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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글쓴이: 장금씨
작성일: 15-07-25 02:43 조회: 897 추천: 0 비추천: 0

히어로.

어렸을 때부터 나는 히어로를 동경해서, 그게 곧 내가 되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 내가 꼭 도와줄게!”

나는 히어로의 행동과 대사를 따라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때문에 나는 학교의 유명인이었고 회장이었고 동시에 영웅이었다.

노력했다. 모든 것을 다 동원해서라도 히어로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영웅이란 그런 것이었다. 겉으로는 뭐든 완벽하게 보이지만 그 뒷면은 처절한 노력이 있는, 일종의 영웅공식’. 그마저도 나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니까,

히어로

라는 단어와의 모든 연관은 나의 동경이 되었다. 심지어 히어로가 그려진 티셔츠나 양말마저 나는 모두 가지고 있었으며 항상 입고 다녔다. 그것은 나의 모든 것이었다.

악당을 이기는 영웅. 길 잃은 아이를 도와주는 영웅. 세상을 지키는 영웅. 영웅. 나의 영웅. 모두의 영웅.

그것을 동경하는 난 히어로.

였었다.

 

*

 

눈을 어따 두고 다니는 거야?” “, 얘 이러다 울겠는데?” “엄마 불러줄까?” “하하하하하하

히어로는 무슨.

길을 걷다 우연히 불량배에게 일방적으로 시비가 붙은 중학생을 발견했다. 너도 참 운이 나쁘구나. 나는 인적이 드문 골목에서 벽에 몸을 바짝 붙인 채로 협박당하고 있는 중학생을 보며 생각했다. 그로부터 그들에게서 눈을 떼고 나는 다시 내 갈 길을 걸었다. 그러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히어로는 없다. 히어로는 세상에서 졌다. 세상은 이미 악당이 지배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악당이 히어로를 이겨버렸다. 그래서 히어로는 버려졌다.

사실, 무대는 충분했다. 세상에 악역은 넘치도록 많았으니까. 근데 그 너무 은 것이 문제였다. 너무나도 많아서, 저 하늘의 별들만큼 많아서, 보이지 않는 별들까지 합한 것들만큼 많아서, 실은, 사막의 모래보다 많아서 겨우 운동장의 고운 모래알 정도의 히어로는 악당에게 쉽게 패했다. 그러니까, 결국은

세상이 악당이었던 것이다.

어렸을 때만 해도 정의는 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히어로는 아무리 불리한 상황에서도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

어리석은 생각이 아닐 수가 없다.

히어로 따위 결국 정의감만으로 똘똘 뭉친 털실 따위였다. 털실로 때려봤자 얼마나 아프겠는가. 아니, 어쩌면 히어로가 폭력을 쓰는 것부터가 웃긴 걸지도 모른다. 설령 정의의 이름을 걸고 폭력을 쓴다 해도 실상은 폭력이다.

그게 히어로인가?

빨간 후드를 깊게 눌러썼다. 눈썹까지 내려오는 후드 모자가 나의 눈을 가려주었다. 마침 해가 저무는 진홍빛의 오후였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사람과 시선을 마주하지 않게 됐다. 때문에 나의 시야에는 항상 팔과 다리와 땅만이 보인다.

사람을 보려면 눈을 보라고 했던가. 그래 맞는 말이다. 눈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사람이 사람을 인식하는 순간 일방적인 폭력이 행사 된다. 상대의 이상을 공격하는 일반적인 폭력과 상대의 몸을 간음하는 음욕의 폭력. 그리고 상대의 존재를 무시하는 악의 폭력.

나 참. 어린애도 아니고.’ ‘언제까지 히어로 같은 소리나 하고 다닐 거냐.’ ‘이번에도 주변 시다바리짓 하느라 성적 떨어지면 이 집에서 나갈 각오해라.’

나는 그 중 악의 폭력에게 일방적으로, 일반적으로 맞았다. 너무나도 아프게, 처절하게, 존재를 잊힐 정도로. 맞아버렸다.

난 히어로였다. 였었다. 버려졌다. 버려졌었다.

지금이라면 그때의 악당들을, 중학교 때의 어른이란 악당들을 이길 수 있을까. 방금 일방적으로 당하던 그 중학생이, 자신을 둘러싸서 조롱하는 불량배들을 이길 수 있을까. 그들의

눈을 볼 수 있을까?

이기는 것이 정의란 말이 어디서 나온 걸까. 예전 시대의 히어로가 만든 말일까, 지금 시대의 악당이 만든 말일까. 아무렴, 지금의 정의는 악당인 것이다.


길가의 노점상에서 히어로가 그려진 만화 잡지가 보였다. 나는 이끌리듯 다가가 내용을 살펴보았다.

내용은 이랬다. 늦은 오후. 골목 근처를 지나가는 주인공을 불량배들이 붙잡아 갈취를 하려는 상황. 불량배들의 협박에도 주인공이 아무 반응이 없자, 불량배들은 칼을 들고 더욱 매섭게 협박한다. 그에 주인공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불량배들을 물리치는 그런 시시 컬컬한 이야기였다.

너무 뻔해서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동시에 아까의 중학생이 떠올랐다.

만약, 혹시라도, 그 중학생이, 불량배들을, 이긴다면, 이겼다면, 정의는

히어로인 걸까?

무언가에 홀리듯, 일말의 희망을 떠올리며 천천히 걸음을 돌려 되돌아갔다. 시계의 초침이 뒤로 물러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중학생을 마주하게 되었다. 안경을 쓴 순한 얼굴의 그는 웃는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며 그 주위에는 불량배들이 쓰러져있었다.

이제, 정의는 히어로야.

그렇게. 그가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때 내가 성립하지 못한 정의를, 그가 지금에서야 나에게 속삭이는 것이었다. 그가 나에게 다가왔다.

당신도 히어로군요.”

, 아니에요. 저는…… 아니에요.”

그치만, 당신의 가슴에는 아직 히어로가 있는 걸요?”

그가 내 가슴을 검지로 툭, 하고 쳤다. 그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고, 서서히 어딘가로 사라졌다.

고개를 숙여 내 모습을 보자 후드 사이로 티셔츠에 그려진 히어로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세상에는 아직, 히어로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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