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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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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준삼각형 사랑
글쓴이: kuohohoh
작성일: 15-09-26 19:38 조회: 675 추천: 0 비추천: 0
사랑에는 여러 가지 모양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첫사랑이 마지막 사랑인 일자모양, 첫사랑을 떠나보내고 두 번째 사랑을 만나면서 45도로 꺾이는 사랑 등등.
나의 사랑은 세모 모양일 것이다. 그렇다고 절대 삼각관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정확히는 트라이앵글 악기 모양. 3번째 사랑을 만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해 달려가고 있지만 아직 이뤄지지 못한 모양.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나는 준삼각형이다.
삼각형에서 뭔가 NTR적인 냄새가 풍기는데? 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천재라고 자부해도 좋다. 물론 당신의 상상과는 조금 다른 형태일 태지만.
우선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중학교 3학년 때 만났고, 중학교 3학년 때 해어진 그녀는 야구를 정말 좋아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야구는 인생 그 자체였다. 아니, 그녀 자체가 야구였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박찬호의 싸인 볼, 야구공 같이 동그란 눈. 심지어 야구공모양 머리끈으로 묶은 당고머리는 야구공머리로 보였으며, 그녀의 가슴사이즈조차도 야구공만 했다.
그런 그녀가 문득 물어왔다.
“찬성아 너, 어저께 박찬호 경기 봤어?”
또 시작된 야구 얘기. 못들은 척 되묻고 싶지만 어떻게 인파들이 내뿜는 소음을 뚫고 내 귀에 쏙, 박히는지… 우리 교실에는 무슨 장치라도 있는 건가? 그건 둘째 치고 오늘 점심도 온통 야구로 뒤덮이겠군…….
그녀의 책상위에 걸터앉아 있던 나는 한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글쎄…….”
“그래, 안 봤구나…….”
의자에 앉아 턱을 괴고 있던 그녀는 실망한 듯 내 옆에 놓인 자신의 싸인 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곤 검지로 조심스레 볼을 쓸어내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내 홈런볼도 저렇게 쓸어내려주면 좋으련만…….
“있잖아, 날 좋아하는 만큼 야구도 좋아 해 주면 안 될까? 싫음… 해어지던가…….”
“뭐?”
넌지시 던져오는 질문에 당황한 나는 책상과 함께 크게 휘청 거린다. 그에 따라 책상위에 있던 싸인 볼은 바닥에 떨어져 비명을 질렀다.
“방금 뭐라고 했어?”
되묻는 말에 그녀는 더욱 크고 또렷한 목소리로 답했다.
“나 만큼 야구도 좋아해 달라고! 넌 여자친구를 배려하는 맘이 조금도 없어? 여자친구 취미에 어울려주는 게 그렇게 싫어? 그렇게 싫음 해어지던가!”
그녀의 목소리가 교실 안에 메아리치자 굶주린 하이에나마냥 주변시선이 우리 쪽으로 몰려들었고, 겁먹은 소음은 쥐구멍을 찾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얘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는 걸까? 됐어, 언젠간 인연의 끈도 끊기는 법이니…….
“질문에 답하기 전에, 간단한 퀴즈를 하나 내볼게. 만약 내 퀴즈를 맞춘다면, 네 질문에 곧바로 답해줄게. 아마 긍정적으로.”
“응…….”
그녀는 방금 자신이 했던말이 내심 미안했는지 고개를 숙인채 앞머리를 쓸어내리며 끄덕였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자~ 그럼 문제입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스포츠는 뭘까요~?”
퀴즈쇼를 따라하며 장난스럽게 물어오는 내 질문에 그녀는 음~ 하고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농구? 너 체육시간에 농구한 적 한 번도 없잖아.”
“땡!”
“그럼 축구?”
나는 고개를 저으며 힌트를 줬다.
“좀 더 간단한 거야. 축구공 보단 작고 농구처럼 손으로 하는 거지만 방망이를 써.”
내 힌트를 들은 그녀는 방금 죽은 시체처럼 얼굴이 파래졌다.
“야구…….”
나는 그런 그녀의 면전을 향해 임종의 종소리를 냈다.
“딩동댕!”
내가 널 사랑하는 만큼 야구를 사랑할 순 없어도, 야구를 사랑하는 만큼 널 사랑할 수는 있어.
그리하여 내 첫사랑은 추억 아닌 추억으로 끝을 맺었다.
보통 이 나이대의 사랑은 연심을 채우기 위한 사랑이 아닌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사랑이 대부분 이다. 그런 사랑의 말로는 비극이라기 보단 파국에 가깝다. 하지만 내 두 번째 사랑은 파국이 아니라 비극을 맞이함으로써 끝이 났다.
