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마이페이지
 
Q&A
[공지] 노블엔진 홈페이지가 …
[꿈꾸는 전기양과 철혈의 과…
《노블엔진 2017년 4월 2차 …
[리제로 10 + 리제로피디아] …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
 
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 전체 게시판 규정사항 *


1. 개인간 쪽지로 할 수 있는 용무를 글로 쓰는 것을 금지합니다.

2. 이용자 불특정 다수, 혹은 불특정 개인에 대한 불만글 역시 동일하게 취급합니다.

3. 상대방을 기분나쁘게 할 수 있는 욕설이나 폭언을 자제해주세요.

4. 연재 게시판에 한해 하루 새로운 제목을 가진 3개 초과의 게시글을 금지합니다.

5. 이용자 불특정 다수가 불쾌함을 느낄 수 있는 글 (예:성인향 글, 특정 정치성향을 포함한 글) 을 자유 게시판, 연재 게시판을 포함한 모든 게시판에서 금지합니다.


첨. 광고글, 저작권 위반 자료의 경우 경고 없이 게시물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참조 - http://www.novelengine.com/bbs/board.php?bo_table=free&wr_id=4427400

 
천사는 하늘을 원하지 않는다 (완결)글 iCaNiT.A.Cho
라이트노벨
 
 
첫회보기 관심
목록 이전 다음
 
 
Track No. 04 - Negotiation (3)
13-05-23 20:21
 
 

  나 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은 상아 누나의 물음에 김아영은 아무 말 않고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녀가 애지중지하며 가지고 다니는 그 MP3였다. 갑자기 저건 왜?

  나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의 물건이었지만 상아 누나는 누나 나름대로 그것을 알아본 모양이었다.

  “이거, 기타 할아버지 거잖아.”

  누구야, 그게.

  “역시 아시네요.”

  “왜 네가 가지고 있어?”

  “저희 친할아버지니까요.”

  상아 누나는 김아영을 멀뚱히 바라봤다. 그러다 손바닥으로 무릎을 내려쳤다.

  “역시! 기타 할아버지가 아영이네 할아버지셨구나! 어째 처음 봤을 때부터 범상치 않으시다 했지. 처음부터 우리는 만날 운명이었던 거야!”

  내가 데려왔거든.

  흥분한 상아 누나에게 손을 뻗어 대화에 끼어들었다.

  “저기, 지금 난 무슨 이야기인지 도저히 못 알아 듣겠는데.”

  “좀 기다려. 가만히 있으면 다 알게 돼. 남자가 왜 그렇게 진득하질 못해?”

  톡 쏘아붙여 나를 입 다물게 만든 상아 누나는 조금 낮아진 톤으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지금 할아버지는 어디 계셔?”

  “영국이요. 요양 중이세요.”

  “어디 편찮으신 거야?”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지금은 많이 좋아지셨어요.”

  그 말을 하며 보인 미소에는 다행이라는 감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던 상아 누나도 조금은 안심했는지 어렴풋이 웃었다.

  “제가 가출한 건 그것 때문이에요.”

  “공연?”

  “. 아빠가 완강하셔서.”

  간단한 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상아 누나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의 명성은 순간이니까. 일단 자리 잡힌 콘셉트를 바꾼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기도 하고. 다 널 걱정해서 그러시는 거겠지만, 너도 알고 있을 테니 별 말은 안 할게.”

  상아 누나의 배려심 깊은 말에 김아영은 멋쩍게 웃었다. 비어버린 캔을 주시하던 그녀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할아버지께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아주 어렸을 때, 약속했거든요. 제가 무대 위에서 록을 하겠다고.”

  “그 할아버지에 그 손녀딸이네.”

  김아영은 탁자 위의 MP3를 상아 누나 앞으로 밀었다.

  “이거 오래 된 거라 용량이 적어서 들어가는 곡 수도 많지 않아요. 할아버지는 정말 좋아하는 곡 몇 개만 넣어가지고 다니셨죠. 그리고 그 중에는 언니 것도 있어요.”

