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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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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따위 되기 싫었다고!글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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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마왕 따위!
16-01-20 21:54
 
 

마왕 따위 되기 싫었다고!

 






 

 

은 물감을 녹여서 만들어진 듯한 아름다운 대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태양이 저 너머로 사라지면서 하늘도 대지와 같은 색을 띄기 시작한다. 주위에는 자그마한 바람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일어나지 마라. 진짜로 죽는다.”

무릎 꿇은 내 앞에서 붉은 빛을 한껏 머금은 그가 입을 연다.

일어나지 말라고. 죽는다고.

하지만 어째서 내 몸은 다시 일어나려고 애 쓰는 것일까? 웃기지도 않는다. 내가 원하는 상황이 아닌가? 처음부터 지금의 세계 따위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었지 않은가.

그런 내가 이렇게 필사적인 이유는 대체 뭘까?

결국 일어나는 것이냐.”

쿨럭……. 크으헤헤…… 나도 잘 모르겠네. 머리는 하지 말라는데…….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걸 어째…….”

비틀!

제대로 서지도 못한다. 이런 몸으로 일어나 봤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당당히 가슴을 핀 채 내 앞에 사내를 노려본다.

하지만 말이야…….”

뇌에서는 미쳤냐고 소리를 치지만 몸은 웃기게도 반대로 행동한다.

너무 멀리 와버렸단 말이야!”

스윽!

손에 쥐고 있던…… 아니, 지팡이로 사용하고 있던 검을 힘겹게 어깨 위로 올린다. 그리고 허리를 곧게 편다.

그녀가 알려준 자세. 내 마지막 일격이다.

절대 포기 못해!!”

!

땅을 박차고 달린다. 그런 나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본 사내가 검은색의 검신을 가진 검을 들어올린다.

어리석은마왕이여!!!”

붉은 세상은 사라지고…… 검은 세상이 다가온다.

 






 

마왕 따위!

 

 

 

 

, 진정하고 지금의 상황을 정리해 보자.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 된 것이고, 무엇 때문에 지금 상황에 이른 것일까?

콜록! 괜찮으십니까!”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멍하니 고개를 들어 올리자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남성이 걱정스러운 눈빛을 한 채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문제는 저 남자가 누군지 모른다는 것이다.

기억을 잃은 것은 아니다. 나는 내가 누군지도 정확히 알고 있으니까.

내 나이는 이제 막 24살이 된 남자다. 정말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나 남들보다 조금 늦게 군대에 들어가 23살에 전역을 하고 복학생으로 대학 생활을 즐기는 평범한 학생일 뿐이다.

이름은 이재영.

그래, 내 기억에는 아무 문제도 없다. 그렇다면 문제는 저 남자에게 있다는 것.

다친 데는 없으십니까!”

마치 자기가 다친 듯이 호들갑을 떠는 저 남자를 보니 내 기억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라는 착각이 든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은 뒤 상황을 정리해 본다.

친구들과 논 뒤.

집에 돌아와.

잤다.

깼다.

그리고 지금 상황.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 혹시 지금 이 상황은 꿈이 아닐까? 정말 리얼한 꿈이구나!

꼬집!

!?”

꿈에서는 아프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서 볼을 꼬집어 봤지만 통증이 느껴진다.

꿈이…… 아니라는 건가?”

마왕님?”

……!?”

남성이 내게 얼굴을 들이 댄다.

두근!

미친거냐!? 저거 남자라고!?’

푸른 머리카락이 빛처럼 빛나고, 붉은 눈동자가 보석처럼 아름답다. 남자답지 않게 가녀린 턱 선과 뚜렷한 이목구비, 완전 미청년 스타일이다. 만약 저 남성의 상의가 찢어져 있지 않았더라면 분명 나는 머리가 짧은 여자로 알았을 것이다.

? 그나저나 방금 나한테…….’

마왕?”

?”

?”

……?”

말이 전혀 이어지지 않는다. 서로 고개를 갸웃 거리며 당황해 한다.

