과를 시작하죠. 얼른 얼른 준비하세요!”


 세니엘이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키아는 방금 전의 분노가 의욕으로 바뀌었는지 두 사람을 닥달하면서 기상 할 때 울리던 꽹과리를 다시 집어 들고는 뎅뎅 울려댔다. 


 확실히 키아의 태도는 요 2주간 이상하리만큼 과장스러웠다. 처음에는 제 시간에 일어나는 것도 버거워하고, 아침식사를 할 때도 비몽사몽으로 잠꼬대까지 하던 지경이었는데, 이제는 리우와 세니엘보다 일찍 일어나 오늘처럼 꽹과리를 울려대면서 두 사람을 재촉하여 히어로 활동에 열을 올렸다. 매일 아침마다 대학생 수강신청처럼 임무 하달 받는 게 귀찮다고 노래를 불렀으면서, 이제는 가능한 한 손에 닿는 대로 임무를 하달 받아 꼭두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잡무를 수행하는 등, 딱 봐도 무리하고 있는 게 빤히 보였다. 그나마도 리우와 세니엘에게는 부담을 주기 싫은 건지, 자기가 할 수 있는 임무만 잔뜩 할당받아 혼자서 수행하고 오곤 했다. 그 덕에 휩쓸려서 성가신 일을 같이 떠맡는 일이 없었으나, 리우와 세니엘은 키아가 저러다 과로로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열심히 하려는 애의 의욕을, 과하다고 꺾을 수도 없으니 두 사람 다 착잡한 기분이었다.


 오늘은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맡기는 것 정도를 제외하곤 특별한 임무가 없는, 평화롭고 한가한 하루였다. 덕분에 오늘은 넉넉하게 쉴 수 있겠구나 싶었지만, 키아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리우에게 달라붙으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아저씨, 나랑 대련해 주세요.”
“뭔 대련은 얼어 죽을 대련이야. 나 좀 쉬자 좀! 너 저번에 네 입으로 자기가 충분히 강하다고 그랬잖아!”
“저번 일로 실전 경험이 부족한 걸 느꼈거든. 아저씬 베테랑이니까, 전투 경험도 많을 거 아냐.”
“그건 그렇긴 한데...”
“아저씨도 알잖아. 승급 심사 항목에서 개인 전투 능력도 평가 기준의 항목에서 비중이 크다는 거.”
“내가 여태 누구 하나 가르쳐 본 적이 없는 사람이거든. 다른 사람 알아봐.”
“쓸모없기는. 그러면 세니 언니는?”
“저요?”


 공원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냉커피를 마시던 세니엘은, 자기에게 화제가 돌아오자 자신을 가리키며 의외라는 듯 되물었다.


“저라도 괜찮다면 얼마든지...”
“야, 잠깐 잠깐. 됐어. 역시 내가 할게, 내가. 됐지?”


 세니엘이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리우는 재빨리 세니엘과 키아 사이에 끼어들어 허둥지둥하며 대련 상대를 자처했다.


“리우, 왜 그래요? 저도 오랜만에 녹슬지 않게 실력 발휘 좀 해 보려고 했는데.”“괜히 힘 빼지 말고 쉬고 있어.”
“힝...”


 세니엘은 답지 않게 시무룩해져서는, 투정부리는 아이처럼 입술을 비쭉 내밀며 다시 벤치에 앉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키아는 의아하다는 듯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신경 끄셔. 누가 됐건 연습 상대가 되어주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리우는 그렇게 말하곤, 키아의 손을 붙잡아 억지로 질질 끌고 이동을 시작했다. 키아는 미심쩍다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얌전히 그의 뒤를 따랐다.

“아저씨, 세니 언니 좋아해?”
“엉?”


 좀 전의 공원에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어느 공터에 도착해 발걸음을 멈추자마자, 키아는 뜬금없이 리우에게 그런 질문을 던졌다. 리우는 갑작스런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마치 돌이라도 씹은 것처럼 굳어버렸다.


“헹. 역시 내 예상이 맞았나 봐?”


 그 반응은 키아에게 있어 긍정이나 다름없어 보였는지, 그녀는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리우의 등 뒤로 돌아 그의 목에 양팔을 감았다. 여자애 특유의 향긋한 샴푸 향기에 리우는 움찔했다. 그런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키아는 그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소곤거렸다.


