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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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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하늘을 원하지 않는다 (완결)글 iCaNiT.A.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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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No. 02 - Twinkle (1)
13-05-10 15:59
 
 

  단단한 무언가가 머리를 꾹 찔렀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

  담임은 자주 나를 이렇게 깨우곤 했다. 보통 교탁 바로 앞자리에서 학생이 퍼자고 있으면 불호령이 떨어지겠지만, 그것도 학생 나름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밤 새 공부를 했나 보구나.’로 치부되어 적당한 선에서 넘어간다. 성적이 좋다는 건 이렇게도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일어나는 것은 오랜만의 일이다. 평소에는 뒷자리 놈이 먼저 깨워주곤 했으니까. 설마 얘도 자는 건가.

  밝은 빛에 살짝 실눈을 뜨고 찌뿌드드한 몸을 일으켰다.

  언제나 인사치레로 내뱉었던 죄송합니다. 그 한 마디가 나오지 않았다.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징그러울 정도로 환하게 웃는 젊은 담임과,

  그 옆에 나란히 선 소녀였다.

  금방이라도 하늘로 올라가버릴 것 같이 현실성 없는 외모에 잠이 달아났다. 풍성하게 웨이브 진 금발은 허리에 닿을 만큼 길었고, 인형과도 같이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새하얀 피부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부드러운 갈색 눈동자는 이제 막 잠에서 깬 나를 흥미로운 듯 바라봤다. 눈이 마주치자 곧장 시선을 피해버렸지만.

  “엔젤로?”

  교실의 적막을 깨고 누군가의 나지막한 질문이 모두의 심정을 대변했다. 그녀는 부끄러운 듯 어깨를 움츠리며 담임의 눈치를 한 번 살피고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내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뒤에서는 새된 비명과 격양된 환호가 함께 터져 나왔다.

  여전히 입을 벌리고 가만히 그녀를 쳐다보는 녀석. 입을 가린 녀석. 자기 볼을 꼬집는 녀석. 그 볼을 같이 꼬집는 녀석. 휴대폰으로 그녀의 사진을 찍는 학생은 한둘이 아니었고 심지어 어떤 녀석은 흥분해서 대놓고 통화까지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 또한 휴대폰을 꺼냈지만 화질이 좋지 않은 카메라를 생각하며 도로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지금 상황을 봐서 앞으로 사진을 찍을 기회는 몇 번이고 있을 거라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담임은 여전히 싱글거리는 얼굴로 제일 먼저 통화를 중단시키고 책상을 내리쳐 들떠있는 학생들을 다잡아갔다. 그 역시 젊은 세대이니만큼 기대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학생들도 그의 그런 마음을 알았는지 이내 교실은 소곤거리는 수준으로 변했다. 하지만 이제는 교실 내부가 아니라 외부가 문제였다.

  이미 소문은 퍼질 대로 퍼졌는지 교실 밖 복도는 엔젤로를 보기 위한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여러 노랫가락은 물론이고 사랑고백은 남녀 목소리를 가리지 않고 튀어나왔다. 몇몇 선생들이 끼어들어 학생들을 돌려보내려 노력하고 있었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결국 참다못한 담임이 이제 자기소개 좀 하자!”고 소리치자 모두 쥐죽은 듯 경청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지만.

  헛기침을 연발하며 담임은 교탁 옆에서 가볍게 손짓했다. 그녀는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무는가 싶더니 곧바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김아영입니다.”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와는 울림부터가 달랐다. 김아영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하면서도 강하게 귓속을 파고들었다. 도저히 사람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녀가 왜 엔젤로인지, 천사라는 꼬리표가 붙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 천사는 다시금 울리는 환호성에 놀란 얼굴로 교탁에서 한 발짝 물러났다. 상기되어 발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뺨이 유난히 하얀 피부에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그런 모습은 또 보통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계적인 유명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수 만 명 앞에서 노래를 부르던 엔젤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그녀는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금색 머리카락 끄트머리를 자꾸 매만지고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담임은 재차 책상을 내리치며 말했다.

