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마이페이지
 
Q&A
[공지] 노블엔진 홈페이지가 …
[꿈꾸는 전기양과 철혈의 과…
《노블엔진 2017년 4월 2차 …
[리제로 10 + 리제로피디아] …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
 
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 전체 게시판 규정사항 *


1. 개인간 쪽지로 할 수 있는 용무를 글로 쓰는 것을 금지합니다.

2. 이용자 불특정 다수, 혹은 불특정 개인에 대한 불만글 역시 동일하게 취급합니다.

3. 상대방을 기분나쁘게 할 수 있는 욕설이나 폭언을 자제해주세요.

4. 연재 게시판에 한해 하루 새로운 제목을 가진 3개 초과의 게시글을 금지합니다.

5. 이용자 불특정 다수가 불쾌함을 느낄 수 있는 글 (예:성인향 글, 특정 정치성향을 포함한 글) 을 자유 게시판, 연재 게시판을 포함한 모든 게시판에서 금지합니다.


첨. 광고글, 저작권 위반 자료의 경우 경고 없이 게시물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참조 - http://www.novelengine.com/bbs/board.php?bo_table=free&wr_id=4427400

 
떠돌이 선달글 고물라디오
라이트노벨
 
 
첫회보기 관심
목록
 
 
1, 흥부놀부전 (1)
16-04-26 13:46
 
 

 

 바람 설렁대는 산속에 조각달이 고개를 쳐들고, 맑은 거문고 소리가 어디선가 흘러나왔다. 그 소리가 사내들이 수군대는 소리를 조금은 가려주었다. 어림잡아 100호도 안 되는 이 용천 자오리는 좋게 보면 산 구경하기엔 넉넉한 장소지만 나쁘게 보면 궁촌에 격오지였다. 어디 책 읽는 촛불도 하나 없었다. 덕분에 완연한 밤이면 똥 싸는 자세로 산을 타는 것이 보통이었다.

 사실 이러한 것들이 풍속 좋은 고을의 특징이라면 특징이겠지만, 사내들 표정으로 봐선 꼭 그런 건 아닌가보다. 하나같이 웃음기가 파고 들어갈 구멍이 없을 정도로 경직되어 있었다.

 “꼬불친 패물이 어디 있다는 거야.”

 생긴 것은 순 상놈인데 망건을 쓴 놈이 수군거렸다.

 “이제 다 왔습니다.”

 “이 새끼들, 허락도 없이 잠매를 했다 이거지.”

 “내려가선 육시를 하십쇼.”

 그런데 발걸음이 어째 같은 자리를 빙빙 돌기만 한다. 망건 쓴 놈이 지쳐 예에미, 하면서 곰방대 위에 부싯돌을 퉁겼다.

 “어째 그 놈들은 최소한의 상도덕도 모르지?”

 “그게 다 자기 팔자 따라 달라 보이는 거요.”

 “오늘 이 놈이 입에서 나오는 말이 이상하다?”

 이제 담배가 슬슬 타들어가는데 갑자기 한 놈이 무슨 신호였는지 발을 세 번 굴렀다. 그러자 다른 한 놈이 적당히 긴 쇠도리깨를 가랑이에서 몰래 꺼내들었다.

 “야, 이 놈들아, 날이 어둡다. 여기 헛디뎌서 송장 된 놈들이 한 둘이냐.”

 “송장은 대방님이 될 거요.”

 그 말과 동시에 망건 쓴 놈 뒷덜미가 쇠도리깨를 맞아 찡하니 울렸다. 대뜸 얻어맞아 경황이 없어 무작정 앞으로 뛰는데 나머지 한 놈이 가로막고는 딴죽을 걸었다. 망건 쓴 놈은 어찌나 아팠는지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이게 무슨...”

 “곱게 죽어주소.”

 “뭐야, 무어야. 이거.”

 “미안하오.”

 “네 이놈!”

 “갈겨라!”

 쇠도리깨 든 놈이 상투째 머리를 잡아 뒷덜미를 다시 한 번 힘차게 후려갈겼다. 아까와는 다르게 허리를 비틀며 제대로 친 거라, 와드득, 하는 소리가 났다. 깨진 머리에서 피가 힘차게 사방팔방으로 튀었다. 한 놈은 구역질을 하고 한 놈은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웃기는 일이다. 제 놈들이 사람을 주검으로 만들어 놓고.

 복숭아꽃이 대낮의 마지막 불씨를 지키듯, 달빛 아래에 홀로 희미하게 붉었다. 붉던 것이 더 붉어졌다.

 “힘든 일이겠지만...”

