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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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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단편제 78회차/1] 아름다운 그대
글쓴이: Unknown
작성일: 13-07-06 14:24 조회: 1,071 추천: 0 비추천: 0

 “안녕? 제현아.”

 등교를 위해 교실 문을 열고 있는 내 뒤로 나긋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와 인연이 있던 여학생이 있던가? 한번 의문을 품으며 뒤로 돌아 그녀가 누군지 확인 했을 때, 내 등 뒤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가볍고 반갑게 나긋이 이야기한 그녀는 지유였다.

 작고 예뻐서 인기도 많고, 특히 그녀가 하는 패션들은 곧 학교 내의 유행이 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때에 따라 치마를 짧게 줄이거나 늘리거나 한다. 허리춤을 줄여서 핏을 살리거나 핀이나 목걸이, 귀걸이 등으로 포인트를 살리는 등. 그 모든 유행을 선점하는 사람은 늘 지유였다.

 그런 내게 인연도 없는 귀여운 그녀가 말을 걸었다고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내성적이진 않다. 내 식은땀의 원인은 공포에 있었다.

 

 이틀 전, 난 전혀 관심 없는 옷가게들을 지나치며 만화책을 사러 갔을 때였다. 패션에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찾을 것 같은 만화 도매점은 왜 번화가 근처에 만들었는지 의아하다.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난 당당하게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잘 꾸민 여성들과 남성들은 마치 나와는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은 이질감이 들었다. 얼핏 봐도 현재 유행하는 패션을 알 수 있었다. 그건 마치 교복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똑같은 스타일에 비슷한 명품들. 대세를 알 수 있는 머리스타일과 TV에서 본 것 같은 디자인의 액세서리들.

 학교에서도 이곳에서도 역설적으로 나만 개성적이었다. 그런 이질적인 모습으로 길을 걸었다. 조금만 더 가면 만화도매점이 나올 즈음, 큰 차도 한복판에 이곳의 패션들과 다른 느낌을 가진 한 여자가 걸어가고 있었다.

 이질적이라고는 해도 나와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내가 예쁜 꽃밭에 손대지 않은 잡초라면 그녀는 예쁜 꽃밭 가운데 놓여 있는 하나의 난초 같은 단아한 느낌의 이질감이었다.

 4차선 도로 한가운데를 거닐고 있는 모습이 신기해 뚫어지게 쳐다봤었다. 그녀는 이내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내 뒤에서 말을 걸고 있는 사람과 동일 인물이었다.

 어느 정도 얼굴을 확인 할 수 있는 거리이기도 했지만 그녀가 매일 같이 하고 다니는 분홍색 머리끈을 보니 더욱더 그녀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나와 큰 관계가 없는 그녀기에 아는 채 하기도 뭐해 무시하기로 했었다. 그리고 그녀와 시선이 떨어진 그 순간 이 일대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낯선 굉음과 함께 주변의 비명소리가 들렸고, 놀란 나도 소리가 나자마자 고개를 돌렸다. 시선 끝에선 방금 본 난초가 하늘을 날다 이내 땅으로 떨어졌다. 우연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떨어진 그녀는 나와 시선이 다시 마주쳤다. 전과 다르게 피투성이의 몸으로.

 난 무서워 그 장소로부터 급히 달아났었다. 팔 다리가 따로 놀던 모습이 믿기지도 않았을 뿐더러 처음 본 사고현장은 기억하기도 싫을 만큼 끔찍했으니까. 그리고 사지가 따로 놀던 그녀의 시선은 더욱 무서웠다.

 

 그러나 지금. 사지가 멀쩡한 지유가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지금까지 한번 말을 걸어 본 적이 없었던 그녀가 처음 말을 걸어온 날이 바로 어제의 그 모습을 본 뒤라니. 팔 다리가 따로 놀던 피투성이의 그녀의 얼굴이 지금 해맑은 그녀의 얼굴과 겹쳐 보였다.

 “, ……안녕.”

 어물쩍한 내 대답에 방긋 웃으며 나를 지나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그녀였다.

 “야 뭔데 쟤가 너 한데 말거냐?”

