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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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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세계와 고생길 - 2
16-04-09 18:47
 
 
"Idre nnedniehcad inregnunbre? ···Nuri, inam antullug enob. Ito ubnruz ayinuesutcuh."
 
 
굵은 나무 곁에서서 잎사귀의 그림자를 한몸에 받고 있는
로브를 뒤집어 써 누가봐도 수상한 사람 A는 그렇게 말을 건네왔다.

목소리를 보아하니 여성인 듯 한데···.
 
말이 통하지 않아 무어라 말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Adahnsi···? Uized nuergnuz nugnahnubneh ednunobmuehc? Iscoh run intehodarikuygnog?"
 

뭐라는 걸까.
처음듣는 언어라 매우 당황스럽다.
영어도 아니고 일본어도, 심지어 러시아나 독일말도 아니다.
역시 이세계라는 건가.
···근데, 이세계 장르의 소설이나 만화는 죄다 자연스럽게 말이 알아서 통하지 않았던가.
난 왜 이 모양이지···.

"···저기? 뭐라는지 전혀 못알아 듣겠는데?"
 
"···Eunabi?! Asospam, odciza iemnum ogadti?!"
 
 
내가 모르겠다고 말하자 로브를 쓴 사람은 놀란 모양이다.

하긴, 갑자기 외국인이 어슬렁거리고 말을 건다면 나라도 놀랄것이다.

아니 이건 지금 나한테 현재진행형이구나.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튀어나와서 놀랍네.
 
 
"···Enahliskawh, rusenabiziru lob us nunbe ayimirahcto."
 
"···그러니까, 아무리 말해봐도 모르겠···. 윽?!"
 
 
바삭-, 바삭-
 
 
의문의 인물은 바닥에 떨어져있는 낙엽을 밟으며 내게로 조심스럽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Az, nan nueppan imaras akinna izaheygnoeyg odana eawd."
 
"뭐, 뭐야, 왜 다가오는건데?!"
 
"Az, az. Ehnuzniz."
 
 
바삭-, 바삭-
 
 
도망쳐야하나?
애초에, 이런 석상들이 판을 치는 숲속에서 만난 사람이라니, 신용이 불가능하다.
저 사람이 석상을 조종하여 나를 공격했을지 누가 안단 말인가.
그 와중에도,
 
 
바삭-, 바삭-
 
 
의문의 인물과 나와의 거리는 좁혀들고 있었다.
 
 
"···큭! 어떻게 나온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타나라 내 결계!"


다가오는 대상을 향해 손바닥을 펼치고 외쳤다!


"······." 

"······a, Igoez?"
 
 
결국 그냥 도주를 선택하여 강제로 몸을 일으킨다.

뭐가 내 능력이 결계냐 이 멍청이가!

그딴거 할 줄도 모르는데 갑자기 될 리가 없잖아!!

후들거리는 다리에 채찍질을 하며 땅을 박차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Aehnaim, [아이들아, 부탁해. 그 이가 떠나지 않게.]
 
 
-?! 방금 뭐라고?!
 
 
-콰드드득, 투득-
 
 
"[도와줘. 붙잡는 덩굴-.]"
 
 
로브를 쓴 사람의 이중적인 목소리에 호응하여 낙엽으로 가려진 땅에서 녹색 덩굴이 솟구쳐올라 내 발목을 감싸쥔 것은 순식간이었다.
 
녹색덩굴의 갑작스런 성장은 나의 발목을 잡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시야가 반전, 그리고 생성된 것은
 
 
-출렁,
 
 
"으, 우오아아아?!"
 
 
초록 덩굴에 위태로이 거꾸로 매달린 사람 열매였다.
 
 
"제기랄! 뭐야, 마법사였냐! 뭐하는 짓이야 너?!"
 
"Nakkmaz oeyladig. ···Tog, Egluzehegdued."
 
"빌어먹을, 그리고 너, 방금 한국어를-"
 
 
말을 미처 다 끝내기도 전에 로브를 쓴 사람은 허리춤에서 이상한 두루마리를 꺼내오 펼쳐 내게로 척 하고 내민다.
 
