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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단편제 86회차/3] 연인 따윈 필요없는 발렌타인데이
글쓴이: CroChCu
작성일: 13-11-24 23:44 조회: 2,916 추천: 0 비추천: 0
"아, 으아아아악! 안돼!!"
 
선욱은 오늘도 악몽을 꿨고 머리를 저으며 일어났다.
 
"흐어...!"
'젠장! 더 이상은 안돼 너무 힘들어.'
 
선욱은 유령에 홀린듯 컴퓨터 앞에 앉고는 멍한 눈빛에 초점도 없이 컴퓨터의 전원을 켰다. 컴퓨터가 켜지자마자 귀신에 홀린듯 '노란부리저어새'를 향해 미친듯이 돌진했고 그 순간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휴대폰 알람은 빵파레를 대동한채 엄청난 소리로 울렸고, 휴대폰 알람에 적힌 문구를 보고는 자신의 손목을 꽉 잡았다.
 
[금딸100일 기념! 좀 더 힘내자! 조금만 더 참으면 손을 끊을 수 있다!]
 
"그래, 나 금딸 중이었지..."
 
선욱은 휴대폰 알람을 꺼버리고 의자에 앉아 몸을 축 늘어뜨렸다. 노란부리저어새 가득한 새 사진...선욱은 자신도 모르게 찾게 될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한 것이었다. 새 사진을 보던 선욱은 온몸을 휘감는 자괴감에 머리를 쥐어뜯었으나 이내 이 100일을 넘기면 수능 대박도 별거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오늘만...아니지 오늘부터 시작이지!"
'어디로든 정신을 딴데로 돌리자!'
 
그러는 사이 선욱은 자신도 모르게 '휴지통'을 열었으나 야동은 굳은 결심을 하고 100일 전에 모두 지운 상태였다. 정체모를 아쉬움에 선욱은 탄식을 한번 하고, 비교적 마른 편인 양말을 행거에서 걷었다. 예로부터 에너지가 남아돌 때는 열심히 움직이라 하였거니 서욱 또한 운동을 해서 이 잡념을 없앨 생각이었다. 선욱은 부모님이 주무시고 있는 것을 확인한 뒤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뭐해?]
[야동보는 중]
[굿모닝딸]
 
선욱은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주머니에 쑤셔넣고는 집을 나섰고 정처없이 걸었다. 목적지는 없었다. 아니, 목적지가 있다할지라도 자신이 향하는 곳이 목적지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온지 얼마나 됐을까 선욱은 이내 배고픔을 느끼고는 주머니를 뒤적였으나 나온 돈은 단돈1000원. 마치 인생의 밑천같은 느낌이 들자 선욱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걸로는 공장제 빵 밖에 못 사먹지...아마 김밥도 못 사먹을 거야."
 
선욱은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빵을 사려했으나 이내 살빼야지를 되뇌이며 주머니에 돈을 쑤셔넣었다.
 
"그래, 괜히 배불러봤자 딸 생각만 더 날텐데 뭐하러 먹어?
 
선욱에게 금딸100일째 되던 날은 때마침 발렌타인데이였고 커플들은 저마다 의미없는 발렌타인데이를 기념하며 하루를 보냈고 언제나 그 모습을 보며 쓸데없는데 돈을 쓴다고 까댔던 선욱은 생각이 살짝 바뀌었다.
 
"부럽다. 선물 줄 여친이나 하나 있었으면..."
"어이! 선욱이!"
 
그 순간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선욱이 뒤돌아보기 무섭게 선욱의 얼굴 앞으로 주먹이 날아들어왔다.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피할 생각도 못하고 눈을 깜빡였고 주먹은 선욱의 눈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주먹이 스르르 펴지자 안에는 작은 초콜릿이 있었다. 갑자기 생긴 먹을거리에 선욱은 덥썩 집어먹었고 선욱은 이 은인이 누군가 보자마자 얼굴이 썩어들어갔다.
 
"남자가 왜 남자한테 초콜릿을 줘?"
"먹기 싫냐?"
 
선욱의 친구인 민수였다. 민수는 품에 한아름 초콜릿을 안고있었다. 선욱은 속으로 부러워하며 욕을 섞어 민수에게 물었다.
 
"아무리그래도 그렇지 혼자 초콜릿을 사먹냐?"
"뭐 어때, 할인 중이잖아?"
'어라? 여자친구가 사준게 아냐?'
 
그러나 이내 또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저런 놈도 여친이 있는데 내가 없다니...'
"어이, 너 오늘 왜 그래? 금딸 중이라더니 딸친거야?"
"아냐."
"그럼 힘이 넘쳐야지."
"힘을 쓸데가 없어서 힘이 안나는거야."
 
