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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제 86회차/1] 기념일은 오지 않는다.
작성일: 13-11-30 21:55 조회: 1,543 추천: 0 비추천: 0

라디오 스피커 너머에서 음악 소리가 울린다.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다. 마치 하나의 잘 짜인 연극에서 나올법한 정밀한 사운드와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어울러진 명곡. 그 노래가 전자기기에서 흘러나와 공간을 채우고 모든것을 애워싼다.

 

I see a little silhouetto of a man.

한 남자의 실루엣이 보여.

Scaramouche scaramouche will you do the fandango?

겁쟁아, 겁쟁아. 네가 진정 방아쇠를 당길것이냐?

Thunderbolt and lightning very very frightning me!

천둥과 번개 소리가 나를 공포에 몰아넣는다!

Galileo.

갈릴레오.

Galileo.

갈릴레오.

Galileo.

갈릴레오.

Galileo.

갈릴레오.

 

Galileo figaro

갈릴레오는 거짓말쟁이였어.

 

“그 위대한 자식이!”

어두운 지하 속의 한 실험실. 흥분한 남자가 방안을 돌아다니며 소리 지른다. 어지런히 물건들과 기록이 늘어진 테이블 위에 폐기라는 붉은 도장이 단호하게 찍힌 서류가 있다.

시간여행 실험.

지도 연구자:한청백

385회의 실험. 384번의 실패와 1번의 미확인 불분명 사태.

현 과학의 기술로는 이루어낼 수 없는 연구로 판단하여 지원을 중지 밑 연구실을 폐기할 것을 귀하에게 알립니다.

2023년 11월 26일.

일루미나티 제 7 수장 4대 ‘갈릴레오’ 진판규.

 

실험이 끝났다. 탐구는 중지되었다. 소위, 불가능이라는 막강한 단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호기심은 식어버렸다. 잘 달구어진 프라이팬처럼 뜨거웠던 열정과 끊임없이 연구를 계속 하게 유지해줄 것만 같았던 끈기는 현실이라는 차가움 앞에서는 너무나도 미적지근한 존재일 뿐이더라.

한청백이라는 이름의 남자는 자신의 뛰어난 지성에 의심이 없었다. 오히려 인류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부정했다. 그들이 감히 자신에게 실패했다고 손가락질을 한다. 그렇다면 그 손가락을 다 잘라야 마땅하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오만 그리고 자만, 아무튼 자신감을 훨씬 넘어선 무언가가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세상을 구하고 싶다.

오직 그 일념뿐이었다.

쇠퇴하고, 피폐해지며 멸망을 향해 달려가는 인류를 멈추고 싶었다.

한청백은 세상에 도움이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려고 했다. 하지만 인류는 그의 도움의 손을 거절하고, 내미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오만한 것은 인류일까 아니면 실험실에서 발광하며 날뛰고 있는 이 남자일까.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날뛴다.

책상 위에 고스란히 놓여있는 물건들을 내팽개친다.

컵이 깨진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물이 바닥에 흥건히 흐른다.

화낸다.

소리 지른다.

방음이 되어있어서 허무한 공명음만이 실험실을 난반사 해서 자신의 귀를 찌른다. 분노는 점점 극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하나의 잘 짜인 비극 연극처럼, 라디오에서는 그에 걸맞는 음악이 흘러나왔고, 연기자의 분노는 진심이었다.

“감히! 감히! 감히 이 나한테!”

마침내 절정에 치닫게 되고 청백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아려오는 상처에서 모든 것을 터뜨려 소리친다.

그는 다리에 힘이 풀린 채 제자리에 털썩 쓰러져 가쁜 숨을 내쉰다.

“이래서 화를 내면 안 되는데…”

모든 게 싫어진다. 특히 자신이 싫어졌다.

실패했다.

인생을 살면서 처음으로 그는 그런 생각을 가졌다.

분노 뒤에 찾아오는 차마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이 허무함. 분명 이것도 하나의 분노일 것이다. 다만 아직 불이 붙지 않은 나뭇가지들처럼, 다음을 기다리는 하나의 시발점.

