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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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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글쓴이: 스법군
작성일: 16-05-19 02:22 조회: 683 추천: 0 비추천: 0

, 에취! , 으으! , 춥다. 추워!”

잘 벼린 칼처럼 살을 에는 듯 혹독한 추위.

게다가 눈발마저 점점 거세졌기에 발목까지 쌓인 새하얀 것들을 걷어차며 나아가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말 그대로 얼어 죽을 것 같았다.

, 몸을 따뜻하게 할 만한 곳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어딜 가든 눈, , , 바위, 나무, , .

날마저 어둑해지니 음산해지기까지 했다.

?”

순간 무언가 들린 것 같았다.

거센 눈발 때문인지 바람 소리 같기도 하고,

언뜻 여인의 목소리 같기도 하고 말이다.

설마 너무 추운 나머지 환청이라도 듣는 것일까.

, ?!”

다시금 들리는 기묘한 소리.

마치 피리 소리처럼 가늘면서도,

한 맺은 여인의 구슬픈 흐느낌.

, 아니?!”

내가 추위 때문에 미친 건지 아니면 단순한 환청인 줄 알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니었다.

, 동굴이다! 이런 산 속에 동굴이 있다니?!”

분명 이 거센 눈발 때문에 동굴 속에서 드나드는 돌풍이 이런 기묘한 소리를 낸 것이리라.

난 미친 것도, 환청을 들은 것도 아니었다.

그 기묘한 소리가 설마 내 목숨을 구할 줄이야!

, 하하. 당장은 괜찮겠지만 앞으로가 큰일이군.”

불을 피울 장작을 구할 생각이었지만,

근처에 나무들은 죄다 젖어버렸고, 갖고 있는 물품 중에서도 태울 만 한건 없었다.

설마이 동굴 속에 곰 한 마리가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길 바라야지.”

동굴 속 끝없는 암흑을 나아갈 용기도 없었으며,

그렇다고 얼어 죽을 것을 각오하고 바깥에 나갈 배짱도 없었다.

그저 추위에 찌든 전신을 가냘픈 두 팔로 감싸 쥐어 벌벌 떨 뿐이었다.

, 으으! 따끈한 국밥이 그립군.”

내가 그렇게 운을 떼자,

소녀도 따끈한 것이 먹고 싶군요.”

느닷없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주변을 둘러보니,

암흑으로 가득했던 동굴 속에서 새하얀 여인이 걸어들어 오고 있었다.

하마터면 곰인 줄 알고 깜짝 놀랄 뻔 했다.

, 아니. 소저? 있으면 있다고 말 좀 하시오! 곰 한 마리가 잠에서 깬 줄 알았잖소?!”

어머. 실례했습니다. 대인께서 주변을 보면서 운을 떼시니 소녀에게 말한 건 줄 알았죠.”

분명 어둑해지는 날이기도 하고, 동굴 속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암흑이었을 터.

그러나 어째서인지 날씨에 맞지 않게 새하얀 소복을 차려입은 장발의 여인이었다.

소저는 어쩌다 이런 산 속까지 오게 되었소?”

저녁에 쓸 산나물을 조금 캐오려다 갑자기 날씨가 험해졌더군요. 보시다시피 가녀린 여인의 몸이라 산 속에서 발을 헛디디지 않으려고 눈발이 거세지기 전에 동굴 속에 숨었죠.”

스스로를 가녀리다고 하는 게 조금 미심쩍긴 했으나,

확실히 영리하다고 해야 할까, 걱정에 대해 도가 지나치다고 해야 하나.

남편 분은 어쩌고 그 가녀린 소저께서 온 것이오?”

없습니다.”

, 이런.

, 그거 미안하게 됐소.”

아니. 남편이고 뭐고 아직 결혼도 안 했습니다만.”

처녀였나.

크흠! 소저께서 너무도 아름답다보니 주제넘게 나선 것 같소.”

소녀가 아름답긴 하죠.”

