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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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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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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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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이야기, 습작선글 카라멜땅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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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희 #2
15-10-29 02:19
 
 
윤 선생님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혜나에게 있어 생명과 노래는 같았다. 어릴 적 부모를 잃은 혜나를 거두어 키운 그녀의 삼촌은 그다지 음악적 재능이 없는 작곡가였지만, 혜나에게 있어 그는 그 어떤 위대한 작곡가들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마음속의 우상이었다. 팔리지 않아도, 남들이 들어주지 않아도― 언제나 자신의 노래를 목숨과도 같이 사랑했던 삼촌. 그런 그의 심장을 가슴속에 품고있는 혜나에게 있어 노래를 포기한다는 것은 삶을 포기한다는 것과도 같다. 그것은 더 이상 사랑하는 삼촌의 뜻을 이을 수 없다는 것과 같으니까.
'넌 언제나 노래를 불러주었으면 해. 혜나야. 네가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형도 형수님도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알겠니? 그것이 이 삼촌이 너에게 바라는 유일한 것이란다.'
삼촌이 막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에 해주었던 말을 떠올리며, 혜나는 가냘픈 몸을 떨었다.
"미안해, 삼촌. 나 더 이상 삼촌의 바람을 들어줄 수 없을 것 같아."
노래를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되는 건 두렵지만, 그 사람과 더 이상 만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더 두려우니까.
고개를 들어 석양이 지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살짝 화가 난 표정으로 나가버린 그 사람은 지금 어디쯤 걸어가고 있을까?
"…더 이상, 당신의 이름을 부르지 못해도 당신은 괜찮나요?"
창 밖을 향해, 대답을 바라지 않는 물음을 던져본다. 아마도, 당신은 상관없다고 하겠죠. 아니 일단은 괜찮지 않다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은 그런 사람이니까. 자신의 속마음을 남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는 사람이니까. 그런 당신에게 익숙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모르겠어요. 당신이 아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선배, 그 말은 진심인가요?
"이별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은데도."
당신은 그런 말을 하는 것으로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말을 대신한 건가요?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가희는 필요 없다. 그러니 떠나라. 그것이 진정 당신의 진심인가요? 네?
당 연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혜나는 힘겹게 고개를 숙였다. 더 이상 흐느낄 힘도 없었다. 목이 약간 따끔거리고 있었다. 이대로… 죽어버려도.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두려운 것은 더 이상 그를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 다는 것.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나를 그가 받아들여줄 리 없다는 것. 그의 이름 하나 마음 편히 부르지 못하는 나를, 그가 사랑해 줄 리는…. 눈을 질끈 감으면서, 혜나는 오른 손을 들어 자신의 왼쪽 가슴 위에 올렸다. 미약하게나마 두 근 거리는 심장의 느낌이 전해져 왔다. 삼촌, 미안해요.
고개를 돌려, 침대 옆에 놓인 탁자를 바라보니 새하얀 종이가 한 장 놓여있었다.
윤 선생이 남겨놓고 간 수술 동의서였다.




