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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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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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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강습대 와일드캣글 고물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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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에서 15화까지 1권에 추가 분량, 초고
16-05-06 13:05
 
 

12, 1차 학생운동

 

왕국군의 동 카나카 해방 이전부터, 그리고 마피아가 섬을 점거했을 때부터. 지하에서 투쟁하던 세력이 있었다. 섬에 단 두 개 밖에 없는 공립 고등학교, 그 곳의 학생들이었다. 낮에는 강제 부역에 종사하고, 밤에는 책을 읽었다.

7년의 세월이 지나 선배들은 하나 둘 선생님이 되었다. 그들은 검열되지 않은 책을 들고 후배들에게 세상을 가르쳤다. 낙원에서 지옥으로, 카나카 섬은 왜 이렇게 변해버렸는가. 매일 밤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총도, 칼도 없다. 하지만 우리에겐 펜이 있다. 자긍심 하나를 가지고 지난 세월을 버텨왔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왕국군도 정부군도 지지하지 않았다. 전 통치자는 너무 무능했고, 지금 통치자는 악마 그 자체. 굳이 편을 들자면 동 카나카의 왕국군이겠지만, 그들이 승전 이후 어떤 세상을 만들지 불분명했다. 또 구세대적 투표 행정 군주? 그런 건 필요 없어. 우리는 대통령이 필요해.

당신들은 싸워우리는 안에서부터 고쳐나갈거야. 낌새를 보니 전쟁은 길어질 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말이.

그 애가 너무 늦는구나.”

서 카나카의 어느 지하 고등학교. 포커를 치고 있던, 뚱뚱한 신부가 말했다. 그는 교장선생님이었다. 투쟁심에 넘치는 그 소년은 벽보와 그라피티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했다. 위험한 일이었지만, 신부는 굳이 말리지 않았다.

지금은 국민들을 계몽시키는 게 필요해.”

A4 용지로 조잡하게 만든 신문이 따뜻하게 책상 위에 쌓여있었다. 이렇게 언젠가 하나하나 국민들 마음에 쌓여나가면, 뭔가가 변할 거야.

.

하아, 하아.

소년은 쫒기고 있었다. 총기를 든 사람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급하게 달리느라 손에 쥐고 있던 신문들이 땅에 떨어졌다.

타마라 공주, 그녀는 왜 구시대적 호칭을 고집하는가?

긴급 속보 : 왕국군 포로 고문 끝에 사망. 유언은 카나카 만세’.

총성이 울렸다. 간신히 맞지 않았다. 벽 하나를 넘어서 옥상으로 올라가면 따돌릴 수 있지 않을까? 쉽진 않았지만, 죽음 직전에 몰린 소년은 악착같이 그걸 해냈다. 내게도 총이 있었다면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 나는 우리 반의 영웅이 될 거야. 아무도 하지 않는 용기 있는 행동을 했다고. 분명히 그 여자애가 멋지다고 생각할거야. 잠깐 숨을 고르고 천천히 파이프를 밟으며 내려가는 그 때,

정부군이 그의 덜미를 잡았다.

살려주세요.”

소년은 얼빠진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정부군은 그의 뺨을 때렸다.

쥐새끼 같은 놈.”

살려주세요.”

네가 요즘 벽에 그림 그리는 그 놈이냐?”

아니에요!”

주민들은 겁에 질려 창문을 닫고 커튼을 쳤다. 또 송장 하나가 나오겠구나. 소년은 살려달라며 있는 힘껏 고함쳤다. 정부군은 개머리판으로 소년의 목을 거칠게 때렸다.

배후가 누구냐.”

저 혼자에요.”

정부군은 소년을 마구 폭행하고 근처 산으로 끌고 갔다. 근본이 범죄자라 좋지 않은 꼴을 당하고 죽을 것이다. 악마를 물리치기엔 아직도 빛이 너무 미약했다. 소년은 부모님을 생각했다. 좋아하던 여자애도 생각했다. 몸부림쳤지만, 호랑이 앞의 사슴 꼴이었다. 소리쳤다. 예수, 마리아!

.

소년이 끌려간 그 시간, 바바리코트, 선글라스, 잘 다듬은 리젠트 머리. 바가두구족의 왕위 계승자 이삭은 호위병 3명을 데리고 국경을 정찰하고 있었다. 흙길에 스쿠터를 타고 있어서 손이 달달 떨렸다. 더군다나 이들은 모두 약간 술을 마신 상태였다. 그나마 이삭이 좀 멀쩡했지만.

너희, 오합지졸, 죽어!”

너무 하심다~”

지금, 정찰. 너무 많이 마셨다. 이삭, 내리면 너희 때린다.”

주군도 참 가끔 빡빡하셔.”

바가두구족은 국경 근처를 순찰하다 잠깐 잠을 잘 생각이었다. , 왕국군하고 명색이 연합이니 최소한의 정찰 같은 건 해줘야겠지. 물론 성심성의껏 해주는 건 아냐. 아직 대가가 충분치 않다고. 자기들끼리 노닥거리며 풀밭에 누운 그 때,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찢어지는 비명소리도 났다. 뭐냐아! 전사들은 벌떡 일어나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밤눈이 좋아서 멀리까지 볼 수 있었다.

여자앤가?”

아니, 남자 어린애다.”

그냥 못 본체 하자구.”

비겁자, 너희, 수치!”

이삭은 커다란 정글도와 권총을 들고 언덕 아래로 뛰어갔다. 주군! 호위병들도 헐레벌떡 무장을 갖추고 따라야만 했다.

나무 뒤에 숨은 바가두구족은 총소리의 정체를 보았다. 한 소년이 복부에 총을 맞고 죽어가고 있었다.

엄마, 엄마!”

히히히, 너희 엄마 이름이 뭔데.”

몰라요, 살려주세요.”

이번엔 어디, ?”

안 돼요

실컷 가지고 놀다가 죽여주마-!”

그러나 총성은 울리지 않았다. 놈의 목이 이삭의 정글도에 잘려 땅에 떨어졌다. 정부군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잘 닦인 칼의 번쩍임이었다.

안 된다. 이런 식의 죽음

, 아아

도와줄 수 있다. 이삭. 편하게.”

이삭은 칼을 치켜들었고, 소년은 입을 뻐끔거리며 힘겹게 한 마디 했다.