스스로 가녀리다 못해 이젠 아름답다고 하다니.

뻔뻔하다.

, 하하. 이렇게 입담이라도 나눌 상대가 있으니 동굴 속에서 벌벌 떠는 게 마냥 싫진 않구려.”

그런데 내 말을 끝으로 소저의 입은 꾹 닫은 채 침묵을 일관했다.

덕분에 몸과 마음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 소저?”

이제는 불러도 무시하기까지 했다.

저기, .”

이제 이 비좁은 동굴 속에서 소녀를 겁탈하려는 것이지요?”

?!

, 그게 대체 무슨 망발이오?!”

짐승 같은 남자들의 생각은 다 똑같죠. 첫 대면임에도 서슴없이 말을 걸어서 긴장을 누그러뜨린 다음, 연약한 소녀를 구속해서 몸을 따뜻하게 데우기 위함이라며 온갖 모욕과 상스러운 짓을 시키게 만들 셈이시죠?”

비록 소저의 생각이 다소 적나라하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그 동안 여인 혼자 이 동굴 속에 있다가 외간 남자 하나가 들어온 셈이니,

이런 파렴치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겠지?

이 소저의 정조관념이 다소 편향된 것이 아니라면 그리 믿고 싶다.

, 맹세하건데 소저에게는 아무런 위해를 가할 생각도 없거니와 그런 소인은 파렴치한 짓을 저지를 만한 배짱도 없다오.”

당연히 그래야죠. 만약 대인께서 그런 짓을 저질렀다면 이 세계는 삭제되었을 겁니다.”

대체 이 소저가 무슨 말을 하는가 싶었다.

아마 내 인생이 끝났으리라는 암시를 준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면 어쩐지 무서웠다.

, 그런 의미에서 추위도 녹일 겸 소인과 입담이라도 어울려 주지 않겠소?”

결국 소저가 자연스럽게 대화에 녹아들기보다 내 쪽에서 권유해야 했다.

마침 심심하니 잘 됐군요. 대인께서 먼저 하시지요.”

이번엔 의외로 순순히 어울려 줄 모습이니 다소 긴장감이 누그러졌다.

. ! 그럼처음은 가볍게 가보겠소.”

일단 소저에게 맹세는 했다만, 소저 또한 여인이기에 지금의 상황에 몹시 불안하리라.

그러니 우선 분위기를 전환할 즐거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혹시 바깥에 쌓이고 있는 눈이란 게 사실은 꽃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소?”

아뇨. 꽃이었다니?”

소저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어오니 새삼 입이 근질거렸다.

지금은 이토록 매섭게 불어오는 눈발이지만, 사실 자세히 보면 눈송이 하나마다 작고 부드러워 만지면 덧없이 사라지는, 마치 꽃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오.”

아아. 사실 눈이 꽃이었다는 게 그런 뜻이었나요.”

새삼 별 게 아름답다는 듯 실망스러운 표정을 하는 소저.

하하. 그리 낙담마시오. 소저, 이 눈꽃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오. 이토록 지긋지긋한 눈이 꽃이었다는 이야기는 사실 사람들에게서 구전되어 온 민담이라오.”

어머? 의외네요.”

실망하던 소저가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 이야기는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선물하여 장래를 약속한 사내와 여인이.”

설마 사내랑 여인이 비운의 사고로 맺어지지 못하고 생이별을 하자 슬픔에 잠긴 여인의 눈물이 그 아름다운 꽃처럼 변하였다든가 그런 이야기는 아니겠죠?”

소저의 말에 나는 하던 이야기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정곡이었다.

, 소저는 아름다운데다 박식하시구려. 허나 소인의 이야기는 그런 흔해 빠진 민담이 아니오니 부디 도중에 말을 자르지 마시길.”

어머. 실례했어요.”

, 어떻게 해야 하나.

처음부터 가벼운 이야기라고 말했고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선물하여 장래를 약속한 사내와 여인으로 운을 뗐으니 그 이후부터는 뭐라 말을 해야 하나.

