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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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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단편제 86회차/1] 칠월칠석이라고요? 정작 견우는 웃지 않습니다.
글쓴이: 호치코
작성일: 13-11-30 22:08 조회: 1,554 추천: 0 비추천: 0
“이거 큰일이야. 드디어 또 오고 말았어. 내일이... 내일이 다가오고 있어.”
  우주-동쪽 나라의 왕자인 아쿠이라(Aquila)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는 긴급히 신하들을 소집했다. 이어 늙은 신하 한 명-호롤로지움(Horologium)이 고개를 숙였다.
“부르셨습니까. 왕자님.”
“이 봐. 호롤로지움. 자네가 시간을 좀 멈춰보면 안 되겠나?”
“공교롭게도 무리입니다. 왕자님.”
  “그럼. 내일이 오지 않게 해 봐. 아니아니 차라리 오늘이 영원히 계속 되어도 좋아. 그러니까 내일만 내게 오지 않으면 돼. 방법이 없어?”
“운명으로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왕자님. 우주가 내려주신 숙명입니다.”
“난 그런 숙명 달라고 한 적 없단 말야!!!”
“그럼 사명으로 받아들이시죠.”
“죽을 사(死)에 운명 명(命)이지.”
  호롤로지움은 몇 십 년 째 이런 소리를 듣고 있다. 10년 정도 되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지났음에도 아직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는 아쿠이라를 보며 탄식했다. 그래서 그는 10년째 하는 똑같은 답변을 하기로 한다. 정확히는 타이르기다.
“왕자님.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아십니까?”
“지금 그런 얘기 할 때가 아니잖아. 날 숨겨줘. 숨겨줘...”
“제가 하는 얘기에 답이 있습니다. 왕자님.”
“읏. 조, 좋아. 해봐.”
  호롤로지움은 견우와 직녀 얘기를 눈을 감고 줄줄이 읊었다. 아쿠이라는 자동 재생 플레이어같은 한 줌의 오타도 없는 화술에 빠져들었다.그의 말은 10년째 변함이 없다.
  아쿠이라는 견우인 셈이다. 하늘이 허락한 단 하루. 7월 7석에 직녀와 만나 아름다운 사랑을 나눈다. 아니, 적어도 아쿠이라의 입장에선 나눠야 한다가 더 알맞다. 얘기를 다 들은 견우인 아쿠이라는 해결책만이 필요했다.
“그, 그래서?”
“피하지 마십쇼. 피하려고 해도 결국 내일은 오기 마련입니다.”
  “으으으. 지금 당장 우르사(Ursa) 형제를 불러줘. 서쪽 나라와의 전쟁이다! 아니, 아니 은하수를 파괴해버려! 그 망할 라일라(Lyra)가 오지 못하게!!”
“아니되오십니다. 왕자님”
일제히 모든 신관이 절을 했다.
“젠장. 알았어. 나는 도망갈 것이다. 뒷수습을 부탁한다. 호롤로지움? 내 애조. 알타이르(Altair)는?”
“알타이르는 왕궁에 없습니다.”
“뭐? 그럼 어디 있는데?”
“휴직서를 내고 고향으로 떠날 테니 찾지 말라고 하더군요.”
  아쿠이라는 1년 전의 기억을 떠올려본다. 그 날은 아쿠이라 쪽에서 라일라를 찾아가는 날이었다. 알타이르도 같이 데려갔는데 라일라가 “오빠야. 오빠야. 알타이르 태워 줘.” 라고 말했었다. 그러고는 혼자 하늘 끝까지 날다가 왔다. 그 다음날 알타이르는 왕궁에 휴직서를 제출하고 아쿠이라가 눈치채지 못하게 귀향했다.
“그 여자.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으으으. 좋아 좋아. 그럼 당장 유니콘을 불러. 우주의 저 끝까지 도망간다.”
“설령 부르신다고 해도. 저 쪽에는 페가수스가 있사옵니다. 라일라님이 놓치시지 않을 겁니다.”
“그 망할 꼬마. 으으으.”
결국 올해도 피할 수 없다고 깨달은 아쿠이라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왕궁 앞으로 마차가 왔다.
  아쿠이라는 마차를 힘겹게 끄는 조랑말을 보았다. 무척 힘이 없어 보인다. 오늘이 칠월칠석 인 줄 알고 고통 받는 하루를 예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옆에 있는 유니콘에 비하면 약과이다. 유니콘은 매년 라일라의 장난감용 말이었다. 500원을 넣고 타고 노는 말이다.