아직 죽기 싫어. 엄마가 보고 싶어요

.

주군!”

미친 짓이라니까요.”

그러나 이삭은 자기 부하들을 꾸짖으면서 시가지까지 달려 나갔다. 진짜 전사라면 의협심을 갖춰야 한다. 조상님들이 보고 있는데, 부끄럽지 않은가? 이 말에 전사들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아저씨.”

해라, .”

, 이제 곧 죽는다

더 참아라. 조금만.”

병원도보건소도돈이 없어서

제길!”

죽기 전에 세례 해줘

소년이 말한 것은 대세(代洗)라는 것이었다. 세례를 베풀 수 있는 사제를 대신하여 예식을 생략하고 영세를 베푸는 것으로, 오직 비상시에만 가능했다. 이삭은 예수를 믿진 않았지만 그게 뭔지는 알고 있었다. 카나카는 프랑스의 전통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이삭은 소년의 이마에 손을 대고 더듬더듬 말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나는 당신에게, 세례를 줍니다.

십자가가 그려지고, 소년은 영영 엄마를 볼 수 없게 되었다.

내 아들!”

이삭은 정부군의 삼엄한 경계를 모두 돌파하고 마침내 소년의 집에 도착했다. 부모는 남들에게 들킬까봐 통곡조차 하지 못했다. 입을 가리고 끅, , 새처럼 울었다.

바가두구족은 쏜살같이 다시 사라졌다. ‘이라는 그들 부족명에 걸맞게.

.

내 아들이 죽었어!”

부모는 신부의 멱살을 잡고 오열했다. 주먹과 발로 그를 마구 때렸다. 아들이 지하 학교에 다닌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위험한 짓이라는 것도. 이런 일이 일어날 줄도 어쩌면 알고 있었다.

아들은 숭고한 희생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이 분노한 것은 신부의 자세였다. ! 당신은 직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어린 학생들을 바라보고만 있었나, 왜 당신은, 편한 의자 위에 앉아 학생들이 행동할 때까지 숨죽이고 있었나!

!

도대체, !

신부는 대답하지 못했다. 성체를 모시고 있던 신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어쩐지, 손끝에서 피가 흐르는 것 같았다.

다음 날, 분노한 학생들은 피켓을 들고 세상 밖으로 뛰쳐나왔다.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피켓은 하늘까지 닿을 것 같았다. 함성은 우레와도 같았다.

서방 국가와의 외교를 재개하라, 농업보조금 제공, 예방접종 제공, 비밀경찰 폐지! 마지막으로 의무교육법을 개정하라!

급히 투입된 정부군들은 매우 당혹스러웠다. 감히 총을 쏘지 못했다. 그들의 자녀도 그 대열 안에 있었다.

발포 명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아무도 총을 쏘지 못했다.

전날 뺨을 맞은 신부가 커다란 십자가를 들고 나타났다. 그의 뒤에는 수녀들이 있었다. 신부는 큰 소리로 외쳤다.

우선 나를 쏴야

우리 수녀님들을 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수녀님들을 모두 쏴야

학생들을 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군의 무전기가 요란스러웠다. 한 시간이 지났을까. 지역방위대는 그 자리에서 무장을 해제당하고, 대통령궁 직속 병력들이 학생들을 포위했다. 저항하는 이도 있었지만, 모두 죽었다.

발사!”

하지만 그들도 주저하고 있었다. 근본부터 썩은 자신들이 보기에도, 함부로 쏘면 안 될 것 같았다.

학생들은 서로 손에 손을 잡고, 단단히 뭉쳤다. 노래를 불러라! 리더로 보이는 학생이 소리쳤다.

 

나의 사랑아 이제 내 눈을 떠봐요.

삶의 참된 의미를 찾아보아요.

네가 올라있는 그들은 너의 사랑

이제 내려와 모두 함께 노래 불러

네가 추구하던 세상에 허황된 거

허공에 쌓아진 시기와 질투의 탑일뿐

오욕과 싸우면서 세상에 아름다운 사랑 이뤄요

너 비록 추한 몰골의 자그만 애벌레이나

너 죽어 사라질 때 그 위에서 떠오르는 한 마리 나비되어

들판에서 피어 있는 이 꽃들에게 희망을…」

 

발사!”

신부가 총을 맞고 고꾸라졌다. 총을 잡은 범죄자들도 몸을 떨고 있었다. 총소리가 울리자 노래 소리는 더욱 더 커졌다.

쏴라!”

 

「…나의 귀여운 사랑 나비야 날아라.

세상 저 모든 꽃들에게 희망을

너의 줄무늬 쳐진 겉옷을 벗어라

그때 세상의 모든 꽃들 노래하리.

네가 추구하던 세상의 허황된 것

허공에 쌓아진 시기와 질투의 탑일 뿐

오욕과 싸우면서 세상에 아름다운 사랑 이뤄요

너 비록 추한 몰골의 자그만 애벌레이나

너 죽어 사라질 때 그 위에서 떠오르는 한 마리 나비되어

들판에서 피어 있는 이 꽃들에게 희망을…」

 

이번엔 수녀들이 고꾸라졌다. 한 학생이 넘어지는 십자가를 지켰다. 그리고 정부군에게 목청껏 소리쳤다.

우릴 죽여도 제 2의 학생 운동이 일어날 것이다.”

수녀들과 신부의 주검 앞에, 학생들이 앞으로 뛰쳐나와 목숨을 걸고 또 스크럼을 짰다. 정부군은 서서히 전의를 상실했다. 난 못해, 극악 범죄자들의 마음에 불씨 하나가 일어났다. 하나 둘 총을 버렸다.

.

[그 시각, 타마라]

이런 일이.

우리 말고도 싸우는 사람들이 있었군요. 우리 와일드캣 모두는 첩보를 듣자마자 빠르게 서 카나카의 시가지까지 달려왔습니다. 학생들이 총검 앞에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 저번 전투에 이어서 또 한 번 기적이 일어나는가. 우리는 은폐 엄폐를 유지하며 멍하니 그들의 합창을 들었습니다.

성스러운 광경입니다.”

저런 방식의 싸움도 있었네

한 들고양이가 학생들 앞을 뱅글뱅글 돌고 있었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기품 있. 어쩌면 그는 누군가의 애완동물일지도 모르겠어요. 고양이는 학생들 앞에 서서 반군을 향해 쭈그려 앉았습니다. 건드리면 안 돼. 이렇게 말하는 듯이.

