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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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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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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終末)의 레플리카글 유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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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 Chapter1 (1)
16-02-10 03:50
 
 

Prologue

 

"-결국에는, 이렇게 끝이 났군요."

소녀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애처롭게 울려퍼졌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온 몸을 적신다. 새하얀 피부를 간질이는 빗방울의 차가움에 소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금빛 머리카락을 타고 이마를 따라 흘러내린 물방울이 그녀의 붉은 눈동자를 적셨지만, 그녀로서는 그저 두 눈을 꾹 감는 것이 전부였다.

차갑고 습한 바람이 헤지고 찢겨진 그녀의 옷자락 사이로 파고들었다. 원래는 질 좋은 원단을 소재로 지어졌을 그녀의 고급스러워 보이는 푸른색 예복은 이미 너덜너덜해져 가장 중요한 보온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

하지만 소녀는 비를 피할 수도, 옷을 갈아입을 수도 없었다.

아니, ‘움직일 수조차 없다는 표현이 옳았다.

이제는 일부만 남아있는 성벽에 장식물처럼 매달려있는 것만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으니까.

붉은 보석이 박혀있는 고풍스러워 보이는 네 자루의 단검이 그녀의 양 손과 양 발을 꿰뚫고 두꺼운 석벽에 박혀있었다. 벽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기에 그녀가 움직일 수 있는 부위는 고작 목 윗부분 정도가 전부였다.

"...허망하네요."

텅 빈 눈동자로 구름이 잔뜩 낀 잿빛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녀는 나지막이 탄식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과 그녀의 몸에서 흘러내린 피가 뒤섞여 짙은 갈색을 띄는 물이 흙탕물처럼 웅덩이에 고여들었다. 그리고 그 위를 덮고 있는 것들은 - 대부분 그녀의 수하들이자, 동료이자, 가족이었던 이들의 시신이었다.

"결국에는, 이렇게 끝날 것을."

소녀는 그들의 참혹한 시신을 더는 바라보지 못하고 외면하듯이 눈을 감았다.

 

~~

 

대륙은 끝없는 전쟁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그녀가 태어났던 17년 전은, 백년전쟁이라 명명된 지난 전쟁이 시작된 지 정확히 백년이 되었던 해였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국시대(戰國時代)가 무려 백 년- 한 번의 전투로 수백, 혹은 수천의 생명이 사라지는 세월이었다. 영광된 과거의 유산은 모두 불타버렸고, 남은 것은 시체와 폐허 뿐. 더욱 절망스러운 사실은, 그럼에도 전쟁은 끝날 기색이 없었다는 것이다.

전쟁이든 환란이든, 그것도 아니면 재난이든 언제나 고통받는 이들은 백성들뿐이다. 저 높다란 성 안에서 호의호식하는 위정자들은 백성들의 그러한 고통을 알지 못한다. 아니, 알면서도 외면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대륙의 패자가 되는 것. 그들에게 백성이란 보다 넓은 땅을 차지하면 얻을 수 있는 노동력에 불과한, 단지 그 정도의 존재였다. 때문에 그들은 고통받는 백성들의 모습에서 눈을 돌렸다.

고통과 울분과 탄식과 절규 -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는 전쟁에 대한 절망. 그런 감정들이 침전되고 침체되어 사람들의 마음 속에 독처럼 스며들었다. 대륙 전체에 퍼져나갔다.

그런 대륙에 있어, 그녀라는 존재의 탄생은 어쩌면 단순한 우연이 아닌 필연인지도 몰랐다.

 

공염(恐染)의 마왕, 이리엘 그라나드.

 

그것이 대륙이 그녀를 일컫는 이름이었다.

악마, 마녀, 요녀, 여제 - 수많은 호칭들로 불리웠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칭호는 바로 마왕. 그녀는 실로 공포를 전염시키는 악마들의 왕이었으며, 철혈의 여제였다. 그녀의 손에 멸망한 국가가 모두 셋. 몰살당한 적군의 수는 십만에 달했으니 말해 무엇할까.

대륙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명목으로, 그녀와 그녀의 수하들은 모두 마족으로 낙인찍혔다. 또한 그녀와 연관된 나라들은 대륙의 공적이 되어 하나 둘씩 멸망의 길을 걸었다. 그녀 자신은 말할 것도 없었다.

결국, 그녀의 선포 아래 제국, 글로리어스 킹덤(glorious kingdom ; 영광된 왕국)이 세워진지 1년 반만에 전 대륙의 국가들이 '마왕 처단'의 기치 아래 힘을 모았다. 십여 개의 국가에서 징집된 병사들의 수는 자그마치 223. 그와는 별도로 일만의 기사단과 그에 버금가는 수의 마장기공사(魔張機工士), 마술사(魔術使), 용병들이 투입되었다. 그들이 운용하는 마법병기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으며 마도과학(魔道科學)의 집결체라는 거대병기기간테스(Gigantes)가 다섯 척, 천공의 요새라 칭송받는 비공정(飛空停)이 열두 척이나 모인 사상 초유의 부대였다.