“유니콘. 주인을 잘 못 만난 나를 탓해라.”
유니콘은 대답으로 뿔로 아쿠이라를 들이쳤다.
“큭. 네 녀석. 쌓인 원한이 많구나. 그래도 넌 페가수스를 만나잖아. 난 그 꼬마 계집애를 어쩔 수 없이 봐야한다고.”
“히이이잉.”
“너 어쩌라고 흥이랬지? 이런 이기주의자 같으니. 너의 사전에는 동병상련이란 말도 없는거냐? 짜샤.”
“히이이잉.”
“뭐야? 나랑 비교하지 말라고? 이런 왕자병 같으니.”
  마차는 지옥의 다리로 향한다. 동쪽 나라와 서쪽 나라를 연결하는 그 다리는 대부분 사람들이 은하수라 부르지만 아쿠이라는 절망의 강이라고 칭한다.
  오작교를 구성하는 까마귀와 까치도 맥이 빠져있다. 불안불안하게 흔들려 잘못하면 우주의 저 끝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 내심 아쿠이라는 차라리 우주의 미아가 되기를 바란다.
  지금 이 다리 끝에서는 여자 한 명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전설대로라면 견우는 그 여자를 애타게 기다렸겠지만, 아쿠이라는 빨리 오늘이 지나가기를 고대한다.
만약, 직녀가 좀 더 얌전하고 선했다면 이러지도 않았으리다.
“오빠야아!!!”
“오고야 말았군... 아. 하늘이시여 정령 여기가 지옥입니까 천국입니까.”
  절망의 강 반대편에서 말 한 마리가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온다. 바람에 휘날리는 갈기 뒤에서 꼬마 숙녀가 손을 흔든다. 천천히 기어가는 마차 앞에 페가수스가 착지한다.
“으쌰. 안녕 오빠야~”
“어, 허허허허. 이, 이게 누구야. 라일라구나. 자, 자잘 지냈어?”
“응. 오빠야도 잘 지냈나? 우리 1년 만에 보니까 진짜 반갑다.”
난 하나도 안 반갑다-라고 아쿠이라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거짓말을 할 뿐이다.
“그, 그그래. 나, 나나도 반갑다. 너, 너너넌 어째 그대로구나. 1년이 지나도 변하는 게 없어. 허허허허허”
순백의 드레스. 아름답지만 사용자가 어리다.
핑크색 양산. 아름답지만 사용자가 어리다.
하얀 구두. 아름잡지만 사용자가 어리다.
드레스 끝까지 내려온 노랑의 트윈테일-그녀의 이름은 라일라. 13세. 서쪽 나라의 공주.
“그렇게 치면 오빠야도 하나도 안 변했다. 오오 우리 유니콘도 변한 게 없네? 잘 지내나?”
  라일라의 눈이 반짝인다. 유니콘은 땀을 뻘뻘 흘리며 아쿠이라를 쳐다본다. 그 눈 속에는 ‘제발 살려줘 주인!’. 그런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어험. 라일라. 그러니까 오늘은 너가 우리 나라로 오는 차례인가?”
“당연하지. 작년에는 오빠야가 우리 나라로 왔잖아. 기억 안 나나? 까먹은 기가?”
“까먹을 리가 있겠냐. 너무 생생해서 소리까지 들려.”
  아쿠이라는 또 작년을 회상해본다. 매 순간 이 날이 비극이지만 작년도는 그 중 한 손가락 에 꼽는다. 라일라는 꼬마 숙녀다. 아직 놀이동산도 가고 동물원도 가고 어리게 놀 나이다.
그래, 그게 싫은 것이다.
  아쿠이라는 18살이나 되가지고 13살인 꼬마와 자기 나이에 맞지 않게 논다는 건 자존심이 상하는 행동이었다.작년은 라일라와 수족관에 갔다. 귀여운 동물들만 모아놓은 어린이들을 위한 아쿠아리움.
  단순히 감상만 했다면 그건 후에 한 행동과 비하면 애교일 것이다. 물개를 데려와서 타지를 않나. 거북이 전시실에 들어가서 따라하지 않나. 돌고래들과 대화할려다 물에 빠지지를 않나.
“오빠야. 무슨 생각하노?”
“지나가버린 추억을 떠올린다.”
“아 참. 이럴 데가 아니지. 우리에겐 하루 밖에 없다이가. 빨리 가자.”
“아후. 그래. 가자.”
아쿠이라가 마차에 올라탔다. 라일라는 오르지 않고 멈춰 섰다. 정적이 흐르자 아쿠이라가 말했다.
