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마이페이지
 
Q&A
[공지] 노블엔진 홈페이지가 …
[꿈꾸는 전기양과 철혈의 과…
《노블엔진 2017년 4월 2차 …
[리제로 10 + 리제로피디아] …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
 
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 전체 게시판 규정사항 *


1. 개인간 쪽지로 할 수 있는 용무를 글로 쓰는 것을 금지합니다.

2. 이용자 불특정 다수, 혹은 불특정 개인에 대한 불만글 역시 동일하게 취급합니다.

3. 상대방을 기분나쁘게 할 수 있는 욕설이나 폭언을 자제해주세요.

4. 연재 게시판에 한해 하루 새로운 제목을 가진 3개 초과의 게시글을 금지합니다.

5. 이용자 불특정 다수가 불쾌함을 느낄 수 있는 글 (예:성인향 글, 특정 정치성향을 포함한 글) 을 자유 게시판, 연재 게시판을 포함한 모든 게시판에서 금지합니다.


첨. 광고글, 저작권 위반 자료의 경우 경고 없이 게시물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참조 - http://www.novelengine.com/bbs/board.php?bo_table=free&wr_id=4427400

 
i want you글 hotfoot
라이트노벨
 
 
첫회보기 관심
목록 다음
 
 
만남 - 1
16-04-27 10:08
 
 
“시간은 안 가는데, 아직도 시간은 많이 남았네. 아니, 시간이 남았다는 표현이 맞는 건가? 물론 약속이 되어있기도 하고, 내가 기다려야하는 처지기도 하지만, 정작 시간은 안 정해놨잖아? 그런데 남았다는 표현은 이상하지 않나? 그래, 이상하지. 무엇보다 이상한 건 바로 나고. 맙소사, 내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람. 거기 누구 있나요? 혹시 있다면, 내 혓바닥 가지고 장난치는 건 그만둬줘요.”

교실은 조용하고, 허전하고, 그야말로 공허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분위기였다. 

주인 없는 자리에는 교탁을 중심으로 정확히 반을 나눠 각각 창가 진영의 노을 무리와 복도 진영의 그림자 일당이 줄지어 앉아 숨 막히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찐득한 침묵에 굳어버린 교실에는 오직 날카로운 시계초침 소리만이 째깍째깍 울려 퍼졌다.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소음은 한 차례 회전할 때마다 계속해서 날카로워지며 매서운 기세로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마치 고장 난 시계 속에 갇혀버린 기분이다. 교실에는 나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당연하지. 모두 하교했으니까. 수업은 한 시간 전에 끝났다.

“열렬한 구애.. 적어도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은 편하네. 학교의 열렬한 구애. 사랑을 위해 집으로 가지 못하는 소년, 멋지잖아. 그래도 이렇게 덩치 큰 연인과 사귀려면 돈 깨나 깨지겠는걸. 쓰레기를 좋아해준다면 식비는 줄어들겠다만.”

발을 움직일 때마다 자꾸만 부스럭대며 신경을 긁어대던 쓰레기를 주워 쓰레기통에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낙하하다가, 멋지게 골인. 집중력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예리해져있다.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충실히 이행하고 한 가정의 귀염둥이, 혹은 말썽쟁이로 돌아가야 마땅한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있는 건 교실청소를 해야 하는 탓이었다.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별이 새겨진 구슬 마냥, 의자 밑이나 책상 밑 같은 허리 아프고 골치 아픈 곳만 골라 숨어있는 먼지와 쓰레기를 쓸어 담고, 물에 적신 대걸레로 바닥을 반들거리게 닦아놓아야만 했다. 

우리 반에만 있는 지각생을 위한 특별한 벌이었다. 물론 청소 자체는 여느 반에서 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데다, 벌이라 하기에는 딱히 특별한 게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청소 상태를 확인하고 돌아가도 될 것을 허락해줄 담임선생님이 적어도 방과 후로부터 한 시간은 지난 뒤에나 온다는 사실이었다. 교무실로 찾아가도 곧 가겠다는 기계적인 대답뿐이고, 그렇다고 해서 그냥 가자니 후환이 두려웠다. 관자놀이에 구멍이 뚫리겠지.

결국 계속 교실에 붙들려 있는 수밖에는 없었다. 벌이라는 건 바로 이걸 말하는 거다. 집에 가지 못하는 것 말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긍정보다 값싸고 달달한 건 없지. 긍정은 그 어떤 괴로움도 견뎌낼 수 있도록 해주니까. 내가 생각한 거지만 광고 카피로도 손색이 없겠는데. 신문 한 구석에라도 실리게 된다면 나는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거지. 그 신문이 데일리 뷰글만 아니라면.”

대강 시간이 맞겠다 싶어서 배터리 잔량이 손으로 꼽을 정도밖에는 남지 않은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학교가 폭발한다고 해도 선생님은 다섯 시 이전에는 결코 오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단지 학교에 붙들어놓는 것으로 지각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주겠다는 목적뿐이라 청소 상태는 딱히 신경 쓰지도 않았다. 눈에 띌 정도로 큼지막한 쓰레기만 적당히 치우고 바닥에 물만 묻혀놓으면 청소는 끝이었다. 

