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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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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매지컬 레인보우 드림!
글쓴이: 법의짐승
작성일: 13-07-02 00:01 조회: 1,095 추천: 0 비추천: 0

요즘 많이 듣는 소리가 있습니다.

 

소리, 어쩐지 조금 바뀌지 않았어?”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들을 정도니까 아마 정말로 두드러지는 모양이지요.

 

으응? , 그런가?”

. 뭐랄까, 사람 자체는 변한 것 같지 않은데, 전체적으로 분위기랄까……그런 거?”

하지만 아주 좋은 것 같아!”

, 그러니? 에헤헤…….”

 

입꼬리가 끌어올려지려는 것을 억지로 잡아 누르느라 고생입니다. 이런 칭찬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솔직히 부담스럽기도 해요.

 

그러고 보니 이번 분기 연극에서 준주역이라며?”

굉장히 대사도 많다고 하고! 벌써 소문이 쫙 퍼졌어. 1학년인데도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준주역을 따냈으니까!”

맞아! 나 꼭 보러 갈게. 소리 씨 나는 앞자리 잡아 주는 거지? 우린 친구니까?”

 

우스갯소리를 섞어서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말을 들으며 나는 다소 난처한 듯한 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확실히, 이런 건 익숙하지 않네요.

 

그러고 보니 오늘은 하나로 땋은 머리네.”

 

누군가가 한 명, 그제야 눈치 챘다는 듯이 말합니다.

 

지난주에는 롱 펌이었잖아. , 혹시 그것도 연극 연습이야?”

그러게? 어쩐지 자꾸 분위기가 바뀌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더니만. 근데 매번 스타일 바꾸는 거 힘들지 않아? 돈도 많이 들어갈 것 같은데…….”

 

, 이 화제는 조금 곤란해요. 나는 이야기가 이쪽으로 더 진행되기 전에 웃음을 지으며 얼버무립니다.

 

비밀이야.”

 

 

*****

 

방과 후, 따라온다는 친구들을 가까스로 떼어놓고 연극부 연습이 있는 강당으로.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은 제게 꿈속의 일이나 마찬가지였어요. , 겨우 친구들 사이에서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 정도가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니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 정도로 저는 정말 아무런 특징도 개성도 없는 평범한 아이니까요.

 

 

 

이소리. 제 이름입니다.

아무런 특징도 없는 주제에 이름까지 평범하다니 울고 싶을 정도네요. 언제나 얼굴을 긴 머리카락으로 가리고, 누구와 말할 때에도 상대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목소리도 작고, 항상 우물쭈물……슬프지만, 그게 제 모습이었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연극부에 입부한 것도 그런 소극적인 성격을 조금이라도 고쳐 보고자 생각해서였고요.

연극부는 예상대로 굉장했어요. 다들 멋진 사람들뿐이고, 특히 총감독과 무대 코치를 맡고 있는 2학년의 진유현 선배는 정말 대단해요! 배우로서 무대에 서는 쪽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배역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고, 모두를 조율하여 언제나 연극을 성공시키니까요. 듣기로는 이미 차기 부장 자리가 결정되어 있다고 할 만큼, 모든 면에서 실력파인 멋진 선배예요.

선배는 무뚝뚝한 성격입니다. 처음엔 절 미워하시는 건가하고 생각했는데, 누구에게나 다 그렇다고 하더군요. 항상 뭔가 불만이 있는 것 같고. 사실 처음에, 저는 조금이라도 선배의 기분을 풀어 드리고 싶었어요. 비록 지금은 변변치 않지만 점점 더 실력을 올려서 선배의 눈에 들면, 항상 찌푸린 그 얼굴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고.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면, 혹시 직접 연기 지도를 해 주시거나, , 혹은 둘이서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다거나, …….

, 아니!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런 생각, 전혀 안 했으니까요!

하아…….

