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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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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단편제 78회차/1] 패션 마스터
글쓴이: 디플로메시
작성일: 13-07-05 17:29 조회: 1,114 추천: 0 비추천: 0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딱히 특별한 것도 없어서 굳이 이런저런 말을 덧붙일 필요성이 없을 정도지. 하지만 말이야, 이런 평범한 나에게도 참 기분 좋은(?) 이상한 일도 벌어지더라고. 그래, 말하자면 비일상이 나를 찾아온 것이다.
그때의 일은 단순함으로 시작하였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
나는 그 날, 학교에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핸드폰을 놓고 오는 바보짓을 해버렸다. 덕분에 핸드폰을 다시 가지러,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힘겨운 발걸음을 옮겼고 마침내 교실 문을 열 수 있었다.
그런 나의 눈에 비친 것은 핸드폰이 들어가 있는 책상이 아니었다.
………….”
저물어 가는 햇살이 비집고 들어와 붉게 물든 창문을 배경으로 옷을 벗고 있는 여학생이었다.
때마침 교복 블라우스를 벗어 내려놓고 있던 터라 속옷을 착용한 매끈한 등과 잘록한 허리를 가진 매력적인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난 상태였다. 덕분에 나는 순간 사고가 정지한 채 석상처럼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
드러난 건 등과 허리에 불과했지만 하얀색 속옷이 가미된 그것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매력적인 것이 첫째요, 나에게 있어 전례가 없는 사태에 나의 뇌가 허둥거린 것이 둘째였다.
?”
여학생이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고, 그때서야 정신을 차린 나는 어버버, 정상적이지 않은 언어를 내뱉으며 얼른 몸을 돌려 교실 밖을 나가버렸다.
.
문을 닫고 벽에 등을 기대고 푸우, 한숨을 내쉬었다. 핸드폰을 가지러 왔다가 눈요기(?)를 한 사실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문제는 분명
드르륵.
옷을 다 갈아입은 것인지 여학생이 문을 열고 나왔다.
뭘 봤어?”
?”
뭘 봤냐고.”
, 뭘 보 다니? , 나는 네 등밖에 보질 못했어. 진짜야.”
여학생은 능숙하지 못하게 변명하는 나를 흘끗 쳐다보고는 휴, 안도의 한숨? 같은 것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럼 됐어.”라는 말을 하고 가버렸다. 나는 계단을 내려가 그녀가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있었다.
저 여학생, 분명 그녀였다. 우리 반의 이신의.
이신의, 그녀는 꽤 인기 있는 여학생이었다. 아무렴 등판만 보여줬는데도 내 넋을 빼놓을 정도인데 기본적으로 상당한 미모를 가졌다.
동양적 미녀상을 가진 신의는 키와 몸집이 작았지만 아담한 이목구비에 아기자기한 귀여움이 가득한 소녀였다. 게다가 그 하얗고 보드라운 피부는 만져보라고 유혹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신의는 미모만이 아닌 능력도 좋아 팔방미인의 칭호가 아깝지 않았다. 운동이면 운동, 공부면 공부! 체육 시간에도 활약하고 일반 수업에도 활약하고, 그녀의 활약은 끝이 없었다.
또한 밝은 성격에 사교성도 좋아 모두와 친하게 지내며 분쟁이 있으면 조율하는 조화로운 면모도 보여주었다. 자비롭기 그지없는 그녀가 나서면 싸우던 자들도 멈춰서는 것이었다.
그에 비하여 나는 보잘 것 없었다. 아니, 그냥 평범한 녀석들 중 하나에 불과했지만 신의가 워낙 뛰어난 여자라 그녀 앞에 선 나라는 존재가 한없이 작아질 뿐이었다.
