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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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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영웅과 조력자
13-08-08 21:49
 
 

 열차는 사막을 가로질렀다.

 차창으로는 샛노란 모래와 투박하게 생긴 선인장뿐이 보이지 않는다. 이따금 운이 좋으면 머리가 뾰족뾰족한 파충류나 귀가 기다란 고양잇과 동물이 하나 둘씩 나타나지만, 녀석들은 금세 모래바람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거진 수풀이 열차 사방을 뒤덮고 있었다는 게 거짓말 같다.

 티 없이 노랗기만 한 사막을 본다는 건 새하얀 백지장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우아하게 차창 밖 경치를 감상하면서 기차여행을 즐기겠다는 내 계획은 완전히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읽을 책이라도 몇 권 준비해 왔어야 했는데, 모든 짐을 이삿짐센터에 맡기고서 가방에 참고자료와 화장품, 지갑만 달랑 넣고 온 내 스스로가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손목시계는 오전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도착 예정 시각은 12시. 앞으로 두 시간이나 멍하니 사막만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까마득해졌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차 안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 옆에는 약간 앳돼 보이는 청년이 신문을 읽고 있었다. 아까만 해도 남성잡지를 읽고 있었는데 또 읽는 게 바뀌었다. 이 지루한 여행을 예상하고 읽을거리를 잔뜩 준비해 둔 모양이었다.

 나는 몸을 청년 쪽으로 살짝 기울여 옆에서 신문을 훔쳐보았다. 여기에서 볼만한 거라고는 사막뿐이 없으니 청년도 이해해 주리라 믿었다.

 그가 신문지를 넘길 때마다 나는 표제와 사진을 한 번씩 죽 훑어보았다. 변함없이 영웅들이 악당을 물리쳤다는 소식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런데도 악당 무리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건 참 신기하다.

 가볍게 기사들을 읽어 내려가던 나는 어떤 기사에서 시선을 멈추었다. 익숙한 얼굴이 사진에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요즘 같은 시대에 2:8 황금비율로 가지런하게 나눈 가르마 머리를 하고서, 이런 구세대적인 전신 타이즈를 입을 만한 영웅은 우리 아버지뿐이다.

 어쩐 일인지 아버지께서 기사에 커다랗게 실려 계셨다. ‘중년 히어로 패트릭, 젊은 영웅 못지않은 패기 선보여.’ 라는 표제 밑의 사진에서는, 아버지께서 수 십 명의 악당을 밟고 늠름하게 서 계셨다.

 보아하니 우리 동네에서 꽤나 골칫거리였던 검은 코끼리단을 마침내 소탕하신 모양이었다. 아버지께서 놈들의 아지트를 통째로 우주 밖으로 날려버렸다는 등의 활약상이 기사에 빼곡히 적혀 있었다.

 지긋한 나이에 여전히 일하는 게 호쾌하시다. 내가 영웅의 길을 택하지 않아서 상당히 풀이 죽어 계신 줄 알았는데, 의기양양하게 악당들을 밟고 서 있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니 한 숨이 놓인다.

 다만, 잠시나마 잊고 있던 안 좋은 기억이 다시금 떠올라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아버지의 열정이 화를 불렀던 사건.

 지금도 눈을 감으면 생생하게 떠오른다. 때리고 맞고, 심지어는 순결을 빼앗길 뻔도 했던 그 날의 일이.


 불과 일주일 전의 일이다.

 우리 집안은 현조할아버지 때부터 대대로 영웅을 생업으로 삼아왔다. 따라서 아버지는 나 또한 영웅학 전공을 수료하면 바로 영웅이 되리라 믿고 계셨고, 내가 그러한 아버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내가 나서기를 싫어하고 언제나 수동적이었다는 것은 이미 학창시절 생활 기록부에서 입증된 사실이었다. 게다가 취미는 요리에 특기는 뜨개질. 이게 어딜 봐서 그 대담하다는 영웅들의 성격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여자 몸으로 태어나서 그런 험한 일만 하다가 생을 마감할 각오가 내게는 없었다. 좀 더 얌전하고 교양적인 생활을 하다가, 언젠가는 평범하고 유순한 남자와 결혼해, 무난한 노후에 골인 하는 것이 내 인생 목표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5대까지 이어져 온 영웅의 피는 속일 수 없는 거라면서 당신의 의지를 끝까지 관철하려고 하셨다.