“치워야지…”

한청백은 이내 진정하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말없이 리모컨을 꺼내 로봇들을 불러 청소를 시켰다. 쓸고 닦고, 부서진 것들은 창고에서 다시 가져오라고 명령을 내려놨다.

하긴, 이젠 그럴 필요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편지에서 언급되었듯이 이 실험실은 곧 폐기된다는 모양이니까.

“아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이젠 무언가를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지도, 어차피 내일이면 세상은 멸망하니까.”

 

그런 예언이 있다. 아니, 집시나 마법사 같은 그런 사람들의 예언이 아니라, 제대로 과학으로 증명된 하나의 이론이 몇 년 전 나타났다.

그 이론대로라면, 지구는 내일 사라진다.

핵전쟁도 아니고, 외계 침략도, 소행성도 아니다.

블랙홀이다.

 

이론을 쓴 사람의 예언대로라면 내일 지구의 대기권에 블랙홀이 나타난다. 지구는 물론 태양과 달까지 소멸시키기 충분한 크기의 검은 구멍이 마른하늘에 날벼락 치듯, 내일의 하늘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물론 세계는 대난리였다. 마야인들의 크리스마스에 멸망 이론보다도, 어느 종교에 예시된 멸망보다도 훨씬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으니 말이다. 세상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상상 속에나 존재한다고 믿던 괴물들이 아니오. 대지와 하늘이 뒤집히는 천재지변도 아닌 그저 하나의 논리였다.

납득이 가기에 두려운 것.

그것은 부정할 방도가 없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눈을 돌릴 데도 없이 진실을 마주하는 데에 인류는 가장 큰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많은 학자들이 나섰고, 인류의 멸망을 막을 방도를 찾아봤다.

많은 연구가 있었고 많은 실험이 있었다. 한청백의 실험도 그중 하나였다. 자신 이외에 다른 이들은 모조리 멍청이라고 생각하는 이 건방진 남자의 실험은 여느 훌륭한 학자들 못지않게 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걸치고 이론을 다듬어가고 있었다.

다른 과학자들, 통칭 ‘멍청이들’은 블랙홀을 상쇄시키거나 다른 곳에 나타나게 하는 것들만을 연구했다. 이미 피할 수 없다고 판정하고 피해를 줄이며 막을 방도만을 생각하는 것이었다. 인간이 차에 치이기 직전 찰나의 순간에 피할 수 없다고 강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인류는 멸망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처음부터 단정 지었다.

그래서 한청백은 자신만은 다른 모든 이들과 다르게 생각하자고 마음먹었다.

모두가 긍정할 때 나는 홀로 부정을 말하자.

그것이 다수에 휩쓸리지 않고 소수에 섞여 나약해지지 않는 그만의 워킹 마인드였다.

다른 이들이 막을 방도를 궁리할 때, 그는 홀로 피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블랙홀 자체를 아예 마주할 필요가 없는 그런 방법을 줄곧 찾고 있었다.

운명을 바꾸고 싶었다. 거만하지만 그것은 진심이었다. 한청백이라는 남자는 세상을 구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시간여행을 연구했다. 운명을 피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만나지 않는다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과거를 바꿔서 다가올 미래도 동시에 바뀐다. 만약 바뀌지 않는다면 다시 과거로 돌아가 미래가 바뀔 때까지 반복하면 된다. 그것이 그의 이론이었다.

물론 한 번도 성공하지는 못했다. 어디까지나 이론의 완성일 뿐이었고 시간 여행이라는 연구는 이전에 다른 누구도 해본적이 없는 미지의 영역이었으니까. 길은 쉽지 않았다.

딱 한 번, 실험 중 피사체가 어딘가로 이동한 적이 있었다. 아끼던 머그컵 이었는데 약 3시간의 공백을 가진 피사체는 대체 이것이 본래 무엇이었는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번. 오직 한 번뿐이었다. 몇백 번이 넘는 실험 중 단 한 번 우연이 일어났었다. 그것도 도움 안 되고 의문만 늘어나게 만든 쓸데없는 우연.