“안 타냐? 나 확 가버린다?”
“오빠야도 참. 이럴 때는. 남자가 손잡아 줘야 한다. 빨리 손잡아 데. 시간 끌지 말고.”
들켰네. 꼬마-라고 아쿠이라는 말하지는 않았다. 어영부영 마차 밖으로 손을 내밀어 주었다.
“쳇. 잡아라.”
“아이 부끄럽다.”
“마, 시간 끌지 말자며?”
“아. 참참. 맞다. 그렇제?”
  라일라는 재빨리 아쿠이라의 손을 잡았다. 몹시 거칠다. 그녀는 이 오빠야가 오늘 씻지도 않고 나왔나-하고 말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우리 오빠야가 내 만날라고 손 씻을 시간도 없었나 보제? 내 만나는 기 그리 좋았나”라고 했다. 아쿠이라는 코웃음으로 대답했다.
페가수스와 유니콘과 조랑말이 마차를 끌고 가 동쪽 나라에 도착했다. 그 시간은 아쿠이라에게는 너무도 길었다.
“너 오늘은 유니콘 타고 놀지 않네?”
  “페가수스도 유니콘을 1년 만에 만나는 거 아이가? 그라믄 우리랑 같은 기 아니겠나? 오늘은 우리의 기념일이 다이가? 그리고 동시에 쟤들의 기념일이기도 하다. 모처럼 같이 있게 해줘야지.”
“난 말이야 가끔 네가 하는 말이 외계어 같다. 그건 어느 나라 말이냐? 안드로메다어냐?”
“내가 알기론 마젤란 어인데. 와? 듣기 거북하나? 여기 말로 바까줄까?”
“됐다. 내려라. 아아아. 손잡아 줘야하지?”
아쿠이라는 머리를 긁적였다. 한숨을 쉬고는 손을 뻗었다.
“헤헤. 이러니까 내가 꼭 공주같다.”
“넌 이미 한 나라의 공주거든?”
라일라와 아쿠이라는 동쪽 나라 입구에 들이섰다. 정문에서부터 축제 분위기임일 알 수 있는지 도떼기시장을 앞에 둔 시민 같았다. “그래. 1년 만에 만났는데 어디 가고 싶냐.”
“이런 건 말이제 보통 남자가 정하고 오는 거 아이가?”
  아쿠이라는 귀가 솔깃해졌다. 라일라 이 여자가 오늘따라 자신에게 의지한다. 즉, 모든 일을 맡기겠다는 뜻이다. 그는 성숙한 나이에 맞는 곳을 떠올려 손뼉을 쳤다.
“오오 좋아 좋아. 영화보로 갈까?”
“마법소녀 안 나오는 거믄 싫다.”
“자전거는 어때?”
“꼬마기차가 더 낫다.”
“그럼 공원은?”
“동물원 없으면 안 되는 거 알제?”
“박물관?”
“살아있는 동물들 안 나오는 기면 싫다.”
아쿠이라는 한숨을 쉬었다.
“야, 어떻게 하라고?!!”
“나한테 다 생각이 있다. 우리 일단은 쇼핑하러 가자. 나 속옷 사야한다.”
“이 봐. 라일라. 나한테 다 맡긴다며? 그리고 너 아직 13살이야. 팬티는 그렇다 치고 브래지어는 낄 수 있는 가슴이야?”
“... 오빠야? 숙녀 앞에서 가슴 얘기하면 어떻게 되는 지 몸소 느껴볼래?”
  라일라는 품 속에서 작은 악기를 꺼냈다. 아쿠이라는 그게 무엇인지 안다. 라일라의 전용 거문고-베가(Vega). 손바닥만 한 크기지만 주문 한번 읊으면 뿅! 하는 소리와 함께 정상적인 거문고로 변신한다. 줄을 한 번 튕기면 고막 파괴용 연주가가 울려 퍼진다.
아쿠이라는 헛기침을 했다.
“어험. 리무진을 부르도록 하지.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백화점으로 초대해주마.”
쇼핑. 그래도 작년 보다는 어른스럽다. 아니, 평범한 문화인이 하는 행동이다.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내부적으로는 직접 체험해봐야 아는 법이다. 아쿠이라는 그걸 쇼핑센터에 들어온 지 단 5분 만에 알았다.
“야!!! 뛰어다니지 마!”
“오빠야~ 나 잡아 봐라.”
“이것아. 여기 백화점이다. 뛰지 말라고!”