영 원의 리드 보컬인 이 혜나가 병원으로 실려갔다는 것은 하루도 되지 않아 하서 고 재학생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 역시 그 이야기가 알려진 지 단 세 시간도 안되어 전교로 퍼져나갔다. 영원의 가희가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 없다! 평소 그녀의 노랫소리를 즐겨 듣던 남학생들에게 있어 이 이야기는 분명 충격적이리라! 그렇지 않다면, 소문의 진원지인 이 차두와 김 경식이 있는 2학년 4반 앞을 저렇게 많은 남학생들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에워싸고 있을 리가 없을 테니까!
"야, 재들 어쩔 거냐?"
"후후, 역시 일이 재미있게 굴러가는데."
도저히 교실 문을 가로막은 체 책을 읽고있는 한 수빈을 넘어설 용기가 없는 것인지―뒷문과 창문은 아에 잠가 놓았다.―정문 앞에서 죽일 듯이 자신들을 노려보고있는 남학생들을 바라보며, 차두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아, 제길. 역시 네 말을 듣는게 아니었어."
"뭐야? 어제는 나보고 천재 같다며."
"취소다."
"허 어, 사내 대장부 리차드가 고작 이 정도에 물러날 새가슴인 줄은 몰랐는데?"
"맘대로 말하셔…."
완 전히 질렸다는 표정으로 물러나는 차두를 보며, 경식은 싱긋 미소 지었다. 차두의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되어 있었기 때문에 경식은 차두가 발을 빼는 것에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교실 문을 가로 막고 있는 수빈과 짧게 눈을 맞추어 그가 차두의 모습에 동요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을 뿐이다.
"녀석들은 금방 식을 거야. 어차피 재들이 저러고 있는 이유는 우리가 발설한 혜나의 상태보다 오늘 아침에 현빈 선배가 게시판의 기말 고사 기간 시간표 위에다 붙여놓은 영원 악단 이 혜나 이별 콘서트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서 일 테니까."
"…이별 콘서트라. 설마 하니, 진짜 하려고 들 줄은 몰랐는데."
차두의 말에 경식은 살짝 미소 지었다.
" 뭐, 현빈 선배의 생각이야 뻔할 뻔 자지. 분명 할말이 없는 나머지 아무렇게나 말하다 보니 그런 이야기가 나와서 그걸 어쩌다 보니 실행에 옮기게 되었고 그게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었지만, 그건 사실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거라는 거 말이야."
"그런가. 정말, 아무래도 상관없을까?"
"물론 그럴 리가 있겠냐? 아무래도 상관없진 않을걸. 분명."
낙관한 듯한 경식의 말에 차두는 무어라 말을 이으려 하다가, 그가 아련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는 관두었다. 그것보다, 곧 점심시간이 다가오는데 저 놈들을 뿌리치고 어떻게 급식소로 향한다?
"뭐가 어찌 되었건 골치 아프게 됬구만. 아니, 재들은 포스터 붙인 현빈 형한테는 안 몰려가고 왜 저기서 저러고 있데!? 진짜!"




그 질문에 대해서는 내가 대답해주도록 하지. 이 차두군. 자네가 생각하기에 자네는 먼저 건드리지 않는 한 상대하지 않는 2학년 4반의 한 수빈군을 상대하겠는가? 아니면, 기분이 나쁠 때 짜증나는 게 보이면 일단 박살 내고 보는 3학년 2반의 이 현재 선배를 상대하겠는가?
막 용기를 내 현빈에게 무언가를 물으러 왔던 2학년을 완전히 박살 내 쫓아버린 현재가 으르렁 거리며 현빈에게 걸어왔다. 무언가에 열중하는 모양인 현빈은 그가 다가와 무어라 말하기 전까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야, 지 현빈! 솔직하게 털어놓아 봐라! 혜나가 어떻게 되었다고?"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오늘로 벌써 14번째 똑같은 질문을 하는 동급생을 가만히 올려다보며, 현빈은 14번째 똑같은 대답을 했다.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 없다더군."
"그게 진짜냐!"
이번에도 똑같이.
"진짜일세. 본인의 입으로 들었으니까, 신빙성도 높아."
"말도 안돼!"
있 는 힘껏 교실 뒤편의 사물함을 후려치는 현재의 모습에 주변에서 가만히 공부에 열중하던 학우 몇 명이 소스라치게 놀란다. 14번째 같은 광경이다. 현재의 질문이 끝났다고 판단한 현빈이 15번째 고개를 숙이자, 교실 분위기는 다시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지루하면서도 피곤한 고요를 참다 못한 임 서경이 교실 뒤편에서 한편의 발광을 보여주는 현재의 모습을 주시하며 현빈에게 다가왔다.
"무얼 하고 있습니까?"
"작업."
"무슨 작업이지요?"
"무대 기획."
"이번 이 혜나 양 이별 콘서트의?"
"음."
그 건 아무래도 긍정의 표현이겠지요? 살짝 미간을 좁힌 체 무언가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엄청나게 휘갈겨 쓰여진 스케치북을 노려보고 있는 현빈의 모습을 바라보며 서경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교실 문 밖을 보니, 아마도 5번째 희생양이 될 듯 보이는 저학년이 3학년 2반 교실 안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기분이 좋지 않을 현재가 그를 발견하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또 피해자가 늘어나는군요."
"음."
"이쯤에서 현빈 군의 생각을 알고 싶은데요. 정말, 이별 콘서트입니까?"
"음. 왜?"
현빈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서경은 살짝 난감한 듯한 표정을 짓고는, 이내 이마를 긁적이며.
" 도대체 무슨 이별이란 말입니까? 그녀가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된다고 영원을 떠날 것 같습니까? 당신이 붙인 '영원'이란 이름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Endless)―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았나요? 영원히 끝나지 않는 것에 이별이라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만."
"음. 그런가."
"그렇습니다."
서경의 말에 현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이내 본연의 작업으로 돌아갔다. 그런 현빈의 모습에 서경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그가 무슨 말을 하길 바라고 있는 것일까, 자신은. 이대로 그가 이 혜나를 떠나보낼 생각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싶은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설마 하니, 그가 그런 말을 할 리도 없을 테고. 서경이 막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리려고 했을 때, 여전히 스케치북을 바라보고있던 현빈의 입이 열렸다.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가희는 필요 없으니까. 녀석은 떠날 거야."




