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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단편제 78회차/2] 신세계로 초대합니다!
글쓴이: RikoS407
작성일: 13-07-06 19:35 조회: 1,713 추천: 0 비추천: 0

반쯤 허물어진 시멘트 벽돌 벽이 세워져있는 골목길을 5분정도 걸어 들어가 가로등 하나가 쓸쓸하게 비추고 있는 출구로 나오면 보이는 허름하고 좁은 5층짜리 낡은 맨션.

이곳 이 내가, 아니 나와 여동생이 사는 집이다.

걸어오면 230, 인가...”

, 하고 휴대폰의 폴더를 접었다. 요즘 시대에 무슨 폴더폰인가 하겠지만 지금의 자금상황으론 이런 폴더폰의 요금도 납부하기 힘들다.

부모님이 돌아가신지 벌써 3년이 다되어 간다. 다른 도시에 출장이 있어서 두 분이 같이 다녀오시다가 차의 브레이크가 고장이 났다고, 수사하던 경찰이 내게 말해줬다.

꽤 큰 액수의 보험금이 나왔지만 장례식이나 여러 가지 수속을 하는데 반절정도를 써버렸고, 남은 돈 마저 친척이라는 놈들이 이렇게 저렇게 수를 쓰더니 모두 자기네 통장으로 갖고간 후에 소식을 끊어버렸다. 지금에 와선 화도 안 나는 일이지만 고등학교 1학년짜리하고 중학교 2학년 짜리 애들 두 명이 남아있는 상황에 자기들 잇속만 챙기려는 그 썩어빠진 생각은 어디서 나오 는걸까 하고 의문이 들기도 한다.

친척들이 연락을 끊은걸 알고 슬픔에만 빠져있던 나는 좀 더 냉정해지기로 했다. 옆에서 같이 울고있던 여동생을 먹여 살릴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생각해서라도, 나는 또래들 이상으로 냉정해질 필요가 있었다.

부모님의 명의로 된 집과 자동차가 그나마 남아있어서 모두 처분했다. 물론 소년가장이라고 측은하게 여겨서 판매금을 더 얹어주는 소설 따위에서나 가능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에 학교에서 법과 정치 쪽 진도를 나가면서 그 때 그 금액이 깎아내리고 깎아내린 후에 불법까지 저질러서 싸게 매입한 액수였다는걸 깨달았다.

부모님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 처음으로 직면한 사회 란 건, 차갑기 그지없었다.

처분한 돈으로 여태까지 그럭저럭 살아올 수 있었다. 적어도 하루 세끼를 굶진 않아도 됐었으니까.

하지만 3년째로 접어든 올해는 사정이 좀 달라졌다. 여동생이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나도 고3이 되면서 이것저것 살 참고서들이 많아졌다. 졸업앨범이니 뭐니 하며 학교에서 가져가는 돈도 많아졌고.

그래서 어제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야간자율학습까지 하고서 편의점으로 달려가 2시까지 일을 하고 집으로 귀가한다. 아예 야자를 빼고서 편의점에서 더 일을 하면 좋겠지만 3회 이상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하지 않으면 보조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라는 해괴하고 이상한 조항 때문에 조금이나마 가계에 부담을 덜고자 야자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면 꽤나 소설 스러운 인생을 살고 있네. ...”

, 물론 행복한 쪽의 소설 빼고. 주인공이 왕창 고생하는 것만 닮았다.

아무튼 이것이 지난 3년간의 이야기. 그리고 오늘은 이틀 째 알바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새벽이 돼서 주변에 불빛은 거의 없는 것을 제외하면 지금까지의 하굣길하고 별반 다를 바가 없었고, 낡아빠진 맨션의 유리로 된 대문을 열 때 끼이익하는 소리도 여태까지와 똑같았다.

“...어라?”

우편함에 고지서가 아닌 편지가 꽂혀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반쯤의 호기심과 또 다른 반쯤의 두려움으로 조심스럽게 뽑아 든 그 편지의 겉에는,

 


신세계로 초대합니다!

Write by RikoS407

 

...라고 적혀 있었다.

, 사실 느낌표는 적혀있지 않지만.

컴퓨터로 뽑아낸 듯 반듯한 글자가 세로로 적혀있다. 말도 안 되는 내용을 포함한 채.