  아쿠이라는 라일라가 몰고 다니는 폭풍에 처참히 휩쓸려가는 의류 매장을 보았다. 일일이 종업원에게 사과했는데 명색에 동쪽나라의 왕자라 그런지 종업원들이며 팀장이며 백화점 사장마저 괜찮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 명색에 왕자님은 왕자님. 어느 나라의 공주님처럼 어른스럽지 못한 장난을 하지는 않는다.
문득 그는 라일라가 보이지 않음을 깨달았다.
“아아. 라일라. 이 꼬마는 어디로 간 거야? 설마 어디서 또 개구쟁이 같은 짓을 하는 건 아니겠지? 귀찮게 하는 여자로구먼.”
아쿠이라는 여자 속옷 매장을 청소하며 중얼거렸다. 그 때, 뒤에서 라일라가 튀어나왔다.
“오빠야. 내 여깄다.”
그녀가 갑자기 등장했기에 그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리고 침을 꿀꺽 삼켰다.
“뭐, 뭐야. 너 어디 있었어?”
“에? 내는 항상 오빠야 옆에 붙어 있었는데? 아, 그것보다 말이제. 이거 좀 어울리는지 봐데.”
라일라는 실실 웃으며 분홍 리본 매듭이 지어진 팬티를 보여주었다. 아쿠이라는 갈등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어허허. 예, 예쁠 거 같은데? 아주 잘 어울리겠어. 입어 봐야지 자세히 알 수 있겠지만.”
“그럴기다.”
“뭣, 뭐? 뭐라고?”
  라일라는 쌩하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팬티만 입고 나오려고 하자 아쿠이라가 두 손으로 문을 막았다. 라일라는 어떻게든 나오려고, 아쿠이라는 어떻게든 막아설려고 안간 힘을 썼다.
“오빠야 비키라. 보여 달라메?”
“아, 안 봐도 아니까. 빨리 오, 옷 입어.”
“헤에~? 지금 부끄러워하는 기가?”
“아니거든! 옷 입어!”
아무리 왕자라지만 오늘 하루 이곳을 전세내지는 않았다. 손님 있다. 그것도 문제이긴 하나 18살 남자에게 동심이란 것은 중요하다. “치. 알았다. 기다리라.”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하지만 그는 황급히 닫았다.
“다 입고 나오랬지?”
“아우. 브래지어만 입은 것도 안 되나?”
“때린다?”
라일라가 다시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쇼핑백. 그것은 없었다. 라일라는 사지 않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이 쇼핑을 마쳤다.
아쿠이라는 시계를 보았다. 1시간 밖에 안 지났다.
“자, 다음은 음식!”
라일라는 손에 양산을 쥐고 한 곳을 가리켰다. 바로 패스트푸드점들을 향해가는 에스컬레이터였다.
“그, 그러고 보니 아침밥 먹을 시간이군. 드시고 싶으신 건 있나 공주?”
아쿠이라는 기회를 엿보았다. 성장기 소녀다. 많이 먹을 것이다. 그러니 먹는데 시간을 다 보내는 작전을 세웠다.
“나는 햄버거랑 피자랑 치킨이랑 다다다~”
“음, 음 좋다. 다 사주마.”
“다다다~ 먹고 싶은데 간단하게 햄버거나 먹을란다. 시간 아깝다.”
라일라는 정말 햄버거 하나만 먹었다. 아쿠이라의 작전 1은 실패했다. 백화점을 나오자 라일라가 또 양산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자. 다음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오빠야의 왕궁!”
“오. 그래?”
  아쿠이라는 미소를 짓는다. 라일라는 동쪽 나라의 왕궁에 와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지도가 없이 혼자 들어갔다가는 미아신세가 된다.그는 작전 2를 세웠다. 라일라를 데리고 왕궁으로 갔다.
“오오. 이거. 꼭 동화책에 나오는 마법의 성같다. 어쩜이리 똑같을 수가 있노.”
“그거야. 책에 나오는 성은 모두 여기를 모방해서 그렇지.”
  라일라는 기대에 찬 눈을 반짝였다. 곧 자신이 어떻게 될지를 모른 체 아쿠이라를 따라 복도로 들어선다. 무척 호기심이 가득한지 역대 왕들의 사진이 걸려있는 로비에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구두 소리에 조용한 복도가 난잡한 음으로 채워지지만 아쿠이라는 라일라를 어디로 데려가면 좋을지 생각 중이었다.
그 때.
쨍그랑.
그곳에는 전시되어 있던 도자기가 깨져 산산 조각 나있었다.