“아저씨, 세니 언니가 싸우다 다치는 모습은 보기 싫다거나 뭐 그런 거 때문에 그랬어?”
“아니 대체 뭔 소리야.”
“이제 와서 딴청 피지 말고.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막나갈 때도 세니 언니가 말하면 꼼짝도 못하고 얌전히 말 잘 듣고 그랬었지. 애도 아니고, 나이도 찰대로 찬 아저씨가 뭘 부끄러워하고 그래.”
“이게 미쳤나. 계속 쓸데없는 소리나 지껄이고, 아주 죽으려고 환장을 했지?” 


 리우는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자신의 목을 감은 키아의 팔을 신경질적으로 뿌리쳤다.


“그럼 안하겠다고 버팅기다가 왜 갑자기 대련상대해주겠다고 말을 바꾼 건데?”
“세니가 아니라 너 때문이야, 너.”
“어....응?”
 키아는 예상 밖의 대답을 들어서 인지, 갑자기 얼빠진 표정이 되었다. 그러다가 어쩐지 귀가점점 빨갛게 달아올랐다.


“무, 무슨 뜻이야 그건 또. 오해할 만한 소리 하지 말고 똑바로 설명해 봐!”
“오해는 무슨. 세니랑 대련해봐야, 너한테 전혀 도움이 안 되니까 그런 거지.”
“왜?”
“어차피 대련해봐야, 순식간에 제압당할 테니까.”
“...뭐야, 그런 의미였어? 난 또.”


 키아는 설레발 친 게 쪽팔린지, 자기 남청색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돌돌 말면서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하긴. 대련인데 승부가 일방적으로 끝나면 연습이 안 되겠네. 게다가 내가 유의해야 할 건 다른 게 아니라, 아저씨처럼 근접전 특화 상대와의 전투니까. 세니 언니 능력이 뭔지는 몰라도, 근거리형은 아닐 거 아냐.”
“...그렇지.”


 리우는 입을 열어 무언가 정정하려다, 단념한 듯 말을 잠시 멈추었다. 꼭 다시 설명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조용히 키아의 말에 긍정을 표했다. 키아가 그렇게 이해해두는 게 지금은 편하다. 게다가 세니엘에게 이 이상 쓸데없는 부담을 주는 것도 좋지 않다. 리우는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미리 말하는데, 봐주는 거 없이 할 테니까 정신 바짝 차려.”


 리우는 대련 시작 전에 가볍게 몸을 풀고 자세를 잡은 후 선전포고를 하듯 키아에게 말했다. 키아는 오히려 바라던 바라는 듯 도발적인 짓궂은 웃음을 흘렸다. 그걸 신호로, 리우는 바닥을 차며 재빠르게 키아가 서 있는 위치까지 십 여미터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혔다. 키아는 예상보다 빠른 그의 움직임에 놀라면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한다. 주변의 돌멩이나 나뭇가지, 쓰레기 등의 물체들을 능력으로 끌어와 임시 방벽을 만든다. 그러나 리우는 방벽이 있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이 그대로 공격을 감행한다. 쉬익, 하는 바람소리와 함께 리우의 주먹이 급조로 만들어진 방벽을 산산조각낸다.


“역시 이 정도로는...”


 키아는 방벽이 파괴될 걸 미리 상정하고 있었기에 파괴된 즉시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둔다. 처음부터 방어 일변도로 치중하면 그저 휘둘리다가 지게 될 뿐이라고 속으로 자신을 채찍질하며, 지금 생긴 약간의 빈틈을 틈타 공격에 나선다. 평범한 돌멩이를 던져봐야 리우에게 별 효력도 없겠지만, 능력에 의해 사출되는 것은 경우가 다르다. 적어도 총탄 이상의 파괴력은 있을 것이다. 키아는 능력을 전개해 리우의 전신을 향해 돌멩이들을 사출한다. 피하든 쳐내든, 잠시나마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그 잠깐의 시간을 이용해, 후속 공격을 준비하려 했다. 


“읏!”


 리우가 공격을 전부 피하지 않고, 시야에 방해되는 것만 쳐낸 채 돌격해오기 전까지는. 능력을 전개하고 발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0.5초도 걸리지 않지만, 이미 바로 코앞까지 접근한 리우를 격퇴하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


“으읏.”
“끝.”


 톡. 키아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쿡 찌르며 리우는 짤막하게 상황을 종료시켰다. 몇 십초도 버티지 못하고 공방이 허무하게 끝나버리고 말았다.


“다, 다시 한 번 더 해!”
“지금 같아서는 몇 번을 해도 똑같아.”
“방심해서 그런 거야. 다음 번엔...”
“실전에서 ‘다음 번’은 없어. 실패하면 죽는 거지.”