 눈이 휘둥그레진 석진이가 내게 다가와 물었다.

 “, 글쎄.”

 “뭐야…… 신간은 샀냐? 빨리 줘봐!”

 “너도 좀 사서봐라!” 

 나는 불평하면서 가방 안에서 이틀 전에 산 신간을 넘겨줬다.

 “알았어, 알았어. 다음 주에 하나 사 줄게.”

 능글맞은 석진은 큰 덩치를 뒤뚱거리며 내가 준 만화책을 들고 자리로 돌아갔다. 싫지만 밉지 않은 그를 따라 나도 자리로 돌아갔다.

 1교시가 끝나자 밖에선 비가 내렸다. 먹구름에 하늘이 가려 꽤나 어두웠다. 여름이 다가오는 계절이라 습도가 여간 높지 않았다. 그렇다고 날씨에 대해 별로 큰 감흥은 없었다. 지금 그녀가 내 앞에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기 전까지는.

 “……? 할 말 있어?”

 나는 읽던 만화책에서 시선을 떼고 물어봤다. 궂은 날씨와는 다르게 해맑게 웃고 있는 그녀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나는 찝찝한 느낌을 감추지 못하며 눈을 다시 만화책으로 옮겼다.

 하루 종일 그녀를 살펴 본 결과, 지금만 빼고는 결국 평소와 다른 것 하나 없었다. 계속해서 쳐다보는 그녀의 시선에 그날의 모습이 이따금 떠올라 등골이 시려왔다. 나는 만화책을 덮고 다시 말을 걸었다.

 “할 말 있지?”

 역시나 그녀는 해맑은 모습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럼, 그만 좀 쳐다 봐. 부담스러워.”

 “역시 괜찮아.”

 “뭐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갑자기 내 팔짱을 끼고 나를 일으켜 세웠다.

 “여기 서 봐.”

 난 영문도 모른 채 자리에 일어섰다. 그녀는 손가락 하나를 입에 갖다 대며 계속해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하아…… 갖고 싶다.”

 “?”

 야릇한 신음과 함께 터져 나온 그녀의 말에 당황했다.

 “너 꾸미면 괜찮겠는 걸? 바탕이 되 있어.”

 “, 그래?”

 나도 가끔 샤워 후 거울을 보면서 생각한다. ‘꾸미지 않아서 그렇지 이 정도면 꽤나 잘생긴 편 아닐까.’하고. 그 생각은 역시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던 것 같다.

 “아직 정제하지 않은 보석 같아.”

 그녀가 내게 더 가까이 붙어 얼굴을 맞대며 이야기했다. 그녀의 칭찬과 숨결 때문에 붉어지는 얼굴을 막을 수 없었다. 물론 주변의 시선을 우리 둘에게 집중 되었다. 멀리서 석진이도 놀란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이러면 조금 곤란한데……

 “방과 후 양호실에서 봐.”

 그녀는 가까이 다가온 얼굴로 내 귓속에 속삭였다. 그리고 표정을 지운 채 떨어져 대답도 듣지 않고 말 한마디 덧붙이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내 고백이 싫다면 그냥 가버려도 좋아.”

 그녀가 덧붙인 말에 주변의 이목은 나에게 집중되었다. 우리 반에서, 아니 전교의 주목을 받고 있는 그녀의 입에서 나온 자신의 고백이라는데, 어떤 이가 그 당사자에게 관심이 없을까. 그러나 내게 다가와 이것저것 묻지 않았다. 서로 자신들끼리 쑥덕거릴 뿐. 그때 석진이가 다가왔다.

 “야 뭐야? 아무것도 모른다며?”

 “. 지금도 모르겠다.”

 나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주변도 그렇겠지만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다 본 바탕이 잘생긴 내 탓이겠지.