몇 일 후 금요일 저녁, 친분이 있던 의사에게 혜나의 결정에 대해 전해 들은 윤 선생은 의자 깊숙이 몸을 파묻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그 아이는 삶을 버릴 지언 정 소중한 사람의 행복을 깨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것이 비록 껍데기 뿐일 행복일지라도.
"미안해."
윤 선생은 고개를 떨군 체 낮게 뇌까렸다.
"네가 목숨을 버리면, 현수 씨가 목숨을 잃은 이유가 없어지니까…."
자신이 죽어도, 자신이 사랑한 조카는 계속 살아가기를 바란 그의 마지막 소망이었으니까.
"너는, 살아주었으면 좋겠어."
나는 내가 사랑한 사람의 마지막 소망만큼은, 지켜주고 싶으니까. 그로 인해 네가 상처 받더라도.
"미안해."



하 서 고등학교 대강당. 왠만큼 특별한 일―이라곤 해도 보통 개학식이나 방학식 같은 일―이 없으면 열리지 않는 그 거대한 강당이 문을 활짝 연 것은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였다. 하서 고등학교 학생들은 제각기 그날 오전수업부터 일제히 모습을 감춘『영원악단』멤버들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오늘 오후에 예고된 『영원악단』의 이별 콘서트를 떠올렸다. 그들에게 있어 영원악단은 별다른 자극이 없는 학교생활의 신선한 자극이자 활력충전 제였다. 처음에는 학업성취도를 우려해 영원악단을 철저히 반대해왔던 교사들도 지금은 그들의 활동에 아무런 토를 달고 있지 않은 것은 그 동안 그들이 해온 것이 여러모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가희는 이대로 사라져 버리는 것인가?"
2학년 4반의 토요일 셋째 시간인 국어시간. 언제나 자신의 고민을 시구로 표현하길 즐기는 문 경수군의 버릇에 국어선생은 물론, 학생 모두가 슬픔에 빠져있을 때에도,
대강당에선 한참 공사가 분주했다.



