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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식인충
글쓴이: 던전고복학생
작성일: 15-09-20 22:44 조회: 867 추천: 0 비추천: 0
 내 이름은 리카.
 취미는 게임이나 음독. 좋아하는 것은 딱히 없음. 싫어하는 것은 범죄. 성별은 불명. 나이랑 쓰리 사이즈는 영원한 15살이라고 일축가능.
 직업은 전혀 평범하지는 않은 특수 요원이다.

 "…뭐?"
 오늘 처음, 타인 앞에서 내뱉은 한마디였다. 그만큼 뭐 소리가 절로 나올만한 소재가, 방금 내 귀에 들렸던 것이다.
 믿기지 않아서 되새김질 해본다.
 "사람을 잡아먹는 벌레라고? 그 보고서, 정말이냐?"
 "네. 도장도 찍혀있네요."
 내 부하, 시우가 종이다발을 살펴보며 말했다.
 부드러워 보이는 웨이브를 하고 있는 장발머리. 베이비 페이스에 몸매는 글래머. 그야말로 귀여우면서도 색기가 있는, 내게는 이상적인 여성상을 지닌 아가씨다. 거기다가 안경까지 쓰고 있어서 더더욱 귀여웠다.
 오늘의 시우도 귀엽고도 아름다웠건만, 아무래도 대화 주제가 주제다보니 그런 느낌은 어찌되든 좋았다.
 뭐? 사람을 먹어? 무슨 에일리언 영화나 게임도 아니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보고서에 따르면 DNA합성으로 태어난 벌레들이 탈출했다는 모양이에요. 이유는 연구소에서 일어난 폭발로 추정되구요. 때문에 피해가 대량 속출, 해당 도시를 격리시켜놓았다고 하네요."
 "이리줘봐."
 난 손을 내밀어 시우가 건내준 보고서 종이다발을 보았다. 읽으나마나한 글쪼가리들은 스킵하다보니 우연히 눈에 들어온 사진을 보게되었다.
 욕이 절로 나올 광경이 그곳에 펼쳐져있었다.
 "Holy mother of god. 피해자들의 사진, 범상치가 않은데."
 하나는 평범한 회사직원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하반신이 완전히 사라져있었고 그 밑으로 피랑 내장이… 됐다 됐어.
 또 하나는 여자였는데… 말로 형용하기 힘든 광경이 펼쳐져있었다. 그냥 생략하도록 하겠다. 그저 대다수의 인간들이 보고서 토하지나 않으면 다행이라고만 말해두겠다.
 그런 사진이 한두개도 아니라, 수십장이 찍혀져있었다. 대참사라는 단어가 곧바로 뇌에 각인될 정도로 끔찍한 사진들이었다. 토막 살인을 비롯한 엽기 살인 사건들이 같은 장소에서 연속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해봐라. 얼마나 참혹한지는 곧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끔찍하구만. 그런데 벌레 사진은 왜 없지?"
 이 부분은 뭔가 이상했다.
 피해자들의 사진은 널려있으면서, 정작 그 살인을 주도한 '벌레'라는 녀석들의 사진이 없던 것이다.
 예를 들어 말하자면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그에 따른 보고서가 만들어졌다고 치자. 이 보고서에는 범인이 남자면서 절름발이에, 안경을 끼고 있다고 쓰여져있다. 허나 사진엔 능지처참된 피해자만이 있을뿐, 살해자의 사진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래놓곤 사건 해결하라고 한다. 확실히 이상하지 않은가?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아마 현장에서 직접 보라는 말이 아닌지…."
 "그니까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고. 아니, 애초에 뭘하라는건데?"
 "벌레의 말살이에요. 정부에서 내린 지시에요."
 …벌레의 말살이라. 거기다가 정부에서 직접 내린 명령이라.
 그렇군… 하기사 이정도 사건이면 우리에게 맡길만도 하지. 그런데 그것만으론 사진이 없는 이유를 해명하긴 어렵단 말이지. 뭐, 이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할까. 그것보단 뭔가 화가나는걸. 우리 말고도 쓸만한 놈들은 많은데 말이야.
 난 불만을 참지못하고 그대로 내뱉는다.
 "귀찮구먼… 그냥 델타 포스나 SAS 같은 애들 풀어서 쭉 밀어버리지."
 특히 SAS에는 벌레는 단백질덩어리라고 말하는 괴인이 있다고하지 않던가.
 물론 반농담이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건 아니다. 단지, 그정도 수준의 내공을 갖고 있는 괴인들이 모인 곳이 특수부대라는 곳이다. 그런 애들한테 맡겨도 되지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을 뿐이다.
 "실험체에 대한 정보가 전부 말소되어버렸다고 해요.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던 연구였기에 정보 관리하는 곳은 연구소뿐이었는데, 아시다시피 그 연구소가 폭발해버렸죠. 덕분에 대처법도 알 수 없게 되어버렸어요."
 폭발? 왜 폭발이 일어난건데? 그 연구소는 간단하게 폭발할 장소가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방어시설도 잘 마련되어있어서 테러도 안 일어날 곳일텐데. 뭐, 사실 자세한건 잘 모르니까 아직 판단하긴 이른가.
 어찌됐든 데이터가 완전 소멸해버렸단 소리잖아. 과연. 임무의 목적을 알 것 같아.
 사전 정보도 없이 싸우면 추가적인 인명피해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그러니까, 우리가 그 녀석들과 싸워서 데이터를 보충하겠단 심보군."
 내 말을 듣고 깊이 생각하던 시우는,
 "그렇네요."
 라며 납득했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어서 가보실까."