한 반군이 지포 라이터를 던지며 괜히 위협했지만, 고양이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 애는 작은 덩치로 포효하며 정부군을 노려보았습니다. 결국 돌도 맞았습니다. 검은 색깔이 재수가 없다고. 다리도 하나 부러졌습니다. 본인들의 부끄러움을 그렇게 표출하는가? 보다 못한 어떤 여학생이 고양이를 품고 소리쳤습니다.

이 놈 하나를 이기지 못해 돌을 던집니까?”

학생들이 박수쳤습니다.

[와일드캣. 여기는 플래시포인트.]

[당신들도 여기 와 있었습니까.]

[물론입니다. 급변사태니까요.]

[왜 여기 있습니까. 설마 저 학생들을 쏘려고?]

[그렇습니다.]

[그럼 안 됩니다.]

[명령입니다.]

[우리끼린 싸우지 않기로 했잖습니까.]

[당신들만 쏘지 않습니다. 우린 저 애들을 쏴야 합니다.]

[잭슨!]

[용병은 원래 궂은일을 대신하는 사람들입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당신들이 학생들을 쏘면, 우린 당신들을 죽일 거야.]

[물러날 수 없습니다. 우리끼리 싸우는 곳이 아니에요. 여기엔 온 카나카의 눈이 몰려 있습니다.]

[그럼 꺼져! 이 씨발 새끼야. 결국 우린 적이야.]

[...그렇죠.]

[네 놈 머리부터 터트려버릴 거야, 이 돈 밖에 모르는 새끼들아!]

나는 플래시포인트가 어디에 있는지 단숨에 파악했습니다. 내 눈에 그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제이미나머지는 모르겠군. 정말 이렇게 해야 합니까? 속으로 고함쳤습니다. 우린 친구가 될 수 있었다고.

[호킨스.]

[꺼져!]

[우리도 가슴이 아픕니다. 이것만큼은 알아주십시오.]

[닥치란 말이!]

플래시포인트의 저격수가 탄을 장전했습니다. 학생 운동의 리더를 쏠 것 같은 각도였습니다. 나는 그 사실을 모두에게 알렸습니다.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다. 대기하십시오.

모두 그만

안 돼, 안 됩니닷.”

B조는 차마 총을 잡지 못하고 중얼거렸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라도 총성이 울려서는 큰 참사가 일어날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그만 둬, 너희들.]

[……]

[왜 대답이 없어, 이 개새끼들아! 너희는 사람의 아들딸이 아니야?!]

나는 문득 아까의 검은 고양이가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나의 직책을 다시 한 번 떠올렸습니다. 카나카 섬의 공주. 북 카나카의 백작. 와일드캣의 고용주. 나는 저 애들을 지켜야 해. 적 저격수가 눈을 질끈 감는 순간 나는 벌떡 일어섰습니다.

꽃들에게 희망을. 학생들의 목소리가 내 몸을 저절로 움직이게 했던 것입니다!

안 돼.”

타마라? 왜 그래요...?”

안 돼. 학생들은 쏘지 마!”

, 타마라-?! 어딜 가는 거예요!”

타마라아아아아아아아앗!”

학생운동의 리더가 죽으면, 정부군도 따라서 학생들에게 발포할거야. 그럼 다 죽어! 나는 지붕과 지붕을 뛰어넘어 학생들 쪽으로 뛰어갔습니다. 그리고 학생 앞에 서서 두 팔을 쫙 펼치며 말했습니다.

, 타마라 와카, 공주의 자격으로 학생들을 지키러 왔다.”

공주? 타마라 공주님?!”

이 모든 것은 내가 주도한 일이다. 나를 포로로 삼아라!”

[타마라아아아앗!]

플래시포인트를 다시 바라보았습니다. 차라리 나를 쏴! 그리고 그런 표정을 지을 거라면총을 내려놓으라고.

[...이거 한 방 먹었군요.]

[공주님, 갑자기 무슨 짓입니까!]

[실버. 나는 공주입니다. 죽이지 않고 살리는 쪽이 더 가치 있을 겁니다. 저를 협상 카드로 이용하세요. 그럼 아무도 죽지 않습니다.]

[타마라, 타마라 공주]

[저는 죽음을 각오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겪은 고통에 비하면 이런 건 아무 것도 아냐!]

[, 타마라아아아아...]

[안 돼. 이럴 수는 없데이.]

타마라 공주님!”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뒤돌아서서 학생들에게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막상 총구 앞에 서니까 솔직히 겁이 나긴 했습니다. 하지만 자신할 수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총을 맞고 죽어버려도 후회는 없었으리라고! 역사에 길이 전해지면 그걸로 족하다고.

[적이지만, 좋은 선택이었어요.]

[프린세스 타마라... 미안해, 정말 미안해...]

[제이미?! 그럼 얼른 가서 타마라를 구해요!]

[미안해요, 미스 요시자와. 내가 봐도 이게 최선인 걸.]

귀에 울려 퍼지는 몇몇 용병들의 울음소리. 당신들은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평정심을 가지고 카나카를 구해주세요.

저 계집, 유튜브에서 본 적 있다.”

, 사인이라도 해드릴까?”

포로로 삼으라고? 누구 맘대로. 이 자리에서 죽여 버리면 그만인데?”

맘대로 해. 학생들은 놔줘라.”

이 년이.”

너희 대통령은 날 대면하고 싶어 한다고 들었다. 너희는 실제로 호시탐탐 날 납치하려 하지 않았나! 날 쏘면, 너도 대통령에게 죽는다!”

적이 제 뺨을 때렸습니다. 머리카락을 잡히고 바닥에 나동그라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와일드캣의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얻어맞으니 정신이 없어서 머릿속으로 그들의 모습을 떠올렸을 뿐입니다.

[, 으으흑, .]

[타마라아아아아앗.]

학생들과 정부군이 서로 저를 빼앗으려 여기저기 잡아당겼습니다. 머리칼, , 잡을 수 있는 곳은 모두 잡아당겼습니다. 공주를 내놔라, 아니, 너희들이 내놔라! 옷이 찢겨졌습니다. 머리카락이 약간 뽑힌 듯도 했습니다.

