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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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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하얀 방
글쓴이: vivi
작성일: 16-07-18 21:52 조회: 856 추천: 0 비추천: 0
이곳에 아주 이상한 일이 생겼다. 나라는 존재가 생겨난 것이다. 이 세계와는 너무도 다른 나라는 존재가. 처음 눈을 뜬 순간부터 알았다. 나는 이 세계에서 배척받을 것이다. 배척받고 공격받는 이상스런 존재로 취급당할 것이다. 언제까지고 그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까지라도. 아마 본능이라고 부를 그것이 그 사실을 알려 줬지만,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알 수 있었다. 이곳은 아주 하얗고 잠잠해서, 평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공간이었다. 그런데 이 새하얀 세계에서 나는 아주 이질적이고, 이해할 수 없고, 때로는 징그럽기까지 해서, 하얀 벽의 단면에 볼록 튀어나온 이물질 같은 존재였다. 태생적으로 튈 수밖에 없는 운명, 이물질. 그래, 나는 이물질이었다. 언제나 거슬리는 이상한 존재. 그렇다면 이물질의 운명은 무엇인가. 보통의 경우 그것의 최후는 비참하다. 항상 핍박받고 박해받는다. 분명 나라는 인간의 튀어나온 부분 역시도 갈리고, 부딪히고, 부서져서, 결국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사라져버릴 것이다. 그 사실을 안 순간, 나는 두려워졌다. 사라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숨기기로 했다. 내가 동성애자이며, 소아성애자이며, 장애인이며, 트렌스젠더고, 튀는 파란머리에 43kg의 몸무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렇다. 나는 모두의 특이한 부분, ‘개성이다.
나는 평범진실과 함께 산다. 좁은지 넓은지도 알 수 없을 만큼 새하얀 방 안에 우리 세 명은 늘 함께 있다. ‘평범은 수시로 모습을 바꾼다. 가끔은 검은 머리였다가, 금발로 바뀌기도 하고, 긴 치마를 입다가 짧은 바지로 갈아입기도 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모든 것이 평범하다. 그게 평범의 대단한 점이다. 언젠가 한 번 평범에게 그걸 말했더니, ‘평범은 코웃음치고는 그건 너잖아.’ 하고 말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 나는 배척받는 존재인 걸. 그러자 평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덩달아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했다. 어째서 평범은 상처받고 짓눌리는 나를 대단하다고 말하는 걸까. 나는 언제고 적응하지 못하는 부적응자인데. 아마 모든 것에서 말이다. 평범할 수 있는 사람이란 고통에 대한 동경을 품는 걸까. 나는 잠시 그것에 대해 생각하다가, 곧 이렇게 결론지었다.
펑범은 평범하기 때문에 내게 그런 말을 한 것이다. 라고. 평범한 사람은 늘 알게 모르게 특이한 것을 동경한다. 물론 특이한 쪽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언제나 자신에게 없는 부분에 집착한다. 그건 평범함이 지배하는 세계의 상식이다. 나도 모르고 있지는 않았다. 다만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평범같은 평범함의 정점이라면, 그러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평범은 역시 평범했기에 평범한 생각을 가지고 평범한 말을 뱉는다. 반전은 없다. 그런 것이다.
한 명 더, 나와 함께 사는 사람이 있다. ‘진실이다. ‘진실을 처음 만난 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평범과 마찬가지로- 언제부턴가 거기에 있었다. 그 뿐이다. 우리들의 세계에선 일반적인 일이다.
진실평범과 내가 사는 방에 온 이유는 같은 방에 살던 사람들과 싸워서라고 들었다. 나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진실에게 얘기하니 그게 아니라고 했다. 내가 버려진 이유는 그런 게 아니라고. 그럼 뭐야? 내가 물었다. 하지만 진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나중에 나는 창조주님에게 진실에 관해 물어보았다. ‘창조주님은 몇 번 망설이는가 싶더니, 곧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는 너무 길어서, 가끔은 끊기고 시작하기를 반복했다. 그런 긴 이야기 끝에 들은 사실은 이러했다. ‘진실은 원래 여러 거짓과 함께 살았다고 한다. 다만 우리 둘과는 달리 진실과 여러 명의 거짓은 사이가 나빠서, 매일매일 싸웠다. 가끔은 진실이 이기고, 가끔은 거짓이 이겼지만, ‘진실이 이기는 경우는 훨씬 많아서, ‘진실은 힘이 셌다고 한다. ‘거짓따위는 가볍게 짓밟아 버릴 수 있을 정도로. 그런데 그런 진실평범과 내가 사는 방까지 도망쳐오게 된 건, 세상이 변해버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내가 물었다. 하지만 창조주님은 답해주지 않았다. 담담히 이야기를 이어갔을 뿐. 어쨋건 세상은 더 이상 진실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버려졌고, 자신과 아무 상관 없는 공간에까지 발을 들이게 되었다. 진실이 우리의 방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때때로 불평을 하곤 했다. 하지만 평범과 나는 그런 진실이 싫지 않았다. 그건 진실의 어딘가 모자란 듯한 면 때문이었다. ‘진실은 항상 진실만을 말하는 요령없는 사람이었다. 상황이 어떻든, 이해타산이 어떻든, 우직하게 진실만을 말한다. 한 마디로 바보였다. 바보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우리 둘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진실은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는 만큼, 모르는 게 없었다. 어떤 문제라도 진실에게만 가져가면 쉽게 풀렸다. 우리가 질문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그만큼 든든한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우리 셋은 하얀 방에 모여 다 같이 살았다. ‘평범은 툴툴대고, ‘진실도 투덜대고, 나는 그 언저리에 앉아 모두의 불평을 듣는 일상. 나는 행복하다고 느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우리의 모습은 변해가고, 때로는 흐릿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셋이 함께 있었으니까. 오히려 농담처럼 여길 수 있었다. , 흐려졌구나. 하고. 쭉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터였다. 분명, 그래야 했을 텐데......
 