 끝내 설득에 실패한 나는 아버지에게 목덜미를 잡혀 악의 소굴로 질질 끌려가고야 말았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내가 현장의 짜릿함을 맛보면 마음이 바뀔 게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확실히 짜릿했다.

 내가 끌려간 검은 코끼리단의 소굴에서는 가장 먼저 시큼한 악취가 코를 푹푹 찌르면서 숨통을 죄여 왔다. 그걸로 끝나지 않고, 하수구 구석구석 진을 치고 있는 거미줄과 벌레들이 내 머리와 얼굴에 덕지덕지 달라붙어 나는 절규했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나오는 것은 비명이었고, 열 걸음에 한 번씩은 헛구역질이 입을 비집고 튀어 나왔다. 어둡고 지저분한 환경을 아지트로 삼는 악당이 많다는 것은 이미 숱하게 공부를 해왔기에 각오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과연 이론과 실전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나는 그곳에서 뼈저리게 실감했다.

 웬만한 물리공격도 웃돌 만 한 정신공격에 피로해진 나는, 그저 빨리 시간이 지나기만을 빌면서 아버지의 뒤를 따라 걸었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서자 마침내 적들과 조우했다. 아버지는 미리 생각해 두었던 주옥같은 명대사를 뱉고서 적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나는 그 틈을 타서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냉큼 숨어들어, 고개를 빼꼼 내밀고 그 모습을 구경했다.

 살이 으깨지고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좁은 하수구에서 울려 퍼졌다. 눈앞에 펼쳐진 생동감 넘치는 입체 영화에 나는 속이 울렁거려왔다. 내가 그걸 보고 느낀 점은 단 한 가지였다.

 아프겠다.

 그때 내 뒤를 엄습해오는 누군가가 있었다. 순식간에 입과 코를 틀어 막혔다.

 가녀린 여인 뒤를 덮쳐 입을 틀어막은 괴한. 익숙한 그림이었다.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알아챌 수 있다. 아, 내가 납치당하려고 하는구나.

 입을 막힌 채로도 나는 최대한 신음을 내지르며 싸우는 아버지께 도움을 호소했다. ‘딸이 납치되고 있다고요, 아버지!’

 그러나 내가 너무 먼 거리에 숨어 있었던 탓인지, 내 구조신호는 아버지께 닿지 않았다. 애초에 아버지는 싸우는 데에만 열중해서 나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었다. 결국 나는 녀석들의 본거지로 잡혀가고 말았다.

 지하 깊숙한 곳, 팔이 밧줄에 묶여 적들에게 둘러싸인 나는 부들부들 떨면서 아버지의 구원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영웅학까지 전공 해놓고 도대체 왜 영웅적인 행동을 못 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내가 실전 위주가 아닌 이론 위주의 과목만 이수하고, 졸업은 편법으로 했기 때문이다. 몸을 움직이는 건 죽어도 싫어했던 내 게으른 성격이 이럴 때 내 목을 죄이게 될 줄이야….

 혹시 몰라 저항은 한 번 해봤다. 내가 유일하게 전투에 써먹을 만 한 능력이 하나 있었는데, 학점을 채우기 위해 배워 두었던 초능력이 바로 그거였다.

 나는 그걸로 놈들 중 한 명을 가까스로 기절시켰다. 난생 처음 적을 무찔렀다는 기쁨에 나는 전율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내 저항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결과밖에 낳지 못했다. 나의 초능력은 순식간에 약점이 간파 당했고, 약이 바짝 오른 놈들은 나를 찍어 눌러 갑자기 내 옷을 풀어 헤치기 시작했다.

 왜 내 옷을 벗기려는 건지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었다. 그래도 설마 아니겠지.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물론 모든 일이 믿음대로 풀릴 리가 없었다. 놈들의 상태를 보니 이 이야기에 R18딱지를 붙일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는 듯 했다. 숨이 거칠고 눈은 하얗게 까뒤집어진 게 심상치 않았다. 나는 가공할 만 한 위기를 느껴 온몸을 떨었다.

 내가 영웅학을 전공하면서 4년 동안 배운 것 중, 실전에서 유일하게 먹혀든 미인계라니. 게다가 이걸 미인계라 하기도 우습다. 따지고 보면 젊은 여자에 굶주린 녀석들이 멋대로 내게 발정한 것뿐이니까.

