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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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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계곡의 벨라티우스
글쓴이: 글자나열꾼
작성일: 15-07-03 19:00 조회: 705 추천: 0 비추천: 0

 이엘라 클라이모프는 동료기사들 사이에서 간절히 빌었다.

 날 불러요.

 "데스캉 피엔디."

 "하엘로 리에스타."

 제발. 날 불러요.

 "시들 카코."

 "공묵 두엔다."

 "첼 루예프."

 "쿠네탄 누베켐."

 부탁해요. 제발.

 "르디온다 켈록."

 "폰타강 논다 숨마쿠."

 "누솔라 이그펠라이."

 "타토 심마이."

 "일체트라 하훔."

 젠장! 날 불러!

 "본 지로칠."

 "잔드 멕시보디."

 "몬콰자 아그라."

 이엘라의 간절한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사단 부단장 벨라티우스 매콜리는 이름이 적혀있는 종이를 반으로 접으며 말했다.

 "이상 호명한 14명은 내일 나와 함께 지연전을 펼친다. 이 인원들은 맡고 있는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장비를 정비하고 휴식을 취하도록. 질문 있나?" 

 벨라티우스의 마지막 말에 이엘라는 손을 들었다. 벨라티우스는 곧장 이엘라를 지명하지 않고 주위에 선 기사들을 둘러보았다.

 기사들 사이에서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두 부류 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호명된 자들은 낙담하고 있었고, 호명되지 않은 자들은 안도하고 있었다. 그들 모두 이 지연전이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벨라티우스는 말했다.

 “이엘라 외에 질문이 없으면 해산. 이엘라, 넌 내 막사로.”
 

 “저도 지연전에 참가하게 해주십시오.”

 막사에 들어온 이엘라는 다짜고짜 말했다.

 “안 돼.”

 그리고 이엘라의 요청이 뭔지 예상하고 있던 벨라티우스는 단호하게 말했다.

 “어째서 안 되는 겁니까?”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내린 결정이다.”

 “그 여러 가지가 뭡니까?”

 벨라티우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일일이 다 말해 줘야하나?”

 역시 직접 두드려서는 안 되는 거군. 그러면 우회다.

 “내일 지연전에 참여하는 인원을 살펴보니 이런 특징이 있더군요. 부양하는 가족이 없거나, 자식들이 다 장성하고 은퇴만 기다리는 사람들. 그리고 중요한 직책이 아닌 사람들. 없어져도 쉽게 다른 사람으로 대체가능한 사람들.”

 이엘라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저도 거기에 포함 됩니다. 저도 내일 지연전에 참가하겠습니다.”

 “안 돼.”

 “제가 여자이기 때문입니까?”

 기사단 유일의 여기사가 한 말에 벨라티우스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이엘라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기사가 되고 싶으면 여자인 것을 포기하라고 옛날에 스승님께서 말씀하셨죠. 그리고 저는 스승님의 말씀에 따라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전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여자라는 이유로 지연전에 참가하지 못한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엘라의 스승이자 상관인 벨라티우스는 힘겹게 입을 땠다.

 “……내일 지연전은 옥쇄전이 될 것이다.”

 아까 전 이름을 호명했을 때의 침통한 분위기. 그건 이름이 불리는 자는 내일 죽을 것이라는 것을 기사들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기사단이 포함되어 있는 부대는 전투에서 대패하여 후퇴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대로라면 적의 기병대에게 따라잡혀 전멸할 게 분명했기에 소수의 인원을 희생시켜서라도 적 기병대의 추격을 늦춰야만 했다. 그리고 이 부대에는 훗날 왕국의 지배자가 될 사람도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 저는 죽을 각오도 되어 있습니다.”

 이엘라는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제 실력이 부족하다는 말씀은 못하시겠죠. 기사단원 중에 저보다 무력이 뛰어난 이는 없다고 저는 거리낌 없이 말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그걸 부인하지 못합니다. 내일 지연전에는 한 사람의 힘도 아쉽지 않습니까?”

 벨라티우스는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부단장으로서 명령한다. 이엘라 클라이모프는 이 시간부로 세자저하의 호위임무에 임할 것. 절대로 세자저하의 곁을 떠나지마라.”

 “거부하겠습니다.”

 “너는 기사다. 명령에 따라라.”