  “자자. 기쁜 건 알겠는데 조용히 좀 하고. 우리 아영이가 처음 왔는데 이런 모습 보여서야 되겠니?”

  맨 앞자리에 앉은 사람으로서 그 간드러지는 목소리와 말투부터 어떻게 하라고 조언하고 싶은 심정이다. 거기다 우리아영이라니.

  조금은 잦아든 소란 속에서 김아영은 담임의 지시에 따라 교실 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교실 모두의 시선이 따라 움직였다. 아침에 누군가 가져다 놓은 빈자리는 그녀를 위한 것이었나 보다.

  이후 조회가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자 담임도 포기했는지 간단하게 지시사항만 말하고는 교실을 나섰다. 담임과 다른 선생님들이 교실 밖을 진압하는 동안, “사인해주세요!”라는 누군가의 외침을 시작으로 교실 내부 인구는 순식간에 뒤쪽으로 밀집되었다.

  “한국에는 언제까지 있을 거야?”

  “나도 사인 해 주면 안 돼?”

  “사랑합니다! 결혼해 주세요!”

  “노래 듣고 싶습니다!”

  “신곡 없어, 신곡?”

  모이에 날아드는 비둘기 때 마냥 김아영의 자리로 몰려든 학생들은 제각기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말들을 끄집어냈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그 집단은 중간 중간 자아를 잃고 과도한 말을 한 녀석들이 알아서 처리되는 등 나름 괜찮은 자치 방범 사회의 표본으로 보였다.

  하지만 곧 교실 내 사태를 직감한 선생님들이 달려왔고 흥분한 학생들을 진정시키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전히 맨 뒤쪽 창가자리에 위치한 김아영의 자리는 인파로 북적거렸다.

  처음에는 인사불성으로 몰려들던 학생들도 선생님들에 이어 보디가드로 보이는 사내 두 명이 교실 복도에 서자 삽시간에 이성을 되찾았다. 그 보디가드들은 조금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정말 서있기만 했으니까. 짧은 머리에 선글라스, 검은 양복이라는 그들의 패션부터가 가만히 있어도 위압적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

  반 학생들은 이제 차분하게 김아영의 주위에서 조곤조곤히 이야기를 해나가고 있었다. 정작 중요한 김아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이나 고마워같은 짤막한 단어들만 간간히 들려왔다.

  교실은 이렇게 두 부류로 나뉘어 있었다.

  김아영에게 다가간 적극적인 부류와 나처럼 자리에 앉아 그들을 관찰하는 부류. 후자의 대부분은 저 사이에 낄 타이밍을 재고 있는 것뿐이었지만.

  “, 믿겨지냐?”

  옆에서 들려온 물음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경호는 어느새 주인 없는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뭐가?”

  “진짜 엔젤로야.”

  “알아. 저 뒤에 있어.”

  시큰둥하게 대답하자 놈은 고개를 끄덕이며 ! 안 보이니까 좀 비켜!”하고 소리쳤다. 그가 가볍게 지우개까지 하나 던지자 우리에게는 욕설과 함께 셀 수 없이 많은 학용품들이 날아왔다. 난 가만히 있었는데!

  나는 머리를 가격한 팬을 되던지며 말했다.

  “무슨 동물원도 아니고 안 보이기는 뭐가 안 보여.”

  “맨 앞자리에서 정신없이 구경한 놈이 말은 잘한다.”

  내 바로 뒤에 앉은 놈이 말은 잘한다. 아마 이 녀석이 날 깨우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겠지. 코앞에 엔젤로가 나타났으니.

  “당연하잖아.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

  나는 말을 마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방금 지적했던 이야기를 내 쪽에서 하는 꼴이잖아, 젠장.

  “그래. 그래. 맨날 공부만 하고 있어도 너 역시 사내새끼라 이거지.”