“어라라. 이게 와 깨지노?”
“하하하. 괜찮아. 어차피 비싼 것도 아닌데.”
“얼만데?”
“2억.”
“별로 안 비싸네.”
  공주는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녀에게 2억은 그리 작은 돈이 아니기에. 아쿠이라는 불편했지만 조그만 희생이라 여겼다.조금 더 들어가자 아쿠이라가 만족할 장소가 나왔다.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통로가 여러 개 있는 왕궁 중앙이다.
“와~. 미로의 방 같다. 이거 출구도 있겠제?”
“후후후. 아무렴. 좋아. 도전해 볼래?”
라일라가 흥분해 발을 동동 굴렀다. 아쿠이라는 그것을 귀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오빠야 우리 숨바꼭질 해보는 건 어떤데? 나 이렇게 넓은 데서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오오. 좋지.”
절대적으로 아쿠이라에게 유리했다.
“대신 조건이 있다. 내가 오빠야 찾으면 옷 하나 입고 사진 찍어데.”
“어. 그래 뭐 상관없지.”
“자. 100 센다. 숨어리? 하나~”
  아쿠이라는 곧장 자신의 방으로 도망갔다. 이 왕궁에는 100여개가 넘는 방과 100여개가 넘는 통로. 100여개가 넘는 계단이 있다.그 수 많은 곳을 거쳐 아쿠이라의 방을 찾을 확률은 1/1000000 이다. 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숨바꼭질이니까. 어디든 숨어도 상관없다. 라일라가 30을 셀 때 더 이상 그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을 정도에 아쿠이라가 있었다.
“지금쯤이면 날 찾아다니겠군. 뭐 3시간은 걸어야 할 거다.”
아쿠이라가 방문을 열었다. 호롤로지움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
“왕자님? 여기는 무슨 일로?”
“아. 숨바꼭질 중이거든. 여기 숨게.”
“숨바꼭질이라뇨?”
“라일라가 원해서 하는 거다. 어디든 숨어도 상관없으니까.”
“큰일이군요.”
“음. 왜?”
호롤로지움은 라일라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왕궁에는 여러 가지 방범장치들이 깔려 있습니다. 도둑들을 막기 위해서 만든 함정에 공주님이 걸리시기라도 하면...”
“어이. 근데 난 왜 그걸 몰라?”
“왕자님은 늘 지나가는 길만 지나가시니.”
“대체 무슨 장치들이 있는데?”
“바늘 천장이 튀어나오는 방이 있다던가. 화살이 튀어나오는 복도라든가. 한 층 전체에 구멍이 뚫린다든가.”
그 말에 아쿠이라는 방을 뛰쳐나왔다.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거지. 죽이려고 한 건 아니다.
“젠장. 그 여자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난 으헉.”
술래가 바뀌었다. 아쿠이라는 열심히 뛰었다. 자신도 처음으로 가보는 곳으로.
“라일라! 라일라! 어디 있냐?! 들리면 대답해.”
들릴 리가 없다. 하지만 계속 한 발 한 발 앞으로 내밀며 온 곳을 둘러다 보았다.
뽀각.
“응?”
뭔가가 움푹 들어간 거 같다. 드르륵 소리가 양 벽에서 들린다. 그리고 작은 총구들이 고개를 내민다.
“서, 설마?”
아쿠이라는 총구 안에 화살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달렸다. 죽을힘을 다해.
슝슝슝슝슝슝슝슝슝슝
“으아아아!!! 이런 복도가 어디 있어? 대체 여기 뭐하는 곳이야?”
그가 살고 있는 집이다. 함정들이 많은 왕궁.화살의 파도가 그의 등을 덮쳐오는 복도가 있는 곳.
아쿠이라는 겨우 그 곳을 통과한다.
“헉. 헉. 내가 내 집에서 죽을 뻔 했어.”
  그 이후로 복도를 경계하며 조심조심 1시간을 소비했다. 그는 이제 안심했다. 더 이상 화살이 튀어나오는 복도는 만나지 않았다. 동시에 라일라도 만나지 않았다.
“이 씨. 이게 숨바꼭질이야? 술래잡기야?”
아쿠이라는 방문을 일일이 열어보았다. 함정이면 함정이랄까. 메이드녀들의 탈의실도 만나고, 메이드남들의 탈의실도 만나고.
“우리 집은 정말 여러 사람이 사나보군... 사과는 했지만.”