“이제 됐다. 연구도 중지됐고, 내일 세계는 멸망하고, 이젠 아무래도 좋아.”

톡톡.

무언가가 그의 머리를 두드린다.

콕콕콕콕.

아니, 두드리는 게 아니라 쪼고 있다. 날카로운 고통이 엄습한다.

“아팟!”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새 한 마리가 그의 등 뒤에서 날아간다. 푸드득거리며 실험실을 뱅뱅 돌며 날아다니더니 이윽고 적절하게 옷걸이 위에 자리를 잡아 그를 노려본다..

“겁쟁이! 겁쟁이!”

애완동물이 그를 질타했다.

“이젠 너까지 나한테 이러는 거냐…?”

“겁쟁이! 겁쟁이!”

“하아…”

조직에서 버림받고 이젠 키우던 새가 자기 주인을 헐뜯는다. 기분은 최악이었다. 청소로봇들이 아까부터 기계음을 내며 청소를 하는 것도 귀에 거슬렸고, 아까부터 라디오에서 계속 옛날 영국인 락밴드의 음악만 트는것도 맘에 들지 않았다.

“전부 짜증 난다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앵무새는 옷걸이 위에서 바라보고만 있다.

“애초에 내일 세상이 멸망하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 멍청이들은!”

앵무새를 상대로 홀로 푸념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앵무새는 그를 겁쟁이라 부른 후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멀뚱멀뚱거리며, 그가 무엇을 할지 지켜볼 뿐이었다.

그는 실험 차트를 가져와 읽어내렸다. 385번의 실험과 385장의 실험 차트. 그중 핵심이 들어있는 것들만을 골라내 요약본을 만들어놓은 것을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어차피 인제 와서는 의미 없지만 그래도 내일 세상이 끝나니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죽음은 두렵지 않았다. 다만 실패한 것에 이유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 가장 두려울 뿐이었다. 멸망 직전인 날에 부둥켜안고 얼마나 사랑하는가 말하며 같이 드라마라도 찍을 가족이나 연인도 없었고 같이 술 상대를 할 친구도 없었다. 실험실에 과학자 한 명과 앵무새 한 마리. 이것이 그의 세상 전부였다. 바깥 세상 따위 어찌 되든 그는 개의치 않았다.

실험 차트 193번.

  시간 여행 이론. 23차 수정.

피사체를 플라즈마 애너지로 분해 밑 재구성, 아직 미완성인 차원 융합기에 돌려 현 시간과 목표 시간의 차원을 섞어 스스로 타임 패러독스를 만든다. 그리고 한번 융합한 차원을 분리 시켜 차원이 스스로 타임 패러독스로 인해 태어난 모순들을 해결시키게 내버려둔다. 이 과정에서 한번 두 차원에 동시에 존재했던 피사체는 하나에서 둘로 나뉜, 하나이지만 다른 존재로 변한다. 즉, 완전한 이동은 아니지만 같은 기억을 가진 분신을 다른 시간으로 보낼 수 있다.

 

이게 현재 이론의 시안이었다. 몇번이고 시행착오와 계산을 걸쳐 수정해왔지만 이것을 이 이상으로 좋게 만들수가 없었다.

이론은 이리도 간단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이론에서 언급한 방법의 절반까지도 도달하지 못했다.

“멍청이! 멍청이!”

새가 다시 욕설을 내뱉는다. 안쓰럽다 못해 한심해 보이기까지 하는 자신의 주인을 욕한다.

“닥치지 못해!”

“멍청아! 멍청아!”

서로서로 빽빽 대며 소리를 지른다. 아까 전과 마찬가지로, 서로 지르는 소리가 방음벽에 난반사 되어 괜히 자신의 신경만 거슬리게 만들 뿐이었다.

