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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의 트리올레
글쓴이: 아르퓨이아
작성일: 16-06-06 17:57 조회: 874 추천: 0 비추천: 0

소원을 빌었다.

별들의 바다 아래에서, 나는 소원을 빌었다.

무슨 소원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하지만 그 당시의 언덕의 풍경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꽃들로 뒤덮인 언덕에서, 달빛을 받으며 귀를 기울이면 들려오던

교회 종탑의 종소리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고 있다.

그 기억은, 지금 내게 있어 유일한 안식처다.

 

에잔!”

 

이름이 불려 나는 급히 정신을 차렸다.

 

뭘 그렇게 멍하니 있어? 이제 곧 시작이야.”

, 그냥 옛날 생각을 좀

팔자도 좋은 녀석이네.”

 

날 부른 친구 녀석의 말에 난 쓴웃음을 지었다.

 

나갈 준비를 하자.

옷을 입자.

 

이 커다란 금속 갑옷에 들어가자.

크기는 대략 3m 정도인 이것은 나와 일체화되어,

빠르게 허공을 종횡무진으로 돌파할 것이다.

팔에 달린 무기들이나 등에 짊어진 연장포가 날 보좌할 것이다.

그때, 우리가 타고 있던 이 커다란 쇳덩이 열차가 크게 덜컹거렸다.

 

시작인가?!”

내리자!”

 

기합소리를 내며 모두들 분주히 움직인다.

그들을 따라 나도 밖으로 나가 부스터를 켜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런 무거운 쇳덩이가 날아오른다니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하지만 이런 것은 장난감으로 만들어버릴 물건을 타고 왔지 않은가.

이 거대한 열차를 말이다.

 

제국 육군 소속 제17기갑연대의 호위 대상,

카멜롯 조병창에서 제조된 전술장갑열차 트리올레’.

그리고 그 열차의 커다란 주포가 발사 준비를 시작한다.

내가 정말 이런 엄청난 물건의 호위를 맡았단 말인가.

좀 더 감탄하고 싶지만, 그럴 여유는 없는 듯하다.

 

다수의 적기가 접근 중이다! 요격 태세를 갖추고 교전에 대비하라!”

 

적이다.

이 모든 일의 원흉이 된 녀석들이다.

나는 적기들을 찾았다.

이윽고 시야에 들어온 작은 점 여러 개를 보기 위해 확대 렌즈를 사용했다.

일종의 소규모 마법 술식을 사용하는 이것은 매우 먼 거리도 쉽게 확대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나는 저 녀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적기 형식을 확인! F-29C/D가 다수, 전폭기들도 섞여있습니다!”

역시 전략 거점 방어를 위해서인가!”

요격 준비! 교전 개시!”

 

그리고 우리는 일제히 대열을 갖추고 전방으로 보이는 항공기들과 교전에 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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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았던 기적.

절대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기적.

 

아마르타력 1941116일 오후 1117,

역사상 유례없는 대재앙이 발생.

커다란 운석우가 떨어져 각각의 운석들이 일정한 고도에서 공중 폭발하거나 해양에 낙하했다.

푸른빛을 내던 운석은 낙하/폭발 시에 보라색 섬광을 일으켜 이윽고 하늘을 하얗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빛이 멎어들었을 때 제국은 외곽 일부 지역들을 제외한 전 국토가 일제히 다른 세상으로

전송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AD 2032년 동 날짜 동 시각,

마찬가지로 운석우 낙하 사건이 발생.

이미 AD 1990년 사회주의 세력의 마지막 도박으로 발생한 핵전쟁으로 만신창이가 된 세계의

대륙 곳곳에 커다란 흉터를 남기면서 운석우는 지구에 종말을 고하는 듯했다.

그런데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운석이 낙하한 지점들을 따라 다른 세상의 지역과 교환된 것이다.

가장 큰 운석이 충돌한 지역은 그 예상 피해 범위보다 조금 큰 범위로 통째로 다른 세계의

지역과 교체되어버리고 곧이어 교체된 지역들의 세력과 접촉이 이루어졌다.

 

제국은, 이 행성 지구로 전송되었다.

평화롭던 세상에서 바로 이 지옥으로 끌려와버렸다.

 

아마르타력 1941125, 제국은 라디오 방송으로 이 사실을 전 지역에 알리고

지구의 국가들과의 외교적 접촉을 시도했다.

허나 127, 무방비 상태에 있던 캄란 섬 니부 만 기지 공습으로 전쟁이 시작되었다.