 “기사 때려치우겠습니다. 백의종군하여 제자로서 스승님 곁에 남겠습니다.”

 “…….”

 벨라티우스는 충격을 받았다. 이엘라에게 기사가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사를 인생의 의미로 받아들이던 이엘라였다. 그런데 지금 이엘라는 무덤덤하게 기사의 직위를 내려놓겠다고 하지 않는가.

 “적전탈영이라는 죄를 물어서 이 자리에서 즉결처분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어느 쪽이든 죽는 건 마찬가지겠죠.”

 벨라티우스는 가슴이 답답했다.

 “어떻게 해야……본부대와 함께 떠나겠느냐?”

 이엘라는 벨라티우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의 곁에서 싸우고, 당신의 곁에서 죽겠습니다.”

 벨라티우스는 이엘라의 눈을 마주하다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이엘라. 부탁한다. 제발 본대와 떠나거라.”

 이엘라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어째서 그렇게 저를 보내고 싶어하는 겁니까?”

 벨라티우스의 입이 열렸다. 그러나 열린 입 사이로 말을 흘러나오지 않았다. 벨라티우스는 한참을 뻐끔거렸으나 끝까지 말은 나오지 않았다. 벨라티우스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벨라티우스!”

 이엘라는 벨라티우스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손을 붙잡아 억지로 그것을 치웠다.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과 마주했다.

 “막무가내로 떠나라고 하면 제가 순순히 들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어째서 제가 남아선 안 되는지 설명해주십시오! 제가 납득할 수 있게 말입니다!”

 이엘라는 기사가 되고 싶어 하던 사창가의 왈가닥이었다. 원래 이엘라처럼 신분이 낮고 불확실한 자는 기사가 되는 것이 불가능했으나 벨라티우스가 우연히 이엘라와 수습 기사들의 결투를 벌이는 것을 보게 되었다. 벨라티우스는 이엘라의 재능을 알아차리고 이엘라의 후원자이자 스승이 되었다.

 벨라티우스는 이엘라에게 기사가 되기 위해선 스스로 여자이기를 포기하라고 말했었다. 이엘라는 벨라티우스의 말을 잘 따랐고 덕분에 기사가 될 수 있었다. 벨라티우스의 말을 제대로 따르지 못한 것은……벨라티우스 자신이었다.

 이엘라의 어머니는 창녀였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창녀였다. 어머니의 피를 진하게 이어받은 이엘라는 자라면서 나날이 아름다워졌다. 스스로 가꾸지 않아도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다.

 벨라티우스는 이엘라의 스승이자, 후견인이며 상관이었다.

 이엘라는 벨라티우스의 제자이자, 피후견인이며 부하 그리고 자식 혹은 나이차 많이 나는 여동생 같은 소녀였다. 그래. 제자이자, 피후견인이며, 부하, 그리고 가족이었다. 그래야만한다. 그래야만 하는데……. 어째서 여자로 보게 되는 것인가.

 벨라티우스는 코앞까지 다가온 이엘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벨라티우스는 잠시 자신의 처지와 부대의 상황을 잊었다. 어찌하여 분노하는 얼굴조차도 아름다운가. 어찌하여 십사 년 동안 보호자였던 것을 잊게 만드는가. 어찌하여 나는 너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게 되었는가.

 “말해주십시오, 벨라티우스!”

 이엘라의 재촉이 벨라티우스를 깨웠다. 벨라티우스는 간신히 말을 꺼냈다.

 “너는 어째서 끝까지 나와 함께 남으려고 하는거냐?”

 “제자로서 스승의 곁에 남으려고 하는 겁니다! 당신에게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서 남으려고 하는 겁니다!”

 이엘라의 대답은 벨라티우스가 폭발하게 만들었다.

 “나에게 보은을 하려고 하는 것이면 떠나라! 떠나서 살아남으란 말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보은을 하려고 하는 것이 제대로 된 보은이라고 생각하느냐!”

 벨라티우스가 이엘라에게 호통을 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십 여 년 전 이엘라가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여 멋대로 설치던 시절에 훈계 한 이후 처음이었다. 벨라티우스의 호통을 들은 이엘라의 눈이 커졌다.

 벨라티우스는 간절하게 외쳤다.

 “명령이지만 부탁이기도하다! 제발! 이엘라! 떠나라! 나를 힘들게 하지 말고!”