……여긴 어딘가요? 저 돈 없어요. 집에도 빛 밖에 없어서 납치해 봤자 나오는 것도 없습니다. 부탁이니 돌려보내 주세요.”

아무리 생각해도 납치라는 상황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는 최대한 불쌍한 목소리로 남성에게 호소한다.

세상에……. 님한테 죽었다.”

……저기?”

정신 차리십쇼! 마왕님! 기억을 잃으신 것입니까!?”

어어억!”

무슨 힘이 이렇게 쌔!?

내 양 어깨를 잡고 흔드는 남성의 힘은 상상을 뛰어 넘을 정도로 강했다. 고개가 미친 듯이 흔들리고 구역질이 난다.

살력! ……세엑! 요오!”

흔드는 도중에 말을 해서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알아들은 건지 흔드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는 잠시 심호흡.

후우…….”

떨리는 눈으로 천천히 입을 뗀다.

, 저는 마왕님을 모시는 디안이라고 합니다. 당신은 5명의 마왕 중 3번째로 마신님께 선택되신 위대한 어둠의 마왕. 레비안 게르 벨르시오. 유일하게 이곳 인간계에서 그 위대함을 알리고 계신 분이십니다.”

…….”

, 그렇군.

……

…………

── !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런가……! 내가 미친 거구나! 탄산 먹고 취했나?”

아아! 마왕님!”

울상을 지으며 내게 매달리는 디안. 오히려 울고 싶은 것은 나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문지른다.

, 그럼 정리해보면.

나는 일단 뭔지 몰라도 마왕이다.

인간계에서 위대함을 알린다면 정복하고 있는 거겠지. 뻔하지. 그럼 이곳은 판타지 세상이라는 게 된다.

좋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마왕니임!?”

!

나무로 된 문을 박차고 뛰어 나간다.

젠장!?”

나 미친 거 아냐!? 판타지라고!? 이건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탁탁탁!

긴 복도를 얼마나 뛰어 갔을까?

달그락-

뭔가가 부딪히며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듣기 거북할 정도로 괴상한 소리. 마치 서로 잘 맞지 않는 물건들이 모여 억지로 움직이는…….

끼긱?”

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움직이는 해고올!?

난 무서운 것에 약하단 말이야! 정신이 나갈 것만 같은 것을 꽉 잡고 반대 방향으로 뛴다.

덜컥!

그리고 아무 문이나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딸칵!

! !”

문을 잠그고 숨을 고른다. 대체 여긴 뭐란 말이야. 해골이 움직인다니!? 그리고 정상적인 해골도 아니다. 제 위치가 아닌데도 붙어 있는 뼈들이 억지로 인간의 형상을 이루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

문뜩 고개를 들자 거울이 보인다.

……?”

거울에 있는 모습은 나였다.

말 그대로 마왕이라고 불리는 내가 아니라, 평범한 대학생인 내 얼굴이 거울에 담겨져 있었다. 약간 다른 것이 있다면 얼굴에 있던 점들이나 여드름이 없고 깨끗하다는 정도?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머릿속이 너무나 혼잡하다. 정말로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 것인가? 하지만 어떻게? 난 딱히 뭘 한 것도 아니고, 이렇다 할 계기 같은 것도 없었다.

보통 만화나 소설을 보면 미리 알려주거나, 주인공이 뭔가를 해야지 다른 차원에 가는 거 아니었나? 지금 이건 너무 뜬금없잖아.

쿵쿵!

마왕님! 아니, 다른 세계의 아무개분!”

움찔

아까 그 남성. 디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다른 세계의 아무개분이라는 말에 내 몸이 경직된다.

딸칵-

천천히 문을 연다. 그러자 다행이라는 표정의 디안이 나를 반겨준다.

역시……. 마왕님이 아니시군요.”

…….”

내 침묵을 긍정으로 알아들은 것일까? 디안이 한숨을 크게 내쉰 뒤 안심하라는 듯이 평온한 미소를 짓는다.

일단……. 저도 당황스럽군요. 도와드리겠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 말에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뒤로 물러난다.

…….”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

 

……

 

……마왕님은…… 돌아가셨군요.”