  “. 기타 할아버지도 참. 부끄럽게.”

  상아 누나는 실실 웃으며 이리저리 MP3를 손가락 끝으로 톡톡 건드렸다.

  “그래서 언니를 찾았어요. 언니라면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무슨 말인지는 잘 알았어.”

  김아영의 입가에 환한 웃음이 피었다.

  “그럼 저랑 공…….”

  “그 전에.”

  하지만 상아 누나는 김아영의 말을 끊고 나를 힐끗 바라봤다.

  “준이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

  저 말이 언제 나오나 노심초사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나는 손을 꽉 쥐었다. 반면에 김아영은 미소를 싹 지웠다. 우리 둘의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협박할 필요가 있었어?”

  “안 그랬으면 돌아갔을 테니까요.”

  김아영은 지지 않고 대답했다.

  “네 말은 준이가 돌아가서 알릴 수도 있다. 그런 거잖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어요.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이미 조사가 들어갔을 수도 있고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쟤를 제 곁에 강제적으로 묶어두는 거죠.”

  “맞는 말이야.”

  “그렇게 수긍하면 어떻게 해?”

  순순히 인정하는 상아 누나에게 나는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렇잖아. 틀린 말은 없어. 방법이 잘못되었을 뿐.”

  “그러니까…….”

  상아 누나가 내 팔을 붙잡았다. 새까만 두 눈으로 나와 시선을 맞추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렸다. 나는 입을 닫고 뚱한 표정으로 김아영의 말을 기다렸다.

  그녀는 나를 힐끗 보고는 상아 누나를 향해 말했다.

  “방금도 말했지만 저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을 택했을 뿐이에요.”

  “사람 입막음 하는 데에는 죽여 놓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말이 있지.”

  김아영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상아 누나는 캔 뚜껑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계속했다.

  “나도 너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똑같이 행동 했을 지도 몰라. 누군가 내 일을 망칠 것 같으면 그를 억압해서 내 목적을 취하겠지. 아마 그럴 거야. 그럴 만한 힘도 있고 나름 긴박한 사정도 있으니까. 하지만 옳은 방법은 아니야.”

  말을 마치고 가만히 김아영을 지켜보던 상아 누나는 처진 분위기를 끌어올리려는 듯 조금 톤이 올라간 목소리로 장난스럽게 말했다.

  “, 이렇게 말해도 준이를 믿는 건 무리겠지?”

  “……. 힘들어요.”

  젠장.

  “그럼 우리가 해야 할 건 무엇보다 서로에게 믿음을 가지는 거네?”

  우리가 누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멀뚱히 바라보기만 하자 상아 누나는 한층 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록은 서로 믿는 거야. 맨날 짜증내고 싸우는 사람들은 많아. 하지만 그들이 무대 위에 함께 올라간다는 건 그만큼 서로를 믿기 때문에 가능한 거야. 네가 록을 하겠다면 먼저 그것부터 해야 해. 어쨌거나 도와주기로 했다면 그때부터 같은 팀이니까.”

  대충 짐작은 했지만, 상아 누나 특유의 개똥철학이었다.

  분명 저 말에 위배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혹자는 허울뿐인 말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저 말이 누나의 신념이라는 것이다.

  저런 말을 해놓고 전혀 낯부끄러워하지 않는 것도 능력이다, 능력.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김아영은 꽤 고심하는 것 같았지만.

  “마침이라고 해야 할지, 잡힌 공연이 있기는 해.”

  뜬금없이 주제를 바꾼 상아 누나의 말은 혼자 생각에 빠져있던 김아영의 얼굴에서 화색이 돌게 만들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야?

  “친한 밴드 몇몇이랑 몇 달 전부터 기획한 거야. 처음에는 술자리 내기처럼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미 상당부분 진행됐지. 방식은 별 거 없어. 1월에 있는 네 번의 일요일마다 한 팀씩 공연을 하는 것. 대략적인 느낌은 신년 맞이 1월을 날려버리자! 예이!’ 정도?”