 “......”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평소 쉬던 봉노에 머물게...”

 

.

.

“...무정 세월 한 허리를 칭칭 동여 매어나 볼가.”

“왜 이렇게 길이 멀어요?”

“에헤요 봄버들도 못 믿을 이로다.”

 조선 팔도 끄트머리에 붙은 이 용천 읍성에 두 남녀가 나타난 것도 그 때였다. 평안도부터 걸어왔다. 아직 여름이었지만 겨드랑이에 바람이 선선히 들어와 그리 덥지는 않았다.

“들은 척이라도 하세요. 노래만 부르지 말고.”

“푸르른 저기 저 물만 흘러 흘러서 가노라”

“또 말을 돌리시네. 쉬었다 가자고요.”

“저기에 내가 아는 매실 숲이 있으니 조금만 갑시다.”

“아까도 그 거짓말 하셨는데...?”

 멀리 있는 갈대들이 기러기의 날갯짓에 장단을 맞추듯 흔들렸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던 김선달은 뒤에서 쫒아오는 성화에 못 이겨 근처 오얏나무에 자리를 잡고 곰방대에 불을 붙였다. 담배가 눅눅하여 불이 간신히 붙었다.

 갓 다섯 모금 빨았을 때, 어디선가 나타난 까마귀 떼가 논 위에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훨훨 날며 기러기 주변을 둥글게 날며 푸드덕거리고 꽥꽥거리니 기러기들이 등쌀에 못 이겨 날개를 다시 펼쳤다. 효의가 그 꼴을 보고 고깝게 여겨 까마귀들에게 돌을 던졌다. 나중에는 논에 새 한 마리 남지 않았다. 김선달이 담뱃재를 털며 혼잣말하길, 아무리 까마귀가 흉물이라도 저희들끼리 쉬게 놔두지 그랬소, 했다.

 “오자마자 까마귀가 보이니 안 좋은 징조 같은데요.”

 “아낙은 그저 동물들이 오고 가는 것에 괜한 뜻을 부여하지 마쇼.”

 때는 철종 원년(1850), 무과에 급제하고도 보부상 일을 하느라 선달(先達)이 된 김인홍은 이제 갓 스물 일곱이었다. 멋지게 도포를 입긴 했지만, 본래 중인(中人) 출신이라 하는 짓은 순 백정 놈 같았다. 그의 오른 팔뚝엔 최근 몇 년을 새겨 넣은 듯 깊은 상처가 있었다. 주막에서 종종 왈자짓을 하던 몸놀림의 흔적이었다.

 “어차피 아낙은 과부 될 팔자이니 걷기 힘들면 따라오지 말든가.”

 “제기랄...”

 “지체 높은 규수가 그런 상스런 말을 해?”

 “조용히 혼잣말 한 건데 왜 트집을 잡으십니까?”

 “내가 들었잖아?”

 권 대방댁 딸 효의는 자꾸만 종알거렸다. 갓 달거리를 할 적에 사주를 보니 청상과부 팔자라고 해서 속 끓이던 부모가, 올해 열여섯 살이 되어 딸의 액땜을 하기 위해 길 가던 남자를 보쌈했는데 하필이면 그게 김선달이었다.

 “아낙은 아직도 내가 싫은가?”

 “헹, 지금 와서 좋고 싫고를 가려 뭐해요.”

 “다리 아프면 등에 업혀도 좋소.”

 “됐어요.”

 “어젯밤 산길에선 잘만 업혀놓고.”

 “신발이 끊어졌는데 댁네 같았으면 맨발로 걸었으려고요?”

 “어색하게 댁네라고 하지 말고 서방이라고 해 보시오.”

 “싫어요.”

 해거름을 보며 개울가를 따라, 십오리를 느린 행보로 더 걸으니 민가가 어스름하게 보였다. 선달이 주막을 찾아 들어가 봉노가 없냐고 물었는데 옆에서 효의가 질겁하며 말했다.

 “아는 댁이 근처라더니 또 봉노에서 주무시려고요?”

 “낮에 멀끔히 가야지 밤중에 사람 불러내면 그 집 종년들만 힘드오. 주모, 여기 행객 한 방 받으쇼.”

 “한 방이오?”

 주모가 하품을 하며 답했다.

 “그렇소.”

 “한 방? 댁네와 합방하기 싫은데요. 건넌방 가겠습니다.”

 “더럽게 유별하게 구네.”

 “합환주도 안 마셨는데 무슨 소리세요?”

 “그러면 댕기 안 하고 비녀는 왜 꽂았어?”