신세계? 신들이 사는 세계를 말하는건가? 아니면 새로운 세계? 어느 쪽도 말이 안 되서 해석이 불가능 한데...

피곤함에 젖어 살짝 아픈 머리를 문지르며 편지봉투를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받는사람, 보낸 사람은 물론이거와 심지어 우표조차도 붙어있지 않다.

장난인가...?”

하지만 지금은 21세기다. 이메일이 당연해지고 스마트폰이 등장한 시대라는 거다. , 물론 후자 쪽은 갖고 있지 않지만.

요지는 이런 장난도 문자나 이메일로 오는게 대부분이라는 것. 바꿔 말하면, 누가 요새 이런 장난을 하려고 손수 편지까지 만들겠냐.

봉투의 앞부분을 찢어서 안쪽을 들여다보았더니 종이가 잘 접혀져서 들어가 있었다.

이것 역시 자로 잰 듯 틈 하나 없이 딱 맞춰서 접혀져 있어서 펼쳐 보기 아까울 정도였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 이렇게 딱 맞춰서 접을 수 있었다면 아마 교내 종이접기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탈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

상관없는 생각이 자꾸 드는걸 보니 피곤하긴 피곤한 모양이다.

어디 볼까...”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버릴 기운으로 주저없이 접혀있는 내용물을 펼쳤다.

앞에 봉투에 적혀있는 폰트와 같은 것으로 깔끔하게 줄이 맞춰져 프린트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이하, 신세계에서 보내드리는 내용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불안하고 쓸모없고 지쳐가는 인생을 사시느라 꽤나 고생이 많으십니다.

, 쓸데없이 안부인사를 보고 짜증이 나셔서 이 공고문을 찢어버리는 바보같은 행동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어찌되었든 맞는 말이잖아요?

서문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중요한 이야기를 전달하겠습니다.

당신은 불안하고 쓸모없고 지쳐가는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 중 TOP10에 등재되셨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당신을 당신만이 원하는 세계인 신세계로 모실 생각입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여자가 100명이나 있는 세계, 원하는 만큼 먹고 놀아도 좋은 세계, 돈 걱정 없는 세계, 그 무엇이든 좋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세계를 가지고 있다면 즉시 그 쪽 세계로 모셔다 드립니다!

이 편지를 확인 하셨다면 곧 저희 쪽의 인도자가 당신에게 모종의 수단으로 연락을 할 것입니다. 그 연락이 오기 전까지 당신의 불안하고 쓸모없고 지쳐가는 인생에 지쳐 쓰러지지 않길 바라며, 당신을 향한 안타깝고 딱한 마음과 동정어린 시선을 가득 담아 이 편지를 끝마칩니다.

 

신세계로부터.

읽는 내내 짜증이 가시지 않는 내용이구만...”

약 세 번정도 내가 사는 인생을 모욕당한 기분이, 마지막엔 버려진 동물을 보는듯한 동정어린 시선을 편지에서 느낀 것 같긴 하지만 찢지 않고 잘 버텼다.

그건 그렇다 치고 내용이 참...

잘 만든 장난편지네.”

이렇게나 정성을 쏟아 부어서 남을 놀려먹기도 힘들텐데 말이지. 어릴 적에 유행했던 죽음의 편지를 10번 배껴서 다른 사람한테 보내야 하는 속임수라던가 휴대폰에 선택받은 아이라는 문자가 와서 출발! X몬 월드!’라고 외치면 디지털 정보로 만들어진 몬스터들이 뛰노는 새로운 세계로 간다던가 하는 장난보다 훨씬 신선하고 정성들인 것 같다.

이것 봐. 이렇게 편지 끝에다가 자그맣게 주의사항도 적어놓잖아?

신세계 초대시 따로 금전을 요구하지 않는 상품으로 개인당 최대 1회까지 보장되며 이 용지를 파손할 경우 신세계로의 입장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만기시 현실복귀가 없는 순수보장형입니다.

이런 건 장난이라도 기분이 좋단 말이지. 보험광고를 패러디한 이 문구도 나름 괜찮다! 아까는 순간적으로 찢고 싶어졌지만 이정도 까지 해주면 곱게 보관해 줄 의향은 있다.