 나는 발버둥 쳐 최후의 발악을 했다. 비명을 지르고 발길질을 하고 박치기를 했다. 물론 소용은 없었다. 고성능 방어구와 무기가 없다면 나 스스로 그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손 하나 쓰지 못하고 순결을 빼앗기기 직전에 다다랐을 때였다.

 내 위를 깔고 있던 놈에게 누군가가 날아와 발차기를 꽂아 넣었다.

 영웅과도 같은 등장이었다. 아니 영웅 같은 게 아니라 영웅이었다.

 흔히 있는 이웃집 잘생긴 오빠.

 몇 년 전부터 영웅의 길에 입문했던 그 오빠가 내 앞에 번쩍 나타나 놈들을 순식간에 바닥에 때려눕히는 것이었다.

 구원 받았다는 기쁨은 별로 느끼지 못했다. 놈들에게 치욕을 당했다는 것과, 동경하던 이웃집 오빠 앞에서 추악한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을 생각하니 점차 수치심과 억울함이 턱까지 꿀렁꿀렁 솟아올랐다. 끝내 나의 눈가에서는 눈물이 왈칵 터져 나오고야 말았다.

 그렇게 나는 그대로 더러운 오물 바닥에 철퍽 주저앉아 한참을 펑펑 울기만 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영웅이 되지 않으리라는 내 결의는 더욱 딱딱하게 굳었다. 먼 훗날로 정해 두었던 독립 계획은 순식간에 앞당겨졌고, 나는 이틀 전 마침내 고향을 떠나는 길에 올라섰다.

 아버지도 내가 얼마나 소질이 없는지 이번 기회에 아셨을 것이다. 무엇보다 나를 보자마자 좀처럼 보이지 않던 눈물을 쏟아내셨으니 뭔가 깨달으신 게 있는 것은 분명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딸이 되어 죄송스러운 마음도 있다. 그러나 더이상 아버지께 내 인생을 양보할 마음은 없다. 아버지의 강요로 4년간 영웅학을 배운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아버지께 양보 했다고 생각한다.

 소질이 없는 것은 없는 거다. 백날 용기를 강요받아도 내가 할 줄 아는 거라고는 도망치는 것과 숨는 것밖에 없었으니까.


 덜컹, 열차의 진동에 눈을 떴다.

 여행이 너무 지루해 깜박 잠이 들고 말았나 보다. 어딘가에 기대어 자고 있던 나는 머리를 들어 비몽사몽간에 입가에 흐른 침을 손등으로 비벼 닦았다.

 작게 하품을 하면서 창밖을 보니 빌딩이 옆으로 휙휙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 지루한 사막은 지나친 모양이었다.

 앗. 정신이 돌아온 나는, 내가 옆에 앉은 청년의 어께에 머리를 기대어 잤다는 걸 깨달았다. 사과를 해야 하나, 모르는 척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슬쩍 청년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데 청년은 왠지 기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꽤 어께가 으쓱해져 있다. 설마 내가 어께 좀 기대고 있었다고 자기한테 호감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지독한 병이 있는 것 같으니 당장 병원에 가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사과 하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신 나는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자 옆에서 청년이 갑자기 말을 걸어 왔다.

 “무스테 타운에 가시는 길이죠?”

 “네?”

  내가 흠칫 놀라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청년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놀라게 해서 죄송해요. 아까 그쪽이 무스테 타운행 표를 들고 계신 걸 봐가지고…. 사실 저도 거기로 가고 있거든요.”

 “아, 네….”

 아까는 나한테 관심도 없는 것 같더니 갑자기 적극적이다. 하여간 조금만 허점을 보이면 의기양양해지는 사람이 꼭 있다니까.

 “별로 수작 부리려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경계 하지 마세요. 무스테 타운은 위험하기로 유명한 빈민가인데 그런 험한 곳에 여성분께서 무슨 일이신가, 궁금해서요.”

 청년은 뒤통수를 긁으면서 배시시 웃었다. 부스스한 금발이 조명에 반사 되면서 반짝거렸다.

 나는 다소 거리를 두면서 대답했다.

 “거기에서 일자리를 구했거든요.”