 

 이틀 전 사고현장의 그녀와 오늘 그녀의 행동 등. 내 신경은 하루 종일 그녀를 향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인지 아닌지 그 사건은 자체는 헛본 것이 아니었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은 그 사건에 대해 입에 오르내렸으니까. 단지 피해자에 관해서는 아무도 모르는 듯 했다. 또한 그녀가 사건 피해자라고 하기엔 이틀 만에 완쾌될 만한 사고가 아니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관심은 그 사건보다 그녀의 바뀐 패션에 있었다. 분홍색 머리끈만큼은 여전히 착용하고 있었지만 전과 달리 옆머리를 단정이 정리하는 용으로 썼다. 새롭게 바뀐 가방부터 머리스타일. 특히 장신구가 화제였다.

 패션에 별로 관심 없는 석진이 조차 나에게 그녀의 장신구에 대해 언급해왔다.

 “. 지유. 반지 봤냐? 완전 비싸 보이더라.”

 난 떠들고 있던 그녀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언제나 반지 4개를 끼고 다녔는데 모두 알이 없던 반지였다. 그러나 최근 붉은 루비 가 박힌 반지로 교체했었다. 그리고 오늘 2번째 반지에도 예쁜 루비 하나가 박혀 있었다. 솔직히 난 그녀 속에 박혀있는 루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뭐라고 할까……

 “난 저거 쫌 기분 나쁘더라. 검붉은 게 꼭 피 같아.”

석진이 나대신 내 감상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난 당황한 기색을 감추며 그를 놀렸다.

 “미친 중2병이냐? 피가 뭐냐, 피가.”

 “! 그렇게 보일수도 있지. ……저 보석 가격이면 만화책이 몇 권일까?”

 “사지도 않으면서 만화책으로 계산해?”

 “아씨! 그러니깐 다음 주 사준다고! 뭐 갖고 싶냐?”

 난 그렇게 석진이와 장난을 치면서도 그녀와 그녀 손의 있는 검붉은 보석이 자꾸 신경 쓰였다. 그와 동시에 그녀가 아침에 했던 말도 같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방과 후, 청소당번인 석진은 내게 기다리라고 했지만 난 무시하고 먼저 교실을 빠져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양호실에서 보자고 했던 그녀가 신경이 쓰여서 가볼 참이다. 대체 양호실에서 뭘 하려고 부른 걸까? 고백이라고 했는데……설마…….

 마음 속 작은 기대를 부끄러움에 힘껏 부정했다. 그쪽보다는 현실적으로 다른 쪽을 생각해보는 게 이치에 맞을 거다. 본능이 아니라 감을 믿는다면 오히려 가지 말아야 했지만, 이틀 전의 지유가 계속 신경에 밟혀 직접 물어봐 털어낼 생각이었다. 긴장감에 침 한 모금 넘기고 들어간 양호실에는 그녀 혼자였다.

 “, 왔어?”

 내 쪽을 쳐다보지도 않는 그녀는 침대 위에 올려 진 옷들을 바라보며 인사해 왔다. 그런 뒤 말끔한 슈트 상의 하나를 가져와 내 몸에 대어봤다.

 “역시 체격이 괜찮으니깐 슈트도 잘 어울리겠네.”

 “이게 다 뭐야?”

 “작은 개인 옷 방.”

 나는 그녀가 들고 있던 슈트와 침대 위 옷들을 둘러보며 질문했다. 그녀는 대수롭지 않은 듯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다시 침대 위 옷들을 둘러보았다.

 “여긴 양호실인데……?”

 “맞아. 양호실이야. 일단 이거 한번 입어봐,”

 그녀는 아까 들었던 슈트를 상하의 맞춰서 가져와 문 옆에 비어있던 작은 행거에 걸었다.

 “저기, 난 물어볼 게 있어서 왔는데……

 내가 말끝을 흐리자 그녀는 내 멱살을 잡아당겼다. 그녀의 표정은 아무 변화 없었다. 협박의 느낌도 화가 난 것 같지도 않았다. 그저 나를 당겨 얼굴을 가까이 맞댔을 뿐이었다. 잠시 그렇게 양호실에는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녀가 조금씩 멀어지면서 먼저 입을 떼었다.

 “엊그제에 대해 물어보러 온 거지?”

 “, 역시 그거 너였어?”

 내가 물어볼 것은 정확히 알고 있던 그녀였다. 팔짱을 끼고 있는 그녀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까딱거리며 슈트를 가리켰다.