북방의 패자라 칭송받는 대제국이었던 글로리어스 킹덤이었지만 대륙의 모든 힘의 집결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대부대 앞에서는 중과부적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마왕의 비할 데 없는 강력한 마력과 기책(奇策)으로 나름 선전하던 글로리어스 킹덤은 6개월만에 수도, 엘티아라가 대륙연합군에 붕괴됨으로서 멸망하고 말았다.

 

그 결과가 바로 눈앞의 참상이었다.

 

시신은 산을 이루고, 그 피는 강을 이루고

그들의 보금자리였던 땅은 폐허가 되고

그들이 남긴 한줌의 재와 연기는

하늘에서 구름과 비가 되어 흘러내리는, 그런 지옥과도 같은... 아니, 지옥 그 자체의 모습.

 

그리고 남은 건

 

쿨럭!”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는 이 죽어가는 몸뚱이 하나 뿐.

전직 마왕이었던 소녀는, 속이 빈 듯 공허한 웃음을 내뱉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서는 여전히 빗방울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이 땅 위에 내린 수많은 죽음을 애도하는 하늘이 흘리는 슬픈 눈물일런지.

그렇다면 용서해드리지요, 하늘이여. 이 나를 물에 젖게 만든 무례함을. 이 몸을 대신해 죽은 백성들을 위해 눈물 흘려주는 그대를 위해, 그 정도 온정 쯤 베풀어주지 못할까요.

그녀는 무심코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향해 뻗어보려다 손등을 타고 달리는 통증에 정신을 차렸다.

"... 바보같네요."

그녀는 또다시 피가 흐르는 오른 손의 상처를 바라보다 소리죽여 웃음을 터뜨렸다. 죽기 전엔 감수성이 예민해진다더니 과연 그런 모양이다. 여제라 불리던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하는 날이 올 줄이야. 키엘라, 그 녀석이 알았다면 하루 종일 귀찮게 달라붙어 놀려댈텐데.

다시는 그의 쾌활한 목소리를 들을 일은 없겠지. 다른 동료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또한, 이제 다시는 들을 일은 없을 것이다. 이미 그들은 자신만을 남겨둔 채, 세상 그 어떤 곳보다도 멀고도 험한 길을 떠나버렸으니.

"그러니 이제 그만... 이 몸도 쉬고 싶군요."

그녀는 체념어린 어조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모두와 함께 꾸었던 행복했던 꿈들. 그 꿈을 더 이상 꾸지 못한다는 것은 아쉽지만, 이제는 정말로 쉬고 싶다.

 

...졸음이 밀려온다.

어느샌가 그녀를 그토록 괴롭히던 통증도, 추위도 느껴지지 않는다.

희미해져만 가는 시야.

흐릿해져가는 의식.

그리 길지 않은 17년의 인생. 피와 전쟁으로 얼룩진, 하지만 때때로 따뜻한 추억이 살아 숨쉬는 그 17년의 세월을 회상하며 그녀는 눈을 감았다. 저 멀리서 그들이 손짓하는 것이 보이는 것만 같다.

그녀는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눈을 감은 소녀의 눈동자는 더 이상 뜨이지 않았다.

 

 

마도력 612.

대륙의 북부를 재패했던 대제국, 글로리어스 킹덤의 멸망과 함께 백년을 끌어오던 전란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그 소식을 들은 모든 사람들이 환호했다. 가희는 춤을 추며 전쟁이 끝남을 노래했고 예술가들은 그림과 노래로 그 기쁨을 표현했다. 세상 그 누구나 마왕을 무찌른 10왕가들을 영웅의 피를 이은 위대한 왕가라며 칭송했다.

마왕이 죽었으니, 이제는 평화가 찾아오리라. 그들은 그렇게 희망에 찬 미래를 그리며 행복감에 젖어들었다.

하지만 그와 함께 한 소녀의 채 피지 못한 꿈용사가 되어 전란을 종식시키고, 세상에 빛을 가져다주고 싶었던 꿈 또한 조용히 스러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오랜...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다.

 

 

1. 고래와 소녀와 불량정령

 

꾸어엉.

종소리같은 울음소리가 사위 가득 울려퍼졌다. 왔구나. 제드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그 곳에는 새파란 하늘 위로, 천천히 내려오고 있는 거대한 동체가 보였다.

파란 하늘과 대비되는 새하얀 몸. 꼬리까지 쭉 뻗은, 광택이 흐르는 금속질의 비늘. 산처럼 거대한 몸집.

가까워짐에 따라 점차 선명해지는 음영. 그것은 다름 아닌 거대한 고래였다. 그와 동시에 기둥 위의 스피커에서 여성의 안내음성이 들려왔다.

지금 이니마(Inima), 이니마 행 캐리웨일(CarryWhale)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객여러분께서는 잊으신 물건 없이 탑승하실 수 있도록, 본인의 짐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내려오는 그 새하얀 고래를 올려다보며 제드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는 갈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몇 번째인지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무수히 중얼거렸던 그 말을 다시 한 번 입 밖으로 내뱉으며, 제드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옆에 놓아두었던 커다란 갈색 가죽가방을 집어든 그의 표정에는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의 빛이 떠올라 있었다.