어느 날 평범이 사라졌다. ‘진실도 역시 사라졌다. 깨닫고 보니 사라져 있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우리는 잠을 자지 않으니까. 평소처럼 모두와 농담을 하며 웃고 떠들었다. ‘진실창조주님은 좀 멍청하지.’ 하고 말하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나는 진실은 진실만 말하니까, 라며 따라 웃었다. 아마 평범도 웃었을 것이다. ‘평범의 가늘고 희미한 웃음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여기에 없다. 언제, 언제일까. 두 사람이 사라져 버린 건 언제였을까. 눈 앞이 뿌옇게 흐려지고,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눈물이 방울져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나는 혹시나 창조주님에게 내 울음소리가 들릴까 소리죽여 울었다. 얼마동안 그러고 있었다. 물론 내가 소리죽여 운 시간은 내가 살아온 시간에 비하면 하염없이 짧았을 터다. 흐린 눈가를 닦고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평범진실도 없다. 아무도, 무엇도, 모든 것이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하얀 벽 뿐.
나는 견딜 수 없어져서, 눈을 감고 숫자를 세기로 했다. 우선은 아무 것도 없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계속 숫자를 세면, 언젠가는 헤아릴 수조차 없는 많은 수를 세겠지. 그렇게 되면 평범진실도 돌아올 거야.
나는 그 날부터 숫자를 셌다. 세고, 세고, 몇 번이고 다시 되새겨 세었다. 그렇게 숫자는 형용할 수 없는 곳까지 올라가고, 나는 잠시 눈을 떴다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숫자를 센다. 그 일만을 반복한다. 반복, 반복, 반복.
그 뒤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창조주님을 여러 번 만나고, 몇 번이고 눈을 떴다가 감았다. 하지만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언제나 그 방에 있는 건 나 뿐. 차리리 방 밖으로 찾으러 나가 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방 어디에도 문은 없었다. 나가는 것도, 들어오는 것도, 마음대로는 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 사실이 서러워서 펑펑 울었다.
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다. 내게는 영겁의 세월이었다. 그래도 세었다. 세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그리고 몇 번째로 세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1201604271번 숫자를 세는 순간,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떴다. 누군가 방 한가운데에서 몸을 작게 웅크리고 울고 있었다. 모습은 이미 많이 바뀌어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지만, 그의 흐느끼는 목소리를 들은 순간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평범이었다.
평범’? ‘평범이야? , 어디 갔었어? 언제 돌아온거야? 무슨 일이 있었어? 묻고 싶은 것은 많았다. 그렇게 말하려고 했다. 그랬는데... ‘평범이 사라져 버렸다. 또 다시, 내가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결국 나는 평범의 얼굴조차도 보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얼마나 많이 변했을까, 우리는 항상 변하니까, 잠시라도 떨어져 있으면 알아볼 수 없는데. 나는 또 울었다. 이번에는 꽤 오랬동안 울었다. 꽤나 오랜 시간동안 흘러나오는 눈물을 가만히 뒀다. 그리고 그 다음 생각했다. 숫자 세는 걸 그만 두자고.
그 후부터는 숫자를 세지 않았다. 대신 가만히 앉아 천장을 올려다보며 창조주님을 기다리거나, 셋이 있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울거나 키득거렸다. 그런 다음엔 항상 쓸쓸해져서, 죽을 만큼이나 외로워졌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다. 꽤 오랜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상할 정도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기억하는 나로써는, 이상한 일이었다. 마치 시간이 통째로 사라져 버린 듯 비어있었다. 게다가 그건 아주 미묘해서, 제대로 신경쓰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그 동안, 잠이라는 것에 들었던 것 같았다. 따스하고, 햇볕같고, 어딘가 편안한 느낌. 언젠가 진실이 말했다. ‘우리는 잠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잠이 아니었다면 그건 대체 뭐였을까.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었다. 그건 아마 창조주님이 내린 선물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감사하기로 했다. 그 뒤로도 몇 번이나 더 잠에 들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진실이 돌아왔다. 내가 일곱 번째 잠에서 깼을 때였다. 눈을 뜨자 뿌연 시야 너머로 진실의 샛노란색이 보였다. 나는 놀라 성급히 눈을 부비고 앞을 바라보았다. 틀림없이 그였다. ‘진실’.