"언제나 생각하는 건데 말이야."
"응."
"우리 단장님은 너무 스케일이 큰 것 같지 않냐?"
"동감이다."
차 두는 눈 앞의 초대형 스크린을 보며, 혀를 내 물었다. 그의 옆에서 가만히 스크린을 바라보는 수빈 역시 비슷한 심정인 모양이다. 그들은 한쪽 구석에서 왠지 군복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인부들이 나르고 있는 것들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는 자신들의 단장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이, 이 일병. 그건 저쪽이라고 아까 말하지 않았나? 어이, 김 이병. 자네 그거 처음 해보는 거지? 그 음향기기는 소중히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단 말이야. 듣자 하니 박 중사가 그것에 대해 빠삭 하다고 들은 것 같으니 그건 박 중사에게 넘기고 자네는 저쪽에서 공 상병을 돕도록. 어이, 뱀 병장! 넌 이런 데서도 뱀을 구워먹고 앉았냐!?"
'하지만… 지 소위님, 아까 랑 말씀이 다르잖슴까.'
'옙, 알겠습니다. 이병 김 상두! 즉시 박 중사님에게 임무를 이행하고 공 상병님을 지원하겠습니다!'
'아, 알았심더. 지송함더. 아침부터 이리 먼데 까지 날아오니 배가 고파서에… 지송함더. 한번만 봐줍소.'
잽 싸게 명령 받은 것을 해결하러 움직이는 부하들을 바라보며, 현빈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작전 시간까지는 앞으로 3시간 정도 남았다. 점심시간을 포함한 시간이라 빠듯한 시간이다. 일단 무대의 메인 스크린은 설치 완료. 그 외에 각종 음향기기도 설치가 착착 진행되어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1시간 내로 모든 설치가 완료되겠지. 의상이나 장비에 대한 문제도 없음. 그것들은 이미 대기실에 모두 옮겨놓았고 만에 하나를 대비한 최종 점검도 마쳐 놓았다. 문제 없다.
"그렇군. 문제 없어. 딱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씁쓸한 듯 중얼거린 현빈은 교복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한 손으로 몇 번 번호를 눌러대고는,
"여기는 대강당HQ, 송골매 나와라 오바."
『…송골매입니다. 오바. 말씀하십시오. 대강당HQ.』
휴 대전화의 건너편으로, 떨떠름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현빈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오전 수업을 조퇴하고 병원으로 파견 나간 코드 네임 송골매, 임 서경의 목소리다. 현빈은 서경의 목소리를 제차 확인한 후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목표는 어떻게 되었나?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길 바란다. 송골매."
『5분 전에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목표는 소실. 소실입니다. 사라졌습니다. 대강당HQ. 저는 지금 담당의사 선생님과 그 건에 대해서 상의 중에 있습니다만, 담당의사 선생님께서는…….』
"간단하게 보고하라. 송골매."
『모른답니다. 알아도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송골매의 보고에 현빈은 살짝 이맛살을 찌푸리고는,
"고문은 해보았나?"
『미쳤습니까? 당신.』
"알겠다. 송골매. 되는대로 귀환하도록. 오바."
『…….』
전화가 끊어진다. 흠, 하고 짧게 고민에 빠진 듯한 현빈은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여기저기서 농땡이를 치기 시작하는 부하들에게 일갈을 토하기 시작했다.
"어이, 뱀 병장! 일 제대로 못하겠나? 응? 한번 기합을 받아봐야 제 정신을 차릴 모양이로군!"




