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엔드와 배드 엔드
　
　라이트 노벨은 독자에게 쾌감(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 오락이기 때문에 이야기의 결말은 대단원, 즉 해피 엔드로 끝내는 것이 기본입니다.

　적대 세력에 억압당해 오던 주인공의 목적 완수의 의지가 이루어져 모든 것이 원만하게 마무리되는 상태가 해피 엔드가 됩니다.
　하지만 세상에 명작으로 남은 전승, 동화, 옛날 이야기에는 의외로 배드 엔드로 끝나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실은 배드 엔드로 끝나면 “이 작품의 의미는?”하고 심각하게 테마를 생각하게 하고, “만약 여기서 주인공 일행이 승리하였다면?”하는 IF 상상력은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인상이 오래 남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안데르센의 동화 [성냥 팔이 소녀]등이 이에 해당하겠지요.
　이 이야기는 “추운 어느 날 배고픈 소녀가 몸을 녹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팔아야 되는 성냥에 불을 붙여 따뜻한 난로나 맛있는 음식, 상냥했던 할머니의 환상을 보면서 얼어 죽어간다”는 그야말로 비극입니다.

　쾌감 따위는 전혀 없지만 작품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해줍니다.
　
　또한 유럽의 전설 중에서도 최고봉이라 불리는 [아더왕 전설]은 성검을 뽑아 브리튼의 왕이 된 아더와 그를 따르는 12명의 원탁의 기사들의 영웅담입니다.
　명군으로서 브리튼 땅을 구한 아더지만 마지막에는 오른팔이던 기사 란슬롯에게 배신을 당해 캄란 전투에서 죽게 되고 브리튼 국은 멸망해버립니다.
　다만 전설상에서 아더왕은 죽은 것이 아니라 성검 엑스칼리버를 호수의 요정에게 되돌려준 후 배를 타고 이계에 있는 아발론 섬으로 상처를 치유하러 갔던 것이다 라고 되어있습니다.
　역사적으로는 전사라고 되어있습니다만 그래서는 좀 너무하기 때문에 그 후의 전설에서는 이처럼 IF이야기가 만들어져 있지요.

　비극의 영웅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것 입니다.

　아더왕 뿐만 아니라 재능 있고 인망이 두터웠음에도 불구하고 운명의 장난으로 승리자가 되지 못한 불우한 영웅이 신격화 되기 쉽지요.
　서양에서는 그밖에 쟌 다르크, [삼국지]에서는 유비 현덕, 일본사에서는 오다 노부나가, 미나모토노 요시츠네가 그에 해당합니다.
　결국에는 졌음에도 불구하고, 아니 졌기 때문에 그들은 엄청나게 인기가 있습니다!
　그 증거로 화형에 처해진 쟌 다르크가 사실은 살아있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천하 통일을 한다, 오다 노부나가가 혼노지에서 죽지 않고 야망을 완수한다, 미나모토노 요시츠네가 몽골로 가서 칭기즈 칸이 되었다 등의 IF 이야기나 이설(異說)이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만일 그들의 전설이 해피 엔드로 끝났다면 이렇지 않았겠지요.

　또 하나, 명작으로 이름이 높은 [플란다스의 개]를 예로 들어봅시다.
　종반에 주인공 소년 네로의 단 한 명의 혈육인 할아버지가 죽어버립니다.
　게다가 풍차에 불을 지른 방화범으로 누명을 쓰고 마을에서 쫓겨나 절망의 끝까지 떨어집니다.
　마지막에는 배고픔과 추위로 애견 파트라슈와 함께 눈 덮인 대성당에서 죽는다는 구원받지 못하는 결말로 끝납니다.
　
　으아앙, 파트라슈!

　이 이야기가 비극적인 것은 네로의 화가로서의 재능이 죽을 때 인정을 받아 방화범의 누명이 벗겨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국 그것을 알지 못했다는 것.
　네로가 어떻게 해서든 보고 싶었던 루벤스의 그림을 대성당에서 직접 보고 그걸로 만족 한 뒤 힘이 다 되어버렸다는 것 입니다.

　 인간은 “재능이 있으면서 비극으로 끝난 인물의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 무의미하게 주인공을 죽인다거나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올린 후 적이 이긴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권할 수 없습니다.
　이게 뭐야! 장난쳐!? 라는 독자의 엄청난 원성을 받을 위험성이 큽니다.
　배드 엔드 라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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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없는 배드 엔드 < 의미 없는 해피 엔드 < 의미 있는 해피 엔드 < 의미 있는 배드 엔드

　사람들에게 “좋은 작품”으로서 인상에 남는 것은 이 순서라고 합니다.

　즉, 비극이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고 해서 큰 이유도 없이 배드 엔드로 끝내버리면 가장 좋지 않은, 졸작이 되어버리는 지뢰를 밟는 것 입니다.
　상당한 자신이 없으면 배드 엔드에는 도전하지 않는 편이 좋겠지요.

　또한 완전한 해피 엔드가 아니라 독자의 주관에 따라서 해피 엔드인지 배드 엔드인지 의견이 엇갈리는 결말이나 무언가 구원이 있는 배드 엔드도 있습니다.

　일본 옛날이야기인 [타케토리 이야기]등이 그 대표격 입니다.
　 주인공인 카구야 공주는 키워준 부모인 할머니, 할아버지, 임금님이 온 힘을 다해 말리는 것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는 달로 돌아가버립니다.
　카구야 공주를 지상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녀가 없어져버려서 큰 슬픔에 잠기지만…… 　
　카구야 공주 본인은 당초의 예정 대로 달로 돌아온 것이며 지상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어떤 의미로 의미 있는 끝맺음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처음에는 두 사람만의 가난한 생활이었지만 카구야 공주를 주워온 덕분에 가족이 생기고 막대한 재산도 생겨 임금님과 귀족들과도 인연을 가지는 유력자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주인공은 목적을 달성한데다 주위의 상황도 더 좋게 바꾸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원만하지 않고 이게 정말로 행복인것인가? 하고 독자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타케토리 이야기]의 중요한 점입니다.
　　
　만약 카구야 공주가 달에서 마중을 온 사자에게 니킥을 먹이고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온 힘을 다해 버텼다면……
　만일 그녀가 달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IF 상상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에 [타케토리 이야기]는 깊은 인상이 남는 이야기가 된 것입니다.


●그 외의 배드 엔드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 [인어 공주], [우라시마 타로], [표류 교실], [기동전사 Z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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