 “예뻐 보이려고요. 그러는 댁네는 상투를 왜 틀었습니까?”

 “외자상투 안 한 보부상도 있소? 이 콩알만한 게. 나랑 있으면 바닥이라도 내리 앉나?”

 “네!”

 눈치 보던 주모가 평상에 자리를 마련하며 중얼거렸다.

 “확 치맛자락을 올리면 될 걸, 사추리가 텅 비었는가.”

 “아, 거!”

 “그나저나 뭐 하시는 분이시우.

 “보부상이오.”

 “보부상이 짐꾼도 아닌 아낙을 데리고 돌아다니나?”

 “고향땅에 이것저것 사정이 있어서 말요.”

 “그럼 채장(신표 : 信標)이 있으시겠네. 있으면 인심 써주게.”

 채장은 지금의 사업자 등록증과 같은 물건으로, 이것이 없으면 행상 행위나 유숙 등이 국법으로 금지되었다. 주모의 낌새를 보아하니 상단의 신용을 보아 남는 방을 선심 쓸 생각인 듯 했다. 김선달은 말없이 허리에 찬 담배쌈지에서 채장을 꺼내주었다.

 “밑에 뭐라고 쓰인 게요?”

 “쇠살주.”

 권세 좀 있는 위인이셨네... 김선달은 내심 평상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었으나, 주모가 눈치 빠르게 방을 내 준 것이 어째 사양하기 어려웠다. 담배를 다 빨고 뒷봉노로 들어서려는데 창호지 문 너머로 탁주 냄새가 짙게 풍겼다. 해 지자마자 봉노에서 혼자 술판 벌인 놈이니 멀쩡한 놈은 아니겠군. 김선달은 담뱃재를 툭툭 털며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행객이오. 들어가도 되겠소?”

 그러나 안에선 아무 말도 없었다. 기다리던 김선달이 문을 슬쩍 더 땅기니 행색이 날짐승 같은 사내가 제 무릎을 껴안고 벌벌 떨고 있었다. 낯짝은 곰보 투성이에 두 눈은 핏기가 몰려 시뻘겠다. 아까 뭔 일이 있었는지 저고리에 분홍 얼룩이 있어서 흉흉해보였다. 그 모습에 재수가 없어진 김선달은, 다 들으라는 듯이 가래를 가악 끌어 흙바닥에 멀리 뱉었다. 그리곤 방바닥에 누워 별 생각 없이 천장갈비를 셈했다.

 ‘동네 백정 놈인가.’

 한마디 말나눔도 없이 한참동안 시간만 무겁게 흐르자, 김선달은 어색함을 못 이기고 또 부싯돌을 곰방대 끝에 툭툭 그었다. 궐놈은 눈을 뜨고 잠꼬대를 하는지 자꾸만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심지어 김선달이 내뿜은 담배 연기가 코로 들어가자 소리를 지르고 곡을 하는 등 개지랄을 했다. 가만 내버려두면 쉴 수도 없는 노릇이라 김선달은 역정을 냈다.

 “사돈이 뒈지기라도 했나,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씨이발.”

 놈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는지, 콩알만 해진 눈동자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숨을 헐떡거렸다. 이제 조용해졌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봉노 문을 열고 토악질을 한다.

 “아, 이런 제기.”

 보다 못해서 등을 쳐주니까 놈이 무슨 생명의 은인이라도 만난 것처럼 김선달의 손을 잡고 또 울음을 터뜨린다.

 “술, 술... 술 좀 주쇼.”

 너무 어이가 없어서 욕을 하지도 못하고 정주방에 있던 주모를 불렀다. 넉살 좋게도 한 병 가져오는 게 아니라 아예 술상을 차려왔다.

 “속이 출출할 테니 나물 좀 집어먹어요.”

 “고맙수.”

 그런데 이 쳐 죽일 놈이 사발로 마시는 게 아니라 아주 병을 잡고 한 번에 다 들이켰다. 암만 봐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거 미친놈 아냐, 하고 주모에게 방을 바꿔달라고 하려는데 놈이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린다.

 “같이 있어주쇼.”

 “놓으쇼! 바지 벗겨진다.”

 “내 혼자는 못 있어요. 혼자 있으면 자진하고 말 걸.”

 기가 질린 김선달이 자리에 다시 앉아서 술을 아예 세 병 시켰다. 재수 참 옴 붙었구나. 궐놈은 취기 탓에 뭐가 좀 가라앉았는지 더는 울지 않았지만, 연달아 또 한 병을 들이키니 이번엔 제 얘기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막 떠든다. 이러니까 술이 하은주를 연달아 망가뜨렸지. 김선달은 혀를 쯧쯧 찼다.