 이엘라는 턱을 떨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엘라가 말했다.

 “……당신도 함께 떠나면 안 됩니까?”

 벨라티우스로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었다.

 “제가 남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당신도……함께 떠나면 안 되는 겁니까?”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당연히……”

 이엘라가 고개를 들었다. 이엘라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벨라티우스가 이엘라의 눈물에 놀라고 가슴아파하기 전에 이엘라가 먼저 행동했다.

 이엘라가 벨라티우스의 멱살을 잡아당기며 자신의 입술로 벨라티우스의 입술을 눌렀다. 어설픈 입맞춤이었다. 얼마나 어설픈지 치아와 치아 사이에 입술이 끼여 상처가 날 정도였다. 그러나 벨라티우스는 고통을 느낄 새가 없었다.

 피 맛 가득한 첫 입맞춤이 끝났다. 이엘라의 입술이 떨어졌다. 이엘라는 눈물을 흘리며, 얼굴을 붉히며, 몸을 떨고 있었다.

 벨라티우스는 더듬더듬 자신의 입술을 만졌다. 고통이 느껴졌으나 그것은 사소한 것이었다. 뒤늦게 벨라티우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엘라.”

 이엘라는 벨라티우스의 목에 매달리며 다시 자신의 입술을 벨라티우스의 입술에 붙였다. 벨라티우스의 손이 잠시 허공에서 갈피를 못잡고 방황하다가 천천히 이엘라의 허리와 어깨를 감쌌다.

 입술과 입술이 혀와 혀가 침과 침이 피와 피가 열기와 열기가 사랑과 사랑이 섞였다.

 이엘라는 훨씬 붉어진 얼굴로 입술을 땠다. 

 “벨라티우스. 저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당신에게 보은하기 위해 남는 것이 아닙니다. 보은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당신을 사랑하기에 당신 곁에 남고 싶은 겁니다.”

 이엘라는 벨라티우스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 위에 얹었다. 수많은 남성들이 탐내는 부드러운 가슴 속에는 심장이 강하고 빠르게 뛰고 있었다.

 “제 심장이 뛰는 게 느껴지십니까? 세상에 오직 한 사람만이 이렇게 만듭니다. 사랑합니다, 벨라티우스. 스승과 제자로서가 아니라, 상관과 부하로서가 아니라, 남자와 여자로서 당신을 사랑합니다.”

 벨라티우스는 이엘라를 처음 만났던 순간을 떠올렸다.

 벨라티우스는 스물일곱. 이엘라는 열셋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던 늦가을.

 사창가.

 사창가를 드나드는 수습 기사들을 찾아 훈계하기 위해 사창가를 찾아 온 벨라티우스. 벨라티우스가 찾던 수습 기사들과 결투를 벌이는 사창가의 왈가닥 이엘라.

 첫 만남 이후로 십사 년이 흘렀다.

 젊은 기사 벨라티우스는 흰머리가 희끗희끗 올라오는 중년의 남자가 되었고, 사창가의 꼬맹이 이엘라는 기사이자, 수많은 남자들이 열병에 걸리게 만드는 아름다운 여자가 되었다.

 “당신이 저에게 여자가 되기를 포기하라고 했지요. 그래서 저는 여자가 되기를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만큼은 제가 여자라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수많은 감정이 벨라티우스의 가슴 속에서, 수많은 생각들이 벨라티우스의 머릿속에서 휘몰아쳤다. 벨라티우스의 41년의 삶에서 이토록 혼란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당신이 없는 삶은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부탁합니다. 벨라티우스. 당신과 함께 죽게 해주거나 함께 살아주십시오.”

 둑이 부서졌다. 벨라티우스가 오랫동안 억눌러두었던 감정이 터져나왔다. 벨라티우스는 이엘라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이번엔 벨라티우스가 이엘라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이번엔 앞의 두 번보다 훨씬 진하고 훨씬 길었다.

 영원조차도 찰나처럼 흐르는 순간이 지났다. 입술과 입술이 떨어졌다.

 이엘라는 슬픔과 황홀함에 젖어 벨라티우스의 어깨에 턱을 얹었다. 벨라티우스는 이엘라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랫동안 바라왔고 오랫동안 참아왔던 일이 지금 이루어졌다. 그 바라마지않던 자가 자신의 품에 있었다.

