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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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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단편제 82회차 1] 햄버거 조리? 제작?
글쓴이: 행인
작성일: 13-08-03 23:57 조회: 1,518 추천: 0 비추천: 0
 
클래스메이트 전원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욕망이 넘실거리는 짙은 갈색의 눈동자, 식욕이 입 안에서 흘러나온 듯한 침…… 그들의 젓가락을 식판을 향해있지만 녀석들은 모두 내 접시에 쏠려있다.
내 책상에 놓인 접시는 그들이 먹는 급식과 음식이 달랐다. 그들의 식판은 밥, 미역국, 양념 돼지고기 볶음, 김치로 이루어진 평범한 구성. 반면 나는 철판으로 볶은 약간 매콤한 볶음밥과 그 위에 얹힌 바삭한 빵가루가 돋보이는 치킨커틀릿, 치킨커틀릿에 뿌려진 달콤한 다갈색 소스가 볶음밥으로 살짝 흘러내린 모양새가 아주 먹음직해 보였다.
내가 숟가락으로 볶음밥을 한가득 떠 입안에 넣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온다. 어떤 이는 입술이라는 댐이 터진 듯 침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다.
“나, 나도 먹을 거야!” 내 입안에서 치킨커틀릿이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부수어지자 철판 앞에 있던 한 남학생이 인내심도 부숴 진 듯 했다. 그는 흡사 일주일을 굶은 사자처럼 나, 아니 내 볶음밥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가 내 일 미터 반경까지 도달했을 때 파지직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고 그는 바닥에 쓰러졌다.
“이전 정우 꺼, 내 남친을 위해 만든 식사야. 네 몫이 아니라구.”
흰자위를 드러낸 채 부들부들 떠는 그를 영혜가 내려다본다. 영혜의 손엔 푸른 전기가 튀는 검은 전기충격기가 들려있었다, 영혜의 치마 주머니로 들어간 그 무기를 보며 우리는 작게 부르르 몸을 떨었다.
“손이 멈췄어. 맛없어?”
수저를 문 채 멍하니 있는 나를 영혜가 들여다봤다. 나는 화급히 고개를 젓곤 밤을 퍼먹었다. 영혜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볶음밥은 역시나 맛있었다. 영혜는 요리에 재능이 있으니까. 거기에 세계적인 레스토랑의 쉐프인 아버지의 정성으로 개화한 재능이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영혜의 요리를 맛 본 독재자는 ‘미안합니다.’라 중얼거리며 먹었다고 한다. 영혜와 연인 사이인 나야 그녀의 요리를 꽤 먹어봤으므로 그렇다 쳐도, 클래스메이트 일동에겐 내성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저 좀비 같은 태도를 이해하지만 익숙해지긴 못하겠다.
나는 시선들에 거북함을 느끼며 마지막 한 숟가락 입안에 집어넣었다.
“잘 먹었습니다.”
나는 합장을 하며 작게 말했다. 트림이 나오려는 것을 목 밑으로 삼켰다.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클래스메이트들이 꾸역꾸역 급식을 퍼먹는 것을 보며, 나는 문득 영혜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평소엔 다른 이들처럼 급식을 먹고 했는데, 내 것의 앞에 붙은 그녀의 책상엔 식판이 붙여있지 않았다.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를 보며 영혜는 ‘아’하고 귀여운 괴물로 디자인 된 그녀의 가방을 뒤적였다.
“내 점심은 이거.”
책상 위에 올려 진 것은 햄버거였다. 말라붙은 양상추와 찌그러진 빵, 베어무는 순간 사방으로 튈 듯 햄버거 안 가득한 붉은 소스, 아무렇게나 뭉친 썩은 나무 같은 고기 페티. 척 봐도 싸구려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편의점 햄버거였다.
내가 봉지를 뜯어 영혜에게 들려주자, 그녀는 입 안 가득 햄버거를 베어문다.
영혜는 바퀴벌레를 밟아서 터트린 것 같은 얼굴로 오랫동안 그것을 씹어 먹었다.
 