오늘은 좋은 기분으로 잘 수 있을 것 같다. 장난친 녀석, 복 받아라.

그렇게 속으로 혼자 중얼거리면서 집으로 들어갔다.

10. 방 하나에 화장실 하나. 이게 이 집의 전부이다. 최대한 유지비가 적게드는 곳으로 이사를 하기위해 여기를 선택한 거지만 역시 생활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혼자서 살기는 충분하지만 동생까지 같이 둘이서 살기에는 조금 비좁다.

여동생은 자는 모양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굉장히 히스테릭 하게 변해버려서 매일같이 전쟁의 계속이지만 오늘은 다행히 먼저 자고 있다. 어제만 해도 전화기로 새벽까지 떠들고 있는 걸 보고 싸우다가 결국엔 내가 져주고 말았다.

오빠라고 부르지도 않는 동생이지만, 오빠로서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거지. 오늘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걸로 만족해야겠다.

그럼 적당히 밥이나 데워 먹고 자볼까...”

뒷머리를 긁적이며 냉장고 문을 열고서 식은 밥을 꺼내고 조그마한 800W짜리 전자레인지에 넣고 버튼 두 번. 알바에 다녀오면 가장 처음 해야할 일이다.

그리고 조용히 기다린다... 이지만.

이 시간에 무슨 전화냐...”

기본 벨소리가 정적을 깨버렸다. 폴더를 열어 액정을 확인했다.

발신번호 표시 제한... 또 사기 전화냐.”

여러모로 귀찮은 존재다. 잘못 걸렸다간 몇 십 만원이나 털어가는 무서운 놈들이다. 끊어버려야지.

.”

...오늘은 평소보다 엄청 피곤했다는 걸 잊고 있었다. 또 내가 피곤하면 정신이 오락가락 한다는 것도. 어제도 피곤해서 전자레인지에 알류미늄 호일로 감싼 남은 반찬을 돌리다가 전자레인지를 태워서 망가뜨릴 뻔했다. 오늘은 좀 조용히 넘어가나 생각했지만... 수신 거부를 누른다는 걸 수신을 눌러 버리고 만 것이다.

아아, 큰일 났다. 요새 보이스 피싱은 받자마자 전화료가 부과되는 형태도 있다고 하던데. 오늘부터 반찬을 하나 줄여야 하나...

라고 생각하는데 전화기 속에서는 자동응답기 음성이 아닌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당신이, ‘초대받은자가 맞습니까?

그리고 그 내용은, 왠지 아까 보았던 장난편지에 있던 내용과 비슷해 보였다.

누구세요?”

한번 더 묻습니다. 당신이, ‘초대받은자가 맞습니까?

잠깐만요, 당신. 장난도 정도껏 치시라고요.”

자세히 들어보니 약간 변조된 목소리다. 중년 남성을 연상케하는 목소리가 약간 디지털 틱하게 갈라져 있다.

...그 반응을 보아하니 초대받은 자가 맞는 모양이군요. 저는 당신을 신세계로 인도할 인도자입니다.

그러니까, 장난치지 말라니까요.”

, 아까까지만 해도 기분이 살짝 좋은 정도였는데.

이렇게까지 하는건 좀 심하지 않습니까? 도대체 제 번호는 어디서 알아서...”

장난이 아닙니다.

지직거리는 목소리가 내 말을 끊었다.

당신의 불행한 인생을 여태까지 지켜본 저희가 당신에게 접촉한, 지극히 현실적인 사실입니다.

이 말은 나에게 궤변이나 설명을 위한 설명으로 들렸다.

아니... , 당신은 누군데요.”

저는 인도자입니다.

이름요, 이름. 애당초 절 압니까?”

당신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이름은 따로 없습니다.

이렇게 장난치는 목적이 뭔가요?”

당신을 신세계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또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장난이 아닙니다. 이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사실이자 진실. 가짜가 아닌 진짜. 거짓말이 아닌 참말입니다.

말장난하지 말라고!”

살짝 화가 나서 소리를 질러버렸다. 타이밍 좋게도 내 고함에 맞춰서 전자레인지가 띵-하는 소리와 함께 멈췄다. 멍해진 내 머릿속을 대변해주는 좋은 효과음이다.

의도에 맞지 않게 당신을 화나게 했군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장난이 아닌 것은 믿어주세요.