  상아 누나는 한 팔을 힘차게 들어올렸다. 하지만 호응이 없자 .” 살짝 삐진 느낌으로 설명을 계속했다.

  “일정대로라면 첫 번째로 하는 밴드는 이제 일주일 후에 공연이 있는 거지. 그리고 마가렛은 1월의 맨 마지막 일요일이야. 오늘 공연 때문에 다들 배려해주더라고. 이번 공연에서는 오늘과 다르게 작업해왔던 신곡도 선보일 거고 다른 몇 가지를 더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영이가 참가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할 게요. 해요, 우리!”

  조금 전까지의 고뇌나 걱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공연을 하자는 뉘앙스에 김아영은 어린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상아 누나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누나는 여유롭게 웃으며 잡히지 않은 손으로 손가락 하나를 펴보였다.

  “좋아. 하지만 조건이 있어.”

  “조건이요?”

  김아영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 만약 충족되지 못하면 네가 아무리 엔젤로라고 해도 같이 공연하지 않을 거야.”

  상아 누나는 단호하게 말하며 새 캔을 들고 눈앞에서 살살 흔들었다.

  “왜요?”

  “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원래 함께 공연하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어. 정확하게 뭐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내 기준 안에 들어오는 사람이랑만 공연해. 그게 내 철칙이고. 아까 말했지? 록은 서로 믿는 거라고. 너희에게는 그게 보이지 않아. 협박해서 이루어졌든 돈으로 이루어졌든 팀이잖아? 나에게는 충분히 거부할 만한 일이지.”

  “잠깐. 나도 해야 돼?”

  나는 다급하게 상아 누나의 말을 끊었다. 하지만 상아 누나는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이 협박당했잖아.” 이 한 마디로 내 입을 막았다.

  “평소에는 일정 기간 동안 그 사람을 보고 어떨지 파악해. 하지만 지금은 시간도 그렇게 많지 않고 특수한 경우니까 내가 내건 조건 세 개를 충족시키면 돼. 별로 어렵지는 않을 거야. 아마도.”

  말을 마쳤다는 의미로 상아 누나는 맥주를 쭈욱 들이켰다. 그 작은 몸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술이 들어가는지 매번 신기할 지경이다. 하지만 김아영은 눈살을 찌푸린 채였다.

  “세 개나요?”

  “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어? 명색이 엔젤로가 오디션을 보는 건데. 게다가 평소처럼 시간 잡아먹지 않는 게 어디야? 안 그래?”

  김아영이 결과는 내놓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저에게는 선택권이 없죠. 그걸로 공연을 할 수 있다면.”

  “계약 성립이네.”

  상아 누나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김아영은 그 작은 손을 바라보다가 결심한 듯 힘 있게 마주잡았다.

 

  상아 누나가 급한 걸음으로 화장실에 들어가자, 김아영은 긴장이 풀린 듯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푹 퍼졌다. 물론 정말 엎드리거나 한 건 아니지만 표정부터 상체에 힘이 빠져 있는 것까지 영락없는 폐인의 모습이었다.

  마찬가지로 급변하는 분위기에 지친 나는 냉장고에서 투명한 패트병을 꺼냈다. 이럴 때는 차가운 물만큼 좋은 게 없다. 정신이 확 깨니까.

  “나도.”

  내가 물 마시는 것을 본 김아영이 손을 뻗었다. 나는 그 가느다란 팔에 물통을 안겨줬다. 그녀는 그대로 패트병 입구를 입으로 가져갔다. 다시 나애게 패트병을 돌려줬을 즈음에는 조금 전보다는 진정된 얼굴이었다.

  “앞에 컵 있잖아.”

  “시끄러워.”