「영원永遠악단樂團 이 혜나 이별 콘서트」
대 강당 출입구 위쪽에 떡 하니 걸려있는 그 현수막은 대강당 앞을 지나가는 모든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동시에 대강당 안에서 울려 퍼지는 잔잔한 멜로디는 그들의 발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처음에는 잔잔하면서, 조금씩 경쾌해져 가고 이내 한번도 춤을 추어 본적이 없는 이라도 신바람이 들릴 만큼 신명 나는 멜로디가 그들을 이끈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는 이들에게 '이별'이라. 불변에 변화가 생기다니. 그것이야말로 모순이 아닌가?"
유 명현 훈장은 대강당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보며 씁쓸히 중얼거렸다. 악단의 이름을 지어주고, 그들에게 노래를 가르쳐준 것은 자신이었지만 그로서는 지금 그들―굳이 말하면 현빈이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아니, 뭐 대충 말해도 된다고 하려면 알고 있다. 녀석은 분명 이런 커다란 일이나 처리하면서 자신의 슬픔을 감추려 하는 것일 뿐이겠지. 언제나 생각하는 것이지만 이런 소박한 시골에서 훈장노릇이나 하고 사는 자신의 수제자 치고는 정말 스케일이 큰 녀석이다. 정말, 나중에 가면 무슨 일을 할지 궁금해지는군.
"유 훈장님도 오셨군요."
낯익은 목소리가 들리기에 고개를 돌려보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의 회색 정장을 입은 윤 선생의 모습이었다. 유 훈장은 살짝 미소 지으며 반갑게 그녀의 인사를 받았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윤 명하 선생님."
"사흘 전에 뵌 것 같은데, 오랜만이라. 과연 현빈 군의 말재간은 유 훈장님을 쏙 빼 닮았군요."
"그렇습니까? 그건 솔직히 별로 기쁘진 않은 이야기로군요."
쓴웃음을 짓는 유 훈장을 보며, 윤 선생은 고개를 돌려 현수막을 바라보았다.
"혜나는… 오늘 여기 오지 못할 텐데."
"네?"
자신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 유 훈장의 모습에, 윤 선생은 살짝 고개를 떨구었다.
"그 아이, 지금쯤이면 병원응급실에 있을 거에요. 어제가 수술 날이었거든요."
"…그렇습니까?"
"설사, 올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아이는 오지 않을 거에요. 알고 있을 테니까. 자신이 더 이상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다는 걸."
"흠."
윤 선생의 말에 유 훈장은 살짝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울리지 않는다고요? 가희가 노래 무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라. 그건 좀 이상하군요."
"그 아이는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 없으니까요. 가희가 아니니까."
"호오."
윤 선생의 말에 유 훈장은 살짝 놀랐다는 듯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이내 한 손에 쥐고 있던 부채를 좍 소리가 나게 펼쳤다.
"그런 것이라면 문제가 없을 듯 하군요."
"무슨 말씀이시죠?"
" 영원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불변의 단어이지요. 한번 가희가 된 이는 목소리를 잃든 무엇을 잃든 끝까지 가희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영원이니까. 변하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이 혜나 양이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이 영원의 무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겁니다.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변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그럴…까요?"
흡족한 듯 미소 지으며 말하는 유 훈장의 모습을 보며, 윤 선생은 씁쓸한 듯 입맛을 다셨다.



한편, 대강당 안에서는 한창 리허설이 계속 되고 있었다. 몇 번 기타 줄을 튕기고, 키보드 건반을 두들기고―장구를 두들기고, 꽹가리를 치고―리듬을 잡으며, 드럼을 치고―북을 치면서, 징을 울리고―모든 것이 한가지의 가락으로―아싸 좋구나! 각기 자신의 장기인 악기들을 연주하느라 정신이 없다. 영원 악단의 연주법은 어찌 보기엔 어울리지 않는 동서양의 모든 악기들을 총괄해 난잡한 화음을 내뱉는 듯 보이지만,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불변의 진리―음악은 즐거워야 한다 를 잊지않은 최고의 연주법이다!
"좋아, 이 정도라면 충분하겠군. 어때? 한 수빈군."
"괜찮아 보입니다."
"오케이. 좋았어. 이대로 간다!"
수빈의 호응에 현빈은 들고있던 꽹가리를 내려놓고는 옆에 있는 기타를 집어 들었다. 몇 번 줄을 튕겨보며 음을 잡는가 싶더니,
"어이, 리차드. 노래는 괜찮겠나?"
그의 물음에 살짝 찌푸린 표정으로 마이크를 붙잡고 있던 리차드가 죽을상을 하며 대답했다.
"으… 글쎄요. 근데, 정말 이 가락은 혜나 말고 소화해낼 수 있을 사람이 없을 것 같은데요. 솔직히 전 무리임다. 그건 혜나가 들어오기 전에 현빈 형도 인정했잖아요."
"음, 그렇기는 하지만."
"전 이거 못해요. 그러니까… 우리 이런 거 그만두죠."
"그럴 수는 없네."
단호히 거절하는 현빈의 모습에 차두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현빈은 마이크를 쥔 체 한숨을 포옥 내쉬는 차두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리고는 어느새 모여들고 있는 하서고 학생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어이, 자네들! 즐거운 무대를 보고 싶은가?"
현빈의 물음에 강당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돌아온다.
【물론!】
"좋아, 그럼 이 몸과 친구들이 자네들이 원하는 그 무대를 보여주도록 하지. 뭐, 이것이 일단 '이별'무대 기는 하지만 말일세."
그렇게 말하고는, 그는 곧바로 들고있던 기타 줄을 한 가닥 튕겼다. 곧 이어 베이스를 든 수빈이 아무 말 없이 그를 뒤따른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끝까지 마이크를 쥔 체 한숨을 내쉬던 차두 마저 단장이 연주를 시작하자 그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잔잔하다가 갑자기 경쾌해지고― 그리고 곧 이어 신명 나는 가락이 강당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이것이 우리들의 락(樂)이라네!"
신나게 소리치며, 기타 줄을 튕기는 현빈.
"오늘은 절대 즐거울 락(樂)이 나올 무대가 아니지 않나요…."
기어가는 목소리로 작게 지적하는 차두.
어 쨌거나, 무대는 시작되었다.




