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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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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하늘을 원하지 않는다 (완결)글 iCaNiT.A.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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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No. 02 - Twinkle (3)
13-05-12 15:08
 
 

  아침 자리 체크를 할 때, 그녀는 분명 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이어폰 또한 기억에 남아있었다. 김아영이 사용하던 게 분명했다.

  그대로 이어폰을 당기자 당연하다는 듯 MP3 하나가 딸려 나왔다. 유명한 제품이었지만, 상태는 별로 좋지 않았다. 내가 어릴 때부터 알려진 제품으로 오래된 것이었으니까. 이것 또한 이곳저곳에 기스가 나 절로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김아영이라면 언제나 업체에서 최신형 제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내 세속적인 상상에 불과했던 것 같다.

  김아영은 무슨 노래를 들을까?

  문득 든 궁금증이었다. 평범한 아이들처럼 요즘 유행하는 노래?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클래식? 혹은 자기 노래만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많이 닳아버려 느낌조차 희미해진 전원 버튼을 만지작거렸다. ‘그냥 호기심이니까.’라고 생각하며 MP3의 전원을 켰다.

  초등학생이 그림으로 가득한 백과사전을 펼치듯, 알 수 없는 기대감으로 부푼 내 귓속을 예상치 못한 공격적인 음색이 파고들었다. 곧바로 이어폰을 빼냈지만, 그 소리는 이미 조용한 교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요란하다고 밖에 설명 못할 밴드 음악이었다. 기타 소리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구쳤고 드럼 또한 빠르게 머릿속을 다지는 느낌이었다. 쥐어짜내듯 걸걸한 보컬의 목소리는 간신히 영어라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목소리와 떨어질 줄 몰랐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은 없었고, 유명한 클래식에 기반을 둔 화려한 오케스트라도 없었다. 다른 노래를 틀어 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곡 자체의 분위기만 달랐을 뿐, 온통 록이었다.

  나는 MP3를 뒤지는 것을 그만두었다. 언젠가 썼던 상이 누나의 노트북을 보고 느쪘던 것과 비슷했다.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빠져있는 걸까.

  “크림슨 글로리Red Shark.”

  교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려하게 기른 금발을 흩날리며 자줏빛 코드를 입은 김아영이 교실로 들어왔다.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지만 시선은 내 손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처음 마주하게 된, 차가운 눈빛이었다.

  “그 노래가 뭔지 알았으니 계속 틀고 있을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김아영의 조용한 말에 내가 황급히 MP3의 전원을 끄자, 어느새 다가온 그녀는 그것을 낚아채갔다. 이어폰이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김아영의 어깨를 때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가슴팍에 MP3를 품었다.

  곧 그것을 갈무리해 코트 주머니에 넣은 김아영은 반대편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연락을 취했다.

  “찾았어요.”

  짧고 일방적인 통화를 마친 그녀는 팔을 뻗어 열려있는 문을 닫았다. 단 둘만 남은 교실에서 나는 김아영의 시선을 피하며 손가락만 만지작거렸다. 밖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니, 그게…….”

  김아영의 눈빛은 한 번 깜빡일 때마다 매섭게 변하는 듯 했다. 나는 무언가 변명거리를 생각하려 애썼지만, 머릿속에서는 단어들만 돌아다닐 뿐, 입 밖으로 꺼낼만한 문장이 되지 못했다. 분위기에 압도되어 허둥거리는 내가 안쓰럽기라도 했던 건지 김아영은 살짝 웃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

  “처음에 들은 노래는 뭐였어?”

  “……몰라.”

  내 대답에 김아영은 웃음을 싹 감췄다.

  “솔직한 건 좋네.”

  무미건조하게 중얼거린 김아영은 조금 활기차게 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간단하게 본론만 말할게. MP3에서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만에 하나 뻥긋하는 순간,”

  김아영은 말을 끝맺지 않고 가까이 다가왔다. 서로의 시야가 얼굴로 가득 찰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오자 그녀의 숨결이 닿았다. 나와의 키 차이를 아랑곳 않고 치뜬 눈이 보였다. 그 긴 속눈썹에 싸인 갈색 눈동자가 나를 사로잡았을 때,

  끝이야.

