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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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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하늘을 원하지 않는다 (완결)글 iCaNiT.A.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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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No. 03 - On The Melody (3)
13-05-21 22:19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다 씻었을 리는 없다. 무슨 일이지?

  나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일어나지도, 앉지도 않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가만히 화장실 문을 바라봤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그 틈새로는 갈색 눈동자만이 또록또록 굴렀다. 분명 불만이 있는 눈치였다.

  “……들리냐고 물었잖아.”

  “, 미안. 들려.”

  내 대답을 듣자마자 김아영은 다시 잽싸게 문을 닫았다.

  “……보일러 좀 켜줘.”

  “?”

  “전등 스위치 위에 있으니까. 빨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조금 전까지 긴장 어쩌고 했던 스스로가 바보 같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재차 나오는 한숨은 널따란 방 안의 전경에 대한 감상이기도 했다.

  벽과 문은 물론이고 내가 앉아 있는 침대의 머리맡을 비롯해 옷장문과 책상 끄트머리 등에도 죄다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각종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이름 모를 뮤지션들의 포스터는 그것이 붙지 않은 곳을 찾는 게 더 빠를 지경이었다. 심지어 화장실 문에는 기괴한 가면을 쓴 남자-팔에 근육이 굉장한 여자일지도 몰랐다-가 마이크를 붙잡고 있었다.

  그런 것들과 함께 알 수 없는 약품 냄새가 희미하게 풍긴다는 것을 제외하면 오히려 한적한 방이기도 했다. 정말 기본적인 것 외에 꺼내놓은 물건은 거의 없었고. 이쯤 되는 방이라면 하나쯤 있음직한 텔레비전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책상 아래 커다란 상자가 신경 쓰이기는 했으나 데인 경험이 있기에 건드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김아영은 왜 가출을 한 걸까?

  지금까지의 정황상, 이 자취방은 그녀가 가출 후 생활하는 공간이라는 말이 된다. 나는 아직까지 김아영에게 협박만 당한 채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런 것들은 아무래도 좋았다. 어찌되었든 나는 빨리 이 상황이 해결되기만 바랐다. 그렇다면 벗어날 수 있겠지.

  아니면 정말 확 나가버릴까?

  지금까지 그녀를 따라온 행동이 멍청한 짓으로 변하겠지만, 지금 상황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다만 순식간에 학교나 매스컴을 지배하는 모습의 김아영을 떠올리면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평범한 인간끼리의 관계에서도 직접적이지 않은 방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김아영이라면……. 솔직히 그 범위는 상상하기조차 힘들었다.

  그런 갈등 속에 한창 빠져있을 때, 화장실 문이 열렸다.

  희뿌연 김과 함께 김아영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옷가지가 수북했다. 가녀린 몸매에 꼭 맞는 트레이닝복은 이 방과 절묘하게 어울렸다.

  나를 보자 조금 전 일이 생각난 듯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멋쩍게 웃었다.

  “보일러 켜는 걸 깜빡했지 뭐야. 아직 익숙하질 않아서. 옷도 다 젖어서 다시 입고 나갈 수도 없었고. 고마워.”

  하지만 나는 아무런 반응을 보일 수 없었다. 아니 반응하지 못하는 것이 내 반응이었다. 그녀의 모습은 나에게 충격을 주기에 차고 넘쳤으니까.

  김아영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았던 금발이 온데간데없었다. 짧게 자른 검은색 머리카락이 원래의 것을 대신하고 있었다. 마치 스스로 자른 것처럼 군데군데 길이도 제각각이었지만 워낙 외모가 출중하다보니 보이쉬한 매력도 있었다. 모든 것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내가 놀라서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자 요령 좋게 한 손으로 머리를 말리던 김아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너 머리…….”

  김아영은 자신의 앞머리 끝을 흘끗 올려다보고 별 것 아니라는 투로 답했다.

  “보면 몰라? 잘랐어, 내가.”

  진짜 스스로 잘라서 그렇게 엉망인 거냐.

  “그냥 잘랐잖아 정도가 아니잖아 그건.”

  “무슨 상관이야. 내가 머리를 자르든 붙이든 지지든 볶든. 저리 비켜.”

  차갑게 대꾸한 김아영은 찌푸린 표정 그대로 다가와 나를 침대에서 밀어냈다. 사람이 빠져나간 자리에 대신 옷가지를 던져놓은 그녀는 그대로 쪼그려 침대 아래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왜 저런 곳에 숨겨놓는 거야?