  그는 이제 노크를 하며 들어갔다. 거의 다가 빈 방이었지만. 자꾸 뛰어다니다 보니 좀 쉬고 싶어졌다. 한 빈 방의 침대에 앉아 쉬기로 했다. 쉬어야지 뛸 수 있으니까. 그런데 방이 덜컹이기 시작했다.
“또... 함정인건가.”
  아쿠이라는 1분도 안 쉬어서 힘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방 크기도 보통이 아니어서 바닥이랑 천장에서부터 바늘이 솟아나오는 데도 거의 기어갔다. 가까스로 문을 박차고 나왔다.
“아야야야. 아프다.”
그는 상상한다. 바람구멍이 송송 뚫려있는 라일라의 모습을.
“아냐. 아냐.”
  아쿠이라는 조심에 또 조심을 거쳐 왕궁을 돌아다녔다. 점심시간은 이미 지난 지 오래다. 그는 군사 소집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왕궁 현관으로 가보았다.
“...”
  아쿠이라는 마음에 다시 되새긴다. 라일라는 13살이다. 꼬마다. 대 낮부터 잘 수도 있다. 그래, 조용한 현관에서 벽을 보고 가만히 100까지 숫자 세는 것만으로도 졸음에 빠질 수 있다.
“내가 뭔 고생을 한 거냐...”
“쿨쿨쿨.”
  그가 라일라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그리고 다시 되새긴다. 어찌됐든 지금은 숨바꼭질 중이다. 그걸 기억할 때쯤은 이미 라일라가 깨어난 후였다.
“어라라. 오빠야 찾았다.”
“뭣? 야. 이건 예외로 좀.”
“와. 비겁한 남자네. 약속은 지켜야 하지 않겠나?”
아쿠이라는 약속을 지켜야 해야 했다. 어기면 어른답지 못하는 것이니까.

그래서 라일라가 준 옷을 입었다. 아마 아까 백화점에서 산 모양이다. 근데 문제는 이 옷이.
“야. 라일라. 이 옷 뭐냐?”
“아. 그야 여자들이 입는 옷인데. 와?”
“그건 후자고. 뭐냐니까?”
“마법소녀 의상인데?”
“좋아. 그래서 여기가 어디지?”
“콘서트 대기실인데? 오늘 칠월칠석이라고 열리는 거 모르나?”
  “그래 그래.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기념일이랍시고 마을에서 열리는 이벤트 같은 거지. 그래서 지금 너랑 나랑 같은 의상을 입고 노래 부르자는 거야?”
아쿠이라는 손, 발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니. 노래 부르고 춤추는 건데? 그리고 이 말도 해야 한다. ‘정의와 사랑의 이름으로 널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라는 거.”
“꼭... 해야 되겠냐?”
  라일라는 주머니에서 베가를 꺼냈다. 아쿠이라는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 그의 마음 속에서 엄청난 회오리 폭풍이 휘몰아쳤다. 18살이나 된 마당에 마법소녀 의상을 입고 13살짜리 꼬마와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정의니 사랑이니 하는 대사를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베가의 연주곡을 들어야 한다.
결국 아쿠이라는 미래를 포기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콘서트에서 대상을 탔다. 국민들은 사상 처음으로 왕자가 공주와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저녁에 왕궁 앞에서 성대한 파티가 열렸지만 아쿠이라는 사람들의 시선이 피한 곳으로 갔다. 유니콘과 페가수스도 같이 있었다.
“와. 넷이서 있으니까 좋네. 그제 오빠야?”
“먹는데 말시키지 마라. 나 점심도 안 먹었다.”
아쿠이라는 손에 닿는 것을 닥치는 대로 입에 넣었다. 스트레스를 먹을 것으로 푸는 중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안 먹었네. 여긴 뭐가 제일 맛있노?”
“아아. 오늘 나오는 음식은 다 맛있으니까 아무거나 먹어라.”
  그 때, 아쿠이라의 뇌리를 뭔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잠시 화장실을 갖다 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그는 돌아올 때 혼자 오지 않았다. 수면제와 동행 했다.
작전 3이다.
그런데 쓸 일이 없어졌다. 아직 6시인데 라일라가 먹다가 잠이 들었다.
“쿨쿨쿨”
“하. 어린애라니까. 내가 오늘 무슨 일을 당했는지 너가 어떻게 알겠냐.”
  길었던 하루가 지나갔다. 라일라는 페가수스를 타고 내 년에 보자며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아쿠이라는 이번 년도도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되어버렸다.그리고 하나 은하수를 폭파시키겠다는 원대한 야망도 자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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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용량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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