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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제 79회차/1] 나는 외쳤다.
글쓴이: 카루마
작성일: 13-07-13 19:03 조회: 1,208 추천: 0 비추천: 0

, 하고.

그녀가 입에 물고 있었던 막대 아이스크림이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지금.. 뭐라고 했어?”


방금까지 막대 아이스크림을 물고 있었던 그녀의 조그마한 입술을 바라보느라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는 게 조금 늦었다.

늦게나마 대답을 하려 했으나, 그녀가 내게 한 질문을 되새기곤 부끄러움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뒤로 물러설 순 없어..!


, 나는…”


꿀꺽, 그녀가 긴장한 듯 침을 삼킨다.

그런 긴장한 모습도 참을 수 없을 만큼 귀여운 모습이어서

나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크게 외쳤다.


너랑 결혼하고 싶어!!!!!!!!!!!!!!!!!”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제대로 소리쳤다.

우와 부끄러워, 죽고 싶다.. 거절당하겠지..?

눈을 감고 서 있자니 한동안의 정적이 이어졌다. 아직 그녀로부터의 대답은 없다.


, 저기..?”


아무리 기다려도 대답이 없자, 살짝 눈을 뜨며 그렇게 말을 걸어 보았다.

그녀는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절친한 친구가 사실은 오덕이었다라는 사실을 안 것처럼 충격을 먹은 표정으로 얼어 있었다.

표현이 굉장히 구체적이지만, 그만큼 그녀가 놀랐다는 이야기다.


?!”


, 돌아왔다.

그녀는 얼어붙은 표정에서 나를 쳐다본 상태에서 매우 급속한 속도로 얼굴 표정이 변하기 시작하더니, 주변을 매우 빠르게 슥슥 하고 훑어 보고선 내게서 뒤돌아 버렸다.

나도 상당히 난감한 입장인지라 뒷머리를 긁적이며 주변을 둘러 보았다.

마침 타이밍 좋게 저물어가는 석양이 비추는 등교길의 모습이란, 내가 보아도 완벽하다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이 한두명쯤 있을 법 하지만, 지금은 정확히 석식시간이 끝난 후, 야자가 시작되는 시간이어서 주변에는 사람이 없다. (애초에 야자를 하는 사람도 무척 적다.)

물론 내 외침이 교실에 들렸을 확률은 무척이나 높지만.. 지금은 담당하는 선생님이 애들 통제를 해주기를 바래줘야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그녀가 다시 내 쪽으로 돌아섰다.

단단히 기합을 넣은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눈동자에서는 마치 불꽃이 튀길 것만 같이 굉장했다.


, , , , . , , , , , 저깈


, 혀 깨물었다.

지금 방금 순간적으로 를 몇 번이나 말한 걸까? 본인 스스로도 무척이나 부끄러웠던 모양인지 기합을 넣은 표정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그녀는 다시 뒤돌아버렸다.

하지만 이번엔 얼마 걸리지 않아 방금 지었던 기합을 잔뜩 넣은 듯한 표정으로 금새 다시 뒤돌아 내 눈을 똑바로 쳐다 보았다.


, , , 저기 말이야.. , , 결혼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표정은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지만 그녀가 내뱉는 대사에는 전혀 기합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아직도 잔뜩 더듬고 있잖아!

하지만 그런 모습도 너무나도 귀여워서,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말 그대로의 의미야.”


턱선을 따라 주르륵 흘러내린 땀을 한 손으로 훔치면서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했다.


, 하지만.. 보통은 나랑 사귀어줘!’ 라던지.. ‘널 좋아해!’ 라던지..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아..?”


그녀도 조금은 진정한 모양인지 이번에는 조금 덜 더듬으면서 말했다.


, 결혼해달라니.. 너무 갑작스러워.”


살짝 볼을 붉히며 수줍어하는 그 모습에 나는 다시 한 번 반해버릴 것 같았다.


게다가.. 너랑 나는 반도 다르고 서로 제대로 알지도 못하잖아? 내 이름, 알고 있어?”


유리, 차유리.. 맞지?”


,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혹시 스토커?!”


명찰도 잘 차고 있잖아?!”


왼쪽 가슴에 버젓하게 달고 있는 명찰을 양손으로 감싸더니 다시 볼이 붉어진다.


그리고.. 제대로 모르지는 않아. 내 얼굴.. 기억하지 못하지?”


.. .. 미안.. 잘 모르겠는걸..”


우선 내 소개부터 할게. 2학년 13반의 김백고 라고 해. 너는 문과지? 나는 이과고.. ..”


또 뭘 말해야 할지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질 않아 잠시 생각하자니


! , 도서부구나!”


갑자기 정곡을 찔러왔다.


? 아아, .”


이제 기억났어! 항상 구석에서 자고 있어서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래.. 나 같은 애도 기억해주는구나..”


나는 조그맣게 중얼거리고선 고개를 들고 말했다.


저기, 지금부터 시간 좀 있어?”

