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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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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가장 어려운 기술은 살아가는 기술이다 –메이시-
16-05-08 22:17
 
 

1, 가장 어려운 기술은 살아가는 기술이다 메이시-

 

귀를 때리는 알람소리에 잠에서 깼다. 한진철은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욕실을 향한다. 가볍게 씻고서 그는 옷을 갈아입었다.

피곤해죽겠네. 황금 같은 주말에 무슨 영화를 보자는 거야.”

한진철은 투덜거리며 어제를 회상했다. 어제 김미영을 납치한 녀석들을 혼내주고 다 같이 밥을 먹을 때였다. 유종규와 김혁진이 대뜸 영화를 보자고 제안했던 것이다. 거절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김미영도 어째서인지 평소와는 다르게 강한 의사를 내보이는 바람에, 분위기에 못 이겨 영화를 보러 가게 되었다.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야. 오랜만에 팝콘이나 먹어야겠다.”

자신이 살고 있는 원룸을 나오던 한진철은 발걸음을 돌려 다시 들어갔다. 잊어버린 물건이 있어서가 아니다. 단지 평소에 하던 행사를 빼먹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 다녀올게. 나는 괜찮으니까 어머니를 지켜봐줘.”

한진철은 벽에 걸려있는 액자에 말을 건넸다. 평소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한진철은 진지했다. 어딘가 한진철과 닮은 듯한 사진 속의 주인공은 바로 돌아가신 아버지였다.

한진철이 중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그의 아버지는 사망했다. 국가를 위해서 헌신했던 모양인지 모든 장례는 국가에서 치러주었다.

아버지의 죽음은 어린 한진철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국가기밀이라는 녀석이 가로막아 한진철과 그의 어머니는 시신도 볼 수 없었다. 그러한 아버지가 원망스러울 법도 했으나, 한진철은 전혀 원망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사람을 구하고돌아가셨다고 들었다.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었지만 사람이 사람을 구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진철에게는 자랑스럽고 멋진 아버지였다. 그러한 아버지의 영향인지, 한진철은 올바르지는 않지만 곧바른 사람으로 성장했다.

아버지, 정말 고마워.”

한진철은 자신의 주먹을 불끈 쥐었다. 굳은살이 가득한 주먹을 보면 아버지가 자신에게 남겨준 것이 떠올랐다. 재산 같은 것은 아니었다. 만약에 아버지가 유산을 남겼다면 어머니나 자신이 고달프게 살지는 않았겠지. 아버지가 남겨준 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자신에게 타인을 지킬 수 있는 을 물려주었다. 고등학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극도로 단련된 무술’. 그것이 바로 한진철이 물려받은 유산의 정체였다.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에게 끊임없이 무술을 가르침 받고, 아버지를 잃은 후에는 어머니나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정진했다. 그렇게 완성된 것이 한진철이라는 인간이었다.

약속시간 늦겠다. 다녀올게요, 아버지.”

현관을 나서며 액자 속의 아버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가 대답하지는 않겠지만, 이것은 그에게 있어 일과의 시작을 알리는 소중한 행위였다.

자신이 살고 있는 다가구 연립주택에서 버스를 타고 향한 곳은 홍대입구역이었다. 길을 걷고 걸어서 약속 장소인 홍대 놀이터에 다가갈수록 점차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사람들 대부분은 길거리 공연의 흥겨움을 즐기고 있었다.

분위기 좋네.”

나오기 귀찮았지만 막상 나오니까 기분이 좋아진다. 날씨도 쌀쌀하지 않고 하늘도 맑았다. 하늘 위에 떠있는 검은 고리만 없다면 더 좋았겠지만.

, 진철아! 빨리 나왔네!”

인파 속에서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갈색의 코트와 베이지색의 니트티, 체크무늬 치마, 그 아래로 다리를 뒤덮은 검은 스타킹. 한껏 멋을 낸 검은 생머리의 그녀, 김미영이 그 주인공이었다.

이건 정말 놀랍다. 한 순간이지만 한진철은 넋을 놓아버렸다. 저렇게까지 꾸민 김미영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다른 사람인줄 알았다.

, 안녕? 하하.”

한진철은 얼굴을 붉히며 다른 곳으로 시선을 흘렸다. 평소에도 사복을 입은 모습은 숱하게 봐왔지만, 오늘은 어떠한가? 이렇게 기합이 들어간 김미영을 본 적이 있었나? 아니, 전혀 없다. 솔직히 말해 너무 이쁘잖아!

. , 안녕?”

서로 얼굴을 붉힌 체로 시선을 회피하는 상황이었다. 정말 어색하기 그지없다. 둘을 아는 사람들이 본다면 웃지 않고서는 못 베길 장면이겠지.

오늘은 꽤 꾸미고 왔네?”