지구는 이미 내부적인 포화 상태에 들어서있어 멀쩡한 곳 하나 없이 초토화된 상태로,

그런 지구에 흘러들어온 이계의 지역은 자원도 많고 풍요로운 천국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을 쟁취하기 위해 지구는 안으로 서로 견제하고 싸우면서도,

우리를 향해 총칼을 빼들은 것이다.

 

기술력의 격차는 우리들의 특권인 마법석으로 부터 뽑아낸 마력을 동력원으로 삼아 기동하는

마 기갑 병력의 활약으로 보충하고 각종 마법 술식 기술을 응용한 병기들이 우리의 고향을

지키기 위해 싸움에 사용되고 있다.

허나 마법석은 공급량이 한정적이고 기술 격차를 완전히 매울 수가 없어 우리는 밀리고 있다.

상황의 개선을 위해 제국군은 5대의 트리올레를 투입하여 적의 전략 거점들을 공격하고

보급선을 차단시키기로 하였다.

 

그리고 내가 속해있던 부대가 호위하는 트리올레가 갑작스러운 적의 공습을 받았다.

우리는 열심히 요격을 시도했으나 끝내 트리올레는 파손되었다.

파괴되지는 않았으나 마력로가 손상당해 수시로 엔진이 정지하고 있다.

시동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동 속력이 너무나도 느리다.

게다가 마력로에게서 동력을 직접 공급받는 부포들도 작동 이상을 일으키고 있다.

그나마 몇 개가 마력을 충전하여 광구를 쏠 수 있긴 하다.

이러는 와중에도 적 병력은 시시각각 다가온다.

 

요격을 서둘러! 적의 증원이 곧 도착한다!”

그러고 싶어도 이 녀석들 집요하게 트리올레만 노리잖아!”

 

우리는 제17기갑연대.

내가 타고 있는 이 중마갑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

마력을 동력으로 삼아 얻는 압도적인 출력과 그 덕에 얻은 경이로운 속도,

일정 수준까지 G를 낮춰주는 마력 술식,

강력한 화력과 두터운 장갑.

이 모든 것이 모여 중마갑을 강하게 만들어준다.

 

나는 전폭기 1대를 쫓아 뒤를 잡아내고 급히 회피하려 기수를 들어올리는 녀석을 향해

오른팔의 기관포를 사격하였다.

13mm 광탄들이 날아가 녀석을 벌집으로 만들자 녀석이 추락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나는 기수를 틀고 내 앞을 날아가는 전투기를 향해 양 팔로 사격을

하여 순식간에 여러 총탄을 직격시켰다.

그러자 전투기는 그대로 공중폭발을 일으켰다.

 

적의 증원이다!”

 

내가 그 소리에 놀라 아래쪽을 보자,

적의 장갑차들이 접근해오고 있다.

나는 땅으로 착지한 뒤 장갑차를 향해 연장포를 쏘았다.

 

4개의 포문에서 발사된 37mm 포탄들이 날아가 장갑차들을 꿰뚫고 폭발을 일으켰다.

그러자 뒤에 오던 차량들이 멈춰서고 무장한 병사들이 내려 총을 쏘았다.

 

나는 그런 것을 무시한 채 방패를 앞으로 향하게 하고 전속력으로 돌진했다.

적의 총탄들은 어차피 기존 장갑에 맞아도 도탄 되지만 방패를 쓰는 이유는 적 차량의

기관포 사격 때문이다.

20mm 탄들을 가볍게 튕겨내면서 돌진하여, 차량을 그대로 들이받는다.

만신창이가 된 적 차량이 뒤집어지고 20mm 기관포 사수가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다가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지고 그제야 자신의 다리 부상을 깨닫는다.

 

이런, 내 부주의다.

적이 무언가를 던지자 나는 급히 방패로 그것을 위로 튕겨냈는데, 그것은 오산이었다.

섬광 수류탄은 바로 위에서 터져 내 시야를 차단하였다.

가까스로 앞이 보이기 시작할 때 날 조준하는 대전차 미사일이 눈에 띄었다.

죽는 건가 싶었는데 갑자기 날아온 포탄이 그들을 덮쳤다.

 

무사한가?!”

덕분에!”

 

나는 엄지손가락을 들어 가볍게 감사 인사를 하고 엄폐를 시도하는 적 병사들을 향해

양팔로 광탄 세례를 안겨주었다.

갑자기 전투장갑차 1대가 돌진해오자 나는 순간적인 부스터 점화로 옆으로 조금 이동해

그것을 피한 뒤 내게 돌아온 포신을 왼 팔의 수납식 단도로 잘라내었다.

