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마이페이지
 
Q&A
[공지] 노블엔진 홈페이지가 …
[꿈꾸는 전기양과 철혈의 과…
《노블엔진 2017년 4월 2차 …
[리제로 10 + 리제로피디아] …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
 
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 전체 게시판 규정사항 *


1. 개인간 쪽지로 할 수 있는 용무를 글로 쓰는 것을 금지합니다.

2. 이용자 불특정 다수, 혹은 불특정 개인에 대한 불만글 역시 동일하게 취급합니다.

3. 상대방을 기분나쁘게 할 수 있는 욕설이나 폭언을 자제해주세요.

4. 연재 게시판에 한해 하루 새로운 제목을 가진 3개 초과의 게시글을 금지합니다.

5. 이용자 불특정 다수가 불쾌함을 느낄 수 있는 글 (예:성인향 글, 특정 정치성향을 포함한 글) 을 자유 게시판, 연재 게시판을 포함한 모든 게시판에서 금지합니다.


첨. 광고글, 저작권 위반 자료의 경우 경고 없이 게시물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참조 - http://www.novelengine.com/bbs/board.php?bo_table=free&wr_id=4427400

 
신의 대리자글 도사군
라이트노벨
 
 
첫회보기 관심
목록
 
 
프롤로그
16-11-21 00:13
 
 


사람이 가장 편안하게 쉴 수 있어야 하는 공간은 과연 어디일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집]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조차도 태어날 때부터 반드시 가지고 있는 보금자리이며 너무나도 위험천만하고 피로함을 쌓이게 하는 밖이라는 장소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고 지킬 수 있는 철벽의 공간이나 다름없을 테니까.


하지만……그것이 그저 나약한 인간의 안일한 생각이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저기~ 너 내 대리자 좀 해주면 안 될까?”

문득 자고 있던 내 머리 위에서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제는 일에 지쳐 금방 누워버렸고 그 뒤로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시간은 새벽이라 생각된다.

그럭저럭 살만한 5평짜리 방구석에 쪼그려 누워 있던 나는 그 목소리에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청아한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려 힘겹게 눈을 떴다.

그리고 그곳에 키는 한 150 정도 되어 보이며 허리까지 내려가는 금발에 벽안. 백옥 같은 새하얀 피부에 하얀 프릴이 줄줄 달린 백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 만지는 것조차 죄가 되어버릴 것만 같은 미소녀가 보인다.

나는 이 상황을 내 나름대로 인지하고는 최대한 밝게 웃어 보이며 말한다.

“저 종교 안 믿어요.”

“……에?”

일단 충분히 도둑이라고 의심할 수 있었던 상황인 것은 맞다.

하지만 나는 현재 잠에서 덜 깨 비몽사몽한 상태다.

이 상황에서 갑자기 머리맡에 나타나 대리자라는 생뚱맞은 소리를 하는 소녀를 보게 된다면 당연히 꿈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을까?

게다가 그것이 현실에서 존재하지도 않을 법한 미소녀라면 이미 끝난 얘기고 말이야.

그러니 여기서는 당황하지 않고 최대한 겉모습에 걸맞게 정중한 답변을 했던 것이다.

……음, 말해놓고 봐도 정말 되도 않는 변명이로군.

처음부터 이것을 현실이라 자각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대처가 나왔으리라고 생각하기 어려웠을 텐데 말이야.


***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일단 자기소개부터 하겠다.

지극히 평범한 외모와 175가 조금 안 되는 키.

시력이 좋지 않아 안경을 쓰고 있으며 집이라는 공간에 있기 때문에 편안한 복장으로 청색 티에 회색반바지를 입고 있는 내 이름은 이사혁.

나이는 24세. 직업은 게임 프로그램 제작자이며 소설작가.

흔히들 크리에이티브라 불리는 사람이 되겠다.

“사혁.”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가 게임제작과 스토리를 쓰는 작가라고 해서 현실과 공상을 분간 못할 정도의 머리와 생각이 없는 건 결코 아니다.

아니, 애당초 현실과 공상의 경계조차도 구분하지 못한다면 그건 이미 구제불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겠지.

“사혁. 어이~”

뭐, 어찌 됐든. 난 적어도 그런 것에 있어서는 정확한 분별력과 판별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는 소리다.

“사혁~ 여보세요~ 좀 반응해주면 안 돼?”

문제는 일주일 전부터 그 경계가 무너졌다는 거지만.