몇몇 친구와 친하게 지내며 자기 할 일 하고 그냥 시키는 거 하고 별 일 만들어내지 않고 묵묵히 시간을 보낸다. 좀 나쁘게 말하면 음침하다고도 할 수 있으나 좋게 말하면 그냥저냥 조용한 남학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내가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훔쳐봤으니, 아무리 신의라도 화를 낼 줄 알았다. 그렇지만 몇 마디만 하고 넘어가주었다. 나로서는 고마워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핸드폰을 되찾았고,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아무런 일 없이 지나갔다. 그냥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이었다. 신의의 옷 갈아입는 장면을 보게 된 건 그저 지루하리만큼 펼쳐지는 기나긴 일상에 작은 반향을 남긴 정도에 불과했다. 나 역시 그 날 일은 잊어가고 있었다. 물론 그녀의 뒤태는 각인을 완료한 상태였지!
며칠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같은 반인 데다가 그러한 일이 있었는데도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같은 반 학생인 상태로만 지내던 신의가 말을 걸어왔다.
한제만.”
?!”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녀의 입에서 내 이름이 나올 일이 없다는 생각마저 가지고 있던 나는 신의의 부름에 흠칫 놀랐다.
, ?”
살짝 긴장한 상태로 묻자 신의가 말했다.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약간 붉히고.
, 그게오늘 방과 후에나 좀 볼래?”
?”
나는 입을 딱 벌리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아니 그건 무슨 뜻이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한 거지?
표정관리가 안 된 나의 얼굴이 헤실헤실 웃으려 하였으나 가까스로 참고 어흠, 헛기침을 하였다.
?”
당연한 질문이었다. , 내가 아주 잘난 녀석이었으면 드디어 이 여자가 나에게 고백하려나보다! 라는 헛된 망상을 품어 볼만 했지만 나는 내 주제를 잘 아는 녀석이어서 말이다.
, 그건 그때 말해줄게.”
, 그렇게 말한다면야.
별 일 있겠냐고 생각한 나는 신의의 말대로 방과 후에 남았다. 다만, 그 별 일이란 것이 생겨버릴 거라는 건 그때의 내가 알 턱이 없었다.
모든 학교 일정이 끝나고 모두가 떠난 교실에서 나와 신의, 둘만이 있었다.
무슨 일인데?”
옷을 갈아입던 신의의 뒷모습을 봤던 그날처럼, 석양이 져가는 창을 등진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이에 신의는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쭈뼛거렸다.
, 뭔데?”
오히려 당황해버린 나였다. 어여쁜 소녀가 저러니 나란 녀석은 그저 어쩔 줄 몰라 할 뿐.
그 날 이후로 관찰해보니, 너는 나쁜 사람 같지가 않아서 하는 말인데.”
? 관찰했다고?
움찔하는 나에게 신의는 말을 이었다.
나를 좀 도와줬으면 해.”
?”
나는 의문을 표시했다. 뭘 도와달란 거지? 나보다 부족할 거 없는 네가.
자기 사물함으로 걸어간 신의는 그 안을 뒤져 작은 쇼핑백 가방 몇 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책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았고, 권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 쇼핑백을 살폈는데, 그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옷들이 존재했다.
이건 옷들이잖아? 그것도 여자 옷.”
. 맞아. , 그리고 고, 고백할 게 있어!”
고백?!
기대도 안 했는데 설마? 설마 그런 거야?
실은, 나는 패션에 따라 본인의 능력이 달라지는 힘을 가졌어.”
으엉?”
가쁜 콧김을 내뿜으며 잔뜩 김칫국을 마시던 나는 난데없는 능력 언급에 멍청하게 반문하고 말았으나, 그런 나를 이해한다는 듯(슬프게도) 신의가 말했다.
, 직접 봐야 이해가 빠를 거야. 일단 뒤 좀 돌아볼래? 옷을 갈아입어야 하거든.”
, ? , 어어! , 알겠어!”
교복 블라우스의 단추 부분을 잡고 쑥스럽다는 얼굴을 하는 여학생에게서 얼른 몸을 돌린 나는 곧 천이 몸을 스치며 떨어지는 뭔가 묘하게 자극적인 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흔들리지 않는 인내심을 발휘하여 무사히 그 순간을 넘겼다. 자칫 뒤를 돌아볼 수도 있었지만 말이다.
다 입었어.”
.”
어엇? 그녀가 방금 전까지 입고 있던 교복은 음악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걸 그룹들이 입을 만한 노출도가 높은 화려한 옷으로 바뀌어 있었다.