  모든 걸 이해한다는 듯 인자한 표정을 짓는 경호를 보자 짜증이 밀려왔다.

  “불만 있냐?”

  내가 쏘아붙이자, 녀석은 만족스럽게 미소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전혀. 엔젤로잖아? 실제로 보면 누구나 그럴 걸. 진짜 교실로 들어오는데 소름이 돋았다니까.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예쁘지? 진짜 천사 아냐?”

  천사.

  Angel.

  그건 김아영을 부를 때,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였다. 수많은 팝디바들의 계보를 잇는 그녀의 컨셉. 하지만 과연 컨셉이라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만큼 김아영은 압도적이었다.

  이제 뒤에서는 합심한 녀석들이 김아영에게 노래를 불러달라며 징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1교시 시작이 얼마나 남지 않아 다급한 모양이었다. 김아영은 한 결 같이 거절하고 있었지만.

  그녀가 천사라고 불리는 데에는 외모만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빼어난 가창력 또한 지금의 그녀를 있게 만든 중요한 요소였다.

  “, 너 기타 있잖아?”

  내 팔을 툭 치며 경호가 물었다.

  “없는데.”

  “1학년 음악 실기 때 너 기타 가져왔었잖아, 인마.”

  이 자식은 별 쓸데없는 것만 기억한다. 난 리코더 말고 다른 악기 할 수 있는 것 가져오면 더 높은 점수 준다고 했기에 그랬던 것뿐인데.

  “그런데 그게 왜?”

  “아니, 반주 있으면 노래하지 않을까 싶어서.”

  어색하게 웃는 모습을 보아하니 경호는 뒤쪽 아이들의 말에 은근히 기대를 하는 눈치였다. 나는 되려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노래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리고 나 기타 없어.”

  “? 팔았냐?”

  “아니. 원래 내 거 아냐.”

  “그럼 누구 건데?”

  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됐고 그런 이야기 할 시간에 어제 가져온다고 그랬던 문제지나 줘봐.”

  “야 지금 문제지 달라는 말이 나와? 엔젤로가 눈앞에 있는데?”

  “안 보이잖아.”

  경호는 툴툴거리며 자기 자리로 가 가방을 뒤적거렸다. 혀를 차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이윽고 나에게 프린트 몇 장을 던지다시피 하고 경호는 뒤쪽 무리에 합류했다. 마침 김아영이 무어라 대답이라도 한 건 지 환호성이 크게 울렸다.

  교실 뒤편의 소란은 1교시 수업을 맡은 늙은 수학 선생이 오기 전까지 계속 되었다.

 

♫ ♩ ♬ ♪

 

  며칠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말하자면 슈퍼스타의 평범한 학교생활은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언제나 정장을 차려입은 건장한 남성들이 학교를 돌아다녔고, 그들의 눈을 피해 많은 기자들이 학교를 침입하려 하였으며, 학교가 끝나면 고급 세단이 운동장까지 들어와 김아영을 모시고 갔다.

  기자들은 아쉬운 대로 목표를 바꿔 하교중인 학생들에게 마이크를 향했다. 그들의 집착에 학생들-그리고 선생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김아영 측에서는 몇몇 공신력 있는 신문사, 방송사, 잡지사와 짧은 인터뷰를 거쳐 더 이상의 학교 내 취재를 금지시켰다. 그렇다고 메스컴의 압박으로부터 눈에 띠게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리고 강당에서는 학생들을 상대로 한 사인회가 열렸다. 그것은 이래저래 들떠있는 학생들을 제대로 달래줄만한 이벤트였다.

  하지만 위와 같이 일렬의 사소한 사건을 제외한다면, 그녀는 누가 봐도 평범한 학생으로서 생활하고 있었다.

  일단 김아영은 사람들과 쉽게 친해졌다.

 
+ 작가의 말 : 어차피 완결 난 거 조금씩 나눠서 올려야지...

cmdexe 15-06-05 12:50
답변  
엔젤로, 김아영. 확실히 인상에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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