나는 5평짜리의 방구석에 앉아 탁자 위에 켜두고 있던 노트북에서 시선을 돌리며…….


머리 위의 천장을 바라봤다.


“어차피 내가 반응하면 넌 또 똑같은 소리나 할 거잖아? 제나.”

내 말에 천장에 붙어……아니, 누워 있는 금발 벽안의 소녀가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야 당연하잖아. 이건 시급을 다투는 일이라고? 그러니까 내 대리자가 되어서…….”

“안 해.”

“……내 말 좀 끝까지 들어주면 어디가 덧나?”

충분히 덧난다.

“네 대리자가 되어서 세계를 구원해주면 내가 원하는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고? 그 말은 벌써 일주일 전부터 지겹게 들었어. 그리고 애당초 난 하고 싶지도 않은 걸 그쪽이 억지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뿐이잖아?”

“부우. 그건 그렇지만.”

자, 내 소개도 끝났겠다, 이제 내 말에 아무런 반박도 못하며 볼을 부풀리는 이 인간 같지 않은 미소녀를 잠시 소개 하겠다.

일주일 전, 밀려드는 피로에 지쳐 곤히 자고 있던 나의 집에, 그것도 새벽시간에 다짜고짜 쳐들어와서 자신의 대리자를 하라고 무작정 들이대고 있는 이 소녀는 바로 자칭 타 차원의 여신 제나.

흔히들 말하는 판타지 세계에서 태양의 여신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계신단다.

……솔직히 현실과 공상을 제대로 구별할 줄 안다고 자부하고 있던 나였다면 저 말에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천장에, 하물며 허리까지 내려가는 머릿결도 전혀 아래로 쏠리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고 편안하게 대(大)자로 누워 있는 자세를 보면 믿고 싶지 않아도 믿을 수밖에 없다.


아무런 도구도 없이 저런 자세를 10시간 동안 유지한다는 것은 인간에게는 절대 불가능한 행동이니까.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던 찰나, 천장 위에 붙어 있던 제나가 10시간 동안 누워 있는 자세를 그제야 겨우 풀더니 공중제비를 돌며 사뿐히 내 옆에 내려앉았다.

“그래도 좀 도와주면 안 될까?”

그리고 난 그 말이 나오기 무섭게 속사포로 말해주었다.

“벌써 네가 나한테 대리자를 하라고 다짜고짜 밀어붙이는 게 일주일이나 지났어. 그리고 난 네가 그 말을 할 때마다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주었지. 결과가 뭐지? 하나도 나아진 게 없는 것 같은데? 이렇게 계속 내 옆에 붙어 있을 바에야 차라리 다른 대리자 후보를 찾으러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우우.”

노골적으로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그녀였지만 나는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을 철회할 생각이 없었다.

난 이미 일주일 전부터 몇 번이고 정곡을 찔렀었고 몇 번이고 거절의 의사를 표현했다.

“그래. 말 나온 김에 네가 여태까지 나한테 말했던 것들을 한 번 쭉 읊어볼까? 일단 네가 날 대리자로 선택하려고 했던 건 오로지 네가 신이 되어 가지는 특유의 감이 날 대리자로 선택하라 강요하고 있었다는 거였고 세계를 구원해달라는 건 네가 있는 타 차원에서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데 이를 막을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인간이 단 한 명도 태어나질 않았기 때문이며 그 세계가 멸망하게 되면 그쪽 세계의 신도 다 사라지고 소멸하게 되니까 도와 달라 이 말이잖아?”

“으, 그렇긴 한데.”

“그리고 내가 세계가 멸망하는 걸 막으면 소원하나를 들어주는 거고?”

“으, 으응.”

제나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져 간다.

십중팔구 내가 하고자 하는 말에서 느껴지는 점이 있는 거겠지.

나는 인상을 될 대로 찌푸리며 그녀에게 쐐기를 박았다.

“내가 대체 뭣 하러 그런 타 세계의 일을 목숨까지 걸며 관여해야 하는 거지? 신이 가지는 특유의 감이 나를 대리자로 선택하라 강요한다? 그건 처음부터 날 설득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없어. 그리고 소원을 들어준다고? 미안하지만 난 다른 세계의 신한테까지 무언가를 빌어서 얻고 싶은 게 전혀 없는데? 그리고 일주일 전에도 한 번 말했었지?”

난 종교를 믿지 않는다.

비록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말하긴 했어도 그건 명백한 사실이다.