 “오늘 산군이라도 만나셨나? 왜 다 썩어가는 몰골이오.”

 “씨양... 내가 산군이었지.”

 “왜 풋낯부터 욕을 하쇼?”

 사내는 대답이 없었다.

 “...자진하고 싶소.”

 얘기를 잘못 끌었다가는 귀찮은 소리 나올까봐 김선달은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고향은 어디신가?”

 “파주.”

 “거기서 팔도 땅 끝까지 오셨으니, 말 못할 사정이 있으신가봐요?”

 “노비 새끼요, 신세 면천하려고 내려온 게지.”

 김선달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렴야. 흔하고도 흔한 일 아닌가.

 “노형 가족들은 어쩌고 이러고 있소?”

 “혼자 내려왔지. 여기서 돈 모아서 다시 파주에 가려고 했지! 직전으로 노비 문서를 불태우려고... 평생을 종놈으로 사람 대접 못 받는 놈이, 종적을 감춘 건데 제 놈들이 알겠지, 다 알아. 이유를, 도망간 거, 말요.”

 묻지도 않았는데 청산유수다.

 “흐음.”

 “댁은 초립 쓴 것이 뭐하는... 분이신가?”

 “보부상이오.”

 김선달은 자기 잔에 술을 조금 들이부으며 이 놈이 뭐하는 놈일까, 하고 생각을 정리했다. 지금 지랄을 떠는 내용이며, 옷에 튄 핏자국이며 하는 것들이 예사스럽지 않았다. 고기 얻겠다고 산짐승을 죽였을까? 아니다. 얼굴에 낀 땟국을 보아하니 가난한 자는 맞는데, 그럼 지금 한상 차리거나 꿰밋돈을 만들었겠지. 어디서 넘어져서 어깨에 생채기가 생겼을까? 아니다. 저 정도 출혈이면 어깨를 쉬이 거동하지 못한다.

 ‘저것은 혹시 다른 사람의 피가 아닌가? 이 인간이 자기 가족 먹여 살리겠다고 어디서 화적 짓이라도 했나? 가만 생각해보면 아까 벌벌 떨고 있던 게 꼭 처음으로 주검 만든 그 모양인데.’

 아닌 게 아니라, 벌어진 저고리 안쪽엔 핏자국이 없었다. 밖에서 튄 자국임이 분명했다. 아까 면천 얘기를 되새겨보니 화적질이 아예 없을 얘기도 아니었다. 김선달은 말생을 떠보기로 했다.

 “노형, 저기 전대 안에 안주거리 뭐 없나?”

 “없소.”

 “산 오르내리면서 짐승 같은 거 안 잡아봤소?”

 “끽해야 개구리나 잡지...”

 “그럼 전대 안엔 뭐 있소?”

 “삼이 들어있지.”

 듣자하니 목소리가 떨리는 것이 이상한 점이 있었다. 김선달은 말생이 사정을 꾸며대기 전에 먼저 주워 넘기기로 했다.

 “그런데 노형 어깻죽지에 웬 선지가 묻어있는건지? 백정 일도 겸하시나? 피 색깔을 보니까 소 잡는데 계셨나봅니다?”

 “그, 그렇소.”

 피 색깔에 짐승 구분이 어디있겠냐만은, 그는 어수룩하게도 말을 주워 받았다.

 “백정들은 단숨에 칼로 멱을 찔러 죽이잖소. 담도 세십니다.”

 “아무렴요... 처음 해본 거라 지금 경황이 없소.”

 놈은 고개를 숙이고 눈알만 굴리며, 이 놈이 주둥이로 무슨 야료를 부리는가 눈치를 보았다. 김선달은 놈이 억지로 태연한 척 하는 게 눈에 보였다.

 “헌데, 이상한 일이오.”

 “뭐가 말이오?”

 “소는 그렇게 안 죽여.”

 “으응...?”

 “그렇게 소한테 칼을 보여주고 죽이면 노형은 지금쯤 병신이 되었을 걸?”

 “사람이 몰려서 찔렀는데... 제깟 소가... 발버둥 쳐도 소용 없지...”

 놈은 퍼뜩 지금 상황을 알아챘다. 아, 이거 잘못 걸렸구나. 사발을 든 손이 갑자기 후들거렸다.

 “나물이 영 맛이 없고만. 주모 부르겠네.”

 “힘써서 죽이면 그 고기는 먹지 못해. 겁에 질린 소는 쇳덩이보다도 질기거든. 그건 소든 돼지든 말새끼든 마찬가지요.”