순간 그의 머릿속으로 한심하다는 듯한 어조의 소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그러게 제가 뭐라고 그랬어요? 불안하니까 아예 건드리지도 말자고 그랬죠? ? 전화 받지 말자고 그러지 않았냐고요!

, 소리 지르지 마. 머리 울린다.”

쫑알쫑알 잔소리하는 소녀제로의 목소리를 듣던 제드는 소용없는 줄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줄어들리 만무했다.

- , 어때요? 제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요! 그러니까 이런 못생긴 고래에 올라 탈 생각하지 말고 냉큼 발길을 돌려요, 어서! 훠이훠이!

사람을 파리 취급하지 마. 하아, 나도 그다지 가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어쩔 수 없잖아. 가뜩이나 어려운 사정에 일손부족까지 심각하다는데 조금은 도와주러 가는 것도

- 도와주긴 뭘 도와줘요!

순간 제로가 빽하고 소리쳤다.

- , 정말. 이 답답한 주인님 같으니! 언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쪽 땅은 밟기 싫다고 말한 주제에! 여자 얼굴에 홀라당 넘어가서 그렇게 자기 말을 뒤집어도 되는 거에요?

,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릴. 어디까지나 도우미 자격으로 일주일정도 갔다 올 뿐이야. 그 정도는 괜찮잖아?”

제드가 타이르듯이 말했다. 그런 그를 향해 그녀가 빈정대듯이 되물었다.

- 일주일이 한 달이 되고, 또 일 년이 될지 누가 알겠어요?

에이, 설마 그럴려고?”

제드는 손사래를 치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런 그의 목소리에는 왠지 모르게 생기가 없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제로가 혀를 차는 소리를 냈다.

- 주인님도 참, 인생 피곤하게 사시네요.

, 어험. 아무튼 결정 된거다? 더 이상은 불만 없지?”

- 다 말씀 드려요? 오늘 밤이 다가도록 말해도 안 끝날 만큼 쌓여있거든요?

아니, 그것만큼은 용서해 줘.”

제드가 우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로가 한숨을 푹 하고 내쉬었다.

- 정말이지. 조금만 방심하면 사고를 치시는군요. 아아, 나는 대체 어쩌다가 이런 주인을 만나게 된 걸까요.

그야 뭐, 내가 잔소리쟁이 불량정령을 만나게 된 이유와 동일한 거겠지. 늦겠다. 어서 가자.”

투덜거리듯이 대답하고는 제드는 걸음을 다시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머릿속으로 뾰로통한 제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그래요. 가야죠. 가서 충직한 하인처럼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그녀를 졸졸 쫒아 다녀야죠, 그렇죠?

너 말이야.”

울컥한 제드가 그녀에게 무어라 쏘아붙이려한 순간이었다. 그녀가 잔뜩 골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 흥흥. 전 돌아가겠어요. 별일 없는 이상은 부르지 말아주세요. 하기야 제 말을 들어줄 마음도 없으시겠지만!

말과 함께 그녀와 연결되어있던 링크가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머리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무게감 같은 것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랄까. 자기 할 말만 내뱉고 사라져버린 그녀의 처사에 제드는 속으로 부아가 치미는 것을 느꼈지만, 그녀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기에 결국에는 한숨을 푹 내쉬고 포기해버렸다.

그야 나도 알고 있다고. 가 봤자 그다지 좋은 꼴 보지 못하리라는 사실쯤은. 하지만.”

제드는 그렇게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고는 고개를 내 저었다. 다시 터벅터벅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는 그의 시야 저 멀리, 큼지막한 고래가 어서 오라는 듯이 햇살에 반짝거리는 꼬리를 하늘거리고 있었다. 그 태평스런 모습을 보며 제드는 몇 번째인지도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하기야, 제로가 이러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아아, 일레네 씨도 참, 이제와서 나를 부를게 뭐람. 그곳을 떠난 지도 벌써 3년이나 지났는데.’

순간 걸음을 멈춘 제드는 옆에 늘어서있던 가게의 유리창을 무심코 바라보았다. 단정하게 자른 검은 머리에 흑갈색 눈동자이곳에서는 눈에 띄는 전형적인 동양형의 외모에 전반적으로 번듯하다고 말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딘가 시들푸들 메마른 얼굴. 그곳에는 예전과 같은 얼굴이지만 묘하게 삶에 찌든 표정의, 제로의 표현에 따르면 구수한 된장냄새가 풀풀나는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그렇구나. 벌써3년인가.’

그는 찬찬히 유리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살펴보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3. 그것은 그가 제드 크로아티라는 이름으로 이 이상한 세계에 눈을 뜬 이후로 흐른 시간이었다.

 

 
+ 작가의 말 : 엇, 음... 죄송합니다 용그녀는 좀 다듬고 난 후에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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