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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의 정령을 아이돌로 만드는 법글 린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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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ody#12 이유(1)
16-07-25 17:55
 
 
 워터파크에 갔다 온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다시 이 덥고 지겨운 일상에 나는 질려 버렸다. 그저 방바닥을 뒹굴뒹굴하며 아이스크림을 퍼먹을 뿐. 그러고 보면 세린이도 이제 꽤 인간들의 문명에 적응해서 지내고 있는 것 같다.

 순수하고 위대한 자연의 혼이라는 정령의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그녀는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아니면, 나와 이 세계가 그녀를 억지로 맞추게 하는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갑자기 떠올리게 된 것의 배경에는, 오늘 아침 밥상에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제 제법 모양이 갖춰진 계란 프라이에.

"이제 확실히 괜찮은 것 같아. 원래부터 맛은 좋았고 보기에도 딱히 부담이 없어 보이니까..."

"그건 참 다행이네요 우주 씨."

 여기까지는 여타 아침과 다를 게 없었는데...

"미안해요 병아리 씨."

 그녀가 주방에서 혼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만 것이다.

 정령이라는 것도 결국은 인간이 아닌 영적인 존재. 어쩌면 세린이나 유나에게 우리들은, 다른 짐승들과 다를 바 없는 똑같은 생명체가 아닐까?

 그렇게 시작된 생각의 고리는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갔다. 지금이야 당연할 정도로 편한 사이가 되어 버렸지만 그녀는 분명 목적이 있어 계약을 하고 현화된 정령. 어쩐지 대하기 어려운 순수한 웃음에 늘 타이밍을 놓쳤지만 막상 떠오르게 된 생각이 도무지 잠잠해지지 않는 것이다.



 결국 그런 일이 있고 나서부터 새삼스레 정령이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이 여러 가지로 떠올랐다. 마침 오늘은 귀찮은 녀석들도 없고(아마도 게임하러 간 듯)...

"참 태평하군요."

 아, 그렇지. 지박령 하나 있는 걸 깜박했군... 참 기괴스러운 집이 돼버린 것 같다. 아들이 외롭게 지내는 걸로 아는 아버지가 이 모습을 본다면 뭐라고 생각하실까.

"냅둬."

"우주 님은 외출도 안 하세요? 방학이라면 제대로 즐겨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는 연화는 하늘색 블라우스에 청핫팬츠까지 입고 선글라스를 낀 채 생과일주스를 마시고 있었다.

"...너야 말로 뭔가 본격적인데? 집 안에서 선글라스라니."

"세린 님께서 도와주셔서 어느 정도 현실 접근이 가능하니까요. 뭐 제 영력이 크기도 하고."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데 그 차림을 지적하고 있는 거야."

 땅에서 조금 떠 있는 저 부분만 아니라면 누가 봐도 귀신인지 모를 것이다.

"놀러 가고 싶으니까요."

"..."

 왜 나는 부유령에게 지적받는 신세가 된 것인가.

"뭔가 고민이 많은 얼굴인데 괜찮다면 상담해 드릴까요?"

 뭐 비교적 예의도 바르고 우리 쪽에 정을 붙여버린 이 녀석이라면 상담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애당초 영혼과 인간의 중간 위치이기도 하고.

"염치불고하고 부탁 좀 해볼까. 다른 게 아니고 정령이라는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말이지..."

"존재 자체에 대해서요?"

"뭐 그런 것보다는, 그녀가 이렇게 현생한 것은 꽤 리스크가 있는 일 같아 보이는데 그게 궁금해져서."

"흐음... 우주 님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 하시는 것 같던데요."

"그러니까 그 이유도 궁금하고, 굳이 현생까지 한 이유도 궁금하고 무엇보다..."

 잠시 마른침을 삼켰다.

"그렇게까지 해서 나타났는데 너무 평범하게 지내는 것 같아서."

 연화는 드러누워 있는 내 앞의 의자에 턱을 괸 채 앉았다. 아니, 따지고 보면 그 위에 떠 있는 셈이지만.

"뭐, 그걸로 우주 님이 행복하다고 느끼면 그게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신 게 아닐까요?"

 따지고 보면 그것도 일리 있는 말이기는 한데.

"...뭔가 너무 내 생각만 해 주는 거 같아서 그래. 오늘 느낀 거긴 한데 그녀의 입장에서는 다른 생물이나 인간이나 경중을 가리기 힘들어 보이고, 나에게 너무 희생한다고 해야 하나?"

 연화는 피식 웃었다. 어쩐지 혼령인 그녀가 그렇게 웃으니, 뭔가 오싹한 기분마저 든다.

"그렇게 궁금하시면 데이트 신청해서 분위기 좀 잡고 한번 물어보시죠?"

 이 녀석... 꽤 무서운 주제에 잘도 그런 달달한 소리를 내뱉네. 하지만 뭐 확실히 그렇게 하는 게 확실한 해결책인 것 같기는 하다. 세린이가 내가 물어보는 것에 대해 그렇게까지 비밀로 하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최근 식구들이 늘어나서 오붓한(?) 시간을 가져본 지도 좀 된 것 같으니까.

 그래도 역시 막상 그렇게 하려니 이 찌는 듯한 날씨는 참 사람을 나태하게 만든다는 게 문제다. 궁금하면 두드린다고는 하지만 순탄한 그 길을 방해하는 태양의 공습을 어찌 견뎌야 할까.

"그럼 전 이만, 휴가를 떠나러."

"지박령이 어디로 가게?"

"이 마을에서는 이제 돌아다닐 수 있으니 산책이라도 하려고요."

 더위를 안 탄다는 게 이렇게 부러울 줄이야. 물론 더위뿐 아니라 추위, 따뜻함 등 모든 감각을 느낄 수 없겠지만 저렇게 차려입고 나가겠다고 선언하니 괜히 부러워진다.

"괜히 사람들 놀래키지는 마라."

 내 주의에 입꼬리를 올리며, 연화는 천천히 벽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녀가 사라진 뒤 그대로 몸을 뒤집어 천장을 바라보는 나.

"데이트라..."

 한 번 제대로 물어보고 이야기를 들어볼까?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궁금한 건 사실이니까.

 게다가 이대로 일상이 지속되면, 어쩐지 그녀에게 생기는 미안한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날이 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 이렇게 편하게 적응되었는지 몰라도, 결국 그녀는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닌 정령. 확실히 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주 씨도 생과일주스 드실래요?"

 밖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청량한 목소리에, 나는 결심이 담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 작가의 말 : 최근 벚.정.아 의 비주얼 노벨 제작 건으로, 1화부터 전체 에피소드의 퇴고를 통해 문맥 및 상황의 자연스러움, 부실한 내용 추가 및 불필요한 내용 삭제 등 변경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게다가 일러스트 제작, 관련 CG 편집을 통한 영상화 까지 만드느라 1차 연재인 기본 연재를 자유 연재로 변경 안내해 드렸습니다. 이 점 감안하시어 느긋하게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재 연재하는 전체 작품에 대한 카테고리를 공지 등으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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