어떻게 믿겠냐고...

한숨을 지으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한 번 더 이야기 해줄 생각에 입을 열었지만, 변조된 중년남성의 목소리가 다시 내 말을 잘라냈다.

그럼, 증명하면 되는 것이겠군요?

그리고 한마디 더.

예를 들어, 당신이 방금 잔반 처리 및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데우느라 전자레인지를 썼다는 사실을 제가 알고 있다는 것.

...”

어떻게?

라고 생각하고 물어볼 새도 없이 변조음이 다시 치고 들어왔다.

방금 어떻게?’라고 생각하셨죠? 제가 인도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랍니다.

진짜냐...

이번엔 진짜냐, 라고 생각했군요. 물론 이모든 것은 진짜입니다.

...

생각과 행동을 읽히고 있다. 이것만큼 완벽한 증명도, 없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죠. 이 모든건 진실입니다. 사실이고요. 또한 당신은 신세계로 갈 수 있는 사람입니다.

“...”

말을 이을 수가 없다.

벙쪄서 대답을 못하고 있지 마시고 좀 말을 하시지요. 이미 머릿속에선 믿고 계시지 않습니까.

완전히 압도당했다.

, 알았어... 믿을게.”

좋아요. 그럼 당장에 묻겠습니다.

정말로,

당신이 원하는 신세계는 무엇입니까?

갈 수 있는거냐.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편지에 예시를 들어놓은 그런 거창한 세계는, 사실 필요 없다.

3년간 힘들게 살아오면서 그런 호화로운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에, 필요하지도 않다. 그런 사치스러운 생각은 머릿속에서 씨가 마른지 오래다.

부모님이 있는 세계역시, 지금 와서 원하지는 않는다. 이미 그런 감성적인 생각은 머릿속에서 멸종 된지 오래다.

생각해보면 단순하다. 여동생과 나. 우리 둘이 살고 있는 이 주위만 편해지기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낫게 살 수 있어.

그래, 바뀌기만 한다면, 더 좋게 바뀌기만 한다면.

바꿔줘.”

수화기에 대고, 그렇게 말했다.

?

지금의 성남을, 바꿔줘.”

잠깐 동안, 짧은 정적이 흘렀다.

... 그러니까, 바로 성남을 바꿔달라는 거죠?

약간 어리버리한 느낌으로 변조음이 되물었다.

그래, 지금보다 좀 더 좋게 바꿔줘.”

으응...! 아하, 그렇군요. 잘 알았습니다!

뭔가 심하게 궁리하는 듯한 목소리였지만 무릎을 탁 치는 소리가 들리고선 다시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바뀌었다.

당신의 원하는 신세계, ‘새로운 성남’! 지금 당장 들어주기로 하죠!

꿀꺽.

눈을 감으시고 제가 셋을 센 후에 눈을 뜨면, 세계는 이미 변해 있을 겁니다.

... . 고맙다.”

고맙기는요! 부디 신세계에선 행복하시길. 그럼 갑니다!

눈을 감았다. 믿음직 하진 않지만, 지금 당장에는 믿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더 믿고 싶다.

3!

이제 곧 눈을 뜨면, 지금까지의 3년은 청산이다.

2!

나와 여동생...유성아도 서로 싸울 일이 적어질거다.

1!

그래, 이젠!

눈을 뜨셔도 좋습니다!

...

저기... 인도자라고 했나?”

그렇습니다만?

“...아무것도 안 바뀐 거 같은데?”

내 눈앞에 기대어져있는 전신거울에 비친 모습은 그저 핸드폰을 한쪽 귀에 댄 채 측은한 눈으로 쳐다보는 나 밖에 없었다. 그 옆에서 작동이 멈춰서 불이 꺼져있는 전자레인지도 그대로고, 반대쪽의 작은 창문으로 보이는 야경도 그대로다.

마치 문자에 선택받은 아이라는 글귀를 보고 핸드폰을 높게 쳐들고 출발! X몬 월드!’를 외치던 초등학생 때가 떠오르는 지금.

그러니까, , 나는...

낚인거냐?!!”

완벽한 대어로서, 그 역할를 다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변조음이 당황한 듯 뭔가 부정을 하는 것 같았지만,

이런 소규모적인 신세계는 눈에 띌 정도로 빨리 바뀌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천천히 느껴가실 수 있을 거...