*
 
영혜는 그 후로 점심시간마다 햄버거를 먹었다.
처음엔 편의점 싸구려 햄버거로 시작해, 각 패스트푸드 점 햄버거로 발전했던 영혜가 오늘 고른 햄버거는 근처의 고급 수제 햄버거였다. 패스트푸드 정 햄버거라는 달리 두툼한 햄버거가 혀에 닿자마자 영혜는 얼굴을 찌푸렸다.
“버섯만 넣으면 고급이 되는 줄 아나, 이 썩은 인간이.”
목소리가 가라앉은 영혜는 무서웠다. 그날 역시 나는 영혜가 만든 새우크림 스파게티를 먹고 있었다. 크림소스는 절묘한 간으로 짭조름하며 담백했고, 새우의 톡 터지는 색감과 베이컨의 바삭함, 그리고 면의 부드러움이 한데 섞여 내 혓바닥을 농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 맛만큼 어째서 영혜가 얼굴을 찌푸리며 햄버거를 먹는지 궁금했다.
며칠 전, 그 이유를 물어보았지만 영혜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길 뿐이었다. 내게 고백했을 때처럼 영혜는 언제나 자신의 감정의 솔직했다. 그런 영혜가 어색하게 화제를 돌리니 더욱 의구심이 솟아났다.
지금만 해도 영혜는 가늘지만 투박한 손가락이 빵을 파고들만큼 괴로워하며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그거 맛있어?”
스파게티를 먹다 말고 물었다. 일순 영혜는 햄버거를 씹던 턱을 멈췄으나 이내 다시 씹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느 정도로?”
“굳이 비교하자면…… 식빵, 토마토, 슬라이드 햄, 치즈, 양상추를 차곡차곡 쌓은 맛?”
“샌드위치와 말해.”
“좀 달라. 조리한 게 아닌 제조한 것 같은, 음식이 아니라 공예작품 같은.”
영혜는 햄버거가 사라진 포장지를 꾸겼다.
“요리사의 개성이 빠진 그런 맛이야.”
나는 뺨을 긁적였다. ‘요리사의 개성’은 문외한인 내겐 이해의 저편에 있는 단어였다. 내가 아는 요리란 정해진 재료로, 정해진 방법으로 조리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개성이 끼어들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영혜는 내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웃었다. 조롱이라기보다는 이해하려드는 나를 대견하게 여기는 듯 했다.
“넌 내가 요리한 음식을 어떻게 생각해?”
 오른손 검지를 내 눈 앞에서 흔들며 영혜가 말했다.
“다양함? 즉흥성? 항상 메뉴가 달라. 마치 그때의 기분에 맞춘, 요리하는 것처럼.”
영혜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평소에 날카롭던 눈매가 동글동글해지니 송골매에서 햄스터로 분위기가 바뀐다.
곧 영혜는 그 귀여움을 얼굴에서 지웠다. 대신 은은하게 입 꼬리를 올린 미소를 띠었다. 약간의 두근거림이 기습적으로 찾아와 나는 쥐고 있던 스파게티가 말린 포크를 떨어뜨렸다.
 
*
 
영혜는 오늘도 햄버거를 먹는다.
어딘가의 한정판매라는 일본식 해물파전, 오코노미야끼가 고기 페티 대신 들어가는 햄버거다. 그녀의 얼굴이 전보다 더 괴상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내 것을 얇은 고기로 각종 야채와 떡을 말아 후추로 간을 하니 구운 고기 말로 주 메뉴로 한 한식 도시락이다. 갈색의 고기말이가 하얀 쌀밥, 붉은 갓김치와 노란 계란찜 등 화려한 색의 향연이 보기만 해도 배부르게 한다.
그러나 나는 젓가락을 손에 쥔 채, 그저 쥐고만 있다. 당장 젓가락을 놀려 이 고기말이와 밥을 먹고 싶었다. 반대로 당장 도시락 뚜껑을 닫고 싶었다.
영혜는 자해를 하고 있네.
어제 전화로 영혜의 아버지께 들은 말이다. 왜, 어째서, 무슨 이유로.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수많은 의문형은, 오히려 단 하나도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내가 침묵하자 그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영혜가 햄버거를 먹는 이유가 자해라 말했다. 그 해로운 음식으로 미각을 괴롭혀, 결과적으로 자신의 재능을 잃는다. 나는 황당했으나 그는 어디까지나 차분하게 말하고 있었다.
만약 그게 진실이라면, 무슨 이유로. 그는 내가 질문하기 전에 ‘부탁하네. 영혜가 햄버거를 못 먹게 해주게.’라고 정중히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런 그녀의 아버지와 나의 뒷이야기를 알 리 없는 영혜는, 자신이 애써 만든 도시락에 손을 대지 않는 것에 불만스레 뺨을 부풀리고 있었다.
“왜 안 먹어? 여친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도시락인데?”
“그 햄버거 한 입 먹어봐도 돼?”
영혜는 뜬금없는 나의 부탁에 당황해 오코노미야끼 햄버거를 내밀었다. 나는 그것을 베어물고 씹었다. 생선 비린내와 달기만 한 소스가 혀를 휘감는다. 과연, 이건 고문이다.
이번엔 영혜가 만든 고기말이를 먹었다. 달콤한 육즙과 향긋한 채소향이 어울려져 햄버거의 싸구려 맛을 덮어버린다. 정말로 맛있다. 영혜의 아버지가 햄버거를 싫어하는 이유를 알겠다. 햄버거는 그녀의 요리에 비하면 쓰레기였다.
“햄버거 먹지 마.”
“뭐?”
“몸에도 안 좋은 거, 먹지 말라구. 그건 요리가 아니라 공예작품이라며.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
영혜의 분홍색 입술이 딱 달라붙더니 점점 붉게 변했다.
“난…… 내가 먹고 싶은 걸 먹어. 이건 내 자유야. 요구하지 마. 간섭하려 들지 마!”
영혜는 덜덜 떨리는 몸으로, 그 몸의 온 힘을 쥐어짜낸, 하지만 작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힘겨운 저항에 멍해진 나를 뒤로하고 영혜는 교실을 뛰쳐나갔다.
 