 그러나……이것도 길어야 하루다.

 “이엘라.”

 “예.”

 “미안하다.”

 이엘라의 눈이 커졌다. 이엘라는 벨라티우스의 얼굴을 보기 위해 벨라티우스의 몸을 밀었다. 그러나 벨라티우스가 이엘라를 강하게 끌어안는 것으로 그것을 막았다. 이엘라는 몸부림도 쳐봤으나 벨라티우스의 힘을 이기지 못했다.

 “너와 함께 살고 싶다. 너와 함께 남은 생을 보내고 싶다. 그러나…….”

 “벨라티우스. 제발.”

 벨라티우스는 이엘라가 자신에게 고백했을 때 결심이 크게 흔들렸다. 어째서 이런 죽음을 맞이해야하는가, 어째서 도망쳐서 사랑하는 이와 살아가면 안 되는가? 지금까지 충성을 바쳐온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하지만……

 “기사 벨라티우스 멕콜리는 내일 계곡에서 적을 막아내고 결국엔 죽어야한다. 그게 내 삶이다.”

 이엘라는 벨라티우스에게서 벗어나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에 더욱 강하게 벨라티우스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러면 함께 죽게라도 해주십시오.”

 벨라티우스는 고개를 저었다.

 “네가 내 옆에 있게 되면 나는 나의 의무를 다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기사로서 적을 막아내려 하기 보다는 사랑하는 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명령하고 행동할 것이다. 나를 존중한다면, 나를 사랑한다면 제발 본부대와 떠나다오. 내가 당당하게 기사로서 오점 없이 죽을 수 있게 해다오.”

 이엘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벨라티우스의 결정에 동의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엘라 클라이모프가 사랑하는 벨라티우스 멕콜리라는 남자는 이런 남자였다. 이런 남자였기에 이엘라가 벨라티우스를 사랑한 것이었다.

 “이엘라. 나를 사랑한다면 떠나다오.”

 “당신은……비겁합니다.”

 “미안하……”

 이엘라는 사과하는 벨라티우스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벨라티우스가 뒤로 넘어갔다. 이엘라는 넘어진 벨라티우스 위에 올라탔다. 

 “알겠습니다. 살겠습니다. 살아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이엘라는 입고 있던 셔츠를 벗어던졌다. 오랜 세월 단련된, 하지만 아름다운 몸이 드러났다.

 “당신의 증거를 저에게 주십시오. 당신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증거와 함께 살겠습니다.”

 벨라티우스는 그것을 거부하지 못했다. 앞으로 사랑할 날이 하루 밖에 남지 않은 연인은 마지막 날을 서로 사랑하며 지새웠다.

 
 
 계곡사이로 말발굽소리가 세차게 흘렀다. 적이 다가오고 있었다.

 밀집해 있는 15인의 기사와 250명의 병사들은 긴장하여 각자의 방패와 무기를 꼬나쥐었다. 예정된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다. 지연부대의 중간. 지휘를 위해서 부대 중앙에 있던 벨라티우스는 지연부대에 흐르는 죽음의 공포를 알아차렸다. 그 공포가 벨라티우스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이 자리에 서 있는 이유였다. 벨라티우스는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임시로 만든 방책 위로 올라섰다. 

 벨라티우스는 앞으로 죽을 자들에게 외쳤다.    

  

 이 전투가 끝나고 우리는 선조들 앞에 서게 되리라!

 선조들은 우리에게 물을 것이다!

 너희는 어째서 우리 앞에 오게 되었느냐!

 
 영광스러운 선조가 일군 땅을 지키기 위해서!

 나를 당신의 자랑으로 여기시던 아버지를 위해서!

 함께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던 형제친구들을 위해서!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갈 순수한 영혼들을 위해서!

 나에게 자애와 사랑을 가르쳐주신 어머니를 위해서!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해준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우리는 그들을 위해 죽었노라 외칠 것이다!

 선조들은 우리들에게 경외를 표하게 될 것이다!

 우리도 선조들의 영광스러운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가슴을 피고 당당하게 서서 죽음을 맞이하라!

 우리의 죽음에는 단 한 점의 오점도 없을지니!

 자! 오라! 죽음이여!
 