시끄러! 강태공은 나가 죽어라!”

소리를 꽥 지르고 폴더를 평소보다 더욱 세게 닫아버렸다.

집 안에는 몇 년이나 된 아날로그시계가 똑딱똑딱 거리는 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려 퍼지고 있고, 눈 앞의 전신 거울엔 허망하게 팔을 늘어뜨리고 있는 팔딱거리는 대어가 안에 있었다.

대한민국 낚시꾼들 다 족구하라 그래...”

오늘밤은 다른 의미로 잠이 잘 올 것 같다.

 

-

 

어디선가 들었던거 같은데.

크게 낚이고 나면 그날 밤은 잠이 솔솔 온다.

“...선생! ...유선생! 자고있냐?! 지금 잠이오냐?!”

다 거짓말인 모양이다.

어젯밤에 나는 한숨도 못 잤다. 생각보다 어지간히 열 받았나 보다.

,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고3생활 끝나냐?! 엎드려!”

, 내가 국사시간에 자다니. 명이 줄어드는 걸 재촉하고 있구나.

그럭저럭 국사시간을 보내고 저녁식사를 먹으러 식당에 들어섰다.

물론 혼자서.

누가 보기엔 안쓰러워서 눈물이 날 상황이지만 고1때부터 산전수전을 다 겪고 살아온지라 신경 쓰이지도 않을뿐더러 수업시간 외에는 계속 자기 때문에 내게 말을 거는 아이들도 없었다.

...정말로.

그보다 학교에서 내게만 무료로 제공해주는 이 식사를 거르면 가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쳐버리기 때문에 놓치지 않아야 하는게 더 중요하다.

오오... 떡갈비에 함박스테이크인가. 훌륭한 고칼로리 조합이다.”

오늘의 식사가 꽤나 호화로운 데에 잠시 감사의 시간을 가진 후 젓가락을 들었다.

그런데, 그 때 누군가가 내 앞에 식판을 턱-하고 내려놓았다.

미안, 자리가 없어서. 같이 앉아도 될까?”

, , ...”

어라, 뭐지.

뭐야, 존댓말이라니. 같은 학년이라고? 게다가 같은 반이잖아?”

아니, 당황해서.”

자리가 없을 리가 없잖아. 급식시작한지 3분밖에 안 지났는데. 당장에 내 옆쪽 식탁만 해도 텅 비었는데.

이야, 나는 네가 자는 모습 외에는 본적이 없는거 같은데, 제대로 일어나 있을 때도 있구나?”

“...수업시간에도 안자는데.”

어머, 그래?”

그럼 이 여자애가 내 앞에 앉은 이유는 좀 더 좋은 쪽으로 해석해도 좋은 건가?

그런데 아까는 국사시간에 졸아서 얻어 맞지 않았어? 착각인가~?”

, 아니. 그건 어제 이상한 전화 때문에...”

대놓고 쳐다보기에는 심적 부담이 큰 소심한 나인지라, 조금씩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다.

그러니까 묘사하자면 이렇다.

빛을 받아서 윤기가 도는 검은 머리카락이 일자로 곧게 뻗어서 허리 전까지 와있고, 교복은 깔끔하게 펴져있어서 하복인데도 단정한 느낌이 들었다. 허나 흉부 주위에는 다른 곳에 비해 심하게 주름이 져 단정치 못한... 그만두자.

그래? 좀 더 설명 해줄 수 있어?”

...!”

묘사 따위를 안 한다고 해도... 행복한 날이다!

 

-

 

오늘은 야자를 빠지는 날이라 일찍 학교에서 나와 편의점으로 향하고 있다. 시간은 7시가 넘어가고 있지만 어둑어둑 해지기에는 아직 한참 남았다. 누가 뭐라해도 햇빛이 선명하게 자연을 햝고있는 여름이 아닌가. 그 덕에 약간 덥긴 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예외인 날이다.

어라, 너 오늘은 왜 이렇게 신이 나있냐?”

어떻게 점장님이...”

얼굴에 씌여있어, 임마.”

그런가...”

됐고, 가서 시프트 교체나 해라. 오늘은 저녁까지 더워서 사람들 몰릴 것 같으니까.”