 대책 본부에는 피난민들로 가득차있었다. 어쩔 수 없이 인파를 헤쳐나아가야만 했다.
 유형은 다양했다. 어린애들부터 시작해서 셀러리맨, 주부와 노부부까지.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인간상들은 죄다 여기 있었다.
 일단 어린애들은 상황파악을 제대로 못해서 그런지 대부분 해맑게 웃거나 장난치고 있었고, 이를 제외한 사람들 99.9%는 침울해져선 멍하니 있거나 시끄러운 아이들을 혼내거나 하고 있었다.
 나머지 0.1%는 뭐냐고? 나도 모르겠다. 미쳤는지, 현실을 잊고 싶은지, 아니면 우울한 이 분위기를 타파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한마디로 말해주겠다.
 웃고 있었다. X나게 해맑게.
 뭐… 시체꼴들을 보면 저것이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지만.
 인파를 완전히 헤쳐나오자 드디어 천막들이 앞에 나타났다. 여기부터는 민간인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군사 구역이다.
 어찌됐든 도착하긴 했구나. 라고 가슴 한켠에서 생각해본다.
 좋아…. 시우에겐 부탁을 하나 해놓을까. 어차피 이야기 듣는건 나 혼자로 충분하기도 하고.
 "시우, 너는 내 몫까지 포함해서 준비하고 있어줘."
 "네!"
 나는 경례를 하고 있는 시우를 냅두고 지휘실로 향했다.
 아니, 지휘실이라고 해야할까. 겨우 천막에 깃발 하나 달아놓았을뿐인데. 그냥 군막이라고 해도 좋을듯? 아니면 커맨드 센터라고 해야하나. 옆구리에 회전하는 레이더가 달려있으니까.
 난 천을 거두며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바깥에 달린 레이더만큼이나 복잡한 온갖 장비들이 널려있었다. 그나마 정상적이라고 말할만한 장비는 반투명스크린과 무전기뿐이었다. 그외엔 대충 표현하자면 전선들 밑에 깔린 금속덩어리들 밖엔 없었다.
 신기하게도 이곳 병사들은 모 빠루전사랑 비슷한, 몸에 딱 맞는 갑옷을 입고 있었다. 더불어 머리를 완전히 감싸 얼굴도 보이지않는 검은 방독면을 쓰고 있었다.
 이 장비들이 인체에 이상한 영향이라도 주는 걸까? 뭐, 나야 상관 없지만.
 난잡한 공간을 뒤집고, 그 중 통신병을 담당하는 듯한 병사에게 다가갔다. 병사는 푸른 색의 스크린 앞에 서서 키보드 용으로 따로 내려져있는 스크린을 두들기고 있었다.
 오오. 제법 공돌이 같은데. 라는 말은 마음 한구석에 묻어두기로 할까.
 "나다. 상황은 어떻지?"
 내가 말하자, 병사는 뒤를 냉큼 돌아보더니 곧장 경례를 했다.
 "넵. 현재 내부로 들어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지친 모양인지 군기가 완전 빠져있었다. 목소리는 엄격한데 뭔가 모양새가 없었다. 혼이라도 빠져나간 모양이다.
 …….
 잠깐만. 너 왜 말을 안해. 설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냐."
 "네."
 녀석은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말하는 것 같았다. 이이상 캐물어봤자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인공위성 영상 올려봐."
 녀석은 잠시 멈칫하더니, 키보드를 두들겨 명령어를 쳤다. 화면에는 상공에서 도시 전체를 직시하는 시점이 비쳐졌다.
 아비규환.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구만."
 "면목없습니다."
 녀석의 무력한 대답을 무시하며 스크린을 응시했다.
 적지 않게 널려있는 시체들. 시체 중에는 군복을 입은 경우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무작정 투입된 군인이 저항도 하지 못하고 당해버린 모양이었다. 왜냐. 벌레의 벌자 하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녀석들은 바깥에서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아마 건물 안에서 깽판치고 다니고 있을 것이다.
 제길. 빨리 가야겠어.
 난 통신병한테 "수고해."라고 말한후 천막에서 나왔다. 그러자 어느샌가 장비를 갖춘 시우가 눈앞에 나타났다.
 미래에서 온 로봇 같이 숨막힐듯한 중무장이었다. 뭐든지 지근지근 밟아버릴듯한 군화, 칼마저 막아버리는 방탄갑옷, 보기만해도 단단해보이는 헬멧과 그 옆에 붙은 소형 카메라, 헬멧 안으로 보이는 스카우터… 가 아니라 인터페이스 표시기. 말 그대로 스타일은 망가지지만 효과는 확실하게 보장하는 장비들을 끼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특이한 부분은 스카우…가 아니라, 인터페 머시기다. 이게 뭐냐고 궁금해할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인터(이하생략)의 용도는 레이더나 잔탄 체크, 심장박동 센서등을 이용한 상황판단. 간단하게 설명하면 FPS의 HUD랑 비슷하다고 보시면 되겠다.
 엄청난 하이 테크놀로지. 찬양하라. 인간은 드디어 생물이란 종을 초월하기 시작했도다. 외형은 빼고.
 …커험. 설명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할까.
 "시우. 준비는 끝났냐?"
 "끝났어요. 이제 출발만 하면 되요."
 시우는 그렇게 말하며 내게 작은 기기를 하나 넘겨주었다. 그것을 받아 응시해본다.
 "이건 뭐야?"
 "소형 카메라에요. 보급이라면서 이거랑 줬어요."
 시우는 그렇게 말하며 옆, 땅바닥을 손으로 가리켰다. 금속 케이지가 있었다.
 "이건 또 뭐야?"
 "가능하면 생포하라면서 주더라구요."
 "…흐음. 생포라…."
 난 카메라를 귀에 달았다. 미지근한 플라스틱의 촉감이 느껴졌다.
 "좋아. 가자."
 내가 그리 말하자 시우는 내 몸을 훑어보았다.
 "그 상태로 가실건가요?"
 "뭐, 그렇지. 난 몸만 있으면 충분하거든."

 이동수단은 오토바이로 하기로 했다. 도시 안은 시체가 가득했기도 했고, 정찰하기엔 이것만큼 적절한 차량은 없었기 때문이다.
 도시의 한 가운데에 내린 우리는 주위를 경계했다.
 사거리라 그런지 도시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수많은 건물들, 다양한 간판들. 정전에 의해서 소리도, 빛도 잃은 상태였다.
 주위는 시체뿐이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죽어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용하군. 일단 이 주변은 안전한거 같아."
 "그런거 같네요."
나는 경비 태세를 품과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피로 얼룩진 이 공간엔 살아있는 것은 우리 둘말고는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이건 어떤 의미론 좋고 어떤 의미론 안 좋다.
 확실히 괴물들이 없는 것은 이득이긴 하다. 녀석들이 막 돌아다녔다면 우린 여기에 도달하기도 전에 탈진 상태였을 것이니까.
 하지만 생존자가 전혀 안 보인다는 것은… 이미 전부 죽었음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르잖은가.
 만약에 이 상상이 옳다면 우리가 하려던 일은 완전히 무의미해지는 것이….
 꺄아아아아악--
 내 생각을 부정하려는 것일까.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꽤 거리가 가깝네요."
 시우도 인터를 통해 들은 모양이다.
 "그러게 말이다. 가자!"
 "네!"
 나와 시우는 피바닥을 세차게 밟으며 비명이 들려온 방향으로 달렸다.
 부디 살아있기를.
 내심 그렇게 생각한다.