 
 기병대의 모습이 보였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엘라가 그 편지를 발견한 것은 벨라티우스와 헤어지고 사흘이 지난 후였다. 강행군을 끝마치고 야영을 위해 말에서 안장을 내리던 이엘라는 안장 밑에 숨겨져 있던 편지를 발견했다. 편지의 겉봉에는 익숙한 필체로 ‘이엘라에게.’라고 적혀있었다.

 이엘라는 허겁지겁, 그러나 조심스럽게 봉투를 펼쳤다. 봉투 안에는 두 장의 편지가 곱게 접혀서 있었다. 이엘라는 첫 번째 편지를 펼쳤다. 첫 번째 편지는 짧았다.
 
 ‘나 벨라티우스 매콜리는 모든 재산을 이엘라 클라이모프에게 상속한다.’
 
 첫 번째 편지는 벨라티우스의 서명으로 끝을 맺었다. 첫 번째 편지의 상태를 보니 꽤나 오래전에 쓴 것 같았다. 이엘라는 다음 편지를 펼쳤다. 다음 편지는 최근에 쓴 것이었고, 첫 번째 편지보다 길었다.
 
 ‘이엘라. 잠든 너를 옆에 두고 이 편지를 쓰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나 짧구나. 그러니 오랫동안 행세했던 스승과 상관이 아닌 연인으로서 이야기하겠다.

 이엘라. 사랑한다. 이엘라. 사랑한다. 이엘라. 사랑한다. 이엘라. 사랑한다. 이엘라. 사랑한다.

 이엘라. 사랑한다. 이엘라. 사랑한다. 이엘라. 사랑한다. 이엘라. 사랑한다. 이엘라. 사랑한다.

 이엘라. 사랑한다. 이엘라. 사랑한다. 이엘라. 사랑한다. 이엘라. 사랑한다. 이엘라. 사랑한다.

 이엘라. 사랑한다. 이엘라. 사랑한다. 이엘라. 사랑한다. 이엘라. 사랑한다. 이엘라. 사랑한다.

 이엘라. 사랑한다. 이엘라. 사랑한다. 이엘라. 사랑한다. 이엘라. 사랑한다. 이엘라. 사랑한다.

 잠들어 있는 너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있다. 내 삶에 단 한 가지 후회되는 게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나는 어째서 사랑한다는 이 간단한 말을 일찍 하지 못했을까? 내가 더 일찍 사랑한다고 말했다면 우리는 더 오랫동안 연인으로서 지낼 수 있었을 것이고, 더 오랫동안 연인으로서 대화할 수 있었을 것이고, 더 오랫동안 사랑할 수 있었을 텐데.

 이엘라. 나는 죽는다. 슬퍼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네가 슬퍼하리라는 것은 14년 동안 옆에서 봐온 내가 잘 알고 있으니. 슬픔은 가슴에 담아두면 독이 된다 들었다. 이엘라 그러니 울어라. 가슴에 고여 있는 슬픔을 전부 토해내라. 억지로 참지 말고 눈물이 그칠 때까지 울어라. 더 이상 나에 대해서 슬퍼할 수 없을 정도로 울어라.

 그리고 살아다오. 

 그리고 새로이 사랑하는 이가 생긴다면 나처럼 주저하다 후회하지 말고 그를 사랑해다오. 

 너는 젊다. 죽은 이를 그리워하며 살아가기엔 너에게 남은 삶은 너무나도 길다.

 슬퍼해라. 하지만 살아라. 그리고 사랑해라. 그리고 행복해라. 그렇다면 내 죽음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

 이엘라. 사랑한다. 내가 죽는 그 순간까지 나는 너를 사랑할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이지만 나는 남은 시간 동안 있는 힘껏 너를 사랑하겠다.

 사랑한다, 이엘라.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해준 연인이여.’

 이엘라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엘라의 목에서 억누른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울음 소리는 점점 커지더니 오열이 되었다. 이엘라는 편지를 가슴에 품은 채 오열했다. 그녀가 사랑하던 이가 부탁했다. 울어달라고, 슬퍼해달라고. 그러니 울고 슬퍼할 것이다. 

 그리고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사랑할 것이다. 그리고 행복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울고 슬퍼할 것이다.

 

 깊은 밤. 전령 하나가 숙영지로 뛰어들었다. 하마터면 야습으로 오인한 보초에게 살해당할 뻔했으나 전령은 아랑곳없이 외쳤다.

 “전쟁이 끝났다!”