민수는 선욱의 말을 못 알아듣고 초콜릿 먹던 손으로 귀를 팠다.
 
"할 일 없어? 그럼 같이 놀까?"
"뭐하고?"
"그러게."
 
둘은 이내 무기력해지더니 서로의 모습을 보다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선욱은 자신의 앞에 무기력한 친구를 보고 자신과 별반 다를바 없는 모습에 안도감을 느낀 것이다.
 
"후우...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네. 세 개의 부류가 있다니? 사회인. 고등학교 3학년, 군인."
"그렇지."
 
선욱은 친구의 설렁한 농담에 피식하고 웃었다. 둘은 강변을 따라 걸었고 아무 말도 없이 초콜릿을 먹었다. 한참동안 침묵이 이어졌고 참다못한 선욱이 먼저 입을 열었다.
 
"공부는 많이 했어? 이제 우리도 수능쳐야하잖아."
"공부따위...글쎄다...뭘 공부해야할까? 난 어차피 늦었잖아? 시작이 반이다라고해도 다른 애들은 다 가있을 때 나 혼자 반 밖에 안 갔다하기에는 좀 그렇잖아?"
"그래서?"
"에잇! 모르겠다! 공부 포기다! 공부 포기 으아아아! 나는 인생을 던졌다!!"
 
민수는 말을 그렇게 하면서도 내심 불안했다. 이제 1년이 남은거다라고 생각하니 1년 후에는 이제 자신들도 어른이다. 군대를 가고 회사에 입사를 하고, 결혼을 하고...선욱은 아직 없으니 평생 독신으로 살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어른이 되면 자기 멋대로하고 신날거라 생각했던 둘은 막상 다가온 자기 마음대로 하고싶은대로 못하는 사회의 모습에 겁이 났다.
 
"이야~어릴 때는 평생 내가 수능치고 군대에 갈 거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누구는 안그렇겠냐? 난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에도 초딩 때에는 용돈 많이 받는 형보고 부러워했어. 그때만 생각하면 얼른 어른이 되고싶었는데, 후우~디금은 영~어른이 되기 싫다."
"누군 안 그렇겠냐?"
 
둘은 의자에 반쯤 걸터 앉고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딱히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누가 선배고 누가 후배니 그런 상황이 아니었기에 더더욱 서로의 고민을 알면서도 서로의 고민을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었다. 한 할아버지가 철봉 앞으로 가더니 으쌰으쌰하며 턱걸이를 하고있었고 앞의 무기력한 선욱과 민수를 보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이 젊은이들! 나 어때?"
'뭐지?'
'뭐야?'
 
가끔씩 거리를 방황하거나 운동장에 가면 보이는 그런 할아버지다.
 
"자네들 얼굴이 어떤지 알아? 완전 우거지 상이라고!"
"아 예..."
 
둘은 대화할 생각이 없는지 대충 대꾸만했으나, 할아버지는 대화할 의욕이 충만한듯 했다.
 
"내가 재밌는걸 보여주지! 지구를 드는거야."
그 말에 둘은 고개를 들어 할아버지를 바라보았고, 할아버지는 씨익 웃더니 엄청난 시합을 넣으며 물구나무를 섰다.
"에이~"
"그게 무슨 지구를 드는거에요!"
 
둘은 야유를 보내며 웃었고 할아버지는 허허 웃으며 일어섰다.
 
"내 손 위에 있으면 들고있는거지, 안그런가? 하하하!"
"하하하..."
 
둘은 그런 할아버지를 보며 실없이 웃었고, 할아버지는 두 개의 철봉 사이에 들어가더니 팔힘만으로 몸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자네들은 여기에 운동하러 온거 아닌가? 운동 안하고 뭐해?"
"저희는 그냥 지나가고 있는 중이에요."
"어딜가는건데?"
 
민수는 입을 살짝 가리고 선욱에게 말했다.
 
"저 할아버지 말벗이 필요한가보다."
 
둘은 차마 '할아버지 그 입 좀 다물 수 없어요?'라고 말하지는 못하겠고 그렇다고 딱히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니라 얼굴에 어색한 웃음을 띄고 할아버지의 말만 들었다.
 
"딱히 가는 곳이 정해지지는 않았다라...그래도 저기 있는 정신 머리 없는 녀석들보다 낫지 않은가?"
"?"
 
할아버지는 멀리서 남자친구에게 초콜릿을 주며 '나는 명품백으로 줘야해, 오빠! 알겠지?'하며 남자친구에게 매달린 골빈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솔로천국 커플지옥."
"예?"
 
할아버지가 조그맣게 속삭였으나 둘은 듣지 못했다.
 