 

사람으로 따지면 손목에 해당하는 부위에 수납된 단도의 칼날은 고열로 달궈진 채로

강하게 진동하는 일종의 과열 초음파 커터가 된다.

이런 것에 포신이 절단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겠지.

 

포신이 절단되자 당황한 듯 잠시 쏘질 않고 그것을 기회삼아 포신을 아예 꺾은 뒤

거리를 두고 연장포를 쏴서 파괴하였다.

 

거의 정리가 되었을 즈음 열차가 겨우 가동을 재개하였다.

그리고 동시에 통신병이 외쳤다.

 

분대장님! 곧 목표가 사정거리에 들어온다고 합니다!”

거 더럽게 기쁜 소식이네! 가자! 다시 대열을 맞춰!”

 

우린 다시 열차 근처에 모였다.

그 때 열차가 또다시 정지했다.

 

또야?!”

곧 도착인데!”

큰일이다, 적 증원 포착!”

 

이렇게나 빨리?!

내 비명과도 같은 속마음에 응하듯 아까보다도 규모가 커진 적 병력이 접근해온다.

그중 선두에 있는 특이하게 생긴 전차에 내 관심이 쏠렸다.

 

안정감 있는 차체에 비해 비율이 안 맞는 포탑.

아무래도 응급 수리를 위해 다른 차량의 포탑을 씌운 모양인데,

포탑에 붙어있는 잡다한 테이프나 축하 플랫카드 같은 것들을 비롯해서 다양한 장식들이

엉망이 된 채 있는 걸로 보아 어지간히도 급했던 모양이다.

그중에서 제대로 알아볼만한 글들은 [US Army M60A3TTS] 정도이다.

 

이거 뭐야 너무 많잖아!”

적 헬기 접근중!”

 

그러자 적의 헬기 한 대가 날아와 미사일 세례를 퍼부었다.

 

아군 격추!”

적 포화가 거셉니다!”

고도를 낮추고 응사한다! 날 따라와!”

 

우린 분대장을 따라 땅에 착지하면서 근처의 적 병력부터 제거하였다.

그리고 일제히 멈춰서서 조준을 하였다.

 

우선 횡사로 포위망부터 분쇄한다! 사격 개시!”

 

모든 무장을 전개하여 전탄 사격을 한다.

그러는 와중에도 하마터면 포탄에 직격당할 뻔했다.

 

통신병의 통신기에서 들리는 소리는 또 어찌나 큰지,

어떤 말인지 다 파악될 수준으로 내 귀에 들려왔다.

 

좌현! 탄막이 얇다! 뭐하고 있나! 제기랄 조금만 더 버텨다오!”

 

그 때 내가 본 그 이상한 전차가 돌진해왔다.

돌진하면서 쏜 포탄에 직격당해 아군 1명의 중마갑이 다리를 잃고 움직이질 못한다.

 

아군 피탄!”

저 녀석 뭐야! , 우와아아악!!”

 

피탄 당한 아군이 그대로 전차에 깔려 뭉개졌다.

 

회전한 포탑이 쏜 포탄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포신을 잘라낸 뒤 억지로 이어진 차체와

포탑의 연결부위에 양 팔을 쑤셔 넣고 있는 대로 발사했다.

하지만 뚫리질 않자 궤도를 일단 박살내고 부스터 점화로 고도를 높인 뒤 포탑 상부에

거의 수직으로 연장포의 포탄을 박아주었다.

 

안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기관포 세례에 황급히 내려와서 보니 내부는 완전히 박살난 듯하다.

 

젠장, 우습게 보지 마!”

 

분대장이 왼팔을 들더니 하늘을 날아가는 공격헬기를 향해 로켓을 쏘았다.

로켓 3발중 1발은 빗나갔지만 2발은 그대로 직격하여 공격헬기가 추락하였다.

 

적 병사들이 소리치는 것이 들린다.

 

“Apache is down! ready to 'Sabre', now!"

 

갑자기 적이 엎드리고,

붉은 광선이 날아와 땅을 훑었다.

그것을 따라 불길이 일어난다.

 

대체 뭔 일이야?!”

적의 광선 포를 확인!”

 

우리는 급히 산개하여 피하기 급급하다.

그때 광선 포가 눈에 들어왔다.

트럭에 연결된 차량에 있는 광선포가 빠르게 포신을 돌리면서 우릴 조준한다.

 

광선 포 확인!”

 

내가 소리치자 분대장이 통신병에게 수신호를 전한다.

통신병은 광선 포의 위치를 통신으로 전달했고,

열차의 부포탑이 회전하더니 광선 포를 향하였다.

그리고 포신에서 푸른빛이 모이고 충전을 하더니 푸른 광구를 발사했다.