?”

내 몸을 검사하던 디안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당신이 마왕님의 몸을 차지하게 되었고, 마왕님의 영혼은…… 지옥으로…….”

으억!? 죄송합니다!”

뭔가 내가 잘못 한 것 같다! 왜 사과하는 지도 모른 채 고개를 숙이며 사과한다. 내 모습에 디안이 어색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말한다.

. 마왕님은 금지된 마법을 발동 중이셨습니다.”

……금지된 마법이요?”

내 물음에 디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잇는다.

다른 차원의 존재. 그것도 자신과 같은 운명의 존재를 소환하는 마법이죠. 왜 금지 되었는지,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그저 발동 식만 있는 마법. 자신과도 같은 존재가 둘 이나 있으면 마왕군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시도 했지만…….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이야.”

, 아하하.”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대체 얼마나 멍청하면 그딴 짓을 했단 말인가? ‘금지된이라는 수식이 붙어 있으면 굳이 건들지 말아야 할 것을, 무슨 중2병이라도 걸렸나. 왜 쓸데없는 짓을 해서 나를 이렇게 만드냐고.

하아아아…….”

최근에 잘 하지 않았던 한숨이 벌써 몇 번이나 나오는 것일까. 아까보다 배로 머리가 아파온다.

그럼 전 어떻게 되는 거죠?”

크게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내 말에 걱정 말라는 듯이 말하는 디안.

?”

잘못 들은 것일까? 자신이 섬기던 마왕이 죽었다는데 저리 태평한 소리를…….

영혼이 바뀌었지만 마왕님은 마왕님.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좋아진 것이겠죠. ‘예전마왕님은 너무나 막무가내셨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차분한 것이 생각이라는 것을 하실 것 같군요.”

사무적인 말투. 너무나도 차가운 그 말에 소름이 끼쳤다.

,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귀찮지만. 상관없겠죠.”

, 잠깐! 잠깐만요! 전 집으로…….”

돌아가실 방법은 없습니다. 말 그대로 불러오는마법 밖에는 없으니까요.”

내 말을 끊고는 단호하게 말하는 디안. 덕분에 정신이 아늑해 졌다. 돌아갈 방법이 없다니…… 여기서 영원히 살아야 된다는 말이잖아.

그럴 수가……. , 나는!”

똑똑!

…….”

…….”

갑자기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우리 둘 다 침묵한다.

디안?”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목소리. 너무나도 가녀린 그 목소리는 소리만으로도 보호 본능을 자극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저절로 미소가 번지는 것을 느끼며 옆을 바라보자 심각한 표정의 디안이 보였다. 어째서 저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거지?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엘!?”

심지어 방금까지만 해도 냉기가 돌 정도로 차갑던 디안이 엄청나게 당황한다. 디안이 당황할 정도라면 엄청나게 무서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끄덕!

그렇다면 숨어야 한다.

끄덕!

마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디안이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황급히 주위를 살펴 숨을 곳을 탐색한다.

옷장!

지금 이 방에서 유일하게 숨을 수 있는…….

콰아앙!

!

뭔가 거대하고 갈색의 것이 내 볼을 베고 지나갔다.

. 죄송해요……. 가볍게 연다는 게……. ! 마왕님!”

히이이익!?”

문이다! 문이 날아갔다!

분명 가볍게 연다고!? 저게 가벼운 거면……!?’

죽는다. 소름이 등골을 타고 머릿속까지 전해진다. 나는 천천히 몸을 돌려 방금 전까지 나무문이 있던 곳을 바라본다.

!?’

, . 이건 말입니다.”

……예쁘다.”

! 마왕님 그 말만은……!”

붉은 빛이 감도는 백색의 머리카락이 반짝인다. 짙고 길게 늘어트린 속눈썹 안에는 디안과도 같은 붉은색의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동자가 있었다. 금방 내린 첫눈 같은 새하얀 피부. 작고 도톰한 핑크빛의 입술. 차마 말로는 설명 못할 아름다움이었다.

소녀는 내 말을 듣고는 몸을 잠시 움츠리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누구세요?”