두루마리에 적혀있는 것은 전혀 알수 없는 글자에 기하학적인 도형
 
 
"뭐, 뭐야···."
 
"[이어져 있어, 그러니 두려워 마.]"
 
"너, 너 또···!"
 
 
두루마리에 적힌 문양과 글은 그 사람이 중얼거림과 동시에 서서히 빛을 내기 시작하여 끝내는 누부셔 인상을 찡그릴 정도가 되었다.
 
 
"대체 무슨 짓을-"
 
"[듣지못해도, 이해하지 못해도 이어져 있어.]"
 
 
-부우웅,
 
 
기어코 두루마리가 눈이 멀어버릴듯이 세차게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크으, 누, 눈이!"
 
"[그러니 두려워 마, 난 알 수있어.]"
 
"···윽?!"
 
 
눈을 뜰 수 없을 지경이 되자, 갑자기 목과 귀가 뜨겁게 달궈지기 시작했다.
뭐지? 대체 나에게 무슨 짓을 하는거지?
귀와 목은 마치 그 속에있는 수분을 전부 날려버릴 듯이 끓어오르기 시작했고
 
 
"[경청의 문.]"
 
 
로브를 쓴 사람이 말을 마치자 마자, 마치 촛불 꺼지듯
 
 
후욱-,
 
 
"···?"
 
뜨거움은 한순간이 사라져 버렸다
또헌, 눈을 감고있음에도 느껴지던 강렬한 광원이 소실되었다.
 
조심조심 눈을 떠보니 두루마리를 다시 허리춤으로 집어넣는 의문의 사람.
 
그리고 내 발목을 잡고있는 녹색 덩굴에게 다가가서
 
 
톡, 톡
 
 
덩굴 줄기의 밑둥에 자라있는 잎사귀를 톡톡 건드는 순간
 
 
"아, 미안!"
 
 
-퍼어억,
 
 
"-크헥?!"
 
 
마법사의 사과와 함께 덩굴 줄기는 땅속으로 빨려들어가듯 사라졌고,
그와 동시에 내 몸은 땅에 거꾸로 처박혀졌다.
 
 
"끄으으으···"
 
"미, 미안. 우선 내려놓고 돌아가라고 하는 거였는데···!"
 
 
머리부터 거꾸로 떨어지는 바람에 머리가 깨질듯 아프고 목 또한 상당히 무리가 간 듯 싶어 당장에 부여잡는다.

아니, 그보다 이 마법사, 갑자기 한국말을 유창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방금 그 빛이 통역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준 건가?
 
 
"으, ···아파!"
 
"으음, 다행히도, 술은 성공적이었구나. 통역술을 사용하지 않은 이방인을 만날 기회가 없으니 처음쓰는 거라 걱정했어."
 
 
그제서야 그 마법사와 내가 상당히 가까운 위치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부여잡은채로 뒷걸음치며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하하···. 그렇게 경계할 필요는 없는데···."
 
 그 모습에 씁쓸한 웃음을 터트리는 마법사
 
 
"···너, 넌 누구야?"
 
 
여유로운 듯한 마법사의 태도에 불안감이 급증하여 경계심이 강화된다.
 
 
"나는 레기나 프라벤. 술사 레기나야."
 
 
자신을 레기나라 칭한 마법사는 자신의 손등을 보이며 대답해왔다.

···손등에는 방금 두루마리의 비슷한 종류같은 문양이 새겨져있었다.
뭐야, 저 문양. 왜 내게 보여주는 거지?
 
 
"그러는 넌? 넌 누구야?"
 
 
불안감에 의한 온갖 잡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대답하기가 꺼려진다.

대답해야 하는가?
대답을 해도 괜찮은 것인가?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면 무슨 불이익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응?"
 
"···핫! 서, 서준원."
 
"흐-음, 이상한 이름. 역시 이방인이구나."
 
 
엉겁결에 불어버린 내 이름에 딱히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 마법사.
괜한 걱정을 한 듯 하다.
 
 
"저기, 그렇게 계속 올려다 보면 아파 보이는 목이 더 아파지지 않을까? 일어설 수 있겠어?"
 