 회사건물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왔다.
 광장은 말 그대로 시체밭에 피바다였다. 자세한 설명은 하지않겠다.
 소리는 대략 지하 1층에서 들린 것 같았기에 비상문을 발로 차서 연후,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지하는 어두웠기에 난 손전등을, 시우는 총에 달아놓은 전등을 켜며 앞으로 나아갔다.
 역겨운 비린내가 코를 찌른다. 동시에 불안감이 형성된다.
 주차장으로 통하는 통로 사이. 주차장으로 향하는 문은 닫혀있었고, 그 문의 주변엔 피가 튀어있었다. 피로 물들어진 공간 속에는 사람으로 보이는 물체라곤 없었다. 잘려져서 홀로 남은 팔 한쪽을 제외하면.
 한발 늦었다.
 "금방 죽은 모양이네요."
 "굳이 되새겨줄 필요는 없어."
 "그런데 장본인은, 아니, 장본충은 어디있을까요? 상태를 봐선 지금 막 먹은 모양인데 말이죠. 빛의 속도로 달아난 걸까요? 아니면 투명화 능력이라든가?"
 시우는 느닷없이 농담을 던졌다. 내가 우울해보였던걸까.
 질 수야 없지, 라는 생각으로 농담을 받아친다.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도 있을지도."
 "그러면 생포해야겠네요."
 "포기해. 못 잡아."
 난 약간은 웃음을 지으며 핏자국을 눈으로 따라갔다.
 그리고 웃음은 곧 벌레씹은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쯧. 이런 젠장. We are trapped."
 "무슨 뜻이죠?"
 "천장이나 바닥을 잘 봐."
 시우는 곧장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통풍구랑 하수구가 있네요. 양옆으로 2개씩."
 "그리고 입구가 엄청나게 크단 말이지. 즉…."
 갑자기 울리는 미동에, 말하고자 했던 것은 끊겨져버렸다.
 시우의 인터에 조그맣게 표기된 맵에 붉은 색 점이 수십개가 뜨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저것이 벌레들인건가…. 꽤 많은 걸.
 "시우. 백업은 네게 맡길게. 나머지는 내가 처리할테니까."
 "알겠어요!"
 시우는 자신이 들고 있던 중기관총을 전방을 향해 똑바로 겨눴다. 언제든지 대비할 수 있게끔.
 나도 지금까지 몸속에 숨겨두었던 리볼버 한쌍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리볼버를 든 손을 교차시켜 앞을 향해 겨눴다.
 하나는 흑색의 리볼버. 하나는 백색의 리볼버. 둘다 특이한 금속으로 특별제작한 리볼버로, 이름은 블랙&화이트.
 오글거린다고? 이해해줘. 과거의 나는 어느 악마사냥꾼을 동경했었을 뿐이니까.
 서서히 강해지는 진동. 미동이었던 진동은 서서히 강해져서 지진 수준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통풍구랑 하수구로부터, 이상한 물체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확실히 벌레긴 하군.
 녀석들의 형태는 완전한 벌레였다. 모기, 파리, 풍뎅이, 사마귀, 메뚜기등….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바퀴벌레도 있었다.
 어이… 대체 왜 이딴 것들을 연구했던 거냐고. 차라리 연가시 같은 걸 연구하던가.
 감탄도 잠시.
 녀석들은 우리를 향해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사냥감을 노리는 짐승처럼.
 "발사!"
 나와 시우는,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다.

 "대상의 반응이 소멸했습니다."
 시우는 총을 내리며, 그렇게 말했다. 시우의 인터에 있던 빨간 점들이 전부 사라진 것이 내 눈에도 보였다.
 그런가. 끝난 것인가. 싱거웠네. 그런데 뭐지. 뭔가 아직 끝나지 않은 거 같은….
 순간 일어난 현기증에 바닥에 엎드렸다.
 "허억… 허억…."
 가슴이 벌렁인다. 숨이 찬다. 식은 땀이 온몸을 적신다.
 "괜찮으신가요? 안색이 안 좋으신데…."
 시우는 내 어깨를 토닥였다.
 "아, 아. 괜찮… 아."
 2, 3, 5, 7… 소수를 조금씩 세며, 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자마자 다시 엎드려졌다.
 뭐지. 라는 의문이 떠오름과 동시에 해답이 곧바로 나왔다.
 "맞다…. 나 잊고 있었어. 곤충, 좋아하긴하는데 시체만큼은 질색이었다는 걸."
 잠시 과거를 돌이켜본다.
 좋아하는 수준은 왠만한 변태보다도 좋아했었을 것이다. 지네나 송충이 같은 것을 봐도 아무렇지 않았고, 심지어는 바퀴벌레를 봐도 귀엽다고 생각했었으니까.
 하지만 시체만큼은 혐오 그 자체였다. 죽고 난후의 특유의 모양새가 뭔가 혐오스러웠다. 풍뎅이류나 바퀴벌레는 특히 그랬다.
 왠지는 모르겠다. 짐승이나 사람의 시체는 봐도 아무렇지 않은데, 벌레의 시체만 보면 토가 나올 것만 같았다.
 다행히 싸우는 도중에 망설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긴장이 풀려서 그런걸까.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그것을 꺼내보려고 해도, 땀이나 긴장감 때문에 잘 되지 않는다.
 부끄럽고 창피하다! 빨리 이곳에서 나가지 않으면…!
 "나, 나 좀 일으켜줘."
 시우는 내 말을 듣고, 나를 부축해주었다.
 "가자…."
 나는 눈을 감은 채, 시우의 움직임에 맞춰 움직였다.

