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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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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단편제 76회차/3] 가나안
글쓴이: (0,0,0)
작성일: 13-06-21 03:33 조회: 1,535 추천: 0 비추천: 0

개인의 신상을 보호하기 위해 이름은 성씨의 이니셜로 표기함.

 

시골에서 상경한 소녀 A는 전형적인 촌 여자아이로 조금 억샌 듯 보였지만, 속은 순박했고, 이 도시에 대해서는 여느 시골 사람들과 다름없는 일종의 선망감에 휩싸여 있었다.

오래 기다렸지?”

내가 다가가자 A는 앳된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젓는다. 처음 그녀를 발굴 해 냈을 때도, A는 말이 적었다. 아마, 그녀의 사투리 강한 억양을 부끄럽다고 생각 했을 것이었다. 물론, 사투리라는 것은 종종 대중에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어필 포인트가 되기도 하지만, 이쪽에서는 별로 필요 없는 부분이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

나는 들고 온 계약서를 펼쳤다. 가나안 프로모터 전속 연기인 계약서였다. 가나안 프로모터,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으로 당신을 이끌어 드립니다.

사인을 하면, 바로 프로모션 일정하고 관련 교육을 받게 될 거야.”

소녀 A는 망설이는 듯 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이 도시에서 인생역전을 기대하고 시골에 올라온 사람들 중에, 그들이 원하던 걸 이룬 사람이 얼마나 될까? 너는 그 기로에 선거야. 시골에서 올라온 부랑자 같은 촌년이 될지, 아니면 사람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조명 아래의 스타가 될지 모든 건 네 손에 달린 거야.”

소녀는 조금 갈등하는 듯 했지만 이내 펜을 집어 들었다. 계약서에는 그녀의 전속 조건이 적혀져 있었다. 그녀가 올리는 수익의 50%, 프로모터가 요구하는 작품에의 촬영을 거부할 시 이는 전속 계약의 파기로 보고 계약금의 500%와 소속 기간 중 모든 수익의 300%를 보상한다. 등등등

나는 A에게 친절하게도 계약서의 내용을 되짚어 주었다.

내가 시키는 일에는 '예.' 라고 대답하기만 하면 돼. '아니요.' 라고만 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돈을 벌게 해 줄 수도 있어, 너는 팔릴만한 얼굴이니까. 물론 '아니요.' 라고 대답한다면 너는 모든 것을 잃게 될 거야. 여기서 '아니요.' 라고 한다면 다시 평범한 시골 촌년으로 미씽을 돌리러 가보면 돼

“',' 라고 하면 얼마나 주실 건가요?”

A는 어색한 억양으로 표준어를 발음했다. 하지만, 의미는 정확하게 전달되어 온다.

지금, 여기서 첫 번째 YES를 한다면 글쎄, 200정도는 계약금으로 줄 수 있어. 물론 거기서 100은 네 교육비로 빠지겠지.”

A는 조금 실망한 모습이었다.

이봐, 이봐, 우리 회사는 그렇게 큰 회사가 아냐. 지금 당장 돈을 벌어오지도 못할 사람에게 그렇게 큰 투자를 할 수는 없어. 하지만, 일단 네가 돈을 벌어오게 된다면 그 중에서 절반은 네 몫이라는 거지. 네가 지금 한 달에 버는 돈? 기껏 5~60만원을 절반으로 나눈다는 게 아냐. 한 건당 최소 100 최대 1000 까지도 받을 수 있는 일이란 거지. 50%를 해도 한 건에 50에서 500은 번다는 말이야.”

소녀 A는 펜 뚜껑을 뽑아 들었다. 천천히 서명 란에 이름 석 자를 적어 내려갔다.

 

****

 

저는 유명해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노래하고 춤추는 저 인형 같은 여자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한 적은 없어요. 물론, 예쁜 옷은 입어보고 싶었고, 예쁘게 꾸미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저도, 여자니까. 그렇지만...”

돈이 필요한 거지?”

소녀 A는 지난 3개월간 연기 지도를 받으면서 조금 더 표준어에 유창해졌다. 또 간간히 엑스트라 배역을 맡으면서 일도 했다. 하지만 그녀가 벌어오는 푼돈은 그녀 자신도 또 이 회사도 만족시킬 수 없었다.

내가 말했었지? '.' 라고만 대답한다면 우리는 네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아니요.' 라고 대답하지만 않으면 되는 거야. '아니요.' 라고 하는 순간 너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어디 성매매 업소에 취직하면 되는 거야. 그 편이 빚 갚기에는 빠르거든 네가 번 돈에 계약금까지 해서 물어줄 돈은 대략 1000이니까. 사채 끌어서 내고, 1년만 몸 팔면 되겠네.”

 

****

 

라고 대답을 하는 한, A는 돈을 벌 수 있었다. 더 이상 소녀는 아니었지만, A를 만족시킬 수 있는 돈이 A에게 주어졌다. A에게 좋은 일이었고, 나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A가 돈을 버는 만큼 나도 돈을 버는 것이니까. 이것은 정당한 거래였다. 하지만 말이다. 내가 중형 국산차에서 대형 외제차로 차를 바꾸게 되었을 때조차 A의 모습은 처음 만났을 때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바뀐 점이라고는 A의 어색한 표준어가 이제는 능숙하게 되었다는 정도? 그 뿐이었다. 화장을 하지 않은 피부는 수수했고, 머리칼은 촌스럽게 땋아 내렸다.