-”

먼저 와있던 스무살 짜리 고시생 형에게 카운터를 넘겨받았다.

, 덥다곤 해도 말이지...”

카운터에 앉아서 한 시간 전쯤의 저녁시간을 다시 회상해보자.

- 그래? 그럼 내 전화번호 줄테니까 나중에 연락해.

- 정말입니까?!

- ...갑자기 왜 또 존댓말이야.

- 미안...

이런 연유로! 여자아이의 전화번호를 얻었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핸드폰을 치켜들었다. 최근 3년간 이렇게 뿌듯한 일이 있었던가!

, 저기...”

죄송합니다~ 지금 알바하는 애가 정신이 없어서~”

하지만 손님 앞에서 그런 건 생각보다 부끄러운 일이다. 자중하자.

죄송합니다, 점장님...”

됐어. 인생에서 여자를 만난다는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이 점장은 잘 안다.”

점장님...

왜냐하면 난 아직까지도 결혼을 못했으니까...”

힘내세요...”

얼마나 기쁠까... 연애란건...”

서른 네살의 눈물은, 쳐다보는 사람까지 슬프게 할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구나.

점장님을 달랜 뒤에는 정말 딴생각을 할 시간이 없었다. 덥다보니 에어컨이 있는 편의점에 들렸다 가는 사람들의 주문을 도맡아서 하려니 앉아있을 시간이 없었다.

눈 깜짝할 새에 시간은 새벽 두시로 향했다. 7시간의 노동. 한주에 한번만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거지만 부족한 가계를 매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점장님의 배웅을 받으며-조금 슬퍼 보이는 얼굴이었지만-집으로 향하는 길에 전화가 왔다.

발신번호 표시 제한으로.

인도자 입...

딸깍.

삐리리리-

저기,

딸깍.

삐리리리-

지금 즐기고 있는거죠?!

.”

그렇게 간단하게...

그야, 날 낚은 사람인데 기분좋게 전화를 받을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그건 거짓말이 아니라니까요...

,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까 봐주겠어.”

하아... 그러신가요.

피곤해서 그 효력도 다 사라진거 같지만.”

이 녀석과 떠드는 것도 꽤나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늘은 좀 편한 마음으로 꼬치꼬치 캐물어보다가 잘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관문을 열자마자 그럴 생각이 사라졌다.

이 소리는 뭐죠?

끊어봐.”

나는 그 짧은 말을 내뱉고 휴대폰 폴더를 닫았다.

그리고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을 천천히 묘사했다.

집안에 크게 울려 퍼지는 전자기타소리, 밝게 켜진 등불, ...여동생의 노래 소리.

유성아!”

나는 방문을 열어 재끼고 기타를 매고 있는 여동생에게 소리를 질렀다.

. 오늘은 또 왜 이리 일찍오셨대.”

일찍? 지금이 몇 신지 모르는 거냐? 너 내일 학교는 어쩔거야?”

거참 시끄럽네... . 내가 필요해서 연습하겠다는데 뭔 상관인데.”

학교-”

학교, 학교 타령! 그만하라고! 내가 그래서 말했잖아. 고등학교는 안가겠다고!”

성아는 나를 무시한 채 피크를 다시 치켜올렸다.

물론 내가 그걸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앰프의 전원을 꺼버리고 성아를 돌아 세웠다.

너 미쳤어?! 왜 끄는데!”

동생의 주먹이 배를 강타했다.

아프지는 않지만, 화를 불러일으키는 그런 주먹. 맞아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 너 때문이잖아... 난 노래를 하고 싶었다고!”

...성아는 1년 전에 청소년 락 페스티벌에서 우승을 했었다. 답답한 일상을 찢어서 부숴내려는 듯한 강한 호소력은 오빠인 내가 듣기에도 굉장한 실력이었다고 말할 만큼, 성아의 실력은 그저 아마추어 정도가 아니었다. 당연히 주최했던 기획사에서 성아를 스카우트 해가려고 했었다. 나 역시 기뻤지만, 성아가 기뻐했던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아마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처음으로 그런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하지만 계약을 할 순 없었다.

그 이유는 황당했다.

보호자의 연령이 만 20세 이하인 경우 계약조건에 어긋나 계약할 수 없다.’