  패트병 뚜껑을 손톱으로 건드리며 반복적인 소리를 내던 김아영은 내 참견을 날카로운 말로 내쳤다. 나는 빠른 동작으로 뚜껑을 가로채 패트병을 닫고 냉장고에 넣었다.

  “고마워.”

  냉장고의 찬기와 함께 김아영의 목소리가 다가왔다.

  “뭐가.”

  “상아 언니랑 만나게 해줘서.”

  “그렇게 고마우면 날 보내줘.”

  나는 냉장고 문을 닫으며 퉁명스럽게 답했다.

  “그건 안 돼. 고마운 거랑 믿는 건 별개야.”

  “그래, 그건 별개지.”

  화장실을 나오면서 상아 누나가 김아영의 말에 힘을 더했다. 저 여자는 아군이야 적군이야? 내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자 누나는 옆에 앉으며 내 볼을 꼬집었다.

  “누나는 도대체 누구 편이야?”

  그 손을 떼어내며 묻자 태연하게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편.”

  “뭐야 그게.”

  아직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빨갛게 변한 볼이 약하게 화끈거렸다.

  “나랑 아영이랑 너는 이제 한 팀이야. 협박과 부탁으로 이루어진 괴상한 공동체이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팀이야. 팀원 간에 없는 신뢰? 만들어야지.”

  “뭘 해야 하죠?”

  나와 달리 김아영은 별 불만이 없는 것 같았다. 그저 해야 할 일을 알고 빨리 시작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첫번째는……,”

  잠시 뜸을 들이던 상아 누나는 큰 결심이라도 한 투로 말했다. 두 눈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나랑 놀아줘.”

  “?”

  “?”

  나와 김아영의 똑같은 반응에 상아 누나는 소리 내어 웃었다. 우리 둘의 표정이 좋지 않다는 것-이유는 다르지만-을 확인한 누나가 말을 덧붙였다.

  “참고로 장난 아니야. 내가 만족할 때까지 놀아줘. 이게 첫 번째 조건이야.”

  조건이라기보다는 미션이잖아.

  “이해 못하겠어요.”

  “록은 자유야. 제일 가출적인 음악이지.”

  제발 저런 정의를 내릴 때 자랑스럽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들킬 지도 모르잖아요.”

  “각오해야지.”

  “……좋아요.”

  상아 누나의 단호한 말에 김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게임이었다면 퀘스트 수락 효과음이라도 났을 분위기였다.

  “언제 찾아갈지 몰라. 그때부터가 시작이야. 자취방 주소를 알려줘.”

  상아 누나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약점을 모두 쥘 생각이다. 찾아간다는 전제로 모든 걸 휘어잡았다. 과연 김아영이 이것까지 받아들일까?

  하지만 내 걱정 아닌 걱정은 기우였던지, 김아영은 곧바로 종이에 간략한 주소를 적어 상아 누나에게 건넸다. 누나도 약간의 실랑이를 예상했던 건지 허탈한 미소를 짓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세 개 모두 충족시키지 않으면 소용없는 거죠?”

  “당연하지.”

  대화가 멈췄다.

  필요한 이야기는 다 마쳤다는 듯 상아 누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쭈욱 켰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조금 기분 나쁜 웃음을 보이더니 맥주 하나를 새로 따서 홀짝이는 김아영에게 손을 뻗었다. 살짝 움츠러드는 어깨가 보였다.

  “머리가 엉망이야.”

  부드러운 목소리로, 누나는 김아영의 짧은 머리카락 끝을 조심스럽게 만질 뿐이었다.

  “이리 와. 다듬어 줄게.”

  상아 누나는 김아영의 손에서 맥주를 뺏은 다음 그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다른 손으로는 책상을 뒤적거려 꺼낸 가위 하나.

  “아뇨. 괜찮아요.”

  김아영은 당황해서 손을 빼내려 했지만 누나는 막무가내였다.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엉망이잖아.”

  말릴 새도 없이 상아 누나는 김아영을 데리고 화장실로 향했다.