 리우는 자기 목을 손가락으로 긋는 동작을 하며 냉정하게 말했다.


“넌 자기 능력 사용하는 게 너무 편중되어있어. 왜 처음부터 끝까지 기초적인 염동력만 사용하려 하는 건데?”
“그야, 가장 다루기 쉬우니까.”
“어중간해. 능력 작동에 시간도 걸리고, 직접적인 물리력도 그리 강하지도 않고. 게다가 주위에 투척할만한 사물이 없으면 무력해지는데다, 방금 내가 그런 것처럼, 적이 공격을 무시하고 사정권 내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못하고 당하기만 할 테고.”
“으...”


 키아는 자신의 약점을 쿡쿡 찌르는 리우의 말에 대꾸도 못하고 속만 끓였다. 평소 같은 꼰대질도 아니고 전부 다 맞는 말이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네 주특기 있잖아. 강제접착. 그걸 이용해야지.”


 리우는 방금 전의 두 사람의 공방을 느릿느릿하게 재연하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지금처럼 네 사정권 안으로 들어왔어. 그럼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래?”
“어, 일단 공격을 방어하고 거리를 둔 다음에 반격을...”
“그럼 늦어. 애초에 방어할 수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고. 피하거나 막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래?”
“ㅡ공격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지.”


 키아는 뭔가 깨달은 듯, 자신을 향해 천천히 주먹을 날리는 리우의 팔을 붙잡고는 옆의 가로수를 향해 딱 갖다 붙였다. 그것만으로, 리우는 자신의 팔이 완전히 가로수에 붙어버려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래. 그렇게 움직임을 봉하면, 상대의 공격 패턴이 꼬이면서 빈틈이 생기니까, 반격할 여지도 생기지.” 
“아, 응.”


 웬일로 한 마디 불평도 없이, 키아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능력은 특별하니까, 응용폭이 넓단 말이야. 상대의 움직임을 봉할 수 있다는 건 큰 메리트니까 그 점을 살려야 돼. 능력을 알게 되면, 섣불리 근접전을 걸지 않겠지. 그렇게 되면 원거리전인데, 그건 네 특기니까 오히려 상황이 좋게 흘러가는 거고. 그러니까 강제접착 능력을 살릴 수 있도록, 앞으로 근접전투 연습을 많이 해두는 게 좋을 걸.”
“......”

 리우는 중얼중얼 전투에서의 팁을 설명하던 중, 말없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키아의 모습을 보고 의아하단 표정을 지었다.


“왜. 뭐 할 말 있어?”
“아, 아니. 누구 가르쳐 본 적 없다는 것 치곤 설명 잘 한다 싶어서.”
“그냥 옛날 우리 팀 트레이너한테 배웠던 방식 따라서 설명해본 건데.”
“어떤 사람이었는데?”
“항상 진지한 얼굴로 이마에 인상쓰고 딱딱한 표정 짓고 있으면서, 남 돌봐주기는 잘 하는 성격...”


 줄줄히 말을 잇던 리우는, 갑자기 말문을 닫고 침묵했다. 쓸데없는 말을 꺼내버렸다고 후회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됐다. 이 얘기는 그만 하고.”
“왜에, 더 듣고 싶은데.”
“안 한다면 안 하는 줄 알아.”


 리우는 억지로 얘기를 끝내고 싶어 하는 티를 역력히 내면서 말의 허리를 잘랐다. 키아도 리우가 그렇게 나오니 더 이상 물어보는 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 으, 아.”
“야야, 벌써부터 맥이 빠져가지고는. 똑바로 서. 아니면 이쯤 하고 그만 둘래?”
“아, 아니야. 나 멀쩡해요 아저씨. 자, 잠깐만 숨만 좀 돌리고.”


 그로부터 세 시간, 대련은 쉴 틈 없이 계속되어 이미 노을이 지기 시작할 무렵이 되었다. 건강하고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긴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평범한 여고생 기준에서 좋은 것뿐인지라 키아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가느다란 두 다리는 후들거리고 있었다, 줄곧 전장과 현역에 구르던 리우는 전혀 지친 기색을 보이지도 않고 혀만 차고 있었다.


“요즘 젊은 히어로들은 허약해 빠져가지고 말이야. 능력은 둘째치더라도 기초체력이 부실한 게 문제라니까. 에잉, 쯧쯧.”
“어휴 저거 입 좀 다물었으면.”
“너 지금 뭐라고 했냐.”
“암 말도 안 했거든요!”