 바깥으로 나온 나는 곧바로 기지개를 폈다.
 "우읏~! 역시 태양 밑이 최고지."
 시우도 헬멧(+인터)을 벗고 상큼하게 웃었다.
 "네. 벌레시체밭만 제외하면요."
 이런. 놀림거리가 하나 생겨버렸군.
 난 애써 웃음을 짓는다.
 "이거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로 해줘."
 시우도 웃음을 짓는다.
 "대장님이 그렇게 말하신다면 그렇게 해야죠."
 난 바지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아까 꺼내려고 했던 드링크를 하나 꺼내들었다. 갈색의 유리병에 끈적한 액체가 들어있었다.
 난 드링크를 따서 단번에 들이켰다. 그리고 몇초 지나지 않아서 느껴져오는 파동에 몸이 떨렸다.
 처음에도 소개했듯이, 내 취미는 음독이다. 이 말을 한 시점에서 눈치챘겠지만, 그렇다. 방금 마신 것은 독이다.
 내 몸… 더 정확히는 이 몸은 유전자가 변형되어 나타난 돌연변이다. 보통은 태어나는 과정에서 죽거나 장애를 지니고 있어야하지만, 난 뭔가 이상하게 되어 오히려 일반인을 뛰어넘는 몸을 가지게 되었다. 철인… 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것이다. 자세한 설정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이 신체능력 덕분에, 나는 독을 마시고도 금방 적응되서 죽지 않는다. 하지만 적응되는 과정에서 죽음이라는 문턱을 넘나들기 때문에 잠시동안은 몸이 짜릿해진다. 여기서 요점은 짜릿하다는 것이다. 이게 왠지는 모르겠지만 재밌다. 쾌감이 느껴진달까. 탄산수랑 비슷한 느낌이다.
 긴장을 푸는데에 있어선 이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작은 공포심을, 더더욱 큰 공포심으로 덮어버리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아까 마셔서 어떻게든 정신 차리려고 했거늘… 그런 한심하고도 꼴사나운 모습만 보이다니. 어이가 없다.
 …신경이 곤두선 탓일까.
 탁탁탁탁탁탁….
 저 멀리, 건물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작은 소리. 그 소리는 일정한 박자를 지니고 있었다.
 발소리였다.
 "생존자다. 시우, 따라와!"
 "네!"
 우리는 쉴틈도 없이, 곧바로 그 건물로 향해 들어갔다.

 약간은 어둡고도 그러면서도 약간은 밝은, (적)갈색배경의 집. 호텔이었다. 때때로 전기등불이 공간을 밝혀주고 있었기에 내부는 어느정도 볼 수 있었다.
 정전이 되어도 불이 켜져있는 것은 아마 내부에 있는 자력 발전기가 있기 때문이리라.
 계단을 타고 2층 정도를 넘어가, 3층의 복도.
 계단에서 곧바로 내다본 복도의 한판에는 누군가가 달리고 있었다. 아주 급하게.
 그 물체는 잠시 멈칫하더니, 우리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남자… 흰 가운을 입고 있는 안경남이었다. 등에는 피가 약간 적셔져있었으며, 땀이 몸과 옷을 듬뿍 적시고있는 것으로 보아 한참을 떠돌아다닌 모양이다.
 "히… 히익! 오, 오지마!"
 녀석은 우리가 잘 보이지 않았던걸까. 다시 부리나케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어이, 도망가지마! 우린 구조대라고!"
 난 그 머저리를 향해 외쳤다.
 젠장, 도와주러 왔는데 도망치면 어쩌자는 거야.
 "아, 아?"
 녀석은 다시 우리를 향해 돌아보았다. 여전히 상황 파악 못한 얼굴이다.
 "구조대에요! 안심하시고 이쪽으로 오세요!"
 시우가 외쳤다. 시우는 어느샌가 헬멧을 벗고 있었다.
 안경남은 잠시 시우를 응시하더니,
 "그… 그렇구나아… 사… 살았어어…."
 안심했다는 듯이 말하며 서서히 우리에게 다가왔다.
 …….
 역시 꼬마는 숙녀를 못 이기는걸까.
 나는 그런 생각을 애써 무시하며 안경남에게 의문점을 제시하기로 했다.
 "그 가운으로 보건데, 넌 과학자로 보이는군. 연구소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녀석은 갑자기 고개를 푹 숙였다.
 "그… 그게…. 젠장… 뭐냐구… 대체 왜 이렇게 된거야… 흐윽흑…."
 안경남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멘탈이 약하구만. 이런게 학자라고?
 "정신 꽉 잡고 진정해."
 "진정할 수가 있겠어?! XX! 내 눈 앞에서 동료들이 당하는 걸 봤어…. 끔찍했다고! 동료들은 몸이 박살나면서 사방으로 흩어져갔어…. 잘린 하반신은 경직으로 움직이고… 배가 파인 녀석은…."
 냅다 손을 들어서 그 발언을 막았다.
 "좋아, 거기까지. 그 이상은 수위가 너무 올라갈 것 같으니 이하생략."
 "이게 모두 꿈이었으면 좋겠는데… 빌어먹을…."
 안경남은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비참하긴 하겠군. 하지만.
 "미안하지만 꿈이 아니라 현실이야. 그 동료들은 진짜로 죽었고, 넌 살아남았어.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되. 네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말이야."
 "흐윽…으흐흐흐아아아…."
 안경남은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더 비참하게 울기 시작했다.
 …난감하다. 여기서 이러면 곤란한데.
 난 머리를 긁었다.
 "여기서는 대화가 안될 것 같군. 돌아가자. 이야기는 그 이후에…."
 말을 끊을 수 밖에 없었다.
 어째서 눈치채지 못한걸까. 지나치게 안심했던 것일까.
 "어이, 시우."
 "네?"
 난 품에서 화이트를 꺼내 시우의 머리를 겨눴다.
 "엎드려."
 시우는 곧바로 엎드렸고, 나도 곧 방아쇠를 당겼다.
 격발음과 동시에 팍! 하며, 시우의 머리위치로 날아오고 있던 애벌레 모양의 무언가가 터졌다. 무언가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히익!"
 안경남은 몸을 완전히 웅크렸다.
 난 몸에 묻은 파편을 손으로 닦아서 보았다.
 투명한 점액과 주황색 피와 갈색의 조각이 섞여있었다.
 "…진심이냐."
 난 파편을 움켜쥐어 터뜨렸다.
 총을 안경남에게 겨누었다.
 "미안, 형씨. 아무래도… 이거말곤 답이 없는 것 같아."
 "……."
 안경남은 아무 말 없었다. 갑자기 조용해졌다… 고 해야할 것이다. 단념한 듯이 말이다.
 "원망하진 말아줘."
 탕!
 안경남의 머리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나왔다. 피를 힘껏 뿜은 몸은, 이내 바닥에 쓰러졌다. 바닥은 서서히 피웅덩이가 되어갔다.
 "…대장님."
 시우는 조용히 말했다. 나는 시체를 주시하고 있었기에 무슨 얼굴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사실 어느정도 눈치채긴 했었지. 많이 달렸다고 땀이 옷을 완전히 적실리가 없어. 그전에 탈수로 쓰러질거니까."
 난 시체를 향해 총을 겨눠, 목이나 옷속에서 슬슬 기어나오고 있는 기생충들을 쐈다. 가능하면 시체는 빗겨나가게끔.
 화약과 기생충들과 벽의 파열음이 5번정도 반복되고, 소음은 사라졌다.
 "나는 믿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 이 사람은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덕분에 방심했어."
 아까 생각했던 것이 떠오른다.
 '차라리 연가시 같은 걸 연구하던가.'
 진짜로 했던거냐. 하기사 안할 이유도 없었겠지.
 난 몰려오는 허탈감에 웃음을 지었다.
 시우는 "네."라며, 위로하듯이 대답했다.
 난 조용히, 피웅덩이 옆에 떨어져있는 안경을 보았다.
 마음 속으로 묵념하며,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시체에 다가가, 옷을 샅샅히 뒤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손에 잡히는 것이 있었다.
 가운 내부의 보조 주머니에 봉투가 있었다. 비닐로 이루어져있었고, 반투명하여 내부가 비치고 있었다. 하지만 겉에 점액이 묻어있었기에 잘은 보이지 않았다.
 봉투를 뜯어서 내부를 보았다.
 안에는 4번 반으로 접은 종이와 한장의 사진, 그리고 어떤 장치가 있었다.
 종이를 펼쳐보았다.
 …….
 유언장이었다. 누군가를 향한 유언장. 이 상황을 예측하고, 각오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겐 볼 자격이 없다고 판단, 그대로 종이를 다시 접어 고이 넣어두고, 이번에는 사진을 보았다.
 사진에는 가족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화목하게 나란히 서있었다. 아까 내가 죽인 남자, 그리고 처음보는 여성과 소녀.
 이것도 봉투 안에 넣어두고, 아까의 그 장치를 꺼냈다. 직육면체의 물체. 액체는 묻어 있지 않았다.
 "이건?"
 "USB 메모리로 보이네요. 제게 줘보세요."
 나는 시우에게 그것을 넘겨주었다. 시우는 그것을 헬멧에 끼워넣었다. 곧, 인터에 무언가가 떴다.
 시우는 잠시 그것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
 "이건… 연구소 데이터의 백업이에요. 아마도요."