하지만 틀렸어요. 왜냐하면 전 연기에도 전혀 재능이 없었거든요. 여름이 넘어갈 무렵에는 같이 들어간 친구들 중엔 벌써 무대에서 단역을 맡을 정도인 애들도 있었는데, 전 언제나 잡일 담당 뿐. 처음엔 그런 일도 불만 없이 열심히 했지만 나중에는 점점 슬퍼졌습니다. ‘그래, 난 결국 변할 수 없는 거구나하고 말이죠.

그런데 그러던 어느 날저는 정말 신기한 무언가와 만났습니다.

 

어라, 이소리? 벌써 수업 끝났어?”

, 네에. 죄송해요, 선배님보다 늦게 오다니…….”

무슨 얼빵한 소리야. 2학년들은 월요일엔 너희보다 1교시 일찍 끝난다고. 아무리 서둘러도 나보다 일찍 올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운이 좋아요. 오늘은 강당에 유현 선배가 와 있습니다. 다른 분들도 물론 있긴 하지만, 가장 먼저 본 얼굴이 선배라서 다행이라는 느낌입니다. 말투는 여전히 퉁명스럽지만.

 

오늘은 한 줄? 항상 배역 따라 머리 모양 바꾸느라 힘들겠네.”

 

갑자기 선배가 다가와서 머리카락을 바라보는 바람에 저는 조금 놀랐습니다. 지금까지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으셨는데…….

 

이건 뭐야. 리본? 이런 거 묶고 다녔었어?”

, , 네에. , 그냥…….”

 

실제로 리본을 만지지는 않았지만 저는 손이 닿은 것처럼 움찔 긴장했습니다.

 

소리 너, 요즘 아주 훌륭히 잘 하고 있어. 정말 기대 이상일 정도야.”

, 황송한 말씀이옵니다.”

 

선배는 나의 어색한 대답에 쿡 웃었습니다.

 

어쩌면 너야말로 내가 찾던 차기 인재였는지도 모르지.”

?”

아니, 별거 아냐. 리본 없는 머리도 좋았지만, 그 땋은 머리도 꽤 괜찮네.”

 

선배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하늘하늘 손을 흔들며 멀어져 갔습니다.

, 체온이 1도 정도 올라갔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살짝 등 뒤로 손을 돌려 머리끝에 맨 작은 리본을 만지작거렸습니다.

그렇습니다.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두 달 전에 만난 이 리본이 제 생활을 완전히 바꿔 놓았던 거예요.

 

 

 

갑작스럽지만 오늘 아침에 제가 한 일을 말해 줄게요.

세면 후 교복을 입고, 저는 리본을 양 손에 펼쳐 든 채 가만히 거울 앞에 섰습니다. 문은 꼭꼭 잠가 두었기 때문에 누가 들어올 일은 없어요.

 

…….”

 

거울에 비친 굳어진 표정.

 

, 매지…….”

 

언제나 그렇지만 정말 익숙하지 않아요.

 

매지컬 레인보우 드림귀족가의 메이드, ‘마리안느!”

 

순간, 눈부신 빛과 함께 손에 들려 있던 리본이 움직였습니다. 살아 있는 듯 요동치는 리본은 긴 생머리를 휘젓고 다니며, 사람 손처럼 빗질한 다음 순식간에 땋아 내렸습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거울 속엔 멋진 땋은 머리의 귀족가의 메이드가 서 있었습니다.

……얼굴이 빨갛게 된.

 

, 창피해…….”

 

다른 건 몰라도 이 주문만은 정말이지 바꾸고 싶어요.

 

 

 

. ‘마법의 리본입니다.

동화나 판타지에나 나올 법한, 마법’. 설마 이런 것을 얻게 될 날이 올 거라고는 정말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보다시피 리본의 능력은 머리 모양을 자기 마음대로 바꾸는 것. 마법의 주문을 외우고 리본에게 명령하면, 원하는 형태의 머리로 바꿔 주지요.