 “무슨... 말인지... 원.”

 “갑자기 망치로 머리를 후려서 기절시켜야 하지. 그 다음 정으로 머리에 구멍을 뚫어서...”

 은근슬쩍 뒷간에 간다고 일어나려는 김말생이었지만, 뒷통수에 들리는 목소리는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앉아!”

 “왜, 왜 이러시오.”

 “촌철을 집어넣고 머리를 휘저어 죽이는 거요. 아시겠는가? 그 피, 사람 피지?”

 “생사람 잡네, 이 사람이. 내가 화적이라도 된단 말이오?”

 “당장 전대를 풀어.”

 마침내 김말생이 뛰쳐나가려는데, 김선달이 날렵하게 발목 행전 속에서 손칼을 뽑아들었다. 비명소리와, 범 같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봉노가 터져라 깨져나왔다. 이 놈이 사람 잡는다, 사람 잡는다! 김말생은 몸을 바들바들 떨며 벽에 바짝 붙었다. 김선달은 천천히 걸어가 말생의 목을 왼손으로 힘차게 졸랐다. 살겠다고 꺽꺽거리는 말생의 침이 사방에 튀었다.

 “내 마방 쇠살주에 장돌뱅이 일을 하면서 너 같은 화적놈들 때문에 피해를 본 것이 한둘이 아니다.”

 효의와 주모가 문을 열고 화다닥 뛰어오더니 손칼을 보고 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특히 주모는 뒤에 벌러덩 넉장거리로 자빠졌다.

 “돈이든, 사람이든, 잃은 게 셀 수가 없으니.”  

 “살려주쇼, 살려주시오. 억울하오.”

 “죽여 버리겠다!”

 “안 돼!”

 김선달은 손칼을 괴성을 지르며 내리꽂았다. 하지만 피가 튀거나 살점이 어디 떨어져나가진 않았다. 김말생은, 자기 목 바로 옆을 비껴나가 벽에 박힌 손칼을 벌벌거리며 내려 보았다.

 “...허나 아직 전대를 까보지도 않았고.”

 궐놈은 온 몸에 힘이 풀려서 서서히 쓰러져갔다.

 “...어디 투전판에서 멱살잡이를 하다가 코피가 튄 것일 수도 있으니.”

 “억울하오, 참말로...”

 “입 닥치고 전대를 열어.”

 날붙이나 촌철이 있을 법 했다. 김말생은 주저하다가 다시 목 언저리에 칼날이 달라붙자 허겁지겁 전대를 풀었다. 까서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아예 바닥에 내용물을 쏟아 붓자 방 안에 흙냄새가 자욱했다. 웃기게도 심마니라면서 삼보다 도라지가 훨씬 많았다. 김선달이 오른손으로 칼을 겨누고 왼손으로 그 흙더미를 뒤지는데, 생각 외로 딱딱하게 잡히는 것이 없었다.

 김선달은 말생의 뺨을 찰지게 후려갈겼다.

 “칼 어딨어.”

 “없습니다.”

 “삼을 캘 때 뭐라도 쓸 거 아냐!”

 “호미를 씁죠. 그걸로 어떻게 사람을 죽여요...”

 “호미는 어디 있는데.”

 “녹슬어서, 녹슬어서 버렸습니다!”

 “이 씨발 새끼야. 진짜 죽고 싶어?”

 김선달은 놈의 어깨를 잡고 명치에 주먹을 수차례 갈겼다. 말생은 너무 아파서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상투를 잡힌 채 몸만 바닥에 나뒹구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김선달이 화적인 줄 알겠다. 효의는 보다 못해 말했다.

 “댁네! 숨 넘어 가겠습니다. 무고한 사람이면 어쩌려고 그렇게 짓이겨놓아요.”

 그제야 주먹질이 멈췄다. 맞던 놈 눈동자가 오그라든 것이 정말로 맞아 죽을 줄 안 모양이다. 주모는 겁에 질려서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벌벌 떨었다.

 “그럼 이 핏자국은 뭐냐.”

 “닭을... 실은 아까 닭서리해서 모가지를 쳤습죠! 배가 고픈데 어째요... 그것으로 관아에 갈까봐 무서워 거짓말을 한 겁니다요!”

 “참말이냐?”

 
+ 작가의 말 : ㅎㅎ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제휴문의 이용약관 개인정보보호정책
주소 : 인천광역시 부평구 평천로 132 (청천동) TEL : 032-505-2973 FAX : 032-505-2982 email : novelengine@naver.com
 
Copyright 2011 NOVEL ENGIN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