 내 말에 청년은 손뼉을 딱 쳤다.

 “아~. 일자리라는 건 역시 히어로? 아니 여자니까 히로인이려나.”

 “제가 그렇게 강해 보이나요?”

 “에이, 설마요. 이렇게 가녀린 여자가 또 어디 있나 싶기까지 했는걸요.”

 “아, 그러세요.”

 수작 부릴 생각 없다면서 말하는 건 완전히 개수작이다.

 청년은 턱을 만지작거리며, 곰곰이 생각하면서 중얼거렸다.

 “음, 거기서 달리 할 만 한 일자리가 있던가? 영웅직이 아닌 이상은, 그렇게 험한 곳에서 굳이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 웬만해서 없는데….”

 “그….”

 “아아, 잠깐! 말하지 말아 봐요. 제가 맞춰 볼 테니까요.”

 내 말을 끊고 부산을 떨더니 청년은, “으음~.” 생각에 빠져 신음하면서 내 몸을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은근히 가슴에 시선이 집중 된다.

 음흉한 기운을 느낀 나는 재빠르게 팔로 가슴을 가렸다.

 “어딜 보시는 거예요?”

 “아아아, 아뇨! 무스테 타운이랑은 좀 안 어울리는 차림을 하고 계셔서 좀 특이하다고 느낀 것뿐이에요! 오해 하지 마세요.”

 “옷차림이요?”

 “네, 네. 그거 정장이잖아요..”

 그는 횡설수설 내 옷차림을 가리켰다.

 흰 셔츠에 검은 블레이저와 검은 타이트스커트. 내가 대학교를 다닐 때 값싸게 샀던 단벌 정장이었다. 조금 싼 티가 나긴 해도 빈민가에 어울리지 않는 정갈한 차림인 건 확실했다.

 “정장이유니폼인가 봐요?”

 “아뇨, 그런 건 건 아니에요. 복장이 자유라고는 했는데, 역시 첫 날은 격식을 차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사무직?”

 “뭐, 사무직이라고도 할 수 있죠.”

 “에이, 그렇게 애매하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일부러 못 맞추게 연막 뿌리는 거예요?”

 “제가 왜 그런 짓을 해요? 내기 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헛웃음 지으며 말하자 그는 정색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하고 있는데요? 내기….”

 “네?”

 “우리 지금 내기 하고 있는 거잖아요. 제가 맞추면 전화 번호 알려주는 걸로!”

 나도 모르는 새에 내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남자, 은근히 하는 짓이 서툴러 보이면서도 음험하다.

 조금이나마 경계를 풀고 있던 나는 다시금 그와 거리를 벌려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하하, 농담이니까 그렇게 노려보지 마세요. 겉보기랑 다르게 굉장히 까칠하시네.”

 “제 겉보기가 어디가 어때서요!?”

 나도 모르게 왈칵 불만이 튀어나왔다. 청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휴, 그런 것도 일일이 설명해야 돼요? 귀엽다는 말이라고요!”

 “귀, 귀엽…!?”

 귀엽다는 말에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어쩜 이렇게 말 하는 것 하나 하나가 종잇장처럼 가벼운 걸까.

 내가 횡설수설 하고 있는데, 청년은 그러든 말든 신경 쓰지도 않고 화제를 되돌렸다.

 “아무튼, 그래서 결국 무슨 일자리인데요?”

 나는 냉정을 되찾아 몇 차례 헛기침을 하고 대답했다.

 “…조력자요.”

 “아~. 조력자! 그게 있었지. 까맣게 잊고 있었네.”

 그는 자기 이마를 탁 치면서 탄식했다.

 조력자는 말 그대로 영웅이 수월하게 일을 해내도록 뒤에서 정보를 모으거나 적들을 교란시키는 역할이다. 보조자, 어시스턴트, 매니저, 조수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진 이름이 조력자다.

 “조력자라니, 참 어려운 길을 선택하셨네.”

 “적어도 몸을 많이 안 움직이면서 눈에 띄지 않게 일 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요.”

 사실 좀 더 평범한 일을 하고 싶었지만, 역시 영웅학 전공을 이수한 4년이 아까워서라도 그와 관련 된 일자리를 선택한 것이었다. 의외로 봉급이 짭짤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는 내 말을 듣고는 신음했다.