하지만 고작 그것뿐이냐며 우습게보면 안 돼요. 사람은 머리 모양 하나로 분위기가 엄청나게 바뀌니까요. 그리고 이 리본의 능력은 단순히 머리카락을 바꾸는 것이 아니에요.

 

좋아, 훌륭해!”

 

무대 위에서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본 선배가 만족스럽게 박수를 쳤습니다.

 

오늘 처음 맡는 배역인데 굉장한걸. 집에서 연습해 온 거야?”

, 저어, 그렇죠 뭐.”

그렇다 해도 정말 대단해. 이 정도면 다음 분기에선 충분히 주역을 맡을 만 한걸.”

 

선배는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언제나 무뚝뚝하긴 하지만, 선배가 실력 있는 사람을 정말 아낀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져 있어요.

사실 이건 전부 리본의 힘입니다.

이 리본은, 만들어진 머리 스타일에 걸맞은 사람으로 그 소유자를 바꿔 놓는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귀족가의 메이드가 할 법한 정숙한 머리 스타일을 하면 자연히 태도도 몸가짐도 의젓하고 예의바르게 변하고, 목소리마저 차분하고 또렷하게 되는 거죠.

, 물론 그저 제 착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바로 오늘 체육 시간에 있었던 일을 들어 보면 그런 말은 할 수 없을 거예요.

 

다음. 21번 이소리.”

!”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일어난 저는 눈앞에 보이는 뜀틀로 힘차게 달려갑니다. 가볍게 양손을 짚고, 날렵하게 점프. 순간 몸이 부웅 뜨는 느낌과 함께 가볍게 뜀틀을 뛰어넘고, 가뿐하게 착지하여 마지막 자세까지 완벽.

 

좋아. 다음!”

와아…….”

 

선생님의 만족스러운 목소리와 친구들의 탄성. 그리고 제 등 뒤에는, 포니테일로 높이 묶은 머리카락.

예전 같으면 뜀틀을 넘기는커녕 오르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하찮은 체력에 운동신경도 저질이었던 저인데, 믿을 수 없는 결과예요. 그러나 이것도 전부 리본의 덕분. 저는 체육 시간 전에 몰래 화장실에서 매지컬 레인보우 드림운동부의 히로인으로!” 라고 외친 것뿐이고, 그 외의 건 다 리본이 해 줬으니까요.

신기하죠. 머리 모양만 체육소녀로 바꿨을 뿐인데, 정말로 신체 능력이 향상되었으니까요.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거북한 수학 수업 때엔 모범생의 일자 단발로 만들어 어려운 문제를 단숨에 풀어내기도 했고, 회의 시간에는 지적인 숏컷으로 진행을 주도하기도 했고, 소풍 때는 트윈 테일의 아이돌 스타일로 바꿔 멋진 노래로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어요. 그저 리본일 뿐인데도 머리카락 길이까지 바꿔 버릴 수 있다니, 과연 마법의 리본.

리본을 얻은 지 2개월, 저는 어느새 반의 스타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습니다.

, 하지만 별로 양심의 가책 같은 건 없어요. 왜냐하면 전 지금까지 태어나서 한 번도 누군가의 주목을 받은 일도 관심의 대상이 된 일도 없는걸요. 분명 저는, 하나님이 무언가 빠뜨리고 만들어서 내려보낸 게 틀림없어요. 그건 불공평하죠. 그러니까 이 리본으로 저는 스스로를 보충하는 거예요.

……어쩐지 억지 같지만 상관없어요.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다 보면 시간의 흐름도 빠르게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이것은 제 주변의 세상이 너무나 바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연극부에서 유망주로 대접받는 건 물론이고, 담임선생님은 전국 경시대회 출전을 권하질 않나, 학교 합창 대회에 나가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요즘은 운동부에서도 제게 눈길을 주는 것 같아요. 정말이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얼마 전에 있었던 가을 축제도 훌륭히 끝났어요. 주연은 아니었지만 확실한 유망주로 조역을 멋지게 연기해서, 모두의 주목을 독차지하기도 했고요. 다들 기뻐해 주었습니다. 이전의 저라면 절대 이런 식으로 주목을 받지는 못했겠지요.