잠시 핸드폰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다 심마니 마냥 큼지막한 녀석들만 뽑아내면 될 일이다. 언제 배터리가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지금부터라면 문제없었기에 느긋하게 핸드폰을 즐겼다. 

요즘 세상에 핸드폰으로 못하는 건 없었다. 있다고 해봐야 뚫어져라 쳐다본들 초콜릿 맛을 볼 수 없다는 것 정도겠지. 하지만 그것보다 달달한 게 수없이 많은데 그 정도야 대수롭지도 않았다. 

핸드폰에 집중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선생님이 올 시간이 되어있기까지 했다. 

이런, 망했군.

따끔한 시선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입구에는 벌써 조연 선생님이 도착해있었다. 

“내가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 한 시간 동안 도대체 뭘 하고 있던 거지? 현장보존이라도 한 건가? 형사라도 되려는 모양이군 그래.”

쪼그라든다. 숨통이 막혀오고 머리가 멍해졌다. 집요하고도 예리한 질책은 마치 교실의 암 덩어리인 나를 제거하려는 매스처럼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 

조연 선생님은 마디를 맺을 때마다 한 걸음씩 다가오며 연극이라도 하는 양 과장된 몸놀림으로 감정을 표현했다.

“네 꿈이 형사였는지는 미처 몰랐군.”

엉망진창이 교실 풍경에 혀를 차고,

“세상에, 아침에 봤던 쓰레기가 아직도 있군.”

들어서자마자 발에 차이는 캔에 눈살을 찌푸리고,

“너는 정말 뛰어난 형사가 될 테지. 범인들은 네가 무서워서 손톱 때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조심할 거다.”

도구함에 들어있는 먼지 하나 묻지 않은 빗자루를 보라는 듯이 이리저리 휘두르고,
“너는 현장보존에 있어서만큼은 천재적이니까.”

누군가 성심성의껏 구겨놓은 설문지를 주워들고 -

“내 말이 틀렸나?!”

종이뭉치를 공으로 삼아 멋들어지게 빗자루를 휘두른다. 공을 받아낼 글러브는 당연히 탄력 있는 내 얼굴이다. 

과연 체육교사, 흠 잡을 데 없는 폼은 물론 위력도 발군이다. 제대로 된 공이 아닌데도 얼굴이 얼얼했다. 아니, 제대로 공이 아니기에 이 정도 끝난 거지. 진짜 공이었다면 기절했을 거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제 꿈은 형사입니다.”

그리고 선생님을 체포하는 게 꿈이죠. -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조연 선생님의 말에 맞장구쳤다. 괜히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가는 영원히 불편한 얼굴이 될 수도 있었다. 아니면 몸이던가. 지금은 조심하는 게 제일이었다.

조연 선생님은 만족스런 대답에 다음에 사용하려던 종이뭉치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더니 코앞까지 다가왔다. 키도 머리 하나만큼 큰 걸로도 모자라 듬직한 덩치 탓에 그저 앞에 서있을 뿐인데도 위압감이 느껴졌다.

조연 선생님은 잠시 동안 아무런 말이 없다가 내 어깨를 붙잡고는 상냥하게 웃어보였다. 물론 활짝 웃으면 이마의 혈관이 씰룩거리는 바람에 오히려 무섭게만 보이는 데다, 불가사리 수준으로 감정표현이 적은 조연 선생님이 웃는다는 건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너를 한두 번 본 것도 아니고 제대로 하지 않을 거라는 건 대강 짐작하고 있었다. 기대도 안 했지. 그러니 기회를 주마. 내가 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맞히면 이번 일을 용서해주지. 어때? 쉽고 간단한 내기 아니냐? 물론 하기 싫다면 하지 않아도 돼. 너는 그저, 하기 싫어요. 이 한 마디만 하면 돼.”

예, 하기 싫습니다. 정말로. 이번만큼은 진심이라고요. - 아무리 억누르려고 해도 이를 물고 기어오르는 마음의 소리 탓에 목구멍이 근질거릴 지경이었지만 입을 열 수는 없었다. 

속내가 목구멍을 지나 혓바닥을 거쳐 말이 되는 순간 무슨 꼴을 당할지 벌써부터 짐작할 수 있었다. 이미 어깨에서 전해져오는 진한 통증이 온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갈 테지. 그건 너무나 아프고, 끔찍할 거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선택을 하라니, 협박이나 다를 바 없잖아. 지금으로서는 괴롭더라도 조연 선생님의 내기에 응하는 수밖에 없었다. 

“바보.. 입니까?”

이게 정답일 테지. 틀림없다. 나를 바라보는 조연 선생님의 큼지막한 눈동자에는 언제나 짜증이 어려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조연 선생님의 웃음이 옅어졌다. 위험해. 잘못 짚은 모양이다.