*
 
예상 밖으로, 오늘도 영혜는 정상적으로 등교했고 평소와 같이 수업을 듣고 친구와 놀았다.
다만 나는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었다. 바로 옆자리인데도 애초에 없었던 사람인 듯. 마찬가지로 나도 영혜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점심시간은 찾아왔다.
 
*
 
오늘 역시 영혜의 점심은 햄버거였다. 빰 대신 쌀을 쓴 라이스버거라는 녀석이다.
그러나 그것이 영혜의 입에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그 햄버거를 영혜의 아버지가 낚아챘기 때문이다.
“아직도 이런 쓰레기를 먹는 거냐.”
다부진 그의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도 영혜는 물러서지 않고 일어서서 마주보았다.
“제가 택한 길이에요.”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요리하고 싶은 것을 요리한다. 그런 건 성공할 수 없다. 손님의 요구에 맞추어 요리하는 게 요리사다.”
“그런 건, 전혀 즐겁지 않아요.”
“원래 재능이란 그런 것이다. 요구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걸 모르는 거냐.”
“그런 의무 개나 줘버리라죠.”
영혜는 아버지의 다부진 손을 밀어 올렸다. 그 손에 들린 라이스버거는 그대로 날아가 그의 얼굴에 부딪혔다. 그의 얼굴에 햄버거의 조각들이 다닥다닥 붙는다.
그는 무덤덤하게 얼굴을 손으로 쓸어 햄버거 찌꺼기를 털어냈다. 그리고 그 손을 높게 쳐들고, 내리친다. 다행히 그 손바닥이 영혜의 뺨에 닿기 전에 내가 붙잡을 수 있었다.
영혜는 그를 노려보곤 교실을 나갔다.
 
*
 
그 후 영혜의 아버지에게 한참동안 잔소리를 들어야했다. 왜 영혜가 햄버거를 그만 먹지 않게 못했냐는 둥, 왜 영혜가 대드는 걸 보고만 있었냐는 둥. 영혜 대신 뺨도 맞았다. 딸내미의 연인은 자식과 같다나. 그 덕에 나는 왼쪽 뺨이 퉁퉁 부은 채 영혜를 찾아 복도를 헤메이고 있었다.
아니, 헤메이진 않는다. 영혜가 어디 있을 진 알고 있었다.
타박타박 일정한 박자로 걷던 나는 가정실습실이란 팻말이 걸린 교실에서 멈췄다. 그 초록문 너머로 향긋한 냄새가 풍겨왔다.
미닫이문을 열어젖히자 가장 먼저 보인 건 하얀 조리대 위에 놓인 하나의 햄버거였다.
“어때, 내가 조리한 햄버거를 본 기분이.”
멍하니 햄버거에서 풍겨오는 향기에 취해있는 내게 어느새 영혜가 다가와 있었다.
“……맛있겠지. 누가 만든 건데.”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영혜는 빙그레 웃었다. 영혜가 내게 햄버거를 쥐어준다. 나는 햄버거를 베어물고 ‘맛있다.’라 말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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