, 그리고 아마 진유현 선배도……조금은 좋게 봐 주었을지도…….

 

이소리.”

 

문득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자, 거기엔 연극부의 부장인 천화령 선배가 있었습니다.

 

부장 선배? 무슨 일이세요?”

잠깐 이리 와 봐.”

 

사람이 별로 오지 않는 강당 뒤편으로 돌아간 부장은 진지한 얼굴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혹시, 요즘 무슨 일이라도 있어?”

?”

 

부장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 저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뭐든 좋으니까. 고민거리나, 상담할 거라든지. 그런 게 있니?”

, 아뇨…….”

 

나쁜 분은 아니지만 이렇게 친근하게 구는 사람도 아니었는데. 전 조금 혼란해졌습니다. 애초에 요즘의 제게 고민거리라뇨.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요.

 

왜 그러세요? 혹시 제 연기가 부족한 점이 있었나요?”

아니…….”

 

부장은 복잡한 얼굴로 고개를 젓습니다.

 

연기는 전혀 나쁘지 않아. 충분히 좋아. 아니 최고라고 해도 될 정도로.”

그럼 왜……?”

오히려 그 쪽이 문제거든.”

 

부장은 가만히 내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예전의 너, 라고 하면 조금 이상할까. 처음 들어올 무렵의 너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서.”

?”

그 당시의 너는 서투르고 소극적이고 재주도 없는 그냥 그런 모습이긴 했지만, 분명히 너 나름의 개성이 있었거든.”

, 제가 개성이라구요?”

 

부장의 말을 듣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평범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아무런 특징도 잘난 것도 없는 제게 무슨 개성이 있다고 말하는 걸까요.

 

스스로는 보통 잘 모르지. 그런 건 본인이 깨닫기는 힘드니까. 나도 지금은 졸업하신 선배들에게서 들은 말이고, 3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여하튼 그 당시의 너에겐 분명히 개성이 있었어. 너 자신만이 갖고 있는 분명한 빛깔. 그것은 아마 무대 위에서도 분명 돋보일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을 거야.”

 

설마, 하고는 생각했지만 저는 일단 부장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의 너를 보면 조금 이상해. 그 당시에 보였던 개성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물론, 네가 갖고 있는 연기 실력은 훌륭하고, 네가 연기하는 인물들의 개성은 선명할 정도로 드러나 있지. 하지만……그건 어디까지나 연극이고, 평소 때의 넌 다른 거잖아.”

.”

 

나는 그제야 부장의 말을 이해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요즘은 시종일관 리본을 매고 있으니까요.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계속 리본을 매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어떤 사람을 계속 연기하고 있다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문득 바라보니 부장은 진지하게 제 얼굴을 보고 있었습니다.

 

괜찮은 거니, 이소리?”

 

겨우 부장이 하고 싶은 말을 이해한 저는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부장은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것뿐이에요. 변화해 있는 제 모습은 모두 리본에서 나온 것이고, 리본을 풀면 언제나 그랬듯 원래의 저로 돌아올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전 괜찮으니까요.”

 

정말, 부장도 걱정이 지나치네요. 게다가 예전의 저에게 개성이라니……생각만 해도 우스울 정도예요.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어두운 여자애가 무슨 개성이 있겠어요?

 

 

 

그런데 상황은 점점 더 이상하게 변해갔습니다.

항상 주변에서 추켜올리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멀어지는가 싶더니, 이젠 연극부의 선배와 같은 학년 친구들도 거리를 두기 시작하는 거예요.