 

 



◇◆◇◆◇◆◇





해가 지고 있기는 했지만 아직 완전히 진 게 아니라 바깥은 살짝 어두운 그림자에 점점 먹혀가고 있었다.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유리와 함께 걷고 있자니 금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니, 오면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모를 이야기를 했더니 당황해서 서로 빠르게 걸어왔으니 당연한 일일까..

다행히 그녀는 오늘 학원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차분히 어딘가에 앉아서 이야기하지 않을래?’ 라고 물었더니, 그녀는 거침없이 이 아이스크림 가게를 택했다.

여기.. 제법 비싼데..


아이스크림 좋아해?”


.”


행복한 얼굴로 입안 한 가득 아이스크림을 담고 있는 그녀는 그쪽에 온통 정신이 쏠려서 여기에 온 목적도 잊고 있는 모양이다.

이대로 있으면 아이스크림 먹는 모습만을 보게 될 것 같아 먼저 두서없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말이야, 학교 다니는 게 굉장히 싫어. 쓸데 없는 시간이라고 생각해. 학교에 다니는 나 이외의 우리 반 애들이라고 할까.. 너무 생각이 없는 행동밖에 하지 않고, 진짜로 친구로 사귈만한 녀석은 내가 만난 애들 중에 손에 꼽을 만큼 적어. 그래서 일부러 학교에서는 별로 대화를 나누거나 뭔가를 하려고도 하지 않고, 혼자서 조용히 지내는 편이야. 최대한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 내 친구들은 모두 좋은 애들뿐인데.”


아마.. 너하고 내 가치관이 다르니까.. 내가 너와 네 친구들에게까지 뭐라 할 순 없지. 다만, 내 주변의 애들은 모두 그렇다는 거야.”


그 생각 없는 행동이라는 게 뭔데?”


“… 다들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될 거고. 그러면 곧 수능을 치뤄야 하겠지. 대학에 가는 걸 목표로 해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거잖아? 그렇다면 좀 더 미래에 대한 계획을 제대로, 천천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내가 말하는 그 생각 없는 행동이라는 건, 주로 자기 미래에 관해서 생각이 전혀 없고, 학교에서도 쓸데 없는 시간을 보내기만 하는 애들을 말하는 거야.”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는 거야?”


자기 인생을 책임질 건 자기뿐이니까.”


나는 제법 진지한 표정을 짓고서 말했지만, 그녀는 열심히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흐음~ 그래?’ 라는 듯한 표정으로 내 말에 적당히 질문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게 전부 티가 나고 있지만.


그럼.. 왜 나한테 고백한거야?”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도 볼이 살짝 붉어졌다. 밝은 조명 아래여서인지 그게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이런 말 하면 웃을지도 모르지만.. 방금 말했듯 나는 내 미래에 대해서 나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어. 당연히 그.. , 결혼 문제도 제대로 생각하고 있어. ‘결혼할 사람은 신중하게 고르자!’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나한테는 네가, 가장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이니까.. 그래서.. 고백했어.”


마지막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최대한 내 의사를 전달했다.


아하하~ 애늙은이 같아!”


그러자 그녀는 웃어주었다.


? , 그래?”


백고라고 했지? 우리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인걸? 너무 깊게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 아냐?”


그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


그래도, 재밌어. 하하하..”


, 보통은 다들 정색하거나 하면서 뭐야 쟤같은 눈으로 쳐다보거나 하는데 말이야.. 유리는 웃어주는구나..”


정말? 내가 특이한건가?”


.. , 그런 점에 반했어.”


조금 과감했으려나.

주먹 쥔 손을 다소곳이 무릎 위에 올려 놓고 부끄러움에 몸서리쳤다.

살짝 시선을 올려보니, 유리도 입에 스푼을 문 채 창가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 지금도 웃어줬잖아? 보통은 그러지 않는다니까..”


그것 때문에 나한테 그렇게 말한거야?”


그건.. 아냐. 그 전부터 쭉 좋아해왔어.”


, 언제부터?”


계기는 사소한 일이야.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하지만 그걸 계기로 너에게.. .. 첫눈에.. 반했어.”


“….첫눈에 반하다니.. 결혼할 사람을 신중하게 고르겠다는 사람답지 않은 말인걸.. 기쁘긴 하지만..”


, 물론! 그것만이 아니야! 사람이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다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도 하고 있어! 그래서.. , 너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관찰도 제법 했고.. , 물론 스토커 같은 짓은 하지 않았어! 어디까지나 그.. 호감에 의한 일이었으니까.. 오해하진 말아줘.”


“… 그래? 그럼 나에 대해서 어떤 걸 아는데?”


그녀는 살짝 기쁜 기색이긴 했으나 어떻게 보면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반에서 친구들에게 인기가 상당히 좋다거나, 반장을 맡아서 열심히 선생님들을 돕는다거나, 친구들 고민 같은 것도 잘 들어주고, 해결해 준다면서? 그러면서도 공부도 열심히 하는 편이고.. 외모도 내, 내 취향이야. 무지 귀여워. 특히 웃는 모습이.. , , 그리고.. 아이스크림.. 을 무척 좋아하고.”