 그 이후.
 우리는 여러 건물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결과는 단 하나였다. 몰려오는 벌레떼 학살.
 몇시간이 지나 저녁이 된 시각, 더 이상 진전이 없을 것이라 판단한 우리는 대책 본부로 복귀하였다. 사용했던 장비들과 USB 메모리를 넘겨주고, 2인실로 제작된 군막으로 들어가서 쉬었다. 시우는 내가 명령을 해두었기에 여기엔 없었다.
 2층으로 된 침대의 1층에 누워서 조용히 2층의 밑바닥을 응시하고 있으니,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내 상관, 대통령이었다. 대략 곧게 차려입은 늙은이께서 들어왔다고 보면 된다.
 난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를 취했다.
 대통령은 미소를 지었다.
 "수고했네. 대단한 일을 한 모양이더군."
 "아닙니다. 전 해야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난 형식만 갖추고 말했다.
 "잠시 쉬고 있게나. 또 필요하면 부르겠네. 이번은 사건이 사건이니만큼 간단하게 끝나지는 않겠지만 말일세. 대신, 보상은 충분히 해주겠네."
 "그 말은 휴가 늘려주겠다는 겁니까?"


 "껄껄껄. 원한다면 해줘야지."
 "감사합니다."
 재미도 없는 대화가 끝나자 대통령은 나갔고, 난 다시 침대에 누웠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드디어 휴식을 취하게 되었던, 대통령이 왔던, 어쨌던간에.
 그저 멍때리고 싶었다.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대략 새벽된지 몇시간이 지나고,
 "대장님. 결과가 나왔어요."
 시우가 천막을 거두며 들어왔다. 보고서로 보이는 종이 몇장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테두리에 걸터앉았다.
 "수고했어. 요약부탁."
 "네."
 시우는 안경을 잡으며 종이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안에는 사건 경과에 대한 내용 및 실험체에 대해서 기록되어있었어요. 시작은 벌레를 관리하다가 실수로 한마리가 풀려나서부터. 그 벌레는 연구소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공격하면서 번식을 했으며, 그 수는 순식간에 불어나 대혼란이 발생. 결국 과학자들은 이럴때 대비해 설계해둔 자폭 시스템을 사용했다고 해요."
 "하지만 폭발은 연구소를 완벽하게 소멸시키지 못했나보군."
 "네. 폭발이 일어나지 않은 곳도 있었어요. 아마 벌레중에 회선을 갉아먹는 녀석이 있었을 거라고 하네요. 덕분에 그분도 건물에서 도망쳐나올 수 있었던 것이겠죠."
 "기생충에게 당해서 살아나온 의미도 없었지만 말이지. 아니, 없었던 것은 아닌가. 우리에게 정보를 넘겨주었으니 말이야. 그래서, 이제 우리는 뭐하면 된데?"
 시우는 종이를 옆구리에 두며 입을 열었다.
 "네. 필요없으니 돌아가도 좋다네요."
 돌아가라고? 아깐 일단 대기하고 있으라며?
 "설마 고대하던 특수부대 출연인가?"
 기대해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를 물리게 할 이유는 없었다. 평균 이상, 상위권 미만의 신체능력을 지닌 군인이 투입되면 개죽음 당할 것은 뻔했다. 당연히 특수부대말곤 답이 없었다. 특히 금방 데이터도 가져온 참이잖은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싸우면 되잖은가.
 아니, 사실 다른 방법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걸 쓸 일은-- 어… 라?
 순간적으로 위화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동시에,
 "아뇨. 정답은 핵폭탄 투여에요."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귀로 들어온다.
 순간적으로 몸이 얼어붙었다.
 뭐야. 뭐가 잘못된거지.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끓어오르는 분노가 그 사고를 방해한다.
 "하하…."
 웃음이 새어나온다.
 "하하하하… 결국 또 이렇게 되는거냐? 응? 정녕 이것 말곤 답이 없다는거야?"
 "대장님…."
 "웃기지마!" 쾅!
 무의식적으로 내리친 주먹이 침대를 강타하여, 그곳이 음푹패여 들어갔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내 화를 잠재울 수는 없었다.
 사람 목숨을 개처럼 생각하는 그 비인간적인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래선 데이터를 가져온 의미가 없잖은가.
 뭐냐고! 마치 얻을건 얻었으니까 내빼자는듯한 이 명령은!
 "진정하세요, 대장님."
 "웃기지마! 진정할 수 있겠어?!"
 "화내신다고 달라지는건 없어요. 어떤 사람이 말했어요. 언제나 여유를 가지라고."
 …할 말을 잃었다. 그건 내가 말한 것이었으니까.
 "……젠장."
 난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놓여진 철재상자를 발로 차서 열었다. 안에는 기지에서 가져온 독병들이 들어있었다. 하나를 꺼내, 뚜껑을 따서 한꺼번에 들이켰다.
 전율이 몰려온다. 흥분되서 뜨거워진 마음이 완전히는 아니지만 가라앉는다. 동시에 분노로 몽롱해졌던 정신이 바짝차려진다.
 다시 침대에 앉았다. 그리고 안쪽으로 들어가 벽에 기댔다.
 심호흡. 한두번. 드디어 흥분이 소멸, 남은 것은 혼란스러운 머리뿐. 손으로 머리를 감싼다.
 우선 생각해보자. 그 빌어먹을 데이터를 왜 가져와야만 했는지.