 “으음, 그런데 뭔가 조력자에 대해서 착각 하고 계신 겉 같은데요. 애초에 조력자는 사무직이라고 할 수도 없다구요.”

 “그런가요?”

 “그럼요. 오히려 영웅들보다 더 현장을 뛰어다녀야 하는 사람들이 조력자인데. 조력자를 너무 쉽게 보고 있는 거 아니에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뭐 저도 나름 영웅을 자칭하고 다니는 놈이니까요.”

 “아, 영웅이셨어요?”

 의외다.

 “헤헤, 엄밀하게 말하자면 방랑영웅이죠.”

 그는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펴고 말했다.

 “방랑영웅?” 나는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종류의 영웅도 있나요?”

 “하하, 설마요. 제가 지어낸 말이에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정의를 실현하는 영웅이라고 해서 방랑 영웅이라고 이름 붙인 거죠. 어때요? 멋있죠!”

 청년은 자랑스럽게 말하더니 내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나는 다가오는 얼굴을 가방으로 가로막으면서 대답했다.

 “별로 멋있는 건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영웅은 지원금을 못 받을 텐데요?”

 요즘 영웅은 처음 활동을 한 구역에 한정해서 일정한 인지도와 실적을 쌓으면 나라에서 지원금을 받는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처음 도시에서 악당을 5만큼 무찌르고 다른 도시에서 또 15만큼 무찔러도 5만큼의 보상밖에 받지 못한다는 말이다.

 “저는 뭐, 별로 돈을 벌려고 영웅 노릇 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요. 말하자면, 무목적의 순수 정의라고나 할까요?”

 순수 정의. 오랜 만에 듣는 말이었다.

 “지금까지 그쪽 행동을 봤을 때, 별로 정의감 같은 건 조금도 못 느꼈는데요.”

 “하하, 너무 하시네.”

 청년은 능청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일부러 그렇게 귀찮게 일하시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이곳저곳 돌아다니지 않아도 정의를 지켜줄 영웅은 많지 않나요?”

 “제 주된 일은 도움을 받지 못하는 쪽을 돕는 거니까요. 그런 사람들을 찾아다니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그가 어께를 으쓱이면서 하는 말에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요즘 같이 영웅이 넘치는 세상에 도움 받지 못 받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헤헤, 그러게 말입니다.”

 그는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그때 열차가 멈춰 섰다. 역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커다란 표지판에 무ㅅ네 다운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표지판에 녹이 잔뜩 슬어서 저렇게 보이긴 하지만, 원래 무스테 타운이라는 글자였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표지판뿐만이 아니라 역의 시설 전체가 상당히 낡고 허름했다. 벽 페인트는 벗겨졌고, 의자는 박살이 났거나 아예 없고…. 아무리 빈민가라고 해도 공공장소 꼴이 이러니 역 밖의 상태가 어떨지 심히 걱정 되었다.

 다시 청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그는 벌써 짐을 싸들고 일어나 있었다. 청년은 나를 내려다보면서 미소 지었다.

 “그럼 또 봬요. 한동안은 여기 머무를 생각이니까 아마 가끔 마주치는 일은 있을 거예요. 그리 넓은 동네도 아니니까요.”

 “그럼 이만.” 이라고 말하며, 그는 열차를 빠져나가는 무리에 섞여 들어갔다.

 떠보는 식으로라도 내게 전화번호 물어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통성명조차 안 하고 싱겁게 떠나서 조금 의외라 생각했다. 내가 너무 자의식 과잉으로 반응한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아!” 생각해 보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벌써 승객들 대부분이 열차에서 내렸다. 나는 열차가 출발하기 전에 서둘러 주섬주섬 짐을 챙겨 열차를 빠져나갔다.

 역에서 나와 동네 정경을 죽 훑어본 나는 감히 앞으로 발을 내딛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오밀조밀하게 모여든 주택들이 눈을 새파랗게 뜨고 내게 주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완전히 집으로 이루어진 군중이었다. 저 건물들 사이를 걸어 다니다가는 끼어 죽을지도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건물 벽 페인트가 벗겨지고 곰팡이가 잔뜩 끼어 있어서 한 층 더 위압적이었다.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밝게 하려고 지붕을 색색으로 물들여 놓았지만, 오히려 그게 역효과였다. 그 꼴은 마치 머리를 물들인 불량아들이 집단으로 몰려들어서, 굴뚝으로 담배 연기를 뽁뽁 내뿜고 있는 것만 같았다. 색을 칠 할 거면 벽도 같이 칠하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역 뒤쪽은 의외로 번화해 있었다. 문제는 죄다 유흥가뿐이라는 것이었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건 술집, 술집, 술집, 가끔씩 식당…. 눈에 띄지 않는 곳에는 알게 모르게 어둠의 업소가 숨어 있는 게 분명했다.