진실평범이 나타났을 때처럼 방의 한가운데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내게는 그의 등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평범과는 다르게 바뀌지 않은 부분이 그임을 알게 했다. 나는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마치 신기루 같았다. 다가서면 평범처럼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닐까 염려되기까지 했다. 나는 어쩐지 얼떨떨해져서, 조용한 걸음으로 진실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멍하니 선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진실’? 나는 나지막히 그를 불렀다. 그는 흠칫 몸을 떨더니 고개를 돌려 죽은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 눈은 정말로 깊고, 검고, 절망에 묻혀 있어서,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소스라치게 놀라 그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 한 걸음 물러섰다. ‘진실이야...? 내 목소리는 어딘가 불안했다. ‘진실과 나는 몇 초간 눈을 맞췄다. 희박한 공기를 타고 긴장감이 흘렀다. 그리고 별안간, ‘진실이 울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서 시작한 눈물은 두 볼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의 몸은 천천히 바닥으로 무너지고, 참았던 감정을 폭발시키듯 그는 오열했다. ‘진실’? 왜 그래? 놀라서 몸을 숙이자 눈물 젖은 그의 얼굴이 보였다. 한참동안이나 보지 못한, 거의 바뀌지 않은 얼굴. 이제는 나도 울음이 나왔다. 무슨 말을 해야 옳은 건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눈물을 참을 수 없었을 뿐. 그렇게 우리는 아무 말도 없이 한참동안이나 울었다.
우리가 진정했을 때는, 이미 창조주님이 마주 앉아 엉엉 우는 우리 둘을 보고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고 돌아갔을 무렵이었다. 한참동안 울고 난 진실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잘 지냈어?’ 였다. 잘 지냈을 리가. 나는 가볍게 농담했고,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 뒤로 진실은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말해주었다. 어느 순간 내가 사라졌던 일, 자신이 전혀 모르는 공간에 와 있던 일, 그곳에서 몸이 점점 흐릿해져서, 거의 사라질 만큼이나 투명해졌던 일, 예전에 같은 방에 살던 거짓들을 만났던 일, 그들과 싸우다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던 일, 자신조차도 존재하지 않던 곳을 헤메던 일,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이 곳으로 온 일들까지도. ‘진실은 전부 말해주었다. 하지만 단 하나, ‘거짓들과 싸웠던 일에 관해서는 대충 얼버무렸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것만은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다. 내가 그것에 관해 물어보자, ‘진실은 잔뜩 굳은 표정으로 웃으며 그건 이제 됐잖아?’ 하고 말했다. 나도 오랜만에 만난 진실과 그런 얘기나 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래.’ 하고 납득하며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문 밖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같기도 하고, 노랫소리 같기도 했는데, 또 한편으로는 칼이 쟁쟁 부딪히는 소리로도 들렸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게 좋은 소리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진실의 눈은 한 순간 처음처럼 절망에 휩싸였다. 그는 바닥에 딱 붙어버린 듯 멈춰섰고, 그의 팔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에게 물었다.
 