, . 내가 좀 꾸미고 다니랬지? 여자가 뭐야 그게.”

사치 부릴 돈 같은 거 없어요.”

나는 기가 막혀서 A를 쳐다보았다. 이쪽 업계의 여자들이란 대체로 사치와 낭비가 심했다. 그런 여자들이 언제나 돈이 부족하다고 말을 하는 것은 익숙한 소리였다. 하지만, 내 눈 앞에 서 있는 A는 그 흔한 명품 백 하나 안 들고 다니는 한마디로 거지같은 행색을 한 여자였다.

, 말도 안 되는 소리.”

전에 말했었죠? '.' 라고 대답하는 한 돈은 얼마든지 벌게 해 주겠다고. 당신은 그저 제가 돈을 벌게만 해 주면 되는 거예요.”

A는 시골에서 도시에 올라와 낙오하지 않고 억척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표현하자면 독종 같은 여자였다. 사치나 마약, 도박과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지난 3년간 그녀가 벌어간 돈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쪽 업계에 몸담게 되면 어느새 인가 스스로 몇 가지 수칙을 만들어서 지키고 있게 돼 있다. 나의 경우에는 여자와의 관계, 특히 내가 프로모션 해야 할 상품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깨끗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들에게 어느 정도 있어서 원망의 대상이기도 했고, 그들은 얼마든지 나를 엿 먹일 수 있는 존재들이었으니까. 물론 그들이 내게 엿을 먹이려 든다고 해서 내가 그리 간단하게 엿을 먹을 정도로 만만하지는 않다. 하지만, 복잡하게 되는 것은 싫다. 단순하게 나는 그들이 아니요라고 대답하지 않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벌게 해 주었다. 그랬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A에게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내가 주는 돈에 만족하지 못하게 된 상품들이 헤어나지 못할 수렁을 찾아 빠져들어 가는 것을 손 놓아서 보던 내가 말이다.

 

그 날도 촬영을 마친 A는 샤워를 하고 축축해진 머리를 말리지도 않은 채, 사무실을 나서고 있었다.

, 나도 지금 나가니까. 내 차 타고 가라. 태워줄게

내 말에 그녀는 머뭇거렸다. 망설이는 모습은 조금은 순진한 소녀 같아 보인다. 아직도 저런 모습이 남아 있었나? A는 확실히 이상한 여자였다.

감사하지만, 오늘은 집에 바로 안 들어가요. 반대 방향이니까. 번거롭게 안 태워 주셔도 되요.”

가끔 A가 사는 원룸으로 차를 태워주기는 했었다. 하지만, 집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는다니 어쩌면 A에 대한 내 궁금증을 풀 무언가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디까지 가는데?”

“S대학 쪽이요...”

A는 말을 흐렸다.

안 태워 주셔도 되요. 정말로

그러고서 A는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S대라, 으음

 

****

 

A에게는 K라는 남자가 있었다. KA와 같이 시골에서 상경한 청년이었는데, K가 이곳의 S대 의대에 합격을 하면서 K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A가 함께 상경을 한 모양이었다. A는 바보 같은 여자다. 대개 시골 순진한 남자들이 시골 촌스런 여자에게 만족하는 것은 그런 여자들 밖에 없는 시골에서만 한정되는 일이다. 도시의 번화가 밤거리, 그게 아니더라도 한 낮에 맘껏 꾸미고 다니는 여자들을 한번이라도 본다면, 그런 남자들의 머리에서 시골의 수수한 여자들은 지워져 버리고 만다. 일단, 내가 흥신소를 통해 알아온 정보는 K가 그런 흔해 빠진 남자였다는 사실과 그것을 모르는 A가 멍청하게 그 놈의 학비니 생활비니 대주고 있다는 정도, 그게 전부였다. 너무나도 흔해빠진 이야기였기에 나는 김이 새어버렸다. 역시 A는 흔한 시골 여자에 불과했던 것이다.

 

****

 

! 너 미쳤어? 촬영 시간이 몇 신데 왜 아직도 안와?”

죄송해여.”

대답하는 A의 목소리가 어두웠다. 정확하게는 술이라도 마신 듯 혀가 꼬부라진 발음이었다.

지금 갈 테니까여으, 소리 지르지 마세여

A가 살고 있는 원룸은 이번 촬영장에서 차로 10분정도 걸리는 거리였기에 A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주망태가 되어 나타난 그녀의 모습은 도저히 촬영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거기다가 한쪽 눈에는 누군가에게 맞아서 생긴 멍 자국이 있었고, 옷은 여기저기 찢어지거나 늘어져 있었다.

, 너 그 꼴은 뭐야.”

“B 사장. 오늘 촬영은 영, 안 되겠는 걸?”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감독이 말했다.

 

촬영 스탭들이 모두 돌아간 뒤 비어있는 침대 하나 놓인 좁은 방 안에는 나와 A만이 남았다. 잠시간 정적이 감돌았다.