이유는 전혀 모르겠어요. 따로 이야기를 해 보기도 했지만, 딱히 절 질투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냥 뭔지 모르겠지만 조금 가까이하기 꺼려지는 느낌이 든다고……제가 간신히 들은 이유는 그것뿐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소리죠? 저는 이해할 수 없어요.

그리고 1학년이 거의 끝나갈 무렵저는 예전, 개성 없고 소극적인 아이였을 때보다 더욱 심하게 고립된 아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공부도 연기도 노래도 운동도 완벽, 그러나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 볼 때마다 끈질기게 콩쿠르니 경시대회니 하며 권하던 선생님들도 더 이상은 말을 걸지 않게 되었어요.

……, 생각하면 그래요. 공연히 달라붙는 사람들이 없어지니 편한 건지도. 멋대로 추켜세울 때는 언제고 흥미가 식자 멋대로 멀어지다니 정말 제멋대로예요. 그런 줏대 없는 사람들 따위, 저도 필요 없어요.

그러니까 이건 잘 된 거예요. 그래요. 틀림없이, 그런 거예요.

방과 후. 아무도 없는 교실에 앉은 채 제가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이소리?”

 

문득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누군가가 제 이름을 불렀습니다.

 

, 어머? , 선배님?”

 

뜻밖의 인물이 나타나는 바람에 저는 당황해서 일어났어요. 들어온 것은 진유현 선배. 지금까지 한 번도 저희 교실에 온 적이 없었는데…….

 

……어쩐 일이세요? 혹시 오늘 연습이 있었나요?”

아니. 그런 건 아냐.”

 

언제나의 딱딱한 어조로 선배는 그렇게 말하며 조금 주저했습니다.

 

조금 할 말이 있는데. 잠깐 나올래?”

 

선배의 부탁인데 제가 거절할 리가 없죠.

선배에게 이끌려 학교 정원으로 향하면서 잠시 저는 선배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선배와 이야기한 적이 별로 없었어요. 다행히도 오늘의 머리는 우등생 스타일. 선배와 대화하더라도 말실수를 할 일은 전혀 없어요.

, 하지만 역시 선배는 줏대 없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라요. 절 멀리하거나 따돌리려는 기미는 전혀 없으니까요. 선배는 언제나 그랬듯 멋지고 반듯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대할 뿐이었어요. 지금에 와서 제가 연극부에 남아 있는 것도……어쩌면 선배 때문인지도 몰라요.

 

여기쯤이면 괜찮으려나.”

 

선배는 정원 한쪽에 놓인 벤치에 앉았습니다. 사람은 전혀 없었어요.

 

소리. 요즘 여러 가지로 너에 대해 말이 많은 것 같은데.”

, 네에.”

 

갑자기 선배가 그런 말을 꺼내서 조금 당황했습니다. , 혹시 선배도 절 안 좋게 보고 있는 걸까요.

 

부장님은 조금 염려된다는 말도 했지만 말야. 나는 좋다고 보고 있거든. 이대로도.”

 

선배는 조금 웃었습니다.

 

네 실력은 이미 고교 연극부 수준을 넘어섰어. 이미 연극부의 톱 같은 건 따 놓은 당상이지. 이대로면, 부장님이 졸업한 뒤에도 무리 없이 연극부가 잘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선배……?”

 

이상합니다. 선배는 왜 제게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내년에 내가 떠난 다음, 연극부 부장을 맡아 주지 않겠어?”

……?”

 

, 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머리가 텅 비는 바람에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보다 선배가 무슨 말을 했는지가 더 중요해요! 제가 혹시 잘못 들은 건가요?

 

집안 사정이 있어서 말이지. 아무래도 전학을 해야 할 것 같아.”

 

, 선배, 도대체 무슨 말을?

 

알다시피 화령 선배는 나를 차기 연극부 부장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지. 나도 화령 선배를 존경하고, 그 분의 말이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전학을 1년 늦추고 부장으로서 의무를 다할 생각이었거든. 그런데 거기서…….”

 

선배는 제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습니다.