그리고 나는 더 이상 할말을 찾지 못해서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스토커 같은 짓을 하지 않고서 그녀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는 무척이나 한정적이었다.

게다가 그나마도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잘 생각나지도 않지만.


난 피아노 치는 것도 좋아해. 잘 치지는 못하지만.”


?”


그야, 모르는 게 당연하잖아? 보통 그런걸 어떻게 알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깐.. 그럼, 내가 알려줄게.


받아.. 준건가?


, 그럼 나랑 겨, 결혼해 줄 거야?”


, , , 결혼이라고 하지마!”


그녀는 오늘 처음으로 약간 화를, 아니 조금 당황한 기색으로 소리쳤다.


“…사람들이 다 듣잖아..”


그러고 보니 여기는 아이스크림 가게였지.

주변을 둘러보니 가게 내부의 사람들이 거의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 왠지 엄청 부끄러운데.. , 지금까지 무슨 말을 했었지?


결혼은 안 돼.”


그녀는 살짝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차였다.

, 하고 짧게 탄식했다.


, 이제 슬슬 집에 갈 시간이야. 일어나자


그렇게 말하는 유리를 따라서 겉으로는 멀쩡한 척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유리는 카운터에 가서 남은 아이스크림을 포장했다.

아이스크림.. 정말 좋아하는구나.

 

 



◇◆◇◆◇◆◇





밖에 나왔을 땐 이미 해가 져 어두컴컴했다.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해보니 어느새인가 저녁 10시를 넘긴 시간이었다.

벌써 이런 시간인가.. 별로 이야기한 것 같지도 않은데.

가게에서 포장된 아이스크림을 봉투에 담아 들고 나오는 그녀는 싱글벙글 환하게 웃는 얼굴이었다.


버스정류장까진 데려다 줄게.”


그래, 고마워.”


왜인지 그녀는 순순히 승낙했다.

계절도 슬슬 가을을 향해 가고 있어서인지 선선히 부는 바람에 그녀의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걸 옆에서 볼 수 있었다.

이유.. 라도 물어볼까.


저기.”

저기.”


동시에 서로를 쳐다본 우리는 서로 당황하며 고개를 빠르게 돌렸다.


, 먼저 말해.”


아니, 네가 먼저..”


그렇게 서로 미루며 얼마 걷지 않아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가까운 위치에 있던 모양이다.

하긴, 학교에서부터 제법 걸어왔으니 그럴지도..’

-10번 버스가 잠시 후에 도착합니다.

전 정거장인가.


그럼 내가 먼저 말할게.”


버스 알림판을 보고 있으니 그녀가 말했다.


나도 너랑 많이 비슷해.”


이번엔 내 눈을 똑바로 마주치고 말하고 있었다.


나도, 장래에 관해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야. 물론 백고, 너만큼이라고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결혼 정도는 몇 번인가 생각해본 적이 있어.”


한 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이 담긴 봉투를 내 품에 밀었다.

저 뒤에서 그녀가 타야 할 버스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러니까, 잘 모르는 사람하고는 결혼할 수 없어.”


아직 그런걸 말할 나이도 되지 않지만 말이야. 하고 뒤에 덧붙였다.

어정쩡하게 내민 내 손을 잡고선 아이스크림 봉투를 쥐여 주었다.

버스가 멈춰 선다.


나한테도, 알려줄 수 있지?”


나는 입을 조금 벌린 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런 나를 보고 지금껏 보여준 웃음과는 다르게 약간 악동 같은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지은 그녀는 내 대답을 듣지 않고서 버스에 올라탔다.

그 때 정신이 돌아온 나는 다급하게 말했다.


아이스크림! 좋아하는데 가져가지 않아도 괜찮아?!”


그녀는 버스카드를 찍으면서 내게 말했다.


좋아하니까.”


그리고, 문이 닫혔다.

그녀가 자리에 앉는 걸 채 보지 못한 채 버스는 떠나가고 나만이 홀로 남았다.

 

 



◇◆◇◆◇◆◇





집에 가면서 소리지르며 펄쩍펄쩍 뛰며 달려갔다는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겠다.


내가 생각해도 나의 사랑은 엄청나게 모순되어 있었다.

조건을 생각하면서도, 첫눈에 반한 그녀에게 고백을 했다.

하지만 내 머릿속은 그런 모순에 대해서 생각하기보다, 먼저 앞서서 고백을 해버리고 말았다.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데에는 조건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참고로 그렇게 뛰어가서 뚜껑을 열은 아이스크림은 상당히 녹아 있었지만, 무척 맛있었다.

매우 달콤한, 민트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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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말 혼자서 신나서 쓴 글인데, 다른 분들이 봤을 땐 ... 글쎄요..

연애경험이 없다보니 (눈물) 뭔가 되려다 말아 버렸네요.

처음 생각은 정말 현실에 없을 짧은 고백장면을 그려보고 싶었는데, 뭔가 이상한게 가미되어 버렸습니다.

전 즐거웠습니다만, 씁쓸하네요.

역시 글쓸땐 뭐든지 경험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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