 전투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을 하여, 약점을 파악한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이용하여, 도시 내부에 인력를 투입, 생존자들을 구출한다.
 이것이 내 머릿속으로 멋대로 상상한 것이다. 우선 핵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말한 이상, 이 상상은 개소리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정확한 답은 뭐였단 말인가. 그 데이터에 무서운 해답이라도 들어있었단 말인가?
 잠깐만.
 애초에 핵 미사일을 사용하는 이유가 뭘까. 내가 겪어온 바론, 답이 없을 경우말곤 없었다.
 그럼 뭐가 답 없다는거지? 아까 느꼈던 위화감이랑 똑같을까?
 그 위화감은 분명… 시우가 말한 것 중에 있었다.
 '번식을 했으며, 그 수는 순식간에 불어나 대혼란이 발생.'
 …맞아.
 이 말은 즉, 번식력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윗대가리들은 이걸 보고 답이 없다고 판단해서 핵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 되는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윗대가리들도 번식력이 엄청난 것은 알고 있었을터다. 도시를 완전히 점령할 정도의 벌레다. 그 수가 어떻게 나왔겠는가. 전부 (비교적)작은 연구소에서 나왔을까? 당연히 아니잖은가.
 보통이라면 1. 생존자들을 최대한 구출하고, 2. 그 다음에 핵 미사일을 발사한다. 최소한 내가 겪어온 바론 그렇다.
 이 일의 경우, 1이 이미 성립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로 생존자를 찾기는 상당히 힘들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왜 2를 보류하고 있었던 걸까?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데이터만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데이터를 얻자마자 곧바로 핵 발사하겠다고 했으니 말 다 한것이다.
 어이가 없어진다.
 윗대가리들은 생존자따윈 상관없었다. 단지, 데이터… 더 정확히는 연구의 결과를 뽑아내고 싶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벌레를 생포해오라는 말까지 했을까. 그 위험한, 번식력도 엄청난 식인 벌레를 말이다.
 이미 다량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정상적인 사람이었다면 이 시점에서 벌레에 관련된 것은 포기했어야 할 터다. 하지만 윗대가리들은 그렇지 않았다. 녀석들은 벌레가 만족스러운 결과물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더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화가 나다 못해 소름이 돋는다. 사람을 개도 아니고, 실험용 쥐처럼 보고 있는 것이다. 이게 정녕 사람이 할 짓이란 말인가?
 "썩을 놈들. 지들이 죽을거 같으면 손발 싹싹 빌거면서."
 마음 같아선 윗대가리들 대가리에다가 샷건을 쳐먹이고 싶었다.
 "그렇군요."
 시우는 납득했다는 듯이 말했다.
 "처음부터 이상하다곤 생각했어요. 갑자기 저흴 부른 것도 이상했고요. 사건이 이미 어느정도 진행된 상태였는데--"
 "잠깐."
 난 손으로 시우의 말을 가로막았다.
 "넌 이미 이 일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거냐?"
 "네. 전 이런저런일에 불려다니는 신세니까요."
 시우는 아무렇지 않게 그 말을 내뱉었다. 분명 일반인이라면 불평이었겠지만.
 하긴, 다시 생각해보니 사건 터진지 몇시간만에 핵미사일을 투척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왜 말 안했어?"
 "휴가중이셨으니까요. 복잡한 일에 휘말리지 않았으면 했어요."
 "…그래."
 그러고보니 계속 쉬고 싶다고 투덜거렸었지.
 매일 복잡한 일에 휘말렸었고, 그 탓에 휴가를 원해왔었다. 쉬고 싶었다. 놀고 싶었다.
 사실 일하는 사람이라면 전부 그러지 않는가? 특히,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일이면 더더욱. 사람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죽어나간다.
 그리고… 이번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지.
 사실 사람 목숨 개처럼 취급하는 경우를 한두번 보는게 아니다. 사람을 장난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봐왔고, 이번에도 그런 경우중 하나다. 다만, 이번은 대규모로 일어난 일이고… 뭣보다.
 그 대통령이라는 인간이 날 배신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화가 났다.
 대통령은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대부분 일들의 담당자다. 특히, 이런 일에는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확실하다.
 왜… 왜 승인했냔 말이야…!
 나랑 대통령은 몇년동안이나 같이 해왔다. 그 인간 덕분에 나 같은 인간들은 구원받을 수 있었고, 내가 있었기에 여러 사건들이 해결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일도. 그 인간은 날 이용해서 의도치 않게 일을 해결하게끔 만들었다. 날 개처럼 부려서 말이다.
 개새끼. 감히 날 배신해…?