"···응."
 
 
걱정을 하는 마법사의 따뜻한 배려에 경계심이 조금은 허물어졌다.
수상한 외관에 비해서 태도는 딴판이다.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일어서서 몸에 달라붙은 낙엽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음, 일단 네가 대지의 정령에게 뒤쫒기고 있는걸 봐서 위험하다 싶어 방어막 술을 펼쳤는데, 다친데는 없는거지?"
 
"···심하게 다친데는 없긴 한데, 그보다 그 결계. 내가 한 게 아니었나···."
 

괜히 기대했잖냐.
일해라 날 여기로 보낸 누군가!
어떻게 능력도 없이 이세계로 보낼 수 있는건데!!


"대지의 정령이 아무리 과묵의 대명사라고 해도, 옆에서 소란스럽게 하거나 짜증나게 하면 화내니까 앞으로 그런 짓 하면 안돼?"
 
"나 아무잘못 없거든?!"
 
 
뭔가 오해가 있어 장난꾸러기 어린이를 다루는 듯한 태도와 정말로 억울해서 크게 욱한다.

게다가 대지의 정령?
그 덩치가?
너무 크지 않냐?!
 
 
"그런 태도면 안돼, 잘못을 했으면 잘못했다고 해야지. 봐봐. 저 정령도 얼마나 화가 났으면 아직도 저 자리에서 서성이고 있겠어?"
 
"아직도 그 자리에 있었냐!! 되게 질기네!"
 
 
레기나가 가르키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려 자세히 보니 나뭇잎과 나뭇가지들 사이로 돌덩어리가 보인다.
내가 나오길 기다리기라도 하는거냐 임마!!
안 나갈 거거든?!
 
 
"자, 가서 제대로 사과해야지? 나도 화낸다?"
 

사과라면 아까 실컷 사과했는데.
뭘 잘못한건지 모른채로.
그리고, 저 나가면 죽을것 같습니다만.


"그러니까, 넌 왜 내가 잘못을 했다고 착각하는 건데! 그냥 신기해서 바라본게 잘못이냐!"
 
"···? 그냥 쳐다보기만 했어?"
 
"내가 뭔 배짱이 있다고 저런 거구를 건들여. 그렇게 할 짓 없는 사람으로 보여?!"
 
"···거짓말 하는것 같진 않은데, 흐음···."
 
 
미심쩍은듯 의심을 거두지 않는 모양인 레기나.
 
 
"정말 아무짓도 안했어···."
 
"흠, 사르케를 걸고도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사르케는 뭔데."
 
 
사르케? 그건 뭐지?
이곳의 신같은 존재인가?
아니면 목숨?
 
 
"···? 사르케가 뭔지 몰라?"
 
"몰라. 뭔지 모르긴 하지만 걸어주지. 난 아무 잘못도 안했으니까!"
 
 
절대불변의 사실 앞에서라면 뭐든 걸어주지. 
신이든 뭐든!
 
 
"···그래? 그렇다면 왜 저렇게 흥분한걸까?"
 
 
알게뭐냐, 게다가 그건 내가 더 알고싶은 의문이다.
왜 갑자기 공격을 하는 건지 종잡을 수 없으니···.
 
 
"어쨌든···. 정말 고마워···. 진짜 죽는 줄 알았어···."
 
"응? 아냐아냐. 저게 계속 널 쫓아왔으면 우리 마을에도 피해를 주었을게 틀림 없으니까. 겸사겸사 퇴치한거야."
 
레기나라는 마법사는 로브를 뒤집어 써 표정은 안보이지만, 해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데, 넌 이방인 맞지? 이방인이라면 입국심사 할 때 통역술 정돈 기본으로 할 수 있어야 받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넌 대체 어떻게 이 나라에 들어온거야?"
 
 
무슨, 이 세계로 무작정 초대되었는데 알지도 못하는 마법같은걸 갑자기 할 수 있을리가,
 
 
"···나도 몰라. 그냥 여기에 있었어."
 
"···?"
 