“알았으면 그냥 나 말고 다른 대리자를 찾아. 그게 훨씬 빠를 거다.”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노트북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프로그램 제작의뢰는 없지만 적어도 출판을 목표로 쓰는 책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여기에 집중해야만 한다고.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노트북으로 돌렸던 나의 시선은 곧 다시금 그녀를 향하게 되고 말았다.

“우으, 아, 안 돼. 안 된다고. 그건.”

“……뭐, 뭐야?”

“훌쩍.”

갑자기 자칭 신이라는 소녀가 울먹이는 목소리를 낸다.

게다가 눈망울까지 그렁거리기 시작한다.

지조도 없이 시선을 돌렸다고 뭐라 하지 마라.

일주일 전부터 이런 반응은 여태껏 한 번도 보이지 않았고, 무엇보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여자애의 눈물에는 굉장히 약하다고.

“하아. 대체 뭐가 문제인 건데?”

일단 이 상태로 내버려두면 진심으로 울어버릴 것 같으니까 이유라도 물어보자.

“훌쩍. 마, 말하면 화 안 낼 거야?”

살며시 혈압이 오르는 건 차분히 마음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혀두는 게 좋겠지.

“네가 지금 그 말을 꺼냈다는 건 내가 화나는 것이 당연한 내용이라는 건데……그럼 당연히 화를 내야 하지 않을까?”

“그, 그래도 화내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흠,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한 발 더 물러서줄까.

솔직히 그녀와 일주일 동안 한 얘기라고는 ‘너 내 대리자 해.’와 ‘안 해.’ 뿐이었으니까.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괜찮겠지.

그리고 이 내용은 일단 들어놓아야 될 것 같은 기분이기도 하고.

“그래, 그래. 알았어. 화내지 않을 테니까 말해봐.”

나의 말에 조금은 안심을 한 듯이 한숨을 내쉬며 제나가 조용히 말했다.

“신이 한 번 대리자를 선택하면 그 선택은 어떤 수를 쓰더라도 무르는 게 불가능해. 그리고 난 이미 너를 선택했어. 네가 동의를 해주지 않는다면 네가 죽을 때까지 난 네 곁에 붙어 있을 수밖에 없게 돼.”

“……허어.”

그건 뭐, 참 귀찮은 규칙이로군.

아니, 일주일이나 같이 있었던 주제에 그런 중요한 얘기를 이제야 꺼내냐?……라며 태클을 걸고 싶지만 화를 내지는 않기로 했으니 나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제나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설사 그렇다 한들 난 이곳을 떠날 생각이 전혀 없는 걸?”

“……그, 그럼 내가 있던 곳이 멸망해버린다고!”

“그럼 날 선택한 네 잘못이 큰 거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점.

“애당초 너 아직 나한테 숨기고 있는 게 있잖아?”

내 말에 제나의 어깨가 크게 들썩였다.

……역시, 이건 꽤 심하게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겠지.

다른 무엇도 아니고, 신을 대리하는 자라는 직책이다.


거기에 대해 아무런 페널티가 없다는 게 너무 이상하잖아?


나는 눈을 떠 그대로 제나의 눈을 쳐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내가 타 차원으로 가서 신의 대리자가 된다. 그리고 대리자로서의 임무를 완수하면 어떠한 소원도 들어준다. 확실히 겉보기에는 좋은 내용일지도 몰라.”

그러자 제나가 슬며시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그렇다면 이 세계에서의 [나]란 존재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난 어디까지나 이쪽 세계의 사람이다.

비록 외동이지만 사랑하는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다.

이곳에는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것들이 존재하고 있다.

분명 신의 대리자라는 자리를 가지는 것으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신이 직접 들어주는 소원이다. 이건 분명 크다고 볼 수 있을 터다.

하지만 그 소원 하나를 얻기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한다면 난 당당하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바가지 장사 엿 먹어.’ 라고.

“소원 하나를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다……라. 미안하지만 난 욕심쟁이라서 그렇게까지는 도저히 못하겠는데.”

애당초 다른 세계로 넘어가서 다시 이 세계로 무사히 귀환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그리고 돌아올 수 있다 하더라도 시간이 얼마나 지날지도 알 수 없다.

무엇보다……다른 세계로 넘어간다는 것과 신의 대리자라는 조건이라면 판타지 소설에서 꼭 붙는 페널티가 하나 있지 않은가?


바로 이쪽 세계에서 존재하던 나의 존재의 잔재들이 남김없이 지워진다는 점.