극히 짧은 반바지에 민소매 셔츠 차림의 그녀는 하하,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가수 패션이야. 좀 더 건전하게 입을 수도 있지만, 그건 왠지 촌스럽더라고.”
나는 나도 모르게 위로 솟아오른 엄지손가락을 급히 집어넣었다.
그래서? 뭔데? 아까 한 말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
그리 묻는 나에게 피식 웃어 보인 신의는 바로 노래를 시작했다.
.
, 이거 당장 TV에 나가서 대중들 앞에서 불러도 전혀 손색없는 솜씨였다. 흔히 말하는 실력파 가수가 울고 갈 정도로 생목으로도 매우 우아하고 듣기 좋은 노래를 불러냈다.
또 있어.”
다시 뒤를 돌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나는 아직 놀란 것이 채 가기도 전에 이번엔 하얀색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신의를 보게 되었다.
, 이건 게이머? 게임 계열 관련 패션이야. TV에 나오는 게이머들과 유사한 복장이라서 그런 것 같아.”
신의는 내게 핸드폰을 달라 했고, 핸드폰에 있던 모바일 게임에 접속하여 바로 플레이를 하였다. 그리고 최고 점수 갱신은 물론이고일반적인 수준을 압도하는 실력을 보여주었다. 고작 핸드폰 게임인데.
이제 알겠어? 나는 내가 입은 패션에 따라 그 패션에 어울리는 능력을 갖게 되더라고?”
허허, 그렇군. 허허허.”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실없이 웃어대던 나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그래, 그렇다고 치자. 직접 보여줬으니까. 그런데 왜 그걸 나한테 알려주는 거야?”
신의는 시무룩해졌다.
이런 능력이 있지만 함부로 쓸 수 없는 걸. 생각해 봐. 지금도 학생으로서 충분히, 아니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봐. 그 이후는 분명 순탄치 않을 거야. 뭔가 수상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생길지 모르고, 또 나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어느 정도 설득력은 있었으나 그렇다고 나한테 말한 것에 대한 설명은 안 됐다. 내가 계속 쳐다보자 신의는 덧붙였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대단한 것을 혼자만 가지고 있기엔 너무 힘들었어. 그래서 한 명이라도 좋으니 알아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는데, 그 사람을 너로 선택한 거야.”
흐음, 그렇군.
그런데 왜 하필 나야? 다른 사람을 선택했을 수도 있잖아?”
그냥, 처음으로 내가 옷 갈아입는 걸 본 사람이 너고, 말했듯이 관찰해보니 나쁘지 않아 보이니까.”
흐음. 깊은 한숨을 내쉰 나는 이마에 손을 얹었다.
이거 믿어도 되는 거야?”
곤란해 하는 나에게 신의는 해맑은 미소를 보냈다.
당연히.”
결국 나는 어찌어찌하여 신의가 밝힌 바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되었다. 하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을 혼자서만 가지고 있는데 남들한테 보이고 싶은 마음이 그 마음일 텐데, 신의는 정말 몇 명이든 간에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신의는 나에게 자신의 비밀을 밝힌 이후로 거침이 없었다. 방과 후면 무조건 나를 남겼고, 둘만이 남은 교실에서 온갖 패션으로 온갖 능력을 보여주었다. 어른들이 입는 오피스 패션으로, 거기에 안경까지 쓰고는 선생님으로 변신하여 뭔 듣도 보도 못한 문제를 내주고 내가 못 풀면 손바닥을 때리질 않나, 종업원 패션을 하고는 상냥한 어투로 손님을 대하듯이 나를 대하기도 하였다. , 이외에도 치어걸이라든가, 운동선수라든가 많았지만 패스.
, 정말 대단하다. 그런 능력이면 나도 갖고 싶다.”
아서. 좋다고 마냥 써댈 수도 없는 능력이야.”
방과 후 패션 강좌를 거치면서 신의와 급속도로 친해진 나는 그녀와 거리낌 없는 사이가 되었다. 여기엔 신의가 적극적이라는 것이 주효했다.