 숙영지 여기저기서 잠들어 있던 자들이 일어났다. 전령은 숙영지를 돌며 있는 힘껏 자신이 가져온 소식을 전했다.

 “네섹투스 장군이 이끄는 3군단이 적의 수도를 점령! 적국의 왕과 세자를 포로로 잡고 귀환 중이라 한다! 승리다! 전쟁이 끝났다!”

 숙영지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혹, 다음으로는 확인, 이윽고 환희에 도달한다.

 울부짖다가 기절하다시피 잠이 들었던 이엘라는 숙영지의 소란에 천천히 눈을 떴다. 이엘라는 우느라고 잔뜩 부어버린 눈을 비비며 천막을 나왔다. 모든 사람들이 기쁨에 차서 떠들고 있었다.

 “승리다! 전쟁이 끝났다! 만세!”

 이엘라는 처음에는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내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 이엘라는 곧장 천막으로 들어가서 딱딱한 빵과 물주머니를 챙기고 말이 있는 목초지로 달려갔다.

 말을 지키는 병사들도 환희에 차서 떠들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엘라가 말 세 마리를 이끌고 숙영지를 벗어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엘라는 말이 지치지 않도록 갈아타면서 계곡으로 향했다. 이엘라의 심장은 피로와 기대와 불안감으로 거칠게 뛰고 있었다.

 살아 있어주십시오, 벨라티우스. 당신이라면 사흘은 충분히 버틸 수 있지 않습니까. 제발. 살아 있어주십시오. 

 이엘라는 쉬지 않고 달렸다. 중간에 허기와 갈증이 생겨도 달리는 말 위에서 그것을 해결했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달려서 이엘라는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계곡의 입구, 혹은 출구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숙영지가 조성되어 있었다.

 이엘라는 숙영지의 깃발이 아군의 것임을 확인하고 숙영지로 들어갔다.

 보초가 이엘라를 막으려고 했으나 보초는 이내 숙영지에 도착한 자가 소문이 자자한(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실력으로) 여기사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엘라를 그냥 통과시켰다.

 이엘라는 숙영지를 돌아다니며 아는 얼굴을 찾았다.

 “공묵!”

 이엘라는 지연전에 참가했던 동료기사에게 달려갔다. 흑인 기사 공묵 두엔다는 하얀 이빨이 다 드러나게 웃으며 손을 들었다.

 “이엘라!”

 이엘라는 공묵에게 매달리다시피 하며 물었다.

 “부단장님은? 벨라티우스는?”

 공묵은 꿈에 그리던 상황, 그러니까 이엘라가 간절히 자신의 가슴에 매달리는 상황을 겪게 되자 그 상황을 더 오래 유지하기 위해 능글맞게 굴었다.

 “글쎄. 부단장님이라. 벨라티우스 경은 지금 어떻더라. 지금 어디서 뭘 하더, 컥!”

 공묵은 능글맞게 굴다가 코뼈가 내려앉을 뻔했다. 이엘라는 공묵의 멱살을 잡아 비틀며 말했다.

 “죽고 싶냐? 장난할 기분 아니니까 당장 말해.”

 공묵은 피가 흐르는 코를 움켜잡느라 곧장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엘라는 공묵의 상태를 감안해줄 여유가 없었다. 이엘라가 다시 주먹을 쥐자 공묵은 다급하게 외쳤다.

 “계곡! 계곡!”

 이엘라는 거칠게 공묵을 놓아주고 다시 말에 올라 계곡으로 달려갔다. 공묵은 코를 부여 잡은 채 이엘라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에이씨, 화내는 모습도 왜 저리 이쁘냐.
 

 
 닷새 전.

 죽음을 각오한 벨라티우스의 연설이 끝을 맺었다.

 “자! 오라! 죽음이여!”

 기병대의 모습이 보였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다.

 죽음이 멈춰 섰다.

 “벨라티우스 경 아니십니까?”

 죽음이 말을 걸었다.

 “……막시무스 천인장?”

 죽음은 아군이 되었다. 기병대 천인장 막시무스 세라스 글라우스는 자신이 이끄는 부대를 대기시키고 혼자 지연 부대에 다가가며 물었다.

 “여기서 뭐하십니까?”

 “……적 부대 추격을 저지하기 위해 지연전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세자 저하는 무사하십니까?”