 “입으면 알려주는 거야?”

 “그건 모르지. 근데 입지 않으면 네가 원하는 걸 들을 수 없을걸.”

 나는 슈트를 집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양호실인 이상 탈의실 따위는 없었다. 그나마 갈아입을 수 있는 공간인 침실을 가리기 위한 커튼 뒤를 향했지만 곧 지유가 저지했다.

 “어디가? 여기서 갈아입어.”

 “여기서?”

 “알고 싶은 사실이 있는 거 아니었어?”

 궁금했다. 매우 궁금했지만 내 수치심까지 맞바꿔 가며 알 필요까지는 없었다. 그냥 그날의 사고는 몰랐던 일로 치부하면 된다.

 “, 아냐. 그냥 돌아갈게.”

 그렇게 나는 슈트를 다시 걸어두고 밖으로 나갈 때였다. 그녀가 문을 막아서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눈을 마주친 채 길지 않은 고요가 지나갔다. 내 침 넘기는 소리만 울릴 무렵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거 하나만 알려줄게. 네가 본건 나 맞아.”

 그녀는 문을 향해 손짓을 하며 날 배웅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래 궁금했던 내용은 알았으니깐 속이 후련하다. 이제 돌아가 볼까라고 하고 싶지만 난 더 큰 궁금증에 빠졌다. 사지가 따로 놀던 그녀가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병원도 아닌 내 눈앞에 멀쩡한 모습으로 이렇게 있을 수 있을까? 거짓말 한다고 생각하기에는 엊그제의 일에 대해 물으러 온 것도 알고 있었다.

 “입으면 내가 물어보는 거에 답해줄 거야?”

 “그 부분은 아까 이야기 했을 텐데.”

 난 몇 번 크게 심호흡을 한 뒤. 그녀가 보는 앞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교복 상의를 벗고 하의마저 벗었다. 팬티 한 장만 걸친 채 슈트를 집고 입었다. 내가 교복에서부터 나체가 되고 슈트를 입는 과정을 그녀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진지한 모습의 쑥스러움이 조금 사라지는 듯 했다.

 “, 이거면 됐어?”

 “기다려.”

 말끔한 정장차림을 한 나는 그녀를 향해 섰다. 그녀는 방긋 미소를 짓더니 작은 가방 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녀가 꺼내든 것은 넥타이. 요즘 착용하기 편리한 자동 넥타이가 아닌 일반 넥타이였다.

 “슈트의 포인트는 넥타이야.”

 그녀가 점점 내게 다가 왔다. 그리고는 넥타이로 내 목을 감쌌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지유는 능숙하게 넥타이를 매듭지었다. 교복 넥타이는 자동으로 나오는 터라 직접 넥타이를 매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남자도 아닌 여자인 그녀가 이렇게 능숙하게 넥타이를 매주는 모습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넥타이를 맸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넥타이 끝자락을 붙잡고 내 몸을 훑어볼 뿐이었다.

 “다 된 거야?”

 끝났는지 물어보는 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는 넥타이를 잡아끌었다. 밀착된 몸과 끌려간 내 상체는 그녀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웠다.

 “역시 갖고 싶어.”

 그 말만 남긴 채 그녀는 내게 입을 맞췄다. 너무 가까웠던 거리이기에 피할 틈조차 없었다. 저항하여 그녀를 떼어놓을까도 생각했다. 들어오는 혀에 당황해서 물러나 보기도 했지만 물러날수록 그녀는 잡았던 넥타이를 더욱 강하게 당겼다. 점점 몸에서 힘이 빠지는 기분 때문에 난 그대로 그녀의 행동에 따랐다. 큰 저항 없이.