?”

일 났군요.”

디안이 인상을 찌푸린다. 계속해서 뒷걸음질을 치며 내게 속삭인다.

“‘마왕님은 싸움밖에 모르는 바보였습니다. 얼마나 싸움광 이시던지 여자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으셨습니다. 말 그대로 엘님은 철저히 무시하셨죠.”

그래서 예쁘다는 말은…….”

“‘! 마왕이! 아니다!’ 라는 거죠?”

쓸데없이 강조 안 해도 되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겨우 그 정도로 알아채는 건 아니지 않나요!?”

지금도 제게 존댓말 쓰시잖습니까! 엘님은 마왕님 곁에서 가장 오랫동안 있으신 분이시니 작은 차이도 쉽게 알아채신단 말입니다아!”

타닥!

쨍그랑!

그 말을 끝으로 창문을 깨고 디안이 탈주했다.

……?”

에에에에에엑!?’

나만 두고!? 너 이 자식!? 나를 모시는 놈 아니었냐!?

마왕님은…… 어디 간 거에요?”

히이이익!’

나도 저 창문 밖으로 뛰어 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털썩

소녀의 압도적인 분위기 때문에 다리의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아 버린다. 내 시야에 사늘한 눈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이 들어온다. 마치 냉혹한 사신처럼 표정에 전혀 변화가 없는 상태로 걸어와 더 무섭게 느껴진다. 나는 그대로 눈을 질끈 감고 곧 다가올 죽음을 기다렸다.

스윽-

으으으…….”

…….”

이마에 따스한 손길이 느껴진다. , 이제 죽는 걸까? 하고 싶은 것도 참 많았는데 이렇게 죽게 되다니, 최악이다.

마왕님은……. 돌아가신 거군요.”

움찔

디안과도 같은 말을 하는 소녀. 천천히 눈을 뜨자 슬프게 빛나는 소녀의 눈동자가 눈앞에 보인다.

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소녀의 눈에 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

, 잠깐.”

흐윽! 흐으으윽!”

커다란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입술을 꽉 깨문 채로 슬피 우는 소녀. 너무나도 당연한 반응이었지만 디안을 봐서 그런 것일까? 조금 혼란스럽다.

, 죄송합니다.”

, …….”

내 말에 울음을 잠시 멈춘 그녀가 나를 바라본다.

방긋!

그리고는 태어나서 처음 본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다.

착한 분이시네요.”

…….”

죄송해요. 잠시…… 잠시…… 시간을.”

스윽-

소녀가 힘겹게 몸을 일으키더니 밖으로 걸어 나간다.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까 지었던 그 아름다운 미소를 머릿속에 담겨둔다.

훌륭하십니다. 엘님을 물리치시다니.”

…… 으엑!? 너 언제 온 거야!?”

너무나도 당황한 나머지 반말이 나와 버렸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하지 않는 지 징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척! 하고 엄지손가락을 올린다.

뛰어 내린 척 하면서 밖에 매달리고 있었죠.”

쓸데없이 대단하시네요!?”

일단 마왕님의 방으로 가시죠. 거기가 제일 안전하니 거기서 지금 상황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

내가 지금 상황에서 제일 필요 했던 것이기에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스윽-

두리번- 두리번-

목만 내민 채 주위를 살핀 디안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웃음을 짓는다.

안전합니다.”

…….”

가시죠.”

…….”

거절하고 싶어졌다. 전혀 믿음이 가지 않는다.

터벅- 터벅-

멍하니 디안을 따라 걸으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밖은 영화에서 봤던 중세 시대의 마을이 펼쳐져 있었다. 조금 틀린 것이 있다면 꽤나 단정해 보인다는 것? 마왕성이라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발랄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저기, 디안님.”

말 놓으셔도 됩니다. 마왕님.”

……, , 디안.”

갑자기 말을 놓으라고 해도 쉽지가 않다. 어색하게 디안을 부르자 환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인다.

왠지 기분이 그렇네요.”

네가 놓으라며!?”