 그 외의 주변 지역에는 드문드문 재개발의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그것들은 온통 방치 되어 있거나, 공사 중에 박살이 나버린 듯한 것뿐이 없었다.

 소문에 의하면, 이곳에 진을 치고 있는 악의 무리들이 수시로 훼방을 놓았기 때문에 저렇게 되었다고 한다. 영웅이 아무리 많아도 막지 못하는 걸 보면, 과연 악당들의 본고장이라 할 만 하다.

 그나마 안심인 건, 악당의 본고장이니만큼 순찰을 도는 영웅도 꽤 많이 보인다는 점이었다. 거리 곳곳에는 전투복을 입은 사람들이 일거리를 찾기 위해 눈에 불을 밝히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악당이 아닌 내가 봐도 저건 좀 무섭다.

 저걸 보니 최소한 낮에는 악당의 습격이 없을 듯했다. 나는 그것 하나만을 위안으로 삼고 주택가로 향했다.

 좁은 골목 사이사이를 지나, 내가 주거하게 될 샛방에 도착했다. 꽤나 좁고 누추했지만, 그쯤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별로 놀랄 것도 없었다. 밥은 외식으로 처리하면 되고, 대부분의 시간은 일터에서 보내게 될 테니, 그저 잠자는 동안만 외부로부터 보호 받을 수만 있으면 그만이었다.

 짐을 대충 정리한 나는 바로 직장으로 향하기로 했다. 예정 시간보다 빠르긴 해도 빨라서 나쁠 건 없다. 오히려 이건 내 부지런함을 사장님께 어필할 좋은 기회였다.

 일터는 집에서 꽤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메모해 둔 주소를 따라 걷다보니 주택가 정 중앙에 있는 작은 상가가 나타났다. 조금 번화한 유흥가에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한적한 곳이었다.

 그건 그렇다 쳐도, 가장 이상한 건 상가가 옆으로 기우뚱 기울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과장이 아니고 옆에서 밀면 그대로 발라당 넘어가 저 멀리 언덕 아래까지 데굴데굴 굴러 내려갈 것만 같았다.

 내가 멍하니 상가를 올려다보고 있자 지나가던 행인이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고는 상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에게서 불안한 감정이라고는 추호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기울었는데 무너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걸까? 내가 한 평생 배워 온 상식이 한 순간에 무너지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고 했다. 나는 건물에 들어서기 전에 옆에서 벽을 힘껏 밀어 보았다.

 “응차!”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행히 겉보기랑은 달리 튼튼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제야 안심하고 벽에서 손을 뗐다.

 그때 또 한 명이 슥 쳐다보면서 지나갔다. 나를 비웃고 있었다. 나는 달아 오른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상가 안으로 후다닥 달려 들어갔다.

 사무실은 지하에 있었다. 나는 벽을 한 손으로 짚으면서 좁은 계단 밑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었다.

 벽에는 누군지 모를 영웅들의 사진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었다. 하나 같이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개중에는 누군가가 얼굴에 낙서를 해 놓은 것도 있었다.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장난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확실히 이런 표정을 짓고 있으면 나도 장난을 치고 싶어진다.

 사진을 구경하면서 내려가다 보니, 계단 끝에는 철제문이 하나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조력자 파견 센터★’라고 매직으로 써 놓은 A4용지가 붙어 있었다.

 “정말 여기가 사무실 맞나?” 의심을 지우지 못하면서 문을 가볍게 세 번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그러자 안에서 다소 맥이 없는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락도 받았으니 사양할 필요는 없다. 나는 문고리를 돌려 밀었다. 문틈으로 습한 기운이 확 밀려나왔다.