"나도 왜 내가 여기있는지 몰라. 환각인줄 알았는데 갑자기 돌덩어리가 달려들고···."
 
"저, 으음,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는데. 역시 통역술, 실패한걸까···?"
 
"그러니까···. 아 미안. 너무 횡설수설했다. 잠깐 정리좀 하게 기다려 줘."
 
 
정신없이 말하려다보니 말이 횡설수설한건 당연지사다.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말해보자.
 
 
"그러니까, 일단 맞아. 난 이방인이야. 그리고 나는 이 세계에 속한 사람이 아니지."
 
"···아하, 음, 그러니까 음유시인? 역시 음유시인들은 아리송하네. 시적인 표현은 어려워."
 
"아니! 말 그대로, 다른 세상에 속해있던 사람이라고!"
 
"그렇게 지칭하는 음유시인들을 한 두번 봐야지. 나도 이제 안 속는다?"


뭘 음유시인 취급인가 그렇게 시적인 머리는 안 돌아갑니다만.


"속든 말든! 난 지금 막 다른 세상에서 넘어온 존재니까 그렇게 알아둬!"


아, 잠깐만. 생각해보니 내가 차원 트립퍼인걸 밝혀도 되는걸까.
뭐, '이방인' 운운한 것을 보니 나 외에 다른 트립퍼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혹시 다른 트립퍼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막? 넘어와?"

"그래! 방금 막 넘어온 참이라고. 그러니까 이방인 구휼제도같은걸 알려준다면 평생의 은인으로 여겨줄게!"

"···너 손등 좀 보여줄래?"
 
 
하지만 내 대답에 대한 레기나의 반응은 기대한 것과는 사뭇달랐다.
오히려 조금 심각한 듯한데···?
 
 
"···응? 손등은 왜 갑자기 보여달라고?"
 
"···빨리."
 
 
별 생각 없이 내 양손의 손등을 보여주었다.
 
내 손등을 보여주자마자 내 손을 붙잡고 면밀히 관찰하는 레기나
 
 
"어, 왜? 무슨 문제라도?"
 
"···없어."
 
 
그 말을 뒤로 하고 뒷걸음질 쳐서 뒤로 물러선다.
 
 
"-사르케가 없어."
 
"뭐? 아, 그 문양? 이방인이니까 없지."
 
"···이방인이더라도 사르케는 갖고있어!"
 
 
순식간에 허리춤에서 두루마리를 꺼내 손에 쥐고 펼치는 마법사.
 
 
"저기, 또 왜?!"
 
"서준원이랬지, 다시한번 물을게. ···너는 다른 세상에서 온 거지?"
 
"그래, 그러니까 너희들이 말하는 이방인 이라고-"
 
"-뭔가 착오가 있는 모양인데, 이방인은 다른 지역, 지방에서 온 사람이라는 뜻의 단어야."
 
"···어?"
 
 
···그러니까, 이방인이란 단어가 차원 트립퍼를 뜻하는 단어가 아니라고?
 
어째서?! 판타지에서 이방인이란 단어는 대개 차원이동자를 뜻하는 단어일텐데!
외국인이란 단어는 안쓰는거냐?!
 
 
"···사르케가 없는건 당연해. 넌- '마적'이니까."
 
"···마적?"
 
 
마적은 또 뭔가
마족을 잘못 말하기라도 한 걸까
 
아니, 어찌되었던 간에
 
 
"[강인함이 깃든 대지의 아이는 서로가 서로를 날카롭게하는 아이.]"
 
 
레기나는 방금 마법을 썼을 때의 그 이중적인 목소리로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레기나의 손에 들린 두루마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
그리고-
 
 
"사람을 몇 명 죽였어?"
 
"···뭐?"
 
 
레기나의 갑작스런 살벌한 질문.
 
 
"시치미 떼지마. 이렇게 완벽히 사람 형태를 한 마적이라니. 듣지도 본적도 없어. 분명, 사람을 해쳐서 그 가죽을 뒤집어 쓴거겠지. 한 명으로는 부족하니 최소 대 여섯 명."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
 
"끝까지 거짓말을 할 생각이구나. [그 아이로 인해 너와 나는 끊어질 수 없으리라.]
 