개머리판에 찍힌 머리에서 피가 흘렀습니다. 무서웠지만, 나는 최대한 당당하게 행동했습니다. 심지어 총검이 턱 끝까지 다가왔지만 겉으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습니다. 왜냐고요?

내가 겁쟁이처럼 행동하면, 국민들이 용기를 잃기 때문에!

.

실버는 조금도 지체할 수 없었다. 와일드캣 용병들에게 적 전투복으로 환복할 것을 지시했다. 용병들은 피아식별을 위한 하얀 띠를 그 어느 때보다 이마에 강하게 매고, 권총만 챙긴 채 시위 현장으로 뛰어 들어가려 했다.

타마라아아...”

울지 마라.”

“A조가 맞서 싸우고... B조가 공주의... 구출을.”

[호킨스, 뭐하시는 겁니까.]

[공주를 구해야 해.]

[위험합니다. 당신들이 들어가면 모두 죽을 수도 있어요.]

[지금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면, 우린 최악의 용병이 되는 거야. 고용주를 지키지 못한 용병이 무슨 소용이야!]

현장에선 와일드캣 못지않게 학생들도 폭발해버렸다. 너희들, 신부님도, 수녀님도, 마침내는 공주님까지! 차마 발포를 하지 못한 정부군은 결국 주먹과 개머리판으로 학생들을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반쯤 이성을 잃은 하스민은 무작정 현장에 뛰어들려 했다. 학생들도, 방해가 된다면 제압할 생각이었다.

어린 소녀와 평화를 맞바꾼다고? 난 인정 못한데이...!”

[멈춰요!]

[닥쳐! 그럼 우리가 뭘 우째야 되는데!]

[차라리 우리가...!]

[?]

[우리가 당신네 고용주의 목숨을 보장하겠습니다.]

[, 무슨 이유로.]

[저 공주가 없었다면 틀림없이 우리 두 용병단끼리 총을 쐈겠죠. , 당신들이 저번에 우릴 살려준 것까지 고려해서...]

[농담하지 마소.]

[이제부터 플래시포인트가 타마라 공주를 돕겠습니다. 비록 적이지만, 우리가 보호하겠습니다!]

그들은 쏜살같이 시위 현장으로 내려갔다.

우리는 정찰 1조다! 미스터 프레지던트의 새로운 오더를 하달 받았다!”

제이미가 침착하게 소리쳤다.

프린세스의 신변을 보장한다! 모두들 무력 행위를 중단하라! 그리고 반항하는 시위대는 죽인다!”

, 허공에 제이미가 쏜 일반탄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침내 플래시포인트의 두 여성 용병이 타마라를 부축하고 시위 현장을 빠르게 이탈했다. 정부군이 그들을 쫒았지만, 남은 용병들이 그들을 막으며 외쳤다.

대통령 각하의 지시다. 저 아이는 응급조치 후 각하와 대면하게 될 것이다.”

웃기지 마라. 우리야말로 대통령 직속 병력이다.”

너희는 지휘관이 죽었잖아. 정찰 1조는 5분 전 새로운 지침을 받았다.”

그런데 너희 부대 마크가 왜 없냐?! 적의 끄나풀 아니냐아?”

, 이 새끼들.”

잭슨을 비롯한 용병들은 대검을 꺼내 각각 한 놈씩 인간 방패로 삼았다. 그리고 권총을 빼어들며 정부군의 얼굴을 겨누었다.

이게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는다는 증거다.”

잭슨은 품 안에서 용병 계약서와 생화학 수류탄을 꺼내보였다. 증류겨자가스, HN-1. 그것은 카나카 정부군이 절대 구할 수 없는 수류탄이었다. 한 발이라도 터지면 시위 현장의 모두가 온 몸에 수포가 일어나 죽을 것이다.

, 뭐야아아앗. 용병? 우리도 그런 게 있었나...?”

덧붙여서 우리가 쓰고 있는 전투 장비는 너희 것과 비교도 안 되는 초고급이다. 가슴에 있는 아라미드 방탄판도 보여줄까?”

진짜 용병이냐...?!”

이 새끼들이고 저 새끼들이고 너희들 전부 마음에 안 들어.”

, 아군을 죽일 셈이냐?”

그 애를 손 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너희는 대통령의 이름으로 죽는다. 알았냐.”

그들은 정부군을 내던지며 타마라를 바라보았다. 당신, 정말 용감한 사람이구나. 시대를 잘 만났다면 성군이 되었겠지. 만약 당신이 고문이나 강간 등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우리는 그 즉시 계약을 파기하고 당신과 함께 왕국군에 붙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와일드캣, 여기는 플래시포인트.]

[말씀하십시오.]

[공주, 하나 둘.]

[확인. 그러나 그건 알아두시오.]

[뭘 말입니까.]

[언젠가 그 애를 다시 데려올 거야.]

[맘대로 해보십쇼. 그러나 그 땐 우리랑 싸우게 될 걸. 공주의 신변은 우리 회사의 명예를 걸고 보장하지만, 당신들이 다시 데려가는 건 다른 얘깁니다.]

[확인. 알고 있어.]

[당신네 국왕에겐 뭐라고 설명할 겁니까?]

[전투 중에 공주가 납치당했다고. 그리고 공주를 구출할 때까지 모든 보수를 반납하겠다고.]

[행운을 빕니다. 공주, 셋 넷. 확실히 용병은 백퍼센트 믿을 사람들이 안 되는군요.]

[그건 당신들도 마찬가지야.]

13, , 그리운 나의 집

전투트럭 트렁크에서 몇 번을 훌쩍거렸을까. 세 시간은 지났는데 여전히 코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피를 좀 닦고 싶었지만 온 몸이 결박당해서 할 수 없었죠.

지금 저 어디로 가는 거죠?”

대통령궁으로 갑니다.”

위생병, 클로디가 답했습니다.

“7년 만이네요. 원래는 왕궁이었죠.”

지금쯤 아버지는 내가 잡혀갔다는 걸 알고 계시겠지. 나 완전히 불효녀잖아.

옛 왕국의 본거지이자 대통령의 본거지인 서 카나카 해안은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인광석 시대의 풍요로움이 느껴졌습니다. 모든 섬이 황폐화된 와중에도 대통령과 군벌 세력은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더니, 사실이었군. , 예전에 내가 자주 가던 분수대다. 저 물 뿜는 돌고래는 알고 있을까. 지금 자기가 뿜어내는 물이 국민들의 땀과 피란 걸.