  곧 노트북에서는 음악이 하나 흘러나왔다. 이쪽으로 문외한인 나조차 멜로디만 듣고도 알 수 있는 곡이었다.

  『Knocking on heaven’s door

  ― 어머니, 저에게서 이 배지를 가져가 주세요 전 이것을 더 이상 쓸 수 없어요 어둠이 다가와서 그것밖에 보이지 않는군요 마치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것 같아요

  “이 노래 알지?”

  “유명하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래. 이건 유명한 곡이지. 하지만 너도 그렇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밥 딜런이 부른 원곡을 알고 있지 못해. 이 곡이 얼마나 많이 리메이크 되는데. 지금 이것도 건즈 앤 로지스라는 밴드가 리메이크한 버전이거든. 다들 저 가사와 멜로디에 취해 자기가 듣는 게 다 같은 거라고 생각하지.”

  걸걸한 보컬의 목소리를 비집고 침대를 차지한 김아영은 이어 말했다.

  “이것도 염색한 거야. 실은 나 연한 갈색이거든. 하지만 사람들은 내 금발에서 세계적인 팝디바의 계보라며 상징성을 말하곤 해. 보이는 것만 아는 거야

  확실히 엔젤로가 크리스티나 아길레나, 머라이어 캐리 등을 잇는 차세대 여성 가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한 눈에 들어오는 화려한 금발의 영향도 있었다. 일단 그들 같은 사람들과 비교된다는 것부터가 그런 공통점과 상징적인 면 때문이니까.

  결국 방 안의 희미한 약품 냄새는 아직 다 빠지지 않은 염색약이 원인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게 당연한 거 아니야? 다들 모르는 것뿐이니까.”

  문득 든 의문을 내뱉자 김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희미하게 웃었다.

  “당연한 거지. 지금 말한 건 그냥 내 투정일 뿐이야. 아무튼 이렇게 자르면 잘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너한테 걸렸으니 소용없던 걸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네가 선글라스만 조심한다면 들킬 일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해. 조금 전에도 바뀐 거에 놀랐을 뿐이지, 지금은 네 머리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제대로 다듬으면 더 좋겠지만, 이라는 말은 굳이 붙이지 않았다. 그녀가 나보다 더 잘 느끼고 있을 테니까.

  “……고마워.”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 김아영은 수건으로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대화가 끊기자 이어진 침묵. 긴장감을 낮추기 위해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방금 화장실에 갔을 때 왜 모자는 안 벗고 들어간 거야?”

  생각해보면 이상했거든. 기본적인 외투에서 모자만 벗지 않았다는 것은.

  “누구나 머리 눌린 것 보여주고 싶지 않잖아? 잊고 있는 것 같은데 나 엔젤로야.”

  머리를 말리며 태연하게 답하는 내용에 허를 내둘렀다. 저렇게 자기 위치를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거다. 하지만 나 또한 공감하는 바였다.

  “그래서 난 머리 안 길러. 관리하기 귀찮아서.”

  내 퉁명스러운 말에 김아영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너 멋 내려고 짧게 친 거 아니야? 몰랐는걸. 하긴 나도 잘라보니 감을 때나 말릴 때나 편해서 좋은 것 같아. 겨울이라 좀 춥지만.”

  말을 마친 김아영은 침대에서 일어나 수건을 의자 등받이에 걸었다. 드라이기를 쓰지 않아도 괜찮은가 싶었지만 아무렇지 않게 머리카락 끄트머리를 툭툭 터는 모습을 보니 크게 신경 쓸 문제는 아닌 듯싶었다.

  그리고 들려온 갑작스러운 손뼉 소리는 나를 현실로 잡아끌었다.

  “잡담은 여기까지.”

  수건에 가려져있던 눈동자는 다시 차갑게 얼어붙어있었다. 조금 전 풀어졌다고 생각했던 분위기는 내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그 천사 같은 얼굴로 무서운 말을 꺼냈다.

  “그럼 본격적으로 널 협박해볼게.”

  적어도, 내가 두드린 건 천국의 문이 아니었다.

 

 
+ 작가의 말 : 짧네... 2화로 끊을 걸;;;

cmdexe 15-06-05 13:13
답변  
근래 읽은 것 중에 작품성이 마음에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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