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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늘 같은 색과 또 다른 색
16-03-28 19:57
 
 

-02.늘 같은 색과 또 다른 색-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나의 휴대폰이 울렸다. 문자 메시지가 왔다. 진수에게서 온 문자였다.

 

<현성아, 잠깐 나와 주라! 네 집 근처 카페야.>

 

나는 어디를 가던지 항상 아는 길로만 가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늘 가는 집 근처 카페로 향했다.

길을 걸어가던 중에 한 무리의 아이들이 지나갔다.

! 도우야! 거기 안서냐!!!”

아이들은 길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 하며 뛰어가고 있었다.

지나다니면서 몇 번 본 아이들이다.

말없이 걸어가던 중에 문득 진수가 지난번에 어떤 아이스크림이 먹고싶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래서 근처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려 진수가 말했던 아이스크림을 사가기로 했다.

 

“8500원입니다.”

나는 계산하기 위해서 지갑을 찾고 있었는데 주위에서 자꾸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저사람 잘생겼다.”

, 지금 전화 되냐? 나 방금 존나 잘생긴 형 봄

카드로 계산하고 아이스크림을 들고 나가면서도 계속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내 얘기는 아니리라 생각하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카페에 들어가자 진수가 앉아있었다.

카페 안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잠시 모였던 것은 왜 일까? 모르겠다.

카페모카로 시켰어.”

, 고마워.”

내가 항상 마시는 카페모카를 미리 주문 해 놓은 진수였다.

, 일단 바로 이야기 할게.”

내가 앉자마자 왠지 모르게 결심한 듯 한 얼굴로 말하려는 모습을 보니 무엇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내가 혜린이랑 놀이공원을 가려는데, 너도 같이가자.”

.”

나에게 있어 놀이공원은 그저 사람이 많고 거대한 구조물이 많은 곳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진수와 혜린이가 간다고 한다면 내가 굳이 거절할 이유는 물론이고 가지 않을 이유도 없다.

 

짧은 대화가 끝나자 진수가 받아놓은 번호표에서 진동이 울렸다.

 

위잉- 위잉-

 

커피가 나오기도 전에 대화가 끝나버려서 맥이 빠진 진수였는지, 약간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커피를 가지러 갔다.

잠시 자리에 앉아 기다리자 진수가 왔다.

, 여기 네 커피.”

진수가 내게 건네는 아이스 카페모카를 받았다.

미리 시럽까지 뿌려져 있어 나에게 딱 맞았다.

... 어색한 상황이 되었는데, 다시 한 번 말할게. 내일 놀이공원을 혜린이랑 가기로 했는데 너도 같이 가자.”

내가 대답했다.

“1초의 여지도 없이 결정한 거야...?”

진수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내가 너희들이 무엇인가 하자고 할 때 거절한 적은 없어. 너희가 나오라고 하면 밥을 먹다가도 나갈 수 있어. 한두 번도 아니잖아.”

내가 말했다.

...맞아 그랬지...” 진수는 멋쩍은 듯이 말했다.

그럼, 혜린이한테 이야기 해 놓을 테니까, 그때 보자.”

진수가 말하자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진수가 계산하려 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카드를 주었다.

? 니 카드로 계산하려구?”

, 이번엔 내가.”

그러자 진수가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수와 헤어진 나는 바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가 의자에 앉으려고 할 때 나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하나 왔다.

 

<현성아! 나와!>

 

혜린이었다.

나는 딱히 할 것도 없었으므로 혜린이를 보러 가기로 했다.

혜린이는 근처의 분식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분식은 뜨겁다는 것 말고는 어디가 어떻게 좋은지는 잘 모르지만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 같았다.

혜린이는 나에게 진수에 관해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진수가 나보고 내일 놀이공원 가재!”

혜린이는 약간 들뜬 듯 이 말했다.

재밌겠네.” 혜린이에게 대답했다.

내일 뭐 할지 기대된다. 히힛혜린이가 웃었다.

 

혜린이의 웃음이 정말 순수한 의미에서 웃은 것임을 확신한다.

저런 웃음을 본 것 은 아주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혜린이의 웃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어떤 생각이 하나 들었다.

저 둘은 언제부터 서로가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을까 하는 점이다.

좋다거나 싫다거나 슬프다거나 기쁘다거나 하는 것을 잘 못 느끼고 모르는 나에게는 사랑이란 감정 자체가 매우 생소한 개념이다.