놓으셔도 됩니다. 그냥 기분이 나쁘다는 거죠.”

어쩌라는 건데요!?”

이 자식 대체 뭐야!?

그나저나 왜 부르셨습니까?”

바로 화제를 전환하는 디안. 따지고 싶었지만 괜히 길어질 것 같아서 그만 둔다.

, 아까 소녀도 그렇고…… 어떻게 마왕이 사라진걸 아는 거어?”

말 놓는 게 아직은 좀 어색하다.

그야 마왕님의 속을 들여 봤으니 가능한 겁니다. ‘마왕님과는 전혀 다르시거든요, 속이.”

, 그래? 속이란 건 영혼 같은 거지?”

. 그렇게 아시면 됩니다.”

디안이 긍정을 표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나저나 속을 들여 보면 내 정체가 들통 난다는 것 아닌가?

그럼…… 웬만해선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면 안 되겠네?”

정확히는 마족이죠. 걱정 마십쇼. ‘마왕님의 속을 들여 본 자들은 극히 소수입니다. 그리고 그 분들은 현재 마왕성에 계시지 않습니다. 저와 엘님뿐이죠.”

아아…….”

그거 참 다행이다. ……뭐가 다행인지. 지금 이런 괴팍한 상황이 되어버린 상태인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니 참으로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엄마……. 아빠……. 동생들아…….’

집에 있는 가족들이 보고 싶어졌다. 눈물이 저절로 고이지만 다 큰 남자가 무슨 눈물이냐. 최대한 참으면서 머릿속에서 잡생각을 지운다.

지금은 어떻게든 현재 상황을 이겨 내야 한다.’

그 후는 나중에 생각하도록 하자.

끼이이익-

다 왔습니다.”

?”

디안이 금색의 문양으로 화려하게 치장이 된 검은 문을 열어 제친다. 그 뒤로 광택이 나는 검은색의 책상과 금색 테로 치장되어 있는 검은 의자가 보인다. 방의 한구석에는 큰 책장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책은 거의 없었다.

검은 책상 앞에는 유리로 된 접대용 탁자와 푹신해 보이는 쇼파가 놓여 있었다. 아마도 사무적인 일을 하는 장소인 모양이다.

여긴 거의 오지 않았는데 말이죠. ‘마왕님은 이곳이 답답하다며 싫어 하셨거든요.”

아아.”

거의 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먼지 하나 없다는 것은 청소를 자주 한다는 말이 된다. 치우는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분명 엄청난 노력을 했을 것이다.

, 어디서부터 설명을 하면 될지 모르겠군요.”

디안이 접대용 의자에 앉더니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긴다. 나는 쭈뼛거리며 서 있다가 금색 테가 있는 검은 의자에 앉는다.

일단 큰 틀부터 알려드리자면 저희의 목적은 인간계 정복 이었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디안이 천천히 입을 연다.

이었어?”

디안의 말에 나는 의문을 표한다.

. ‘마왕님의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계시지 않으니 과거형으로 표현 한 것이죠.”

그럼…… 난 뭘 해야 되는 거지?”

그거야 마왕님이 정하시는 겁니다. 딱히 저희에게 인간계를 정복하라는 사명이란 것이 없으니 말이죠. 오히려 마신님은 싸우는 것을 싫어하시기 때문에 마왕님을 끈질기게 말리셨지만 결국 포기하셨죠.”

싸우는 거 싫어하는 구나. 마신님.”

의왼데? 내가 알던 판타지 세계랑은 조금 틀리네.

그럼 반대로 천계 쪽? 그 쪽이 싸움을 좋아한다던가?”

천계를 아십니까?”

어떻게 이 세계에 아시는 겁니까? 라는 놀란 표정을 짓는 디안에게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설명한다.

내가 살던 세상에 비슷한 세계관의 책을 읽어서.”

재밌군요. 하지만 천계도 싸움을 싫어합니다.”

그으래? 이상하네. 천계랑 마계랑 사이가 나쁘다던가?”

내 말에 어이가 없다는 눈을 한다.