 

네가 나타난 거지. 연기도 연출도 톱클래스로 해낼 수 있는 천재가. 얼마 전 잠시 내가 자리를 비워 무대 조율을 할 사람이 없었을 때에도 네가 활약해서 잘 마쳤다는 말을 들었어. 그리고 나는 생각한 거지. , 이 정도면 충분히 해낼 수 있겠구나, 하고.”

 

아니에요! 선배, 그건! 하지만 제 목소리는 목 밖으로 나와 주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안심했어. 내가 전학을 가더라도 네가 있으면 우리 연극부는 문제없을 테니까. 화령 선배와 말해 보진 않았지만, 분명 동의하겠지.”

선배…….”

 

분명 제 얼굴은 하얗게 질렸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눈앞의 선배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있습니다. 혹시 리본이 제 얼굴색조차 조종하고 있는 건가요?

이윽고 선배는 툭툭 털고 일어나 조금 어색한 얼굴로 웃었습니다.

 

정말이지 소리, 널 만나서 다행이야.”

 

아니에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아니에……!”

? ?”

 

저는 자신도 모르게 머리에 맨 리본을 잡아당기고 있었습니다. 리본이 막 풀리려는 순간 눈앞의 선배의 얼굴을 본 저는, 자신이 무엇을 하려던 건지 깨닫고 그만 정신없이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 저는 연극부에도 학교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선배는, 다른 부원들이 절 멀리하는 가운데에서도 전혀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던 사람이었어요. 비록 선배는 절 그리 가까이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최근의 저에겐 선배를 바라보는 것만이 마음의 의지였는데……그런 선배가 사라진다면, 더 이상 학교를 갈 이유가 없어요.

……방에 틀어박힌 저를 몇 번이나 설득하려던 부모님도, 이제 와선 아무 말도 없습니다.

아아, 이젠 틀렸어요. 전 역시 아무것도 못 하는 평범하고 한심한 계집애였어요.

이대로, 저는.

순간 느닷없이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선배?”

, 소리? 역시 집에 있었군. 지금 너희 집 근처에 와 있는데. 잠깐 문 좀 열어 줘.”

 

선배가? 우리 집에? 어째서?

문득 저는 오늘 날짜를 떠올렸습니다.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은 날짜. 그것은, 선배가 전학을 가기로 한 그 날짜였어요.

 

…….”

 

, 그럼, 혹시 지금 이사 준비가 끝나서……그래서, 마지막으로 차기 부장 자리를 넘긴다는 말을 하려고……?

안돼! 안돼안돼안돼! 가면 안 돼요!

 

소리야? 뭐야, 왜 대답이

 

저는 전화를 던져 버렸어요. 그리고 리본을 꺼내들었어요.

거울 앞에 서니, 반쯤 울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얼굴을 일그러뜨린 초췌하고 자그마한 여자애가 서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선배를 붙잡아야 해……!

 

매지컬, 레인보우, 드림!”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어요. 온 집안이 떠나가도록 저는 외쳤습니다.

 

선배가 좋아하는 사람으로, 되어라!!!”

 

눈부시게 빛이 번쩍였습니다. 저는 손으로 얼굴을 덮고 눈을 꽉 감아 버렸습니다.

이윽고, 빛이 모두 사라진 뒤 가만히 눈을 떠 보자.

 

……?”

 

마법의 리본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거울 안에는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 자그마한 소녀. 원래의 저 자신이 있을 뿐이었어요.

너무 막연한 소원을 빌었던 게 문제였던 걸까요? 아니면 제가 너무 욕심을 부린 걸까요?

 

, 아아…….”

 

틀렸어요. 이제 모두 끝났어요. 저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 역시 있었잖아. 부모님이 문을 열어 주셨기에 망정이지, 아예 못 들어올 뻔했네.”

 

멍해진 귀에서 누군가 이야기를 합니다. 어쩐지 익숙한 목소리네요. 하지만 그런 거 이제 의미 없어요. 다 틀렸으니까요.