 키아는 큰 소리로 얼버무리곤,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자세를 다잡았다. 리우의 조언을 귀 기울여, 염동력에만 치중된 게 아니라 근접에서도 적에게 대응할 수 있는 자세로. 확실히 요 몇 시간의 대련은 소용없던 건 아닌지, 불과 2초도 안 되어 손가락으로 이마에 콕 당한 처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 그래봐야 2초에서 30초 정도로 늘어났을 뿐이지만. 물론 키아 입장에서도 변명할 거리는 있는 게, 강제접착 능력을 응용하라고 해서 가로수나 바위에 리우의 팔다리를 접착시켜도, 나무를 부러뜨리고 바위를 매단채로 덤벼오니 대응하는 의미가 없어지고 만다. 대체 뭔 괴물이야. 키아는 속으로 침을 뱉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됐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애 잡겠네.”
“빠, 빨리도 말하네요 진짜.”


 그제야 키아는 제자리에 주저앉으며 땅이 꺼져라 큰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최근 들어 무리하고 있었던 데다가, 수면시간까지 줄이는 바람에 더더욱 큰 피로가 키아의 전신을 짓눌렀다.


“내, 내일 일 끝나고 이렇게 또 대련 부탁해도 되죠?”
“뭐? 이 짓거리를 내일 또 하라고?”
“그럼요. 매일 해야 효과가 있지.”


 리우는 두통이 오는 듯 자신의 머리를 검지로 쿡쿡 찔러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야, 나도 생활이란 게 있는데...”
“됐어요 그럼. 세니 언니한테 부탁해야지.”
“아오 진짜, 내가 이걸 그냥. 하면 될 거 아니야, 하면.”
“헤헤헤.”


 키아는 자신의 협박 아닌 협박에 보기 좋게 뜻을 굽히는 리우를 보면서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었다. 아닌 것 같아도, 저렇게 웃는 모습을 보면 여느 소녀들 같아 귀여운 면이 있었다. 리우는 인정하기 싫었지만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뭐 좀 하나 물어보자.”
“응?” 
“요즘 왜 그렇게 무리하는 건데.”
“내가 무리하는 걸로 보여?”


 키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곤 리우에게 되물었다.


“네가 요즘 하는 꼬라지 보면 그래.”
“그냥 할 수 있는 만큼 해보려고 힘내는 거지 뭐.”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몸 상할 만큼 무리하니까 뭐라 하는 거지 지금.”
“어...설마 나 걱정해주는 거야?”


 키아는 의외라는 듯 놀란 표정으로 리우에게 되물었다. 리우는 한숨을 쉬곤 자기 머리를 긁적거리며 무안한 듯 중얼거렸다.


“물어본 거에 대답이나 해.”
“그야, 당연히 그 재수 없는 두 인간을 이기고 싶어서 그렇지.”
“그게 다야?”


 리우는 뭔가 켕기는 게 있다는 듯 집요하게 질문을 던졌다.


“솔직히 나는 네가 그런 이유 때문에 이렇게 무리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생각하거든?”


 키아도 리우가 그저 가볍게 말하는 게 아니란 걸 눈치 챘는지 금세 웃음을 거두었다.


“나는 아저씨가 무슨 소리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는데.”
“네가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어서 묻는 거야. 네가 멋대로 내기를 걸긴 했어도, 우리한테 책임을 떠넘기고 끌어들인 게 아니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와선 좀 이상하다 싶어서.”
“뭐가 이상한데?”
“네가 내기에서 진다고 해도, 딱히 너한테 해가 될 일은 없잖아? 아니, 애초에 내기를 걸 필요도 없이 스카우트에 승낙할 수도 있었고.”
“......”


 리우는 이 이상 자신이 말하는 건 괜한 참견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꼭 물어보고 싶었다. 키아는 사회체험을 위한 게 아니라, 정식 히어로가 되기 전에 경험을 쌓기 위해서 연수를 신청했다고 했다. 확실히 요 며칠 간 활동하면서, 히어로의 일이라는 게 기존의 기대와는 달라서 실망했을 것이다. 막상 만난 상사와는 항상 티격대고, 하는 일은 심부름센터나 다름없는 잡무가 대부분인데다, 그나마 임무다운 임무도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위험천만한 것들뿐이었다. 페트리카의 말마따나, 지금껏 우등생으로 살아온 키아의 재능이 낭비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처절한 상황이다. 그에 반해 페트리카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월반해 조기 데뷔하는 것으로 히어로의 꿈을 일찍 이룰 수 있으며, 상급 히어로가 되는데다가 여러 지원을 통해 지금처럼 얄팍한 잡무 같은 걸 맡게 될 일도 없을 것이다. 아드니엘은 둘째치더라도, 그 때 보여주었던 페트리카의 능력을 생각해 본다면 팀원의 스펙도 믿음직스럽다. 여러모로 장점 쪽이 압도적으로 많은 선택이다. 솔직히 이런 내기를 할 필요가 있는가 싶을 정도다.