……내가 다루던 물건들이 사라지고.

……나의 잔재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나의 존재 그 자체가 세계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수정]되고 [고정]된다.

소원 하나를 받는다 하더라도 이것을 다시 되돌릴 수 있는지도 미지수다.


물론 나의 과장된 망상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신이라 하더라도 다른 세계로 인간을 끌고 가려는데, 이런 페널티에 대해 그 무엇 하나 설명해주지 않는다면, 그것이 통상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의 한계선을 일찍이 돌파해버리는 페널티라는 건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이러한 사실을 단적으로 물어보는 나의 말에 제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시선도 회피했다.

그 반응만으로도 충분히 알 만한 상황이다.

그렇게 잠시 동안의 조용한 시간이 흐른 뒤.

“음?”

갑자기 내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부르르 떨며 진동을 일으켰다.

조용히 침묵하고 있는 제나를 그대로 두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휴대폰을 꺼내보자 문자 1건이 도착한 상태였다.

“아버지?”

웬일일까?

평소에는 전화는커녕 문자조차 잘 안 하시던 분인데.

그런 생각과 함께 문자를 확인한 나는……


안색을 창백하게 일그러뜨렸다.


“뭐, 뭐야 이거…….”

순간 눈을 비볐다. 그리고 다시 문자를 확인해봤다.

하지만 눈을 씻고 다시 본다 해서, 문자 내용이 변하지는 않았다.


-네 엄마가 위독하다. OO병원으로 빨리 와라-


***

한 번쯤은 이런 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있다.

자식이라면 가족이 살아 있을 때 효도하라고.

사람이란 매우 허약한 존재라 언제 어디서 돌연사 할지 알 수 없기에 생겨난 말이다.

“교통사고라고?”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날 때에는 타인의 부주의 또한 가장 큰 원인이 될 때가 많다.

“그래. 뺑소니 교통사고다.”

내가 자취하는 방과 꽤나 가까운 병원이었기에 택시를 타니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응급병동 안에서 의자에 앉은 나의 물음에 바로 옆에 앉아있던 중년의 남성, 나의 아버지가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범인은?”

“내 부하들이 쫓고 있을 거야.”

“……금방 잡힐 것 같아?”

“못 잡으면 부하들 싹 다 감봉시켜버릴 거고, 잡히면 범인 놈을 살점이 나갈 때까지 패놓은 뒤 뼈를 잘근잘근 다져버려야지.”

……이 말은 결국 자기도 모르겠다는 의미겠지.

참고로 우리 아버진 경찰이다. 그것도 강력반.

가족에게만큼은 매우 따듯한 사람이지만 평소에는 무뚝뚝하고 표정에 변화도 별로 없다.

그런 아버지가 인상을 일그러뜨릴 대로 일그러뜨리고 있으니, 화가 얼마나 났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엄마는……어떤 상태야?”

나의 진중한 물음에 아버지의 표정에 암운이 끼었다.

올해로 50대 중반에 들어간 어머니. 아직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나이다.

건강할 대로 건강해서 노후에 90대까지 살아갈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 정도로 활기찬 분이셨다.

하지만 아버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가히 절망적이었다.

“점잖게 말하면 최악이고 나쁘게 말하면 가망이 없다는 구나.”

의사의 말로는 이미 심장정지4번. 심폐소생술로 소생4번. 그로 인한 갈비뼈의 부상. 폐에 2차 손상이 날 가능성 존재. 사고 당시에 응급처치가 되어있지 않아 반 뇌사 상태. 흉부는 심하게 망가졌고 팔 다리의 뼈도 심하게 금이 간 상태였다.

설사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하더라도 백치, 아니면 식물인간 상태가 될 수밖에 없으며……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그만큼,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시선을 돌려 응급병동 안에 누워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잠시 바라봤다.

산소 호흡기는 물론, 전신에 붕대를 감아 놓았고 폐를 강제로 호흡시키는 도구에 수액까지 다량 투입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속에서 울컥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내 나이 24살.

평소에 가난한 생활을 했던 우리 집에서 장남이자 외동이었던 나는 22살에 군대를 제대한 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지면서 이제 겨우 부모님에게 효도를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실제로 현재 부모님에게서 독립하여 자취 중인 상태이고 저번 달부턴 집에 꼬박꼬박 돈을 쪼개서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하루아침에 이런 사단이 터질 줄이야.

“그나저나 아들. 밥은 먹었냐?”