한편, 대 강당 2층에 위치한 임시 음향관리실에서 무대를 내려다 보고 있던 경식은 막 연주를 시작한 현빈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도대체 뭐가 '이별'무대라는 겁니까. 당신은 정말 이별 무대에서 까지 즐거울 락(樂)을 사용하는 변함이 없는 사람이군요. 말 그대로 영원에 딱 어울리는 사람이로군. 후, 하고 작게 한숨을 내쉰 경식은 살짝 고개를 돌려 음향관리실의 한편에 비치된 의자에 앉은 체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를 의식하고는 살짝 미소 지었다.
"조금만, 조그만 더 기다려줘."




"아아, 오케이― 듣고 있나? 우리들의 즐거울 락(樂)을 말이야!"
【듣고 있어, 물론. 언제나 당신의 곁에서!】
"좋아, 그 자세가 가장 바람직한 자세일세. 언제나 락(樂)을! 풍류를 즐기는 자세 말이야!"
연주가 계속된다. 강당을 떠나갈 듯 비명을 질러대는 학생들이 있다. 영원악단의 모두는 혼신을 다한 격주를 계속했다. 그것은 난감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은 차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계속해서 곁눈질로 2층의 음향관리실 쪽을 바라보면서도, 지치지도 않고 가사를 읊었다. 단순하고 평범한 가사일 뿐이었지만, 그의 힘찬 목소리는 모두에게 경 쾌라는 새로운 악기의 소리로써 들려오고 있었다.
좋아, 좋군. 잘하고 있네, 제군들― 그래, 그것이 가장 바람직한 자세일세. 슬픔을 잊고, 아니 슬픔이 무엇인지 그대들은 알고 있기나 한 것인가? 내가 보기에 그대들이 알고 있는 것은 즐거움뿐인 것 같은데. 설마 그대들, 지금 이런 상황 속에서 즐거움을 잃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 할 수 없을 것일세. 그것은 우리 불변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모순된 것이니까 말이야. 우리들의 노래는 언제나 즐겁다네. 그것은 불변하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영원히 자네들에게 즐거운 노래를 전해줄 수 있는 것일세. 아참, 만약 우리들 중 누군가가 졸업한다고 해서 이 영원의 노래가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말게나, 만약 누군가가 노래를 그만둔다 하더라도 자네들 중 누군가가 새로이 노래를 시작하면 문제 없을 테니 말이야!
"아아, 오케이― 듣고 있나? 우리들의 즐거울 락(樂)을 말이야!"
격주가 계속됨에 따라 대강당은 어느새 떠들썩한 분위기로 변해가고 있었다. 혼신을 다해 키보드를 연주하던 수빈은 가만히 고개를 돌려 2층의 음향관리실 쪽을 바라 보았다.
경식, 아무래도 네가 계획한대로는 되어가지 않는 것 같은데? 우리의 우직한 단장은 아무래도 자신의 허언을 진심으로 만들려는 경향이 있는 듯 해. 어쩌면 그는 이미 자신의 허언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는지도 모르겠어. 자, 어쩔 생각이지? 너는.
 
+ 작가의 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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