“이젠 됐어! 어차피 내일이면 세상은 멸망할 거니까 잃을 것도 없고 네놈을 당장 도려내서 고기라도 먹…”

그 순간 청백은 깨달았다. 아주 간단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이젠 됐어! 어차피 내일이면 세상은 멸망할 거니까 잃을 것도 없고 네놈을 당장 도려내서 고기라도 먹…’

‘이젠 됐어! 어차피 내일이면 세상은 멸망할거니까 잃을 것도 없고…’

‘어차피 내일이면 세상은 멸망할 거니까 잃을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고.’

 

“잃을게 없어…”

어차피 이젠 잃을 것이 없다. 더이상 물러날 공간도 없다. 절벽 끝이다. 떨어지느냐 앞으로 나아가느냐.

“맞아! 나는 멍청이였어! 어차피 나는 잃을 것도 없었어!”

“멍청아! 멍청아!”

“그래. 네 말이 맞아. 내가 이성을 잃어서 너무 쉬운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어. 어차피 난 이 일이 아니면 할 일도 없고 마땅히 구할 다른 직장도 없지.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내일이면 이 빌어먹을 세상이 사라진다고!”

한청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컴퓨터에 다가가 지금까지 수집한 얼마 안 되는 모든 정보를 스크린에 띄웠다.

“분명 조직의 규정에 어긋나서 할 수가 없었던 방법들을 나열한 메모 파일이 여기 어딘가에… 아, 찾았다.”

윤리 과정 통과 불가. 금기 실험 리스트.

 

1 – 인체 피해율 무시 속행 실험.

2 – 인과율 무시 속행 실험.

3 – 타임 패러독스 피해를 무시 속행 실험.

4 – 2회차 불가 속행 실험…

 

전체적으로 모두 시간여행 이후에 나오는 피해 중 어떤 것을 무시하고 피해를 입는 것을 감수하는 실험들뿐이다. 피해를 예로 들자면 시간 여행에는 성공했으나 사지는 절단되었다든지, 원래는 섭리 적으로 일어날 리가 없는 일조차 인과율의 오버 히트로 일어난다던지, 한번 실행한 시간 여행을 다시 되돌릴 방법은 없다던지, 시간여행 중 다른 시간대의 자기 자신을 만나 둘 중 하나가 죽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상황들 말이다.

그렇다면 이것들이 과연 그 피해를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는가?

물론이다. 그야 개인 몇 명의 피해와 세상 자체를 비교하자면 무게를 가늠할 찰나조차 없이 저울 자체가 세상을 향해 무너질 것이다.

그렇다면 조직은 과연 이 실험이 시행가치가 있을 거라고 믿을 것인가?

당연히 아니다. 구린내 나는 뒤에서 할 짓은 다 하고 다니면서 많은 눈들 앞에서는 항상 학자라도 인간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며 윤리니 뭐니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진보를 막으니까.

물론 한청백이 사람들을 납치해 닥치는 대로 인체 실험을 행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조직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 이야기는 좀 더 단순하게 진행되었겠지.

딸칵.

청백이 마우스를 클릭한다.

1번, 인체실험.

 

시간 압축체 해방 실험.

세상의 모든 것이 그러하지만, 인간은 시간이 만드는 가장 큰 단서 중 하나다. 인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하며 늙어간다. 이 과정에는 인간 본인이 보낸 시간. 즉 시간 자체가 인간에게 압축되어있으며 점점 커져간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것을 실험에 이용해보면 어떨까?

인간 = 시간 압축체

  시간 압축체 = 시간 여행에 활용할 수 있는 애너지원.

실험 자체는 기존 이론가 다를 바가 없다.

피험체, 시간 압축체인 인간을 기존 이론과 마찬가지로 한번 분해한 뒤 재조합하여 차원 융합기에 적합한 성분만으로 인체를 구성하고 작동시킨다. 차원이 융합되고 다시 분리되면 피험체는 한번에 두 가지 차원에 동시에 존재한 것이고, 분리된 다른 차원에서 패러독스를 해결시킨다는 명분 아래에 피험체와 완전히 똑같은 존재 하나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하면 분신과 같은 다른 존재는 자신의 의무를 알 것이며 과거를 여러 가지로 바꿔 현재 진행형인 미래의 일을 바꿀 것이다.