이 여인의 기가 쓸데없이 센 탓에 하필이면 말을 얼버무릴 틈이 없었다.

대인?”

, 이건 장래를 약속한 사내와 여인의.”

어쩔 수 없다.

이야기를 즉흥적으로 지어내는 수밖에.

기묘한 모험 이야기라오.”

어머. 느닷없이 모험이라니. 뭔가 뜬금없네요.”

그럴 것이리라. 내가 생각해도 정말 뜬금없었으니 말이다.

앞서 꽃을 선물한 사내는 여인과 함께 하길 맹세했지만, 안타깝게도 여인은 원인불명의 병에 쓰러져 고열에 시달리게 되었다오.”

어머. 어머.”

일단 병으로 쓰러진다는 이야기는 여기저기 많으니 무난할 것이리라.

여인의 병을 고치기 위해 사내는 온갖 의원들을 접해보았지만 모두 소용없었다고 하오. 그러던 중 만병통치약이라고 불리는 신묘한 약재의 소문을 듣고 사내들을 모아 대장정을 떠나는 내용이오.”

한 여인을 위해 수많은 사내가 온갖 고난과 역경을 넘나드는 이야기.

라고 적당히 지어서 말하고 있는데, 왠지 과도하게 기대를 받는 눈초리였다.

그거 정말 기대되는군요. 하오나 그 이야기의 어디가 가벼운 부분이고, 바깥에 쌓인 눈들이 꽃이었다는 암시를 설명하실 건가요.”

크윽! 양심의 가책이 몰려온다!

, 이 이야기는 원래 노래의 구절원본이 음악에서 비롯된 것이라 세세한 것은 알려지지 않았다오. 그래서 사내들이 시련을 뛰어넘는 부분은 산 넘고 물 건너 사람과 국경을 넘나든다.’고만 되어 있소.”

. 그건 좀 아쉽네요.”

소저의 얼굴을 보니 마치 진심으로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만병통치약을 얻어서 여인에게 갔더니 알고 보니 그 약재가 하늘에서 내려온 눈이 쌓이고 쌓여서 생겨난 꽃이었다는 말이.”

끝을 얼버무리니 소저가 시시하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뭐에요. 개연성도 없고, 진중성도 없어서 마지막이 좀 어설프네요.”

크윽! , 뭐지. 이 진 것 같은 기분은.

, 면목 없소.”

이제 그럼 소녀의 차례군요.”

소저가 새하얀 소복을 털어내며 장발의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말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실제 이야기랍니다.”

그저 소복을 털어내고 머리카락을 흩날릴 뿐인데 어째서인지 등골이 오싹했다.

아직까지 전신에 추운 기운이 감도는 것일까.

이 산 주변에는 예기치 않은 산사태로 과부가 되어버린 여인의 구슬픈 울음이 들려온다 합니다.”

구슬픈 울음.

마치 내가 이 동굴에 들어오기 전에 들었던 기묘한 소리 같았다.

여인은 남편을 기리며 매일 울음을 반복했죠. 그러자 그 울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던 마을 사람들이 화가 나서 그 당시 눈이 한창 내리던 이 산 속에 소복차림의 여인을 겁탈한 후 던져버렸다 합니다.”

눈 내리는 산 속.

마치 내가 이 동굴에 들어오기 전에 거쳐 왔던 곳 같았다.

그 이후로 이 산 주변에서 눈이 내릴 때면 그 소복차림의 여인이 남편을 기리기 위해 구슬프게 울면서 구천을 떠돈다고 합니다.”

소복차림의 여인.

마치 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여인의 묘사가,

눈앞의 여인과 똑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 정말이오?”

그러자 여인이 오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머. 정말인 걸요?”

구슬픈 울음,

눈 내리는 산 속,

소복차림의 여인,

그 모든 단서들, 그 모든 이야기들이 지금의 상황에 기묘하게도 맞아떨어졌다.