 스르륵.
 …갑자기 천막을 거두며 누군가가 나타났다.
 아이였다. 나랑 비슷한 체형을 가진 아이. 주황색의 단발에 더듬이 같은 것이 튀어나와 있었으며, 하얀색으로 보이는 교복? 같은걸 입고 있었다. 대략 중학생처럼 보였다.
 "여긴 일반인이 들어올 곳이 아니야. 당장 나가."
 내가 그렇게 말하자,
 "에~? 하지만 너도 여기있잖아~?"
 아이는 난감하다는 듯이 눈을 질끔 감으며 말했다.
 너도가 뭔데 너도가. 동갑으로 보인다고 친근하게 굴기는. 아무리 어린애의 몸에, 특수요원처럼 보이진 않는다곤 해도 말이야.
 "너는 누구니?"
 시우가 친절하게 웃으며, 아이에게 말했다. 아이도 해맑게 웃으며 말한다.
 "제 이름은 메디카! 장래희망은 의사! 실습하기 위해서 자원으로 들어왔어요!"
 ……이 일, 분명 기밀이었지? 응?
 "어떻게 들어온거니?"
 시우가 내 의문을 대신해서 말했다.
 "저희 아버지가 유명한 의사시거든요. 연습보다는 실습이 좋다고, 제게 추천해주셨어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해가 안되는 구석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아 하긴, 식인충들이 튀어나오는 세상인데 저게 안될 일도 없겠군.
 "그런데 뭐하러 왔니?"
 "지원품을 가져왔어요. 분명 여기라고 들었는데."
 메디카는 양손으로 큰 가방을 들고 있었다. 저걸 크로스백이라고 하던가?
 내용물은 모르겠지만, 잘못 찾아온 것은 확실해보였다. 애초에 여기로 올 지원품따윈 더 이상 없을 것이고.
 내가 그렇게 지적하자, 메디카는 머리 옆에 물음표를 띄웠다.
 "내가 잘못 들었나? 분명 B구역 13번 텐트라고 들었는데."
 ……뭐냐고 이 녀석. 완전히 잘못 알고 있잖아.
 "13번까진 맞는데 말이야…. 여기 D구역이거든."
 "에에~?! 정말로?!"
 진짜로 몰랐던 것일까. 메디카는 자신이 들고 있던 짐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설마 D를 B로 잘못보는 인간이 있을 줄은 몰랐군.
 "자, 알았지? 빨랑 돌아가."
 "…우웅…."
 메디카는 바닥에 떨어뜨린 짐을 다시 주우며, 힘없이 출구를 향했다.
 "저기, 그런데."
 메디카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사실… 아까 이야기 다 들었어."
 …앙?
 "어디서부터?"
 "그, 네가 화내는 부분부터."
 결국 내가 말하는 부분은 다 들었단 소리군. 뭐, 어차피 상관은 없어 보이지만….
 "그런데 그것이 왜? 너 같은 인간이 참견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그러니까 말이야. 그 대통령이라는 사람 있잖아."
 "그게 뭐."
 "너랑 같지 않았을까?"
 "뭐? 무슨 소리야?"
 메디카는 한 박자 쉬며 말했다.
 "그 사람은 이 일에 대해서 알고 있었을거야. 대참사가 일어났고, 높으신 분들이 벌레에 대해서 흥미를 갖고 있다는 것도, 전부.
 그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 일을 수락하면, 어쩌면 그 과정속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벌레에 대해서 알게 되면 더 많은 생존자들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순진하게 생각했던거지.
 그 증거로, 너를 불렀던거고, 정보를 가져온 너한테 기다리라는 말을 했던거야. 네가 이 일을 해결해줬으면 했던거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어. 네가 얻은 정보를 분석한 후에, 회의가 일어난거지. 이 회의에서 높으신 분들은 일제히 이렇게 말했던 것이겠지. '도시는 파괴하는 것이 좋겠다.', 라고.
 과반수가 그렇게 말하면 아무리 대통령이라고해도 어쩔 도리가 없어. 지지하는 사람들의 기대를 배신해버리면 대통령은 해먹을 수 없거든.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찬성한거야. 자신도 납득하기 싫은 채."
 …….
 메디카는 약간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상상. 깊이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해. 그럼 이만."
 그 말을 끝으로 메디카는 바람처럼 사라져버렸다.