어이, 공주님 나으리-”

아까부터 한 정부군이 저를 보며 입맛을 다셨습니다. 벌레 같은 놈.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가슴 좀 큰데 같이 재미 좀 볼까. 히히히.”

나중에는 옆에 앉아서 제 머리를 쓸어대기에 저는 격렬히 소리쳤습니다.

닥쳐! 공주에게 예를 갖춰라.”

공주? -?! -하하하하하! 그러니까 더 맛을 봐야지잉. 정복감이 얼마나...”

결국 보다 못한 제이미가 끼어들어 놈의 턱을 세차게 때렸습니다.

으아이고.”

너 같은 쓰레기가 넘볼 사람이 아니야.”

히이이이이.”

한 번 더 공주를 희롱하면 머리에 바람구멍이 생길 줄 알아. 두 유 언더스탠?”

뺨을 맞는 것보다, 주먹으로 얼굴을 얻어터지는 것보다 그런 성적인 모욕들이 더더욱 참기 어려웠습니다. 수치심에 참았던 눈물을 약간 흘렸습니다. 여기 전투트럭에서도 이 모양인데 나중에는 대체 무슨 일을 겪을까. 나는 이를 악물었습니다. 개자식들. 범할 테면 범해라. 천 배 만 배로 값아 줄 테니까. 그나저나 이런 건 수용소에 있던 우리 국민들이 시도 때도 없이 겪었던 일이겠지...! 폭발할 것 같은 분노가 다시 눈물로 흘러나왔습니다.

도착했다구! 전부 하차해.”

이를 갈았습니다. 우드득. 이제부터 시작이다. 손톱 정도는 빼겠지? 아냐, 팔다리를 전부 부러뜨릴 거야. 성적으로 능욕하고 왕실을 모욕할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참아야 해. 모든 걸 참아내고 장렬히 죽을 거야. 국민들을 위해서, 그들에게 희망을 줘야 해! 내 죽음은 국민 전원을 민병대로 만들어야! 내가 죽어서 카나카가 해방될 거야!

하차.”

하차!”

타마라 공주님께 대하여 경례.”

하지만 그런 비장한 각오와는 다르게, 트럭에서 내리자 첫 번째로 나를 반기는 건 의외로 양복을 입은 대통령의 여자 수행원들. 아까의 범죄자 병사들과는 대조되었습니다. 그들은 제게 무릎을 꿇고 예를 갖췄습니다. 시원한 얼음물을 바치는 자, 몸의 치수를 재어주는 자, 아름다운 꽃다발을 내어주는 자... 나는 엉겁결에 그들의 대접을 받아들여 우선 물을 한 잔 마셨습니다.

“...고맙습니다.”

한 잔 더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먼 길 돌아오셨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공주님.”

...?”

앞으론 편하게 살 수 있을 겁니다. 따뜻한 물, 맛있는 식사. 모두 7년 동안 맛보지 못한 것들이었죠?”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겁니다.”

우리는 공주님을 주인으로 모실 겁니다. 대통령 각하와 함께.”

순식간에 예쁜 드레스가 장만되자마자, 고급 입욕제가 풀어진 거대한 목욕탕까지 수행원들과 이동했습니다. 7년 만에 들어온 나의 집! 그래선 안 됐는데 제 가슴은 세차게 뛰고 있었습니다. ! 이곳은... 돌아가신 어머니와 함께 몸을 씻던 곳.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자, 왈칵 눈물이 나왔습니다.

먼 길 돌아오셨습니다. 울지 마셔요.”

, 줄 거 다 줘놓고 나중에 나락까지 떨어뜨릴 거잖아.”

그건 공주님 선택에 달렸습니다. 공주님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입니다.”

전략적으로?”

전쟁 이후, 공주님은 서방 국가를 상대하는 외교관이 될 것입니다. 대통령 각하가 가장 총애하는 신하가 될 걸요.”

! 그럴 리가 없어. 그 짐승 밑에서 일하느니 죽어버리고 말지.”

우리는 싸움을 원치 않습니다. 국왕 파벨 전하와 화친을 맺고 풍요로운 삶을 제공해드리고 싶어요. 국민들의 삶? 두 세력이 합해서 통치하면 국민들은 자연스럽게 행복해질 거예요!”

당신들이 국민들을 7년 동안 수탈했던 걸 봤어. 그런 말은 믿지 않아.”

혼란을 수습하고, 기초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이었을 뿐입니다. 두바이에서 온 각료들이 빌딩을 세우고 휴양지를 건설할 예정이었어요.”

웃기지 마.”

, 그래요. 일단 맛있는 와인 한 잔 드릴게요.”

달고 단 포도주가 대령되었습니다. 구청에서 용병들과 마시던 술보다 훨씬 맛있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할아버지의 초상화, 아버지의 초상화, 어머니의 초상화. 그리고... 어릴 적의 내 모습. 어째서 아직까지 걸려있는가. 내가 압송되는 세 시간 만에 다시 걸어놓았을까. 이 모든 것이 적의 책략인 줄 알면서도. 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공주님. 옛날에 쓰던 방으로 가보시죠.”

내 방?”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요. 주인은 바뀌었지만.”

그게 누군데...”

리우 셴 통 각하의 따님이십니다. 이 나라의 영부인이요.”

말조심하십시오. 공주가 버젓이 살아있는데 누가 감히 영부인입니까?”

일단은 그래왔다는 거죠. 노여움을 거두세요. , 여기 드레스입니다. 쉬시는 동안 왕가의 문양을 달아놨어요.”

독수리 머리의 기사. 세심하긴 하군. 나는 한참동안 드레스 위에 새겨진 문양을 쓰다듬었습니다.

제 방문 앞에는 여전히 작은 우체통이 달려 있었습니다. 공주님 사랑해요, 공주님 만수무강하세요. 국민들이 써준 편지를 보관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편지 한 통을 꺼내 천천히 읽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공주님. 나는 서 카나카 국립 초등학교에 다녀요. 언젠간 공주님하고 결혼할래.

안녕하세요. 공주님. 전하 덕택에 우린 풍요롭게 살고 있어요.

공주님 노래랑 춤이 너무 멋져! 십년 쯤 지나면 세계에서 이슈가 되는 아이돌 공주님이 되어 있을까?