저기여어 선생니임 제가 더러운가여으? 딸꾹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A를 바라보았다.

선생니이임~”

이곳에 와서 배운 듯 한 알랑방귀 같은 애교는 A답지 못했다. 그러한 애교에도 내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A는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던지며 내게 말했다.

좀 봐주세여어, 제가 혐오스러으신가여어?”

내 눈 앞에 A는 나체로 섰다. 길거리에서 지나가던 그 때, 내가 낙점했던 그대로의 완벽한 몸매였다. 풍만한 가슴, 잘록한 허리와 코카콜라 병과 같은 굴골의 엉덩이, 도시에서 보기 힘든 운동이나 수술로 관리된 인공적인 몸매가 아닌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미적 비율을 이룬 몸매다.

딸꾹, 남자 친구가 있죠. 저보고 더러운 년이래여어, 더러운 년이라서여어, 나같은건 그냥 죽어버리래여어. 부끄럽데여어어,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A는 울먹거리며 말하고 있었고, 나는 A의 얼굴을 내 가슴에 묻어버리는 것으로 A를 입다물게 했다. 그리고서 A의 귀에다 속삭였다.

, 가나안이라고 알아?”

A는 고개를 저었다.

어느 무책임한 신이 멍청한 사람들을 데리고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길이 너무 험해서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죽어 나갔거든?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신을 믿고 계속 따라간 거야, 그런데 결국 도착한 곳이 어떤 곳이었는줄 알아? 젖과 꿀은 개뿔 모래 먼지에 개뼈다구만 굴러다니는 땅이었다 이거야... 시발. 좆같은 신이네.”

나는 담배를 한 개비 주머니에서 꺼내 물었다.

, 너도 더 이상 험한 꼴 당하기 싫으면, 어디 시골 모르는 동네에 내려가서 순진한 남자 하나 붙잡아서 행복하게 살어.”

 

****

 

A가 떠나가버린 뒤,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K를 찾아간 것이었다. K는 나의 방문을 매우 당황스럽게 받아들였다.

, 이 기둥서방 새끼야. A년이 내 돈 들고튀었어. 이거 어떻게 할 거야.”

아니, A라는 여자는 저도 잘 모르는 사람이고,”

K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나는 주먹을 휘둘렀다.

시발 놈이 어디서 구라를 치고 있는 거야. 그년 통장 내역 확인하니까. 그 돈 전부 네 앞으로 들어갔더만,”

정말로, 모른다니까요.”

K는 방바닥이 자신의 피로 흥건해지고, 내가 흘린 땀이 투둑, 투둑 떨어져 내릴 즈음에야 죄송하다고 말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갚을 테니 용서해달라고 말했다.

새끼, 진작에 그렇게 나올 것이지. 부끄러운 줄 알아, 남자새끼가 여자 등골이나 쳐 빨아먹고 살고, 시발새끼. 꿀 빨 때는 좋았겠지만, 세상 그렇게 사는 거 아냐. 이 새끼야.”

나는 피와 땀이 흐르는 그 방에서 K의 각서 한 장을 들고 나섰다.

 

사실 나도 그 기둥서방인 K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기는 했다. 여자가 몸 팔아서 번 돈에서 수수료니 소개비니 뭐니 해서 빼앗아 온다. 온갖 현혹스런 말로 여자를 속이지만 결국에 그런 여자들의 종착역은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였고 내가 말한 젖과 꿀들은 대게 그런 여자들의 피와 눈물의 산물이었다. 시발, 생각하지 않기로 했는데, 대부분 이쪽 길로 들어선 여자들은 5년 안에 망가져버린다. 그러면 꼴에 나는 내가 키운 여자들이라고, 더 이상 망가지는 건 볼 수 없었기에, 퇴직금조로 그녀들이 벌어다 준 돈을 집어 던지고 일을 관두어 버렸다. 나란 놈은 천성적으로 나약한 새끼였던 것이다. 시발, 나란 새끼는 좆같이 나약하다.

 

나는 또다시, 은행에서 A의 계좌로 퇴직금을 송금했다.

 

시발, 나는 나약한데다가 또다시 빈털터리였다.

 

****

 

세상일이라는 것이 무엇이든 똑같아서 기본적으로 누군가는 몸을 팔고, 또 다른 누군가는 몸 팔아서 번 돈에 빨대를 꼽아 꿀만 쪽쪽 빨아먹게 되어 있다. 이번에는 아마도 내가 빨리는 쪽인 듯하다.

“B 기사! 이건 자네 앞으로 온 택배 같은데?”

택배 영업소에서 물건을 받아 출발하려던 내게 소장이 부랴부랴 뛰어나와 박스 하나를 건넸다. 사과 박스였다.

가나안 꿀 사과?”

나는 천천히 상자에 쓰여진 글자들을 읽었다.

자네 물건이니까. 자네가 바로 들고 들어가.”

소장이 트럭 조수석 문을 열고서 박스를 던졌다. 상자에 붙어있는 송장에는 낯익은 사람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A였다.

 

A는 아마 그녀만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도착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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