“왜 이제 와서 끝난 얘기를 하고 그래.”


 키아는 그 얘기를 다시 꺼내는 게 불편하다는 듯 표정을 구기며 리우에게 눈을 흘겼다. 


“뭐 그 두 사람이랑 사이도 안 좋아보였고, 안 맞는 팀에 가기 싫다는 건 뭐 이해가 가. 근데 그런 내기까지 하면서, 반드시 이기려 드는 건 이해가 안 간단 말이야.”


 단순히 싫어서 거절하는 거였으면 내기에 승낙할 필요도 없이, 기분 잡쳤다 하고 침이라도 뱉고 잊어버리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굳이 딱 봐도 불리한 조건의 내기에 승낙하곤, 자기 몸이 상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무리하는 건 무언가 강박관념에 갇혀있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이해 안 갈 이유가 뭔데?”


 키아는 불쾌하다는 듯, 매서운 눈매로 리우를 불만스럽게 노려보았다.


“아저씨가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애초에 스펙이나 미래 전망이나 그런 걸 생각할 거였으면 난 애초부터 히어로가 되려 하지 않았을 거야. 두 사람이 싫다거나, 앙갚음이나 단순한 복수심 같은 거랑은 아무 상관없어.”
“그럼 뭔데?”
“그 두 사람은, 히어로로서 올바르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싫은 거야.”


 처음 키아와의 만남에서 밝혔던 그녀의 지원 동기. 그 때의 말이 다시 리우의 머리에 떠올랐다. 그냥 적당히 갖다 붙인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던 것 같다.


“하급 히어로의 성과를 날치기하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그런 올바르지 못한 인간들을 히어로로 인정할 수 없어. 그러니까, 그 녀석들을 이기는 걸로 증명할 거야. 그 녀석들이 잘못됐다고.”
“...네가 내기에서 이긴다면 무슨 조건을 걸 생각인데?”
“그 즉시 히어로를 그만두고 이후 업계에 발붙이지 말 것.”


 키아의 눈은 마치 인형과 같이 무감정한 안광을 발했다. 식은땀 한 줄기가 리우의 등을 훑고 지나갔다. 그 극단적인 생각에 천하의 리우도 말을 잃고 망연자실해졌다. 그저 재능은 있어도 철없고 들뜨기 쉬운, 평범한 여고생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내심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느꼈었다. 그 뒤틀림의 편린을, 지금 이 순간 확인한 것만 같았다, 


“내가 뭐 잘못 말 했어?”
“아니, 됐다. 어린 애 데리고 내가 뭘 하는 건지 원.”
“누구보고 애래, 애는.”


 키아는 짧게 혀를 내밀곤 리우에게 메롱을 시전했다. 이런 장난기 어린 모습을 보면, 방금 전의 그 비틀림이 진짜인가 의심이 갔다. 



“걔네가 잘못됐고 네가 우리 팀에 남아있겠다고 한 건, 우리 팀은 ‘올바르다’는 거야?”
“한 명이 좀 많이 삐딱하고 꼰대같긴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올바른 편이지.”
“이게 뚫린 입이라고 진짜.”


 리우가 꿀밤을 때리려는 시늉을 하자, 키아는 까르르 웃으며 뒤로 도망치는 시늉을 했다. 그걸 신호로, 리우는 질문을 그만두고 세니엘이 있던 곳으로 같이 돌아가기로 했다. 옆에서 키아는 배가 고프다, 열심히 했으니 고기를 사달라 등등 칭얼대며 잡담을 떨었고, 리우는 그에 적당히 맞장구도 치고 꾸중도 하면서 맞춰주었다. 그러나 끝끝내, 리우의 머릿속을 맴돌던 질문은 목에 걸려 나오지 못했다.


 만약 우리 팀이 올바르지 못하게 되면, 너는 우리 팀마저 버릴 것이냐고.
 아니, 애초에 세상엔 올바른 히어로 따위 없다고 하면 너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 작가의 말 :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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