, .”

이가 딱딱 부딪힐 정도로 무서웠지만,

그래도 말해야 했다.

, 안타깝구려.”

?”

소저는 당혹스러운 듯 놀라는 표정이었다.

아니. 그저 구슬프게 울었다는 이유로 마을사람들에게 내쫓기는 게 말이오. 소인이 생각하기에 인생의 반려를 잃은 슬픔을 헤아리지 못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생각하는 그 마을사람들의 마음이 마치 괴물 같았소. 그래서 무섭구려.”

소저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지금도 이 산 속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을 여인이 서글프게 운다고 합니다만?”

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것이오. 가엾고 딱한 것. 얼마나 한이 깊으면 저승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구천을 헤매며 우는 것인지. 분명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겠지요.”

비록 내 이야기는 즉석으로 지어낸 것이라 전혀 슬프지 않았지만,

이 소저의 이야기는 실제 이야기라 그런지 무섭고도 슬픈 게 오묘한 기분이었다.

이런 것을 노래나 음악 같은 것으로 남겨서 후대에까지 전해고 싶었다.

대인.”

왜 그러시오, 소저.”

어째서인지 소저의 모습이 이상했다.

자세히 보면 무심코 얼굴에 핏기라든가 생기 같은 게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투명했기 때문이다.

대인께서는 진심으로 그 여인이 불쌍하다 여기시는 겁니까?”

정말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진심으로 애도하고 싶을 정도요.”

뭔가 무섭다든가 오싹한 건 없습니까?”

별 것 아닌 일로 내쫓는 마을사람들이 무섭거나 오싹하다 생각하오.”

소저는 그렇게 말한 후,

어째서인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후후후. 대인께서 그리 생각해주시니 다행입니다.”

하하. 비록 보고 들은 게 많다고 자부하나 그런 이야기를 들어버리면 솔직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소?”

그야 솔직해져야죠. 왜냐하면 이 가녀리고 아름다운데다 박식하면서 아량까지 넓은 소녀의 이야기니 말이에요.”

이 끝을 모르는 자신감인지 허언인지를 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중 소저가 손을 들어서 내 뒤를 가리켰다.

. 눈발도 약해졌으니 이제 그만 나가주시지요.”

?”

뒤를 돌아보니,

어느 샌가 정말로 눈발이 약해져 있었다.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앉는 눈꽃송이.

그렇구려. 혹시라도 다시 거세질지 모르는 소인은 빨리 내려가야겠소.”

그럼 도중에 얼어죽지 마시길.”

어떻게 된 여인이 말을 해도 오싹한 말만 골라서 할까!

그건 그렇고 소저의 이야기를 눈꽃이라는 이름으로 노래를 만들려고 생각하온데 소저의 의견을 묻고 싶.”

다시금 뒤를 돌아보니 소저가 보이지 않았다.

소저?”

동굴 속으로 들어간 건가?

소저? 마침 눈발이 약해졌으니 소인과 함께 가는 게 어떻겠소?”

곰 한 마리가 나올 것을 각오하고 동굴 속으로 걸어 들어가니,

뭔가가 발에 걸렸다.

? 뭐지?”

뭔가 차갑고 울퉁불퉁하고 딱딱했다. 그리고 좀 무거웠다.

다소 무리를 한다면 혼자 힘겹게 들어 올릴 수는 있었지만,

그것보다 지금은 소저를 찾아야 했다.

소저! 대답하시오! 소저! !”

느닷없이 벽에 부딪혔다.

손으로 더듬으니 더 이상 길은 없었다.

막힌 것이다.

소저! 장난 그만 치고 대답하시오! 소인과 함께 나가야하오!”

그토록 내 두 눈에 선명히 보이던 새하얀 소복의 소저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있는 거라고는 발밑에 걸리는 차가운 무언가 뿐이었다.

이거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결국 나에게 남은 건 눈꽃이라는 이름의 노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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