기획사측은 그렇게 말하고 허무하게 우리를 돌려보냈다.

물론 그런 말도 안되는 규칙은 없을거다. 아마 부모님이 없다는데서 안 좋게 본거겠지.

그 후로 성아는 내게 더 히스테릭하게 변했다. 그 이유를 알기 때문에 어느 정도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데 비해 내 인내심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엔, 터졌다.

성아의 이 한마디에.

! 너만 없었어도! 엄마 아빠가 안 죽었을거 아니야!!”

 

-

 

여름이지만, 밤공기는 참 차구나.

옥상에서 느껴지는 바람에 그런 감상이 들었다.

“5, 이면 빨리 끝나려나.”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풀 따위 하나 없는 콘크리트 바닥이 어둠에 희미하게 비쳐 보였다.

3년전 일을 회상했다.

부모님이 원래 출장 가려던 날짜는 내 생일 이었다. 나이가 나이만큼 찼기 때문에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지만 부모님은 고등학교 들어가서 첫 생일인데 챙기지 않고 갈 순 없다고 했다. 그렇게, 하루 미뤄진 출장이었다.

출장에 필요한 차량이 하루 미뤄지면서 다른 사람이 먼저 가져갔기 때문에, 부모님은 다른 차량을 가져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차량이, 사고 차량이었다.

확대 해석, 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이 그랬다. 이리저리 얽히고 섥혀서 생각해보면 결국엔 내 탓이 되는 것 아닌가.

그 생각을 하게 되면 내가 무너질거란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바쁜 생활을 하며 그 생각을 애써 잊고 있었던 걸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같은 지친 날, 그것도 여동생에게.

아무리 산전순전을 다 겪은 나라도 그렇게 숨겨두었던 사실을 눈앞에서.

이젠 그냥 편해지고 싶다. 그래, 이걸 다른 이유로 감싸서 표현하자면-

죽어서 내가 죄를 씻어야지.”

세간에선 이런걸 보고 중2병인가 뭐라 그랬던가... 한번 쯤 이런 말을 해보고 죽으면 멋지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에서야 해보는구나.

난간 앞에 섰다.

눈을 감는다.

...전화벨이 울린다.

이게 아닌데.

신경질 적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귀에 댔다.

인도자입니다.

변조음이 잔뜩 낀 중년남성의 목소리다.

아아, 신세계로 만들어준다고 했던 그 인도자이십니까.”

나는 잔뜩 조롱하듯이 대꾸했다.

안타깝게도, 당신이 마련해준 신세계는 제게 안 맞았던 모양입니다.”

난간에 덜컥하고 기대어 이야기를 이었다.

결국에 바뀐건 아무것도 없었고, 전 이 세상에 더 이상 유감을 두지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죽으시려고?

갑작스레 반말을 해서인지, 또 내가 뭘하려는질 맞춰서인진 모르겠지만 가슴이 뜨끔했다.

정말 아무것도 안 바뀌었어?

그래, 아무것도!”

...지금 당장 전화번호를 확인해보는걸 추천할게.

무슨 소리...”

...

액정에 표시된 건, 발신번호 표시 제한이 아니었다.

오늘 저녁시간에 저장한 그 번호 였다.

그 순간 쾅 하고 옥상 위의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오른쪽 귀를 때렸다.

여어.”

사복을 입고 있는 그 아이, 였다.

“?...??...???”

, 대사로 물음표를 연발하는 듯한 표정 짓지마. 다 설명해 줄게.”

그리곤 내게 성큼성큼 다가와 손목을 잡아채며,

당신의 신세계는 여기입니다. 유성남씨.”

라고 말했다.

 

-

 

그 후의 후일담이다.

내가 원했던 신세계는 지금의 성남을 바꾸는 것’. ...바로 나, 유성남이 바뀐 신세계 였다.

그래서 그녀는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다가 일단 친구를 만들어 주는 것부터 시작 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게 저녁시간의 접근이었다는 것.

그러면 도대체 신세계인지 인도자인지는 다 뭔데?!”

라고 발끈해서 물었더니,

설정인게 당연하잖아?”

라고 대답했다. 황당하기 그지없다.

그럼, 내 생각을 맞췄다던가 내가 전자레인지 돌리는 건 어떻게 알고...”