그 뿐만이 아니에요.”

...?”

창밖을 봐주세요.”

검은 갈기, 짧은 꼬리. 짧은 다리. 나는 눈을 의심했습니다. 예전에 기르던 조랑말 천둥이 아직도 살아있었어요.

천둥...!”

각하께서 매우 귀여워하셨습니다.”

천둥, 천둥...!”

이 녀석, 키가 약간 큰 것 같구나. 나는 구두를 벗고 뛰어가 놈을 와락 껴안았습니다. 천둥... 네가 분명히 죽었다고 생각했어. 그 사실이 어둡고 축축한 지하에서 자꾸만 가슴을 찔렀었어. 할아버지의 죽음 못지않게 말이야. 나는 놈의 귀 냄새를 맡았습니다. 좋지 않은 냄새가 났지만, 항상 그리운 냄새였어요. 어릴 때 늘 맡고 살았던 냄새였어요. 나는 놈의 목을 더더욱 세게 끌어안았습니다. 내 유년기의 유일한 친구야!

저기요...? 제 말 들리세요?”

그렁그렁한 눈으로 뒤돌아보니 눈에 비치는 건, 교복 비슷한 옷을 입은 내 또래 동양인 여자애. 손수건을 제게 수줍게 내밀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타마라 와카 공주님?”

?”

반갑습니다.”

당신은... 누구세요?”

카나카 공화국의 영부인, 리우 셴 통 대통령의 딸.”

.”

리우 하이 메이입니다. 발음이 어려우니 그냥 메이라고 불러주세요.”

그녀와 나는 대척점에 있었습니다. 공주와 영부인, 왕국과 공화국(실은 군사독재지만), 흰 피부와 검은 피부. 모든 것을 누리던 실질적 공주와... 잿더미에서 튀어나온 명목상의 공주. 그녀의 입술에선 반짝반짝 립글로즈 윤기가 났습니다. 나는 침을 바르며 살았는데.

나는 이 애를 어떻게 대해야 하지? 국제의례상 윗사람인가 아랫사람인가? 그걸 생각하며 주춤하는 사이, 그 애는 제 손을 잡고 자기 방으로 뛰어올라갔습니다.

문을 왈칵 여는 순간, 그리운 향기가 났습니다.

공주님은 에델바이스를 기르고 계셨죠? 저는 공주님이 떠나고 나서도 이 애들을 계속 기르고 있었죠.”

내 방... 내 방이다.”

에델바이스는 춥고 차갑고 딱딱한 땅에서 자라나는 꽃이에요.”

“......”

공주님은 에델바이스 같은 분이에요. 아름답죠. 저는 에델바이스의 꽃말도 알고 있어요.”

소중한 추억.

그녀는 제 오랜 그림책을 건네며 말했습니다.

고난과 역경, 수고하셨습니다. 궁전에 돌아온 것을 환영합니다. 타마라 와카.”

나는 그녀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나조차 모르게 조금 고개를 끄덕여버리고 말았습니다. 안 돼, 안되는데.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독재에 신음하며 죽어가고 있는데...

하지만 에델바이스 향기가 너무 강했습니다. 나는 압제자에게 고마움을 느껴버렸습니다.

우리 아버지도 한 번 만나보실래요?”

대통령!”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노여움을 거둬주세요.”

그 사람이 어떤 짓을 했는지 알고 있어요?”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런 점은 잠시 잊어주세요. 아버지는 당신과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고 싶어 합니다.”

거절한다면?”

제이미와 클로디가 모셔다드릴 겁니다. 이건 어쩔 수 없어요.”

제이미? 클로디? 용병들을 말하는 거예요?”

그렇습니다. 소개할 때 이 말을 빼먹었군요.”

설마.”

나는 플래시포인트의 고용주입니다. 저번에는 정말 고마웠습니다.”

우린 정말 대척점에 있군요.”

친구가 없었다는 점은 같지요.”

친구...?”

나는 아버지 덕분에 이 대통령궁 밖을 나간 적이 거의 없어요. 그런 저한테 유일한 친구가 되었던 것이 용병들이에요. 7년 만에 바깥세상을 구경하게 된 것도 용병들 덕분이었고요.”

나도... 나도 17년 동안 친구가 없었어.”

대척점이 아니에요. 우린 비슷해요. 나는 공주님을 이해하고 있어요.”

우린 적입니다.”

서로 총을 거두고. 노여움을 거두고. 일단은 아버지와 식사해주세요.”

그녀는 에델바이스를 하나 따서 내게 내밀었습니다. 꽃을 내미는 사람에게 침 뱉는 사람은 없다고 들었어요. 나는 그 말대로 침을 뱉지 못하고 어전회의실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놈의 얼굴을 보면 발끈하고 열 받지 않을까? 반란괴수. 국민들과 할아버지의 원수! 나는 심호흡하고 문을 열었습니다.

 

 

14, 비정상회담

 

저는 적 수괴와 11로 마주했습니다. 온 몸이 떨렸지만 최대한 억눌렀지요.

당신이 타마라 공주인가.”

서구식 양복에 긴 은발 머리. 리우 셴 통은 나를 빤히 바라보았습니다. 그 안광과 위세는 대단했습니다.

그렇다.”

앉으시게.”

무슨 속셈이냐?”

속셈? 그냥 식사에 초대했을 뿐.”

국민들의 고혈로 이 궁전을 유지하면서, 윗사람인 척 하지 마라!”

듣던 대로 매우 용감하신 공주님이시구먼.”

그 자리는 우리 아버지, 왕위계승자 파벨이 앉아야 할 자리다. 당장 일어서라!”

, 그래?”

그는 벌떡 일어서서 제 어깨를 강하게 끌어당겼습니다. 그리고 왕좌로 끌고 가서 강하게 앉혔습니다.

이제 만족하시나? 이젠 여왕님이군.”

예를 갖춰라! 반란수괴 주제에.”

꼬마 아가씨. 우리 딸이랑 동갑이라고 들었는데.”

제 목덜미에 차가운 손바닥이 서서히 다가왔습니다. 온기가 없는, 뱀과 같은 감촉. 나는 몸을 약간 떨었습니다.

이 자리는 원래 피를 먹고 위상을 얻는 자리다.”