비극 그 자체로.
여름 방학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학교로 불려나와 자습을 강요받았다. 벌써부터 수능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고2의 여름 방학. 그 날은 청소당번까지 더해져서 다른 날 보다 더욱 늦게 하교해야만 했다.
교무실청소를 끝마친 나는 가방을 가지러가기 위해 2층에 있는 교실로 향했다.
창문을 깨버릴 듯 때려대는 빗줄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바람의 비명소리.
여름 같지 않은 추위.
인기척이 죽은 교실들.
습기에 젖은 복도를 걷고 있으니, 죽은 괴물의 뱃속에 들어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한층 더 체온이 떨어졌다.
과연 여름이 맞는 걸까? 오늘 하루 겨울로 바뀐 걸까? 이렇게 습한데, 이렇게 춥다니…….
여름이 부리는 변덕에 팔을 비벼대며 교실 문을 열었다.
시야에 들어오는 커플 한 쌍이 키스를 하고 있는 모습. 하지만 키스를 하고 있는 여성의 옆모습 어딘가 낯설었다.
갈색으로 염색한 포니테일 머리에 교칙을 아슬아슬하게 준수한 교복스커트를 입고 있는 그녀.
내 여자친구.
반사적으로 나오는 새된 숨소리.
그녀의 둘러싸고 있던 배경은 순식간에 흐릿해져 간다. 반면 더욱 또렷해져 가는 그녀의 모습.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모든 게 거짓말이길 바랐다. 꿈이길 바랐다.
아니, 한순간이나마 꿈 인줄 알았다. 꼭 깨문 입술이과 손톱이 파고든 주먹에서 통각 따윈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뒤늦게 인기척을 느낀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타액으로 이뤄진 실이 길게 늘어졌다.
“찬성아…….”
“마, 2학년. 뭘 꼬라보노? 빨리 안꺼지나?”
방금까지 키스를 하고 있던 녀석은 내게 오려던 그녀를 슬며시 가로막으며 소리쳤다.
애초에 그녀는 내 여자였는데. 소리쳐야 할 사람은 나인데. 어쩌면, 정말 어쩌면… 처음부터 침입자는 나였던 걸지도 모른다.
“핫…….”
저절로 새어나온 내 헛웃음에 발끈했는지, 녀석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성큼성큼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손등으로 내 뺨을 툭툭 치며 말했다.
“꺼지라는 말 안 들리더나?”
정말 꺼져야하는 건 나인 걸까. 그것을 묻기 위해 나는 그녀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녀석은 그녀로 향한 내 시선이 언짢았는지 멱살을 쥐어 잡은 채 주먹을 치켜들었다.
“그냥 넘어갈라했는데, 안 되겠네.”
“야! 너희들 하교안하고 거기서 뭐해!”
주먹이 막 날아드려는 찰나,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볼 필요도 없이 교감 선생님이었다.
“운 좋은 줄 알아라.”
찾아든 불청객에 녀석은 쳇, 하고 혀를 차며 나를 놓았다. 운? 여자를 뺐긴 게 운이 좋은 거라고? 그럼 운이 안 좋을 때는 죽기라도 해야 하는 건가?
잡념을 걷어차고 추궁을 위해 다시 그녀를 곁눈질 했다. 하지만 고개를 떨어트린 채 내 시선을 피하고 있는 그녀에게서 추궁할 것도 없이 답을 얻은 나는, 미련을 떨쳐버리듯 학교 밖으로 나왔다.
겨울을 연상케 할 정도로 차가운 공기.
빗물에 젖은 4차선 도로와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서로 손을 잡고 걸었던 인도.
항상 등하교를 함께했던 이 거리를 내일부터는 홀로 걸어야 한다는 생각에 문득, 불안감이 엄습 해왔다. 나는 그녀에게 얼마큼이나 기대왔던 걸까. 그녀를 얼마큼이나 사랑했던 걸까. 이 불안감도 그녀를 사랑했다는 증거인 걸까…….
잡념을 뒤로한 채, 집을 향해 텅 빈 거리를 걷기 시작한다.
차가운 빗방울이 살갗을 넘어 심장까지 적셔온다. 덕분에 심장은 당장이라도 익사할 듯 먹먹해져 갔다.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발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찬, 찬성아. 감기 걸려 얼른 우산 써.”
그녀는 내 팔을 잡아끌며 자신이 쓰고 있는 우산을 내게도 씌우려고 했다.
“치워.”
나는 그녀의 팔을 뿌리치려 했다. 하지만 더욱 강하게 내 팔을 끌어당기는 그녀.
“찬성아, 오해야. 아까 그거 오해라고!”
“그럼 증명해 봐.”
내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말끝을 흐렸다.