 

 그 날 이후, 우리는 사귀게 되었다. ‘나랑 사귀자!’ 라는 고백 따위는 없었지만 나를 갖고 싶다며 입맞춤을 한 이상 고백과 다를 게 없지. 또한 그날 이후 우린 매일 방과 후 그날 했던 것과 같은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래. 내가 그녀가 코디해준 옷으로 패션쇼를 하고 그녀와 입맞춤을 한다. 벌써 5일째 반복하고 있지만 아직 아는 사람은 없다. 석진이에게도 이 사실은 일단 비밀이다. 최근 하교를 같이 하지 않아 삐져있는 그였지만, 어디 남자가 눈 안에 들어오랴. 지금 내 눈 앞에 귀엽고 예쁜 지유가 있는걸. 하지만 아직 중요한 것을 물어보지 못했다. 일주일 전 사고 현장에서 본 그녀가 어떻게 멀쩡했는지. 오늘의 패션쇼가 끝나고 입맞춤이 끝난 지금 더 잊어버리기 전에 물어보기로 결심했다.

 “혹시 저번 주 기억해?”

 내 질문에 그녀는 침대 위 쇼가 끝난 옷들을 정리하며 대답했다.

 “사고 말하는 거지?”

 “, 그때 그게 너였다며.”

 그녀는 해맑게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 나를 쳐다봤다.

 “알고 싶어?”

 “딱히,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않아도 돼.”

 그녀가 말하기 거북해 할까봐 말을 둘러댔지만 그녀는 그것과 상관없이 내게 가까이 다가와 허리춤을 안고 나를 올려다봤다.

 “맹세해.”

 “? 다른 곳에 말하지 않기로?”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평생 내 곁에 있어준다고.”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 하는 그녀가 그저 귀엽기만 했다. 그녀와 사귀고 결혼하고 그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당연하지.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거야.”

 난 그녀를 꼬옥 안아줬다. 그녀 역시 내 허리를 감싼 손을 더욱 강하게 안았다. 그렇게 잠시 있을 무렵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난 죽지 않아.”

 “?”

 난 그녀에게 조금 떨어지며 헛웃음을 지었다.

 “말도 안 돼.”

 “나 못 믿어? 그 때 본 거, 나 맞아.”

 “, 어떻게……

 그녀가 언제나 차고 다니는 분홍색 머리띠를 풀고 내밀며 말했다.

 “이 안에 내 생명이 있어. 내가 아무리 차에 치이고 사지가 뜯겨봤자. 이게 내 곁에 있는 한 난 죽지 않아.”

 “……그러니까……이게 너라고?”

 “. 말했지만 난 죽지 않아. 그리고 네가 죽는 걸 겪기도 싫어.”

 그녀가 슬픈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평생 내 곁에 있어 준댔지? 나와 같이 불사가 되어 줘. 계속 함께해줘.”

 “굳이 불사가 되지 않아도 계속 함께할 수 있어. 늙지 않는 이상 안 죽을 거야.”

 “그때 그 사고 봤잖아. 나도 사고가 날 줄은 몰랐어. 그래도 이거 덕분에 안 죽었던 거야.”

 “……

 난 침을 넘기며 그녀가 내민 분홍 머리띠를 쳐다보았다. 그래 사고는 언제 어떻게 나는 건지 모른다. 그래. 그녀와 함께 있기 위해서라면. 그녀와 같은 존재가 되어버려도 괜찮겠지.

 “좋아. 난 뭘 하면 돼?”

 내가 말이 끝나자 그녀는 자신의 손에서 보석이 박혀있지 않은 반지 하나를 뺐다.

 “손 줘봐.”

 그녀의 말에 난 왼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그 반지를 밀어 넣었다.

 “이걸 끼고 몇 시간 지나면 붉은 루비가 생길거야. 그러면 그게 네가 불사가 되었다는 표시야.”

 “커플링 같다.”

 왼손 4번째 손가락에 끼어진 반지를 보며 말했다. 그녀의 눈치를 살폈지만 큰 반응이 없어 조금 아쉬웠다. 그녀는 가방 안에서 자신과 비슷한 크기의 머리띠를 내게 내밀었다. 하지만 그 머리띠의 색깔은 파랑색이었다.

 “이게 네 생명이 될 거야.”

 “파랑색이네?”

 “네가 나와 같아질 수 있다면 변화가 있을 거야. .”

 나는 그녀가 내민 파란 머리띠를 건네받았다. 그러자 그 파란 머리띠는 내가 닿은 손끝부터 분홍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녀와 같은 머리띠가 되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의아했지만 기쁜 듯이 밝게 미소 짓는 그녀를 보니 뭐든 잘 된 것 같다.