닥쳐라, 선왕께서는 그런 적이 없다.”

임기 막판에 전 국민을 거지로 만들어 놓고 어디서 호통이냐.”

그러는 당신은 국민들을 쏴죽이고 강간했잖아!”

대를 위해 소를 희생했을 뿐이지. 국론이 흔들려서 국사를 진행할 수 있겠나? 그리고 지금 갑을 관계가 헷갈리는 모양인데.”

흐윽.”

나는 당장이라도 공주를 죽이거나 욕보일 수 있다. 그러지 않는 걸로도 충분히 예를 갖췄다고 생각해라.”

이 악마, 살인자!”

나는 놈의 손을 깨물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미동도 없이 더욱 더 거세게 제 목을 졸랐습니다. 딸랑딸랑, 수행원들이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가지고 들어오다가 상황을 보고 움찔했습니다.

식사 시간이다. 자리에 앉으시게.”

씨익, 씨익...”

성부와, 성자와...”

그 더러운 손으로 성호경을 긋지 마라!”

거 참. 역시 프랑스와 폴란드 피를 이은 꼬마군. 무슨 문제라도 있나?”

닥쳐라, 너는 기도할 자격이 없다.”

좋아, 그래, 알겠다고.”

그는 고기를 나이프로 썰며 말했습니다.

어머니가 폴란드 피아스트 가문의 마지막 외동딸이었다지? 타마라란 이름도 폴란드계고.”

그래, 맞다.”

전후에 폴란드로 가서 외교를 맡아줘야겠어. 지금은 널 우리 프로파간다에 이용할거다. 우선 민병대를 해체시켜라.”

싫다. 너희를 위해 일할 생각은 없어.”

그런 아집이 나라를 망치게 한다. 우리끼리 싸워봐야 국민들이 고생하지 않겠어?”

압제자 밑에서 일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너희는 우리 왕실을 멸족시키려 하지 않았나?”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선왕, 그러니까 공주의 할아버지만 죽이고... 왕족은 보존시킬 생각이었다. 실권만 빼앗고 명예는 유지시킬 생각이었지. 정부의 정통성과 중요한 외교적 카드의 두 마리 토끼를 얻는데, 너희를 내가 왜 죽이려 했겠나?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해줬겠지.”

개소리.”

그런데 쏜살같이 사라져서 보이질 않았던 거다. 폭탄에 맞고 가루라도 된 줄 알았지. 우리는 너희의 죽음이 안타까웠다.”

그런데 뜬금없이 튀어나와서 나라를 망치고 있다?”

그렇지. 잘 알고 있군.”

닥쳐라! 그런 자가 인광석의 수입을 독점하고 비자금을 채워?!”

흠 없는 지도자가 어디 있겠나. 왕실은 그런 게 없었던 것 같나?”

씨익, 씨익...!”

일단 식사부터 하시오. 아주 비싼 음식들이야.”

공주란 직책에 맞게 계속 호통은 치고 있었지만 손발이 덜덜 떨렸습니다. 압도적인 공포. 그의 눈은 의중을 알 수 없을 만큼 깊었습니다.

국민들과 소통하고, 동고동락 한 적도 없으면서...”

아주 멋진 꼬맹이야.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났으면 성군이 되었겠는데.”

대통령이란 이름조차 입에 올리지 마라...”

좋아, 기분이다. 그런 기백이 맘에 들어. 수행원, 와인을 가져와라.”

이 나라는 아버지가 다스려야 해...”

울먹이는 거냐. 겉은 완고하지만 속은 겁을 먹었군. 일단 한 잔 하고 생각을 정리하시지.”

그 와인에 무슨 약을 탔을 줄 알고 마시란 거냐!”

그는 제 일갈에 껄껄 웃으며 자기 잔을 비웠습니다.

, 마셔라.”

하아, 하아...”

이는 새롭고 불변한 계약을 맺는 상징적인 잔이다. 표현이 시적이지?”

닥쳐, 닥쳐라!!!”

재밌는 계집애야. 그 오만한 몸과 마음을 무너뜨리고 싶다.”

뭐가 어째?! 손대면, 죽여버린다!”

농담에 과잉반응하는군. 공주.”

스윽. 나는 허벅지에 숨겨놓은 대검을 꺼내들었습니다. 아까 드레스를 다시 입을 때 몰래 챙겨놓은 거였지요. 두 손으로 꼭 잡고 그의 목을 겨눴습니다. 수행원들이 제 쪽으로 뛰어오려 했지만, 리우 셴 통이 저지했습니다.

이런 계집은 길들이는 재미가 있지.”

, 가까이 오지 마라. 경고했다.”

칼은 그렇게 잡는 게 아니다. 그건 망치를 잡는 그립이란다.”

그는 양복을 벗고 한 손에 둘둘 감으며 조용히 말했습니다.

허세 부리지 마라. 너도 죽고 나도 죽자.”

!”

나는 대통령의 심장을 향해 일직선으로 뛰어들었지만, 순식간에 칼을 붙잡혀 나동그라졌습니다. 그는 넘어진 저를 때리지 않고 신사적으로 손을 내밀었습니다.

제길, 제기랄...”

수행원, 그녀의 눈물을 닦아줘라.”

하지만 나는 그 손길을 치우고 다시 한 번 소리쳤습니다.

악마나 살인자와는 타협하지 않는다!

 

 

15, 사선으로

 

타마라가 포로가 된지 이틀째 되는 날. 용병들은 참혹한 심정이었다. 신분이 있으니 아주 모진 꼴은 당하지 않겠지만, 그 어린 나이에 얼마나 고생이 심할까.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이었다. 그것은 아버지인 왕위계승자 파벨도 마찬가지였다.

나 때문엣, 바로 옆에 있던 내가 타마라를 막지 못해서...!”

요시미. 당신은 할 일을 다 했습니다. 그리고 타마라가 아니었다면 학생들은 모두 죽었어요.”

파벨... 우리는 타마라를 구해야 해요. 우리는 용병으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어요! 고용주를 빼앗기다니잇, 최악의 용병들이 아닙니까!”

머리가 아프군요. 일단 침착합시다. 여러분 와일드캣은 지금 너무 침체되어 있어요.”

어떻게 평소처럼 밝게 농담하고 지내겠습니까...”

방법은 있어요. 이번에는 저도 직접 참전합니다.”