? , 그래 보여? 헤헤. 어때, 진철아?”

…… 뭐냐…… 잘 어울리네.”

한진철은 자신의 뒤통수를 긁적였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이성이 날아갈 정도로 잘 어울린다. 본판도 상당한 미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모습이니 정말 버틸 수가 없군!

다른 녀석들은?”

, , 그게모두 일이 있어서 나오기 힘들 것 같아. 미안하다고 전해 달랬어.”

그 망할 녀석들이!”

김미영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사실은 거짓말이다. 처음부터 유종규와 김혁진은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을 예정이었다. 모든 것은 한진철과 김미영을 엮어주기 위한 계략이었다. 처음에는 당황했으나 김미영도 찬성했다. 그녀도 슬슬 승부수를 띄어야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한진철을 만난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당시에는 한진철이 그냥 불량학생이라고 생각했다. 폭력적이며 공부와는 담을 쌓은 전형적인 반항아라고 보았다. 한진철은 싸움으로는 이미 유명인이었으니까. 그렇게 그녀는 한진철과 접점을 일절 만들지 않았다.

한진철에 대한 생각을 바꾼 것은 집으로 돌아가던 어느 날이었다. 학원이 끝나고 집으로 가던 중 불량배들에게 잡히고 말았다. 공포에 떨던 김미영은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으나 어느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 오직 한 사람, 한진철만이 도와주러 와줬다.

같은 반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라고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는 그런 김미영을 구해준 것이다. 이유를 물어봤지만 한진철은 같은 반 친구잖아라는 말을 내뱉었을 뿐이었다. 소문과 겉모습으로 한진철이라는 인간을 나쁘게 봤던 자신이 부끄러워졌고, 동시에 그에게 관심이 생겼다. 아마, 그 때부터 한진철에게 반해있던 거였겠지.

편견을 버리고 바라보자 몰랐던 사실들이 생겨났다. 언제나 그의 곁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따돌림을 당하거나 무리에 섞이지 못하는 사람도 없었다. 한진철은 약하거나, 강하거나, 머리가 좋거나, 머리가 나쁘거나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사람을 사람 그대로 봐줬다.

폭력적이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가 싸울 때는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서였다. 언제나 곤란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싸웠다. 마치 히어로와도 같았다.

한진철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알면 알아갈수록 점차 한진철이 자신의 안에서 커져갔다. 이제는 한진철과는 친구를 뛰어넘은 사이가 되고 싶었다.

, 진철아! , 우리만이라도 영화볼까! , 아니! 보자! , 봐주세요?!”

? 그래도 괜찮아? 나는 이대로 헤어져도 돼. 주말인데 괜히 무리할 필요없어.”

아니야! 절대 아니야! 괜찮아. 나 꼭 영화보고 싶어!”

김미영은 양손으로 한진철의 오른팔을 붙잡았다. 그녀의 적극적인 모습에 한진철은 당황했다. 그러나 자신의 팔을 붙잡은 미영의 귀여운 행동에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냈다!”

김미영은 아이처럼 해맑게 웃는다. 한 보 앞으로 나아간 것 같아서 속이 후련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한진철을 생각하는 자신의 마음에 확신이 더해질 때마다 조바심이 났다. 한진철을 다른 사람에게 뺏기기는 싫었다. 오늘은 반드시 마음을 전해보리라!

그럼 영화나 보러가자. 보고 싶은 영화라도 있어?”

, 글쎄? 가서 정하지 않을래?”

그래.”

한진철의 옆에 바짝 붙어서 나란히 발을 맞춰 걸어간다. 옆에서 흔들거리는 손을 향해 손을 뻗기를 몇 번……. 김미영은 결국 영화관에 도착할 때까지 그의 손을 붙잡지 못했다.

매표소에서 영화 포스터를 둘러보던 진철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영화에 관심이 없으니 뭐가 재미있는지 알 수가 없다.

미영아. 보고 싶은 영화 골라. 나는 팝콘이나 사올게.”

? , .”

김미영은 팝콘을 사러가는 진철의 등을 쳐다본다. 넓은 등이었다. 뒤에서 끌어 안아보고 싶은 충동이 피어난다.

, 정신차려!”

김미영은 자신의 양볼을 찰싹 때린다. 오늘 고백하는거다! 잘 되면 저 등 뿐만 아니야.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 될 수 있어! 만약에 실패하면? 상관없어. 감정에 솔직할 수 있었다는 사실 하나로도 행복해! 힘내자, 김미영!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흐끼야아아악!”

어느새 한진철이 옆에 서있다. 그의 손에는 팝콘과 음료수가 들려있었다.

이상한 목소리네. 영화는 골랐어?”

, , 그게…… 그러니까! , 저거!”

당황한 김미영은 눈을 질끈 감으며 영화 포스터 중 하나를 가리켰다. 영화 포스터를 본 한진철은 미간을 좁힌다.

