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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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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내가 가사를 쓰는 것에 소질이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
16-12-08 21:10
 
 

恋×シンアイ彼女(사랑X친애 그녀) OST - Slience

http://bgmstore.net/view/MMaww


재용은 귀찮다는 표정을 보이면서도 드럼을 자연스럽게 튕겨내며 쳐냈고, 채연은 그의 옆에서 이게 나은가?”라고 재용에게 물으며 베이스의 현을 만지작거렸다. 굵은 두- - 하는 소리가 베이스에 연결된 앰프를 통해 울려 퍼졌다. 늙은 아저씨가 하울링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지만 나름대로의 멜로디가 있었다. 앰프와 함께 베이스와 연결된 무언가의 장비가 그녀의 다리 밑에서 빛을 발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다란 장비는 바닥에 놓여진 채로 고층 건물의 지시등 같이 하얀 불빛을 반짝거리고만 있었다.

세준과 민정은 일렉트릭 기타를 책상 위에 케이스 채로 눕혀두고는 어디선가 들고 온 종이 위에 가사를 써 내리고 있었다. 잘은 써지지 않는지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있지, 재이.”

?”

네가 주제를 내놓았잖아. ‘집에 돌아가고 싶어’, 라고. 좀 놀라긴 했지만 나름 괜찮은 주제인 것 같긴 한데, 도무지 가사가 떠오르질 않아. 도와줄래?”

, 으응.”

정말 그 주제로 작사를 할 셈이었던 것 같다. 드럼 쪽을 향해있던 의자를 그들 쪽으로 돌리고는 의자를 들고 세준과 민정의 가까이로 다가갔다. 커다란 종이에 집에 돌아가고 싶어라고 큼지막하게 적혀있긴 했지만 그 이후의 가사는 전혀 적혀있지 않았다. 고민하며 쿡쿡 눌러 찍었는지 종이의 가장자리에 별 이유는 없는 점들이 박혀있었다. 나는 거의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백지를 보며 말했다.

우선은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거니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이겠지. 아이들과 잘 놀지 못하는 학생? 딱히 왕따를 말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런 이미지랄까. 반에 있는 것보단 학교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흐음, 흐음. 느낌이 오는데.”

생각보다 이야기가 담긴 주제였구나? 나는 그저 진짜로 집에 돌아가고 싶어서 그런 건줄 알았는데.”

. 그런 것 맞아.

나름대로의 뼈대가 생기자 놀랍게도 그냥 한 마디 던진 말이 눈덩이처럼 쑥쑥 불어나 의미가 부여되며 정말로 하나의 이야기를 지닌 무언가가 되려고 하고 있었다. 딱히 의도하고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어떻게든 원래 그러려고 했던 것처럼 행동했다. 세준과 민정, 그리고 나는 여럿 이야기들을 하며 노래의 맛과 냄새를 정해나갔다. 그 작업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러면 어두운 분위기로 가야 하나?”

으음, 아니. 그러면 가사도 그렇고 너무 우울한 노래가 되어버릴 걸.”

그런가? 그럼 조금은 산뜻하게?”

아마 그러면 될 것 같아.”

그리 말하고는 민정은 책상에 올려놓은 기타 케이스를 자신이 있는 쪽으로 끌어당기더니 주섬주섬 기타를 꺼내었다. 민정이 기타를 꺼내자 재용도 기타를 꺼냈다. 재용의 기타는 어쿠스틱 기타였다. 의문을 가지며 재용의 기타를 바라보고 있자 재용은 나의 시선을 눈치 채고는 오늘은 그냥 리듬만 정할 거라서라고 답했다.

세준은 기타의 줄을 하나씩 튕겨보며 소리를 들어보더니 기타의 헤드에 있는 줄감개를 돌려 기타를 조율하고는 이리저리 줄을 튕기며 리듬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소리만을 듣고서 조율을 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민정은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밴드부의 한쪽 벽면에 놓인 서랍에서 딱딱한 케이스에 둘러싸인 무언가를 꺼냈다. 회로판 같은 것에 신기한 부품들이 7개 꽂혀있었다. 민정은 그것을 콘센트에 꼽고 전원을 키고는 선을 꽂아 기타에 연결했다. 회로판에 달린 부품들과 기타를 요리저리 만지자 신기하게도 앰프에서 소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이 괴상한 장비는 채연이 쓰던 기다란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건 뭐야?”

? 이거? 이펙터보드라고 해.”

이펙터보드?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를 입에 담아보자 민정은 살짝 웃으며 이펙터보드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만지는 솜씨가 그저 몇 번 만져본 정도는 아닌 것 같았지만 이 녀석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 했다.