라는 초조한 물음의 대답은,

전자레인지는 네가 봉투 들고 들어가는걸 보고서 대문에 바짝 귀를 댔더니 소리가 들리길래. 틀리면 어쩌나 했지. 생각을 맞추는건... 누구나 그런 소릴 들으면 그런 생각을 하니까. 말하자면, 찍었다?”

라고 하더라. 해괴하기 그지없다. 그렇지?

여자 100명인가... 그건 어쩔건데?”

라는 태클거는 듯한 물음에는,

광고는 자극적일수록 효과가 좋잖아?”

..., 그런 신세계는 생각도 없었지만.

그래서 이런 걸 한 의도는 뭔데?”

라는 본질적인 질문에는,

대학.”

이라는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대학 입시에는 봉사활동전형이란게 있어. 누군가를 열심히 도와주고 그런 정신을 높게 보아서 합격시켜 주는거지. 예를 들면 한X대의 사X의 실...”

겨우 그런게 이유였냐?!”

겨우 그런게, 이유였습니다.”

결국엔 난 또래 친구 한명 대학보내기 위해 끌려다닌 건가. 라고 생각 하고 있자니 그녀는 이렇게 덧 붙였다.

, 최근에는 봉사활동하면 전형적 인게 정해져있으니까 식상하잖아? 그래서 나는 이런걸 계획 한거지. 그리고 그 처음으로 당첨된게...”

반에서 잠만자는 보조대상자, 나였다?”

정답!”

내가 그렇게 측은해 보였던 거구나.

그런데, 지금의 신세계가 마음에 안들기라도 한거야? 선택이 극단적이잖아.”

친구가 생긴건 좋지만, 근본적으로 내가 변하지가 않았잖아! 난 성아와 싸우지 않는 세계를...”

아항. 말하자면 좋은 오빠로 변하고 싶다?”

“...그래.”

그쪽이라면 내가 준비한 선물이 있는데.”

그렇게 말하고 그녀가 꺼내든 것은,

,,,... 기획사 계약서요?!”

뒷조사를 좀 했지. 너희 동생이 퇴짜 맞았던 그 회사가 우리 아버지 회사의 계열사거든. 그래서 좀 부탁을 해봤지.”

“...그 정도 재벌이면 대학도 그냥 갈 수 있지 않냐?”

쯧쯔, 자신의 힘으로 가야지 진정한 대학교 입학 아니겠어?”

정말, 말도 안 나오게 막무가내 해결법이다.

어쨌든 첫 번째 봉사활동 대상자, 너에게 질문을 하겠다!”

또 묘하게 그런 말투구만.”

, 신경꺼. 방금 네 중2병 대사도 만만찮았거든?”

...”

그녀는 자그마한 녹음기를 꺼내 녹음 버튼을 눌렀다.

이름은 무엇입니까?”

유성남.”

나이는?”

“19.”

가고 싶었던 세계가 맞습니까?”

...내 인생이 조금이나마 좋은 쪽으로 바뀌고 있으니까.

.”

가슴이 뛰었습니까?”

?”

대답해.”

“...어느정도는.”

가려운 곳은 없었습니까?”

뭐라는거야?!”

조크야, 조크. ‘로 라임 맞추기라고 해야할까...”

넉살 좋은 녀석이라니까...

, . 그러면 마지막질문.”

 

가장... 행복합니까?”

“....”

 

이렇게, 나의 신세계는 어느 정도 완성 되었다.

아직 친구라곤 이 녀석 한 명 밖엔 없지만, 그것 만으로도 꽤나 삶의 질이 달라져간다는 것을 최근 매일 느낀다.

성아는 지금쯤 돌아와 있겠지. 계악사와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했는지 물어 봐야겠다.

맨션의 문은 여전히 끼이익 하는 소리를 내며 열리고, 우편함에는...

또 하얀색의 종이봉투가 꽂혀있었다.

벌써 두 번째 봉사활동 대상자를 찾은 걸까, 하며 봉투를 뽑았다.

우리 집은 두 명 밖에 살지 않으니까, 대충 누가 대상자인지는 벌써 상상이 간다.

신세계로의 초대권을 손에든 채, 나는 현관문을 열며 케이크를 차려놓고 날 기다리고 있던 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편지 왔다, 유성아.”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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