겪어본 적 없는 글로는 알지만 실제로 느껴본 적은 없는 그런 것이다.

나는 진수와 혜린이와 함께 자라왔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나는 감정이라는 게 어떤 것 인지 와 닿지 않았다. 그저 오랜 시간 진수와 혜린이 곁에 지내면서 조금씩 배워온 것 에 불과하다.

나에게 있어 그들은 나의 일부분이자, 나의 가족과 같은 사람들이다.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진수와 혜린이 덕에 조금의 감정은 배운 것 같다.

아닐 수도 있지만. 나는 아직 많이 모자라다.

일상적인 부분에 관해서도 그렇다.

그렇지만 확실한건 진수와 혜린이 때문에 내가 살아가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내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혜린이가 알아챈 건지 갑자기 나의 이름을 불렀다.

현성아! 강현성! 내말 듣고 있었어?”

내일 뭐 할지 기대된다는 것 까지 기억나.”

에이 씨! 안 들었지!” 혜린이가 거칠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지 다시 웃기 시작했다.

놀이공원 기대돼! 히힛

놀이공원이 무엇인지,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혜린이도 진수도 서로 웃으며 말하기에 그곳이 좋은 곳이리라- 하고 생각할 뿐이다.

나에게 있어 매일은 똑같다.

하지만 진수와 혜린이 에게는 매일이 다른 날 일 것이다.

서로의 삶이 있고 서로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굳이 나를 찾아와 주기에 나는 그들을 따라간다. 내가 지금까지 알아온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혜린이와 이야기가 끝나고 헤어졌다. 집까지 걸어가는 길. 그다지 멀지 않다.

 

걸어가면서 생각해 보았다.

기분을 느낀다면 나도 저런 웃음을 지을 수 있을까 하고.

하지만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한가지만큼은 확실하다.

저 둘이 가는 곳 이라면, 내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으리라는 것.

저 둘도 나도 이미 서로를 가족으로 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저 둘도 나를 믿는다는 것. 그것뿐이다.

나의 세계는 회색이지만, 저 둘이 나의 세계를 칠해주고 있다.

난 그것만으로도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

 

집 앞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서있는데 어떤 여학생 하나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안녕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나한테 인사를 하기에 나도 같이 해 주었다.

오빠 25호 살죠?” 여학생이 말했다.

등교할 때, 하교 할 때 많이 봤어요! 옆집인데 친하게 지내요!”

내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여학생은 웃는 얼굴이 되었다.

사실, 오빠는 지나가면서 자주 뵙는거 같아요.”

여학생이 몸을 꼬며 말했다.

내가 사람들 한테 신경 쓰는 편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어.”

내가 말하자 여학생이 나에게 물어보았다.

사람 자체에 대해 별로 신경을 안 쓰시는 거 에요?”

.” 내가 대답했다

왜요?” 여학생은 많이 궁금했는지 나에게 물었다.

뭔가를 바라는 게 없으니까.”

그러자 여학생이 놀랍다는 듯 말했다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어요? 막 뭘 하고 싶다거나 이런 것도?”

엘리베이터가 도착해서 올라탔다.

. 그다지 필요한 게 없으니까.”

그렇구나...” 여학생이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아 참! 오빠! 저는 진아에요! 유진아!” 진아가 말했다.

진아가 먼저 이름을 말했으니 나도 내 이름을 말해주기로 했다.

나는...강현성

앞으로 잘 지내요! 자주 볼 거 같으니까! 인사도 막 하구..!”

진아는 들뜬 듯이 이야기 했다.

 

진아와 대화를 하다 보니 엘리베이터가 20층에 도착했다.

20. 이 아파트의 제일 꼭대기 층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진아는 말이 없었다.

그저 나랑 같이 복도를 걸었다. 같은 방향이니까.

아 전 들어갈게요진아가 문 앞에서 말했다.

. 잘가.” 나는 집으로 들어갔다.

 

내일은 바쁠 것 같다. 나의 색을 받으러 가야하니까.

진수와 혜린이는 나에게 색을 칠해주니까.

진수와 혜린이가 있는 한 미래 라는 것 은 그렇게 까지 어둡고 칙칙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내일은 내일의 색이 온다.

 
+ 작가의 말 : .

고물라디오 16-04-02 20:10
답변  
ㅇ_0;;
데이트 하는 커플에 껴서 갈 정도로 친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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