  살짝 마른 입술이 소리 없이 움직였다.

  밀착했던 몸을 떼어내며 김아영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 굳은 표정이 퍽이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나도 내가 이렇게 멍청할 거라고는 생각 안 했어. 경쟁하면서 공부를 한다는 거, 꽤 스릴 있고 즐길만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스트레스는 받고 있었나봐. 내일 시험을 생각하다가 이걸 놓고 가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인데 이미 일어난 걸 어떻게 해? 물론 놓고 간 건 내 잘못이지만, 마음대로 본 건 네 잘못이니까 상관없으려나. 그래. 음악 좀 들은, 별 것 아닌 걸로 왜 이렇게 반응 하냐고 물을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나도 별 것 아니니까 네 인생을 좀 망쳐줄 수는 있지. 어떤 방식일지는 혼자 상상해봐. 지금처럼 말이 없다면 필요도 없겠지만.”

  “……그런 이야기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돼.”

  “뭐야? 말 잘 하잖아?”

  굳어 잘 돌아가지 않는 혀로 그녀의 말을 막았다. 명백한 협박에 튀어나온 반발심이었다. 이런 걸 되도 않는 자존심이라고 부르던가. 내 반응에 김아영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소리 내어 웃어 버렸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김아영은 갑자기 코트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교복 앞섶이 드러나자 이번에는 블라우스의 단추로 손을 가져갔다.

  “뭐 하는 거야?”

  내 당황한 목소리에 눈길도 주지 않고 김아영은 그대로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어버렸다. 다행이랄까, 안에는 하얀 색 티셔츠가 있었다. 나는 살짝 시선을 돌렸다.

  “기대했어? 걱정 마. 나도 막나가는 건 아니니까.”

  충분히 막나가고 있잖아. 그녀의 장난에 나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남자로서 내심 기대하지 않았다면 또 거짓말이지만.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무튼 지금 당장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야. 별로 내키는 방법도 아니지만, 못할 것도 없어. 그만큼 내 상황이 좀 안 좋거든. 혹 하더라도 네가 전학을 가거나 해외로 도피를 하거나 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그것도 별로 효과는 없을 거야. 엔젤로를 덮치려 한 남자니까. 그렇게 해서라도 유명해지고 싶다면, 드리겠습니다?”

  김아영은 블라우스 옷깃을 살짝 잡아당기며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농을 섞었다. “필요 없어!”라고 소리쳐야 나름 어울려주는 것일 테지만, 그러기에 내 등은 너무 축축해져 있었다.

  “생각해보니까 말이야, 우리가 이렇게 제대로 이야기 한 건 이번이 처음 아냐? 그런데 이런 식이라니. 나도 조금 미안하기는 하네.”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내뱉은 그녀의 말에서 미안한 기색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나마 완화된 분위기에 풀려버린 내 긴장과는 상관없이 김아영은 잠시 고민하는 모습으로 팔짱을 꼈다.

  “그래. 이런 식은 좀 아니지. 간단하게 설명해 줄게. 너 공부하는 거 좋아하지?”

  불쑥 꺼낸 질문이었지만 워낙 간단해 답은 쉽게 나왔다.

  “아니.”

  내가 간결하게 대답하자 김아영은 살짝 놀랍다는 투로 물었다.

  “너 공부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맨날 책만 붙잡고 있었는데?”

  “시키니까 하는 거지. 한다고 해서 손해 볼 것도 없고.”

  김아영은 그렇구나.”라며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왜 이래, 이 여자?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내가 뭐라고 말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그래도 넌 누구에게나 그렇게 말할 수 있잖아. 뭐 좋아해? . 뭐 싫어해? 아니오. 그런데 난 그렇게 못 해.”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내가 침묵하자 김아영도 설명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는지 곧장 말을 덧붙였다.

  “난 톱스타거든.”