주의. 피험체에 대한 데미지를 책임질 수 없음.

 

“완벽해.”

청백은 손벽을 쳤다.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을 위한 완벽한 무대였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나는 루비콘 강을 건너기만 하면 된다. 거센 물살에 휩쓸리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지. 로마를 향한다.”

시적인 말.

그리고 침묵.

“썰렁해! 썰렁해!”

앵무새의 비아냥.

 

 

지하의 실험실에서 펼쳐지는 기이한 광경.

한 과학자가 자신의 몸을 기계 아래에 고정하고 있다. 한손에는 녹음기. 다른 한 손에는 작동 버튼이 들려있다.

“시간 여행 실험 제 386회차 실험. 시간이 촉박하고, 내일이면 모든것이 사라지는 관계로 금기시했던 실험을 당장 기동한다.

제 1차 인체 실험 시작.”

찰칵.

첫번째 버튼을 누른다.

온 몸이 고정되고 서서히 분해기 안으로 들어간다.

“아…생각해보니 이거 진짜 더럽게 아프겠지. 쇼크사 할지도…”

“죽는다! 죽는다!”

“시끄러 망할 새대가리가!”

들어가면 청백의 인체는 한번 분자단위로 분리되었다가 재구성된다. 쉽게 표현하자면 면도날로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내서 청테이프로 다시 붙이는것과도 같다.

고통, 엄청난 고통이 엄습한다.

기계에 들어가자 갑자기 빛이 비췄고 그와 동시에 죽음따위는 항상 옆에 있는 존재에 불과하다고 득도할 정도의 큰 고통이 몸을 덮쳤다. 하지만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발끝에서 성대, 머리까지 분해되고 몇초만에 다시 재구성됐다.

컥 하고 신음을 내뱉었다. 2초만의 고통 그리고 3초만의 치유. 5초가 영겁처럼 느껴지던 시간이었다.

차원 융합기에 돌릴수 있도록 재구성된 몸은 어째서인지 푸르스름하게 빛났다. 어두운 밤에 네온사인처럼 온몸이 야광효과같은 빛을 내뿜었다.

“반짝 반짝 이쁘군.”

그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첫번째 단계는 성공적이었다.

찰칵.

두번째 버튼을 누른다.

2단계, 차원 융합.

기계 위에 깔린 천을 거둬내자 뭔가 소환될것같은 흉측한 기계가 있었다. 뿔모양의 기둥이 십자 방향으로 서있었으며 중앙에는 바닥에 전기 선들과 부품이 훤히 보이는 유리바닥이 있었다.

청백은 중앙에 섰다. 그가 중앙에 서자 기둥들이 붉은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차원 융합 카운트 시작. 시퀀스 안정, 타임 패러독스 불안정 극도, 불안정 요소는 전부 무시하고 실행한다. 현 세계 지구 1322번과 다른 차원의 지구 1429번을 차원 융합.”

이거다.

이게 시작이다. 그리고 끝이다.

이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세상의 끝이던 그의 끝이던 어느쪽은 피를 흘릴것이다.

“후우…한다.”

찰칵.

마지막 세번째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눈이 멀어버릴정도로 눈부신 빛이 그를 쬐었다.

 

 

우주.

아니, 이것은 아마도 그저 한청백의 망상일것이다.

무중력 상태에서 그는 둥둥 떠있다. 마치 수영하는것처럼 자유로운 느낌이다. 아무것에도 속박되지 않은 그런 편안한 느낌.

그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눈 앞에는 두개의 지구가 보였다. 마치 한쌍의 눈을 보는것만 같았다.