그것은 광선 포에 착탄하고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적의 광선 포를 파괴!”

부포의 상태를 체크하라고 해! 아무래도 포격 지원이 필요하겠어!”

큰 이상은 없다고 합니다!”

좋아 그럼 저 언덕 방향으로 포격 지원을 요청해!”

 

통신병이 그것을 전달하고 얼마 안가 부포탑 2개가 회전하여 언덕을 향해 광구를 쏘았다.

언덕 방향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고 연이어 유폭이 발생한다.

 

에잔! 3시 방향!”

 

내가 고개를 돌리자 전차가 돌진해온다.

그것을 피하고 급히 잡아 매달렸다.

그리고 오른팔을 들어 무기를 준비했다.

파일 벙커.

커다란 금속 말뚝을 체르키 농축액을 화약을 기화시키며 발생하는 압력으로 쏴서 꽂아 넣는

이 무기의 위력 앞에 전차 장갑도 장사 없다.

 

꿰뚫린 전차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리지만 아랑곳 않고 안으로 수류탄을 던져 넣었다.

폭발이 일어나고 전차가 정지한다.

 

그리고 손을 뗀 나는 그 위로 올라서서 보이는 대로 양 팔로 광탄을 사격했다.

 

적 병력이 퇴각합니다!”

다시 모여! 대열을 맞춰!”

 

적의 퇴각을 확인한 우린 다시 대열을 갖추었다.

이윽고 열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고 마력로가 겨우 정상 작동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덕에 또다시 우릴 찾아온 적 병력에게 맹렬한 포화를 안겨줄 수 있었다.

부포탑들은 일제히 광구를 쏟아내었고 대공포들이 적의 무장 헬기들을 쫓아내었다.

 

그런 지원에 힘입으며 우린 계속해서 적 병력을 격퇴하였다.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우린 목표 지점에 도달했다.

난 거기서 할 말을 잃었다.

 

이게 무슨저게 바로 표적이란 말입니까?!”

 

한 분대원이 따졌다.

우리 눈에 들어온 것은 민간인들이 있는 작은 소도시였다.

 

평야가 발달했고 교통도 좋은 곳이군. 전쟁만 아니었다면 풍요로웠겠어.”

저곳이 우리 표적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래.”

 

간결한 대답에 그는 기가 죽었다.

 

이곳은 적의 주요 보급로들과 연결되고 주변 지역의 동태를 살피기 좋은 전략 거점이다.

이곳을 파괴해야 서부 전선에 여유가 생겨.”

이건 학살입니다!”

우리가 먼저 학살당했어! 이미 동부의 공세 병력이 오르바 저지선을 돌파했단 말이야! 지금

하네주마가 함락 위기에 놓여있는 상황이야! 우리가 실패하면 동부 전선은 끝장이라고!

그러니 군인이라면 명령을 받고 싸워! 알아들어?!”

하지만, 이런 행위는 군인으로서 할 짓이 못 됩니다!”

 

그러자 분대장이 그의 기체를 밀쳐 넘어트렸다.

 

잘 들어라 병사! 제국이 지구로 건너온 시점에서 이미 군인의 기사도는 사라졌다!

아마도 지구에서는 오래 전에 소멸했겠지! 우린 살아남아야 해! 우리가 머뭇거리면,

우리가 괜히 누굴 지켜야할지 고민하면 정작 우리가 지켜야만 하는, 우리가 지키기로

맹세한 사람들이 산 채로 불타 죽어! 일어나서 싸워!”

 

그가 일어서자 분대장이 이어서 말했다.

 

우린 수적으로 열세야. 곧 제국군은 징집 연령을 16세까지 낮출 거다.”

 

우리 모두 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습게도, 이것은 누구나 예상하던 일이었다.

 

모두들 잘 들어라. 이제 트리올레의 주포에 장전된 핵포탄으로 저 마을을 날려버린다.

이의가 있다면 얘기해라. 작전이 끝날 때까지 기절시켜줄 거니까.”

 

그러자 우리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었고,

하사가 말했다.

 

알아들었습니다.”

 

그 때 경보가 울렸다.

 

적 다수 접근 중이다! 전투태세를 갖춰!”

 

급히 대열을 갖추던 순간, 갑자기 열차가 공격받았다.

공격을 받는 곳에서 폭발이 일어나 연기가 피어오른다.

 

장거리 미사일 공격이다!”

이 녀석들, 남은 것을 모두 긁어온 건가!”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절대로 함부로 돌입하지 말고 방어에만 집중해!”