말 그대로 이펙트를 주는 장비야. 베이스의 소리에 이런저런 효과를 입힐 수 있어. 그냥 여러 가지 부품들이 여러 가지 효과들을 담당하고 있다고 보면 쉬워. 사실 여기에서도 몇 개 쓰지 않지만.”

이건 뭐야?”

나는 여러 부품들 중 하나를 골라서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그닥 이게 무엇인지 알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아무거나 골라서 물어보는 것으로 민정의 말을 존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건 피치 모듈레이션 타입. 음의 높이를 조절해주는 거야.”

그저 고개를 끄덕인 나는 다시 부품들을 바라보다가 다른 한 가지를 골랐다. 민정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건 게인 타입. 음역폭을 증폭시키거나 감소시키는 거야.”

그렇구나. 좋은 정보를 얻었어. 그렇게 중얼거리며 민정의 말 하나하나를 가슴 속에 깊이 새긴 것처럼 말해주었다. 여기까지 대화가 진행된 다음에 어떻게 말을 끝맺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으니 세준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는 오오, 설명해주는 거야?”라며 말을 이어주었다. 나름대로 매끄럽게 이야기가 넘어가서 다행이었다.

너 보드 되게 좋은 거 쓰네. 어디 꺼야?”

루프 보드.”

그건 처음 들어보는데. 어디에서 샀어?”

그 기타 용품 파는 곳 있잖아. 저쪽 사거리에 크게 하는 곳.”

? 거기? 나도 저번 주말에 갔다 왔는데. 너도 아는 구나?”

세준과 민정은 내가 알 수 없는 세계로 빠져들었고, 나는 그곳에서 조용히 빠져나가 새하얀 종이로 시선을 옮겼다. 그들이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할 때에 나는 내 일을 하기로 했다. 눈을 잠고 서서히 생각으로 빠져들었다. 집에 가고 싶어. 집에 가고 싶은 한 학생의 시선.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그는 무엇을 볼까? 천천히 그의 시선에 젖어들고 마음에 파고들어 그의 마음을 완벽히 담아내도록 노력했다. 그것을 글로 옮기는 것은 그닥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 글을 가사로 바꾸는 것이 어려웠을 뿐.

일단 나는 노래의 분위기와 멜로디를 모르기 때문에 짤막짤막한 가사를 써나갔다. 교실의 구석 자리, 친구는 아무도 없다. 여자아이들의 산뜻한 웃음소리는 여기에 없다. 그러니까 나는 집에 돌아가고 싶다, 얼른 집에 돌아가고 싶다.

가사들은 종이에 쓱쓱 적혀나갔고 연필을 제 역할을 찾은 듯 기쁘게 흔들렸다.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던 세준과 민정은 내가 사각사각 연필을 놀리는 소리에 관심이 생겼는지 의자를 끌고 와서 나의 양옆에 앉았다. 나를 끼고 양쪽에서 고개를 내밀며 내가 쓴 글을 보려고 하는 상황이 심히 부담스러웠지만 흔들리지 않고 계속 가사를 썼다. 세준은 내 옆에서 오오-’하고 소리쳤다.

되게 분위기 있잖아? 내가 본 가사들 중에서 가장 매력 있는 느낌이야.”

이런 부분은 무슨 생각으로 쓴 거야?”

? 어떤 부분?”
민정은 내가 쓴 가사들의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듯이 문질렀다. 그 부분을 바라보니 이런 가사들이 적혀있었다.

 

 

체육관 뒤의 무성한 잡초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어

종소리는 앞으로 두 번 남았고

주머니 속에 넣은 나이프는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을 깨달아

어디에서 머무를 곳이 없는 것을 깨달아

, 론리 보이.

, 론리 보이.

 

 

나는 그 가사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마치 내가 쓰지 않고 다른 누군가가 쓴 가사를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평가해보듯이. 내가 쓴 가사를 내가 평가하려고 들었던 이유는, 실제로 내가 가사를 쓰긴 썼지만 무슨 생각으로 썼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준과 민정은 약간의 기대가 찬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조용히 가사들을 바라보다가, 그들을 보지 않은 채로 대답했다.

내 자신이 외로워하는 사람이 되었을 때 세상이 어떻게 보일지 써본 것 같아. , 아니, 썼어. 그리고 실제로 이렇게 조용히 있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내 시선을 글로 담았다고 생각하면 돼.”

가사를 비판할 생각이 아니야! 뭐랄까, 엄청 신선해! 뭐야 뭐야 재이, 가사 쓰는 데에 소질이 있었어?”

가사를 써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어.”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뒤에서 아무 말도 없이 가사를 바라보고 있던 세준이 입을 열었다.