의자에 앉아 조용히 침묵하던 나에게 아버지가 말을 걸었다.

현재 시각은 저녁 11시.

작업에 열중하느라 이때까지 밥을 먹지 않았다는 게 떠오른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김밥 사올게.”

“김밥으로 되겠어?”

“자리를 전부 비울 수도 없잖아.”

“내가 지키면 되지.”

“……아버지야말로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걱정하지 마. 이번 일로 위에 부탁해서 청원휴가 받아왔어.”

그 말과 함께 아버지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려 하자 나는 그대로 손사래를 쳤다.

“아, 아. 정 그러면 잠시 바람도 쐴 겸 밥 한 끼 먹고 올게.”

“돈은 있고?”

“내가 용돈 입금해주는 입장이잖아.”

내 말에 아버지가 쓴웃음을 지었다.

“후우. 그래. 그랬지.”

그 말과 함께 한 차례 고개를 내젓더니 애써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나가서 밥 한 끼 먹고 와라. 자리는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

“……응.”

나는 아버지에게서 등을 돌리며 그가 눈치 챌 수 없도록 조용히 눈살을 찌푸렸다.

사람은 고통을 잊기 위해 웃는다고 하던가.

불효라고 생각될 지도 모르지만……지금의 나는 저런 아버지를 보기가 힘들었다.

아버지는 무뚝뚝하면서도 굉장히 마음이 여린 구석이 있다.

겉으론 강하지만 속으론 약한 게 바로 우리 아버지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던 어머니가 죽게 된다면, 아버지도 곧 무너지리라.

그렇게 효도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던 나는 결국 아무것도 지키지 못하고 모두를 떠나보내게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몇 분 전만해도 꺾을 생각이 없었던 생각을 뒤집었다.


나는 응급병동에서 나와 병원 옥상으로 올라갔다.

“소원 하나를 들어준다고 했지?”

지금 내 곁에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정말 그녀가 신이라면……그리고 그녀가 말한 대로 내 곁을 떠날 수가 없는 입장이라면, 반드시 듣고 있을 것이다.

시야에는 보이지 않되 그곳에 있을 것이다.

신이라는데,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신의 대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 뒤 소원을 받는 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

내가 지금 원하는 건 후불제 따위가 아니다.

“지금 당장 내 소원을 들어줘! 그 후에는 신의 대리자가 아니라 더 한 거라도 해줄 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한 순간의 침묵 뒤.

[계약 성립이다.]

머릿속에서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방금 전과 같이 어린애 말투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녀의 목소리라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신의 계약에 따라 태양의 여신 제나는 그대를 나의 대리자로 임명하며 그대가 원하는 한 가지의 소원을 지금 즉시 이루어주겠다. 나의 대리자인 인간 이사혁이여. 그대가 원하는 소원은 무엇인가?]

물어볼 필요도 없다.

내가 지금 원하는 건 딱 하나니까.

“어머니와 아버지, 내 가족이 늙을 때까지 편안한 생을 보내고 정상적인 인간으로 행복하게 살게 해줘.”

내 소원은 부모님들이 행복하게 ‘살게’ 하는 것.

이로서 죽음이 확정되어 있었을 어머니는 필연적으로 살 수 있다.

그리고 살아난다 해도 최소가 백치여야 했을 어머니는 ‘정상적인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아버지와 함께 행복하게 늙은 뒤, 행복하게 죽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후 나는 타 세계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십중팔구 나란 존재는 이 세계에서 지워질 터다.

만일 부모님의 기억에서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건 어마어마한 불효가 되고 말 테지…….

하지만 가족이 나를 져버릴 수 없듯이, 나 또한 가족을 져버리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니까……이해해줘요. 부모님들.


[그냥 행복하게만 해달라고 해도 그 정도는 해줬을 텐데…….]

“말했잖아.”

머릿속에서 울리는 여신의 말에 나는 피식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난 종교 안 믿어.”


20XX년 XX월 XX일.

P.M 11:11.

한 명의 인간이 지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세계는 비정상적으로 사라진 인간으로 인해 발생할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그 인간의 모든 흔적을 지우기 시작한다.



 
+ 작가의 말 : 공모전 노리고 있는 현직 회사원입니다.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제휴문의 이용약관 개인정보보호정책
주소 : 인천광역시 부평구 평천로 132 (청천동) TEL : 032-505-2973 FAX : 032-505-2982 email : novelengine@naver.com
 
Copyright 2011 NOVEL ENGIN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