  말하는 그녀의 눈빛은 진지했지만 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 사실이잖아.”

  뭐라고 할 새도 없이 김아영은 말을 이었다.

  “이미지라는 게 있지? 나 같은 사람들은 대중들에게 쉽게 노출 될수록 그런 걸 잘 관리해야 해. 분명 네가 들은 건 평소 생각하던 내 이미지가 아니었을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봐. 그게 위험하다는 거야. 특히 나이가 어리거나 대중들에게 직접적인 케이스일수록 더욱. 공인이라는 건 그런 거래. 평소와 다른 이미지는 분명 소문을 만들어내고 동시에 펼쳐지는 상상력이라는 건 어떻게 변할지 모르거든. 세상이 날 흔들어놓기 쉽다는 거,”

  거기서 김아영은 조용히 말을 멈췄다. 무슨 일인가 말을 꺼내려 할 때, 가녀린 숨소리 사이로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곧 작아지며 들리지 않게 되었지만.

  그녀가 말을 끊기 전까지는 미처 몰랐던 것이었다. 심지어 자기가 말을 하고 있는데 저런 소리가 들리나? 아무렇지도 않게 괴물 같은 청력을 보여준 김아영은 별 것 아니라는 듯, 한 호흡을 쉬고 다시 말했다.

  “아무튼 이건 아빠가 정한 방침이기도 해. 물론 내 개인적인 이유도 있지. 톱스타라고 해서 크게 다를 건 없거든.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가진 걸 지키고 싶어 하니까. 나도 그럴 뿐이야. 그래서 널 이렇게 협박하는 거고.”

  마침 누군가 대걸레라도 미끄러뜨렸는지 바닥을 울리는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움찔 떨며 참 뭣 같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지만, 김아영이라면 노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무심하게 휴대폰을 꺼내 이리저리 조작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말을 끊지 않았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이 상황에 질려버린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으니까.

  “조금 전까지 학교는 사람들 시켜서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어. 현재 작업 중이던 중요한 음원이 있다는 식이면 간단한 일이지. 신문이나 뉴스에도 나오겠지만, 그 정도 매스컴은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어. 고작 MP3 하나 때문에 과하게 일을 벌인다고 생각해?”

  나는 입을 열지 못했다. 김아영도 내 대답을 원하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 했을 거야. 그리고 이 MP3에 대해 아는 사람은 나랑 너 둘 뿐이지. 우리 가족도 모르는 일인데, 내가 밝힐 일은 없을 테니 조금이라도 이상한 소문이 나면 나는 너를 의심하게 될 거야. 그러니까 조심해. 난 협박이라고 말했어. 아까 전에 찾았다고 연락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보기 안 좋으니까 나는 이만 가볼게.”

  빠르게 이야기를 마무리한 김아영은 몸을 돌렸다. 그녀가 문을 열기 직전, 나는 마른 입술을 한 번 핥은 후에야 입을 열 수 있었다.

  “저기, 그러니까, 마음대로 들은 건 미안해.”

  “사과한다고 될 문제는 아니야. 놓고 간 내 잘못도 있고. 어쨌든 고마워.”

  내 사과에 무덤덤하게 대답한 김아영은 문을 열고 교실을 나섰다. 열린 문틈으로 그녀의 마지막 말이 들어왔다.

  “시험공부 열심히 해, .”

  스크린 속 김아영과, 교실에서 봤던 김아영, 그리고 조금 전의 김아영까지. 반짝거린다는 것은 결코 빛나기만 한다는 뜻이 아니다.

  나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한동안 교실에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

  며칠 후, 뉴스에는 김아영이 한 팬에게 받은 소중한 선물을 잃어버려 학교에서 소란을 피웠다는 말과 함께 소란을 피워 죄송하다는 내용의 인터뷰가 흘러나왔다. 고등학교 편입 회견이 열린 지 두 주 만의 공식 인터뷰였다.

  나는 방문을 닫았다. 거실에서 들려오던 TV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 작가의 말 : 와 2화 끝이다!

cmdexe 15-06-0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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