본인의 비밀을 밝히고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옷을 갈아입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자였으니 말이다. , 내가 양심 있게 행동해 준 게 컸지만, 신의는 당연히 그것도 계산을 한 것이겠지.
물론 거리낌 없는 사이라 해서 심심하면 그녀의 옷 갈아입는 모습을 보는 건 아니다. 여전히 지킬 건 지키고 있다.
이 신비한 힘을 가진 여학생 덕분에 내 일상은 그렇게 천천히 변해가고 있었다. 조금은 특별하게, 조금은 즐겁게.
후후, 오늘은 기대하라고.”
? 뭐가?”
신의는 히히 웃으며 쇼핑백 하나를 책상에 올렸다.
, 최근 신의는 이런 식이었다. 언제나 방과 후 둘만이 남았을 때 유감없이 자기가 가진 능력을 뽐낼 수 있는 이 순간을 즐겼다. 장난기와 즐거움이 가득 찬 활력 넘치는 얼굴로 그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며 나를 끌어들였다. 이런 신의를 보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가 떠올랐다. 이발사가 사실을 말하지 못해 병에 걸렸고 그 사실을 구덩이에 시원하게 발설할 때의 그 기분이 신의의 기분이 아닐까 싶다.
짜잔, 오늘은 이거야.”
반짝거리는 눈으로 꺼내든 옷은 하얗고 깔끔한 모양새를 가진 천이었다. 뭐지? 하는 얼굴로 그것을 집어든 나는 어억? 하며 놀랐고 몸이 뒤로 자빠질 뻔했다. 그 모습에 신의는 예상했던 방응이라는 듯 깔깔거렸다.
무안해 하는 나를 향해 신의는 말했다.
간호사 복장이지요~”
나는 뺨을 긁적였다.
그런 건 어디서 구하는 거야.”
? 당연히 내가 만든 거지. 재료만 있다면 재단사 패션으로 제작 가능이요~”
, 그렇군.”
잔뜩 긴장하는 나의 곁으로 흐응? 하는 효과음을 내며 바짝 다가온 신의는 크큭 웃었다.
뭐야? 그 반응. 재미있네.”
, 뭐가.”
소심하게 고개를 홱 돌리는 나를 납두고 신의는 잠시만 기다리라는 코멘트를 날리며 바로 옷을 갈아입었다.
, 이제 봐도 되요.”
나는 꿀꺽, 침을 삼키며 돌아보았고, 내 앞에는와나, 세상에, 새하얀 천사가 서있었다.
어디가 아프셔서 왔나요?”
신의가 활짝 미소를 날렸다.
, 내 심장에 정통으로 꽂히는 느낌이었다. , 이제까지 다양한 복장들을 봐왔지만 이번만큼 강력한 느낌을 받진 않았었다. 그 이유는 완전히 노출도가 높은 야한 의상이거나 잡생각이 들지 않는 완벽한 패션 컨셉으로 긴장감마저 들게 했는데 이번은 달랐다.
뭔가 야한 것 같으면서도 야하지 않았고, 순백의 옷으로 감싸인 아담한 몸은 무척이나 귀여웠고 길게 늘어트린 검은 생머리가 간호사복과 묘한 대치를 이루었다. 또한 신의가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깜빡이며 다소곳이 서있는 것도 매력 포인트였다.
헤헤, 만족한 것 같네. 이 간호사 복장은 내가 좀 신경 써서 만든 거거든.”
아하하, , 그렇구나.”
, 패션 가지고 이야기하다가 네가 간호사 패션 이야기를 좀 했었는데, 관심 있어 보이더라고. 그래서 해봤는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상대해주는 너한테는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서 상으로 말이야.”
, 그래? 하하하!”
나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애써 감추기 위해 일부러 크게 웃었다. , 이 여자가 지금 나를 감동의 도가니로 밀어 넣는구나.
크윽, 나를 위해 그런 복장을 마련하다니. 게다가 이렇게 예쁘면 어쩌라는 거야!
, 이리 와보세요. 진찰해드릴게요.”
? 잠깐만. 진찰은 의사가 하는 거 아니었나?