 “무사하십니다.”

 막시무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 위에 늘어졌다.

 “전쟁 끝났습니다. 우리가 이겼습니다. 네섹투스 장군의 3군단이 적의 수도를 점령했습니다. 저희는 세자 저하가 적의 잔존병력에 해를 당하실까봐 급히 달려온 것이고요. 지금 보니까 급히 달려올 필요는 없었나 봅니다.”

 묘한 정적이 계곡을 채웠다. 정적은 오래 가지 않았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지연 부대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지연 부대의 기사들과 병사들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안도와 기쁨의 웃음이었다. 죽을 줄로만 알았는데 살았고, 더군다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소식까지 들었다. 그들을 지배했던 절망과 공포는 광대가 되어서 그들을 웃겼다.

 유일하게 벨라티우스 만이 얼빠진 얼굴로 기병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사단 최연소 기사인 시들 카코가 벨라티우스의 어깨를 툭툭 쳤다. 벨라티우스는 시들을 바라보았다. 시들을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멋진 연설, 푸훕! 이었습니다. 부단장님. 푸헤헤헤헤헤헤헤헤!”

 시들이 포화를 열자 주위의 기사들이 거들기 시작했다.

 “전 부단장님이 딱딱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문학적 소질이 넘치는 분이셨군요.”

 “푸하하하하하! 방금 했던 연설 멋지던데 나중에 따로 써서 주시면 안 됩니까? 잘 보관하겠습니다!”

 “자! 오라! 죽음이여! 푸히히히히히힝!”

 “이거 우리 기사단 군가로 만드는 게 어떻습니까! 크헤헹!”

 기사들은 너도나도 한 마디씩 벨라티우스에게 말했다. 주위의 병사들도 방금 전 벨라티우스가 했던 연설에 대해서 말하며 웃었다. 막시무스는 말 위에 늘어진 채 히죽 웃으며 말했다.

 “죽다 살았는데 표정이 왜 그렇게 딱딱합니까? 웃으십시오.”

 벨라티우스는 막시무스가 종용하자 웃었다.

 “허. 허허.”

 그러나 벨라티우스의 웃음은 돌에 새긴 것 마냥 딱딱했다. 그러나 주위의 사람들은 벨라티우스의 웃음을 지적하지 않고 더 크게 웃었다.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주위 사람들의 웃음에 벨라티우스의 웃음이 조금 부드러워지며 커졌다. 주위 사람들도 벨라티우스의 웃음이 커지자 자신들의 웃음을 키웠다.

 “허허허허허허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벨라티우스는 종국엔 악을 쓰듯이 웃었다. 웃고 있는 벨라티우스의 얼굴은 창피함으로 붉게 물들어있었다.

 

 그날로부터 닷새가 지난 지금.

 벨라티우스는 인적이 드문 계곡에서 고뇌하고 있었다. 벨라티우스는 닷새 동안 숙영지가 아닌 계곡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다. 숙영지에 있으면 자신과 함께 지연전에 참가했던 기사들과 소문을 들은 지휘관들이 벨라티우스의 연설을 가지고 놀렸기 때문이다. 비록 딱딱한 바닥에서 잠을 잤지만 숙영지에 있는 것보단 마음이 편했다.

 “크으으으윽!”

 벨라티우스는 닷새 전에 있었던 일을 떠 올리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벨라티우스는 나름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서 한 연설이었지만 죽음의 순간이 지나가고 난 뒤에 보니 낯부끄러운 연설이었다. 특히나 마지막 부분.

 기사들 몇몇은 진심으로 그 연설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거 같았지만 또한 벨라티우스를 놀리고 싶은 마음도 가지고 있어 그 연설로 노래를 만들었다. 숙영지에는 병사들과 기사들이 그 노래를 끊임없이 부르고 다녔다. 벨라티우스가 근처에 있으면 더욱 크게. 놀리지 말라고 명령을 내리면 또 그것을 가지고 놀릴 게 분명하므로 벨라티우스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처럼 숙영지에서 떨어진 곳에서 지내는 것밖에 없었다.

 말발굽 소리가 계곡에 울려퍼졌다. 벨라티우스는 고개를 들었다. 잠시 후 누군가가 말을 타고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다시 잠시 후. 벨라티우스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엘라였다.