[...진실, 저건 뭐야?]
[뭐가?]
[저 소리 말이야.]
[난 아무것도 안 들리는데?]
[진실, 넌 거짓말 안 하잖아.]
 
그러자 그의 눈은 불현듯 커지고, 그는 다시 주저앉아버렸다. 떨리는 두 팔로는 머리를 감싸고,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을 떠올리는 것처럼 괴롭게 입을 열었다. 저건......
 
[사람들이야.]
[사람들?]
[그래,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야, 알잖아? 평범과 내가 사라진 이유. 개성, 지금 바깥의 사람들이 뭘 하고 있는 줄 알아? 평범한 게 싫다고, 모두 개성적으로 바뀌어 버렸어. 지금은 그 누구도 평범하고 싶다고 말하지 않아. 한 사람도 평범한 사람이 없어, 모두 다른 옷을 입고 다른 말투를 써. 그래서 평범이 사라져버렸다고. 저 사람들이 평범을 죽였어, 그리고 어쩌면 나도, .]
 
덜덜 떨리는 목소리에는 증오가 서려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사라져가던 때를 떠올렸다. 모두가 개성을 죽이고 살던 그 시절을.
 
그 때, 문 밖에서 진실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아주 작고 또 희미해서, 제대로 듣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분명히 '진실'을 부르는 목소리였다. 나는 분명 그 목소리를 들었다.
 
[진실, 지금 저기에서 누가 널 불렀어.]
 
하지만 진실은 대답이 없었다.
 
[안 갈거야? 진실, 넌 가야해, 사람들에게는 네가 필요하잖아. 네가 없으면 아무도......]
[아니야, 개성. 사람들은 날 필요로 하지않아.]
 
진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 마디 뱉었다.
 
[?]
[나는 너무 고루하고, 지겹고, 머리아픈 문젯거리거든. 그래서 모두 날 필요로 하지 않아... 정말로.]
 
진실은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다만 입술을 앙다물고 넘쳐흐르려 하는 울음을 삼킬 뿐. 무슨 말인지 묻고 싶었지만, ‘진실이 너무 위태로워 보여서,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다. 문 바깥쪽에서는 그 소리들이 더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문득, 무언가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이상하다. 이상했다. 문 바깥의 소리들. 그 소리들이, 어딘가 이상했다. 분명 시끄럽고 산만한 말소리들이었는데, 어쩐지 현실감이 없었다. 거기 존재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런 생각에 빠져있는데, ‘진실을 부르는 소리가 또 다시 들렸다. 문 밖에서 진실을 죽이러 달려올 무엇들이 보이는 듯 했다. 무언가가 부르짖었다. 빨리 나오라며, 우리는 네가 필요하다며. 나는 문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리고 허리를 굽혀 문 틈새로 바깥을 훔쳐보니,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진실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곳엔 이제 알겠니?’ 하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진실이 있었다.
 
[아무도 없지.]
[, 아무도...]
 
나는 고개를 떨구고 바닥을 바라보았다. 아마 진실은 이 광경을 몇 번이고 지켜보았을 것이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을.
 
[그런 표정 짓지 마, 말했잖아? 사람들은 날 필요로 하지 않아.]
[그래도, 언젠가는......]
[아니, 잘 들어, 개성. 세상은 변했어, 사람들은 더 이상 평범하려 하지 않고, ‘진실을 바라지도 않아, 그런 건 너무 귀찮고 머리아프다며 넘겨 버리지, 좋은 것을 듣기를 바라, 그게 지금의 세상이야, 세상은 바뀌어, 개성. 절대로 멈추는 법이 없지, 항상 바뀌고 항상 변해버려, 그래서 아무도 멈춰 있을 수 없어, 나 조차도 말이야.]
 
말을 마친 진실, 또 다시 사라져 버렸다. 나는 망연히 그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았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실제로도 울었다. 이 일이 생긴 후, 나는 아무래도 울보가 되어버린 모양이다. 쉴새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벌써 두 번째였다. 다시 돌아온 친구들과 또 헤어져 버린 것이. 하지만 나는 절망하지 않는다. 진실이 사라지기 전에, 내게 속삭여 준 말이 있다.
 
[괜찮아, ‘평범은 곧 돌아올 테니까. ‘평범은 없어선 안될 존재거든.]
 
그의 말대로, 그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습이 많이 바뀐 '평범'이 돌아왔다. 나와 그는 서로 부둥켜안고 한동안 또 울었다. 그 후에는 쌓인 이야기를 하며 웃고 떠들고, 잃었던 시간을 되찾으려는 것처럼 서로를 껴안고 눈을 맞춰서, 지금은 완벽히 일상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가끔 둘이 이야기를 할 때면,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그가 떠오른다. 그럴 때마다 가슴 어딘가가 쑤시듯 아프다. 하지만 괜찮다. 그는 돌아올 테니까. ‘진실평범이 없어선 안 될 존재라고 말했지만, 내 생각에 그건 진실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분명 진실도 돌아올 것이다. 거짓이 눈을 가리는 건 잠시 뿐. 아무도 그 없이는 살 수 없다. 언젠가 사람들의 눈꺼풀에 달라붙은 거짓은 사라지고, 그의 가치를 알아차리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터다. 그 때, 그는 위풍당당한 표정으로 돌아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들려주겠지. 그가 남긴 노란 리본을 품에 넣으며, 나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빌었다.
 
 
 
 
 
 
일단은 추모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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