 

나 참, 찾기 힘들었다고. 이 주변이 의외로 복잡해서……?”

 

갑자기 목소리가 멈췄습니다. 다가오는 발소리.

 

소리. 소리야? 야 이소리!”

히약!?”

 

갑자기 귓전을 때리는 굉음에 저는 불주사를 맞은 것처럼 튀어 올랐습니다.

 

, 선배? 뭐 하시는 거예요!?”

너야말로 뭐 하는 거야, 멍하니 앉아서. 방안은 왜 이리 난장판을 해 놨어?”

 

갑자기 나타난 것은 황당한 표정의 유현 선배였습니다. 과연 복식호흡으로 단련된 성량, 귀청이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모처럼 하늘같은 선배가 직접 문병을 와 준 건데, 문은 둘째 치고 전화조차 중간에 끊다니.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해서 깜짝 놀라 뛰어왔잖아.”

……, 정말 죄송해요.”

 

그러고 보니 선배 숨이 조금 가빠 보입니다. 하지만, 왜 선배가 여기에……?

 

, 선배! 오늘 전학 가시는 거 아니었나요!?”

……뭐야. 전학 가길 원했어?

, 아아아아뇨!”

 

그럴 리가 없잖아요! 선배는 제 반응에 쿡 웃었습니다.

 

전학은 취소다.”

?”

부장하고 실컷 얘기해 본 결과, 아무래도 네가 미덥지 못한 것 같아서 말이지. 다른 건 모르겠지만, 정신적인 부분이.”

 

선배는 제 머리를 통 쳤습니다.

 

나 참, 겨우 부원들과 트러블이 좀 있는 것 가지고 등교거부라니, 얼마나 유리멘탈인 거야? 부장을 맡아 달라는 게 그렇게 부담이었으면 직접 말을 하던가.”

, 아뇨…………죄송해요.”

 

저는 가슴을 쓸어내렸어요. 아무래도 선배는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상관없어요. 선배가 전학을 가지 않으면 그걸로 충분하니까요.

 

나 참……이거나 받아.”

 

문득 선배는 주머니를 뒤적뒤적하더니 무언가를 꺼냈습니다.

 

이게……뭐죠?”

 

손에 건네진 그것은 밝은 노란 색깔의 리본이었습니다.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자 선배는 평소의 선배답지 않게 조금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 뭐어. 일종의 사기 진작용 문병 선물 같은 거지. 넌 항상 같은 리본만 매고 있잖아. 그냥 지나가다가, 어울릴 것 같은 게 있어서…….”

 

, 선배…….

 

혹시 필요 없어?”

아뇨!”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았습니다. 받은 리본을 저는 소중하게 가슴에 감싸 안았습니다. 이상한 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건 하나도 상관없어요.

얼굴이 붉어진 선배는 쑥스러운지 괜히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 그러고 보니 오늘은 집이라서 그런지 리본을 안 맸네.”

……리본이 없어서 보기 싫은가요?”

바보야.”

 

선배는 피식 웃었습니다.

 

예전에 말했잖아. 지금 그 머리도 괜찮다고.”

 

……아아.

그렇군요.

그건, 역시 마법의 리본이었어요. 저 같은 평범한 여자애가 불쌍해서 하늘이 선물해 주신, 작지만 너무나 소중한비밀의 마법.

 

선배.”

, 뭐야?”

 

이제 알았어요. 저도, 선물을 준 하늘에게 창피하지 않게 자기 힘으로……나아가야겠지요.

 

오늘, 와 주셔서 정말로 고마워요. , 그리고.”

 

떨리려는 목소리를 바로잡습니다. 비록 자랑할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주먹을 꼭 쥐고, 가슴을 펴고.

 

들어 주세요. 사실 저선배를 좋아해요.”

 

언젠가, 그 리본이 보여 주었던 이상으로 자신있는 내가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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