천계 쪽과 저희 쪽은 무척이나 사이가 좋습니다. 천신님과 마신님이 아주 친한 친구시거든요.”

……그렇구나.”

내 머릿속에 있는 판타지의 대한 지식을 너무 신뢰하면 안 될 것 같다. 하긴, 우리 세상에 있던 그 판타지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것이니까.

천계와 마계가 있고 인간계가 있다는 것을 맞췄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거잖아.

내가 아는 지식이랑 많이 틀리네. 자세히 알려줄래?”

. 방금 말했듯이 천계와 마계는 사이가 좋습니다. 오히려 저희들과 사이가 나쁜 곳은 인간계 쪽입니다. 그쪽은 온통 싸움을 좋아하는 멍청이들만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툭하면 천계와 마계로 넘어와 전쟁을 일으키고 가버리죠. 그것 때문에 매우 골치가 아픕니다.”

, .”

인간계 쪽이 나쁜 쪽이었어!?

서로 지키려는 스켈레톤 가족을 무자비하게 부숴버리는 잔인함이란. 인간이란 무서운 종족이죠.”

, 그렇구나.”

상상이 가지 않는다.

, 그럼 마왕은 그걸 참지 못해서 들고 일어 난거야?”

아뇨, 그냥 싸움이 좋아서 인간계로 오신 겁니다.”

.”

그렇구나. 그냥 진짜로 싸움에 미친놈이었구나. 착한 마왕이라고 착각 할 뻔 했잖아.

아무튼 그렇게 해서 지금 상황은 저희 마왕성을 인간들이 시시때때로 노리고 있는 상황이죠. 최근에 밀리는 추세여서 마왕님이 금지된 마법에도 손을 대신 겁니다. 결국은 망했지만요.”

망해서 미안합니다.”

내 말에 오해 말라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씨익- 웃음을 짓는다.

아까도 말했듯이 오히려 잘 되었습니다. 저희가 밀리는 추세였던 것은 오로지 공격만 할 생각이었기 때문입니다.”

.”

내 이해했다는 얼굴을 보더니 디안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해하신 겁니까!?”

, 이해라기 보단 상식이지. 오로지 공격만 하는 상황에서 최근에 밀리기 시작 했다는 건 적들이랑 심하게 병력 차이가 난다는 건 아닐 테고, 그 상태에서 공격을 나가는 것 보다 수성을 하면 충분히 버틸 수 있잖아?”

수성을 한다면 병력이 몇 배나 차이가 난다고 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으니까.’

내 말을 들은 디안의 눈에서 물가가 맺히기 시작했다.

세상에. 마신님. 저는 제가 태어난 이후로 지금이 가장 기쁜 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정도냐!? 감격에 눈물까지 흘리는 디안을 보니 그 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짐작이 간다. 곁에 다가가서 등을 토닥여 주고 싶을 정도다.

, 그럼 상황도 아셨으니, 이제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목표라도 있으십니까?”

잠시 훌쩍이던 디안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목표?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다른 세계에서 평범하게 지냈던 내게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다.

으음.”

잠시 생각에 잠긴다.

좋아, 그럼 어느 소설에서 봤던 것처럼 마왕성을 테마 파크로 만들어서 친근한 이미지로 접근. 돈과 인기를 축적해서 더 이상 마왕성을 공격하지 못하게 할까?

아니면 마왕처럼 병력을 모아 세상을 정복하는 방법도 있다.

이것 외에도 여러 것이 생각나지만 결국은 하나인가…….’

, 뭔가 생각나신 겁니까?”

!”

확실해졌다.

뭡니까!”

마왕 때려 칠래!”

에에엑!? 그게 무슨 소립니까아!”

내 말에 기겁을 하며 소리치는 디안. 나는 그런 디안의 눈을 노려보며 확실하게 입을 연다.

사방에서 공격이나 받고! 적진 안에서 이 마왕군을 통솔하는 머리 아픈 일 따위 하기 싫다고! 애당초!! 마왕 따위 되기 싫었다고!!”

에에에에에엑!?”

디안의 비명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진다.





 
+ 작가의 말 : 주 마다 연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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