하지만 의문을 표할 새도 없이 바짝 다가선 선의가 턱,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와 동시에 내 심장도 턱, 내려앉는 것 같았다.
-덜컹.
교실 문 쪽에서 뭔가 이질적인 소음이 발생한 건 그때였다.
뭔가 미묘한 분위기에 휩쓸리고 있던 우리는 딱 멈춰버렸다. 특히 신의는 화들짝 놀라며 책상 밑으로 몸을 숨겼다. 나는 좋은 상태에서 방해(?)를 받아 찌푸린 얼굴로 교실 문으로 달려갔고 문을 열고 밖을 살폈다.
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 늦게 움직여 충분히 도망칠 시간이 발생했던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원래부터 아무도 없었거나.
, 좋게 생각하면 후자다만, 뭔가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흠흠, 오늘은 이만.”
판이 깨졌다고 선언하는 백의의 천사 선의.
그 다음 날이었다. 설마, 설마 하는 마음으로 약간의 불안감을 안고 학교로 간 나에게 심각한 얼굴을 한 선의가 다가왔다.
이것 좀 봐.”
선의는 부들부들 입술을 떨며 핸드폰을 보여주었고, 그 안에는 심상치 않은 사진이 담겨있었다.
이제까지 해온 패션의 모습들을 한 선의와 그런 그녀를 보며 웃고 있는 나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었다. 선의는 그런 사진을 보여주며 이를 갈았다.
이런 것을 보내며 협박을 하는 거야. 이상한 소문나기 싫으면 방과 후에 보자네.”
누군데?”
강주열이라는 녀석이야. 저기.”
선의는 반 구석에서 앉아있는 녀석을 가리켰다. 그 녀석은 우리와 눈이 마주치자 크큭 교활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어보였다.
음침하고 변태 같은 녀석인데, 분명 흑심이 있어.”
그야 그렇겠지.”
으으, 어떻게 하지?”
불안에 떠는 선의. 그녀는 정말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하긴, 자신의 능력이 드러나는 것을 그렇게 꺼려했고, 그나마 신중하게 선택한 게 나였으니, 무척이나 순진한 구석이 있었다. 만약 내가 나쁜 맘을 먹었다면 또 모를 일이었는데, 그런 나에 대한 성향을 판단하고 믿었으니 말이다.
, 나라는 녀석이 좀 맹하면서도 착한 게 자랑스럽기는 이번이 처음이군.
아무튼, 이 위기를 타파해야한다. 저 음흉한 녀석이 우리를 음모로 얽어매어 어떤 짓을 할지 모르니 말이다. 확실히 저 사진이 퍼지면 어떻든 간에 안 좋은 소문은 물론이고 지금껏 쌓아올린 선의의 이미지가 무너진다. 나야 무시하고 이제까지 하던 대로 내 할 일 하며 살면 된다만 솔직히 나도 그런 외부의 시선을 견딜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
고민에 잠겨있던 나는 뭔가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선의야, 좋은 생각이 있어.”
, 뭔데?”
나는 망설임 없이 계획을 전달했고 선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리고 다음 날 방과 후.
아나, 선의는 어디 가고 너만 있냐?”
약속한 시간에 나는 강주열과 만났지만 강주열의 목적은 역시 선의였는 듯 퉁명스레 쏘아붙였다. , 이제 곧 결판이 날 터라 나는 여유로운 상태였다. 내 예상이 맞다면 모든 것은 일사천리, 아무런 탈도 없이 끝이 난다.
조금만 기다려. 곧 온다.”
뭐야? 표정이 왜 이리 여유로워? 내가 갑이고 너희가 을이란 말야. 너희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어.”
……….”
나는 침묵을 지키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 나를 보며 분노를 표하는 강주열이었다. 언제까지 이런 놈의 어거지를 들어줘야 하는지 슬슬 짜증이 날 무렵, 덜컹, 교실 문이 열렸다.
왔군.’
문을 열고 들어선 소녀는 다름 아닌 선의였고, 그 복장은 그것이었다.
마법사!