 사무실이라기보다 창고 같은 느낌이 물씬 나는 곳이었다. 구석에는 TV와 비디오게임기가 자리하고 있고, 바닥에는 신문이나 잡지, 만화책이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그나마 사무적으로 보이는 철제 책상 위에는 전화기만이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 가운데에는 탁상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소파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는데, 그 중 오른쪽 소파에 장발의 늘씬한 여인이 드러누워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꽉 끼는 나시 티에 짧은 반바지밖에 입지 않은 그녀의 행색은 더욱 나를 당혹케 했다.

 그녀는 누운 채로, 읽던 만화책을 배에다 올려놓고 나를 거꾸로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파견 의뢰 하러 오신 분인가요? 죄송하지만, 현재 남는 인력이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만화책을 읽으려 한다. 나를 고객으로 착각한 모양이다.

 나는 한 걸음 다가서면서 말했다.

 “저, 새로 입사한 밀라 페트릭입니다.”

 내 말에 그녀는 다시금 만화책을 거두면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1초정도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아. 너가 그 신입이구나. 생각보다 일찍 왔네?”

 “시간이 남아서 미리 와 봤어요.”

 그제야 그녀는 만화책을 옆에다 던져놓고 몸을 일으켜 앉았다.

 “서 있지 말고 거기 앉아.”

 그녀는 반대편에 있는 소파를 가리켰다. 나는 바닥에 널린 장애물들을 피해 사뿐사뿐 소파 쪽으로 걸어갔다.

 내가 소파에 앉자 그녀는 하품을 크게 한 번 하고는, 나른해 보이는 눈초리로 내 옷차림을 가만히 쳐다보면서 말했다.

 “근데 그 답답한 차림은 뭐니? 복장 자유라는 말 안 해줬던가?”

 “아뇨, 첫 날이라서 입고 와봤어요.”

 “아, 그래?”

 “저기….” 나는 눈치를 살피면서 말했다.

 “사장님을 직접 만나 뵙고 싶은데요. 사장님은 지금 바쁘신가요?”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기우뚱 기울이며 대답했다.

 “응? 내가 사장인데?”

 “네?”

 나도 덩달아 고개를 기우뚱 기울인다.

 “내가 사장이라고. 보스.”

 그녀는 자기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아….” 나는 잠시 할 말을 잃고 그녀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정말로 사장님이세요?”

 “응, 내가 이 조력자 파견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멜리사야. 내가 너무 젊고 예뻐서 몰라봤구나?”

 멜리사 사장님은 씩 웃으면서 말했다. 이 사람은 자기가 침실에서 막 뛰쳐나온 듯한 차림을 하고 있다는 걸 조금도 문제 삼고 있지 않는 것 같았다.

 “사장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몇 가지만 더 여쭤 봐도 될까요?”

 “응, 얼마든지.”

 나는 작게 쉼 호흡을 하고 또박또박 물었다.

 “이 사무실이 본사인가요?”

 “좀 누추하긴 해도 여기가 우리 본거지 맞아.”

 “그럼 여기 있는 이 만화책이랑, 잡지, 비디오 게임기는 다 뭔가요? 게다가 그 복장은….”

 내가 사장님의 옷을 가리키자 그녀는 자기 몸을 내려다보았다.

 “아 이거? 난 몸이 불편하면 일을 못하거든. 그리고 여기 잡동사니들은 가끔 심심하면 갖고 놀려고 가져온 거야. 너도 뭐 취미삼아 하는 거 있으면 여기에 갖다 놔도 돼. 우리 업무 환경은 프리하니까.”

 사장님은 헤실헤실 웃으면서 말한다. 내 주먹에는 점점 더 힘이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도대체 사무실이 왜 이런 으슥한 지하에 있는 거죠?”

 “난 이 습하고 폐쇄된 느낌이 너무너무 사랑스럽거든.”

 사장님은 황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사람은 변태인가?

 참다못한 나는 자리엣 벌떡 일어섰다.

 “사퇴 하겠습니다.”

 “거, 참 서두르기는.”

 그녀가 일어나려는 내 팔을 붙잡았다.

 “계약 하자마자 사퇴하는 게 말이 돼? 하여간, 요즘 젊은 것들은 앞뒤 생각 안 한다니까.”

 자기는 꼭 젊지 않다는 것처럼 말 한다.

 “저는 이런 일터에서는 도저히 일할 수 없어요. 여긴 아무리 봐도 사무실이 아니라 개인 아지트라고요!”