전하? 전하가 직접 작전에 투입하신다고예?”

저도 한 때는 아랍에미리트에서 군사 훈련을 받았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위험합니데이. 우리한테 맡기소!”

저는 왕위계승자였습니다. 왕궁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어요. 시가전과 실내전이 벌어질건데, 와일드캣 전원이 왕궁 구조를 모르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그리고 난 내 딸을 구해야 합니다! 아버지로서.”

그래서, 침투 방법이 뭡니까.”

저 놈들도 예측하지 못했던 방법일 겁니다. 저와 타마라가 탈출했던 비밀 통로가 있습니다. 이번엔 역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어떻게 거기까지 접근하겠습니꺼? 그게 가능했다면 진즉 우리가 했겠지예!”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하기 때문에 시도하지 않았던 겁니다. 호주 상선에 탄 다음, 밤의 망망대해에서 뗏목을 이용해 적의 하수구로 진입합니다. 하수구에서 다시 벽난로로, 벽난로에서 어전회의실로...!”

자살행위입니다. 불가능해요.”

실버가 말을 끊었다. 엔진이 달리지 않은 뗏목 위에 잠수 장비까지 적재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게다가 만에 하나 성공해서 내부로 진입한다 해도... 한 명이라도 적에게 들키면 모두 죽는다. 심지어 국왕까지! 또한, 돌아올 때는 와일드캣 인원에 타마라 공주까지 더해진다. 실현가능성이 없는 허무맹랑한 작전으로 들렸다.

하지만 이것뿐입니다. 외부에서 어전회의실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루트는 여기 밖에 없어요.”

파벨, 이건 세계 최정예부대도 해내지 못할 일입니다. 게다가 우리를 보세요. 프랑스어와 교수법이란 기준 때문에 전투원의 수행능력이 들쑥날쑥합니다. 그런데 이 작전은 저로만 소대를 차려도 전멸할 정도로 위험하다고요!”

하지만 저들은 거래에 응하지 않을 겁니다. 혹은, 동 카나카가 거덜날 정도의 군자금을 줘야 풀어줄 거라고요.”

차라리 그렇게 하시오!”

아니, 그건 안 될 말입니다. 왜나면...”

파벨.”

내 딸의 목숨보다 이 카나카의 해방이 더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얼굴을 감싸며 힘없이 말했다.

야간 침투... 오히려 그건... 타마라 공주가 있었으면... 가능했다. 밤눈도 좋더군...”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우린 전부 바다에 잠겨버릴 검다!”

적격인 사람이 있을까요?”

내 생각엔... 있긴 있다...”

누구 말임까? 부소대장님.”

“...바가두구족.”

.

이삭 왔다. 들었다. 타마라 공주. 포로-!”

어이, ... 저번에 연애상담 해준 거... 그 값을 좀 받아야겠다...”

실패했다, 부소대장. 뻔뻔하다.”

내 입술을... 빼앗았잖아... 연애 연습한다고... 이 개새끼야...”

그 말에 한참동안 정적이 일었다.

그게 정말이에요오옷?!”

“...씨발...!”

기분 나빴다, 나도! 첫 키스, 남자랑 했다!”

닥쳐! 나도 제법... 비싼 놈이란 말이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네, 그쟤 요시미?”

얼굴이 화끈!”

전부 입 닥쳐라... 파벨, 지도를 가져오시오...”

알겠소.”

호킨스와... 내가 밤새도록 고민한 결과...”

설마 왕궁에 들어가 싸울 검까?”

우리는... 용병으로서... 맡은 바 일을 못했다. , 이미 죽은 목숨과 같다.”

그렇다는 것은 작전 실행이란 건가욧?!”

그래... 죽을 각오로 임해라...”

좋아요.”

어이, ... 이삭이라고 했지...”

, 부소대장.”

니 똘마니들... 가장 센 놈... 데리고 나와. 너희 부족은... 밤눈이 좋아서 부족명 자체가 바가두구족이라며...”

.”

덧붙여서... 뒈져도 상관없는 총각들만... 차출해라... 알았냐?”

나도 간다는 거잖아!”

.”

“......”

작전 투입 전에 유서는 확실히 써라... B조와 국왕, 바가두구족은 해상 침투... A조는 육지에서 적을 교란해라... D-DAY는 앞으로 일주일. 한 번만 죽고... 두 번은 죽지 말자. 알겠나.”

알겠습니닷.”

전원, 전투대기하라. 다시 말한다. 일주일 후 대통령궁에 직접 침투한다.”

.

[이 시각, 타마라]

공주님. 주무실 시간입니다.”

내버려둬요. .”

각하께서 말하시길...”

, !”

플래시포인트의 위생병, 클로디가 자꾸 옆에서 쫑알거렸습니다. 그녀는 마치 가정부처럼 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습니다.

스파이크는 어딨어!”

오우, 그건 탑 시크릿입니다.”

내 총 내놔!”

노우. 노우.”

우리 카나카 왕실의 최종병기, 스파이크는 대통령궁에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총기를 연구하는 외국 학자들이 자주 들락날락하는 게 보였습니다. 어떻게 연구원인지 알아봤냐고요? 등짝에 대놓고 총기회사 이름을 써놓고 다니니까 그렇지!

공주님. 마음이 편치 않아 보입니다.”

메이, 당신이 동 카나카에 있어도 비슷했을 거예요.”

거긴 구청이고, 여긴 대통령궁이잖아요.”

몸은 편하지만...”

친구들이 보고 싶은 건가요?”

당연하죠.”

새 친구들이 있잖아요. 저를 비롯한 플래시포인트. 우리는 공주님을 일반 병사들에게서 사수할 겁니다.”

...”

그래요. 마음이 완전히 편할 순 없겠죠. 말 그대로 붙잡힌 공주님이잖아요?”

언젠간 용사들이 날 구하러 오겠죠.”

과연 그럴까요? 감히 여기를 침범할 수 있겠어요?”

십년이고 기다릴 겁니다.”

타마라 공주님. 당신의 옛 집이 당신 친구들에 의해 불바다가 되어도... 그런 말을 편히 할 수 있을까요.”

에델바이스 향기가 달콤했습니다. 편안하지만, 지긋지긋하고 소름끼치게 하는 면이 있는, 그런 향기였습니다.

 

 

 
+ 작가의 말 : 단행본으로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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