 “한번 머리 묶어 봐.”

 “내 머리에?”

 “.”

 난 조심스레 머리 끝부분에 묶었다. 짧지 않은 머리라 묶는 데는 별로 힘들지 않았다.

 “! 어울린다!”

 뭐가 즐거운지 기쁘게 웃으며 날뛰다 내게 달려와 안겼다. 그녀가 기뻐하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무언가 목을 찔렀다. 아프진 않았지만 의식이 멀어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은 점점 감기고 의식너머로 그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제대로 됐는지 확인해야 하니까, 잠시 자고 있어.”

 그대로 나는 의식을 잃었다.

 

 정신이 들었을 무렵 나는 차로 한가운데 있었다. 아직 의식이 전부 돌아오지 않아 몸을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없었기에 차로 위에서 비틀비틀 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어지지는 않았다. 지금이 몇 시인지 언제인지, 이곳이 어디 즘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손을 보니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의 반지는 아직 알이 없었다. 반사적으로 같이 받았던 머리띠가 있나 손을 들어 만져보니 머리띠는 잘 묶여있었다. 허나 이상한건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옷이 내 교복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요즘 유행하고 전혀 다른 청순한 느낌의 원피스였다.

 왜 내가 이 옷을 입고 이곳에 서 있을까. 내 몸을 전부 확인한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유를 부르고 싶지만 목소리가 재대로 나오지 않았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 이곳은 거기구나. 만화도매점 근처. 내가 왜 여기 있지? 그것도 차로 한가운데에.

 멀리서 석진이가 보였다. 녀석도 나를 보고 있었다.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싶지만 역시나 몸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나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무시했다.

 “ㅅ…………

 드디어 목소리가 나오려고 한다. 난 있는 힘껏 석진이를 불렀다.

 “!……

 그리고 내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차가 나를 들이받았다. 난 석진이를 끝까지 부를 수 없었다.

 아프다.

 나는 공중을 날면서 석진이를 계속해서 봤다. 녀석 얼마나 놀랬을까.

 피가 눈앞을 가렸지만 걱정스러운 녀석을 향해 안심하라는 의미로 애써 웃어줬다. 하지만 녀석은 냅다 달리며 어디론가 갔다.

 ‘어디 있어? 지유야.’

 난 나지막이 지유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몸이 찢어질 듯 아팠다. 팔 다리가 어떻게 된 건지 내 뜻대로 움직이지도 않았다. 난 이대로 죽는 걸까?

 남은 힘을 쥐어짜내 유일하게 움직이는 고개를 돌려 돌아간 왼손을 보았다. 그 손에는 검붉게 빛나고 있는 보석이 박힌 반지가 보였다.

 다행이다. 난 불사가 되었어. 죽지 않는구나. 의식은 멀어지고 몸은 죽도록 아프지만 조금 안심이 되었다. 이제 쭉 그녀의 곁에 있을 수 있는 거야.

 멀어져 가는 의식 앞으로 누군가의 발이 보였다. 그리고 그 발의 주인은 주저앉았다. 덕분에 그 발이 누구의 발인지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녀였다. 지금 이 순간 그토록 보고 싶던 그녀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난 힘껏 그녀를 불러보았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건 언어라고 하기 부끄러운 옹알이였다.

 “성공이네. 완전 아름다워.”

 그녀가 내 왼손을 보고 말했다.

 “이제부터 제현아.”

 그녀가 내 왼손의 반지를 빼내었다. 그리고 그 반지를 자신의 손에다 껴 넣었다.

 “평생 내 곁에 있는 거야.”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이 세상에서 지워졌다. 그리고 내 존재는 하나의 작은 보석에 새겨졌다.

 

 교실 문 앞으로 들어오는 석진이가 보인다. 그리고 석진이를 등을 두드리는 인기척에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 뒤에는 해맑게 웃고 있는 지유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 석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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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패션 맞겠죠? 반지도 패션도구중 하나 잖아요! 머리띠도! 오...옷도 입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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