 내 말에 사장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쪽 업계는 웬만큼 큰 업체가 아니면 대개 이런 분위란 말이야. 너, 아무 조사도 안 하고 마구잡이로 이력서만 처박아 넣은 거구나?”

 정곡을 찔려 나는 잠시 주춤했다.

 “게다가 네 스펙으로 우리 회사쯤 되는 곳에 채용된 것만으로도 엎드려서 절해야 할 판이란 말이지. 요즘 영웅학과 나온 사람을 조력자로 받아주는 곳이 어디 있기나 한 줄 알아?”

 “무슨 말씀이세요? 오히려 영웅학과 나온 사람을 우대해야 하죠!”

 내가 반박하자 그녀는 맥이 빠진 듯 어께를 축 누그러뜨렸다.

 “너 정말로 모르는 거니? 영웅학과를 졸업한 너라면 거기 학우들이 대충 어떤 느낌이었는지 잘 알고 있을 텐데?”

 나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대학시절 학우들의 특성을 하나하나 열거해 보았다.

 “나서기 좋아하고, 개성적이고, 마이페이스에 호감형… 아!”

 그때 뭔가를 알아챈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장님을 바라보았다. 사장님은 고개를 끄덕여 내 시선을 받아쳤다.

 “대충 알겠지? 요즘 영웅은 공적과 인기로 먹고 사는 직업이야. 그런데 조력자도 덩달아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가 그 공적과 인기를 분산 시키면 어떻게 될까?”

 “영웅이 받는 지원금도 줄어들겠죠….”

 “맞아, 그래서 조력자 채용 기준에서 영웅학과 졸업은 최악의 스펙이란 말이지. 이래도 사퇴할 생각이니?”

 나는 차라리 조력자를 포기하고 다른 직종을 찾아볼까 잠시 고민해 보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다른 일자리를 찾아봤자 이곳만큼의 보수를 받을 만 한 곳을 찾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나는 반쯤 일어난 상태에서 다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고개를 숙였다.

 “제가 경솔했습니다….”

 사장님은 배시시 웃었다. 나는 이어서 말했다.

 “그런데 한 가지 납득이 안 가는 게 있어요. 만약 사장님 말이 사실이라면, 저를 채용할만한 이유가 없잖아요. 달리 뛰어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경력이 많은 것도 아니고….”

 목소리가 점차 작아진다. 스스로 무능력을 인정하는 건 조금 가슴이 아프다.

 “궁금했거든.” 사장님은 손에 턱을 괴면서 말했다. “4년간 기껏 영웅이 되는 방법을 배워놓고 바로 조력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이 어떻게 돼 먹은 사람인지 알고 싶어가지고….”

 “겨우 그런 사적인 이유로 직원을 고용하신다고요?”

 어처구니가 없었다.

 “어떻게 고용하든 사장 맘이지. 일손이 부족할 때는 길 가는 행인이라도 고용해볼까 고민할 때도 많다고.”

 나는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신음했다. 앞으로 이런 사람 밑에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까마득해졌다.

 “사무실 꼴이 이런 건 너무 신경 쓰지 마. 어차피 파견 업무라서 사무실을 쓸 일은 거의 없을 테니까.”

 “사무실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에요!”

 내가 울 듯한 목소리로 소리쳤지만, 사장님은 눈 하나 깜박 않고 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뭐 아무튼 오늘은 얼굴만 한 번 보려고 부른 거니까 간단하게 몇 가지 얘기만 하고…. 내일부터 바로 일 시작할 수 있지?”

 “네? 특별한 교육 없이 바로 시작하는 건가요?”

 “우리는 현장에서 배운다는 느낌이니까 별로 교육 같은 건 안 해. 오히려 교육을 시키면 직원들의 가능성에 제한을 거는 거나 다름없다고나 할까?”

 대충 둘러대는 것 같았다. 권태가 가득 실린 그녀의 눈빛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귀찮으니까 너 알아서 해!’라고.


 
+ 작가의 말 : 갑자기 쓰고 싶어져서 공모전도 내팽개치고 후다닥 썼어요 헤헤

cmdexe 15-06-05 23:49
답변  
행간 자비좀요....ㅠㅠㅠㅠ 줄들이 붙어있으면 전 한번에 잘 못읽어요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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