두 지구는 그의 눈 앞에서 하나로 합쳐졌다. 마치 한쌍의 연인이 눈을 마주치고 마음속에서 어떤 화학 작용을 일으키듯이, 마치 전기처럼 파지직하고 화려하게.

펑!

무언가 개인 혼자서 감당할만한게 아닌 큰 일이 일어났다는것을 감지했다.

“내가, 내가 해낸건가? 이 한청백이 세상을 구한건가?”

그는 웃었다.

해냈다.

그 생각 뿐이었다.

“멍청이! 멍청이!”

하지만 달콤한 꿈은 깨지기 마련.

 

 

눈을 뜨니 다시 실험실에 있었다.

실험실에서는 온갖 경고 알람이 세상 모든 언어로 미친듯이 울리고 있었다. 놀란 앵무새가 무언가 미친듯이 청백을 향해 외치고 있었지만 무슨 말인지 들리지 않았다.

땅이 흔들리는게 느껴졌다.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 그가 혼자서 감당하며 해결할 수 없는 어떤 일이 일어났다. 그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머리로 유추해낼수 있었다.

“아냐…아냐….아냐! 이럴리가 없어!”

그가 절규하며 컴퓨터를 찾는다. 이론대로라면 지금쯤이면 이미 융합된 차원이 분리됬어야 했다. 실험은 성공적이어야만 했다.

‘차원 융합 성공.’

딸칵 X창을 클릭하여 그 창을 닫자 다른 창이 나타났다.

‘차원 분해 실패.’

“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

설마 융합도 아닌 분해가 실패할줄은, 계산하지 못했다. 아니, 계산하지 않았다.

이 과학자는 오만에 빠졌던것이다.

“이대로라면, 원래 멸망할 운명이었던 이 차원과 그렇지 않은 다른 차원이 뒤섞여버려서…”

두 차원이 하나가 되어 떨어지지 않으면, 멸망하는 운명을 다른쪽 차원에서 패러독스로 판단해 그 운명 자체를 삭제해버린다. 그렇다면 멸망할 예정이었던 차원이 다시 멸망을 맞이하기위해 시간을 과거로 돌린다. 그러면 다시 멸망이 삭제되고….그 전으로 돌아가고…

계속 반복하게 된다.

루프다.

최악의 결과물이었다.

“하…하하하.”

“…”

과학자는 웃었지만 앵무새는 침묵했다.

“어차피 반복할거라면…”

‘겁쟁아. 겁쟁아. 네가 진정 방아쇠를 당길것이냐?’

라디오에서 아까 들은 퀸의 노래가 들렸다. 모두가 그를 질타한다. 그의 업적을, 업보를…

“달리 방도가 없잖아 젠장할…”

찰칵.

그는 리모컨 아래에 숨겨진 네번째 버튼을 눌렀다.

어디선가 폭발음이 들렸다. 거센 지진이 실험실을 덮치고, 점점 무너져갔다.

“나는 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넜던건가…하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세상을 ‘멸망’으로부터는 구한건지도 모르겠군. 비록 더 나쁜 결과를 가져왔을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어쩌면 세상은 오늘을 기념일로 삼을지도 모르겠군. 멸망을 맞이하기 전에 과거로 돌려보내진 그런 날로 말이야.”

하지만 그 기념일은 오지 않는다.

결코, 오지 않을것이다.

 

그날, 자칭 세계최고의 지성은 최악의 방법으로 세상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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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할때 나온 노래가사 / Queen - Bohemian Rhapsody.


작가 망상플레이어EK 입니다.


'자칭 세계최고의 지성이 최악의 방법으로 세상을 구할거야'


크으~ 이 대사 해보고 싶었어!

라던가 하는 느낌으로 썼습니다. 

매치스틱 발매 축하합니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케치프레이즈가 멋지더군요.


뭘까요.


저 무슨짓을 한걸까요.

제가 써놓고 이게 재밌는지 재미 없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뭔가 카칭하고 필을 받아서 쓴건 기억이 나는데...

재미있으셨나요?

아니라구요?

미안해요.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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