 

열차의 포격에 맞춰 우리도 적을 공격한다.

섣불리 나섰다간 방어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이전과는 조건이 다르다.

적 병력이 이미 포위를 한 상태에서 집중 공격을 행하고 있고,

무인기들이 공격을 시도하고 있는 만큼 이전처럼 적 병력 안으로 돌입 할 수가 없다.

 

적 항공기 포착!”

 

커다란 동체에 위쪽에 회전하는 둥근 원반이 있는 항공기다.

저것이 바로 AWACS E-3인가.

저것 탓에 전쟁 초기 가장 먼저 투입된 제국 공군 제2항공사단은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다.

 

저건 신경 끄고 다른 놈들에게 집중해! 저거는 대공포로 처리한다!”

 

그 말대로다.

열차의 어텀 4연장 40mm 대공포가 불을 뿜고, 적 항공기가 고도를 높이려하자

이번엔 M2 76.2mm 대공포가 포탄을 쏜다.

오른 날개에 피탄당한 적 항공기가 추락하자 모두들 환호를 지른다.

 

앞으로 3분 후 쏩니다!”

다들 알아들었지! 좀 만 더 버텨!”

 

나는 점점 착잡한 기분에 휩싸였다.

저 마을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까,

그들이 모두 민간인일까?

어쩌면 전쟁터니까 민간인은 모두 피난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아니라면?

 

나는 그 모든 것을 잊기위해 열심히 방아쇠만을 당겼다.

 

앞으로 5! 4, 3, 2, 1!”

 

우린 모두 충격에 대비했다.

허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체 뭐야!”

큰일입니다! 격발장치 이상으로 인해 외부에서 수동으로 발사해야합니다!”

뭐라고?!”

이제 어쩌면 좋죠?!”

 

적 병력과의 교전 탓에 조작 인원의 안전을 보장하기 힘들고,

무엇보다도 수동 조작을 위해 이런 쇳덩이들을 돌릴 힘이 부족하다.

우회로를 찾아 격발하려해도 마찬가지로 안전을 보장 못한다.

 

에잔! 네가 해라!”

?!”

 

왜 하필 나?!

 

네가 가서 유압 장치를 수동으로 돌리고 격발시켜라! 서둘러! 시간이 없어!”

 

나는 따질 새도 없이 황급히 열차포로 다가갔다.

그리고 수동으로 조작하여 이제 발사만 남은 상태.

 

그 때 대전차 미사일이 날아와 내 기체에 직격했다.

기체는 만신창이가 되었고 난 고통이 느껴져 파편이 박힌 상처를 바라보았다.

피가 흘러나오고 있다.

아프고 몸이 저리다.

하지만 어떻게든 힘을 내서 기체의 격발을 위한 마지막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다시 머뭇거려진다.

내가 이걸 쏘면 저곳은 지도상에서 사라진다.

그렇다고 내가 쏘지 않으면 우린 끝장이다.

 

대의를 위해서는 저들은 희생되어야만 한다.

그런 짓을 나보고 행하라니 이 얼마나 악랄하단 말인가.

 

내 가족을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

망설일 것이 분명하다.

나는 눈을 감았다.

모든 것을 보고 싶지 않다.

마침내, 나는 핵포탄을 발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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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공세로부터 어느덧 2주일이 지난 시점,

저는 오빠를 기다리며 엄마와 함께 빨래를 널면서도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제국군은 서부 전선의 적 주력을 맡은 국가의 수도를 함락시키는데 성공한 듯합니다.

여유가 생기면서 동부 전선의 반격에도 박차를 가한 끝에 하네주마는 위기를 벗어났고

적 병력을 국경 인근까지 밀어붙인 덕에 곧 있으면 제국 령이 모두 수복된다고 합니다.

이 마을도 전란의 위기가 가시고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햇빛을 받으며 기지개를 피던 나는 언덕길에서 오는 버스를 보았습니다.

곧이어 버스에서 내린 사람을 본 순간, 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도 그립던 나의 가족이 내렸습니다.

 

오빠-!”

 

나와 엄마는 오빠를 반기려 달렸습니다.

오빠는 한쪽 팔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으며 걸어왔고,

우리는 서로에게 안겼습니다.

 

이 상처는

다리는 잘 모르겠지만, 팔은 조만간 나을 거래.”

 

슬픈 기분이지만, 오빠가 돌아온 것은 기쁜 일이므로 표정을 고친 뒤

오빠의 뺨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 말했습니다.

 

잘 돌아왔어.”

그래.”

 

우린 서로를 안은 채로,

잠시 여운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희망이 있는 한, 빛은 절대로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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