붉은색 원피스에 붉은 고깔모자. 전체적으로 간간히 검정 줄무늬가 들어가 있고 금색 장식이 소매와 치마 끝에 달려 있었다.
그리고 손에는 붉은색과 하얀색으로 된 마법봉이 들려 있었다.
, 뭐야?”
강주열이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는데 선의는 될 되로 되라는, 반쯤 포기한 얼굴로 소리쳤다.
기억 해제 마법!!”
좀 촌스러운 주문이었지만 선의는 있는 힘을 다해 외쳤고 강주열의 어이없는 얼굴은 더욱 처참하게 일그러지는 순간이었다.
꿀꺽.
엄청난 긴장감이 짓누르는 교실. 나와 선의는 강주열을 살폈고, 강주열은 벙찐 채 그 상태로 멈춰 있다가 멍청하게 눈을 깜빡이며 갸웃했다.
? 내가 왜 여기 있지?”
그러다가 마법사, 아니 마녀 패션으로 있는 선의를 발견하고 으엇? 하고 놀랐다. 나는 얼른 눈치를 주었고 선의는 다시 기억 해제 주문을 외치고 이번엔 잠들라는 주문을 외쳤다.
풀썩.
강주열은 힘없이 교실 바닥에 쓰러졌다.
됐다!”
나는 힘차게 소리쳤고 선의는 잠시 멍하니 쓰러진 강주열을 살피다가 야호! 라는 알차고 귀여운 비명을 내지르며 와락 나를 껴안았다. 덕분에 나는 으엇?”하며 얼굴을 붉혔으나 승리감에 도취해 있던 터라 기쁘게 받아들였다. 선의도 어지간히 기뻤는지 꽉 껴안은 채 얼굴을 내 품에 부벼댔다.
아아, 정말 좋은 느낌이었다!
그로부터 우리는 거리낌이 없었다. 한 번은 위기에 쳐한 우리였으나 대처법이 생겼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물론 대놓고 패션 코스프레를 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우리들끼리 놀며, 발견되지 않게 조심할 뿐이었다.
, 허억.”
나는 지금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었다.
, 정말 늦었어.”
뺨에 숨을 한 가득 몰아넣고 불평하는 선의에게 나는 멋쩍게 웃었다.
, 미안. 하하.”
나와 선의는 공원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그리고 공원에서 만났다. 강주열 사건 이후로 선의는 이전과는 의미가 다른 적극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방과 후에서 자기만족 식으로 놀던 것에서 벗어나 이렇게 만나자는 약속도 본인이 제시했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선의를 받아들이며 그녀가 행하는 일을 함께 즐길 뿐이었는데 뜻밖의 제안에 놀랐다.
이것은아마 내가 상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 말이다.
, 정말이지. 원래 같으면 이런 지각하는 남자 따윈 기다리지도 않았지만 말이야.”
선의는 콧방귀를 뀌더니 다음으로 조금 작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 하지만 너니까 기다려준거야.”
난 들었지만 못 들은 척 다시 물었다.
?”
, 아니야! 어서 가자!”
헤헤. 이거 놀리는 재미가 있네.
오늘의 선의가 한 패션은 그냥 캐쥬얼한 평상복. , 그녀의 본질 그대로였다. 그런데 이거 정말 귀여워서 미칠 지경이었다. 흔히들 말하는 츤데레라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게 또 알기 쉬운 성격이라 지켜보는 맛이 아주 쏠쏠했다.
아 왜 자꾸 웃어!”
그런 내 마음을 눈치 챈 선의가 쏘아붙였고 나는 모르는 척 콧노래를 불렀다.
자꾸 그러면 얀데레 패션을 하고 올 거야?”
? , 그러면 안 돼.
나는 얀데레가 뭘 의미하는지 알기에 화들짝 놀라며 그녀에게 아부를 시작했다.
헤헤, 그러지 마세요~”
!”
, 나의 일상은 이렇게 변해버렸다. 이것을 비일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만, 무척 기분 좋다고 할 수 있겠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어버린 일이었지만, 내가 선의에게 가진 호감은 진실된 것이었고, 선의 역시 그래 보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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