  잠깐 소란스럽던 화장실은 곧 잠잠해졌다. 열린 문틈으로 사각거리기 시작한 가위 소리와 조용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예전에 내가 가출했을 때, 알바 겸 했었어. 같이 밴드 하던 언니가 가출해서 할 일 없으면 이거라도 도와줄래?”라고 그러더라고. 그때는 정말 갖은 욕이란 욕은 다 했어. 물론 나중에는 펑펑 울면서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덥석 자리를 꿰찼지만.”

  상아 누나가 부끄러운 듯 웃는 소리에 김아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누나의 혼잣말 같은 이야기만 들려왔다.

  “미용 가위가 아니라서 제대로 해주지는 못하지만, 대충 다듬는 정도는 할 수 있어. 여자잖아? 언제나 예쁘게 하고 다녀야지.”

  잠시 후 김아영은 머리카락 끝을 매만지며 화장실에서 나왔다. 정말 배웠던 것인지 조금 전과는 확실히 비교되게 정리되어 훨씬 보기 좋았다.

  “어때?”

  화장실에서 따라 나온 상아 누나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보다 훨씬 괜찮아. 정말 배웠나 보네?”

  “이 누나가 좀 할 줄 아는 게 많지! 로커니까!”

  자기 어깨를 두드리며 상아 누나는 말했고 나는 토하는 시늉을 했다.

  “이제, 가볼게요.”

  나와 상아 누나의 투닥거리는 대화 사이로 김아영의 말이 끼어들었다.

  이미 반쯤 옷을 챙겨 입은 그녀는 나에게 자꾸 눈치를 줬다. 여기 있으면 안 되냐는 물음은 절대 허용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기에 나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옷 입으면서 들어.”

  상아 누나는 웃는 것 같기도, 울 것 같기도 한 미묘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출이라는 건,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일이야. 평생 못 갚을 잘못이라고. 그런데 이건 또 하나의 길이기도 해. 내가 해봐서 알아.”

  선글라스를 쓰기 전, 김아영과 상아 누나가 시선을 마주쳤다.

  “그래서 너에게 선택지를 준 거야. 나는 막을 수도, 막지 않을 수도 없으니까. 록을 하고 싶은 거지?”

  김아영은 대답하지 않고 선글라스를 썼다.

  “, 그리고 준아.”

  “?”

  나는 다시 김아영의 자취방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에 완전히 다운된 기분이었다. 힘없이 누나를 향해 돌아서자 눈앞에는 맥주 한 캔이 대령해 있었다.

  “마셔.”

  “싫어.”

  “마신다며!”

  “우리 집에 가면 마실게.”

  시큰둥하게 대답하고 모자를 눌러썼다.

  “아까랑 말이 다르잖아! 이 겁준이!”

  “, 몰라.”

  나는 서둘러 현관으로 향했다. 내쫓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뭐야, 이게?

  “너 그렇게 약속 안 지키면 후회한다?”

  “해보시든가.”

  코웃음을 치며 나는 문을 열고 누나의 자취방을 나섰다. 곧 김아영이 나를 따라 나오고 자신만만한 상아 누나의 표정이 우리를 배웅했다. 문틈 사이로 볼 수 있었던 시계는 새벽 1시가 넘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건물 복도는 여전히 썰렁했고 계단을 내려가는 김아영의 발자국 소리는 한층 더 분위기를 음울하게 만들었다.

  올해의 마지막날이었다.

 

 
+ 작가의 말 : 다음 화부터 본격 스타트!

cmdexe 15-06-05 13:29
답변  
이완되었군요. 갈등이 해결되어서 약간 심심하기도 합니다.

다음 화를 기대하겠습니다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제휴문의 이용약관 개인정보보호정책
주소 : 인천광역시 부평구 평천로 132 (청천동) TEL : 032-505-2973 FAX : 032-505-2982 email : novelengine@naver.com
 
Copyright 2011 NOVEL ENGIN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