진짜야? 네 취향이라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나는 패스할게. ‘수송부의 침대 위, 세 남자라니…… 모두 발가벗고 있잖아.”

끼야아아악!”

너무 놀라서 미영은 비명을 질렀다. 하필이면 아무거나 찍은 영화가 저런 저질이라니! 한진철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밝히는 아이라고 생각하겠지!

, 미안해! 잘못 가리켰어! , 저거 보자!”

죽은 자의 주인……. 장르는 액션물인가보네. 좋아, 그러자.”

총을 든 남자와 어린소녀가 같이 있는 포스터였다. 액션물은 좋아하는 편이라 한진철은 군말 없이 승낙했다. 사실 수송부의 침대 위, 세 남자보다는 이쪽이 100배는 더 낫다.

운 좋게도 영화 시작 10분전이었다. 한진철과 김미영은 영화표를 계산하고 곧바로 영화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영화관의 암실 속에서 자리를 찾아서 앉자, 곧바로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했다. 현실에도 있는 죽음 대책 기구인 ‘DOA'의 한국 지부 대원이 주인공이었다.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죽음의 실체화와 싸우던 도중, 그는 한 소녀를 구하게 된다. 소녀는 특출난 힘을 갖고 있었고 죽음은 그녀를 노린다. 주인공은 죽음과 맞서 싸우다가 마지막에 죽게 된다.

반전으로는 주인공이 죽음이 된다는 것이다. 죽음의 실체화가 된 주인공은 죽음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녀를 지키며 죽음들을 해치운다는 이야기였다.

반전 부분이 하이라이트였지만 김미영은 볼 수 없었다. 팝콘으로 손을 가져가다 무심코 한진철과 손이 닿았기 때문이었다. 김미영은 고개를 숙여버렸고 소리로만 하이라이트 부분을 감상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좋았다. 한진철의 손을 만질 수 있었으니까.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을 나오는 한진철은 신이 나있었다.

영화 볼만하더라. B급인데 그 정도면 괜찮은 거 같아. 스토리는 제대로 된 설명도 없고 어디선가 볼 법한 것들이라 식상했어도 반전은 꽤 괜찮았어. 대사로는 내게는 죽음조차도 사치다가 최고였는데, 어때?”

, . 그렇네.”

하이라이트 부분 때 들었던 대사였다. 그 순간, 만졌던 한진철의 손을 떠올랐다. 두껍고 따뜻한 손이었다. 딱딱한 굳은살이 박혀있었지만 듬직해서 그것마저도 좋았다.

영화도 끝났는데 이제 뭐할까? 커피라도 마시다 쉬다 갈래?”

, . 좋아.”

좋아. 이 말을 머릿속에서 되새김질하며 얼굴을 붉혔다. 이제는 시간이 됐다. 한진철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리라. ‘좋아라는 말을 꼭 말하겠어.

영화관에서 나온 한진철과 김미영은 역 근처의 대형 커피전문점으로 향했다. 커피를 주문하고 한진철이 커피를 받으러 간 사이 미영은 손거울을 꺼냈다.

자신의 얼굴과 머리 상태를 확인한다. 화장은 조금 짙은가? 머리는 왜 이리 푸석해 보이지? 오늘 따라 다크서클은 왜 이렇게 진한거야.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신경쓰였다.

…… 너무 못생겼어. 고백실패 할지도 몰라.”

뭐를 실패해?”

으댜아아! ,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라구!”

한진철은 뜨거운 카라멜 마끼아또를 그녀의 앞에 두었다. 한진철은 자신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잠시 동안의 공백이 있었다. 김미영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한진철을 향해 무거운 입술을 뗀다.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서 용기를 냈다.

진철아.”

?”

…… 사실…… 너를…….”

심장이 부서질 것 같다. 쿵쾅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눈앞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진철이 너무 좋았다. 김미영은 고개를 푹 숙인다. 전신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그렇지만 용기를 내는거야, 김미영.

나는…… 네가!”

서로의 얼굴이 마주한다. 시선과 시선이 닿는 장소에 서로가 있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함께 있다. 그 사실이 심장을 펄떡이게 만든다.

, 진철아. 저기…… 꼭 들어줘.”

, 무슨 이야기야?”

서로의 목소리가 떨린다. 이 시점에서 한진철도 공기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아무리 바보라지만 이 정도 분위기를 못 읽는 놈은 아니다. 그도 그녀의 마음과 앞으로 할 말에 대해서 짐작하고 있었다.

나는…… 말이야. 네가 정말로…….”

김미영은 자신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말하자. 모든 것을 말하자. 좋아한다고. 뒷일은 생각하지 말자. 후회는 없을 테니까.

나는 네가 정말 좋아!”

 
+ 작가의 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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