“그럼 멍청이.. 입니까?”
바보가 아니라면 이것뿐이겠지. 일 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해온 제자를 이보다 한심하게 여기고 있을 리가 없다. 아무리 미워도 미운 정은 들었겠지. 게다가 높지는 않더라도 성적도 나름 양호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반응이 똑같다. 웃음이 거의 사라져 이마의 혈관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나 끔찍하게 보이던 미소가 그리워질 줄이야. 조연 선생님의 진지한 눈빛은 이제 남은 기회는 한 번뿐이라 말해주고 있었다.
 
그럼 혹시 -

“혹시 바보멍청이입니까?”

“옳지, 옳지, 옳지, 옳지, 옳지. 자알했어. 네 자신이 어떤지 아주 제대로 알고 있군. 똑똑해. 아주우우 똑똑해. 과연 형사가 되려는 아이답군.”

아제야 활짝 웃는다. 이렇게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있던가. 내가 처음으로 동그라미 하나 없이 폭우가 쏟아지던 시험지를 돌려받았을 때 보았던 비웃음 말고는 없었다. 

일 년 만에 처음 받는 칭찬이 장난 조금과 진심 가득 섞인 지독히도 목 넘김이 끔찍한 비아냥일 줄이야. 어지간히도 미워했던 게 틀림없다. 속 썩일 일이라고는 지각밖에 없었거늘, 일 년에 백 일을 지각하기는 했어도 지나친 장난이었다. 더욱이 직접 내 입으로 말하도록 하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심보인지 소름이 돋을 정도다. 

그래도 이걸로 해방될 수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거다. 자유, 그 가슴 설레는 단어가 무료함에 시커멓게 변해있던 머릿속에서 날아오르고 있었다. 조연 선생님에게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힘이 샘솟기까지 했다. 

“그럼 저는 이만 집으로 가도 되겠죠?”

“아니.”

지독히도 빠른 대답이다. 정확히 집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대답했다. 

아주 그냥 컴퓨터로군. 표정도 완전히 바뀌어서는 아예 정색을 하고 있다. 방금 전까지 보였던 일말의 웃음기조차도 없이 황량하기 그지없어서 보고 있노라면 머릿속이 바싹 말라서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었다.  

사람을 바보 취급 하고서, 스스로 바보멍청이라는 소리까지 하게 한 주제에 그 대가가 거짓말이라니 용납할 수 없었다. 이건 어른이 할 짓이 아니었다. 그것도 교사가,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을, 자기 하나 좋자고!

“약속했잖습니까?!”

“너한테 그런 보상이 가당키나 하다고 생각하나? 약속을 먼저 어긴 건 너다. 애당초 집에 보내준다는 말은 하지도 않았지. 방금 준현이가 속이 안 좋다고 집에 갔으니 대신 도서실에 가서 사서 노릇이라도 해라.”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틀어박힌다. 마지막으로 눈곱만큼의 미안함도 느껴지지 않는 냉랭한 시선이 고슴도치가 되어버린 가슴에 날아들자 간신히 붙들고 있던 정신이 산산이 깨져버려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말도 안 돼. 계속 학교에 남아있으라고? 더 이상 배터리도 없다고. 충전기도 없는데 어떻게 하란 말이야.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조연 선생님에게 애원하고자 손을 뻗었지만 허공만 휘저을 따름이다. 조연 선생님은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다니 매정한 사람. 사람을 이렇게 괴롭게 만들고 사라지면 어쩌자는 말인가.

이럴 수가.. 준현..! 이놈, 이노오옴!”

힘없이 자리에 주저앉아 저주한들 그에 상응하는 폭력으로 복수할 따름인 조연 선생님 대신 만만한 준현을 저주했다.

애당초 준현이 집에만 가지 않았더라면 사서 노릇도 시키지 않았을 거다. 그랬더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끝날 일을 맡았을 거다. 아니면 조금이나마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일을 맡던가. 

이대로 당하기만 한 채로 도서실에서 부질없이 또 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었다. 스스로를 바보멍청이라 모욕하며 유능하고 명석한 이 씨 가문 장남의 명예를 실추하면서까지 얻으려 했던 정당한 대가를 돌려받기 전까지는 절대로.

“관자놀이에 구멍이 뚫리건 말건 집으로 갈 테다. 아직 내 사조성은 빛나고 있지 않아.”
“너는 오 초 이내로 도서실로 향한다.”

고개를 돌리자 조연 선생님이 문 옆에 바싹 붙어 고개만 내밀고 있었다. 그야말로 귀신이다. 교무실로 돌아간 줄 알았더니만 여태 문을 지키고 있던 거다. 도망쳤더라면 붙잡혔겠지. 고요한 분노가 번뜩이는 조연 선생님의 눈동자 속에는 나의 사조성 반짝이고 있었다.

귀신을 상대로 사람이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귀신 잡는 청소기라도 없는 이상에는 말이다. 있다고 해도 모조리 부숴버릴 테니 쓸모도 없겠지만.

“지금 가겠습니다.”
 
+ 작가의 말 :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제휴문의 이용약관 개인정보보호정책
주소 : 인천광역시 부평구 평천로 132 (청천동) TEL : 032-505-2973 FAX : 032-505-2982 email : novelengine@naver.com
 
Copyright 2011 NOVEL ENGIN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