"저기 있는 젊은이들은 분명 오늘을 기념하기 위해 모였겠지. 발렌타인데이? 요즘에는 그런걸 한다지? 자네들은 그걸위해 나온게 아니잖아?"
"예."
"그럼 가는 곳을 지금부터 정하는 거야. 저런 실없는 것을 목적지로 고르는 것보다야 더 좋은 것을 찾아 해매는게 낫지 않은가? 그럼 이제 가봐. 여기서 시간 버리지말고."
 
어차피 둘은 여기서 운동할건 아니었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놓아주자마자 바로 일어났고 둘은 그냥 걸었다. 경사로가 나타났고 경사로를 타고 올라가자 다시 아스팔트길이 드러났다. 선욱은 갈림길에 섰고 친구는 선욱과 반대방향이 집 방향이었기에 그쪽으로 가겠다고 했다.
 
"너 오늘 할거있냐?"
"없는데?"
"그럼 우리집 방향으로 좀 가주지?"
"귀찮아. 못 볼 사이도 아니구만. 내일보자."
 
민수는 자신의 집 방향으로 몸을 돌렸고, 집에 들어가면 야동에 손댈 것같은 느낌이 든 선욱은 밖에 좀 있다가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욱은 난간에 기대어 서서 하천가를 내려다보다가 끼릭끼릭하는 불쾌한 쇳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늙은 할머니가 작은 리어카에 종이를 얼마 싣지 못한채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도로를 지나가고 있던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선욱은 항상 텔레비전에서 이런 장면만 나오면 엄마가 하던 말씀이 떠올랐다.
 
'열심히 안 살면 저렇게 된다.'
"후..."
 
어릴 때는 몰랐으나 이제는 정말 엄마의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그러면서 자신이 엄마에게 반박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럼 저 사람들은 열심히 안 산거야?'
'아니, 그런건 아닌데...'
 
선욱은 주머니에서 천원을 꺼내어 할머니에게 줬으나 할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받지 않으려 하셨다.
 
"받으셔도 되요. 주운 돈이에요."
"그럼 주인을 돌려줘야지."
 
선욱은 뭐가 잘못된 것인가 고민했다.
 
'저렇게 성실한 사람이 잘살지 못한다는건 뭔가 문제있는거 아닌가? 성실하게 살아도 제 앞가림을 못하고 살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선욱은 약간 혼란스러웠다. 따지고보면 우리가 서로 피터지게 경쟁하며 공부하는 이유가 잘먹고 잘살기 위해서인데 자신의 눈으로 봐서는 노력 안하는 놈들은 지도자층이고 발에 불나게 뛰는 놈들은 돈이 없어서 서러운 사람들 아닌가? 선욱은 말 없이 할머니의 뒤를 아주 느린 걸음으로 따라갔다. 마음 같아서는 밀어드리고 싶었으나 용기가 없어서 그러지 못했다. 또 갈림길이 나왔고 선욱은 자신의 집 방향으로 향했다.
 
'마음먹은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
어차피 목적지가 없으니 결국에는 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걸음은 점점 느려졌다. 추운 날씨는 선욱의 발걸음을 빠르게 하지 못했고 오히려 선욱은 차가운 바람에 익숙해지려는듯 파카에 달린 모자도 뒤로 젖혀버리고는 바람을 느꼈다. 선욱은 오늘 이 바람은 처음 나와 마주치는 공기일 것임에도 어색하지 않다는건 인간의 놀라운 적응력 떄문인가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크게 숨을 내쉬었다. 매연 따위는 개의치 않았다.
 
"철컥!"
"어, 아들왔어? 여기 초콜릿."
"고마워요."
 
남들에게만 기념일이라 생각했던 날이 자신에게도 기념일로써 다가오자 선욱은 내심 기뻤다. 그러나 엄마의 뒤이은 말을 듣고는 그런 기분이 싹 날아가버렸다.
 
"기념일이라고 별 일 있겠니? 그냥 하루하루 사는거지. 그래도 고맙지? 이런 날 챙겨줄 사람이 엄마 밖에 없어서. 아, 당신도 초콜릿 하나 먹어봐요."
'그래, 기념일이라고 뭐 있겠어? 내년에도 이 날이 오겠지. 그리고 그 내년에도, 내가 군대에 있을 그 내년에도...하지만 오늘과 그 기념일은
똑같은 기념일일 뿐이야. 겁내지말자.'
 
선욱은 금딸을 하며 스스로 생각이 많아진 것을 느꼈고 스님들이 왜 금욕적인 생활을 하는지 마음 깊이 와닿았다.
 
"그래, 금딸 금딸하다보면 언젠가 그 날이 오겠지."
"그만 쳐 중얼거리고. 초콜릿 다 먹었으면 들어가서 공부해.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잖니."
"알겠어요."
 
선욱에게 이번 발렌타인은 특별하면서도 다른 날과 다르지 않는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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