아니야, 맞아. 재이는 소질이 있어. 발굴되지 않았을 뿐이지. 글 쓰는 거 좋아해?”

글을 쓰려고 든 적은 없지만 책은 좋아해.”

그러니까 그런가봐. 나는 책을 잡기만 하면 30초 안에 잠이 오거든.”

세준의 말에 민정은 고개를 돌려 나도, 나도!”라고 호응했고 세준은 알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딱히 할 말이 없어서 꽁냥대는 세준과 민정을 바라보다가 종이로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는 반 쯤 채워진 종이를 잠시 노려본 뒤 찬찬히 가사를 써나가기 시작했다. 세준과 민정은 슥슥거리는 연필심의 신음에 다시 반응해서는 다시 내 양옆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제발 꺼지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한편으로는 나도 수빈처럼 무언가를 할 줄 아는 사람처럼 취급받았기 때문에 조금은 기뻤기 때문이다.

종이가 거의 글자들로 꽉 찼을 즈음, 나는 기타의 줄을 놀리고 있던 세준과 민정에게 종이를 주었다. 그들은 기뻐하며 내 가사들을 받았고, 종이에 코를 박을 듯 얼굴을 가져가더니 웃으면서도 진지한 얼굴로 가사들을 훑기 시작했다. 일단은 좋은 느낌인 듯했다. 무리해서 연필을 잡았는지 손목이 살짝 아려왔다. 손목을 약하게 잡고 꾹꾹 눌러주고 있으려니 수빈과 눈이 마주쳤다. 얼른 고개를 돌려버릴까 했지만, 수빈은 나와 시선이 닿았음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돌리려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나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조금 화가 났다. 왠지 모를 짜증이 솟구쳤다. 갑자기 삐쳐서는, 갑자기 화해하자고 하고서는, 결국 어색한 관계가 되어버렸잖아. 책임을 질 생각이나 하지, 왜 날 그런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거야. 나는 이렇게 되기 싫었어. 그래. 사실은 전부 다 너의 잘못이야.

수빈이 나에게서 시선을 옮김에 따라 나도 고개를 돌렸다. 세준과 민정이 있던 곳에는 재용과 채연까지 끼어서는 종이에 적힌 내 가사들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먼저 보려고 서로서로 채가는 탓에 종이가 찢어질 듯 안 찢어질듯 하다가 아슬아슬하게 찢기진 않고 있었다. 크고 굵은 손가락들 사이에서 가녀리고 얇은 A4 용지는 비명을 지르며 죽고 싶지 않다고 소리쳤다.

그들끼리 나름대로 내 가사들을 소화시킨 뒤에는 그들끼리 모여 작곡을 하기 시작했다. 다 같이 한 가운데에 모여서는 책상을 치우고 기타를 들고 앰프를 켜고 이펙트보드를 켜고 드럼 채를 잡았다. 처음에는 자기가 들고 있는 악기들을 만지기만 하며 좋은 멜로디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자 서로의 악기에 맞추어보며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서로의 악기와 자신의 악기를 조금씩 맞추어가며 어울리는 코드를 잡고 어울리는 리듬을 만들어가는 것이 그들에게는 너무 쉬워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슬쩍 놀랐다. 그러지 않을 것처럼 보였지만, 아니, 사실 그렇지 않기를 바랐지만, 그들은 정말로 1년 전 밴드 경연대회를 우승한 실력있는 밴드부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그저 그들의 일이지, 내 일이 아니었다. 물론 나는 가사를 써주었지만, 그것은 그들을 도와주었을 뿐이지, 내 일이 아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변함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나가는 그들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 뿐.

 

창문에 가까이 놓여있는 목재 의자에 앉아 얇은 책을 훑으며 그들의 작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을 때, 예전에 수빈이 나에게 말해주었던 말들이 뜬금없이 떠올랐다. 떠오른 구절은 바로 이것이었다.

잘 들어. 나는 네가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라고 하는 게 아니야. 그저……, 아이들을 다루어주고 이끌어주라는 거지.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는 조금 지나면 알게 될 거야. 그 때엔 너도 너 나름대로 잘 하고 있을 거고.’

수빈은 그 때에 나에게 무슨 말을 전하려고 했던 것일까? 아직까지도 잘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음악을 가르치라고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알겠어도, 이 부원들을 다루어주고 이끌어주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 때라고 지칭한 것은 언제일까. 그리고 과연 내가 그 시기에 도달할 때까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을까?

나는 고개를 돌려 수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수빈은 짙은 눈썹을 아래로 깐 채로 1Q84에 은은한 시선을 던지고 있을 뿐이었다.

 

 
+ 작가의 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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