“그건…….”
내 팔을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이 느슨해지기 시작하자, 곧바로 그녀의 손길을 뿌리쳤다.
“거짓말쟁이.”
무심코 중얼거린 내 한마디에 그녀는 사형판결을 받은 죄수마냥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거짓말이 아냐… 널 정말로 사랑했어. 모든 건 오해라고…….”
그녀가 잡고 있던 우산이 바닥에 떨어져 툭, 하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마치 우리의 처지를 비관하듯 애처롭게 들려왔다.
“왜 몰라주는 건데… 왜……?”
그녀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자신을 끌어 앉은 채 흐느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남겨둔 채 다시 걷기 시작한다.
멀어져가는 그녀의 흐느낌. 그 소리를 지나가던 차들이 마저 지워간다.
얼마쯤 걸었을까. 아까부터 누군가가 날 뒤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그녀겠지. 질리지도 않고……. 나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따라오지 마.”
그럼에도 계속해서 따라오는 발소리.
“따라오지 말라고!”
나는 몸을 돌리며 소리쳤지만 더 이상 말을 잊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아니었으니까.
비단을 연상케 하는 긴 흑발과 단정한 이목구비는 양갓집 규수라는 말이 내 앞의 소녀를 뜻하는 대명사가 아닐까,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평소라면 한동안 넋을 놓고 바라봤을 지도 모르겠지만, 오늘만큼은 아니다.
“저기… 감기 걸려요.”
소녀는 큰 눈망울로 싱긋 미소 지으며, 자신이 쓰고 있던 우산을 내게도 씌어주었다.
“언제부터 따라온 거지?”
내 물음에 소녀는 슬며시 시선을 돌렸다.
“아까부터요…….”
“왜 따라온 건데?”
“뒷모습이 슬퍼보였으니까요.”
나는 소녀의 우산을 뿌리쳤다.
“그쪽은 사람 뒷모습만 봐도 모든 게 보이나보지?”
“아뇨…….”
내 입가에선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핫, 그럼 처음부터 보고 있었다는 거네.”
“……우연히 당신이 여자 친구와 싸우는 걸 봤어요.”
소녀의 교복 우리학교 것이 아닌 걸로 봐선 학교 밖에서 일어난 걸 본 듯 했다.
“남 사생활에 관섭하는 걸 좋아하나봐?”
“당장이라도 무슨 일을 저질러 버릴 만큼 슬퍼보였으니까요. 마치 죽은 오빠를──”
“위선자.”
나는 소녀의 말을 끊어버렸지만, 소녀는 그것을 상관하지 않는 듯 말을 이었다.
“……입으로는 그런 말을 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당신은 무척이나 슬픈 눈을 하고 있어요.”
슬픈 눈……?
“당신은 그녀를 그만큼 사랑했다는 거군요…….”
사랑……?
그 단어가 내 귓가를 넘어 머릿속까지 들어와 추억들을 마구 건드리기 시작한다. 놀이공원에서, PC방에서, 동물원에서, 수영장에서, 바닷가에서 등등 그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자, 내 뺨에선 빗물과 다른 뜨거운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괜찮아요. 사람은 누구나 아픈 경험을 해가면서 크는 거니까요.”
소녀는 나를 따스하게 앉아 주었다.
얼마동안 소녀의 품에서 울었던 걸까. 구름 속에 숨어있던 햇살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냄과 더불어 빗방울도 제법 얇아졌다.
뒤늦게 제정신을 되찾은 나는, 소녀의 품에서 벗어나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어… 음… 저기… 감사합니다? 아니, 죄송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답변에 슬쩍 고개를 들어 소녀의 표정을 확인했다. 소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미소 지어 보였다.
“우훗. 그렇게 고개 숙이지 않아도 되요. 전 단순히 위선자일 뿐이니까요.”
설마 내가 아까 했던 말 때문에 삐진 건가?
“설마 아까 제가 했던 말 때문에 삐진――.”
“아뇨.”
소녀는 내 말을 재빨리 잘라버렸다. 그리고는 슬며시 옷깃을 여미며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빗물에 젖어서 브라가 살짝 보이네……. 겉보기엔 몰랐는데 은근히 크구나…….
“……차.”
“네?”
“정말 미안하시다면 다음에 차 한 잔 사주실 수 있나요?”
 
 
 
이렇게 해서 내 두 번째 사랑도 끝이 났다. 그리고 지금 나는 차 한 잔 사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소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너무 기대한 탓에 30분이나 일찍 나와 버리긴 했지만, 기다리는 시간마저 행복하다. 그렇다고 너무 행복해 하긴 조금 이른 감이 있는 걸까?
왜냐하면 아직 나는 준삼각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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