 이엘라의 눈앞이 흐려졌다. 저기 앞에 이엘라가 사랑하는 이가 있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이가 멀쩡히 살아서 서 있었다. 벨라티우스와 가까워지자 이엘라는 말의 속도를 늦추다가 훌쩍 벨라티우스의 품으로 뛰어내렸다.

 벨라티우스는 이엘라를 받았다. 그러나 이엘라의 속도와 무게가 있었기에 다치지 않기 위해 뒤로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뒤통수가 바위에 강하게 부딪혔다. 눈앞이 하얀 빛으로 가려졌다. 닷새 전에 살아남아놓고 지금 죽을 뻔 했으나 벨라티우스는 화를 낼 수 없었다.

 “벨라티우스! 벨라티우스!”

 이엘라는 벨라티우스의 가슴 위에 엎드려 울기 시작했다. 어린아이처럼 소리 높여 울었다. 벨라티우스의 셔츠가 이엘라의 눈물에 젖어 축축해졌다.

 벨라티우스는 이엘라의 머리를 쓰다듬고 머리를 문질러주었다. 벨라티우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벨라티우스는 웃었다. 닷새 전처럼 악에 받힌 웃음이 아니라 진심으로 환희에 찬 웃음이었다. 벨라티우스는 이제야 자신이 살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자신의 품에서 울고 있는 사랑하는 이의 존재가 벨라티우스가 살아있음을 알려주었다. 

 이엘라는 울었다.

 벨라티우스는 웃었다.

 두 연인은 한참을 그렇게 울고 웃었다.

 그들은 살아갈 것이다.

 그들은 사랑할 것이다.

 그들은 행복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울고 웃을 것이다.
 

 
 후일담.
 
 “흠흠. 이번에 이엘라와 혼인을 하기로 했다.”

 기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렇게 선언한 벨라티우스는 분노한 기사단원들의 손에 유명을 달리할 뻔했다. 그리고 벨라티우스의 목숨을 앗아갈 뻔 한 기사단원들은 이엘라의 손에 유명을 달리할 뻔했다.

 벨라티우스가 이엘라와의 혼인을 선언한 이후 벨라티우스는 도둑새끼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흔 하나 황혼기에 접어들고 나서야 얻은 연인은 그 어떠한 불명예도 감수할 가치가 있었다.

 어쨌든 둘은, 아니 셋은, 아니 넷은, 아니 다섯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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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모티브는 건슬링거 걸에도 나왔던 토마스 B 매콜리의 시 '다리 위의 호라티우스'입니다.

 
 그리고 성문의 수문장 호라티우스는 말했다.

 지상에 살아있는 모든 것에는 빠르건 늦건 죽음이 찾아온다.

 그렇다면 선조의 유골, 신들의 성당을 위해 강적에 맞서 싸우는 것 이상의 죽음이 또 있을까?


 일찍이 나를 달래주었던 어머니를 위해

 갓난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아내를 위해

 영원의 불꽃을 밝히는 정갈한 소녀들을 위해
 
 수치스러워 해야 마땅한 악한 섹스투스로부터 모두를 지키는 것 이상의 죽음이 또 있을까?

 
 집정관, 어서 다리를 무너뜨려주시오.

 내가 두 명의 동료와 함께 적을 틀어막겠소.

 이 다리를 가득 메운 천 명의 적을 셋이서 막아내리다.
 
 자, 내 옆에 서서 함께 다리를 지킬 자는 누구냐?

 
 벨라티우스 매콜리라는 이름도 호라티우스와 토마스 B 매콜리에서 따왔습니다.( 중요하진 않지만 이엘라의 성인 '클라이모프'는 아이작 아시모프와 아서 C 클라크의 성을 혼합해서 만들었습니다.)
 
 보면 벨라티우스가 중간에 연설을 하는 부분이 위의 시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게 확실히 드러날 겁니다.
 
 또 보면 중간에 건슬링거 걸에서 영향을 받은 대사도 있고요.(건슬링거 걸의 네타이므로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찾아보니까 호라티우스는 천 명의 적을 막아내고 살아서 돌아왔더군요.

 처음에는 벨라티우스가 먼치킨이라 어찌어찌 혼자서 다 때려잡고 돌아오는 먼치킨 개그물을 생각했습니다만 그러면 이도저도 아니게 될 거 같아서 지금의 스토리로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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