 
레기나는 마저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도망쳐야 하나?
-아니, 도망치면 이 마법사가 저 방어막을 풀어 대지의 정령이 나를 쫒게 할 것이다.
따라잡히는 건 순식간일터
그렇다면 차라리 이 자리에서 오해를 푸는 게···!!
 
 
"참-, 생각해보니 대지의 정령이 왜 널 이유 없이 공격했는지 알겠어."
 
 
레기나는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수긍하며 나를 노려보았다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마적을 그들이 그냥 두고볼리가 없을 테니까!"
 
"잠깐 레기나! 난 사람을 죽인 적이 없어!"
 
"···이름을 괜히 알려줬네, 마적에게 내 이름이 불린다니 -혐오스럽기 짝이없어. [붙잡아라-, 철의 올가미-!]"
 
 
-드드드드득, 
 
 
레기나가 주문을 다 외자마자 대지가 진동하기 시작하고 끊임없이 굉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올라와앗!!!"
 
 
레기나가 허공에서 무언가를 움켜쥐고 손을 위로 치켜들었다 그러자
 
 
퍼어억-, 절걱절걱-
 
 
레기나와 나를 둘러싸고 시끄러운 소리와 자욱한 흙먼지를 동반하고 땅에서 하늘로 치솟은 것은
 
 
수 백- 아니, 수 천가닥의 검붉은 쇠사슬들
 
 
"하지만, 겨우 중급 정령에게서 도망칠 정도로 힘이 완전하진 않은 것 같네. 분명 여기로 넘어올 때의 후유증 때문이겠지. 그러니, 힘을 되찾기 전에 내가 널 치겠어."
 
"자, 잠깐 사람 말좀들어! 난 그 뭐냐, 마적이-"
 
"아직도 사람이라고 발뺌을···. 뭐 좋아. -네가 죽인 사람들 하나하나 생각하며 지옥에서 썩어 문들어가줘."
 
 
해명을 하려해도 아예 들으려 하지 않는 레기나.
이대론 위험하다. 
 
 
-딱,
 
 
손가락에서 경쾌한 소릴 내며 튕기는 마법사
 
 
-절걱절걱, -촤르륵
 
 
그 신호에 맞추어 서로 얽혀들다가 교수형에 쓰이는 올가미의 형태를 띈 검붉은 쇠사슬들


"그래야 그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공양은 될 테니까."


레기나는 팔을 뻗어 나를 지목했다.
 
 
"해치워."
 
 
-절걱절걱, 쐐애액-!!!
 
 
그 순간 사방에서 일제히 올가미들은 덮쳐들었다.
 

 
쇠사슬들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심상치 않다.
아빠한테 빠따로 많이 맞아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적어도 저렇게 날카롭고 불길한 소리는 아니었다

필시 저걸 그대로 맞았다간 온 몸이 채찍에 맞은 것 처럼 갈기갈기 찢어지리라.

피해야 한다.

하지만, 어디로?


세찬소리를 내며  근접하는 쇠사슬들

과연 내가 저것들을 모조리 피해내고 무사할 수 있는가

그럴리가.


"하···. 그래, 이건 꿈일거야. 저 쇠사슬을 쳐맞고 기절하면 잠시 가위눌리다 일어나는 꿈."


복잡한 내 머릿속이 낸 결론은 꿈이었다.
그렇다면 내 볼에 난 생채기는? 날아오는 돌에 할퀴어지고 흘렸던 피는? 고통은?


"···아씨, 생각해보니 꿈 아니네."


···현실도피조차 실패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악?!!?!"


정말로 유감스럽기 그지없는 비명을 지르는 것밖에 없었다.


쇠사슬들은 공기를 가르고 내리꽂혀 내 몸을 휘감고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아나콘다가 사냥할 때처럼 내 몸을 점점 옥죄어들며
순식간에 내 몸뚱아리를 다진고기로 만들어
버릴 듯 했다

.
.
.
.
.
.
.
.
.


'어라?'
 