 뭘까. 산들바람이라고 생각했더니 폭풍우가 지나간 느낌이다.
 …….
 머리가 멍하다. 뒤돌이켜보며, 깊이 생각해본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걸까. 확실한건 내가 상당히 어리석었다는 것이다.
 설령 이 일이 내가 생각했던대로 생존자를 구출하는 것으로 갔다고 해도 문제점들이 존재했다.
 하나는 벌레들이 밖으로 탈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지금이야 특수 장비나 감시등으로 탈출을 막고 있다곤 하지만, 언제 헛점을 파고 빠져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인간의 존엄성이 위험해진다. 단순히 위험해지는 수준이 아니다. 어쩌면 절멸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과연 생존자들이 있느냐다. 자세히 따져보면,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살아남을 수 있었던 사람들은 거의 피난했다. 그리고 오늘 하루종일 찾았지만, 찾은 사람은 단 두명뿐. 그나마도 죽어버렸다. 이 이상은 찾아도 시간낭비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어쩌다가 생존자들이 뭉친 곳을 찾아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찾다가, 벌레들이 탈출이라도 하는 날에는….
 그렇다. 내가 생각했던 것은 어떤 형태가 되었든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것이다. 단지 이번엔 형태가 좋지 않았을뿐.
 …….
 알고 있다.
 이런 일은 수도 없이 겪었다.
 이 일도 이미 틀렸다.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희망을 갖고 행동을 해도, 안되는 것은 안된다.
 그런 것은 내가 잘 알고 있는데.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난 천천히 고개를 위로 향했다.
 천장에는 흰색의 전등이 전선에 연결된 채로 매달려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을 나방 몇마리가 돌고 있었다. 나방들은 닿지 않을 빛에 계속 부딪히고 있었다.
 풉. 참나, 어이가 없네. 마치 나 같잖아.
 고개를 시우에게 향한다.
 "돌아가자."
 "네?"
 시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돌아가자고. 여기 있어봤자 의미 없으니까."
 "진심이세요?"
 시우는 여전히 의심하며 물었다.
 "여기 있어봤자 바뀌는 건 없어. 윗대가리들에게 태클 걸어도 어차피 핵 미사일은 발사하게 되있고. 그리고 뭣보다-- 이젠 귀찮아졌어. 아무것도 관여하기 싫어졌달까. 그만하고 쉴래."
 내가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하자, 시우는 약간 고민하듯이 턱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잠시후,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가끔은 쉬는 것도 중요하죠. 이 일은 그만 두도록 해요."

 다음날 아침.
 멍하니 피난민 사이를 뚫고, 이 장소를 벗어나기 위해서 걷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떤 소녀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소녀는 매우 처량했다. 왜인지는 알고 싶지 않았다.
 "언니…."
 소녀는 시우에게 말했다. 나보다 듬직해보이니까 그런듯하다.
 "군인 아저씨들이 말했는데… 언니는 안에 들어갔다왔지?"
 "응. 갔다 왔어. 왜 그러니?"
 시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아빠… 본 적 있어?"
 "아빠?"
 "응…. 키는 이렇고… 안경도 쓰고 계시고… 과학자셔."
 시우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나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해야하죠? 라고 물어보는 것 같았다.
 나한테 물어봐도 말이야….
 그러던 갑자기 옆에서 어떤 여자가 다가왔다. 소녀의 어머니처럼 보였다.
 "아, 죄송합니다…. 저희 딸이 이상한 말을 하진 않았나요?"
 "아뇨. 괜찮습니다."
 여자의 인상도 처량해보였다. 이 이유도 알고 싶지 않았다.
 "엄마. 이 언니. 안에 들어갔다 왔대."
 "…그렇구나. 하지만 그건 상관은 없잖니. 이미 아빠는 돌아가셨단다."
 엄청난 돌직구다.
 "하지만…."
 "아빠는 돌아가셨단다. 그러니까…."
 "모르잖아요!"
 소녀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아빠가 돌아가시는 모습… 보지 못했잖아요! 아직 어딘가에서 살아계실지도 몰라요! 분명,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구요!"
 소녀가 말할때마다, 가슴이 찔려왔다.
 안되겠다. 이 이상은 답답해서 지켜봐줄 수 없다.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시우의 어깨를 짚으며 소녀에게 다가갔다.
 "어이."
 내가 말하자 소녀의 시선이 날 향한다. 울고 싶지만 울지 못하는, 강인하면서도 연약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있었다.
 나는 조용히, 주머니에서 비닐봉투를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소녀에게 넘겨주었다.
 소녀는 다소 당황하며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다소곳하게 봉투를 뜯어서 손에 내용물을 털어놓았다.
 "…아…."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여자가 손을 입으로 막았다.
 내용물은 간단했다. 굳은 피가 달라붙은 안경, 접혀져있는 종이, 그리고 사진.
 "아… 빠…?"
 소녀는 동공을 키우며 사진과 안경을 번갈아보았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너희 아빠가 우리에게 넘겨주신거야. 소중히 간직해."
 난 그렇게 말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곧장 자리를 이탈했다. 시우도 조용히 내 뒤를 따랐다.
 이 이후의 상황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소녀의 희망을 깨부슌 것은 그리 기쁘지 않았기에.

 한참 이동하고 난 후.
 차를 운전하고 있던 시우가 느닷없이 말했다.
 "괜찮나요? 기밀물건을 일반인에게 넘겨줘도요."
 난 보조석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기밀이니 뭐니 알게 뭐야. 반드시 전해줘야만 했던 물건이야. 어차피 윗대가리들도 모르잖아."
 시우는 웃었다.
 "그러긴 하네요."

 그리고 1주일후.
 소식이 들려왔다.
 그 도시가 폭발에 의해서 완전히 소멸했다는 것을.
 정부에선 정보를 전혀 검열하지않고, 표면에 보이는 모든 것을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당연하게도, 생존자들이 적지 않았기에 정보 통제를 하려고 해도 안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매스컴에서 활발하게 다루어졌다. 넷상에서 뜨거운 감자로 나타난 것은 물론이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말이 이리저리 와갈정도였다.
 …과연 이게 옳은 선택이었을까.
 내심 뒤늦은 후회를 해본다.


후기
드디어 두달만에 끝을 내는군요. 공항에서 쓰기 시작했던 글이, 드디어 오늘 막을 내렸습니다.
쓰는 내내 머리가 아프더군요. 그래도, 한번 쓰기 시작한 이상 끝까지 진행해야된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썼습니다. 재미랑은 별개로요. 우선 문장력부터 길러야하지 않겠습니까? 껄껄껄…. 그런데 계속 막혀서 진짜 어떻게 해야할지 미쳐버리겠더군요 OTL.
그렇게 지쳐서 오랫만에 롤 접속해보니 계정은 골드. 한번 빠질거 계속 해보자… 란 생각으로 한번 게임 폐인이 되어봤습니다만… 어라? 하는 사이에 다이아까지 가버려서 저도 참 미쳤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기세로 글을 썼으면 됐는데!!
좀비물처럼 생존물 같은 것을 기대하고 오신 분들.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먼치킨물입니다. 그것도 애어른이 먼치킨. 것보다 여자애가 아니라 중2병남자애 같지만 그래서 성별 불명으로 수정했어요
어쨌든 이런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태클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아니, 제발 해주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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