 
하지만, 세계는 나의 비명소리를 마지막으로 덜컥, 멎어버렸다.
 
달려들던 사슬 올가미는 물론, 구름, 흔들리던 나무, 풀,
팔을 내뻗는 마법사까지 전부
 
심지어, 비명을 지르던 그 표정 그대로 내 몸까지. 
눈조차도 깜박일 수 없었다.
 
 
'···이건 또 뭐야.'
 
 
일일이 놀라는 게 지겹다
그만큼 나는 또 신묘한 일을 겪고있었다.
 
모든 것들이 정지한 세계는 기묘한 침묵에 빠져들었다.
 
만일 귀가 먹는다면 딱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이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모든 소리가 사라져 죽은 듯한 고요함, 적막감.
 
 
'···멍청한 것도 정도껏 해야지, 지금이 감상할 때냐.'
 
 
그러다 문득 현재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이 기회를 이용하기로 한다.
이건 천운의 기회다.
 
 
'이 시간이 멎는 것이 내가 한 건지 누군가가 한 건지 모르지만 우선 이 쏟아지는 쇠사슬들을 어떻게든 해보자.'
 
 
사방을 빽빽히 둘러싼 쇠사슬들
 
현재 내가 볼 수 있는 시야를 활용하여 피할 구멍-허점을 찾는다.
 
쇠사슬이 너무 근접할 것 같은 루트는 피한다.

쇠사슬 뒤에 또다른 쇠사슬을 감추어놓아 함정처럼 보이는 루트도 피한다.


 

'···그렇게 마음먹는다고해서 바로 찾아지는게 초능력이지 않고 뭐겠어 젠장! 뭐 이건 어디로가든 다 죽을것 같잖아!'
 
 
역시 마음가짐만 그럴싸했다.
아아, 뾰족한 수가 보이질 않는다. 역시 그냥 그 정령에게 쫒기는 편이 더 현명했으려나, 이건 완전히 게임오버다.
 
그렇게 생각하며 낙담하고 있을 때쯤
 
 
[······, ·········?]
 
'···? 방금 목소리가?'
 

방금 목소리가 들렸다!
뭐지, 설마 이 시간 멈춘 것이 풀리려는 전조인가, 
아니면 저 마법사가 이 상태로 내게 말을 걸고 있는것인가, 아니면

-이 멈춘 세상에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걸까.
 
 
[···인! ···려? 들리···야? 대답···해!]
 
 
아무래도 후자인 듯 싶다.
그런데 대답하라고?
어떻게?
무슨 수로?
 
그렇게 한동안 시끄러운 잡음이 오가다
 
 
[끼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끄아아이아아?!?!'
 
 
갑작스런 금속 마찰음에 의한 불협화음과 나의 소리없는 아우성이 시작된다.
 
 
'그만, 시끄러워!! 그만해!!!'
 
 
그러나 금속음은 나의 바램과는 달리 그치지않아 머릿속을 사정없이 할퀴어갔다.
귀는 고통스럽지 않다.
그저 괴음이 내 머릿속을 신랄하게 헤집어놓았다.
 
잠시후,
 
금속음은 멎어들어갔고, 그동안 내 정신은 시원하게 피폐해졌다.
 
 
'그만두라고 소리지르고 싶은데 그럴수도 없어···.'
 
 
고문이 따로없다

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괴롭다고 생각이 되는 나였다.
 
잠시후
 
 
[···으음, 이제야 목소리가 들리려나? 기다렸어. 주인.]
 
 
갑자기 또렷하게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주인네 말로는 뭐라고 했더라, 채널? 그게 잘못된 모양이야. 조정하는 소리가 아마 좀 듣기 괴로웠으려나?]
 

세계는 여전히 멎어있었다.

허나 고요하지는 않았다.


[조금은 미안했을려나?]
 

-나를 주인이라 부르는 소녀가 킬킬거리는 소리에 의해서
 
+ 작가의 말 : 레기나의 알수 없는 언어는 한 단어 한단어씩 거꾸로 읽으시면 해독이 가능합니다! 아, 참고로 제 소설은 항상 20kb 이상일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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